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두통은 꾀병이 아니에요 - 나지훈 교수의 소아청소년 두통 길잡이
나지훈 지음 / 북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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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아이의 두통을 가볍게 여기지 마세요!

두통으로 고통 받는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 훌륭한 참고서가 되어줄 책!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이가 두통 증세를 보인다는 것이었다. 아이는 꼭 한 학기에 한 두 번씩은 조퇴를 해야 할 만큼 두통을 호소하곤 했다. 아이 아빠가 어릴 때 두통이 심해서 줄곧 병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기에, 아이도 적잖이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싶어 걱정되었다. 두통도 유전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통이란 게 워낙 주관적인 증상인 데다 꾀병으로 의심될 때도 있어서, 상비약인 부루펜 시럽을 먹이고 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최근 학부모 모임에서 뜻밖에도 많은 가정이 이와 같은 고민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애들이 머리 아플 일이 뭐 있어?

공부하기 싫어서 꾀병 부리는 거 아니야?

이제껏 아이의 두통을 그저 심리적인 문제로만 여겼던 부모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우리 아이 두통은 꾀병이 아니에요』는 국내 유일의 소아청소년 두통에 관한 책이다. 소아청소년 전문의인 나지훈 교수는 소아청소년 두통의 원인과 종류, 증상 및 치료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두통 환아와 가족들이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두통을 꾀병이나 단순히 심리적인 문제로만 여기는 현실을 바로잡고, 흔한 질환이지만 증상, 진단, 치료, 예후 면에서는 결코 만만치 않은 소아청소년 두통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전하고자 한다. 지금 당장에는 두통 증세가 없다 하더라도, 자녀가 10세쯤에 이르면 이차성징이 시작되면서 호르몬과 뇌신경의 연결성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이것이 편두통과도 연결될 수 있다고 하니 관심 있게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특히 만성 신경학적 질환에서 유전적인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두통도 잘 살펴보면 가족력이 흔하게 있을 수 있으며, 만성편두통 같은 경우에는 유전적인 원인이 일부 밝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가족성 편두통을 유발하는 특정 유전자가 밝혀진 바 있는데, 편두통 환아에게서 이 유전자가 발견되었을 때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약이 개발되기도 했습니다. / 37p









  이 책을 읽다보면 두통의 증세나 강도가 유형에 따라 상당히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두통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는데, 일차두통과 이차두통 그리고 통증성두개신경병증 및 기타 얼굴 통증이 그것이다. 흔히 겪는 일차두통은 편두통, 긴장형두통, 군발두통으로 나뉘는데, 그 중에서도 만성편두통은 두통이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1개월 중 15일 이상 두통 증상이 있는 경우를 뜻한다고 하니 자녀의 두통이 각각의 유형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참고하여 치료법에 접근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또 편두통이 만성화되면 이차적으로 우울감, 범불안장애, 감정표현불능증, 비만,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섭식장애, 수면장애 등 여러 심리적·정신적 증상까지 동반될 수 있다고 하니 우리 아이의 두통 증세를 마냥 가벼이 여기지 않기를 권장한다.



만성편두통을 지닌 아이들은, 약물치료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생활습관교정치료, 이차적인 심리적 지지, 가족의 지지 등 많은 부분에 개입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만성 두통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혹시 놓칠 수도 있는 이차적인 원인, 다른 질환과의 연관성(예를 들어, 척추의 정형외과적 질환, 만성비염 혹은 축농중, 갑상선질환, 치과적 질환 등)을 계속 의심하면서 폭넓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48p


만성 두통 중에는 긴장형두통도 있는데, 오히려 만성 긴장형 두통이 만성편두통보다 유병률이 더 높으며, 남녀 모두에게 잘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보통 스트레스와 연관이 많은데, 이차성징기에 있는 아이들은 성호르몬이 급격히 변화하므로, 주변 환경의 변화로 인한 자극과 자기 몸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거나 미숙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이 긴장형두통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 50p



  책은 각종 두통 증세를 완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예방법과 치료법들을 소개한다.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참고해볼 부분은 아이들의 뇌 건강을 돕는 저당식사, 적정 용량의 철분제 복용, 장내 세균의 안정화를 통해 소아청소년 일차두통의 지속적인 관리와 뇌의 안정에 도움을 주는 프로바이오틱스·프리바이오틱스 섭취, 뇌의 발달과 안정화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 B군 섭취다. 두통이 잦은 아이를 위해 위와 같은 예방법에 신경 쓰고, 긴장형두통을 유발하지 않도록 바른 자세와 꾸준한 운동을 권장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저당식사치료는 뇌의 흥분을 안정화시키고, 항산화 기능, 장내세균총의 개선, 미토콘드리아(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세포 소기관) 기능 강화 등 여러 장점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뇌를 안정화시키는 작용도 할 수 있죠. 저 역시 만성편두통 환자들에게 저당식사치료를 병행하도록 하면서 장기적인 치료 효과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저당식사치료가 아이들의 뇌 건강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연구는 최근 저를 비롯한 많은 뇌과학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 87p


놀랍게도 많은 부모님이 아이의 키 성장을 위해 비타민 D와 굳이 챙겨 먹지 않아도 되는 미량 원소들은 자주 먹이면서, 아이들이 철분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철분을 보충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소아청소년의 뇌는 급속 성장을 하기 때문에, 이 시가에 빈혈이 있으면 이로 인한 이차두통이 생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갖고 있는 일차두통의 악화, 발달 지연, 성장 지연, 식욕 부진, 집중력 저하, 감정 및 성격적인 문제 등 많은 신경학적인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평소 철분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충분히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제일 좋지만, 환경상 쉽지 않을 때는, 적정 용량의 철분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 120p









  이 외에도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반드시 챙겨놓는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과 이부프로펜(부루펜) 사용법, 두통의 양상과 강도, 진통제 복용 횟수 등을 기록해 두통을 관리하는 데 도움을 주는 두통일기 쓰는 법, 두통 증상과 치료법을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실제 사례 등 소아청소년 두통에 관한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소아청소년의 두통은 심리적 문제, 정신적 미숙, 공부하기 싫어하는 꾀병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고, 소아청소년 두통 환아와 가족들에게 적절한 치료법과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책이다. 평소 소아청소년두통에 궁금한 점이 있으셨던 분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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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쏙과학 3학년 - 한자 어휘 학습으로 초등 과학 교과서 개념 쏙쏙 익히기 한쏙 과학
박병진 지음 / 북장단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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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이 있다니, 반갑고 고맙다!

한자로 가득한 과학 어휘들을 쉽고 재미있게 익힐 수 있는 책!






  초등 3학년인 자녀를 둔 부모라면 꼭 마주하게 되는 고민이 있다. “과학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지?” 일단 많은 학부모들이 추천하는 과학 문제집을 한 권 사두고 한두 장씩 풀어보기는 하는데, 이제껏 접한 적 없는 어휘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니 부모인 나조차도 어질해진다. 게다가 물체, 물질, 분류, 측정, 표면, 퇴적, 완전, 불완전 등 대부분의 주요 어휘들이 한자어라서 단순 암기만으로 아이들이 개념을 올바르게 익힐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이런 부모들의 고민들을 해결하고 아이의 과학 학습 능력을 높여줄 책이 출간되어 반갑다. 한자를 배우며 과학을 공부하는 『한쏙 과학』은 아이가 단어를 읽고 머릿속에서 한자의 뜻을 헤아려 사고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한자와 함께 과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개념어들을 익히다보면 자연스럽게 과학 개념을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해력도 키울 수 있으니 우리 아이들에게 반드시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이제껏 한자 어휘를 모르고 외우기 중심으로 공부해 온

학생들이라면 이 책에 주목해보세요!



하나, 교과 연계 필수 과학 용어를 매일 하나씩 배울 수 있어요.

둘, 과학 용어를 개념부터 어휘까지 일상 속 상황을 통해 친밀하게 만날 수 있어요.

셋, 앞에서 배운 용어를 각 한자마다 뜻(훈)과 소리(음)을 알고 전체적인 뜻을 배울 수 있어요.

넷, 한자의 뜻과 소리를 입으로 말해 보면서 모양을 익힐 수 있어요.

다섯, 앞에서 배운 한자를 교과서 속에서 찾아보면서 전체적은 맥락을 이해할 수 있어요.

여섯, 각 단원일 끝날 때마다 배웠던 용어를 문제 풀이로 복습할 수 있어요.

일곱, 한자를 따라 쓰면서 집중력도 높이고 한자를 바르게 쓰는 연습을 할 수 있어요.



  과학(科學)은 자연 현상을 배우는 과목을 말하는 것으로, 과목이라는 뜻의 ‘과목 과(科)’와 배운다는 뜻을 지닌 ‘배울 학(學)’이 합쳐서 완성된 글자다. 또, 관찰(觀察)은 살펴보는 것을 뜻하는 단어로, 본다는 뜻을 지닌 ‘볼 관(觀)’과 살펴본다는 뜻을 지닌 ‘살필 찰(察)’이 합쳐서 완성된 글자다. 이렇게 한자의 뜻을 이해하며 과학 교과서 속의 어휘들을 접근하다보면 과학이 보다 쉽고 재미있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책 한 권에 학년별 1학기, 2학기 어휘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으니 부담 없이 매일 한 자씩 익혀보면 좋을 듯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학기 전인 방학 때 미리 이 책을 익혀둔다면 학기 중 학습에 매우 효과적일 듯하다.



  엄마표 공부를 하고 있는 나로서는 우리 아이 과학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이 책을 만나서 반갑고 고맙다. 방학 동안 이 책과 관련 문제집을 병행해가며 복습과 예습을 차근차근 준비해봐야겠다. 예비 초등 3학년에서부터 초등 6학년까지, 우리 아이 과학 공부의 기본을 다질 수 있는 교재를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적극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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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 Axt 2024.7.8 - no.55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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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란 선의 안과 밖을 나누는 수많은 경계를 허무는 일이다!

경계를 허문 글쓰기의 드넓은 세계를 탐독하는 격월간 문학잡지!





  격월간 문학잡지 『Axt』 55호의 주제는 ‘선 긋기’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 주변엔 수많은 ‘선(線)’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태어나 최초로 ‘선(線)’을 의식하기 시작한 건 아마도 놀이였을 것이다. ‘이 선 넘어가면 안 돼’, ‘이 선 밟으면 죽는 거야’ 승과 패는 선에 의해 좌우되며, 선은 공정한 것이라는 믿음을 놀이를 통해 키워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쪽 모두에게 똑바른 선이 그려지고, 이를 기준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공정함을 바라는 것은 일종의 환상’일지도 모른다던 박지수의 글처럼, 선이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오는 순간 누군가에게는 차별과 혐오, 소외와 배제의 기준이 될 수도 있음을 또한 목도하게 되었다. 커버 사진인 홍기웅의 <Rule>에서 감각하는 지점 역시 바로 여기에 있다. 선 밖으로 떨어지면 패배하고 마는 테니스 공의 운명과, 기어코 선 ‘안쪽’으로 진입하고야 말겠다는 우리의 분투가 겹쳐져 보이는 까닭이다.



  나는 문학이야말로 우리 주변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선들을 감지하고, 그 속의 수많은 경계를 허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선을 긋는다면, 선 밖에서 할 수 없어 망설이는 이야기들을 해야만 하는 것이 문학이다. 이번 55호의 주제인 ‘선 긋기’를 통해 우리를 가르고 있는 경계선의 안팎을 들여다보는 일은 독자들에게도 매우 의미 있는 읽기가 될 것이다.



저는 제가 쓰는 모든 글이 시가 되길 바라요. 그러면 결국 모든 것이 될 수 있거든요. 보이지 않는 경계와 선을 지우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감추려 함으로써 그 존재를 더욱 현현하게 드러내는 것이 시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시의 역할이라고, 지금은 믿고 싶어요. / 박참새 시인의 인터뷰 중에서 18p








  이번 호에서는 천쓰홍의 소설 『귀신들의 땅』을 읽고 황인찬 시인과 홍칼리 무당, 김수현 서점원이 비대면으로 나눈 채팅이 인상적이다. 아직 이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세 분의 가이드에 따라 인간과 귀신, 비퀴어와 퀴어, 도시와 시골,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등 다양한 경계를 가로지르며 선의 바깥에 놓인 등장인물들에 주목하여 읽었다. 이를 통해 ‘말할 수 없어’ 고통스러운 이들이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을, 하지 못한 말이 있는 곳에 진짜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한국판 『시녀 이야기』에 가까운 황모과의 「브라이덜 하이스쿨」도 기억에 남는다. 일부다처제인 사회를 배경으로, 정숙한 여성을 길러내는 신부 양성학교 ‘요조 브라이덜 하이스쿨’의 화장실 청소부원으로 빙의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독특한 소설이다. 다소 황당한 설정에 얼마간 의아하다가도, ‘이야기’를 지음으로써 소녀들을 해방시키고 죽은 주인공의 역할을 이어가는 베키를 통해 가슴 벅찬 해방감을 느끼게 되는 작품이다. 새롭게 연재를 시작한 김숨의 소설 「초대」는 벌써부터 완결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섬이란 무대를 배경으로 숨 막히는 개인사가 종횡무진 펼쳐지는데, 어쩐지 그 끝에 차마 마주하고 싶지 않은 가슴 아픈 역사가 숨겨져 있을 것만 같은 예감이다.



잘 안다고 철석같이 믿었던 세계가 낯설기 그지없는 얼굴로 돌진해오는 순간을 포착하는 게 소설이라면. 낯설기 짝이 없던 세계가 무섭도록 익숙한 얼굴로 돌변하는 순간을 목격하는 게 소설이라면. / 너는 별을 보자며, 김경욱의 소설 중에서 158p


섬에서는 인간이든, 짐승이든, 식물이든 사는 게 만만치 않다. 섬에서 악착같이 살아남은 것들은 소름끼치도록 기괴하고 흉측하다. 여자는 신이 있다면, 그리고 그 신에게 눈이 있다면 인간인 자신 역시 흉한 모습일 것 같다. / 초대, 김숨의 소설 중에서 219p


“해,해녀들이 그,그래도 사,사공을 위,위했어. 바,바다에서 마,막 딴 전,전복을 머,머,먹으라고 줘…… 뭐,먹고 기,기운 내라고…… 바,바다 위,위로 오,오,올라올 때 여,여자들 어,얼굴을 보,보면 저,전복을 머,먹을 수가 어,없어…… 바, 바닷속에서 수,숨을 차,참느라 요,용을 쓰,쓰고 난 어,얼굴을 보,보면 아,안쓰러워서 바,받아 머,먹을 수가 어,없어…….” / 초대, 김숨의 소설 중에서 219p









  경계를 허문 글쓰기의 드넓은 세계를 탐독하는 격월간 문학잡지로 이번 호 역시 묵직하다. 다음 호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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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도도에 오면 마음의 비가 그칩니다 카페 도도
시메노 나기 지음, 장민주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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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하루 속 다정한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힐링이 되어줄 책!

상처 입은 말들, 상처 준 말들, 카페 도도에서 모두 날려 보내세요!





  역에서 곧장 이어지는 언덕길을 올라 첫 번째 교차로 맨 끝 골목길에 다다르면, 울창한 나무숲에 둘러싸인 비밀스러운 카페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1인 전용 카페 도도.’ 카페 주인인 소로리는 오늘도 단 한 사람을 위한 맛있는 디저트와 차를 정성껏 준비하여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자신만의 속도와 정답을 찾아줄 스패니시 오믈렛, 내 몸에 묵혀 있던 상처와 이별시켜줄 오이 포타주, 만회의 시간을 되돌려줄 버섯 아히요, 자신감을 주는 앙버터 토스트에 이르기까지. 남에게 상처 준 말도, 내가 상처받은 말도 소로리의 신비로운 요리 하나면 말끔하게 풀리는 이곳, 카페 도도로 발걸음을 해보는 건 어떨까.




어서 오세요. 카페 도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상처난 마음에 따스한 불빛을 밝혀주는 힐링 소설 『밤에만 열리는 카페 도도』가 두 번째 책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번 작품에도 나이와 직업이 저마다 다른 여성들이 카페 도도를 찾아온다. 성격이 급해서 일처리는 빠르지만 꼼꼼함과 세심함이 부족한 자신이 늘 못마땅한 가호, 자신은 진지하게 여기는 일을 그저 그런 일로 하찮게 여기는 주변 사람들 때문에 주눅이 들곤 하는 하즈키, 상대방이 무심코 뱉은 위로와 배려에 자주 상처를 받곤 가즈키, 아이 없는 부부로 사는 고충과 업무에서 배제될 위기 앞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유나, 외모에 자신이 없고 사람들에게 무시당한다는 피해 의식이 심한 아카리. 이들은 모두 팬데믹 시대 속을 살아가는 도시 여성들로, 직장과 가정에서 겪는 여러 어려움을 토로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고민들이다.



선배랍시고 쓸데없이 참견하는 사람도 있다.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체질이라고 하면 속으로 더 욕을 하겠지. 얼굴에 세팅해놓은 미소를 보이며 참고 견딜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계속 장식품 역할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같은 나이의 사회인이라면 당연히 갖고 있을 만한 스킬을 하즈키는 갖추지 못했다. 자신의 존재가치는 뭘까? 살아가는 의미를 묻지 않을 수 없다. / 57p


 

실패를 거듭해도 배우지 못하는 자신과 달리 몇 번이나 도전하는 자세에 감동한다. 가호는 결과를 당장 보고 싶은 나머지 서두르다 결국 실수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본다. / 69p


아이가 있는 게 당연하다는 말을 들으면 정작 본인은 싫어하면서, 아이가 있어서 우대받는다는 단정적 말들을 다에코에게 쏟아붓고 말았다. 결혼한 사람이 혼자 살아서 좋겠다고 가볍게 말하는 거나 그 반대의 경우나 배려 없는 말인 건 매한가지다. 실제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도 많을 텐데 아무렇지 않게 그런 말들을 입 밖으로 쏟아내곤 한다. / 170p










  이들은 어디에서도 먹어 본 적이 없는 소로리의 특별한 디저트를 먹으며 일상에 새로운 힘을, 상처난 마음에 위로를 얻는다. 가호는 자기만의 레시피에 도전하고 도전하여 완성한 소로리의 오믈렛을 먹은 뒤 자기만의 페이스와 기준을 찾는 법을 일깨운다. 가즈키는 싫다고 느끼는 자신의 감정을 어물쩍 넘기지 않는 법을, 아카리는 존재에서 의미를 찾는 게 아니라 의미가 있으니까 존재하는 것이란 중요한 가르침을 얻기도 한다.



“타인과 나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때가 많으니까.”

깃발 옆의 움푹 들어간 부분을 무쓰코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본다. 소로리는 세웠던 깃발을 빼낸 다음 무쓰코에게 시폰 케이크 한 조각을 잘라서 건넨다.

“인생은 자기만의 것이 아닌 것 같아요. 이렇게 서로 나누면서 서로 이해하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어요.” / 244p











  문득, 나도 가족을 위해 오늘의 레시피에 응원과 위로의 문구를 달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쁜 말을 하게 해주는 달고나 토스트야~ 속상한 마음을 덮어줄 돈까스 덮밥이야~. 거창한 조언 대신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과 그 안에 위로 한 스푼을 얹은 다정한 한 마디만으로도 누군가의 시름을 달래줄 수 있다는 걸 소로리를 통해 배웠으니까. 고단한 하루 속 다정한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이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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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뉴어리의 푸른 문
앨릭스 E. 해로우 지음, 노진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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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고 두 세계 간에 교류가 일어날 때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린 시절, 우리가 꿈꿨던 동화를 이제야 만난 것 같은 느낌!





  소설의 배경인 1900년대 전후는 그 어느 때보다 이성과 합리성이 강조되었던 시대였다. 하지만 유색인들을 향한 차별과 여성들의 권리를 극도로 제한하는 사회 분위기는 여전했다. 이를 테면 로크 씨와 같은 부유하고 힘 있는 백인들이 힘들게 일하고 헌신한 덕분에 삶의 질이 개선되었고 질서가 안정되었으며 야만적인 식민지가 문명화되고 있다고 믿었던 때였다.



  주인공인 재뉴어리는 당시 전혀 인권을 보장받지 못했던 여성이자 유색 인종이었으나, 고고학 협회 회장인 로크 씨에게 고용된 아빠가 세계 도처에서 보물을 발굴하는 일을 하는 덕분에 로크하우스에서 안정적인 보살핌을 받고 자랄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경험과 변화에 대한 갈망이 컸던 재뉴어리는 현실에 순응하고 착한 아이로 살 것을 요구하는 로크 씨의 엄격한 태도에 점점 반항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무렵, 재뉴어리가 ‘푸른 문(Door)’을 발견한 건 어쩌면 우연이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문(Door)은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자 끝이다.

그 문은 여기와 저기, 우리와 그들, 평범과 마법이 나뉘는 분기점이다.

문이 열리고 두 세계 간에 교류가 일어날 때 이야기가 시작된다. / 8p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푸른 문’을 발견하게 된 재뉴어리는 연이어 아버지가 남긴 책 《일만 개의 문》에 얽힌 비밀과, 자신에게만 있는 아주 특별한 능력을 알게 되면서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게 된다. 하지만 사사건건 이를 방해하려는 세력이 나타나고, 마침내 재뉴어리는 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과연, 재뉴어리는 사랑하는 이들을 되찾고 엄격했던 자신의 세상을 부수고 나와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지금은 그 중간 지대를 문지방이라고 부른다. 문지방(Threshold)의 T는 두 공간을 가른다. 문지방은 위험한 곳이다. 이곳도 저곳도 아니며, 문지방을 넘는 행위는 곧 도중에 날개가 돋을 거라고 순진하게 믿으며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머뭇거리거나 의심하면 안 된다. 중간 지대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 22p


“얘야, 힘은 말이다, 언어란다. 또한 지형과 통화이기도 하면서 유감이지만 피부색이기도 해. 이건 네가 개인적으로 기분 나빠하거나 반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야. 그냥 이 세상의 순리다. 이 사실에 빨리 적응할수록 좋아.” / 70p


낯선 흑인 남자가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의 만행을 묘사한 칼럼도 읽었고, 백인 여자를 원하는 그들의 욕망을 그린 만화를 보기도 했다. 만화에서 본 흑인들은 하나같이 괴물 같았고, 팔에는 털이 숭숭 났으며 넝마 차림에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 88p


그렇다면 다른 세상의 본질은 무엇일까? 앞 장에서 알게 되었듯이 다른 세상은 끝없이 다양하고 늘 변하며 종종 우리가 사는 세상의 관습과 일치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세상 관습을 우주의 물리 법칙이라고 부를 정도로 오만하다. 붉은 피부에 날개 달린 남녀가 사는 세상도 있고, 아예 남녀라는 성벽 없이 그 중간 어디쯤 해당하는 사람들만 존재하는 세상도 있다. / 199p







  『재뉴어리의 푸른 문』은 억압된 환경 속에서 자라난 소녀 재뉴어리가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발견하면서 잃어버린 가족과 자유로운 미래를 찾아 모험을 떠나는 판타지 소설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문’ 즉, ‘포털’은 이 소설을 이해하는 매우 중요한 장치로 활용된다. 다른 세상으로 이동할 수 있는 문이 열리고 닫히면서 연이어 벌어지는 위기와 극복의 여정은, 변화와 저항 그리고 새로운 기회를 향한 인간의 열망과 한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문은 그저 ‘발견’되는 것인 줄 알았지만, 스스로 열쇠가 되어 문을 ‘만드는’ 설계자로 성장하는 재뉴어리의 모습은 새로운 변화와 기회를 갈망한다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준다.



나의 피 자체가 일종의 열쇠요, 내가 새로운 이야기를 직접 써 내려갈 수 있게 해주는 잉크였다. / 271p








  역사와 판타지를 넘나드는 기발한 상상력과 잘 벼린 이야기의 힘에 꽉 사로잡힌 채 읽었다. 무엇보다 아직 내가 가보지 않은 세계로 향하는 문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상상만으로도 힘이 되어 줄 작품이다.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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