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어디를 살까요 - 알면 돈 되는 신나는 부동산 잡학사전
김학렬.배용환.정지영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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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을 배우고 싶은데 아무 것도 시작조차 하기 어려운 초보들을 위한 책!

나한테 꼭 맞은 특별한 부동산 투자 방법을 알려주는 부동산 투자 고수들의 노하우!

 

 

 

   친구가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보러 가는데 같이 가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하고 선뜻 대답하기는 했지만 한 번도 아파트 신규 분양권은커녕 모델하우스조차 발을 들여다 본 적이 없던 나로서는 며칠 전부터 나름대로 미리 공부를 해보려고 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래 이 기회에 그냥 한 번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하고 무턱대고 가보긴 했는데 역시나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라곤 아파트 내부 구조 따위가 전부였다. 그나마 인테리어와 건축업을 하는 신랑 덕분에 보고 배운 게 있어서 내가 부릴 수 있는 깜냥은 거기까지였다. 결국 우리 두 사람은 이렇다하게 도움이 될 만한 구체적인 정보를 모으지 못한 채 돌아와야 했다.

 

 

 

   아마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워낙 부동산 투자가 대중화되고 투자자 연령도 낮아지고 있는 요즘, 부동산을 모르면 손해를 본다는 인식을 나 역시 하게 된 것이다. 아이도 점점 커가고 학군이나 주변 환경을 생각해 적절한 곳에 내 집 마련도 해야 할 것을 생각하면 나도 부동산에 대해서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지금은 부동산을 공부하기 딱 좋은 시기입니다! 

 

 

   <그래서 어디를 살까요>는 팟캐스트 부동산 분야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부동산 클라우드'의 대표들이 엮은 부동산 입문서다. 전문적이고 적극적인 부동산 투자층을 위한 책이 아니라 이제 막 부동산에 대해 알아가려는 초보자를 위해 생활 속에서 포착한 여러 가지 부동산 정보들을 알기 쉽게 전달하고자 한다. 흥미롭게도 이들은 요즘처럼 혼란스러운 때야말로 부동산을 공부하기 딱 좋은 시기라고 말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동산 투자는 물론이고, 관심 분야를 정해 깊이 있는 공부를 하면 언젠가 투자하기 더 좋은 시기가 왔을 때 더 빛을 발휘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책에서는 부동산 투자를 위해 고려해야 할 점, 쉽고 재미있게 투자하는 법, 부동산 투자 트랜드를 읽어내는 법, 서울과 주변 신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권역별 분석, 부동산 시장의 심리와 사이클을 읽어 흔들리지 않고 현명하게 투자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소개하여 거시적인 안목으로 재미있게 부동산 투자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투자가 목적이 아니더라도 당장 내 집 장만하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어디를 사야 할까요?' '지금 사도될까요? 아니면 집값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요?'와 같은 질문을 우선으로 하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집을 살 여력이 있다면 무조건 사는 것이 좋고, 좀 버겁더라도 대출의 도움을 받아 사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집값이 내려가는 게 너무 두렵다면, 집값이 내려가지 않을 곳을 선택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세 명의 저자는 첫째로 입지, 둘째도 입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가 "나는 팔지 않을 곳에 투자한다"는 말을 했듯 아까워서 절대 팔 수 없는 입지에 투자를 하고, 조금 비싸거나 혹 지금은 좋은 않더라도 앞으로 좋아질 곳을 찾는 게 현명하다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지요. 계속 더 오를 거란 기대 심리로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계속 더 떨어질 것 같은 불안 심리에 마구잡이로 흔들리는 것도 문제입니다. 시장이 탐욕에 젖어 있을 때 위기를 대비하고, 시장이 공포에 질려 있을 때 기회를 발견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 32p

 

 

 

   우리나라의 경우 실제 주거지는 국토의 5%도 채 안 되는데 5천만 명이 나눠 사는 형편이니 부동산 공부를 기본으로 하지 않으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임으로, 제대로 공부해서 입지가 좋은 곳에 효율적인 투자를 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책의 두 번째 장에서는 부동산 공부의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는 경매, 아파트보다 더 꼼꼼하게 살펴봐야 하는 오피스텔 투자, 최근 각광받고 있는 셰어하우스 투자, 효과적인 임장(현장 조사)을 위한 꿀팁, 분양권 투자, 재개발 투자로 세분화하며 각각의 특성을 소개한다.

 

 

 

시간이 흐르고 경제가 발전할수록 화폐가치는 계속 떨어집니다. 현금만 가진 채 시간을 흘려보내면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자산 가치가 계속 줄어드는 겁니다. 그러니까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는 차원에서 부동산 투자는 의미가 있습니다. 실제로 긴 시간을 두고 보면 부동산 역시 물가상승률 정도 오르는 겁니다. 물론 입지와 시기에 따라 오르고 내리는 폭이 들쭉날쭉하긴 하지만 어쨌건 평균으로 따지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작은 변화에 일희일비하거나 초조하게 매일 집값을 들여다보는 사람보단 시세 변화 따윈 잊고 자기 본업에 집중하는 사람이 투자에서 더 크게 성공할 수 있습니다. / 67p

 

 

저는 부동산 재개발 투자가 여러분의 희망이 될 거라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저 내 집 마련의 도구나 여러 투자 방법 중 하나 정도로 생각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정부가 아무리 공공주택 공급을 하겠으니 기다리라는 말을 해도 곧이곧대로 믿지는 말라는 말씀도 드립니다. 왜냐하면 정부에서 공공주택을 공급해줘도 내 몫은 없기 때문입니다. 내가 원하는 집을 얻으려면 지금 준비해서는 안 되고, 10년 전부터 미리 준비했어야 합니다. / 100p

 

 

 

 

 

 

   이어 세 번째 장에서는 한강을 중심으로 남쪽과 북쪽으로 나눠 권역별 분석을 상세히 수록하고 있다. 대한민국 넘버원 강남구, 최근 가장 많은 투자자가 몰리고 있는 강서구를 중심으로 한 남쪽 지역과 도심과 가까운 가성비 갑 강북구, 한강을 예쁘게 낀 매력 입지 광진구로 대표되는 북쪽 지역을 살펴봄으로써 서울의 부동산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지방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접근하기가 까다로운 면이 있지만 서울에만 국한해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어떤 입지와 환경을 선호하는지 살아있는 예를 통해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끝으로 마지막 장에서는 아기곰, 붇옹산, 부룡, 월천대사, 골목대장, 복부인, 해안선이라 불리는 부동산 대표 고수들이 초보자들에게 전하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들이 실려 있다. 특히 '좋은 학군은 탄탄한 실수요를 보장하기 때문에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학군 중심 부동산 전문가인 월천대사의 글은 나에게 꽤 참고가 될 만했다. 또 지역분석의 효과적인 방법으로 '교주일인자학'을 설명한 골목대장의 글 또한 부동산을 공부하는 입문자라면 반드시 유념해두어야 할 내용이기에 좋은 참고글이 되겠다.

 

 

 

지역분석은 호재와 미래가치의 선점입니다. 6가지만 외우세요. 교주일인자학. 교통환경, 주거환경, 일자리환경, 인프라환경, 자연환경, 학군환경. 어느 지역이든 이 6가지만 철저하게 분석하면 됩니다. 강남이나 송파 그리고 서초 등 비싼 지역들을 보면 이 6개 환경이 대부분 탁월합니다. 그리고 6가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환경,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교통환경, 세 번째는 주거환경입니다. / 312p

 

 

모든 시장에는 사이클이 있는데 미분양은 상승기 때 가격이 비싼 반면 침체기 때는 가격이 싸고, 할인 분양도 합니다. 그래서 미분양 투자는 아무 때나 하는 것이 아니라 침체기 때 정부의 각종 정책이 나올 때 해야 합니다. 2012~2014년 미분양 물건을 샀던 분들이 대부분 성공을 했던 이유가 이것입니다. / 324p

 

 

 

 

 

 

   부동산은 자산을 담는 그릇이자, 결국 사람 공부라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단순히 투자를 떠나서 부동산을 공부하다 보면 부동산에서 파생한 다른 비즈니스 포인트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당대의 사람들이 어떤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지, 어떤 삶의 방식을 누리는지, 세상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모두 알 수 있기에 공부 그 자체만으로도 크고 값진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와 같이 부동산 공부는 하고 싶은데 당장에 공인중개사 공부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무작정 책을 사 모은다고 해서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저자가 진행하는 부동산 팟캐스트를 찾아 매일 조금씩 들어두는 것만으로도 접근 장벽을 낮출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도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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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비프케 로렌츠 지음, 서유리 옮김 / 레드박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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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도 없고, 미래에 대한 계획도 없는 삶에 찾아온 인생전환의 기회!

행복은 내일이나 미래가 아니라 바로 오늘에 달려있음을 알려주는 소설!

 

 

 

   유년시절에 꽤 즐겨봤던 이휘재의 '인생극장'이란 프로그램이 생각난다. 일생일대의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물론 인생의 방향까지 달라지는 과정을 보면서, 비록 나이는 어렸지만 인생은 수많은 선택에 따른 결과임을 깨달았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이 사소한 선택 하나 때문에 웃고 울기를 반복한다. 얼마 전에 주차를 하다 자동차 뒷좌석 손잡이를 시원하게 긁어버렸는데, 굳이 그 자리에 주차하지 않아도 되는데 부득부득 해보겠다고 호기를 부리다 멀쩡했던 자동차를 망가뜨려서 어찌나 속상했던지. 새로 산 구두를 자랑하고 싶어 회사 내에서도 열심히 신고 다니다가 계단에서 굴러 직원들 앞에서 망신당한 일 하며, 마음에도 없는 사람의 고백을 덜컥 받아들였다 괜한 감정소비만 해댔던 지난날을 떠올릴 때마다 과거를 되돌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정말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한 순간을 가위로 도려내듯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면? 내가 내린 잘못된 결정과 후회의 순간들을 타인의 기억 속에서도 완벽하게 지워내고 다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면 그것을 붙잡을 것인가? 여기, 꿈도 없고 목표도 없고 희망도 없는 한 여자에게 바로 그러한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온다.

 

 

 

"모든 게 변하게 될 겁니다."

 

 

 

   내가 알고 있던 내 삶의 모든 자리가 뒤바뀌고 누군가의 인생 또한 바뀔 것이며 그 모든 것이 변하게 된다 하더라도 이 구질구질하고 낭비로 가득한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만 있다면. 비록 악마의 속삭임이라 할지라도 이 삶으로부터 해방되고 싶다는 그녀의 간절함이 낳은 이 선택에는 또 어떠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것인지, 마치 우리의 인생 역시 함께 소용돌이치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줄 소설 <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행복은 어디에 있는 걸까

 

 

   레이스 칼라, 에나멜 구두, 분홍색 비단 머리핀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샤를로타. 하지만 부모님 몰래 다니던 대학교를 때려치우고 스스로 '헤픈 여자'라는 글자가 적힌 셔츠를 입고 다니며 제멋대로 사는 그녀는 주변에서 부르는 찰리라는 예명이 어쩐지 더욱 어울릴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가장 친한 친구 줄리의 남자 친구와 실수로 잠자리를 가지고, 쌍둥이를 가진 유부남과 사귄 적도 있으며 술에 취해 원나잇스탠드를 한 적도 수십 번에 이른다. 어느 덧 줄리와는 절교를 하기에 이르렀고 원나잇스탠드 이후에는 늘 후회하기를 밥 먹듯 하며 모아놓은 돈도 없이 빚만 늘어나고 있는 인생이다. 그나마 드링크스&모어에서 서빙 일 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으며, 사장이자 친구인 팀과 실상은 노숙자이지만 연륜과 따뜻함을 지닌 게오르크 아저씨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근근이 살아가는 데 만족하며 살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 앞으로 편지 하나가 배달되어 온다. '졸업 10주년' 동창회가 열린다는 소식이다. 소위 잘 나가는 동창생들의 신상명세를 쭉 훑어보던 그녀는 자신의 이름 앞에서 덜컥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현재 주소 미상, 경영학 전공(?), 오텐젠에 있는 드링크스&모어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함". 평소 자신의 상태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고 살아왔는데, 이 글을 보고는 갑자기 누군가에게 한 대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는다. 나는 왜 꿈도 없고, 목표도 없고, 계획도 없을까 하는 자괴감에 빠져든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첫 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었던 모리츠를 만나게 되고, 그가 친구였던 이자벨과 결혼을 하게 될 거라는 충격적인 말까지 듣게 된다. 심지어 친구들이 그녀를 두고 "모리츠한테 찰리는 그냥 잠시 데리고 논 여자에 불과해"라는 말까지 듣고선 아예 이성을 상실하기까지에 이른다.

 

 

 

나는 왜 꿈도 없고 목표도 없고 계획도 없을까?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마치 우주 속을 떠도는 느낌이다. 출발선에 서서 제대로 된 인생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다. 생각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한 이래로 나는 줄곧 인생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가사들처럼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내 인생이 완벽하게 제대로 돌아가며 '바로 이거야'라는 생각이 들기를, 그리고 지금과 같은 순간에는 내가 언젠가 깨어나서 '그런 순간은 절대로 오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까 봐 두렵다. / 34p

 

 

 

 

 

 

   누구나 한 번쯤은 다음날 일어났을 때 내가 쓸모없는 폐기물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찰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참한 몰골과 정신 상태를 수습할 겨를도 없이 괴로워하던 그녀는 마침 팀이 빌려준 외투 속에 들어있던 명함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당신의 인생을 바꿔드립니다? 이 미스터리한 문구가 적힌 명함에 호기심이 발동한 그녀는 뉴라이프 퍼스널 매니지먼트를 찾아가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마침내 뜻밖의 제안을 받게 된다.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하더라도, 인생에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될지라도 인생에서 영원히 지워버리고 싶은 순간을 모두의 기억으로부터 삭제하여 새로운 인생으로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준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이다.

 

 

 

"제가 처음에 말씀드렸다시피 우리의 인생은 수백만, 수천만 개의 다양한 가능성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무한히 많은 숫자 조합이 가능한 숫자 자물쇠처럼 말이죠. 우리가 왼쪽으로 가면 오른쪽으로 갔을 때와 전혀 다른 인생이 펼쳐지는 거죠. 출근을 단 5분만 늦게 했어도 우리의 남은 인생에 평생 영향을 미쳤을 사람을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모든 것은 원인과 결과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고 있어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는 결과가 따르죠." / 138p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삶을 뒤바꿀 수 있는 절대절명의 순간 앞에서 그녀는 과거를 지울 결심을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그녀를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게 한다. 느닷없이 모리츠가 나타나 오늘은 그들의 결혼식이라고 말하고, 절교했던 줄리와의 관계가 다시 회복되어 있고, 친구인 팀과 드링크스&모어는 사라지고 없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의 과거마저 뒤틀린 이 새로운 삶 속에서 그녀는 진정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네가 했던 질문에 대해 생각해봤어."

"어떤 질문?"

"행복이 대체 뭐냐고 물었잖아."

"그래서?"

"내 생각에 행복은 늘 오늘에 달린 거 같아. 어제나 내일이 아니라 오직 오늘이 가장 중요해." / 66p

 

 

 

   이렇듯 <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는 실패한 인생을 되돌리고 싶어 했던 한 여자가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면서 과거의 소중함을 깨달아가는 가슴 따뜻한 소설이다. 아주 사소하고 의미 없어 보이는 에피소드라 할지라도 그것이 모이고 모여 나와 나를 둘러싼 모든 관계가 이루었음을 느끼게 하며, 오늘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고 내 인생을 변화시키는 것은 결국 내 손에 달려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감동과 휴먼이 있는 드라마다. 비록 현실이 괴롭고 미래가 보이지 않을지라도, 찰리가 그러했던 것처럼 우리의 연약한 자아는 늘 실패를 거듭하고 그것을 딛고 일어남으로써 단단해지기 마련이라는 것을 되새기게 된다.

 

 

 

 

 

 

   이런 특별한 의미를 차치하고서라도 이 소설은 무척 재미있다. 과거를 지워버린 찰리의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고 재미있어서 잠도 이루지 못하고 끝내 읽어버리고 말았다. 특히 상황에 따라 이에 걸맞은 음악이 꼭 등장하곤 하는데 이것을 찾아가며 듣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고단한 일상에 지치고 머리가 무거울 때 이 책으로 재미와 감동 모두 찾아보시길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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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셀프 트래블 - 2018-2019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10
정꽃나래.정꽃보라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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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청정자연의 아름다움을 품은 오키나와!

오키나와 자유여행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맞춤 여행가이드북!

 

 

   KBS 2TV에서 방영하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추블리 부녀가 한창 출연할 때의 일이다. 아빠인 추성훈과 어린 추사랑이 함께 여행을 떠났는데 그곳이 바로 오키나와였다. 당시 오키나와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정보가 없었던 나로서는 눈부시게 파란 해변과 모래사장 사이로 부녀가 말을 타고 걸어가는 이색적인 장면에 마음이 홀렸다. 특히 전 세계 수족관 중 2위 규모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추라우미 수족관을 보고선 죽기 전에 수족관을 한 군데만 가야한다면 바로 저기를 가야한다고 생각했던 게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부터 나는 아이를 데리고 가야한다면 번화한 도심과 자연유산으로 가득한 일본의 여느 지역보다 꼭 천혜의 자연환경을 품은 오키나와를 가장 먼저 가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파란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선사하는 황홀경

 

 

   오키나와는 본래 류큐 왕국이라는 이름으로 아시아 주변 국가와의 활발한 교역을 통해 적극적으로 문물을 받아들이던 독립 국가다. 이후 격동의 시기를 거쳐 일본에 편입되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 잡았는데, 그래서인지 일본인 듯 하면서도 일본이 아닌 것 같은 묘한 매력을 지닌 곳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두 시간 정도의 비행거리인데다, 연간 평균 기온이 20도를 넘는 고온다습한 아열대 기후여서 대체로 따뜻해 여행하기 좋고, 특히 지금과 같은 4월이 여행을 하기에 가장 제격이라 하니 여행을 떠나고 싶은 이들이 있다면 당장 서둘러보자.

 

 

 

   한손에 들고 다니기에 간편하면서도 자유여행자들을 위한 핵심 정보로 가득한 <오키나와 샐프트래블>은 오키나와 본섬인 나하, 북부, 중부, 남부 일대를 비롯하여 게라마 제도, 구메섬, 미야코 제도, 야에야마 제도와 같은 근교 섬까지 두루 소개한다. 책 앞부분에는 '오키나와 여행 시 자주 묻는 8가지'와 '오키나와에서 무엇을 할까요? BEST 6' 등과 같이 알아두면 좋은 핵심 정보 및 미션과 함께 오키나와의 세계문화유산, 베스트 비치, 드라이브 명소 등 테마별 일정을 한 눈에 보기 좋게 소개하고 있으니 도움을 톡톡히 얻을 수 있다. 특히 실전을 위한 일본어 메뉴판 읽기, 기간과 동행인에 따른 맞춤 일정 등은 매우 유용하게 쓰일 듯하니 오키나와 여행 시 반드시 참고로 하면 좋겠다.

 

 

 

 

 

 

오키나와 여행의 시작, 나하

도시의 중심은 태평양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다가 눈부신 발전을 이뤄내어 '기적의 1마일'로 불리는 국제 거리로 이곳에서 오키나와의 전통 먹거리와 쇼핑을 즐길 수 있다. 과거 류큐 왕국의 찬란한 역사가 담긴 명소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슈리성을 비롯해 문화 유적지 세 군데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역사적 건축물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또한 작은 비치와 아기자기하고 특색 있는 골목길 등 다채로운 볼거리도 제공하여 오키나와를 여행하는 관광객이라면 반드시 거쳐 가는 곳이기도 하다. / 86p

 

 

 

 

 

 

   오키나와 여행이 시작되는 관문 도시 나하에서는 슈리성, 수리소바, 제1 마키시 공설시장, 국제 거리, 나미노우에 비치, 잭스 스테이크 하우스 순으로 여행 일정을 잡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본섬 구석구석을 둘러보지 않고도 오키나와의 먹거리와 쇼핑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국제거리를 집중공략해보는 것은 어떨지. '일본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슈리성 주변 문화재를 둘러보며 류큐 왕조의 문화를 느껴보는 것도 괜찮은 여행이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오키나와의 맛을 책임지는 재료로 돼지고기를 빼놓을 수 없다고 하니, 돈카츠는 반드시 맛볼 것 또한 잊지 말자. 교통편의 경우, 나하는 대중교통이 비교적 잘 되어 있어 렌터카보다는 유이레일 혹은 도보로 여행하기에도 좋다고 하니 책을 참고해 유이레일 사용법과 할인혜택 받는 팁까지 알차게 이용해보자.

 

 

 

 

 

 

   개인적으로 오키나와하면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 바로 북부 지역이다. 귀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청정 대자연을 품고 있어 가족과 함께 느긋한 여행과 힐링을 목적에 둔 이들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인 곳이기 때문이다. 모투부반도에서는 츄라우미 수족관과 이시나구, 나키진성터, 고우리섬, 나고 파인애플 파크, 캡틴 캥거루 순으로, 얀바루에서는 해도곶, 다이세키린잔, 히지 폭포 순으로 여행일정을 추천하고 있으니 참고해봐야겠다. 특히 천연비치를 끼고 있는 멋진 리조트 시설도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으니, 당장에라도 이곳에서 일상의 고단함을 내려놓고 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이 외에도 일본 속에서 미국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중부 지역에서는 코끼리 모양의 기이한 기암절벽을 만나보고, 태평양 전쟁의 슬픔이 어린 남부 지역에서는 느긋하고 여유롭게 푸른 바다를 만끽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세계에서 보기 드문 산호초의 서식지인 게라마 제도, 거북이 등껍질을 닮은 오각형과 육각형의 암석이 인상적인 구메섬, 해안가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미야코 제도, 일본인의 로망과도 같은 꿈의 여행지 야에야마 제도와 같은 매력적인 섬들도 가득하니 여러 번에 걸쳐 찾아보아도 아쉽지 않을 것 같다.

 

 

 

 

 

 

   이처럼 <오키나와 샐프트래블>은 주요 관광 명소에 대한 알짜 정보를 비롯하여 알아두면 좋을 Tip, 렌터카 이용 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맵코드까지 표시해 두었으니 큰 어려움 없이 자유여행을 계획해보기 좋을 듯하다. 특히 치안이 잘 정비되어 있어 여성 혼자 여행하는 것도 크게 무리가 없다고 하니 나홀로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 있다면 꼭 한 번 도전해보시길 추천한다.

 

 

 

   아이가 생겨서인지,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 것인지 요즘엔 탁 트인 시야와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여행지가 유독 끌린다. 그곳에서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고 푸른 들판과 바다를 한껏 품고 돌아올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오키나와 셀프트래블>을 읽고 나니 이런 나의 바람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오키나와로의 여행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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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런하우스 - 너에게 말하기
김정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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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에 해결되지 않은 깊은 상처들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한 본격 심리치료소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게 뭐야?"

   나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가장 곤란하다. 지금의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묻는 상대의 질문 앞에서 나는 늘 머뭇거린다. 믿기 어렵지만 나는 단 한 번도 내가 원하는 것을 단번에 말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상대방의 욕구에 맞추는 게 훨씬 더 편했고, 나는 아무래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리다 보니 결국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조차도 알 수 없게 되어버릴 때가 많다. 이런 나의 심리는 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마음' 그중에서도 '지금 순간의 마음'을 뜻하는 게슈탈트 심리학에 의하면 '현재의 나는 현재의 나를 온전하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을 섞어서 바라본다'고 하여, 과거에 받은 상처가 해결되지 못하면 현재를 온전하게 바라보지 못한다고 한다. 즉, 현재를 바로보기 위해서는 과거의 경험들을 되짚어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의 감정을 바로 보지 못하고 그것을 표현하지 못하는 심리적인 문제를 고려했을 때 나 역시 과거의 어느 지점을 더듬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느 지점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지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겉으로 보기에는 배려심이 깊고 사려 깊은 사람으로 비춰져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만큼 어쩌면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조차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내면에 해결되지 않은 깊은 상처들을 안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고, 그로 인해 타인과 연결되지 못한 채 각자 섬처럼 고립되어 외롭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발견하곤 한다. 소설 <뉴런하우스>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저마다 내면에 깊은 상처들을 안고 있다. 게슈탈트 심리학에 있어 국내 최고의 권위자인 김정규 교수는 게슈탈트 이론을 자신의 소설 <뉴런하우스>에 도입하여 저마다 마음에 하나씩 지니고 있는 상처들을 들여다보게 하고 이를 치유해서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일련의 치유 과정을 그려낸다. 다시 말해, 각자 꽁꽁 숨겨둔 상처들을 가슴에 품고 지냈던 이들이 '뉴런하우스'라는 이름의 셰어하우스에서 잃어버렸던 마음을 되찾고, 함께 위로하면서 아픔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담아낸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자리, 살아 있는 치료 공동체

 

 

   독일에 유학을 온 지 40년째인 영민은 베를린에서 연인인 한나와 함께 심리치료를 하는 가족치료 연구소를 열어 꽤 높은 명성을 쌓아간다. 그러나 부쩍 향수병에 시달리던 그는 고국인 한국에서 "꿈꾸는 셰어하우스 '뉴런하우스' 전문심리치료사 구함"이라는 홍보글 하나를 읽게 되고 이한빈 대표에게 메일을 보낸다. 이한빈 대표는 제조업 분야에서 꽤 성공한 사업가로 자신이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의 일부나마 사회에 환원하고 싶은 마음에서 뉴런하우스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고 설명한다. 뉴런하우스란 이름은 신경 세포처럼 각각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살아있는 생명체, 살아 있는 공동체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지었다고 한다. 즉, 심리적 어려움이 있는데도 제대로 도움 받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셰어하우스를 이용하면서 이를 치유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것이다.

 

 

 

   전문심리치료사 자격으로 참가한 영민을 포함해 총 아홉 명의 사람들이 뉴런하우스로 모여든다. 나이도 제각각이고 하는 일도 저마다 다르다. 따뜻하고 다정한 성격을 지닌 심리치료사 영민, 과묵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편안한 인상을 주는 자영업자 이현호(새벽), 매형이 운영하는 옷가게에서 일하는 외향적이고 주도적인 성격의 영석(평화), 과묵하고 무뚝뚝하지만 우직한 면모가 있는 대헌(바위), 상냥하고 쾌활하지만 타인의 눈치를 보고 소심한 구석이 많은 현민(오아시스), 상냥하고 친절한 초등학교 교사 혜수(봄비), 프리랜서 방송작가로 냉정하고 예민한 성격을 곧잘 드러내는 가영(수선화), 얌전하고 수줍은 성격을 지닌 미용사 미진(햇살), 까칠하고 불안해 보이는 성격으로 모임의 가장 약한 고리라고 할 수 있는 22세의 여대생 예지(바람)까지 주요인물로 등장한다.

 

 

 

 

 

 

   이들은 영민의 주도 하에 주 2회 창문 닦기 대화모임, 이른바 마음 들여다보기 시간을 가진다. 뉴런하우스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이 모임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나 여덟 명의 멤버들은 이러한 과정이 왜 필요한 것인지 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다. 기껏해야 현재 자신의 기분이 어떤지 얘기해보는 것에 불과했지만 낯선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감정과 과거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모임 초반에는 이 때문에 잦은 불협화음이 일어난다.

 

 

 

인간 행동의 얼마나 많은 부분들이 사실 껍질에 불과한 것인지, 우리는 내면의 상처들을 만나고 아파하고 눈물을 흘리고 치유가 되기 전까지는 그것을 온전히 깨닫기 어렵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처들을 억압하여 내면 깊숙이 가둔다. 그것들을 직면하는 것이 아프고 두렵기 때문이다. 상처들은 껍질 속에 갇힌 채 우리의 존재로부터 소외된다. 하지만 그것들은 결코 그냥 없어지지 않는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어 우리를 불안에 빠뜨리거나 공허와 외로움에 허우적거리게 만든다. / 77p

 

 

 

오아시스는 한껏 자세를 낮춰 모든 걸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고 있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돌보기보다는 어떻게 하든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감정은 묻혀버리고, 판단력에 혼란이 오게 된 것이다. 감정을 무시한 채 생각만으로는 판단에 확신을 갖기 어렵다. 우리의 생각은 감정을 기반으로 할 때 힘이 생기며, 방향성이 생긴다. / 121p

 

 

 

   하지만 꾸준히 창문 닦기 대화모임이 진행되면서 이들은 점차 현재 자신들이 느끼고 있는 감정들에 주목하고 과거 속에 꽁꽁 묶어둔 상처들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한다. 심장마비로 아빠가 돌아가신 뒤 큰아버지 집에서 얹혀서 살다보니 유독 타인의 눈치를 보게 된 오아시스, 늘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고 타인을 배려하느라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져본 적이 없는 햇살, 불운한 가정사를 지닌 봄비, 엄마가 원하는 대로 공부도 하고 훌륭한 대학교에 진학도 했지만 제대로 인정을 받아본 적이 없는 바람 등 모두들 집단치료과정을 통해 '진정한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공동체를 통해 위로받고 수용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각각의 신경 세포인 뉴런들이 서로를 이어주는 시냅스를 매개로 하나의 긴 대롱처럼 연결되어 함께 숨 쉬고, 함께 웃고, 함께 웃는 것이 느껴진다. 한 개의 뉴런에서 생겨난 파동은 시냅스에서 불꽃을 일으켜 다음 뉴런으로 전달된다. 마치 봉화불이 마을과 마을을 건너 연속적으로 이어가듯이 한 뉴런에서 일어난 파동은 다른 뉴런에서도 정확한 공명을 일으킨다. 껍질과 벽이 허물어지며 세포와 세포들은 서로 하나의 공동체로 연결되어 함께 숨쉬고 교감한다. / 166p

 

 

 

 

 

 

   <뉴런하우스>가 심리치료소설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책을 읽다보면 심리 치료에 쓰이는 몇 가지 기술들을 자주 접할 수 있다. 그 중 '상전'과 '하인'이라는 개념의 게슈탈트 이론이 다소 인상적이다. 울고 있는 자신이 바보 같다며 슬픔보다는 분노를 더욱 표면으로 드러내는 수선화의 태도를 보고 영민이 이를 떠올린 것인데, 울고 있는 자기(하인)와 그런 자신에 대해 화를 내고 있는 자기(상전)가 대립되어 상전이 규범을 통해 하인의 행동을 통제하려드는 심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이에 대해 저자는 상전이란 개인이 자신의 부모나 사회의 행동규범을 내면화시킨 것이며, 하인은 타고난 자신의 욕구를 가리킨다고 설명한다. 대체로 상전은 하인의 행동을 억압하거나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열악한 어린 시절 환경이나 트라우마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부모로부터 자신의 의견이나 욕구를 수용 받지 못하던 사람에게 이와 같은 목소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상전의 목소리는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평가하는 데도 적용되므로 종종 대인 갈등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민은 의자를 두 개 가져다놓고 한 쪽은 상전 의자, 한 쪽은 하인 의자로 명명하여 일종의 역할에 따른 목소리를 내볼 것을 권한다. 그녀는 한 번은 상전의 입장에서, 한 번은 하인의 입장에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봄으로써 지난날의 상처를 더듬고 스스로를 위로해 줄 수 있는 뜻밖의 경험을 하게 된다.

 

 

 

인생에서 큰 비극은 남이 나를 오해하는 것보다 내가 나를 오해해서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 많은 심리적 문제가 내가 나를 오해함으로써 생겨난다. 대표적인 예로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야." "나는 이기적인 인간이야."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야." "나는 어딘가 잘못됐어." 같은 말들이 아픈 오해다. 이 같은 자기 부정들이 내면을 지배하게 되면 끊임없이 마음의 상처를 입힌다.

나를 있는 그대로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귀한 존재로 보지 않는 내면의 소음들은, 보통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은 오해에서 자라난다. 하지만 늦게라도 내가 나를 바로 이해함으로써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 363p 

 

 

 

 

 

 

   이렇듯 뉴런하우스는 아픈데도 아프다는 것조차 모르고 살아온 사람들, 이 때문에 타인은 물론 스스로에게 생채기를 내어 살아온 이들에게 가슴을 열어젖히고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살아가는 방법을 깨닫게 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자신도 모르게 등장인물에 이입되어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경험을 하게 될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모두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인적으로 심리치료라는 영역을 소설화한 작품은 처음이어서 <뉴런하우스>는 색다른 독서 경험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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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특별판)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천진난만 검은 머리 아가씨와 그녀를 짝사랑하는 선배의 판타스틱 로맨스!

기묘한 하룻밤, 망상과 현실이 뒤죽박죽, 다채로운 캐릭터들의 향연!

 

 

 

   최대한 그녀의 눈앞에서 알짱거리기 작전. 일명 '최눈알 작전'이다. 클럽 후배인 그녀와 처음 말을 주고받은 날부터 영혼이 사로잡힌 나는 어떻게 해서든 그녀의 관심권에 끼어들어 가보려고 칠전팔기하는 중이다. 용기는 없지만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남자인가. 가능한 한 그녀의 시야 안에 머물기 위해 밤의 기야마치와 본토초에서, 여름의 시모가모 신사 헌책시장에서, 도서관에서, 대학 생협에서, 자동판매기 앞에서, 은각사 등지에서 그녀와의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끊임없이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중대한 문제는 그녀가 이 부분에 대해서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렇게 늘 마주치는데도 "뭐, 어쩌다 지나가던 길이었어"라는 대사만 반복하는 내게, 그녀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대답한다. "아, 선배, 또 만났네요!" 그게 다다. 정말, 눈치라고는 없는 그녀인데… 꾸밈없이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그녀가 참 좋다.

 

 

 

짝사랑하는 그녀 주변에서 알짱거리기, 대체 언제쯤이면!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천진난만한 검은 머리 아가씨와 남몰래 그녀를 좋아하는 선배의 이야기를 그린 청춘로맨스이다. 이는 정형화된 여느 서정적인 남녀 로맨스와는 달리, 모리미 판타지 최고의 수작이라 불릴 만큼 현실과 환상이 어우러진 기묘한 판타지로 완성된 수작이다. 이미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 얼마 전에 개봉되었고 다채로운 색감과 추상의 향연, 어른들을 위한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이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 일본 특유의 정서를 담은 교토를 배경으로 짝사랑하는 그녀에게 다가가기 위해 한 남자가 고군분투하는 과정과 교토의 사계절을 유쾌하게 물들이는 다양한 인물들의 에피소드가 한 데 어우러져 마치 한여름밤의 꿈처럼 몽환적이면서도 신비롭게 펼쳐진다.

 

 

 

 

 

 

   5월의 끝자락, 우리의 검은 머리 아가씨가 선배 결혼 피로연에 참석했다가 술을 좀 더 제대로 마셔보고 싶어 밤길을 홀로 걷는 데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는 사람이 가르쳐준 기야마치의 '월면보행'이라는 바를 택한 그녀는 그곳에서 도도 씨를 만나게 된다. 도도 씨는 로쿠지조에서 도도 비단잉어센터를 경영하면서 수완을 발휘한, 인생론 설파에 뛰어난 중년 아저씨다. 어느 날 비단잉어센터에 회오리바람이 불어 닥쳐 잉어들이 '멋진 용이 되어 돌아올게요' 하는 것처럼 저녁 하늘 위로 날아 오른 사건 이후 빚더미에 올라앉은 그는 밤거리를 방황하며 인생의 다음 한 수를 암중모색하는 처지에 그녀와 만난다.

 

 

 

   그와의 만남은 곧 애주가이자 공짜술을 좋아하는 미녀 하누키와 늘 유카타 차림을 하고 '텐구(상상 속 괴물)'를 자칭하는 신출귀몰한 히구치, 술 친구들을 거느리고 다니다가 밤길을 걷는 남자를 습격해 속옷을 빼앗는 별난 고리대금업자 이백 할아버지 등 수많은 인연과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이곳에서 그녀는 지나쳐 가는 사람과 친구가 되어 그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고 누군가와 즐기며 사는 것에서 오는 행복감이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이렇듯 기야마치에서 시작하여 본토초 일대의 밤길을 순례하게 된 그날 밤의 인연은 그녀에게 있어 인생의 새 지평을 열어준 계기가 된다.

 

 

 

"젊은이는 행복이란 무엇인가, 늘 그걸 물으며 살아야 해. 그렇게 살 때 비로소 인생이 의미를 갖게 되지."

도도 씨는 그렇게 단언했습니다.

"도도 씨에게는 뭐가 행복인데요?"

그는 내 손을 잡았습니다.

"이렇게 지나쳐 가는 사람과 친구가 되어 그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 이것이 내 행복일지도 몰라." / 26p

 

 

"환갑이 돼도 잘 모르겠어. 인생이란 뭐냐고." "인생의 목적이란 뭐냐." "나 하나 번식하라야." "바보 같아." "이제 와서 인생을 논해서 무슨 도움이 되겠어. 논하다가 죽어버릴걸." "죽는 건 무섭지." "나이를 먹으면 죽는 게 무섭지 않을 줄 알았는데, 갈수록 더 무서워져 나는." "글쎄. 나는 그렇지도 않아." "자넨 옛날부터 그런 사람이었어." "생각하면 신기하지 않나. 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 우리는 먼지였어. 죽어서 다시 먼지로 돌아가. 사람이라기보다는 먼지인 쪽이 훨씬 길어. 그렇다면 죽어 있는 것이 보통이고 살아 있는 것은 아주 작은 예외에 지나지 않는 거야. 그러니 죽음을 무서워할 이유는 전혀 없는 거라고." / 56p

 

 

 

 

 

 

   잠깐, 우리가 잊고 있었던 한 인물이 있지 않았는지? 바로 검은 머리 아가씨를 짝사랑하는 선배다. 선배는 후배인 검은 머리 아가씨가 밤길로 나서는 모습을 뒤쫒아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갈 기회를 호시탐탐 엿본다. 그런데 이 무슨 기구한 사연인지. 도도 씨로 인해 그녀가 곤란한 처지에 몰린다면 멋지게 구출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찰나, 이백 씨 일행으로 추정되는 정체 모를 괴한의 습격으로 골목에 끌려가서는 바지와 속옷을 빼앗기고 졸지에 어두운 뒷골목에서 몸을 숨겨야 할 지경에 이른다. 그녀가 유쾌하게 밤을 보내는 것을 멀리서 바라만 보며 결국 길가의 돌멩이 신세로 끝나는 것은 아닌지.

 

 

 

   그의 고군분투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시모가모의 헌책축제에 그녀가 갈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그곳으로 가 또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노리고 있었는데, 자칭 헌책 시장의 신이라고 부르며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뛰어오던 한 소년과 부딪치고 만다. 아, 이렇게 또 그녀를 눈앞에 두고 멀어져간다. 대학축제가 있었던 날에는 우여곡절 끝에 <괴팍왕>이라는 한 연극에서 여자주인공인 그녀의 상대역이 되어 마침내 그녀를 안기까지 하지만 눈치 없는 그녀로 인해 다시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심지어 겨울에는 뭐 이렇다 할 접근도 할 수 없이 지독한 감기에 걸려 꼼짝도 할 수 없으니, 이 로맨스 과연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 런지 마지막까지 책을 놓을 수가 없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풋풋한 청춘 남녀의 로맨스를 주축으로 하고 있지만, 그 속에 사람 사는 이야기가 묻어나오는 따뜻한 정서와 철학이 있어 참 아름다운 작품이다. 현실과 망상을 자유자재로 오고가는 신비로운 작풍과 괴짜 캐릭터들의 난무, 특유의 유머러스한 코드 이면에 숨겨진 삶의 여로를 담백하게 그려낸 점 또한 인상적이다.

 

 

 

"오늘은 동지예요. 일 년 중에 밤이 가장 긴 날이에요."

"그래도 말이야, 아무리 밤이 길더라도 새벽은 오고야 말겠지."

"그럼요."

이백 씨가 나를 보고 빙그레 웃었습니다.

그리고 무슨 말인가를 웅얼웅얼했는데, 나는 그의 입가에 귀를 갖다 댔습니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 376p

 

 

 

   유독 일본 작품에 가지게 되는 편견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작품의 역시 제목을 보는 순간, 참 희한하다는 생각을 먼저 하고 말았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무척이나 절묘하다는 느낌이 가시질 않는다. 오랜 인생을 산 이백 씨가 이제 막 '어른'의 세계로 들어서려는 천진한 소녀에게 들려줄 수 있는 말로 이토록 아름다운 말이 또 어디 있을까. 그렇다. 우리 인생은 너무도 짧다. 걸어야지. 그곳에 무엇이 있든 간에 걸어보면 다 알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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