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적인 조직 문화를
이끌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위기의 조직에서 최고의 조직으로 거듭난 세계 1%팀들의
행동 전략!
문득 나의 첫 직장 생활이 떠오른다. 기획팀에서 근무를 하게 된 나는 입사 첫날, 빼곡히 둘러싸인 파티션의
수만큼이나 많은 직원들을 보며 이곳에서 어떠한 일을 하게 될지 설레었다. 마침 그날은 새로 기획된 상품의 표지 시안이 나온 날이라 오전부터 전
직원 회의가 소집되었다. 이제 막 입사한 나는 일단 분위기 정도만 살펴야겠다 싶어 멀찌감치 지켜보는데, 저마다 팀장 한 사람만 힐끔힐끔 보면서
그녀가 어떤 말이라도 해주길 기다리고 있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몇 번의 시안이 수정되어 나오는 동안, 회의의 분위기나 최종 선택은 모두
팀장의 말 한마디에 따라 결과가 좌지우지 되었다. 하지만 나를 더욱 의아하게 만든 것은 그렇다고 팀장이 주도적으로 회의를 이끌어가는 분위기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팀장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이란 고작해야 "뭔가 마음에 딱 안 드는데." "뭐, 이 정도면 되겠네요."의 수순에서
머물렀으니, 오래 경험해보지 않아도 이 조직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탤런트 코드>의 저자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대니얼 코일의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에서는 이러한 나의 경험과 유사한 하나의 실험을 소개한다. 이른바 '독사과 실험'이 바로 그것인데, 조직행동론을 연구한 윌 펠프스는
닉이라는 사람에게 회의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임무를 맡긴다. 닉이 공격적이고 도전적인 훼방꾼 역할,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는
역할, 무기력하고 항상 풀이 죽어 있는 역할을 수행할 때마다 조직원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그 반응을 살피는 것이 실험의 목적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그의 행동은 거의 모든 집단의 성과를 30~40퍼센트 정도 떨어뜨렸다. 마치 독사과처럼, 나의 첫 직장에서 팀장이 그러했던 것처럼 우리는
닉과 같은 행동을 보이는 인물 하나가 조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절대 간과할 수 없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 실험에서 예외의 상황이 하나 발생한다. 닉의 방해 공작에도 훌륭한 성과를 낸 집단 하나가 있었던 것이다.
바로 조너선이라는 친구가 있던 집단이다. 닉이 안간힘을 써도 조너선의 집단은 주의 깊고 활력이 넘쳤고 그들은 높은 성과를 일궜다. 닉이 소통을
방해하는 독사과라면, 조너선은 사람들의 화합을 극대화시켜 성과를 이끌어내는 꿀사과였던 셈이다. 이를 통해 펠프스는 두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하나는 집단의 성과가 지력이나 기술, 경험 같은 측정 가능한 능력 대신 미세한 행동에 좌우된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는 강력한 리더 한 명 보다
다른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서로 끈끈하게 이어져 있다고 느끼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대니얼 코일은 집단의 문화가 어떻게 작동하고, 어떻게 문화를 활용해야 성공적인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바로 여기에서 찾는다. 실제 최고의 조직으로 거듭난 세계 1% 팀들의 행동 전략에는 이와 같은 요소들을 반드시 포함하고 있음에 주목하여,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에서는 성공적으로 조직을 이끈 팀이 가지고 있던 주요 원칙 3가지를 중점으로 소개한다. 흥미로운 점은
구글, 픽사, NBA 감독, 자포스 창립자, 미 특수부대, 보석 도둑단까지 놀라운 성과를 낸 집단과 그 리더들의 경험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원칙 하나, ‘우리는 이어져 있다’는 강력한 소속감과
유대감
집단 내의 안전한 교류를 형성하는 일련의 행동을 '소속 신호'라고 한다. 소속 신호의 관점에서 독사과 실험을
되돌아보면, 닉은 소외감을 일으키는 몇 가지 신호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집단의 케미를 깨뜨릴 수 있었다. 실제로 그의 행동은 집단의 소통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고, '당신은 안전하지 않다'라는 신호 때문에 성과는 산산이 무너졌다. 반면 조너선은 안전을 암시하는 미세한 신호를 조금씩 반복적으로
보냄으로써 소통과 경청을 통해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이에 집단은 반응했다.
소규모 벤처 기업에 불과했던 구글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 모든
집단을 토론시키는 래리 페이지의 기술은 조직원들에게 강력한 소속감과 유대감을 안겨다주었다. 모두가 참여하는 금요일 포럼은 마치 아무 제약이 없는
하키 경기와 같아서 모두들 어깨를 맞대어 일하고, 안전하게 이어진 상태로 프로젝트에 몰두할 수 있었다. 이렇듯 사람들을 하나로 응집시키는 힘은
어느 한 사람이 똑똑하다고 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서로 이어져 있다는 신호가 구성원들 사이에서 꾸준하게 샘솟을 때에야 비로소 화합을 이룰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말은 그저 말일 뿐이다.' 정말 그럴까? 많은 사람들이 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집단의 성과가 언어 지능이나 복잡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소통하는 능력과 관련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가정은 틀렸다.
말이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집단이 성과를 내기 위해 정말 중요한 것은 강력하고도 중대한 생각 하나를 소통하도록 행동하는 것이다. 그 생각은
바로 '우리는 안전하고 서로가 이어져 있다'라는 믿음이다. / 34p
원칙 둘, 취약성이 협력과
신뢰를 촉발하는 강력한 신호로 작용할 때
책은 일명 '빨간 풍선 프로젝트'라고 하는 흥미로운 실험 하나를 소개한다. 미국 전역에 무작위로 날려 보낸 10개의
빨간 풍선을 누가 더 빨리 찾을 수 있을 것인지, 4만 달러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미국 최고의 두뇌들이 모여든 것이다. 많은 참가 팀들이
문제를 풀기 위해 논리적인 접근을 시도하거나 각종 검색 엔진 및 기존의 사업 네트워크나 사회적 인맥을 활용하기 시작했는데, 뜻밖에도 이런 복잡한
작업을 거치지 않은 MIT가 우승을 거머쥔다. 이들은 그저 웹페이지를 만들어 빨간 풍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보내주는 첫 지원자에게는
2000달러를 주겠다고 공고했고, 친구를 초대하면 초대할수록 줄줄이 돈을 지급하겠다고 하여 연쇄적으로 정보를 모을 수 있는 방법을 택해 풍선
10개를 모두 찾았다. 이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빨간 풍선을 찾는 모두가 상금을 공유할 것이라고 약속함으로써 시간이나 기술력이 부족한
자신들의 취약성을 알린 데 있었다. 우리는 흔히 본능적으로 자신의 취약성을 숨기려 들지만, 정작 취약성을 드러내는 행동은 신뢰를 높이고 협동을
형성하는 통로가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주요한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여기에 당신의 역할이 준비되어 있어요. 당신이 필요해요." 하고 손을
내미는 이에게 우리는 응답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훌륭한 팀일수록 극한의 과제들을 힘을 모아 함께 수행하려는 경향이 높습니다.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디스테노가 말했다. "취약성이 지속적으로 공유되면서, 구성원들은 정서적으로 충만해지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며 더욱 가까워집니다. 끈끈하게 이어져 있기에 거대한 위험도 감당할 수 있습니다. 그들 스스로를 토대로 삼는 것이죠." / 131p
원칙 셋,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가
1982년, 타이레놀 캡슐을 복용한 7명의 소비자가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시카고에는 공포가 엄습했고, 몇 시간
만에 존슨앤드존슨은 약이 아닌 독극물을 공급하는 회사로 전락하고 말았다. 당시 상황이 너무나 암담했지만 이들은 무려 1억 달러에 달하는 약
3100만 정의 타이레놀을 전량 수거하기로 결정을 내림으로써 위기를 극복했다. 이토록 과감한 의사 결정의 뒤에는 "우리의 첫 책임은 의사,
간호사, 환자를 비롯해 우리의 물건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아버지, 어머니를 향해 있습니다. 그들의 필요를 만족시키려면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서
높은 품질을 달성해야 합니다."와 같이 회사의 일관성 있는 공동의 이정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우리의 현주소는 여기며,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은 저기다'와 같은 고목적 환경의 조성이야말로 놀라운 성과를 내는 원동력임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몇 번이고 문제를 함께
해결하며 급변하는 세상의 도전을 이겨내려는 발전 과정을 통해 성공적인 조직 문화가 이루어짐을 깨달을 수 있다.
마시의 연구는 동조 현상과 공감을 의식하는 현상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잦은 빈도로
동조가 일어날수록 두 사람의 친밀감은 깊어진다. 더불어 친밀감은 조금씩 변화하지 않고 한순간에 변해버린다. "동조가 일어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마시는 말했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정말로 하나가 되는 것처럼 한껏 상대의 존재를 느끼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서로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순간이죠. '지금까지와 달리 앞으로는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하겠네요. 우리는 서로 이미 변한 것을 알고 있죠'라고 말이에요." / 173p
노키아의 최고경영자인 피터 스킬먼이 경영대학원생부터 변호사, 공학자, 디자이너, 건축가, 유치원생 등 다양한 집단에
속한 사람들을 모아 한 실험이 유독 인상에 남는다. 조리하지 않은 스파게티 20봉지, 투명 테이프 1미터 등의 소품을 이용해 바닥에 세웠을 때
가장 높은 탑을 쌓는 미션이었다. 누가 봐도 경영대학원생으로 이루어진 팀이 승리할 것 같았으나 우승은 뜻밖에도 유치원생으로 이뤄진 팀에게
돌아갔다. 심지어 경영대학원 학생들이 쌓은 탑보다 3배나 높은 결과였다. 유치원 아이들이 똑똑해서 이긴 게 아니었다. 경영대학원생들이 소통에
실패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책임을 맡을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규칙에 따라야 할 것인지 서로 눈치를 보며 망설이고, 비생산적인 경쟁에 함몰되어
진정한 소통을 이뤄내지 못했기에 지고 만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눈에 보이는 것, 즉 사람과 그 사람이 갖춘 기술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사실은
소통이 가장 중요함을 일깨워준다.
"어떤 온실에서는 모든 식물들이
선망하는 역할을
리더가 담당합니다.
더 돋보이고 남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거죠.
하지만 그런 리더는 되고 싶지
않았어요.
온실을 짓는 것이 제가 할
일입니다."
- 자포스 창립자
셰이
기업이든 사회든 어느 조직에서건 리더들이 온실을 짓는 사람이 되기를 자처한다면 이미 그 조직은 최고의 조직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야말로 여전히 성과 지상주의, 권력 중심주의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정신이 아닐까. 이 책이 세상의
모든 리더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