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교육 전문가가 알려주는 즐겁고 건강한 아들 성교육법!
우리 아들에게 올바른 성 의식과 젠더감수성을 전하기 위한
엄마표 성교육!
어느 날, 소변을 보려고 화장실에 가 있는데 4살이 된 아들이 "엄마, 쉬는 이렇게 해야지." 하며 허리를 앞으로
기울이며 소변을 누는 시늉을 한 적이 있다. "아, 엄마는 앉아서 소변을 볼 거야. 엄마한테는 고추가 없으니까." 하고 대답을 하니, "왜?
엄마는 고추가 없어?" 하고 질문을 다시 하는 것이었다. 이에 어떠한 대답을 해줘야 아이가 쉽게 이해를 할 수 있을까 나는 꽤 오랫동안 망설였던
것 같다. 남자한테는 있는데 여자한테는 없다는 식의 단순한 대답만으로 이 아이를 이해시킬 수 있을까, 어느 선까지 설명해줘야 하는 것일까 나
역시도 갈피를 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문득, 이 아이가 좀 더 자라 자신의 몸과 여성의 몸에 대해 궁금할 때가 오고 자라서는 성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할 무렵이 되면 엄마인 나는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았다. 역시나 막막한 건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마음 한 구석에 '이런 건 아빠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미뤄뒀던 것 같다.
되돌아보면 나의 세대까지만 하더라도 성교육에 대한 개념이 사회적으로 정착되어 있지 않았다. 성에 대해서 얘기한다는
것은 어쩐지 부끄러운 일이고 감춰야 할 것 같고,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만으로도 노골적이거나 변태적인 성향으로 취급받는 세대였으니 말이다.
그러다보니 근무하던 서점의 어린이 도서 코너에서 꽤 어린 아이들이 <why 사춘기와 성>이란 책을 유독 열심히 읽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거기다 첫 성경험의 시기가 언제이냐는 질문에, 이르면 13세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대답한 이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기사를 읽고 큰 충격에 빠진 적도 있다. 하물며 이제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때부터 기본적인 성교육이 실시된다고 하니, 우리 사회가
성교육 혹은 젠더교육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려 하고 있는 만큼 우리 가정 내에서도 즐겁고 건강하게 아이와 성교육 소통을 할 수 있는 방편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은 부모님들이 어릴 때보다 성 평등 의식이 더 강해진 사회에 맞추어
살아가야 합니다. 나아가 성 평등 의식이 더더욱 강해질 미래를 준비해야 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아들이 사회에 잘 적응하고 변화를 이끌어 나가게 하려면 부모님이 먼저
젠더감수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평소 집 안에서 부모님이 어떤 젠더의식을 드러내고 있는지가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니까요. / 42p
성교육의 출발점은 일상을
먼저 이야기하는 것!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 하는 법>은 부모들에게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성교육 방법을
전하기 위한 자녀교육서다. 엄마들이 아들 성교육을 어려워하는 입장을 고려하여 자연스럽고, 편하게, 행복하게, 즐겁게 웃으면서 할 수 있도록
일상처럼 접근하는 법을 알려준다. 특히 성교육이란 것은 한창 성에 관해 호기심을 가지게 되는 사춘기를 맞이했을 때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성적 결정권자는 자기 자신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엄마뿐만 아니라 남편도 함께 반드시 읽어보기를 권장한다.
"이제 아들을 아들답게 키우는 시대는 끝나 가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성적
행동에 대한 판단을 스스로 내리는 성적 자기결정권과 상대방의 성에 대해 이해하는 젠더감수성을 일상에서 가르치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즉, 성
의식과 성 평등에 보다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 15p
첫 번째 장에서는 아들 성교육을 위한 10가지 핵심 원칙을 소개하는데, 사실 아들 성교육과 딸 성교육은 달라야 할
이유가 없음을 원칙으로 하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자 아이는 여자 아이 답게, 남자 아이는 남자 아이 답게 라는 인식은 이제 사라져야만
한다. 또 성을 성관계로만 이해하다 보니 딸에게는 성폭력을 피하도록, 아들에게는 사고를 치지 않도록 조심시키는 식으로만 교육하고 있었던 기존의
성교육에서 탈피해야 할 것을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아이의 성장 단계를 생각하지 않고 부모가 지레짐작으로 너무 많은 정보를 집어넣거나, 내 몸의
주인은 오로지 나라는 자기결정권 교육 없이 오직 성 지식만 가르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에 올바른 성교육을 위해서는
첫째로 부모가 스스로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새로운 성교육을 배우겠다는 자세를 먼저 가져야 한다. 그런 다음에 부모와 아이가 일상처럼 질문과
대답이 계속 오고가는 대화를 통해 아이의 단계에 맞는 지식을 알려주고, 자기 몸은 소중하므로 그 주인으로서 몸에 대한 결정권이 자기에게 있듯
상대방의 몸에 대해서도 존중하는 태도를 먼저 가르쳐줄 것을 독려한다.
남자는 고추가 있고 여자는 고추가 없는 것이 아니에요. 남자는 음경과 고환이 있고
여자는 소음순과 대음순이 있습니다. 이렇게 표현을 바꾸니까 여자는 고추가 없는 열등한 존재가 아니라, 남자와 다른 성기를 가진 존재라는 점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까. 이렇게 인식해야 서로를 존중하게 됩니다.
이제부터는 '있다, 없다'가 아니라 '모두 있다'로 남성도 여성도 평등하다는 존중
의식을 키워 주세요. / 49p
사실 내 아이라는 이유로 아이에게 마음대로 뽀뽀하거나 아이의 몸을 만질 때가 있다. 심지어 아이에게 귀엽다면서
지인이 마음대로 아이에게 뽀뽀를 할 때 아이가 거부를 하면 "네가 귀여워서 그러는 거야" 하고 나도 모르게 지인을 두둔할 때가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나의 행동이 아이의 감정과 판단을 무시하는 행동이었다는 점을 책을 읽으며 반성하게 되었다. 비록 내 아이라 하더라도 아이의 몸은
아이의 것이므로 "뽀뽀해도 될까?" 하고 동의를 구하거나 아이가 품을 허락하지 않거나 스킨십을 거부하면 "지금은 엄마랑 안고 싶지 않아? 그래,
알았어." 하고 아이의 기분과 감정을 이해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아이의 감정과 판단을 존중한다는 신호를 계속 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아이가 '지금 나는 뭘 원하고 있지?' '지금 내 감정이 어떻지?' 하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연습을 하게 하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네 몸의 주인은 너다'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으로, 스스로 자기결정권과 스킨십 예절을 익히게 하는 이러한 시도가 다른
사람을 향한 배려와 존중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유념해야겠다.
이제 더 이상 무조건 욕구를 억누르라고만 가르치는 성교육은 의미가 없습니다.
'성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전제하에 안전하고 책임 있는 성관계를 맺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중략)… 연인 사이에
우발적으로 첫 섹스를 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서로 어떻게 처음 관계를 가질지 아무 대화도 안 하고 눈치를 보다가 갑작스러운 시간에 낯선
장소에서 준비도 없이 하는 섹스인 것이죠. 이런 섹스만큼은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말해 주셔야 합니다. 계획 섹스. 이게 정말 중요합니다. /
136p
앞서 말했듯이 2016년 '청소년 건강 행태 온라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국내 중고등학생들의 첫 성관계
연령이 13.1세이며, 성관계 경험이 있는 비율은 조사 대상의 6.3퍼센트에 이른다고 한다. 놀랍지만 이게 현실이다. 나의 아들이라고 예외는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여자 친구를 사귀느라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혹시 모를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느라 아들의 연애를 방해할
수도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를 위해서는 저자가 말한 대로 평소 꾸준한 대화가 필요해 보인다.
성적이 떨어지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아이가 부모님에게 연애를 감추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부모가 걱정하는 바를
솔직하게 이야기 하면서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나름의 방법을 찾아보는 게 중요한 듯하다. 특히 정확한 피임법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
스킨십을 비롯한 성관계는 상대방도 동의할 때 할 수 있는 것이지 상대방이 거부하지 않을 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게 필요하다.
상대방이 거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거부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는 것은 성적자기결정권을 대하는 기본 중의
기본임을 아이에게 이해시키는 과정이 꼭 선행되어야겠다.
이 외에도 책에는 아이의 자위행위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아이가 부모의 성관계를 봤을 때 취해야 할 태도는
무엇인지, 아이가 성폭력을 당했을 때 취해야 할 행동 등은 무엇인지 당황하지 않고 아이에게 올바른 성교육을 시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들이
실려 있다. 책의 말미에는 성교육 추천 도서나 성교육 동영상, 저자와 아들이 직접 나눈 섹스 토크 동영상이라든지, 성폭력 신고 전화번호도
기재되어 있으니 참고로 하면 좋을 듯하다.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 하는 법>을 읽으며 성교육이라는 것은 성관계를 중심으로 한 교육이
아니라 올바른 성의식은 무엇인지, 성 평등은 왜 중요한지, 젠더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과정임을 마음에 새기게 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언젠가 해야겠지'가 아니라 '지금 당장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우리 아들은 누구꺼?" 라고 질문했을 때
"엄마꺼"가 아니라 "내 꺼"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나의 성적 자기결정권만큼이나 타인의 결정권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도록 아주 사소한
데에서부터 실천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