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담백하게 산다는 것 - 불필요한 감정에 의연해지는 삶의 태도
양창순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10월
평점 :

이제껏 나를 괴롭혀왔던
불필요한 감정으로부터 의연해지는 법이 필요한 때!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딱 그만큼만 살아도 충분한 삶을
위한 마음 솔루션!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 사람, 아마도 상처를 받았겠지?', '가만히 있을 걸. 왜 나서서 일을 크게 만든
걸까'.
잠자리에 들기 전, 나는 그날 있었던 일 중에 가장 후회되는 일이나 부끄러운 일이 있으면 내내 그것을 곱씹느라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한다. 분명 상대가 나를 이상하게 생각했을 게 분명하다고,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어떻게 했을 것인지를 상상하느라 이불
속에서 내내 뒤척이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이를 얼마나 빨리 털어낼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겠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고민들을 품은
채 살아가고 있으리라.
<담백하게 산다는 것>의 저자 양창순 의학박사는 나처럼 실수했던 장면을 필름처럼 계속해서 되감으며
돌려보는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완벽함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나 또한 지독한 완벽주의자까지는
아니지만 그녀의 말처럼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고, 가벼운 실수에 대해 웃어넘길 수 있는 유연성이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마음의 유연성이라고 하면
꽤나 거창하게 들리지만, 사실은 생각의 폭을 한 마디만 넓혀 딱 그만큼만 더 여유를 갖자고 말하는 그녀의 글을 읽으며 나는 어느새 '담백하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었다.
지나친 기대치를 내려놓을 때 담백한 삶은 더 가까워진다
인간관계 심리학의 바이블로 정평이 난 베스트셀러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 양창순 의학박사가
<담백하게 산다는 것>이란 제목의 책을 들고 찾아왔다. 저자가 책에서 밝히는 '담백'한 삶의 의미란 무엇일까. 스트레스가 높을 때
우리의 뇌는 음식과 산소를 요구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에서 자극적이고 빨리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을 먹으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반면
마음이 편안할 때는 대체로 간이 덜하고 담백하면서도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찾게 된다. 따라서 담백함이란,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누리는 행복감일
수도 있고 또 그렇게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정의할 수 있다.
저자는 음식이든 인간관계든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딱 필요한 만큼만 절제한다면 많은 부분이 심플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때 몇 가지 매뉴얼만 생각하면 된다. 첫 번째는 열 사람을 만나면 마음에 드는 사람은 사실 한두 명이 고작이듯, 내가 만나는 열 명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모두 완벽하게 성공하길 바라기보다 실수와 단점에 대해 여유로워진다면 일도 인간관계도 더 담백해지리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만큼 내 이야기는 가능한 줄이고 절제하는 편이 좋다는 점이다. 마지막은 너무 애쓰며 살아가지 않는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든지 항상 자신을 몰아붙여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에게 저자는 열정과 독선, 확신과 아집이 종이 한 장 차이이듯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과 자신을 몰아붙이는 것은 비슷해 보여도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생각보다 불필요한 것들에 발목을 잡힌 채, 생각보다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나를 포함한 그들을 보면서 '인간은 밖에서 자신을 괴롭히지 않으면 스스로를 괴롭히는 데 천재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러니 남이 나를 괴롭히는 건 어쩔 수 없다 쳐도,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는 것만으로도
삶이 조금은 가벼워지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 방법은 '모든 불필요한 감정으로부터 의연해지고, 조금 더 담백하게 살아가기'가 아닐까 한다. /
68p
이 세상에 나를 비난하고 욕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여 겁먹거나 위축될 필요는 없다.
다만 상대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면 자신을 돌아볼 기회로 삼으면 된다. 좋은 경험은 좋은 경험대로, 나쁜 경험은 나쁜 경험대로 나를
성장시키는 주춧돌이 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또 다른 담백한 삶의 기술이다. / 104p
책에서는 담백한 삶을 방해하는 몇 가지 요소로 아집, 나르시시즘, 자만심, 열등감을 꼽는다. 그 중 남편이 신혼
초에 외도를 했다는 문제로 십 수 년째 싸우는 부부의 상담 이야기가 유독 인상적이다. 부부는 숱한 갈등 중 모든 결론은 남편의 바람으로 귀결되어
내내 해결되지 못한 채 지속되었고, 이는 아내를 끝끝내 괴롭혔다. 끝이 없는 원망과 의심, 경멸과 비난, 힐책과 수모까지. 그로 인해 불필요하게
낭비되고 있는 에너지로 인해 아내는 지쳐갔다. 이때 저자는 그녀에게 우리가 누군가의 잘못을 용서하고 서로의 관계에 변화를 가져오고자 하는 이유는
결코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님을 조심스레 이야기해준다. 남편에 대한 이해와 용서는 결코 그를 위한 일이 아님을 말해준 것이다. 특히 아집에서
비롯되는 행동이 결국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자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말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이해와 용서는 오직 자신의 귀중한 시간과
잠재력을 낭비하지 않고, 제대로 쓰기 위한 것이라는 저자의 말은 내게도 마음속에 새겨둘 말한 조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를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누군가로 인해 내 마음을, 내 시간을 분노로 채울 필요가 없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데 드는 에너지가
누군가를 미워하고 분노하는 데 낭비하는 에너지보다 더 적다는 점은 분명하다. / 142p
실제로 요즘 뇌 과학 분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수록 우리의
뇌세포가 더 건강해진다고 한다. 우리 뇌의 여러 부위에 걸쳐 있는 '보상회로'가 즐거움을 관장하는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그 회로가 더욱
많은 부위에 연결되면서 뇌가 건강하게 변하고, 삶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것을 국내의 한 연구진이 MRI 영상으로 확인하기도 했다. / 207p
담백한 삶이란 과거와 미래에 내 자신을 뺏기지 않고 현재 이 시점에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보는 능력이자, 지나친
기대치를 내려놓을 때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불필요한 감정을 억지로 붙든 채 아등바등 살며 내 에너지를 쓸데없는 곳에 낭비하기보다 이제는
오롯이 나를 바라보고 최대한 의연해질 것, 그것이 내가 가장 나답고 건강하게 사는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