
지속 가능한 자기 사랑과
행복, 자존감을 위한 나를 찾는 여행!
자기 성장을 위한 극복과 행복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기 이해의 심리학!
오전 9시에서 11시 사이, MBC FM4U '오늘 아침 정지영입니다'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송형석 정신과 의사가
출현해 심리 상담을 해주는 코너가 있었다. 청취자들의 고민을 듣고 이것이 어떤 심리에서 기인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를 모색해보는
프로그램이다. 나긋나긋한 어조와 달리 뻔하지 않으면서 간결하고 유쾌한 상담법으로 인해 즐겁게 애청하고 있던 터라 얼마 전 그가 하차인사를 밝혔을
때는 무척 아쉬울 정도였다. 그러면서 조만간 심리학책을 출간할 것이고 DJ정지영님이 추천사를 쓸 예정이라는 멘트를 흘려듣지 않고 있었는데, 정말
그의 책이 딱 출간된 것을 보고 마치 아는 사람을 만난 것처럼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나는 나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나라는 이상한 나라>는 MBC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송형석 박사의
심리학책이다. 예전에 <위험한 심리학>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나라는 이상한 나라>는<위험한 관계학>과
더불어 3부작 중 하나로 자기 마음을 보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가 자신의 마음에 대해 알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송형석 박사는 자신에 대해 탐색하다 보면, 내 능력이나 성향이 어떠한지 내가 집착하거나 싫어하는 것이 무엇에서
비롯된 것인지 점점 이해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는 직업, 결혼, 양육 방식 등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참고가 될 뿐더러, 수많은 일상의
갈등이나 고민에 대처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더욱이 자신의 능력과 장, 단점을 앎으로써 그에 맞는 커리어를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은 물론,
타인의 욕구에 맞추기보다는 자신의 진정한 욕구에 맞춰 사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자기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인생의 의미를 찾는
매우 중요한 과정 중 하나일 것이다.
6장의 구성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나를 들여다보는 방법 및 마음속에 존재하는 관념과 내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격들을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내 마음의 영토를 한 뼘 더 넓히기 위한 방법들을 살펴본다. 1장에서는 내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일러주는데, 가장 쉬운 방법으로 자기 책상이나 가방에 넣어 다니는 물건들을 살펴보기를 권한다. 자기 책상이나 가방에 어떤 심리적 공간이
펼쳐져 있는 것인지 상상해보는 것으로, 이는 어떤 물건이 들어있고 놓여있는지 그것이 상징하는 바에 따라 내 속마음을 유추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이 외에도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꽤 구체적으로 정리해보면서 자신의 취향을 파악해보는 것도 좋고, 자신이
일하는 스타일이나 게임하는 스타일, 사람을 다루는 스타일을 통해 파악해보는 방법도 있다. 스스로 인식하지 못했던 취향이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는 방법으로는 평소 의도적으로 피하려고 하는 주제들이 있지는 않은지, 항상 반복하는 농담이나 화젯거리가 있지는 않은지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떤 측면을 놓지 않고 계속 언급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말을 하는 게 어색한
상황에서도, "난 착해"라거나 "내 머리가 좀 좋지"같은 말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하는 식이다. 진실이건 착각이건 간에, 그 말이 그 사람에게는
정체성의 토대가 될 정도로 중요한 사실이기 때문에 반복하는 것이다. 아마도 그는 실제론 자신이 착하지 않거나 머리가 나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 28p
심리학 용어로 마음이 편안하도록 중재하는 모든 시도들을 '방어기제'라고 한다. 이는 곧 자기를 지키기 위한 여러
가지 정신적인 장치들을 가리키는 말로, 타인이 나를 비난하거나 내게 참견할 때 짜증을 내고 못 알아듣는 척하는 것이나 타인이 내 속마음을
알아볼까 봐 일부러 엉뚱한 표정을 짓는 것 등을 말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욕망과 의지, 도덕으로부터 자신을 지켜 정체성이 깨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도 심리적 방어의 중요한 기능이다.
나 같은 경우는 타인 앞에서 눈물을 보이거나 감정이 무너지는 것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슬픈 영화는 보지 않거나
불필요한 주제는 피하고 보는 경향이 있다. 또 언제부턴가 매일 어떤 책이든 무엇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증이 생겨났다. 이런 경우 저자는 무언가를
향한 과도한 집착은 오히려 그것에 대한 반대 동기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무언가에 과도한 집착을 보이는 게 있다면 그것이 곧 나의
빈곤과 결핍을 드러내는 것임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면 읽는 것에 집착하는 나의 행동은 타인으로부터 책을 많이 읽는 사람으로 평가받는 걸
의식하고 있거나 혹은 부족한 상식을 어떻게든 채우려고 책에 매달리려는 심리에서 기인한 게 아닐까 싶다.
방어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것인지 파악할 수 없는 애매한 방어는 전적으로 무의식
수준에서 일어나는 것이어서, 스스로에게조차 거짓말을 한다고 보아야 한다. 머릿속에 떠올린 말들만 자기 생각이라고 여기지,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의도나 기전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자기기만이어서, 자신을 정당화시켜주긴 하지만, 그 때문에 심리적 증상과
사회에서의 소외에 시달릴 수 있다. 나중에 정리할 텐데, 인식 자체를 거부하는 것만큼 강력한 방어도 없다. / 63p
자가 대화 기법은 자기 내면에 있는 다양한 자아들을 성장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이를 시작하는 순간 여태껏 무시받거나 억압받았던 존재들이 무대 전면에 등장하게 된다. 다루기 힘든 분노나 질투, 슬픈 인격들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그들이 등장할 때마다 나타나는 포근하고 안정된 인격들도 있는데, 이들을 훌륭하게 성장시킨다면 자신의 성격 자체가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 80p
자기 내면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여러 가지 인격들을 이해하다 보면, 그들을 관찰하는
새로운 자아가 발달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그들이 밉거나 부끄럽지만, 내부의 부정적 자아도 긍정적 자아들과 함께 맡은 역할이 있음을 차차
이해하게 된다. 결국 자기 자신은 성장하고 있는 존재이며 아직 완벽하진 않더라도 내가 옳은 길을 가고 있음을 이해하고, 자애롭고 균형 잡힌
눈으로 자기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 169p
아무래도 곧 있으면 태어날 아이와 함께 두 아이의 엄마인 입장이다 보니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 속에서 인지해야 할
부분들을 언급한 대목에서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아이의 인격 성장에 있어서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건 부모일 것이다.
인생 초기에 안정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안정감을 획득한다. 가족은 아이-어머니라는 구도에 아버지(혹은 다른 형제)의 존재가 긴장감을
부여하는 형태인데, 이 갈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계속 어머니 품에서 벗어나지 못한 존재로 살거나, 분리로 인한 불안감과 우울감을 가지고 살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가르쳐준(그게 좋든 나쁘든) 인간에 대한 관점, 사회가 가르쳐준 관점을 극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자신의 위치와 삶의 목표를 돌이켜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참자아가 발생하며, 부모와 사회를 넘어선 이후에는 또다시
자신이 만들어낸 관점을 극복하는 과정이 필요하게 된다. 이에 저자는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며 나라는 이상한 나라의 영토가 점점 더 확장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부모는 아이에게 목표를 제시함과 동시에 아이가 '그것이 할 수 있을 만한 것'이라고
느끼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 심리학자 하인즈 코헛이 말했듯이, 부모가 완벽한 이상적 존재가 됨과 동시에 아이도 스스로 자신이 부모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느껴야 하는 것이다. 아이가 부모나 형제들에게 패배감을 느끼면, 그들을 모방하거나 배울 생각을 하지 못한다. 음악을 열심히
들려주는 엄마의 의도는 오히려 지나친 간섭의 이미지로 남을 수 있다. / 246p
책에서는 아이가 최대한 다양한 세계관을 접할 수 있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 자신부터
다양한 세계관과 관점들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가져야 한다. '내 아이가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 '내 아이가 외국어를 잘했으면 좋겠어',
'내 아이가 커서 ~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어' 하고 부모는 어쩔 수 없이 자식에게 바라게 되는 점이 있는데 비록 이러한 집착은 아이에게 거북할
수 있겠지만, 적정선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고 사심 없는 자애로운 마음은 아이에게도 좋은 유혹거리가 될 것이라는 점을 유념해야겠다. 아이는
부모 자신도 모르는 부모의 '진짜' 좋은 점을 알아서 베끼고 존경할 것이라는 말도 함께.
<나라는 이상한 나라>를 읽으며 나를 들여다보는 모습을 많이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간 특정 무언가를
기피해왔던 것들이 사실은 내가 가장 원하는 것들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보았고, 또 내가 가장 집착하는 것들이 나의 빈곤과 결핍을 감추기
위한 방어기제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이렇듯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란 결과적으로 타인과의 관계나 가족모두의 심리 건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인 것 같아 매우 유익한 독서 시간이 되었다. 더불어 우리 사회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왔다고 말하면 이 사람에게 뭔가 큰 문제가
있나 하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많은데, 나 자신을 바로 들여다보고 또 그것이 앞으로의 삶에 좋은 자극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많은 이들이 한 번쯤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