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의 인생상담 (20만부 판매기념 특별판)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김신회 옮김 / 놀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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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와 숲 속 친구들이 들려주는 인생에 대한 단순한 해답들!

세상을 사는 일이 여전히 서툰 어른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와 응원들!

 

 

   보노보노는 일본을 비롯하여 전 세계 독자들로부터 무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랑을 받아온 캐릭터다.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행복해지고 손에 꼭 쥔 조개껍질마저도 귀여운 아기 해달 보노보노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더욱 사랑하고 아끼는 캐릭터로, 다양한 독자들을 품을 수 있는 보기 드문 캐릭터 중 하나인 듯하다. 때로는 엉뚱하고 너무도 소심하고 단순하지만 보노보노가 지닌 따뜻한 정서를 한 번이라도 느껴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음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문득 작년 이 맘 무렵 출간된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라는 책이 떠오른다. 아기 해달인 보노보노와 숲 속 친구들이 어른이 되었으나 여전히 서툰 우리들에게 소박한 행복의 의미와 두렵고 힘든 삶의 수많은 고민들에 담담한 위로를 건네는 내용이다. 그로부터 1년 뒤, 다시 돌아온 보노보노는 이번엔 '인생상담'이라는 본격적인 삶의 질문들에 가장 단순하지만 꽤 의미 있는 해답들을 내어놓는다. 어쩔 수 없는 일들도 있는 거라고, 그 어떤 걱정에도 좀 그러면 어떠냐고, 너만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해주는 이 친구들의 따스한 위로에 움츠렸던 마음을 다시 일으켜보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괴로워도 아직 살아 있는 게 더 즐겁겠지 

 

 

   <보노보노의 인생상담>은 27세의 여성 회사원, 영어 학원 교사, 고등학생, 무직자, 주부 등 다양한 연령과 직업종사자들로부터 받은 질문들을 함께 고민해보고 이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그림 에세이다. 이를 테면 '되고 싶은 걸 어떻게 찾으면 될까요?', '좋은 사람인 양 연기하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나요?', '일에서 보람이나 즐거움을 찾을 수가 없어요'와 같이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할 만한 보편적인 주제 같은 것들이다. '고양이 똥 냄새가 심해요', '살 빼는 법을 알려주세요', 입 냄새가 나요', '딸이 백수랑 사귀기 시작했어요' 와 같은 질문들에는 어쩐지 이 귀여운 고민 상담자의 난해한 표정들이 상상되기도 한다.

 

 

 

 

 

 

   유년시절부터 나를 사로잡는 가장 큰 고민이 있다면 바로 '착한 아이 콤플렉스'다. 타인으로부터 착한 아이라는 반응을 듣기 위해 내면의 욕구나 소망을 억압하다보니 결국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달까. 보육 교사인 28세의 한 여성 또한 보노보노에게 이러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신경 쓰여서 늘 좋은 사람인 양 연기하게 됩니다'라고. 이에 대해 포로리가 하는 말이 참 인상적이다. '괜찮아. 다들 좋은 사람인 양 연기하니까. 다들 항상 조금씩 무리하면서 남들하고 어울리는 거야.' 하고 다정한 위로의 말을 건넨다. 이와 달리 너부리는 '이대로 괜찮다고 생각하면 괜찮은 거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으면 자기를 드러내야 해' 하고 보다 현실적인 대답을 내놓기도 한다. 다 그런 건가 보다. 진짜 내 모습이 무엇이든 간에 조금씩 무리하면서 남들과는 어울려 사는 것이고, 나 자신을 드러내기 편한 사람 앞에서는 또 드러내면서 살면 되는 거라고.

 

 

 

너부리: 사과 못 하면, 그건 그것대로 어쩔 수 없어.

보노보노: 어쩔 수 없는 건가.

너부리: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는 거야. 어쩔 수 없는 걸로 된 거지. 왜 뭐든 해결해야 되는 건데. / 77p 「솔직해지지 못해요」 편 중에서

 

 

포로리: 세상이 그렇게 올바르게만 돌아가는 건 아니지.

보노보노: 응. 하고 싶은 걸 하고 사는 사람도 얼마 없고.

포로리: 굳이 말하자면 다들 하기 싫은 것만 하고 살지.

(중략)

보노보노: 세상은 하기 싫은 일을 해주는 사람들 때문에 굴러가는 거라고 생각해.

/ 93p 「취업은 왜 하는 건가요?」 편 중에서

 

 

 

 

 

 

   21세의 디자이너인 한 여성은 '의미 있는 일이란 뭔가요?'하고 질문한다. '의미'라는 단어를 생각해보자니 시간이 흐르고 점차 어른이 되어갈수록 내가 하는 모든 행동들이 의미가 있어야 하고,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힐 때가 많음을 떠올리게 된다. 그저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는 시간은 낭비처럼 느껴지고 사소한 것에도 어떤 의미 부여가 되어야만 뭔가 제대로 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보노보노는 사실 의미 같은 건 원래부터, 그러니까 처음부터 없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원래부터 어떤 의미가 있던 것이 아니라 했으니까 의미가 있는 거라고, 비록 사소할지라도 내가 한 모든 행동들이 의미 있는 것이라고 여긴다면 좀 더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까.

 

 

 

포로리: 너부리는 갑자기 달리기 시작하는 것 같더라. 언제였나, 너부리가 숨을 헐떡거리며 뛰어오길래 '왜 그래?' 하고 물었더니 '엄청 짜증 나는 일이 생각났어!' 하는 거야.

보노보노: 뛰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숨을 헐떡거리면서 고민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래도 다들 안 좋은 생각을 하긴 하나봐.

포로리: 그야 그렇지. 다들 똑같아. 다들 왜 고민하느냐면 나 혼자만 고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보노보노: 다들 비슷한 걸로 고민하는구나.

포로리: 그걸 알면 이렇게 혼자 고민하지는 않겠지.

보노보노: 다들 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면 좋을 텐데.

포로리: 왜 모르는 걸까? 보고 듣고 만지고 헤엄치고 하늘을 날 줄은 알면서.

/ 105p 「안 좋은 생각만 잔뜩 하게 됩니다」 편 중에서

 

 

보노보노: 다쳐보면 다쳐본 적이 있는 사람과 똑같아지고, 좋아하는 사람이 죽은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이 죽은 사람과 똑같아지는 거네.

포로리: 아, 맞아 맞아. 다른 사람과 똑같아지는 거야.

보노보노: 그렇다면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어딘가에는 꼭 있는 거네?

포로리: 맞아 맞아. 그렇지. 하지만 자기가 먼저 자기를 알아주어야 하는 거야.

보노보노: 그렇구나. 누가 알아주길 바라기 전에 자기가 먼저 자기를 알아주는 게 좋구나.

/ 129p 「동성 친구를 좋아하게 됐어요」 편 중에서

 

 

 

 

 

 

   <보노보노의 인생상담>을 읽다보면 그동안 나를 숨 막히게 했던 고민들이 실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누군가는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믿음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나 혼자만 고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만으로도 무거운 어깨가 추슬러지는 것이다. 이처럼 머릿속이 복잡하고 뭔가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보노보노를 떠올리며 마음을 가만히 쓸어보시길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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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대니얼 코일 지음, 박지훈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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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조직 문화를 이끌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위기의 조직에서 최고의 조직으로 거듭난 세계 1%팀들의 행동 전략!

 

 

   문득 나의 첫 직장 생활이 떠오른다. 기획팀에서 근무를 하게 된 나는 입사 첫날, 빼곡히 둘러싸인 파티션의 수만큼이나 많은 직원들을 보며 이곳에서 어떠한 일을 하게 될지 설레었다. 마침 그날은 새로 기획된 상품의 표지 시안이 나온 날이라 오전부터 전 직원 회의가 소집되었다. 이제 막 입사한 나는 일단 분위기 정도만 살펴야겠다 싶어 멀찌감치 지켜보는데, 저마다 팀장 한 사람만 힐끔힐끔 보면서 그녀가 어떤 말이라도 해주길 기다리고 있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몇 번의 시안이 수정되어 나오는 동안, 회의의 분위기나 최종 선택은 모두 팀장의 말 한마디에 따라 결과가 좌지우지 되었다. 하지만 나를 더욱 의아하게 만든 것은 그렇다고 팀장이 주도적으로 회의를 이끌어가는 분위기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팀장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이란 고작해야 "뭔가 마음에 딱 안 드는데." "뭐, 이 정도면 되겠네요."의 수순에서 머물렀으니, 오래 경험해보지 않아도 이 조직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탤런트 코드>의 저자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대니얼 코일의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에서는 이러한 나의 경험과 유사한 하나의 실험을 소개한다. 이른바 '독사과 실험'이 바로 그것인데, 조직행동론을 연구한 윌 펠프스는 닉이라는 사람에게 회의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임무를 맡긴다. 닉이 공격적이고 도전적인 훼방꾼 역할,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는 역할, 무기력하고 항상 풀이 죽어 있는 역할을 수행할 때마다 조직원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그 반응을 살피는 것이 실험의 목적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그의 행동은 거의 모든 집단의 성과를 30~40퍼센트 정도 떨어뜨렸다. 마치 독사과처럼, 나의 첫 직장에서 팀장이 그러했던 것처럼 우리는 닉과 같은 행동을 보이는 인물 하나가 조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절대 간과할 수 없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 실험에서 예외의 상황이 하나 발생한다. 닉의 방해 공작에도 훌륭한 성과를 낸 집단 하나가 있었던 것이다. 바로 조너선이라는 친구가 있던 집단이다. 닉이 안간힘을 써도 조너선의 집단은 주의 깊고 활력이 넘쳤고 그들은 높은 성과를 일궜다. 닉이 소통을 방해하는 독사과라면, 조너선은 사람들의 화합을 극대화시켜 성과를 이끌어내는 꿀사과였던 셈이다. 이를 통해 펠프스는 두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하나는 집단의 성과가 지력이나 기술, 경험 같은 측정 가능한 능력 대신 미세한 행동에 좌우된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는 강력한 리더 한 명 보다 다른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서로 끈끈하게 이어져 있다고 느끼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대니얼 코일은 집단의 문화가 어떻게 작동하고, 어떻게 문화를 활용해야 성공적인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바로 여기에서 찾는다. 실제 최고의 조직으로 거듭난 세계 1% 팀들의 행동 전략에는 이와 같은 요소들을 반드시 포함하고 있음에 주목하여,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에서는 성공적으로 조직을 이끈 팀이 가지고 있던 주요 원칙 3가지를 중점으로 소개한다. 흥미로운 점은 구글, 픽사, NBA 감독, 자포스 창립자, 미 특수부대, 보석 도둑단까지 놀라운 성과를 낸 집단과 그 리더들의 경험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원칙 하나, ‘우리는 이어져 있다’는 강력한 소속감과 유대감

 

 

   집단 내의 안전한 교류를 형성하는 일련의 행동을 '소속 신호'라고 한다. 소속 신호의 관점에서 독사과 실험을 되돌아보면, 닉은 소외감을 일으키는 몇 가지 신호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집단의 케미를 깨뜨릴 수 있었다. 실제로 그의 행동은 집단의 소통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고, '당신은 안전하지 않다'라는 신호 때문에 성과는 산산이 무너졌다. 반면 조너선은 안전을 암시하는 미세한 신호를 조금씩 반복적으로 보냄으로써 소통과 경청을 통해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이에 집단은 반응했다.

 

 

 

   소규모 벤처 기업에 불과했던 구글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 모든 집단을 토론시키는 래리 페이지의 기술은 조직원들에게 강력한 소속감과 유대감을 안겨다주었다. 모두가 참여하는 금요일 포럼은 마치 아무 제약이 없는 하키 경기와 같아서 모두들 어깨를 맞대어 일하고, 안전하게 이어진 상태로 프로젝트에 몰두할 수 있었다. 이렇듯 사람들을 하나로 응집시키는 힘은 어느 한 사람이 똑똑하다고 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서로 이어져 있다는 신호가 구성원들 사이에서 꾸준하게 샘솟을 때에야 비로소 화합을 이룰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말은 그저 말일 뿐이다.' 정말 그럴까? 많은 사람들이 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집단의 성과가 언어 지능이나 복잡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소통하는 능력과 관련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가정은 틀렸다. 말이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집단이 성과를 내기 위해 정말 중요한 것은 강력하고도 중대한 생각 하나를 소통하도록 행동하는 것이다. 그 생각은 바로 '우리는 안전하고 서로가 이어져 있다'라는 믿음이다. / 34p

 

 

 

 

 

 

원칙 둘, 취약성이 협력과 신뢰를 촉발하는 강력한 신호로 작용할 때

 

 

   책은 일명 '빨간 풍선 프로젝트'라고 하는 흥미로운 실험 하나를 소개한다. 미국 전역에 무작위로 날려 보낸 10개의 빨간 풍선을 누가 더 빨리 찾을 수 있을 것인지, 4만 달러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미국 최고의 두뇌들이 모여든 것이다. 많은 참가 팀들이 문제를 풀기 위해 논리적인 접근을 시도하거나 각종 검색 엔진 및 기존의 사업 네트워크나 사회적 인맥을 활용하기 시작했는데, 뜻밖에도 이런 복잡한 작업을 거치지 않은 MIT가 우승을 거머쥔다. 이들은 그저 웹페이지를 만들어 빨간 풍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보내주는 첫 지원자에게는 2000달러를 주겠다고 공고했고, 친구를 초대하면 초대할수록 줄줄이 돈을 지급하겠다고 하여 연쇄적으로 정보를 모을 수 있는 방법을 택해 풍선 10개를 모두 찾았다. 이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빨간 풍선을 찾는 모두가 상금을 공유할 것이라고 약속함으로써 시간이나 기술력이 부족한 자신들의 취약성을 알린 데 있었다. 우리는 흔히 본능적으로 자신의 취약성을 숨기려 들지만, 정작 취약성을 드러내는 행동은 신뢰를 높이고 협동을 형성하는 통로가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주요한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여기에 당신의 역할이 준비되어 있어요. 당신이 필요해요." 하고 손을 내미는 이에게 우리는 응답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훌륭한 팀일수록 극한의 과제들을 힘을 모아 함께 수행하려는 경향이 높습니다.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디스테노가 말했다. "취약성이 지속적으로 공유되면서, 구성원들은 정서적으로 충만해지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며 더욱 가까워집니다. 끈끈하게 이어져 있기에 거대한 위험도 감당할 수 있습니다. 그들 스스로를 토대로 삼는 것이죠." / 131p

 

 

 

 

 

 

원칙 셋,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가

 

 

   1982년, 타이레놀 캡슐을 복용한 7명의 소비자가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시카고에는 공포가 엄습했고, 몇 시간 만에 존슨앤드존슨은 약이 아닌 독극물을 공급하는 회사로 전락하고 말았다. 당시 상황이 너무나 암담했지만 이들은 무려 1억 달러에 달하는 약 3100만 정의 타이레놀을 전량 수거하기로 결정을 내림으로써 위기를 극복했다. 이토록 과감한 의사 결정의 뒤에는 "우리의 첫 책임은 의사, 간호사, 환자를 비롯해 우리의 물건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아버지, 어머니를 향해 있습니다. 그들의 필요를 만족시키려면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서 높은 품질을 달성해야 합니다."와 같이 회사의 일관성 있는 공동의 이정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우리의 현주소는 여기며,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은 저기다'와 같은 고목적 환경의 조성이야말로 놀라운 성과를 내는 원동력임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몇 번이고 문제를 함께 해결하며 급변하는 세상의 도전을 이겨내려는 발전 과정을 통해 성공적인 조직 문화가 이루어짐을 깨달을 수 있다.

 

 

 

마시의 연구는 동조 현상과 공감을 의식하는 현상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잦은 빈도로 동조가 일어날수록 두 사람의 친밀감은 깊어진다. 더불어 친밀감은 조금씩 변화하지 않고 한순간에 변해버린다. "동조가 일어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마시는 말했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정말로 하나가 되는 것처럼 한껏 상대의 존재를 느끼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서로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순간이죠. '지금까지와 달리 앞으로는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하겠네요. 우리는 서로 이미 변한 것을 알고 있죠'라고 말이에요." / 173p

 

 

 

   노키아의 최고경영자인 피터 스킬먼이 경영대학원생부터 변호사, 공학자, 디자이너, 건축가, 유치원생 등 다양한 집단에 속한 사람들을 모아 한 실험이 유독 인상에 남는다. 조리하지 않은 스파게티 20봉지, 투명 테이프 1미터 등의 소품을 이용해 바닥에 세웠을 때 가장 높은 탑을 쌓는 미션이었다. 누가 봐도 경영대학원생으로 이루어진 팀이 승리할 것 같았으나 우승은 뜻밖에도 유치원생으로 이뤄진 팀에게 돌아갔다. 심지어 경영대학원 학생들이 쌓은 탑보다 3배나 높은 결과였다. 유치원 아이들이 똑똑해서 이긴 게 아니었다. 경영대학원생들이 소통에 실패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책임을 맡을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규칙에 따라야 할 것인지 서로 눈치를 보며 망설이고, 비생산적인 경쟁에 함몰되어 진정한 소통을 이뤄내지 못했기에 지고 만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눈에 보이는 것, 즉 사람과 그 사람이 갖춘 기술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사실은 소통이 가장 중요함을 일깨워준다.

 

 

 

  "어떤 온실에서는 모든 식물들이 선망하는 역할을

리더가 담당합니다.

더 돋보이고 남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거죠.

하지만 그런 리더는 되고 싶지 않았어요.

온실을 짓는 것이 제가 할 일입니다."

- 자포스 창립자 셰이

 

 

 

   기업이든 사회든 어느 조직에서건 리더들이 온실을 짓는 사람이 되기를 자처한다면 이미 그 조직은 최고의 조직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야말로 여전히 성과 지상주의, 권력 중심주의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정신이 아닐까. 이 책이 세상의 모든 리더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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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챕터
위니 리 지음, 송섬별 옮김 / 한길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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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용기와 극복의 힘을 전하는 위니 리의 자전 소설!

성폭력을 넘어 한 사람의 인생에 가해진 무차별한 폭력에 저항하는 강렬한 메시지!

 

 

 

   문득 떠오르는 기억 하나가 있다. 늘 밝게 웃던 친구가 망연자실한 얼굴을 하고서 나타나 '내 동생이 어젯밤에 성폭행을 당했어'라고 말했던 순간이다. 야간자율학습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으로 끌려가 낯선 남자로부터 폭력을 당했다는 것이다. 동생이 피를 흘리며 현관문을 열었을 때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하던 친구의 떨리는 음성이 여전히 생생하다. 내가 마중을 나갔었더라면 하는 후회의 말로 점철된 회환들, 이제 얘 상처를 어떻게 보듬어줘야 할지 모르겠다며 괴로워하던 말들.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은 흐릿하지만 이것이 내가 가장 가까이서 느낀 성폭력에 대한 감정들이다. 이마저도 피해자 가족이 되어버린 친구에게서 전해들은 간접적인 경험에 불과한 것이어서, 나는 분명 우리 모두가 이러한 위험에 노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다른 데서나 일어나는 먼 이야기인 것처럼 여겼던 것 같다.

 

 

 

   최근 들어 성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미투 운동이 활발히 일어나게 되어서야 나는 마침내 우리 사회가 성폭력 문제에 이토록 쉽게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되었다. 소속 집단 내에서, 권력자의 힘에 의해서,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사람에게서 혹은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서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다수의 피해자들이 이토록 가까운 곳에서 목소리를 죽인 채 살아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다. 이토록 내가 순진했었나,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으니까. 언제고 터져 나왔을 일들이겠으나 그나마 이제서라도 제 목소리를 내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덕분에 자신의 성폭력 피해 경험을 소설로 써 발표한 작품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도 놀라움보다는 오히려 자연스럽고도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뒤따르게 한다

 

 

   <다크 챕터>는 타이완계 미국인인 저자 위니 리가 자신의 성폭력 피해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 소설이다. 위니 리는 하버드 대학을 졸업해 영화 제작자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커리어를 쌓아나가던 자신을 비비안이라는 소설 속 인물에 투영함으로써 어느 날 갑자기 자신에게 닥친 상처와 고통들을 가감 없이 묘사한다. 자신의 존재가 반으로 나뉘어져 지난 29년간의 삶과 그 이후의 삶이 완전히 분리된 것만 같은 그날의 생생한 감각들은 2008년 4월의 토요일, 볕 좋은 봄날의 아침 웨스트 벨파스트의 글렌 포레스트 파크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쁜 일상과 고단한 업무를 뒤로하고 혼자서 여기저기를 여행하며 하이킹 하는 것을 좋아하는 비비안은 벨파스트의 등산로에서 마주친 소년이 불행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다. 술인지 약인지 모를 것에 취한 듯 어쩐지 말을 횡설수설하고 수상쩍은 기색이 있지만 자꾸만 자신에게 들러붙어 따라오는 소년이 그저 귀찮기만 할 뿐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이를 따돌렸다고 생각하고 인적이 드문 등산로를 따라 벨파스트 힐즈에 거의 다다른 순간, 비탈 아래 새하얀 점퍼 차림의 그 아이를 발견하고 만다. 뛰어야 한다고, 본능적으로 위험을 직감하지만 어느새 소년의 우악스러운 손아귀에 질질 끌려가게 된다. 죽이지만 말아달라고 속으로 외치며 그가 요구하는 것들을 힘겹게 받아들여야만 했던 그녀의 공포와 수치심은 너무나 적나라해서 숨이 막힐 지경이다. 앞서 성폭력 피해의 진실을 드러낸 위니 리의 용기가 자연스럽고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고백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그러니까 나는…

강간을 당한 사람이다.

강간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느낌이 가장 싫었다. 이 딱지는 떨어지지도 않는 저속한 싸구려 전단지처럼 그녀에게 철썩 붙어버린다. 활활 타오르는 쇠로 된 뜨거운 낙인이 그녀의 살갗에 지워지지 않는 화인을 남긴다. / 169p

 

 

어쩌면 인생이란 이렇게 임의의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는 걸까. 그녀에게 일어난 일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 일이 무작위로 일어난 거라고 생각하는 것뿐이다. 10분 전이었다면 성폭행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 228p

 

 

 

   소설은 그녀가 성폭행을 당하고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와 공황장애 같은 트라우마가 어떤 식으로 삶을 갉아먹는지 세세히 묘사해간다. 야심차고, 사교적이고, 에너지를 마구 뿜어내며 앞으로 나아가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간의 삶은 이제 저 우주 너머 어딘가에 존재할 뿐, 현실의 자신은 그저 텅 빈 책에 불과해졌음을 느낀다. 그녀의 삶은 아파트 안에 갇힐 것이고, 진짜 비비안은 사라지고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그날의 상처를 마주하는 고통을 겪는다. 하지만 비비안은 극복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살아남기 위해 성폭력을 견뎌냈던 것처럼 살아가기 위해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사회 시스템에 도움을 요청하고 친구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솔직하게 고백하며 용의자로 붙잡힌 소년과의 법적 투쟁을 정면으로 받아들인다.

 

아니면 그들의 마음속에서 그녀는 익명의 얼굴 하나에 불과할까? 이제는 통계로만 존재하는 중국인 여성. 정체성도 개성도 없는 '성폭행 피해자'라는 선입견을 투사하는 텅 빈 배.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녀는 요 며칠간 그렇게 텅 빈 배가 되어버린 기분이다. 영혼도 본질도 없이 비어버린 것 같다. 어쩌면 이 회색 호수에 영원히 떠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시는 제자리로 돌아가 정박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 266p

 

 

 

   소설 속에서는 성폭력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마련된 사회적 시스템이 얼마나 얄팍한 것들인지 빈번하게 등장한다. 피해자가 스스로 자신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회에 문을 두드려야 하는 현실과 그것을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더욱이 사건의 정황을 밝히기 위해 몇 번이나 그날의 고통을 반복해서 말해야 하는 시스템은 피해자들에게 '사건이 일어난 직후에 또다시 너무 심한 폭력을 당하는 기분'을 느끼게 할 만큼 또 다른 형태의 폭력에 지나지 않음을 느끼게 한다. 우리 사회가 이에 대한 대응을 얼마나 철저하게 마련하고 있는 것인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일들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고 물어볼 사람도 없다. 어제 갔던 성건강 클리닉에 전화를 했지만, 클리닉 직원들은 PEP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기다리라고 하더니 계속 다른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리는 바람에 그녀는 토요일에 성폭행을 당했고 어제 클리닉에 방문했지만 PEP에 대해 묻는 걸 잊었다는 말을 세 번이다 했다. / 274p

 

 

 

 

 

 

   이 책이 여타의 소설과 대비될 만큼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피해자의 입장만이 아니라 가해자의 입장까지 교차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째서 이러한 폭력이 발생하는 것인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 가해자의 시선으로 균형 있게 사건을 조직해나간다. 고작 열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소년이 가정으로부터 얻은 폭력과 사회로부터 얻은 차별이라는 폭력 앞에서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를 보여주는 이러한 과정은 우리가 어디서부터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되짚어야 하는 것인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한다.

 

 

 

그들은 자꾸 묻는다. '그 여자에게 한 짓을 후회하는가' 그럼 다른 여자들은 내가 훔친 지갑이나 핸드폰, 그런 것들에 대해서도 후회해야 하나? 그럼 내 인생을 통째로 후회해야 하나? 그런데 내가 어째서 내 인생이 어떤 건지도 모르고 별반 관심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후회해야 하는가? 내 인생이 그 사람들 중 누군가의 인생에 끼어들기 전까지는 아무도 내 인생에 관심이 없다. / 325p

 

 

 

   "애초에 제 잘못이 아닌 일을 제가 왜 부끄러워해야 하죠?" 저자가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는 편지 중에 쓴 글이 아직도 마음에 남는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존재하지만 드러내지 못한 채 숨어버리는 현실 속에서 성폭행은 피해자들이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그녀의 용기 있는 메시지가 모두에게 위안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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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어디에나 있어! - 제21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기획 부문 수상작 사회와 친해지는 책
이남석.이규리.이규린 지음, 김정윤 그림 / 창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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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더 즐겁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디자인에 관한 모든 것!

이제껏 몰랐던 디자인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지식 쏙쏙 어린이 교양책! 

 

 

 

   직업상 우리 부부는 주말이 되면 아이와 함께 새로운 디자인이 돋보이는 창의적인 공간을 자주 찾곤 한다. 신랑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고, 나 역시 한때 출판사에 몸을 담으며 편집 디자인과 관련된 업무를 주로 해왔기 때문에 늘 새로운 아이디어와 참신한 발상이 돋보이는 공간, 혹은 사물에 유독 관심이 많은 편이다. 비록 아이가 아직 어리기는 하지만 디자인이라는 개념 하에 기존의 발상을 해부하고 새롭게 조합해보려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시도들을 아이에게 꾸준히 노출시켜줌으로써, 아이의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

 

 

 

   이 때문에 '디자인'을 주제로 한 어린이 교양서가 출간되어 무척 반가웠다. 디자인이란 것이 단순히 미적 감각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과 공공성 등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는 만큼, 어린이들에게도 이에 대한 개념과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쉬운 이야기책이 나왔기에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우리 모두를 위한 디자인의 가치

 

 

   <디자인은 어디에나 있어!>는 창비에서 실시한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를 통해 당선된 작품으로 어린이를 위한 디자인 입문서이자 교양서다. 사용자 경험 디자인이나 소셜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저자들이 모여 어린이들이 어렵지 않게 디자인의 개념과 가치를 이해하고 디자인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특히 쌍둥이인 유진이와 예린이가 디자인 엑스포를 방문해 그곳에서 보고 배운 것들을 이야기 형식으로 전개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디자인 엑스포로 들어선 유진이와 예린이는 가장 먼저 대형 스크린을 통해 다양한 디자인 분야를 소개하는 영상을 보게 된다. 흔히들 알고 있는 패션 디자인, 광고 디자인을 비롯하여 기업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시아이 디자인, 활자의 서체를 디자인하고 다양한 매체에 쓰이는 타이포그래피, 비상구나 화장실처럼 시설, 사물, 개념 등을 단순하게 그림 문자로 나타낸 픽토그램 등 디자인이란 이름의 다양한 영역들을 알게 된다. 이어 '유니버설 디자인'을 주제로 한 두 번째 부스에서는 장애,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 제품들을, '인간 공학 디자인'을 주제로 한 세 번째 부스에서는 인간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편안하고 효율적인 제품과 서비스, 환경을 고려한 제품들을 경험한다. 이곳에서는 안내원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이 직접 디자인 물품들을 만져보고 체험해봄으로써 디자이너가 어떠한 철학을 가치고 디자인을 실현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디자인 철학은 디자인을 할 때 방향을 잡아 주는 원칙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멀리 있는 목적지를 향해 떠날 때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나침반 같은 거지요." / 17p

 

 

"디자이너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관심이 많아요. 어떤 때 편안함을 느끼는지, 자기도 모르게 하는 행동은 무엇인지 세심하게 관찰하지요. 덕분에 더 쓰기 좋은 키보드나 기발한 의자를 만들 수 있는 거예요." / 32p

 

 

 

 

 

 

   다섯 번째 부스에서 아이들은 디자이너들이 늘 세상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창의적인 대안을 만들어내고자 노력하는 시도들을 엿보게 된다. 특히 네덜란드 디자이너 위르헌 베이의 진공청소기 의자는 가장 인상적이다. 의자 모양의 커다란 먼지 봉투가 진공청소기와 연결되어 있는 제품이다. 재미있는 시도이기는 하지만 누가 봐도 예쁘지도 않고 불편하다고 여길 만하다. 안내원 역시 널리 쓰이는 상품으로 만들기에는 실패한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지같이 삶의 부정적인 부분도 의자처럼 쓸모 있고 긍정적인 것으로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전하고자 한 디자이너의 시도를 높이 평가한다. 이 외에도 '재활용'이라는 개념의 리사이클링, '새활용'이라는 개념의 업사이클링 통해 환경을 위한 디자인과 버려진 자동차 방수포를 활용해 가방을 만드는 한 사례를 통해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디자인의 따뜻한 철학을 일깨워준다.

 

 

 

 

 

 

디자인의 가치가 높아지는 시대, 디자인으로 생각하는 법

 

 

   안내원은 유진이와 예린이에게 디자이너가 꿈이 아니더라도 디자인에 대한 관심은 꼭 있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한다. 디자인이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미래에는 좋은 디자인 제품과 서비스를 알아보고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학교에 제출하는 리포트나 발표 수업에서만 하더라도 서체나 그림과 같은 디자인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디자인을 잘 이용할수록 내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기에 용이한 것은 물론, 세상을 더 편리하고 안전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데 디자인이 이롭게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디자인을 보다 가깝게 느낄 필요가 있음을 깨닫는다.

 

 

"디자인의 출발점은 언제나 사람입니다. 디자이너는 삶을 어떻게 하면 더 편리하고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지요. 그러다 보면 문제점이 드러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도 떠올라요. 세상의 다양한 변화를 예민하게 알아채는 감각도 중요하지요." / 79p

 

 

"좋은 디자이너라면 통합적인 지식을 갖추어야 합니다. 꼭 디자이너가 꿈이 아니더라도 디자인을 공부하면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울 수 있어요. 그래서 어린이들이 디자인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 80p

 

 

 

 

 

 

   평소 디자인에 관심 있던 예린이와 달린 유진이는 디자인 엑스포에 입장할 때만 하더라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점차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디자인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움으로써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책의 말미에 저자 역시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생각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지고, 좀 더 창의적이며 세상을 이롭게 만들기 위한 사람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꼈다고 하니 우리 아이에게도 이런 기회를 자주 열어주기 위해 고심해봐야겠다. 끝으로 이 책이 많은 아이들에게 세상을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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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롭 - 위기의 남자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5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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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의문의 죽음을 동시에 추적하는 형사 해리 보슈의 대활약상!

섬뜩한 진실과 거듭된 반전, 치밀하고도 흡인력있는 전개로 눈을 뗄 수 없는 범죄 스릴러!

 

 

 

   여름이 찾아올 무렵, 서점가 문학 코너에 두드러지는 변화가 있다면 바로 '스릴러' 및 '추리 소설'과 같은 장르 소설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이다. 한때 서점에서 근무한 적이 있던 나 역시 당시 유명 추리 소설 시리즈와 인기 있는 스릴러물만 뽑아서 진열할 계획을 세우곤 했다. 먼저 유명 작가들을 선별해 목록을 만들던 도중 나는 처음으로 마이클 코넬리라는 이름을 마주했다. 당시 그에 대한 첫인상은 생각 이상으로 작품 수가 상당하다는 것, 표지만 보아도 무척 하드보일드한 내용일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영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의 원작 작가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영화관까지 찾아가서 봤던 작품이라 대표적인 작품들을 엄선해서 진열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당시에는 더 이상 그의 작품을 가까이 접하지 못했는데, 최근 들어 그의 작품이 미국 드라마로 방영되고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만 하더라도 무려 열다섯 편이나 출간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왜 지금껏 읽어보지 못했지 하는 후회가 밀려들었다. 바로 그 열다섯 번째 신작 <드롭: 위기의 남자>편을 읽고서야 뒤늦게 정주행하고 싶은 생각이 든 것이다.

 

 

 

외로운 코요테 같은 형사, 해리 보슈의 강렬한 범죄 스릴러

 

 

   이쯤되면 거의 실존하는 인물처럼 느껴질 것 같다. 오랫동안 형사 해리 보슈의 활약을 지켜봐온 독자들은 이제는 그냥 '믿고 보는 시리즈'라고 증언하는 걸 보면 말이다. 열다섯 번째 시리즈로 돌아온 <드롭: 위기의 남자>는 특수살인사건 전담반에 있던 보슈가 미제사건 전담반으로 돌아온 지 1년째 되는 해에 벌어진 사건들을 추적하는 사회 범죄 스릴러다. 그는 10년 전쯤 퇴직연금을 전부 수령하고 경찰국에서 퇴직했다가, 2년 후 경찰국의 퇴직유예제도 덕분에 경찰국으로 돌아와 남은 근속 기간이 기껏해야 이제 39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파트너인 데이비드 추와 함께 남아도는 사건과 특별한 관심을 필요로 하는 사건을 맡아서 수사하는 이른바 '깍두기' 팀으로 움직이며 자신이 맡을 사건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거의 10년 전쯤 보슈는 퇴직연금을 전부 수령하고 경찰국에서 퇴직했다. 어리석은 결정이었다. 그리고 2년 후에 경찰국의 퇴직유예제도(Deferred Retirement Option Plan, DROP) 덕분에 경찰국으로 돌아왔다. 드롭은 경험 많은 형사들이 경찰국에 오래 몸담으며 가장 잘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게 해주기 위해 마련된 제도였다. 보슈가 가장 잘하는 일은 살인사건 수사였다. 그는 7년 계약을 맺고 다시 돌아온, 이른바 '재생 타이어'였다. / 32p

 

 

 

 

 

 

   때마침 보슈 팀에게 1989년도에 발생한 미제 사건 하나가 맡겨진다. 피살자는 릴리 프라이스, 19세 여대생이다. 어느 일요일 오후 그녀는 베니스비치에서 룸메이트 한 명과 놀다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집으로 혼자 가던 중 성폭행을 당해 교살되었고, 이후 후미진 곳의 바위 위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정액은 없었으나 당시 피해자의 목 뒤쪽, 오른쪽 귀밑에서 작은 혈흔 하나가 발견되었는데, 그것을 최근에서야 다시 분석한 결과 클레이턴 S. 펠이란 자의 것으로 판명이 난 것이다. 펠의 전과를 보면 여러 차례 체포된 기록이 있고 공연음란죄와 불법 감금, 강간 혐의로 세 번 유죄판결을 받은 기록도 있기에 누가 봐도 그가 범인임을 의심할 수는 없으나 가장 결정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클레이턴 펠은 1981년생으로 사건이 발생한 1989년에는 불과 여덟 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고작 여덟 살인 아이가 자신보다 훨씬 큰 성인을 성폭행하고 교살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한편, 샤토마몽트 호텔에서 시의원 어빈 어빙의 아들 조지 토머스 어빙의 투신 사망 사건이 발생한다. 국장실의 호출로 보슈에게 이 투신 사망 사건까지 함께 떨어지는데, 이제 막 미제 사건 하나를 전달받은 보슈로서는 동시에 두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난제를 떠안고만 다. 일명 '하이 징고(high jingo)'. 경찰국 수뇌부가 특별히 관심을 보이는 사건 혹은 정치적 압력이 많이 들어오는 사건을 일컫는 말로, 정치적 외압 때문에 수사권을 휘두르기가 쉽지 않은 것은 불 보듯 뻔한 노릇이었다. 거의 천적이나 다름없는 어빙 의원이 특별히 그를 지목하여 수사 요청을 한 것이라 더더욱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어빙으로서는 대안이 없었던 게 분명했다. 비록 적대 관계에 있는 사이이긴 하나 공평하고 진실만을 쫓는 보슈의 진정성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높게 평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언젠가 자네가 그랬지. 모두가 중요하거나 아무도 중요하지 않다고. 그 말이 기억나는군. 이 사건이 그 말이 진심인지를 시험하겠군. 적의 아들도 중요한가? 적의 아들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할 것인가? 적의 아들을 위해서도 철저히 수사할 것인가?" / 42p

 

 

"뭐가 까칠하다는 거야? 내가 맡은 사건에 정치적인 간섭이 들어오는 건 딱 싫어하는 거? 이거 알아? 오늘 다른 사건도 하나 맡았어. 열아홉 살 아가씨가 강간당하고 해변가 바위 위에서 시신으로 발견됐어. 게들이 그 아가씨의 몸 위를 기어 다니고 있었대. 그런데 그 사건을 해결하라고 나를 불러낸 시의원은 한 명도 없었어. 웃기지 않아?" / 89p

 

 

 

옳은 길을 찾기 위해 틀린 길을 헤매야 한다

 

 

   보슈는 사건에 대한 정보와 결론을 종용하는 어빙의 끊임없는 외압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자신의 논리대로 사건을 수사해나간다. 다른 형사들이 간과하는 부분들에서 진실의 냄새를 맡고 예리하게 추적해가는 기민함을 보이는 동시에, 곳곳에서 자신의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러면서도 딸과 더 오래 함께 있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책임 앞에서 고민하고, 늘 막연하게 거부해왔던 '악'에 대한 이중성 앞에서 깊은 회의를 느끼기도 하며 조직 내의 구조적인 모순 앞에서 절망하기도 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덕분에 해리 보슈 형사에 대한 이미지가 꽤 입체적으로 그려져 왜 이 기나긴 시리즈를 계속 읽어야 하는 것인가 대한 물음에 해답을 얻을 수 있다.

 

 

 

"나는 악이 환경의 영향을 받아 생겨날 수 있다고 생각해. 클레이턴 펠이 바로 그런 경우인 것 같고. 하지만 펠처럼 악을 실현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똑같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도 악한 행동을 하지 않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 그러니까 환경 말고 다른 것도 있는 거야. 등식의 반대편. 사람들은 잠재된 무언가를 가지고 태어나고 특정한 환경하에서만 그 무언가가 겉으로 드러나는 것 아닐까? 모르겠어, 해나. 정말로.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걸. 확실히는 모를 거야. 가설만 갖고 있을 뿐이고. 그 가설들은 길게 보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피해를 막지는 못할 테니까." / 232p

 

"이게 바로 우리가 이런 일을 하는 이유예요. 이자와 같은 인간들 때문에. 이런 괴물들은 우리가 막아 세울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거든요. 숭고한 일이에요, 우리가 하는 일. 그걸 잊지 마세요. 선배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구했는지 기억하시라고요." / 387p

 

 

 

 

 

 

   <드롭: 위기의 남자>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섬뜩한 진실, 뜻밖의 반전으로 사회 범죄 스릴러가 갖춰야 할 요소들을 고루 갖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경찰과 이를 둘러싼 사회 조직의 내부를 직접 들여다보듯 사실적으로 그려나가면서 다양하고 현실적인 캐릭터들로 플롯의 완성도를 높인 점이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장르를 좋아하는 한 명의 독자로서, 읽는 내내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마지막까지 몰아치듯 내달릴 수 있었던 점이 무척이나 좋았다. 무엇보다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길과 조직의 논리 사이에서 부딪치는 마지막 장면을 통해 이제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앞으로의 시리즈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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