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오구니 시로 지음, 김윤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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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를 앓고 있는 어르신들이 열어 가는 세상에서 가장 놀랍고 감동적인 레스토랑!

지금은 서로 이해해주고 소통하고, 실수를 받아들이는 너그러운 사회의 분위기가 필요한 때!

 

 

  오랜만에 들린 친정 집 앞에 주차를 하려는데, 난처한 표정으로 아이 같은 외할머니를 어르고 달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날씨가 이렇게 더운데 어딜 가려고 그러느냐고 만류하는 나의 부모님과 막무가내로 걸음을 재촉하는 외할머니의 모습은 벌써 수 차례나 본 광경이지만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무더운 땡볕에 겨울옷을 잔뜩 챙겨 입고 불쑥불쑥 밖으로 나가버리려고 하는 외할머니의 이 같은 치매 증상은 벌써 3년째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한 날은 좋은 공기 마시러 바람 쐬러 나갔다가 느닷없이 식당에서 외할머니가 주저앉아 울어버리는 바람에 당황한 나의 어머니까지 펑펑 울어버렸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외할머니가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하는 존재'가 되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나에게 있어 '치매'란 가족 모두를 힘들게 하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병처럼 느껴진다. 외할머니의 몸과 정신을 갉아먹는 이 나쁜 병이 전염병처럼 우리 가족에게 퍼뜨린 그 무거운 기운을 아무리 이해하고 보듬으려 해도 쉽사리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그간 치매 질병에 관한 여러 책과 이를 곁에서 경험하고 있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도 읽어보았지만 그런 경험 공유가 치매 질병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치매를 다룬 내용의 이색적인 제목의 책 하나가 출간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라니, 별 이상한 식당이 다 있네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식당에서 주문을 받는 스태프들은 모두 치매나 인지 장애를 앓고 있는 어르신들이란다. 가끔 주문한 음식이 나오지 않을 수 있사오니 아무쪼록 양해 부탁드린다는 이 글귀, 어쩐지 난데없지만 뭔가 참신한 시도인 듯도 하고 과연 이 음식점 제대로 운영이 될 런지 걱정이 되기도 하는 마음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야말로 뒤죽박죽입니다. 엉터리 식당입니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손님들 모두가 즐거워합니다.

주문을 받고 있나 싶으면 옛날이야기를 풀어내느라 삼매경에 빠진 할머니와 이야기꽃을 피우는 손님. 틀린 메뉴가 나오면 본인들이 알아서 메뉴를 바꾸어 먹는 손님들. 불평을 토로한다거나 화를 내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여기저기서 소통의 목소리가 퍼지며 종업원들의 실수를 척척 해결해 가는 모습들로 가득합니다. / 26p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은 기획자 오구니 시로가 우연한 기회로 가게 된 취재 현장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 낸 사례를 담고 있는 책이다. 치매 환자 간병 환경을 바꾸어 나가기 위해 하루하루 고군분투하고 있는 와다 씨의 현장을 취재하러 갔다가 그곳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직접 만드는 요리는 대접받은 일이 있었는데, 주문한 햄버그스테이크가 아니라 느닷없이 만두가 나오자 문득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라는 키워드를 착안하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이를 실행하기 위한 기획안을 마련하기 시작했고 열심히 홍보를 하며 돌아다닌 결과, 3개월 만에 와다 씨를 비롯해서 디자인과 홍보 전문가, 포털 사이트 담당자, 크라우드 펀딩 전문가, 방송국 스태프, 외식 서비스 CEO 등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뜻을 모아 주었다.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일하는 식당. 애초부터 '주문을 틀린다'고 전제를 했기 때문에 혹여 주문한 메뉴가 나오지 않아도 싫어할 이유가 없는 곳. 오히려 엉뚱하게 나온 메뉴를 기분 좋게 받아들이며 즐길 수 있는 이상하지만 뭔가 따뜻한 느낌이 감도는 식당. 물론 이 식당 하나로 치매와 관련된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실수를 받아들이고 또한 그 실수를 함께 즐기는 것, 그런 새로운 가치관이 이 식당을 통해 발신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오구니 시로는 그렇게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을 오픈한다.

 

 

 

   2017년 6월 3일과 4일 단 이틀, 도쿄 시내에 있는 좌석 수 열두 개의 작은 레스토랑을 빌려서 시험적으로 오픈하기로 했지만 이는 뜻밖에도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각종 SNS는 물론 TV방속국과 신문, 잡지사 등의 취재 의뢰가 쇄도하였음은 물론, 중국, 한국, 싱가포르, 영국 등 세계 20개국에 이르는 미디어들로부터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을 자국에 소개하고 싶다는 연락이 속속 들어온 것이다. 이 커다란 사회적 반향은 뜻밖에도 하나의 작은 사진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바로 손님 테이블로 주문을 받으러 간 치매 환자 요시코 할머니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이때 요시코 할머니는 '내가 여기 뭐하러 왔지…….' 하고 주문을 받으러 온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손님이 "주문 받으러 오신 거 아니세요?" 하고 거들자, '어머나, 그랬구나' 하고 호호호 수줍게 웃는 표정을 지었던 게 찍힌 것이다. 오구니 시로는 이것이야말로 '주문이 틀리는 요리점'이 꿈꾸는 세계 그 자체가 아닐까 하고 말한다.

 

 

 

깜빡 잊어버렸지만,

틀렸지만,

뭐 어때.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은 기획자인 오구니 시로가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을 기획하고 오픈하기 전까지의 과정과 더불어 치매 환자들이 홀 서빙 스태프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준 간병 시설 직원들의 인터뷰, 이곳을 방문한 손님들의 경험담들이 담겨 있다. 특히 저마다 한 때는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을 했던 이들이 치매라는 질병을 얻어 부득이하게 온전한 생활을 할 수 없게 되었지만, 실수가 용인되는 이 따스한 식당 안에서 '나도 누군가를 돕고 싶다', '일하고 싶다', '다시 한 번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잠시나마 가짐으로써 행복한 표정을 되찾는 모습은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무엇보다 치매 환자이기 전에 이들이 '사람'이라는 점을 환기시키며 그간 치매라는 질병을 두렵게 여기고 치매 질환자에 대해 모두를 힘들게 하는 존재로 여기기만 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했다.

 

 

 

아내는 그날, 피아노를 칠 수 있는 무대가 주어졌다는 사실만으로 기쁨에 넘쳐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내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치매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좀 더 알리고 싶다'는 생각.

'치매에 걸린 사람도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보여주고 싶다.'

그런 생각. / 116p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역시 그 존재 자체만으로 치매 환자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이번 일을 기획한 오구니 씨도, 꿈만 같은 일을 실현해낸 스태프들도, 거기까지 기대한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실수를 허용하고 받아들이는 장소가 있다. 이해해주는 분위기가 있다.

그 지점에 가치가 있지 않을까. / 127p

 

 

"치매 환자는 평생 자신의 의사대로 행동에 옮기는 것을 억제당해 온 역사 그 자체인 거지. 하지만 인간이 왜 멋진 존재인가.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인간이, 자신의 뇌가 무너졌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가장 멋진 것을 빼앗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최대한 그것을 지켜주는 것, 그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 / 152p

 

 

 

 

 

 

   늙는 것이 두려운 나라, 병드는 것이 불행하고 외로운 사회, 실수를 용인하고 너그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시스템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이 책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심각한 문제가 아니고서는 너그럽고 가벼운 마음으로 용인해줄 수 있는 이런 시도들과 갈등과 문제는 대화와 소통으로 유연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이 작은 요리점을 통해서 배우게 된 것 같다. 나 역시 외할머니를 그저 대하기 힘들고, 우리에게 짐 같은 존재가 아니라 그 이전에 가족이고, 사람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며 좀 더 너그러운 자세로 받아들이려는 시도를 해봐야겠다. 아울러 이 책이 많은 치매 질환자 가족들에게,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따뜻한 에너지를 줄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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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크맨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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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을을 공포에 떨게 한 소름끼치는 살인 사건의 조각을 파헤치다!

날카로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이 여름에 가장 완벽히 어울리는 소설!

 

 

  살인 사건을 예고하는 기호와 상징들. 그 알 수 없는 의문의 기호들을 조합하면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는 소재의 추리소설과 영화들을 심심치 않게 마주할 때가 있다. 소설 <초크맨> 역시 그러한 발상에서 출발한 섬뜩한 미스터리다. 저자 C. J. 튜더는 딸아이가 두 살 때 생일선물로 받은 분필로 함께 집 앞 진입로에 온갖 막대인간을 그려놓고 집으로 들어갔다가 밤에 현관문을 열었는데, 방범등 불빛에 비친 그 막대인간들이 그렇게 섬뜩해 보일 수가 없었다고 고백하며 여기에서 착안하여 소설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저 우연히 그린 듯한, 유년시절의 순진한 장난 같은 그림 하나가 한 마을을 통째로 공포로 빠져들게 하는 섬뜩함, 강렬한 도입부와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이 소설은 그야말로 이 더위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초크맨을 조심해!

  1986년, 앤더베리라는 작은 마을. 에디 먼스터, 뚱뚱이 개브, 메탈 미키, 호포 그리고 니키 다섯 명의 친구들은 딱 열두 살이라는 나이에 어울리는 호기심과 그들만의 우정을 나누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한 가지 특별한 것이 있다면 분필로 친구의 집 앞에 막대인간을 그려서 자기들만 아는 비밀 메시지를 주고받는 일을 재미삼아 하고 있던 중이었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서는 장난에 불과했던 그 그림이 마을 곳곳에서, 그것도 살인사건 현장마다 번번이 등장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면서 마을 전체가 삽시간에 공포로 돌변하고 만다.

 

 

 

잘못된 일이라는 걸 알았지만 앞에서도 얘기했다시피 누구에게나 비밀이 있는 법이고, 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저지르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내게는 그것이 남의 물건을 슬쩍하는 것, 수집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엿같게도 그걸 원래 있었던 자리에 갖다놓으려고 할 때만 꼭 탈이 났다. / 54p

 

 

사람들은 그런 사건에 항상 호기심을 느낀다. 내가 보기에도 그럴 만한 요소를 전부 갖추고 있다. 특이한 주인공, 분필로 그린 섬뜩한 그림 그리고 소름 끼치는 살인. 우리는 역사에 흔적을 남겼다. 초크맨 모양의 조그만 흔적을.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씁쓸해한다. 물론 세월이 흐르면서 사실은 윤색됐고 진실은 점점 모호해졌다. 역사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일 뿐이다. / 89p

 

 

흰색 초크맨이었다. 두 팔을 올리고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입을 'O' 모양으로 벌리고 있었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었다. 그 옆에 흰색 분필로 조잡하게 그린 개가 있었다.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주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초크맨을 조심해. / 176p

 

 

 

   숲 속에서 살해당한 소녀의 토막 난 시신, 에디를 괴롭히던 션 쿠퍼의 익사 사고, 호퍼의 강아지 머피의 독극물 중독 사고, 목사의 머리를 습격한 사건 등 1986년의 앤더베리는 그야말로 평화로운 도시에 찾아든 최악의 사건으로 점철된 한 해였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2016년,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된 에디는 어린 시절에 살던 집에서 하숙생인 클로이와 함께 별 볼 일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지만 여전히 과거 사건이 가져다준 공포에서 정신적으로는 헤어 나오지 못하던 상태였다. 그런데 어느 날, 그의 앞에 분필 조각과 초크맨이 그려진 편지가 배달되고, 션 쿠퍼의 동생인 메탈 미키가 자신을 보러 왔던 날 밤 강물에 빠져 죽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초크맨의 공포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예단하지 말 것.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할 것.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우리가 예단을 하는 이유는 그게 좀 더 쉽고 게으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떠올리면 마음이 불편해지는 일들에 대해 너무 열심히 생각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을 하지 않으면 오해가 생길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비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 375p

 

 

 

 

 

 

   소설은 1986년의 에디와 2016년의 에디가 교차 반복되어 과거의 기억과 현재에 드러나는 진실을 추적해가며 모호한 살인자의 정체와 도시 내에 도사리고 있는 공포의 그늘에 몇 번이고 독자를 오싹하게 만드는 최고의 스릴러작이다. 스티븐 킹이 추천하고 전 세계 39개국을 매혹시킨 환상의 스토리텔링이라는 추천글이 어울릴 만한 소설임에 틀림없다. 그야말로 이 여름에 딱 어울리는, 언젠가 영화로 개봉되기를 기대하게 되는 미스터리 장르의 소설로 아직 읽어보지 못한 독자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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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말 한마디 안 했을 뿐인데 -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통하는 인정받는 사람들의 대화법
오타니 게이 지음, 조해선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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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미디어의 전성시대, 말을 선별하는 능력으로 호감도를 높이는 기술!

누구나 말할 수 있지만 아무거나 말해서는 안 되는 대화의 기본 원칙!

 

 

 

   최근 들어 몇몇 연예인 혹은 정치인들이 자신의 SNS에 올린 말실수로 인해 공개사과를 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일부는 자신의 실수를 무마하기 위해 아무도 보지 않았으려니 하고 금방 삭제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수많은 팔로워들이 그의 SNS를 다녀간 후라 이미 늦은 때였다. 이렇듯 SNS가 대중과 소통하고 자신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매우 효과적인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지만 때때로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여과 없이 올렸다가 하루아침에 사람들의 신뢰를 잃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거 인터넷에 올렸던 부적절한 댓글이 훗날 입사 채용 때 불리하게 작용되어 면접에서 탈락되는 경우도 있으니 현실에서나 인터넷에서나 '말 한 마디'와 '글 한 줄'의 신중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자신의 상식이 사회의 비상식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하라!

 

 

   일본 최고의 홍보 전문가로 알려진 <쓸데없는 말 한마디 안 했을 뿐인데>의 저자 오타니 게이는 현실 세계와 인터넷 세계 모두에서 성공하고자 한다면 '정보를 다루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즉. 말을 선별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뜻으로 때와 장소, 상대와 내용에 따라 할 말과 해서는 안 될 말을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말이다. 누구나 언제든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시대이기에 무엇을 전하고, 전하지 않을지를 즉각적으로 판단할 줄 아는 사람이야 말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또 계속 함께하는 자리에 불리고 선택받을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책에서는 현실과 인터넷 사회 모두에서 정보를 다룰 때 필요한 기본 매너와 원칙이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스피치 훈련에 관한 다양한 저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요즘, 대부분이 말을 잘 하는 법에 집중하는 반면 이 책은 '무엇을 말하지 않을 것인가'를 이야기한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고, 쓸데없이 덧붙이지 않고, 필요한 말을 알맞은 때에 제대로 하는 법을 일러줌으로써 '말을 선별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이 책의 목표라 할 수 있겠다.

 

 

 

 

 

 

   1장에서는 말이 많은 것과 '말을 잘하는 것'은 다른 의미이며 상황에 따라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아야 하는지 말이 지닌 무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2장에서는 조용히 인정받는 사람들의 말하기 비밀을 살펴본다. 여기에서는 어느 주지 스님으로부터 들은 매너를 아는 사람들의 말하지 않는 다섯 가지를 소개하는데, 그 내용이란 것이 '내 안의 부처, 이웃집 보물, 사위와 장인, 천하를 다스리는 군대, 타인의 잘잘못'이다. 내 안의 부처란 종교, 사상, 신념과 같이 한 사람의 바탕을 이루는 요소다. 이웃집 보물은 재산에 관한 이야기로 상대방의 연봉이나 재산을 이른다. 사위와 장인이란 불평을 늘어놓기 쉬운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천하를 다스리는 군대란 정치에 관한 이야기다. 타인의 잘잘못은 남에 대한 소문, 험담, 비난을 의미하는 것으로, 저자는 이 다섯 가지 앞에서는 항상 할 말과 안 할 말을 구분해서 사용하기를 권장한다.

 

 

 

 

 

 

   3장에서는 돌아서면 후회하는 말실수를 없애기 위해 알아야 할 말하기의 기본 원칙과 대화의 선을 지키는 법에 대해 살펴본다. 저자는 자기중심적으로 단언하는 말투를 쓰는 '자기과잉형', 욱하면 폭언을 쏟아내는 '흥분형', 수다를 좋아하는 '팔방미인형', 주목받는 것을 좋아해 일부러 사람들이 싫어할 만한 말을 하거나 악담을 해서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려는 '확신범형', 주의력이 부족해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실언하기 일쑤인 '무의식형'의 사람들이 주로 말실수를 일으킨다고 분석한다. 나도 모르게 수다를 떨다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더 하곤 해서 내내 마음이 불편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나의 경우를 비추어보면 이 역시 반성하게 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상식이 사회의 비상식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라는 저자의 메시지는 마음에 꼭 새겨볼 일이다.

 

 

 

때때로 어렴풋이 '이 말은 하지 않는 편이 나으려나?' 싶은 느낌이 들 때는 없는가. 주변 사람들의 상황, 표정, 태도뿐 아니라 자신의 감정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궁지를 모면할 수 있다. 말하기가 망설여진다면 본능이 위험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그런 감각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일단 잠시 멈춰 서는 습관을 들이자. 인터넷에서든, 실제로 대화를 나눌 때든 생각을 바로 입 밖으로 내지 말고 먼저 심호흡을 한 번 하자. 의견, 비판, 결단의 보류는 신중한 사고를 위한 첫걸음이다.

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어떤 상황에서든 말할지 말지 망설여진다면 말하지 않는 쪽을 고르도록 하다. / 87p

 

 

 

   5장에서는 SNS상에서 말하고 쓰기 전, 반드시 미리 확인해야 할 자세들을 살펴본다. 이어 6장과 7장에서는 효과적으로 말을 전달하는 방법과 '생각하는 시간'의 힘을 통해 표현의 기술을 기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한다. 여기에서는 한 어린이 책방을 운영하는 95세의 할머니와의 인터뷰에서 나눈 대화가 유독 인상에 남는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꾸준히 전하려 하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가닿지 않아요. 내버려두면 자연스럽게 퍼질 것이라고 믿는 건 안이한 생각이죠."라던 그녀의 말은 대화란, 당신이 상대방에게 전하고 싶은 진심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그것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노력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혼자 또는 지인들끼리 보려는 목적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이 작성한 기사, 인터넷 정보, 사진 등을 허가 없이 전재하는 행위는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한다. 타인의 저작물 사용에 관한 문제는 앞으로 더욱 민감한 사안이 될 것이기 때문에 비록 개인적인 목적이라고 해도 무단으로 사용하면 심할 경우 고소당할 수도 있다. 타인의 정보나 저작물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당사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허가를 받는 습관을 들이자. / 138p

 

 

잠시 멈춤을 위한 아홉 가지 습관

_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하라

_ 분위기를 전환하라

_ 사람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라

_ 인터넷 하지 않는 시간을 정하라

_ 하루에 한 번, 자연을 가까이하라

_ 사전 정보를 백지상태로 돌려라

_ 그날의 감정은 그날 표출하라

_ 책과 대화하라

_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라 / 194p

 

 

 

 

 

 

   이렇듯 <쓸데없는 말 한마디 안 했을 뿐인데>는 돌아서면 후회하곤 하는 이들에게 말을 적게 하면서도 효과적으로 대화하는 방법을 일러줌으로써 오늘날처럼 말과 정보의 힘이 중요해진 시대에 반드시 읽어보면 좋음 직한 책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기는 하지만 막상 실천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그의 조언을 더욱 새겨볼 필요가 있다. 오늘 내가 무심코 써서 올린 SNS의 글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을 런지 항상 한 번 더 읽어보고 점검해보는 자세를 꼭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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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 셀프 트래블 - 호이안.후에, 2018-2019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33
이은영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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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인프라가 가득한 베트남의 다낭, 호이안, 후에의 핵심 코스 완벽 가이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거리가 가득한 다낭 여행자들을 위한 맞춤형 가이드북! 

 

 

 

   최근 해외여행지 중에서 가족과 함께 여행가기에 가장 좋은 곳으로 각광받고 있는 곳이 있다면 바로 다낭이다. 아이를 둔 엄마들 사이에서는 어린 아이와 함께 다녀도 크게 무리가 없는 곳으로 다낭만큼 좋은 곳이 없다며 너도나도 추천을 할 정도니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4시간 30분이라는 짧은 비행시간에 단기 여행 시에는 비자가 필요 없고, 입국할 때 출입국카드도 따로 작성할 것 없으며, 휴양과 관광을 조화롭게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여행 인프라가 잘 갖춰진 나라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리조트 이용자들의 경우, 패키지 여행보다는 세미 패키지 혹은 자유 여행을 계획하는 것도 크게 무리가 없는 것 같아 가이드북 한 권 속에 담긴 정보만 잘 이용하면 누구나 쉽게 내가 원하는 일정과 방식의 여행을 기획할 수 있을 것 같다.

 

 

 

볼거리, 먹거리, 쇼핑, 마사지, 숙소 등 베스트 스폿 완벽 해부

 

 

   <다낭 셀프트래블 2018-2019 최신판>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이미 다낭을 여행지로 손꼽은 사람들이라면, 혹은 다낭 여행을 계획할 이들이라면 더없이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가이드북이다. 다낭을 포함해 불과 1~2시간 거리에 있는 호이안과 후에까지 함께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코스로 맛집, 관광, 쇼핑, 마사지, 숙소 등 베스트 스폿만을 엄선했다고 하니 보다 손쉽게 다낭의 매력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본격적인 주요 지역 소개에 앞서 책의 앞부분에서는 다낭과 호이안, 후에만의 매력이 돋보이는 정보들이 가득 실어져있다. 다낭 여행 전 꼭 알고 싶은 9가지, 다낭과 호이안, 후에의 하이라이트 여행지, 한국에 비해 저렴하면서도 즐길 거리가 가득한 3대 테마파크 전격 비교, 잠 못 드는 나이트 라이프, 다낭 여행자의 버킷리스트 베스트 10, 내게 꼭 맞는 마사지 방법과 추천하는 마사지 숍, 지역별 최고의 맛집, 달고 시원한 열대과일 제대로 맛보기, 쇼핑 마니아를 위한 완벽한 기념품 리스트, 세계 커피 생산량 2위를 차지하는 베트남 커피 즐기는 법, 리조트 천국 다낭 완벽하게 즐기기 외에도 미리 알아두면 좋은 베트남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한다. 특히 아이와 떠나는 여행, 부모님과 떠나는 가족 여행, 연인이나 친구끼리 떠나는 여행, 다낭과 주변 지역을 온전히 즐기고 싶은 이들을 위한 스페셜 코스까지 저자가 엄선한 일정별 코스까지 수록되어 있으니 이를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언제 다낭을 여행하면 좋을까요?

1년 내내 많은 여행자가 찾는 다낭이지만, 해수욕을 주목적으로 한다면 뭐니 뭐니 해도 여름이 좋다. 이 시기는 많은 동남아 지역이 우기에 돌입하지만 다낭만은 화창한 날씨가 지속된다. 해수욕보다는 아름다운 호이안 올드타운과 들판을 돌아다니는 관광을 하고 싶다면 서늘한 겨울을 추천한다. 한여름에는 강한 태양빛에 쉽게 지칠 수 있다. 세 도시 중 가장 북쪽에 위치한 후에의 경우 다낭 지역보다 전반적으로 기온이 낮으므로 비교적 선선한 날씨를 즐길 수 있다.

패키지여행 시 고려할 점은 뭔가요?

다낭 지역의 수많은 여행사 패키지는 가격만큼이나 내용도 천차만별이다. 대체로 쇼핑이나 옵션이 많이 포함된 패키지일수록 저렴한데, 이 경우 다낭의 다양한 매력을 온전히 즐기기는 어렵다. 초기 비용을 들이더라도 최대한 쇼핑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식사 등의 선택이 비교적 자유로운 세미 패키지여행을 선택해야 결과적으로 비용을 아낄 수 있고 만족도도 높다. / 22p

 

 

 

 

 

 

   과거 다낭은 배낭여행자들에게 비교적 소외받은 여행지였으나 다낭과 호이안을 잇는 총길이 70km의 긴 해변에 펼쳐진 드넓은 백사장, 프라이빗해서 한적하게 놀기 좋은 저렴하고도 고급스러운 리조트, 맛있는 베트남 음식, 여유롭고 안전한 도시 분위기가 어우러져 최근 가장 완벽한 휴양지로 부상하고 있는 곳이다. 신기하게도 서울의 한강과 똑같은 이름의 한강, 다낭을 오가는 여행자라면 꼭 한 번쯤 지나치게 되는 용교 역시 많은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이들을 위한 각종 오락거리가 있는 헬리오 센터 인근에서 펼쳐지는 야시장도 들러보고, 커다란 관람차 '선휠'이 있는 다낭의 랜드마크 선 월드(구 아시아 파크)에서 놀이공원의 즐거움을 만끽해보는 것도 좋다. 거기다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6대 해변 중 하나로 손꼽힌 다낭 해변에서 여유를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특히, 아이를 둔 엄마 입장에서는 리조트를 향한 로망을 버릴 수가 없는데, 다양한 리조트를 엄선해놓은 책의 정보를 꼼꼼하게 읽고 마음에 드는 리조트 선정에 도움을 받아봐야겠다.

 

 

 

다낭 여행방법

넓고 넓은, 한적한 해변이 매력적인 다낭은 아름다운 자연을 중심으로 여행하는 것이 가장 좋다. 다낭 시내는 매력이 적은 편이라 리조트가 아니라도 되도록 해변 가까이에 있는 숙소 구하기를 추천한다. 크지 않은 다낭 시지만 자전거를 타기에는 환경이 좋지 않으므로 오토바이나 자동차를 렌트하거나 택시 또는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최근 새롭게 정비된 다낭 시내버스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노선을 쉽게 알 수 있어 편리하다. / 71p

 

 

 

 

 

 

   동양의 베니스라 불리는 호이안은 넓은 들판에 목동이 소를 몰고, 자그마한 체구의 할머니가 신선한 채소밭에 물을 뿌리는 광경을 엿볼 수 있을 만큼 한적하면서도 고즈넉한 풍경을 선사하는 곳이다. 책에는 호이안 올드타운 산책 팁과 함께 각종 볼거리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상세히 수록해놓았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각종 박물관이나 공연, 액티비티까지 이용할 것들이 꽤나 다양한 편인데 그중에서도 농사일 체험이나 전통 방식의 낚시체험, 전통 대나무 배타기 등 시간별로 이루어지는 에코투어야 말로 특유의 베트남 문화를 경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일 듯하여 이를 적극 추천한다. 반면 베트남의 여느 도시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지닌 후에는 베트남 최초의 통일왕국인 응우옌 왕조 시절의 고대문화를 느껴볼 수 있는 이색적인 곳이다. 궁과 왕묘가 관광의 핵심이며, 일일투어의 경우 모두 둘러볼 시간이 부족해 아쉬움이 남을 수 있으니 여건이 된다면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호이안 여행방법

호이안 올드타운은 크지 않으므로 골목골목을 걸어서 돌아보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좀 더 넓은 범위는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빌려 돌아다니거나, 씨클로를 이용하기도 한다. 씨클로는 반드시 미리 흥정을 하고 타야 하며, 30분에 5~10만 동이면 충분하지만 정해진 요금이 없으므로 적당한 선에서 흥정하다. 내릴 때 이야기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처음 흥정할 때 확실히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 저녁에는 올드타운 곳곳에서 각종 전통 공연이 열리고, 각종 전통 음식을 파는 노점이 늘어선다. 소소한 기념품을 살 수 있는 야시장도 매일 저녁 열린다. / 131p

 

 

후에 여행방법

궁과 왕묘가 후에 관광의 핵심이다. 각 무덤들이 흐엉강 유역 곳곳에 흩어져 있어 개인적으로 차량을 대절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각 여행사에서 진행하는 일일투어를 이용한다. 모든 볼거리를 하루에 둘러보는 투어가 가장 인기 있지만 이 경우 왕궁을 여유롭게 둘러보기 힘들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왕궁은 한나절 정도 여유롭게 둘러보고, 그 외의 지역들은 여행사의 투어를 이용하거나 차량을 대절해서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현대적으로 발달된 시시가지에는 특별한 볼거리가 없으므로 여행자 거리 인근에 머무는 것이 편리하다. / 185p

 

 

 

 

 

 

   뭐니 뭐니 해도 베트남 하면 먹거리가 아닌가! 언젠가 예능프로그램 <신서유기>에서 출연진들이 반쎄오를 먹으며 입에서 오케스트라가 펼쳐지는 것 같다고 설명한 적이 있었는데, 과연 그 맛이 어떨지 무척 궁금하다. 한국 베트남 음식점에 일부러 찾아가서 먹어본 적도 있지만 어쩐지 베트남 현지의 그 두툼하고 커다란 크기가 주는 압도감은 느낄 수 없었기에 꼭 현지에서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진한 육수가 우러난 쌀국수와 반미, 분짜, 분보후에 등도 꼭 먹어보고 싶은 것 중에 하나다. 특히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망고떡은 꼭 먹어보리라!

 

 

 

 

 

 

   이렇듯 <다낭 셀프트래블> 속에는 다낭과 그 인근 지역인 호이안과 후에에 관한 다양한 정보들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잘 정리해놓았을 뿐더러 경험을 통해서 느낀 필수 정보까지 담겨져 있으니 여행자들이라면 꼭 참고해보시길 추천한다. 각종 상세 지도를 비롯하여 교통 정보와 같이 꼭 알아야 할 내용까지 꼼꼼하게 적혀 있으니 이를 잘 활용한다면 현지에서 헤매지 않고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언젠가는 꼭 가보리라 마음먹었던 여행지인 만큼 적극 참고해서 즐거운 자유여행이 될 수 있도록 계획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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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문자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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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미스터리 초기작!

11글자에서 비롯된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추리소설작가의 분투!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라플라스의 미녀>와 같이 최근에 발표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그간 선보였던 정통 미스터리와 달리 SF나 휴먼 미스터리라는 좀 더 색다른 장르의 조합을 시도하는 흔적들이 눈에 띈다. 덕분에 전형적인 일본식 미스터리 작가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장르소설작가의 한계성까지 뛰어넘으려함으로써 더욱 많은 대중들에게 호응하고 있는 것 또한 인상적이다. 그럼에도 초창기의 작품에서 선보였던 특유의 탐정 혹은 형사 추리물 또는 일본 고유의 추리소설의 계보에 부합하는 작품들은 아직까지도 독자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재평가되고 있는 작품들도 상당하여 다시금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에게 열광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으니 가히 독보적인 작가라 할 만하다.

 

 

 

무인도로부터 살의를 담은 메시지가 당신을 노리고 있다

 

 

   <11문자 살인사건>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무려 1987년에 발표한 정통 추리소설이다. 여성 추리소설 작가로 활동 중인 '나'가 어느 날, 애인이 누군가에게 처참하게 살해되어 시체로 발견된 일을 계기로 사건의 전말을 추적하는 데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녀는 친구이기도 한 출판사 편집 담장자 후유코와 함께 사건의 단서를 수집해나가면서 마침내, 애인의 죽음이 1년 전에 한 스포츠플라자의 사장의 주체로 벌어진 요트 여행과 그곳에 참여했던 일행들 사이에서 벌어진 사고와 관련있음을 눈치채고 만다. 하지만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이들이 하나씩 피살되고, 종국엔 자신의 목숨까지 위험한 지경에 처하고 만다.

 

 

 

지금, 뿌리 깊은 증오가 내 마음을 지배하고 있다.

그 증오를 버릴 수도, 그대로 지닌 채 살아갈 수도 없다.

그래서 실행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그들'에게 묻고 싶다.

진정한 해답은 어디에 있는가?

아니…….

'그들'은 결코 입을 열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해답이 무엇인지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테니까.

그걸 생각하면 나의 증오는 불꽃처럼 타오른다.

'무인도로부터 살의를 담아.'

이 한 줄이다. 그리고 이거면 충분하다. / monologue 1 중에서

 

 

 

 

 

 

   마침내 인적이 드문 Y섬이라는 무대로 1년 전 사건에 연루된 모든 주인공들이 한 자리에 모이고, 일어나야 할 일이 일어나기라도 한 듯 경악할만한 또 한 명의 인물이 피살을 당한다. 하지만 모두의 알리바이는 완벽하다. 대체 '무인도로부터 살의를 담아' 이 11문자의 살인 메시지를 보낸 이는 누구인가. 이 공포의 무대에서 벗어나면 다시 이 전의 삶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모두에게 치명적인 상흔을 남긴 1년 전 사건의 진실은 또 무엇인가. 사건의 전말이 한꺼풀씩 벗겨질 때마다 드러나는 불편한 진실은 모든 추리소설이 그러하듯 선과 악의 그 모호한 경계 앞에서 갈등하게 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내가 선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정말로 선인 것인가, 모든 악은 그저 악인 것인가 하는 질문들 말이다.

 

 

 

"현실의 사건은 흑백이 분명하지 않은 부분이 많지. 선과 악의 경계가 애매하잖아. 그래서 문제 제기는 할 수 있지만 명확한 결론은 불가능해. 항상 커다란 무언가의 일부분일 뿐이야. 그런 점에서 소설은 완성된 구조를 지니고 있잖아. 소설은 하나의 구조물이지. 그리고 추리소설은 그 구조물 중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일 수 있는 분야 아니야?"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내가 말했다.

"선와 악의 경계선에서 고민한 적 있어요?"

"그야 당연히 있지." / 17p

 

 

 

 

 

 

   <11문자 살인사건>은 사실 중반부쯤에 이르다보면 연쇄살인범의 정체가 혹시 이 사람이 아닐까 하고 짐작하게 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리소설 작가의 시선을 따라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정통 추리소설이 주는 묘미를 충분히 느끼게 할 만큼 재미있는 작품이다. 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라면 꼭 읽어봐야 하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찜통같이 더운 요즘, 다시 출간되고 있는 그의 초기작들을 읽으면서 이 기나긴 무더위를 잊어보시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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