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 - 미세먼지 걱정 없는 에코 플랜테리어 북
정재경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반려식물이 선물하는 삶의 기적같은 변화들!

미세먼지로부터 우리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식물 키우기 프로젝트!

 

 

   작년 식목일에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토마토 묘종을 받아왔다. 이미 어린잎이 돋아 올라 손가락 길이만큼 자란 상태였다. 그간 그 죽이기 어렵다는 선인장마저도 죽여 본 전적을 지닌 나로서는 아이의 이름이 새겨진 화분을 바라보며 이번만큼은 잘 키워보리라 굳게 다짐했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줄기가 처음보다 손 한 뼘 크기만큼 뻗어 올라 잘 자라는가 싶더니 이내 성장을 멈추고 시들시들해져만 갔다. 정말 나는 식물 키우기에는 재능이 없는 것일까, 진심으로 좌절한 나는 내 인생에 식물이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 다시 찾아 온 식목일, 이번에도 아이가 어김없이 토마토 묘종을 받아왔다. 나는 또 아까운 식물 하나 죽이겠구나 싶어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햇볕이 충분히 잘 드는 곳으로 이사를 온 덕분인지 지난달에 토마토 두 개가 빨갛게 영글었다. 세상에나. 덕분에 나도 식물을 잘 키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은 물론이요, 매일 아침마다 아이가 분무기로 토마토 화분에 물을 주고 손으로 쓰다듬어주기까지 하는 광경을 보며 무언가를 키우고 가꾼다는 것이 얼마나 긍정적인 힘을 발휘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한 번의 경험으로 또 무작정 식물을 키우려고 덤벼들었다가 실패를 맛볼까 몇 번이고 꽃집 근처에서 발길을 돌렸던 나는 <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이라는 책을 접하고서 드디어 마음을 굳히기에 이르렀다. 저자가 소개하는 반려식물의 매력과 그것이 선물하는 삶의 기적 같은 변화를 우리 가족도 느끼며 살 수 있는 미래를 꿈꾸게 된 것이다.

 

 

 

 

 

 

공기정화식물 200그루로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선포하다

 

 

   <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은 날로 심각해지는 미세먼지의 걱정을 잊고, 아름다운 실내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플랜테리어의 노하우가 담긴 취미실용서다. 저자는 유독 호흡기가 약한 아들이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 새빨간 코피를 흘리는 것을 계기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실내공기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공기정화식물을 관심을 갖게 된 그녀는 마침 주택으로 이사해 식물이 가득한 '숲' 같은 집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부지런히 식물들을 키웠고, 덕분에 건조한 겨울에도 가습기가 따로 필요 없고 식물의 싱그러운 초록색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 평정심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작년 겨울부터 지금까지 아이가 밤사이 자주 코피를 흘리고, 이불과 베개가 피투성이가 된 것에 기겁을 하며 깬 적이 한두 번이 아닌 나로서는 눈이 번쩍 뜨였다. 습도를 맞추기 위해 빨래도 실내에서 널어 말리고, 가습기도 돌리고 청소도 꼼꼼하게 하면서 아이의 기관지 관리에 신경써왔지만 번번이 실패했기에 식물 키우기는 도전해볼 수 있는 또 다른 대안임에 분명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저자는 지난 1년간 식물이 가득한 온실 같은 집을 통해 임상 실험을 해본 결과, 식물이 100그루 정도 있을 때 실내 미세먼지 수치는 외부의 20%, 식물이 200그루 정도일 때는 10%에 불과했으며 건조한 겨울에도 습도가 60% 선을 유지해, 가습기가 필요 없었다고 한다. 식물이 먼지를 많이 흡수해, 공기청정기 작동 시간과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신기하게도 집 안에 굴러다니는 먼지가 보이지 않아서 청소도 매일 할 필요가 없어졌으니 여러모로 이로운 점이 많아진 것이다.

 

 

 

특히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식물 키우기를 적극 추천합니다. 식물의 초록색은 보기만 해도 알파파를 증가시켜 뇌를 활성화시켜요. 알파파는 심리적 안정 상태에서 많이 발생하는 뇌파인데, 우리가 아는 '엠씨스퀘어'가 그런 역할을 하는 기계지요. 뿐만 아니라, 식물이 만드는 음이온은 혈액 정화, 통증 완화, 세포 부활, 저항력 증진, 자율신경의 조정 능력 향상에 도움이 돼요. / 24p

 

 

 

 

 

  책은 우리 집에 어울리는 식물을 찾는 법, 식물 초보자 혹은 식물 킬러들도 쉽게 가꾸고 키울 수 있는 식물들, 감각 있는 화분 스타일링, 식물 기본 관리법 등 반려식물과 함께 하는 생활의 각종 노하우들을 소개한다. 그 중 "우리 집엔 어떤 식물이 좋을까요?"라는 질문에 '나에게 가장 좋은 에너지를 식물이 무엇인지 직접 보고 느껴볼 것'을 권하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다. 어떤 식물에 아름다움을 느끼는지는 개인 취향에 속하기에 정답이란 없으며 화원에 들러 나에게 가장 좋은 에너지를 주는 식물이 무엇인지, 어떤 나무를 보면 기분이 좋은지,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식물은 어떤 것인지 직접 느껴보라는 것이다. 덕분에 나는 이 대목에서 쉽게 시드는 꽃보다는 푸릇푸릇하고 굵은 잎사귀가 포인트인 화초를 더욱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식물 스타일링에서 꼭 기억해 둬야 할 것은 학창 시절, 미술시간에 배웠던 '비례, 균형, 대칭, 리듬감'이에요. 화분 전체 덩어리 감으로 비슷하게 대칭을 잡고, 각각의 덩어리에 강, 약, 중강, 약 그리고 대, 중, 소로 리듬감을 주는 겁니다. 비례는 '2:1'을 기억해 두면 황금 비례와 유사해 시각적으로 훨씬 아름답습니다. 사진 속 화분들을 그저 나란히 늘어놓았다고 생각해 보세요. 덜 아름다웠겠죠? / 39p

 

 

스킨답서스는 자라는 속도가 빠른 편이라, 키우는 재미를 알려 준답니다. 반려식물을 키우겠다 마음먹었을 때 처음 시작하기 좋은 '엔트리' 식물이죠. 병충해가 거의 없고, 관리를 약간 소홀히 해도 쉽게 죽지 않아요. 집, 사무실, 상업 공간, 빛이 들어오지 않는 실내 어디서든 잘 자라는 환경 적응력이 아주 뛰어난 식물이죠. 오늘부터 식물을 키우기로 마음먹었다면, 스킨답서스를 물에 꽂아 키우길 추천합니다. 지금은 200그루가 넘는 식물들과 함께 살고 있지만, 처음엔 저도 스킨답서스를 스파티필룸, 테이블야자와 고무나무, 산호수 같이 쉽게 만날 수 있고 키우기 만만한 식물들로 시작했습니다. / 153p

 

 

아레카야자는 병충해, 관리, 공기정화 능력, 휘발성 화학물질 제거력, 증산력 등을 고려하는 NASA의 종합 평가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식물이기도 해요. 그러나 누구에게나 정답은 아닐 수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아레카야자를 잎끝이 날카로워 싫다고 말하는 친구를 만났거든요. 거짓말 조금 보태서, 마치 알을 깨고 나온 것 같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누구나 좋아할 만한 무난한 식물이라 생각했는데, 제 친구는 둥글고 넓적한 잎을 좋아하는 분명한 취향을 갖고 있었던 겁니다. / 177p

 

 

 

 

 

 

   지금은 200그루나 되는 식물을 집에서 키우며 각각의 조건에 맞춰 잘 관리하고 있지만, 저자 역시 식물 돌보기에 있어 왕초보 시절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처음에는 식물의 이름도 성도 모르고 그냥 잎사귀 모양이 마음에 드는 것만 골라서 집으로 데려온 것은 물론, 언제 물을 줘야 할지 몰라 '물 한 번 주고 눈치 보고, 또 한 번 주고 눈치 보고'를 반복했다는 것이다. 하여 그녀는 가장 기본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식물 관리 팁 세 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는 '뿌리는 건조하게 잎은 촉촉하게 하기'다. 화분에 물을 줄 때는 흙이 완전히 말랐는지 확인한 후, 뿌리 끝까지 젖도록 충분히 물을 주어야 한다. 화분의 흙이 완전히 말랐는지 알 수 없다면 흙 속에 나무젓가락을 꽂았다 빼어보자. 이때 흙이 묻어나오지 않는다면 완전히 마른 것이다. 두 번째는 '노랗게 변하거나 시들시들한 잎은 제거할 것'이다. 보통 시든 잎이 생기거나 잎이 노랗게 변하면 식물이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절대 상심하지 말고 생장점을 자르지 않게 주의해서 잎만 제거할 것을 권장한다. 세 번째는 '뿌리에는 비료와 EM 용액을, 잎에는 분부기로 EM 용액 뿌리기'다. 미생물을 배양한 EM 용액은 만병통치 용액!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무료로 배포하기도 하니 사기 전에 알아보고 활용해보기를 추천한다.

 

 

 

   퇴근 후, 나는 결국 그간 미뤄뒀던 꽃집에 들러 나의 마음을 끄는 반려식물을 구입했다. 바로 스투키와 크루시아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혹은 흙이 말랐을 때만 신경 써서 물을 줘도 될 만큼 도전하기 쉽고, 미관상 정이 가는 이들이라 선뜻 구입할 수 있었다. 저자가 그러했듯 200그루에 달하는 반려식물을 키우기는 현실적으로 곤란한 처지지만, 마음을 끄는 반려식물들을 만나면 정을 주고 정성을 다해볼까 싶다. 덕분에 아이가 코피 흘리기를 멈추고 집안에서라도 좋은 공기를 마시고, 정서적으로 안정을 얻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나처럼 식물 키우기를 주저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이 책으로 용기를 얻고 한 번 도전해보시길 적극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세트] 그들에게 사면초가 1~2 (완결) - 전2권
소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쌍둥이들의 애정공세를 받게 된 어느 평범한 여고생의 심쿵 로맨스!

 

 

 

  무려 23년 전에 방영된 드라마지만 여전히 저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드라마 한 편이 있습니다. 바로 <느낌>이란 제목의 로맨스 드라마입니다. 청순하고 가련한 느낌의 여주인공이었던 우희진을 중심에 두고 당대 최고의 하이틴 스타 손지창, 김민종, 이정재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었지요. 늘 한결 같이 다정하고 밝은 손지창, 항상 진중한 모습의 김민종, 외향적인 성격의 이정재는 저마다 다양한 매력을 지니고 있어서 마치 내가 여주인공이 된 것처럼 누굴 선택해야 할까 고민에 빠지곤 했지요. 지금 생각하면 세 형제가 한 여자에게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은 세상에 이런 일이에나 나올 법한 일이지만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사랑스러운 판타지에 빠져들고 싶을 때가 있기에 아직도 이 드라마를 떠올리면 괜히 설레기까지 합니다.

 

 

 

  "인생에 한 번쯤은 인기가 폭발하는 시기가 찾아온다는데….

나는 그 시기가 지금인 것 같다."

 

 

 

   평점 9.9에 네이버 웹툰에서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그들에게 사면초가> 역시 그런 느낌을 떠올리게 합니다. 평범한 여고생인 여주에게 느닷없이 찾아온 네쌍둥이의 고백이라니! 자상하고 다정한 데다 공부도 일등은 일남이, '너만 보인단 말이야~' 라는 BGM이 어쩐지 잘 어울릴 것 같은 직진본능 이남이, 운동선수이지만 도서관에서 책 읽기를 좋아하고 늘 있는 듯 없는 듯 행동하지만 여주를 향한 일편단심 삼남이, 요리와 청소하기를 좋아하고 연하남 같은 귀여운 매력을 뿜어내는 사남이까지. 이 샤방샤방한 꽃돌이들로부터 애정공세를 받게 되는 여주가 그저 부러운 1인입니다.

 

 

 

말 그대로 사면초가!

 

 

 

 

 

 

   착한 심성을 지닌 일남이의 자상한 면에 마음이 이끌리는 여주를 보며 만약 제가 저런 상황이라면 그럴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든 사람들로부터 칭찬이 자자하고 인기 많은 남자로부터 좋아한다고 고백을 들었으니 마음이 끌리지 않을 수가 있나요. 하지만 이런 스타일은 연애를 하다보면 때로 피곤해질 때가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잘 해줘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배려심이 너무 강하다보니 솔직한 마음은 잘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때문에 일남이와 가까워지면서도 동시에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여주의 심리가 이해가기도 합니다.

 

 

 

   한편 이남이는 겉으로는 강해보이고 툭툭거리기 일쑤지만 좋아하는 여주에게만큼은 온 마음을 다하는 츤데레 같은 구석이 있는 녀석입니다. 내 스타일~~~ 하하. 하지만 애석하게도 수많은 로맨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이런 캐릭터에게 사랑에 빠지려면 꽤나 시간이 걸리더라는 것입니다. 오로지 나만 바라보라고, 내게 직진해서 오라고 상대방이 정면으로 돌진해오면 덜컥 브레이크가 걸리게 되나 봅니다. 참, 마음이란 건 오묘한 것이지요.

 

 

 

 

 

 

   이남이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성격의 삼남이는 여주가 존재감도 느끼지 못할 만큼 내성적인 구석이 많지만, 그래서 더 믿음직하고 묵묵하게 그녀의 등 뒤를 바라봐주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구석이 있습니다. 아, 이런 녀석이 내 스타일이었던가. 하하. 여주가 고민이 있을 때 결정적으로 그녀의 곁에서 위로 아닌 위로를 해주게 되는 건 역시 그! 사실 살다보면 느낍니다. 이런 녀석이 진국이라고요.

 

 

 

 

 

 

   사남이는 귀여운 구석이 다분한 정말, 여자 사람 친구 같은 구석이 많은 녀석이지요. 여주와의 로맨스 중심에서는 다소 멀어 보이지만 극중 여주의 친구 나비와 감초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렇듯 <그들에게 사면초가>는 배경은 단조롭지만 다양한 캐릭터의 등장과 과연 여주가 누구와 사귀게 될까 다음 회를 기다리게 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완결까지 한 데 모아 두 권으로 엮었지만 무더운 여름 시원한 에어컨 아래에서 읽다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마지막 페이지에 이를 만큼 술술 잘 읽히기도 합니다.

 

 

 

 

 

 

   마지막 페이지에 실려 있는 다른 유명 작가들의 축전과 특별히 수록된 그림엽서까지 챙겨보는 즐거움도 있으니 이번 여름, 휴가지 혹은 주말에 가벼운 마음으로 하이틴 로맨스 만화 한 권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 출간 30주년 기념판
로버트 풀검 지음, 최정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단순해보이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진리는 알고 보면 우리가 이미 배운 것들이다!

 

 

 

   4살이 된 아들에게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가지고 놀 던 것 제자리에 둬야지. 친구랑 나눠 먹어야겠지? 밖에 나갔다가 와서는 손 씻고 놀아라. 밥 먹을 때는 제자리에 앉아서 먹어야 한다. 골고루 먹어야지. 항상 차 조심하고 주변을 살펴보고 횡단보도를 건너야 해. 물건을 던지거나 친구를 때려서는 안 돼!" 같은 것들이다. 생각해보면 이런 말들은 아이가 어릴 때나 하는 말인 것 같지만, "제자리에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자. 콩 한쪽이라도 나눠먹어야지. 빗길에 운전 조심해. 부당한 폭력이나 위협은 모두를 긴장하게 만들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 와 같이 좀 더 세련되고 어른스러운 말로 바꿔서 사용할 뿐 성년이 되어서도 실상 어릴 때 듣던 말과 다름없는 말들을 하고, 또 듣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어떻게 살 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에 대해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나는 유치원에서 배웠다'던 로버트 풀검의 깨달음은 틀린 말이 아닌 듯하다. 의미 있는 삶을 사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은 이처럼 가장 기본적인 것들로부터 비롯되며 정작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아는 것이 아니라 아는 대로 사는 것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생은 유치원에서 배운 것들을 제대로 아는지, 실천하는지 끊임없이 확인하는 과정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1988년에 출간되어 무려 97주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현재까지도 전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는 로버트 풀검의 에세이집이다. 그의 사소한 일상, 이웃들, 낯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특유의 따뜻한 어조와 시선으로 담아낸 이 책은 아주 소소하지만 단순한 것들로부터 삶의 진리를 얻는 어느 다정한 할아버지의 일기장을 엿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이 책은 첫 출간 이래 꽤 오랜 세월 동안 여러 번의 개정 과정을 거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사실은 우리가 어릴 때 배웠던 유치원에서의 가르침은 살아가는 내내 필요하며 그 안에 가장 중요한 삶의 지혜가 존재함을 강조한다. 강의, 백과사전, 성경, 회사규칙, 법, 설교, 참고서 등 훨씬 복잡한 모습으로 바뀌기만 할 뿐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유치원에서 배운 것들을 계속 다시 배우는 과정을 거치며, 생은 우리가 유치원에서 배운 것들을 제대로 아는지, 실천하는지 끊임없이 확인하는 여정이라고 말이다.

 

 

 

우리는 살면서 옳고 그름, 선과 악, 진실과 거짓의 문제에 부딪힌다. 그럴 때마다 아주 어린 시절,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것을 세심하게 가르쳐주던 그 방으로 들어간다. 물론 그때 배운 것이 말 그대로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때 배운 기본적인 것을 체득하지 못했다면, 개인과 사회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반대로 기본적인 것을 잘 알고 아는 대로 실천하고 있다면, 인생에서 알아야 할 나머지 것들에 튼튼한 토대가 쌓이는 셈이다. / 25p

 

 

 

 

 

 

거미가 줄을 타고 올라갑니다.

거미가 줄을 타고 올라갑니다.

비가 오면 부서집니다.

해님이 다시 솟아오르면

거미가 줄을 타고 내려옵니다.

거미가 줄을 타고 내려옵니다.

  '거미와 인간'편에서는 이와 같은 노래가 등장한다. 4살인 나의 아들이 곧잘 부르곤 하는 동요다. 워낙 널리 알려진 탓에 이 무렵의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접하게 되는 곡이기도 하다. 그나저나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에게 왜 이 노래를 가르칠까? 이에 대해 저자는 이 노래가 삶의 모험을 분명하고 쉬운 말로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끊임없이 모험을 찾아다니는 이 작은 생물은 빛을 향해 가는 긴 터널, 즉 배수관을 발견하고 올라가려 하지만 그만 비가 오고 홍수가 나 재난이 닥치고 만다. 거미는 밀려 떨어져 처음에 있던 곳보다 더 먼 곳으로 쓸려 내려간다. 하지만 해가 나오고 구름이 걷히고 젖은 몸이 마르자, 다시 배수관으로 기어가서 위를 보며 저 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어 한다. 전보다 조금 더 현명해졌기에 먼저 하늘을 살펴보고, 발을 내디딜 튼튼한 곳을 찾고, 기도를 올리고, 빛을 향해 수수께끼 같은 곳을 뚫고서 올라가려 한다.

 

 

 

   이처럼 저자는 거미가 보여주는 일련의 행위를 통해 역경을 헤치고 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생명력, 고난을 이겨내는 끈기를 들여다본다.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나는 단순히 거미의 습성 혹은 올라가다와 내려가다의 의미를 배울 수 있는 곡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곳에서 놀라운 생명력과 희망, 인내, 끈기를 발견해내는 저자의 상상력과 애정 가득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남다른 포용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이러한 남다른 감수성은 페이지 곳곳에서 빛을 발휘한다.

 

 

 

살아 있는 것에게 소리 지르는 일은 영혼을 죽일 수 있다.

막대기와 돌은 우리의 뼈를 부러뜨리지만, 말은 우리의 마음을 부러뜨린다. / 72p

 

 

 

 

 

 

   또 하나의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있다면 바로 '인어들' 편이다. 교회에서 부모들이 모임을 하는 동안, 일곱 살에서 열 살까지의 아이들 80명을 돌보는 임무를 맡았던 때를 회고하며 쓴 글이다. 그는 아이들과 거인과 마법사와 난쟁이 놀이를 하기로 하고, 팀을 나눠 거인과 마법사와 난쟁이 가운데 어느 것을 할지 아이들에게 가위 바위 보를 통해 결정하도록 한다. 아이들이 잔뜩 흥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하는 가운데, 조그마한 여자아이가 자신을 쳐다보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묻는다. "인어는 어디에 서요?" 하고. 이 놀이에서 인어는 존재하지도 설 곳도 없다. 하지만 여자아이는 거인이나 마법사나 난쟁이 어느 것도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자신만의 카테고리를 갖고 있었는데, 그것이 인어였던 것이다. 아이는 당연히 인어가 설 자리가 있으며, 그가 그것을 안다고 믿고 있는 얼굴이다.

 

 

글쎄……. 인어는 어디에 서야 하나? 인어들, 남과 다른 사람들, 표준에 맞지 않는 사람들, 이미 만들어진 상자와 비둘기집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어디에 서야 하나? / 127p

 

 

 

   저자는 여자아이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인어는 바로 여기 바다의 왕 옆에 서는 거야." 그와 여자아이는 손을 꼭 잡고 거인과 마법사와 난쟁이들이 미친 듯이 날뛰는 것을 지켜보며 서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인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나는 적어도 한 명의 인어를 직접 알고 있다. 손도 잡아보았다.'는 말로 이 에피소드를 마무리한다. 우리는 흔히 세상이 원하는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아웃사이더라고 규정짓는다. 남과 다르면, 기준점에서 벗어나면 이단아로 치부하고 중심에서 밀어낸다. 만약 이때 그가 "세상에 인어란 없단다. 너도 거인이나 마법사, 난쟁이 중에 하나를 고르렴." 하고 대답했다면 여자아이는 자신이 설 자리를 잃고 헤매게 되지 않았을까.

 

 

 

   이처럼 그의 책 속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제공하는 재미난 에피소드들로 인해 때로는 따뜻하고, 울컥하기까지 하며 유머러스한 이야기까지 만날 수 있다. 그러는 와중에 우리는 잊었던 어린 시절의 한 페이지들을 떠올리고, 나의 이웃을 돌아보게 되기도 하며 아주 반짝이는 문장 하나와 함께 내 인생을 밝혀줄 아름다운 삶의 철학들을 깨닫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사람은 가끔 자신이 설교하는 것을 실천해야 한다. 편견 없이 자비로운 마음으로 나방을 봐야 한다고 설교한다면, 꼬마들도 좀 더 관대한 눈길로 봐야 할 것이다. 비단을 만들 수 있는 나방이 있듯이, 사리에 맞는 말을 하고 '날아다니는 작은 테디 베어'를 알아보는 아이도 있다. / 212p

 

 

나는 로카르의 법칙을 확장해 '풀검의 교환법칙'을 만들어냈다. 이 세상에 살았다 가는 모든 사람이 자기도 모르게 무엇인가를 남기고 무엇인가를 가져간다는 것이다. 이 '무엇인가'는 볼 수도, 들을 수도, 셀 수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도 없다. 그것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남기는 것이며 다른 사람들이 우리 마음에 남기는 것, 바로 추억이다. / 270p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를 읽으며 나는 내 아이에게 정작 가르쳐야 할 것은 가나다라 한글이나 ABCD 같은 영어 따위가 아니라, 아이가 자라서 삶이 녹록하지 않음을 느낄 때마다 꺼내볼 수 있는 아름다운 추억 하나, 이웃 한 명,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삶의 방식 같은 것들이라는 점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나 역시 내 일상 곳곳에서 묻어나오는 작은 가르침에 더욱 귀 기울이는 삶이야말로 내 인생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또 힘들 때일 수록, 어려운 때일 수록 내 가슴을 따듯하게 채웠던 것들을 기억하자. 그리고 기본에 충실하자. 그러면 무거웠던 것도 좀 내려지고 늘 새로이 시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그녀 이름은
조남주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그녀들, 그 생생한 육성들!

특별해보이지 않지만 오늘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들의 이야기!

 

 

 

   무려 십년 전의 일이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잊을 수 없는 일 하나가 있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술기운에 얼굴이 불콰해진 한 아저씨가 올라타 빈자리를 찾는 모습이 눈에 띄게 불안해보였다. 마침 버스 가장 뒷자리에서 앉아 있던 나는 처음부터 그가 한 여중생의 뒷자리에 앉는 광경을 지켜보게 되었다. 그는 혼자서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주저리주저리 하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듯했는데, 갑자기 맞은편에 앉아 있는 20대 청년으로 보이는 이에게 여자를 만져봤냐, 안을 때는 남자가 박력 있게 이렇게 안아야 한다는 둥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면서 앞에 앉아 있는 여중생의 목을 팔로 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여자를 꼬드기는 방법에 대해 청년에게 설명하는데, 그러는 와중에도 여중생은 옴짝달싹도 못한 채 그저 바들바들 떨기만 하고 있었다. 나를 더 어이없게 만들었던 것은 백미러로 힐끔힐끔 쳐다보기만 할 뿐 버스를 멈추거나 제지하지 않는 기사와 맞은편에서 그저 피식 웃고 말아버리는 청년의 태도였다.

 

 

 

   사실 꽤 정의로운 성격은 아니지만 이번 일은 도저히 두고만 볼 수 없어 결국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여중생에게 다가가 "그러게 언니가 여기 앉지 말랬잖아." 하고는 내가 앉았던 자리로 이끌고 갔다. 그 아저씨는 나를 힐끔힐끔 불쾌하게 쳐다보기만 할 뿐 그 뒤로 이렇다 할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혹시나 여중생을 따라서 내릴까봐 나는 그녀와 함께 내려 버스가 떠나가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사실 평소의 내 성격에 비하면 이 날의 일은 꽤 용감하게 행동한 일이었으나, 아직까지도 나는 왜 그렇게밖에 행동하지 못했을까 자책하는 마음이 더 크게 남아 있다. 그때 여중생의 언니인 척 하려 꺼낸 말이 도리어 왜 여기에 앉아서 이런 일을 당했느냐고 오히려 여중생을 나무라는 듯했던 것은 아닌지, 잘못을 꾸짖어야 했다면 술 취해 여중생을 추행한 그에게로 향했어야 옳았고, 모두가 침묵하고 있었던 주위 사람들과 아무런 조취도 취하지 않은 기사에게 향해야했던 것은 아닐까.

 

 

 

   만약 십년 후인 오늘에 이러한 일을 다시 겪게 된다면 나와, 버스 안의 사람들은 좀 더 다르게 행동했을까? 그때의 그 여중생도 이렇다 할 대꾸 한번 하지 못하고 바들바들 떨고만 있었던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있을까? 이렇듯 누군가의 폭력에, 사회의 시스템이 휘두르는 권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마음에 상처를 입고 살아가는 여성들이 많다. 조남주의 소설 <그녀 이름은>은 가정과 학교, 회사, 사회 곳곳에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여성과 그들이 받은 상처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오늘도 한 걸음씩 내딛고 있는 그녀의 용기들을 28편의 단편으로 엮은 소설집이다. 나의 이야기이자 나의 누군가가 겪고 있을지 모를 흔한 이야기지만 그래서 특별한, 그녀들의 목소리를 담은 의미 있는 기록들이다.

 

 

 

내가 오늘 삼킨 말, 다른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는 말 

 

 

   <그녀 이름은>은 <82년생 김지영>과 <현남 오빠에게>로 이어지며 우리 사회 여성들의 삶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작가 조남주의 최신작이다. 아홉 살부터 예순아홉 할머니까지 육십여 명에 이르는 여성들이 "특별히 해줄 말이 없는데" "내가 겪은 일은 별일도 아닌데"라며 덤덤하게 꺼내놓은 이야기들이 소설로 재탄생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특별하지 않고 별일도 아닌 여성들의 삶이 더 많이 드러나고 기록되면 좋겠습니다'라는 작가의 고백처럼 수많은 그녀들의 고백은 하나같이 나의 이야기 혹은 나의 엄마 혹은 친구들의 이야기처럼 낯설지 않지만 그간 별 것 아니라고 삼켰던 말들이 어느 하나 의미 있지 않은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엄마는 늘 저주처럼 말하지, 나중에 꼭 너 같은 딸 낳아서 키워보라고. 근데 엄마 그거 알아? 나는 나 같은 딸로 태어난 게 아니라 나 같은 딸로 키워진 거야, 엄마에 의해서. / 51p

 

 

"형부가 눈치가 좀 없네."

"눈치 없을 수 있는 것도 권력이야."

언니 말이 맞다. 눈치가 없다는 것은 눈치 볼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 95p

 

 

 

 

 

 

   소설은 사내에서 상사로부터 불미스러운 접촉과 만남의 요구받게 되자, 이를 회사에 문제 제기했다 도리어 자신이 악의적인 소문을 뒤집어쓰게 되고 부당한 피해를 겪게 된 소진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한다. 마치 재고품처럼 자신을 시집보내지 못해서 안달인 식구들, 버거운 일상, 불안한 미래, 하지만 계속 두근거릴 줄 아는 사람으로 살고 싶은 은순의 이야기, 우유부단한 남편과 꼿꼿한 시부모님 사이에서 답답해하다 결국 이혼을 선택한 정은, 서른여덟로 임신 구 개월 차에 이른 지선이 밝히는 임신부들의 고민들, 불안정한 고용환경에 대한 부당함을 밝히려한 KTX 해고 여승무원,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학교를 결석해야만 했던 진숙의 이야기 등 오늘도 가사와 육아, 직장 생활에서 자신의 이름을 잊은 채 살아가는 그녀들의 삶을 엿본다.

 

 

 

학교 행정은 비합리적인 부분도 있고 여전히 학부모들의 무료 봉사를 필요로 한다. 회사는 업무량이 너무 많고 어린아이 키우는 직원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 남편은 당연히 육아가 아내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사회는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엄마들을 '극성'이라고 매도한다. 그럼에도 엄마들은 직장을 다니건 다니지 않건 서로 도우며 자기 몫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혜는 달라져야 하는 것은 엄마들이 아니라 남편과 학교와 회사와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 118p

 

 

지금은 아니다. 내 복직만 생각했다면 이렇게 긴 시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불안정한 고용환경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승객의 안전을 비용과 효율로 계산하지 않고, 여성의 일을 임시와 보조 업무로 제한하지 않으려는 싸움. 나는 여전히 젊고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 153p

 

 

 

 

 

 

   현재 우리 사회는 엄마 혹은 그 이전의 세대들로부터 이어져온 부당한 관습과 쉬쉬했던 고민들로부터 더 이상 스스로의 삶이 평가절하 되는 관행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저자 역시 '다시 만난 세계' 편에서 정연이 '작은 승리의 경험이 더 큰 질문과 도전을 가능케 한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처럼 세상의 수많은 시도들이,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성과들이 더 많이 드러나고 언급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려되는 것은 조남주 작가라는 정체성이 '페미니즘'에 갇혀버리는 것은 아닐까 한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비슷한 주제가 나열되는 것만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82년생 김지영>, <현남 오빠에게>, <그녀 이름은>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은 계속해서 자신만의 언어로 하여금 세상을 끊임없이 설득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치열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또 이에 많은 대중들이 공감한다는 점에서, 현 시점의 우리가 가장 크게 고민하고 있는 주제와 부합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기에 꽤 유의미한 시도의 일환임은 틀림없다. 비록 '여성'의 시선이기는 하나, 사회의 부조리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드러내려는 시도들을 반드시 '페미니즘'이란 틀에 가둬서 볼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드니 말이다. 시스템의 부조리에 짓눌린 채 지금도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삼키고 있는 말을, 그 누구도 대신 해 줄 수 없는 말을 들어주고 드러내주어야 하는 것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몫일 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마음을 붙이는 시간 - 엄지와 검지로 즐기는 감성 스티커 아트북
동글동글 연이 지음 / 다산라이프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들만 스티커 놀이 하란 법 있나요?

답답하고 지친 하루의 끝에 가만히 내 마음을 붙여보는 치유의 시간!

 

 

 

   고단하고 답답한 하루의 끝, 책을 읽기에는 머릿속이 복잡하고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날이 있다. 텔레비전 채널만 하릴 없이 돌리는 것도 무료하고 잠도 오지 않는 밤이라 문득 책장에 꽂혀 있던 스티커북 하나가 떠올랐다. <마음을 붙이는 시간>이라는 제목의 감성 스티커 아트북이다.

 

 

 

   컬러링북을 사서 열심히 이런저런 색감을 덧붙여보는 취미도 시들해지려는 찰나에 간단한 스티커로 미완성의 공간을 채우는 재미라니. 거기다 답답하고 복잡한 마음을 스티커 하나하나에 실어 그곳에 붙박여놓고 나면 어쩐지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듯도 하달까.

 

 

 

하루 10분,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시간

 

 

 

 

 

 

   <마음을 붙이는 시간>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인 사계절을 주제로 하여 일상의 단면들을 따뜻한 일러스트로 구성한 아트북이다. 여기에 스티커와 나만의 그림을 더하면 손쉽게 완성된다. 잠시 누군가를 기다릴 때 차 안에서 한 번 쓱, 아이가 하원하기 전에 재미로 쓱, 엎드린 채 누워서 편하게 쓱, 하고 싶을 때 내 마음대로 페이지를 가리지 않고 붙이면 되니 뭔가 흥미롭다. 그간 어린 아들이 스티커북을 사달라고 조를 때마다 이게 뭐가 재미있다고 사달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막상 내가 해보니 이런 재미가 있구나, 싶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심심할 때, 휴식이 필요할 때, 새로운 취미생활을 찾을 때, 이불 밖이 위험하다고 느낄 때, 고마운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을 때, 이 책을 찾아 마음 붙이는 시간을 가져보시기를 추천한다. 아직 붙여보지 않은 페이지들은 아이와 함께 붙여보는 재미도 있을 테니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좋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