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파이 이야기 (특별판)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토미슬라프 토르야나크 그림 / 작가정신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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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에 난파된 인도 소년과 벵골 호랑이의 기묘한 동거와 치열한 사투를 다룬 감동적인 소설!

끝없는 공포와 절망 앞에서 생존의 의미와 가치를 깨달을 수 있는 명작 중에 명작!

 

 

 

   π=3.14......

   끝없이 이어지는 원주율 값에 마침표가 없듯 삶과 이야기라는 이 유한한 존재값에도 역시 마침표란 없다. 삶은 어떤 식으로든 나아가고 또 다른 삶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며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이는 이야기라는 창작의 세계 역시 늘 자신의 존재값을 넓혀간다. 피신 몰리토 파텔이라는 이름 철자를 간단히 '파이(π) 파텔'이라 고쳐 자신을 소개했던 한 소년의 이야기는 이미 그 시작부터 '파이'가 지닌 어떤 숙명 같은 것을 예고하는 듯했다. 자신의 삶이 끝 모를 원주의 중심에 놓이고 말 것이라는 운명, 삶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이어져서 새로운 이야기가 끊임없이 생산될 것이라는 어떤 운명 말이다. 누구나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227일간 표류해야 할 만큼 거대한 운명에 사로잡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모두는 어쩌면 그런 연속된 삶에 붙들린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난객이 되는 것은 계속 원의 중심점이 되는 것과 같다. 아무리 많은 것이 변하는 것 같아도-바다가 속삭임에서 분노로 변하고, 상큼한 하늘이 앞이 보이지 않는 흰색이 되었다 칠흑같이 까맣게 변해도-원점은 변하지 않는다. 당신의 시선은 언제가 반지름이다. 원주는 대단히 크다. 사실 원들이 겹쳐 있다. 조난객이 되는 것은 춤추듯 겹쳐지는 원들 사이에 붙들리는 것이다. 당신은 한 원의 중심이며, 당신 위에서 두 개의 반대되는 원이 휘휘 돌아간다. / 327p 

 

 

 

태평양에 난파된 인도 소년과 벵골 호랑이의 227일간의 표류기

 

 

  <일러스트 파이 이야기>는 작가가 남부 인도를 탐험하러 갔다가 자신을 작가라고 소개하자 한 노신사가 들려주는 기이한 이야기에서부터 비롯된다. 이제는 그 주인공이 어른이 되었을 만큼 오래된 이야기로, 작가는 사실인지 지어낸 이야기인지 알 수 없는 놀라운 사연에 이끌리듯 주인공을 찾아 나서게 된다. 소설의 1부는 주인공이 소년일 적 경험했던 일들을 회상하면서 들려주는 이야기와 작가가 취재하면서 주인공을 관찰하는 시점이 교차 반복된다. 주인공의 이름은 피신 몰리토 파텔로 자신의 이름을 잘못 발음해 '소변을 보는 이'로 놀려대는 친구들과 인기 많은 형 라비로 인해 그림자 신세를 면치 못했던 열여섯 살의 평범한 한 인도 소년이었다. 그러나 피신은 계속해서 고통 받고 있는 자신의 이름을 새로운 친구들 앞에서 당당하게 파이(π) 파텔로 고쳐서 부르게 할 만큼 자신의 삶을 스스로 영위할 수 있는 소년이었다.

 

 

 

 

   파이는 동물원을 경영하는 아버지, 다정한 어머니, 운동을 좋아하는 형, 오래전 남인도 수영 챔피언으로 소년에게 수영을 가르쳐준 마마지 곁에서 소박하지만 따뜻한 유년 시절을 보낸다. 이 무렵 그의 운명을 이끌 두 명의 선지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들이 바로 생물 선생님, 이슬람교를 가르쳐준 빵 굽는 아저씨다. 이들은 훗날 파이가 토론토 대학에서 동물학과 종교학이라는 학문에 전념하는데 큰 영향을 끼치며 이 두 개념은 이 소설의 기본이 되는 가장 큰 축이 된다. 소설의 전반부에는 동물원을 경영하는 아버지로 인해 파이가 직접 관찰하여 깨달은 동물원의 운영 원리 및 동물과 인간의 관계, 생태계의 원리 등이 흥미롭게 쓰여 있다. 이때 알게 된 동물학적 지식은 태평양에 벵골 호랑이와 난파된 위기의 순간을 이성과 기지로 극복해나갈 수 있게 하는 원천이 된다.

 

 

 

아버지는 매표소 바로 뒤 벽에 선홍색 글씨로 '동물원에서 가장 위험한 건 뭘까요?'라고 적고, 작은 커튼이 있는 곳으로 화살표를 해놓았다.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답을 보느라 커튼을 걷는 바람에, 정기적으로 커튼을 바꿔야 했다. 커튼 안에는 거울이 있었다. / 58p

 

 

달아나고 싶은 이유가 뭐든, 마쳤든 아니든, 동물원을 곱지 않게 보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점이 있다. 동물은 '다른 곳으로'가 아니라 '뭔가로부터' 달아난다는 사실이다. 자기 영역 안에 두려움을 주는 게 있으면-적의 침입, 우두머리인 동물의 공격, 놀라게 하는 소음-도망칠 태세를 취한다...(중략)...도망치는 동물들을 아는 곳에서 미지의 세계로 간다-동물이 무엇보다 꺼리는 게 있다면 바로 '미지의 세계'다. 달아난 동물은 처음으로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은 곳에 숨게 마련이다. 그 동물들은 그들과 안전지대로 여기는 곳 사이에 끼어드는 대상에게만 위험할 뿐, 다른 것은 해치지 않는다. / 73p 

 

 

 

   동물학이 합리와 이성을 이끄는 축이 된다면 종교학은 믿음과 사랑으로 고난을 극복하게 하는 또 다른 축이 된다. 독특하게도 파이는 힌두교, 이슬람교, 기독교에 이르는 세 종교의 신을 아울러 섬기는 소년이었다. 우연히 부모님과 함께 세 종교인을 동시에 만나 자신들이 믿는 신의 우월성을 강조하며 하나의 종교를 선택할 것을 강요받는 곤란한 상황 속에서도 파이는 '간디께서는 모든 종교는 진실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신을 사랑하고 싶을 뿐이에요'라고 말한다. 이와 같은 파이의 종교적 신념은 후에 태평양에서 난파되는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흔히들 종교를 통해 구하게 되는 기적이라는 힘에 기대기보다, 합리와 이성으로 명확히 이해될 수 없는 이 고난과 역경을 이해하고 이겨내, 다시 삶을 사랑하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존엄을 떠받치는 존재로써 승화된다. 개인적으로 종교에 있어서는 상당히 아둔한 탓에 '신을 사랑하고자 하는' 파이의 신념과 이 소설이 궁극적으로 다가가고자 하는 어떠한 뜻을 확실하게 나의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점이 애석하기만 하다.

 

 

 

신은 '궁극적인 실체'이자 존재를 떠받치는 틀이건만, 마치 신의 힘이 약해서 자기가 도와야 된다는 듯 나서서 옹호하는 자들이 있게 마련이다...(중략)...이런 자들은 겉이 아니라 마음속으로 신을 옹호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분노의 방향을 자신에게 돌려야 한다는 걸 모른다. 바깥의 악은 내면에서 풀려나간 악인 것을……. 선을 위한 싸움터는 공개적인 싸움장이 아니라 각자의 마음에 있는 작은 공터인 것을……. / 117p

 

 

신을 믿는 것은 마음을 여는 것이고, 마음을 풀어놓는 것이고, 깊은 신뢰를 갖는 것이고, 자유로운 사랑의 행위다. 하지만 때로는 사랑하기가 너무도 힘들었다. 때로는 내 마음이 분노와 절망과 약함으로 급속히 가라앉아서, 태평양 바닥에 처박일 것 같았다. 거기서 다시 올라오지 못할까 두려웠다. / 317p  

 

 

 

 

   1부에 이어 2부에서는 인도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캐나다로 이민을 가게 된 파이와 가족이 탄 침춤 호가 엔진 고장으로 추측되는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침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배가 가라앉을 시각에 깨어난 파이는 손쓰지도 못할 만큼 빠른 시간 안에 화물선이 거품을 내고 트림을 하면서 물속으로 사라지는 광경을 구명보트 속에서 황망히 지켜봐야만 했다. 물에 떠 있는 것들 중에서 희망을 주는 것은 없었다던 그의 고백은 태평양이라는 거대한 존재 앞에 무력하게 남겨진 파이의 고통과 상실감을 여실히 전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구명보트에 오른 뜻밖의 생존자들이 있었다. 얼마 되지 않는 구명보트 안에서는 한없이 연약한 존재일 뿐인 얼룩말, 멀미하는 오랑우탄, 굶주린 욕망을 끊임없이 드러내는 하이에나, 방수포 안에서 언제 살육의 공포를 드러낼지 모른 채 은밀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벵골 호랑이, 마찬가지로 언제 죽음을 맞이할지 앞길을 알 수 없는 또 다른 동물의 나까지. 이 다섯 동물의 기묘한 동거는 태평양이라는 거대한 공포와 함께 소년을 시시각각 위험으로 몰아넣는다.

 

 

 

 

 

   구명보트라는 이 협소한 생태계는 당연한 수순처럼 얼마가지 않아 곧 정리되고, 결국 리처드 파커와 단둘이 남게 된 파이는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벵골 호랑이를 길들여야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파이는 자신이 죽지 않기 위해 필사적인 마음으로 리처드 파커를 조련하는 동시에 둘이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그가 끝까지 리처드 파커를 놓지 않은 것은 혼자 남겨질지 모르는 절망 보다 리처드 파커와의 공존이 오히려 생의 의지를 부추긴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닌 까닭이다. 그는 채식주의자였던 자신의 소신 마저 버리고 바다 거북과 날치, 상어, 가마우지까지 자신과 리처드 파커의 배를 채울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잡아먹었다. 어마어마한 갈증, 극한으로 내모는 파도와 환경, 그 와중에도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펼쳐지는 바닷 속 풍경, 그러나 여지없이 이어지는 권태와 공포의 무한한 반복. 젖은 걸레가 말랐다는 어떤 시간의 변화, 현재의 순간이 이전의 순간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소중하다던 그의 고백이 뭉클해질 지경이다. 이렇듯 소설은 한 소년이 거대한 자연 앞에서 본능에 휘둘리고, 이성으로 통제하는 일련의 과정과 삶을 포기하지 않게 해준 영성들의 조화를 경이롭게 펼쳐나간다.

 

 

 

살면서 고통을 많이 겪으면, 더해가는 아픔은 참기 힘들기도 하지만 사소해지기도 한다. 내 인생은 유럽 그림에 나오는 해골과 비슷하다. 옆에는 늘 씩 웃는 해골이 있어, 야망의 아둔함을 일깨워준다...(중략)...죽음은 생물학적인 필요 때문에 삶에 꼭 달라붙는 것이 아니다-시기심 때문에 달라붙는다. 삶이 워낙 아름다워서 죽음은 삶과 사랑에 빠졌다. / 21p

 

 

 

 

 

   무려 227일만에 파이는 구조된다. 마지막 3부에서는 멕시코 해안에 닿아 살아남은 파이로부터 침춤 호의 사고 진상을 듣기 위해 온 일본 화물선 회사 직원과의 대화가 그려진다. '리처드 파커는 해안에 닿자마자 사라졌고 나는 살아남았다'. 하지만 이 기막히고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어디서부터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직원들은 내내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자신들이 원하는 이야기만 듣고 싶어 하는 직원들을 향해 파이는 그간에 했던 이야기를 뒤집는 어마어마한 반전의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는 이야기 한다. 어떤 이야기가 더 나은가요? 믿기 어려운 부분이 있나요? 바꾸면 좋을 대목이라도 있어요? 라고. 세상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가 이해하는 대로, 믿고 싶은 대로 만들어가는 것이어서 그것이 이야기이자 곧 인생이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파이의 대사는 이 소설이 단순히 227일 만에 태평양에서 살아남은 소년의 모험 소설로만 생각할 수 없는 깊은 함의를 느낄 수 있다. 3.15를 향해 끝없이 나아가기 위한 수학 기호 파이의 운명처럼.

 

 

 

"세상은 있는 모습 그대로가 아니에요. 우리가 이해하는 대로죠, 안 그래요? 그리고 뭔가를 이해한다고 할 때, 우리는 뭔가를 갖다 붙이지요. 아닌가요? 그게 인생을 이야기로 만드는 게 아닌가요?" / 459p 

 

 

 

   이 책은 기존의 <파이 이야기>가 갖고 있지 않은 풍성한 일러스트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어서 더욱 마음을 끈다. 크로아티아의 일러스트 작가 토미슬라프 토르야나크가 그린 40여 점의 일러스트는 가볍지 않은 터치와 질감, 컬러의 조합으로 <파이 이야기> 속 세계관을 밀도 있게 담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소설이 도달하고자 하는 상징과 은유의 지점을 잘 형상화하여 또 다른 색채감 있는 이야기를 부여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 때문에 영화 <파이 이야기>는 또 어떤 식으로 이 소설을 구현해냈을지 기대가 된다. 듣기로는 영상미가 무척이나 뛰어나나 소설이 지닌 철학까지 모두 담아내지는 못하고 있다는 설을 듣기는 했지만 그것은 그것대로의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3살짜리 나의 아들이 책의 속표지에 유독 관심을 보인다. 훗날 나의 아들 역시 이 책을 읽고 용기와 삶의 의지, 생의 희망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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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일주 가이드북 - 대한민국 전국일주 여행 백과사전!, 2018 최신 개정판
유철상 외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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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대한민국 대표 여행지를 이 책 한 권으로!

여행 전문가가 추천하는 베스트 여행 코스만 엄선하여 수록한 대한민국 전국일주 가이드북!

 

 

 

   뜨거운 한낮의 태양볕 사이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뒤섞여 불어오기 시작한다. 은행나무의 푸른 잎에 간간이 노란 빛깔이 묻어나오기 시작하는 걸 보니 가을이 가까이 다가오긴 한 모양이다. 근교로 가볍게 드라이브라도 하고 오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기도 하는 날이다. 기다란 해안선을 따라 여유롭게 달려보는 즐거움도 좋고, 아이와 함께 고즈넉한 풍경과 운치 있는 산사에서 좋은 공기 마시고 오는 것도 좋겠다. 그래, 이번 여행은 여기다! 하고 시원하게 지도 한 장 펼쳐놓고 어디론가 갈 수 있다면 좋겠는데 마음과 달리 금세 어디로 가야 하지, 하고 망설여진다. 알맞은 여행 코스를 선별해 계획을 짜는 즐거움이란 것도 있겠지만 일일이 검색해가며 적당한 지역별 베스트 여행지를 추려내는 일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또 막상 다녀오고 나면 뒤늦게 주변에 갈 만한 다른 좋은 곳을 발견하곤, 진작 알았다면 여기도 가보는 건데 하고 아쉬워한 적도 다반사다. 이럴 바에야 전국 베스트 여행지만을 엄선해놓은 책을 골라 한 권 비치해놓고 효율적으로 가볼 만한 여행지를 선택해 다녀오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하다.

 

 

 

   최신개정판으로 출간된 <전국일주 가이드북>은 오늘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이들에게, 그러나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망설이는 이들에게 좋을 대한민국 여행 가이드북이다. 4명의 여행 전문가가 공동 집필하고 직접 대한민국 대표 여행지를 뽑아 이를 중심으로 주변 명소와 코스를 더해 무려 1,200곳에 이르는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주요 포인트는 '자동차를 타고 떠나는 2박 3일 여행 혹은 전국일주'를 기준으로 하고 있기에 전국 주요 고속도로별로 코스를 구분하여 각종 볼거리와 체험, 맛집, 추천 숙소가 차례로 수록되어 있다.

 

 

 

 

 

   핵심 정보 외에도 책 곳곳에는 다양한 알짜 정보들이 가득한데, 유명한 여행지는 아니지만 멋진 풍경이나 의미가 크고 거기에 입장료나 주차비도 받지 않는 '베스트 공짜여행지'와 요즘은 휴게소 맛집만 찾아다니는 이색 여행 코스가 있을 정도로 맛집이 상당한데 전국 고속도로에 있는 휴게소 중 대표 음식과 가격까지 정리해 모은 '휴게소 맛집 베스트'도 수록되어 있으니 쏠쏠하다. 벚꽃길이나 단풍길 등 계절별 풍경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사계절 베스트 드라이브 코스'와 '테마별 여행지', '지역별 축제 정보'는 시기적절하게 베스트 여행지만을 소개해주니 달력이 넘어갈 때마다 가보고 싶은 여행지를 미리 계획할 수 있어 좋을 듯하다. 이 외에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개최되는 시기를 대비해 이와 관련된 평창 올림픽로드 베스트 추천 코스도 수록되어 있어 기념될 만한 여행을 계획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책은 파도소리를 따라가는 동해안 여행을 테마로 한 '동해안 7번 국도', 서울과 부산을 잇는 길이 416km의 '1번 경부고속도로', 산과 바다, 계곡의 뛰어난 경관을 따라가는 '50번 영동고속도로', 2017년 6월에 새롭게 개통된 '60번 서울양양(동서)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다음으로 긴 고속도로로 태안, 서산, 변산반도 등 천혜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15번 서해안고속도로', 아산부터 순천까지 풍요의 땅 호남을 담은 '25번 호남고속도로', 옛 이야기가 흐르는 서정적 여행길을 느낄 수 있는 '27번 순천완주선', 우국충절의 기개가 서린 '35번 중부고속도로', 삼국시대의 찬란한 중원문화를 감상할 수 있는 '45번 중부내륙고속도로', 백두대간을 따라 유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55번 중앙고속도로'까지 주요 전국일주 여행정보를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해놓았다.

 

 

 

 

 

 

   짤막하게 다녀왔을 뿐이지만, 강릉 경포대에서 시작하여 동해안의 7번 국도의 해안선을 따라 쭉 내려온 적이 있었다. 푸른 바다를 옆에 끼고 한가롭게 드라이브를 하다가 눈에 띄는 장소가 있으면 바로 내려서 구경을 한 뒤 다시 길을 따라 달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7번 국도의 여행지 역시 휴전선과 금강산이 한 눈에 보여 분단국의 현실을 느낄 수 있는 고성 통일전망대를 시작으로 하여 경관이 너무나 아름다워 김일성과 이승만 등의 권력자들이 별장까지 지어 바라보았다던 화진포&화진포해수욕장을 소개하면서 마치 한 폭의 화보 같은 절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송혜교가 청초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속초 아바이마을에서 이 고장만의 운치와 낭만을 즐기고, 아바이순대로 정평이 난 추천 맛집에도 들려보면 좋겠다. 강릉에서는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알려진 영진해변 선착장과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알 만한 커피로드도 가보길 추천한다. 10월에 강릉 커피축제가 이곳에서 열리니 때에 맞춰 가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아름다운 일출을 볼 수 있어 사진작가들과 여행객들에게 사랑받는 추암 촛대바위와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버섯형 종유폭포를 볼 수 있다는 환선굴을 반드시 가보고 싶다.

 

 

 

   대구에 거주하고 있다 보니 가장 많이 애용하는 고속도로 중 하나가 바로 경부고속도로이다. 워낙 자주 다니는 도로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게 큰 착오였던 것일까, 책에 소개하고 있는 다양한 여행지를 보며 왜 여긴 몰랐지 하고 놀란 장소들이 상당했다. 아직 어린 아들이 있다 보니 넓은 초원을 뛰어놀며 자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여행지를 선호하는 편인데, 39만 평의 푸른 초원에서 황소, 당나귀, 면양, 거위, 돼지, 당나귀 등 25종의 가축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농축산테마파크 '안성팜랜드'는 유독 관심을 끈다. 인근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금오산저수지와 역사와 교육적 가치를 지닌 칠곡왜관철교, 국립 낙동강생물자원관은 동식물 관련 전시물과 생물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으니 아이와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애용하는 고속도로 주변에서 의외의 즐거움을 발견한 재미도 크지만, 단기간에 다녀오기 힘든 서해안 고속도로나 호남고속도로의 경우 대부분 가보지 못한 곳이 많아 언젠가 긴 여행 일정을 잡을 수만 있다면 이 책을 도움삼아 다녀오고 싶다. 우리 아이가 좋아할법한 안면도 쥬라기박물관을 시작으로 낙조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꽃지해수욕장, 국립생태원, 채석강&격포해수욕장 등은 서해안의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여행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호남고속도로의 여행지 경우 유서 깊은 국립공원과 박물관, 휴양림 등 백제 시대의 문화유산이 담긴 여행지가 상당하여 그 가치를 쫓는 여행을 계획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듯하다.

 

 

 

 

 

 

   이렇듯 <전국일주 가이드북>은 전국 주요고속도로를 통해 이에 맞는 여행 테마를 기획하고 효율적인 노선을 제시하여 알찬 여행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 각 명소의 핵심 정보는 물론, 관람시간과 비용, 대표 홈페이지와 같이 더욱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주소까지 함께 수록하고 있으니 참고하기 좋다. 늘 해외여행 가이드북만 찾아보다 이렇게 대한민국 곳곳의 대표 여행지와 숨어있는 여행지로 눈을 돌려보고 나니 국내 여행은 생각만큼 꼼꼼하게 다녀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이 책을 꽂아두고 여행을 가고 싶은 바람이 불 때면 이 책이 안내해주는 길을 따라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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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사업하는가 - 사람도 사업도 다시 태어나는 기본의 힘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김지영 옮김 / 다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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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업을 하는가, 이제는 경영과 인생 철학을 바로 세워야 할 때!

젊은 리더들에게 경영의 바이블 이나모리 가즈오가 전하는 담대한 메시지!

 

 

 

 

   일본인이 가장 존경하는 3대 기업가이자 전 세계 사업가들이 찾아가 경영 수업을 듣는다는 '경영의 바이블' 이나모리 가즈오. 그는 가고시마의 가난한 시골 집안에서 태어나 엔지니어로 작은 회사에 입사해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한 후, 27살인 나이에 자본금 300만 엔으로 교세라를 설립했고 이후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시켜 세계 100대 혁신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는 일본 굴지의 통신회사가 된 다이니덴덴(현 KDDI)을 설립하고, 일본 정부의 요청으로 파산위기에 몰린 JAL(일본항공)의 경영을 맡아 이를 재건시키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경영에 관해 한 번도 배운 적이 없고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것도 아니지만 그는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공익과 사회발전을 위해 공헌하겠다는 일념으로 기업을 성공반열에 올렸다. 현재 그는 자신의 경영철학과 비법을 전수받고자 몰려드는 이들을 위해 경영 아카데미 '세이와주쿠'를 설립하여 일본을 비롯한 미국, 중국, 브라질, 한국 등 90여개에 이르는 지부를 두어 많은 기업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사업하는가>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교세라를 설립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가 겪은 갖가지 시행착오와 선택의 기로 속에서 반드시 잃지 않고자했던 신념과 경영 철학들이 담겨 있다. 그는 책의 서문을 통해 애초에 자신은 경영에 관한 경험도, 지식도, 실적도, 승산도 없었기에 늘 새롭게 시작하고 도전하는 일의 연속이었음을 회고한다. 이처럼 경영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몰랐던 그가 존경받는 기업가로 우뚝 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는 불완전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없는 무언가가 분명 있다고 믿었다. '나는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 끊임없이 그 이유를 좇아 그 뜻이 확고하다면 사업이든 인생이든 제로에서도 무한대를 바라볼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여기에 쓰인 대로 경영을 하고 인생을 살아간다면, 어떤 사람도, 어떤 사업도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책은 '왜 사업하는가'와 같이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을 바로 세우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그는 무언가를 이루어내려면 순수하고 강한 동기, 즉 어떤 방향에서 봐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고매한 뜻과 목적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인간으로서 무엇이 올바른 것인가'하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그는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모습을 추구하면, 경영의 바탕에 세워야 할 좌표축도 드러난다고 믿는다. 나의 양심, 도덕성을 바탕으로 원리원칙에 따라 정당하고 타당하다고 판단되는 것에 따를 것을 준수하다보면 그 어떤 문제 상황에 직면해도 돌파할 방향과 해답이 빨리 보인다는 것이다. 젊은 경영자들에게 경영에 대해 가르치는 '세이와주쿠'에서도 그는 경영자가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자세로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야만 하는가'를 강조한다. 경영이라는 것은 경영자의 그릇만큼 자라는 것이므로 기업을 발전시키려면 경영자가 인간적으로 성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지난 날 교세라를 창업할 당시 그에게는 자금이나 토지, 설비와 같은 기업 경영에 필요한 자원도, 회사의 인지도가 없으니 신용 또한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런 불리한 환경 속에서 교세라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직원 각자가 서로를 믿는 마음을 갖고, 서로의 마음을 잇는 유대감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자신의 뜻과 달리 여러 협상 과정에서 직원들은 회사가 자신의 처우를 개선해주기를 기대하며, 자신의 장래까지 보장해주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과 그 가족의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책임지는 것'임을 깨달았던 것이다. 이후 그는 경영이라는 것은 경영자가 가진 모든 능력을 기울여 직원이 행복해지도록 최선을 다하는 일이며, 기업은 경영자의 사심에서 멀리 떨어져 대의명분을 가져야만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교세라의 최고 강점은 마음이 서로 통하는 동료들 간의 강한 유대감을 기반으로 창업해, 그 후에도 직원들과의 파트너십을 경영의 기반으로 삼아온 것에 있다. 사내 직원 간에 견고한 인간관계를 발판으로 각 개인이 지닌 잠재력 이상의 성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나는 그것이 경영이라고 생각한다. / 61p  

 

 

 

   경영자가 초심을 잃고 방만한 경영을 해 쌓아놓은 업을 무너뜨리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그렇다면 무너진 기업, 무너진 조직은 어떻게 다시 살려낼 수 있을까? 이나모리 가즈오는 답은 하나라고 말한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 그리고 기본부터 바로 세우는 일이다. 그렇다면 기본이란 무엇인가? 바로 앞에서 강조했던 '어떻게 살아가야만 하는가?', '인간으로서 무엇이 올바른 것인가?'라는 것을 항상 배우고, 실천하고, 반성하는 일이다. 사고방식이 바뀌면 사람은 다시 태어난다. 직원의 사고방식이 바뀌면 회사도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 그러면 무너진 조직도 다시 살아날 수 있고 실적도 향상된다. 그의 이러한 철학은 무너지려는 JAL을 재건시키는 가장 큰 힘이 되었다. 그는 방만한 경영을 해온 JAL간부들에게 이와 같은 철학으로 의식을 개혁하고 직원들에게도 이와 같은 정신을 끊임없이 설파하며 기술적인 변화보다 직원들의 의식 수준을 높이는데 무엇보다 큰 힘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가 세운 새로운 기업이념은 자연스럽게 매출로 이어져 회사 갱생계획에서 목표로 설정했던 금액을 3배 이상 웃돌아 창사 이래 최고의 실적을 내기까지 했다고 하니, 경영자들에게 원리원칙을 준수하는 '경영 철학'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사업하는가>의 특징은 기업을 이끄는 대단한 성공기법을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성공방정식이라고 말하며 그가 제안하는 방정식 역시 [일과 인생의 결과=사고방식X열의X능력]이다. 비록 능력이 부족하고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사고방식과 열의의 값을 올린다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지니라고 말한다. 실제 세이와주쿠에서도 경영 학원이라고 하면서 경영자의 마음가짐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니, 그런 교육 방식이 맞지 않거나 경영자의 노하우만을 기대하고 온 사람들은 금방 떠나가더라고 고백한다. 그래서 결국 세이와주쿠에는 저자가 말하고 강조하는 삶의 태도와 경영 원칙에 공감하고 그것을 따르고 싶어 하는 사람만 남게 되더라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엔 기본과 원칙, 소신과 철학이 바로 설 때 성공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임을 이들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경영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기본과 중심이 바로 설 때 스러져가는 것들은 다시 세워지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어떠한 일이든 나 자신을 믿고, 내가 가는 길이 옳다는 것임을 증명할 수 있는 삶, 그런 삶을 살아야 할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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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제리 소녀시대
김용희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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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의 열병처럼 뜨겁고, 민들레 솜털처럼 순수했던 추억의 그 시절, 그 소녀들!

폭력과 억압으로 얼룩진 1979년의 시대를 통과해온 소녀들의 발칙한 성장기!

 

 

 

 

 

   무릎과 허벅지 사이, 1cm 차이에도 예민하게 굴었던 교복 치마 길이만큼 사소하지만 나를 둘러싼 세상의 그 모든 것들에 한없이 민감했던 시기가 있다면 바로 사춘기 혹은 여고 시절이 아닐까. 나에게 있어 그 시절은 총총거리던 단발머리를 귀 밑 몇 센티까지 자로 잰 듯 검열을 하곤 했던 시대로부터 막 해방을 맞이하던 때였고, 낯모르는 이와 주고받던 펜팔 편지를 누구 볼세라 우편함을 하루에도 몇 번씩 기웃거릴 때였으며, 손수 엽서에 사연을 적어 보내거나 듣고 싶은 음악이 라디오 방송에서 나오기를 고대하며 빈 카세트테이프에 심혈을 기울여 녹음 해대던 시대였다. 하고 싶은 게 많았으나 할 수 없는 것이 더 많았던 때였고, 철은 들었으나 세상의 이치에는 아직 어리숙하고 늘 어리둥절할 때였다. 하루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서 안절부절 하지 못했던 때였으나 돌이켜보면 그때가 가장 좋았다고 말하게 되는, 짧지만 생애 가장 반짝이는 청춘으로 아름다웠던 바로 그 시절.

 

 

 

   허벅지를 뚫고 올라오는 호르몬의 왕성한 활동과 호기심을 <선데이 서울>과 <야담과 실화> 같은 잡지로 은밀하게 해소하는 와중에도, 국민교육헌장을 달달 외우고 <성문종합영어>와 <수학의 정석>을 연습장에 '황칠'을 해가며 외웠다던 고백이 어쩐지 낯설지 않을 이들에게 반가울 만한 소설 한 권이 출간되었다. 바로 <란제리 소녀시대>다. 현재 KBS에서 방영되고 있는 동명 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의 원작소설로, 1979년 10월 박정희 정권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전두환 군사정권이 집권을 시작할 무렵의 대구를 배경으로 18세 여고생 소녀들의 일상과 그들이 여자로 성숙해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작가 소개를 읽고서야 알았지만 2009년에 이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 문학 도서에 선정되었다고 하는 것을 보니 아마도 드라마가 방영되기 시작하면서 재편집되어 출간된 것으로 보인다.

 

 

 

   <란제리 소녀시대>는 소녀소녀한 감성이 돋보이는 표지이미지와 달리 소녀를 수식하는 '란제리'라는 단어가 어쩐지 낯설고 기이하게 느껴져서 유독 시선을 끈다. 특히나 1979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감안한다면 '란제리'라는 여성 속옷을 뜻하는 외래어가 '소녀'와 어울릴 만한 단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금기와 억압된 욕망, 혹은 민감한 감성으로 충만한 시절을 상징하기라도 하는 것일까. 과감하게 이를 문학적으로 차용한 저자의 의도가 무척 궁금해지는 것은 곧 이 책을 향한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소설은 이제 한 딸아이의 엄마가 된 주인공 정희가 딸과 공유하며 사용하던 생리대와 칠칠맞게 얼룩처럼 묻어나온 생리혈의 흔적을 보며 의도하지 않았으나 어쩔 수 없이 드러나곤 했던 청춘의 상흔을 떠올리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하는데, 단순히 추억 소환이나 하이틴 로맨스로 점철된 한 소녀의 성장소설이 아니라 변혁을 맞았으나 다시 또 공포의 시대이기도 했던 그 시절 수많은 소녀들의 상처와 성장통이 피부처럼 들러붙는 경험을 느끼게 되는 것이었다.

 

 

 

 

 

 

 

나와 나의 언니들, 혹은 엄마의 이야기이도 한 소녀시대

 

 

그리고 다시 쪽문을 나오면 장미 넝쿨이 있는 우리 집이었다. 정원에는 붓꽃과 라일락이 한창 꽃을 피워 올리느라 숨가빠했고 장독 안에는 구더기가 맹렬하게 꿈틀거리며 생의 한때를 건너고 있었다. 소녀들은 첫 생리혈이 묻은 속옷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여자가 되어가고 있었고, 소년들은 이불 속에서 몰래 정액을 뿜어내며 남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Boys, be ambitious!' 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책상 위에 써놓은 명구를 보면서 소년들은 야망이 뭔지 모르지만 품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소녀들은 우릴 무얼 품어야 하나 혼란스러워했다. / 42p

 

 

 

  문득 열여덟의 나이란, 많은 상상과 착각 속에서 설렘과 상실을 반복하게 되는 때라는 생각이 든다. '하면 된다', '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라는 문구로 선동될 수 있는 나이여서 얼마든지 내가 원하는 만큼 가질 수도 뭔가를 해낼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자주 품게 되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무슨 야망을 품으면 그것을 이뤄낼 수 있는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막연한 때이기도 했다. 그저 고3이라는 인생 최대의 시험 앞에서 가족들의 집요한 위로와 응원을 받아가며 기계처럼 문제집을 풀어대고 책상에 눌러 붙어 앉아 있으면 좋은 대학을 가 잘 살 수 있겠지, 했던 때가 아니었을까. 소설 속 정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모호한 기대와 어떤 설명할 수 없는 막막함이 활시위의 긴장처럼 온몸의 신경을 팽팽하게 당기는 나이를 통과해오고 있었다. 짝사랑 하던 상대를 본의 아니게 친구와 공유하고, 그것을 잃게 되는 순간 감기처럼 찾아오는 열병들에 몸살을 앓기도 하고, 그러다가 우반과 열반으로 나뉘는 입시 생존 경쟁에 자연스럽게 등 떠밀려 현실로부터 살짝 비켜난 어느 낯선 곳에서 비현실적인 체험 같은 것을 하게 되는 것이었다.

 

 

 

레슬링이 쇼고 김일도 먹고살기 위해 쇼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나는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누구나 먹고살기 위해서라는 이유 하나쯤은 주머니칼처럼 가지고 다닌다. 호랑이 가운을 휘익 바람에 넘기며 김일이 사각의 링 펜스를 넘어올 때, 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호랑이 가운을 코치에게 휙 던질 때, 철창 매치를 하다 극본에 짜여진 대로 머리에 피를 내고 괴로워할 때, 인생은 먹고살기 위한 어떤 쇼라는 생각을 했다. / 67p 

 

 

 

 

 

 

  이렇듯 소설은 정희와 혜주라는 인물을 통해 과거의 관습과 변혁의 시대 사이에서 여전히 고립된 채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소녀들의 고민과 좌절,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담하게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던 성장의 아픔을 적나라하게 고백한다. 특히, 혜주는 서울에서 전학을 와 시와 철학을 가까이 했던 소녀로 여성을 옥죄는 사회적 제도 및 관습과 규율에 정면으로 맞서고자 목소리를 냈던 강단 있는 소녀였다. 정희의 관점에서 혜주는 하얗고 고운 얼굴로 지성미를 뽐내며 질투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서울 소녀'이기도 했지만 문학과 철학으로 이 시대의 불행을 위로받고 또 그것을 고민할 줄 아는 또 다른 자아상이기도 했다.

 

 

 

"오히려 삶은 긴장하지 않으면 어느 틈에나 공격할 복병처럼 우리에게 쳐들어와. 희망이라는 것도 삶을 위한 마약 같은 거라고 봐."

"그래, 삶이 어떤 공격을 해올지 모르니까 우리는 삶에 대해 조심해야 할 거야. 그러나 상상의 영역들, 희망의 영역들이 꼭 허구의 영역인 것만은 아니야. 그것은 인생의 과정 혹은 그 자체의 깊은 이해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 우리 삶에서 불행을 돌보듯 희망도 돌봐줘야 하는 거야." / 131p

 

 

 

   이 소설의 거대한 반전과도 같은 혜주의 상처는 그래서 더욱 뼈아프다. 불만족스러운 세계에 자신의 목소리를 높일 줄 알았던 이 고매한 소녀를 무릎 꿇게 만든 낡은 관습과 폭력, 억압의 존재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하나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나서서 말하지 못하는 낯부끄러운 회피들. 유독 소녀들에게 훨씬 변덕스럽고 부당한 현실을 고백하며 여성이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려고 만든 '란제리'가 오히려 자신의 몸을 조여 오는 비정한 현실을 꼬집는 작가의 냉철한 시선이 날카롭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인간이란 세계와 불화하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것이라고, 누구나 자신의 세계와 싸우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독려하던 김화순 선생님의 말은 매우 의미 있게 다가온다.

 

 

 

오래전부터 이런 일들은 되풀이되어왔다는 생각도 든다. 이미 세상이 만들어놓은 지도 위에서 여자들이 단단하게 몸을 감싸고 다시 그 몸을 찢는 일 말이다. 여자를 둘러싸고 있는 투명하고 얇은 막 같은 거 말이다. 란제리처럼 몸을 보호하던 것이 오히려 몸을 조여오는 거 말이다.

소녀에게 어른이 된다는 것과 여자가 된다는 것은 다르다. 소녀는 훈육과 통제 안에서 '여자'가 된다. 훈육과 통제에서 벗어나려하면 누구라도 한번 들어가면 결코 빠져나올 수 없는 어두운 연못 속에 빠지고 만다. 삶의 폭력이 부당하다고 소리쳐 말할 수도 없다. 폭력은 또 다른 2차 폭력을 가져올 뿐이니까. 소녀들에게 삶은 훨씬 변덕스럽고 심술궂다.

그래서 소녀는 자란다. 세상이 우리의 갈망에 순순히 응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부터. / 277p

 

 

"모두들 조금씩 자기 모습에 불만족하면서 세계와 싸워나가는 것이다. 인간이란 그렇게 세계와 불화하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것이지. 누구나 자신의 세계와 싸우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자신의 지옥과 마주 싸울 각오도 의욕도 없이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노?" / 275p 

 

 

 

 

 

 

   앞서 쓴 글로 인해 소설이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 소설은 마치 한때 유행했던 '응답하라' 시리즈가 그러했듯 지난날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요소와 남녀 고교생들이 나누는 미묘한 감정들, 대구 사투리 특유의 퉁명스럽지만 은근 간드러지는 말투 등 가독성을 높이는 흥미로운 내용들이 극의 재미를 더한다. 비틀즈, 조다쉬 청바지, 지글지글 끓는 방 안에서 삼삼오오 모여 즐겼던 추억의 전기게임 등 당시 시대를 엿볼 수 있는 추억의 아이템은 물론, 운 좋게도 나와 같은 대구 토박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동성로, 반월당, 만경관, 자갈마당 등 지역적 색깔을 덧입힌 사실적인 배경 묘사들은 극적 완성도를 높인다. 개인적으로 정화여고를 졸업한 까닭에 이 소설의 주인공인 정희와 혜주가 다닌 학교가 정화여고인 점은 더욱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마침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으니 이제는 드라마를 찾아서 감상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원작은 원작대로, 드라마는 드라마대로 매력과 재미가 있기 마련이지만 원작소설이 있다는 것은 은근 어느 쪽이 더 괜찮다고 저울질하는 재미도 있으니 말이다. 희망보다 상실이 더 많은 시대를 통과해야했지만 그 속에서도 속살거리고 깔깔거림을 멈추지 않았던 나와 나의 언니들, 엄마들의 삶을 응원하게 되었던 소설이라 더욱 애착이 가는 작품, <란제리 소녀시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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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미래 - 편견과 한계가 사라지는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라
신미남 지음 / 다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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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가정과 일 사이에서 주저하고 있는 여성들을 위한 담대한 메시지!

낡은 편견과 심리적 장벽을 깨부수고 밝은 미래로 도약하기 위한 성공 전략! 

 

   "여성은 티백과 같다. 뜨거운 물에 담그기 전까지는 그녀가 얼마나 강한지 모른다."

   미국의 전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아내 엘리너 루즈벨트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여전히 우리 여성들은 스스로가 가진 능력을 평가절하하거나 기회의 문턱에서 주저하고 있다. 지속적인 저성장시대에 여성들의 사회참여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지만, 우리 사회 구조는 여전히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유능한 여성들의 사회력을 박탈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함으로써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으로 점차 바뀌어가고 있고, 다양한 기술 혁신으로 인해 가사 노동에서 일정 부분 해방되었음은 물론, 사회 및 기업 조직의 형태와 문화도 여성들이 지닌 강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출산과 육아를 앞두게 되면 무력하게 일터를 떠나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해야만 한다.

 

 

 

   <여자의 미래>의 저자 신미남은 입학생 1000명 중 거의 유일한 여학생으로 한양대학교 공과대학에 입학해 재료공학을 전공하고, 삼성 연구원과 맥킨지 컨설턴트를 거쳐 (주)퓨얼셀파워를 창업하여 국내 최초로 '연료전지'개발에 도전한 창업가로, 끊임없이 유리천장을 깨며 커리어를 도약시켜온 대표적인 여성 리더 중 하나이다. 그녀는 30여 년간 두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으로 살아오면서 온갖 편견과 포기를 강요하게 하는 현실에 부딪히면서도 '절대 일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최고의 자리에 오르겠다'는 야망으로 스스로 인생의 중심에 우뚝 섰다. <여자의 미래>는 이처럼 일과 가정 사이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 했던 그녀의 유의미한 경험과 실수를 통해 어떻게 하면 자신처럼 여성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잃지 않고 꾸준히 경력과 성장을 동시에 이루어나갈 수 있을지 그 방안을 모색하고 독려하는 자기계발서다. 그녀는 이 세상 모든 여성에게 전문가이자 리더가 될 커다란 능력이 잠재되어 있다고 굳게 믿으며 이 책이 삶의 단계마다, 일을 하며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용기 얻을 수 있기를 염원한다.

 

 

 

여성은 그 자체로 21세기에 알맞은 경쟁력을 타고났다. 조직과 업무 환경, 기업 문화도 여성 친화적으로 변하고 있다. 시대가 일하는 여성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아직 많은 여성이 가정과 일 사이에서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일을 그만두는 선택을 하고 있다. 그 때문에 중요한 시기에 커리어 도약을 이루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시대를 이끌어나갈 여성 리더들이 많이 배출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하지만 당장은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견뎌낸다면 여성이 가진 탁월한 능력에 힘입어 시대가 요구하는 전문성을 금방 갖추게 될 것이다. 그것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그리고 이 시대에 필요한 여성의 진정한 강점이다. / 100p 

 

 

여자가 넘어야 할 거대한 산

 

 

  책의 첫 번째 장에서는 어려운 관문을 뚫고 회사에 입사해 경력을 쌓아가던 유능한 여성들이 '육아', '사회적 편견', 그리고 자기 내면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심리적 장벽'을 넘지 못한 채 일터를 떠나야만 하는 현실을 냉정하게 짚어본다. 사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 문제 앞에서 더욱 가혹하게 뒤따르는 책임감과 죄책감으로 인해 다니고 있던 직장을 정리하고 집에서 육아를 전담한다. 나만 하더라도 친정이 먼 곳에 있고, 시댁 어른은 몸이 불편해서 아이를 봐줄 수 없는 상황이며 남편이 사업으로 인해 육아에 전혀 도움을 줄 수 없는 철저한 '독박육아'의 상태이다 보니 계약직이나 시간당 아르바이트조차 구할 수 없는 처지다. 하물며 아이가 둘 이상인 엄마들은 육아휴직을 이용해 어떻게 해서든 일터로 돌아가려던 계획을 결국 포기하고 만다.

 

 

 

   2015년에 실시한 통계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50.5퍼센트, 남성의 44.4퍼센트가 여성이 취업하는 데 심각한 장애가 되는 요인으로 '육아'를 꼽았다고 하니 가장 현실적으로 여성들이 느끼는 가장 거대한 산이라는 점은 자명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엄연히 존재하지만 눈으로 보이지 않는 불평등과 사회적 편견, 스스로 '여자의 역할'이라는 틀에 한계를 두는 내면의 적들 역시 여성의 사회진출을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다.

 

 

 

   저자 신미남 역시 피부로 느낀 위와 같은 거대한 산과 이를 넘어야만 했던 자신의 고충과 아픔을 토로한다. 유아원을 나서는 다리에 매달린 채 울부짖는 아이들을 뒤로 해야 했던 시간들, 엄마들의 살뜰한 보살핌 안에서 옆집 아이는 다재다능하고 안정감 있게 자라는 것 같아 조바심이 나기도 했으며,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남자 직원에게만 핵심 업무를 넘겨주어 몇번이고 가로막혀야 했던 승진의 기회들, 남자들이 일을 잘하면 으레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여자들이 일을 잘하면 '독하다'는 말을 들어야 했던 근거 없는 비난들, 유능한 리더로 성장했지만 대다수가 극복하지 못한 채 방황하다가 주저앉는 주위의 여성들을 보며 더욱 크게 느껴지던 장벽들을 고백한다.

 

 

 

   그러나 그녀는 아이가 더 자라 세상을 알게 되면 자신의 분야에서 자기 일을 해나가고 있는 전문가 엄마를 자랑스러워할 것이라는 믿음과 남편 혼자 벌어서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일이 어렵겠다는 현실적인 판단으로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멋지고 당당하게 또 다른 산을 넘는 일' 뿐이라고 단단히 마음먹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가올 미래는 지금까지의 세상보다 훨씬 더 일하는 여성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기에 이러한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여성 스스로 두려움을 벗어던지고, 의지를 가지고 자기 안의 의식을 혁명할 수 있기를 설파한다.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기회

 

 

   저자는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기계적인 특징보다는 인간적인 특징이, 육체노동보다는 정신노동의 특성을 지닌 업무들이 미래에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즉,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창의성과 공감 능력이 필요한 소프트한 서비스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한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창의성이 높고 공감 능력이 탁월하며, 서비스 역량이 강하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통에도 능하고, 투명하며, 변화에 적응하는 융통성도 높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낸 IT 활용 능력만 갖출 수 있다면 새로운 시대에 새롭게 생겨날 일자리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여성들에게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는 새로운 세상이 요구하는 중요한 역량으로 '창의성', '공감력', '소통력', '윤리성', 유연성', 적응력'을 예시로 들며 여성들에게 이와 같은 능력을 키울 것을 권고한다. 또한 여성들에게 보다 편리하게 변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재택 근무 환경, 여성을 주눅 들게 하는 권위주의식 기업 문화의 탈피가 일정 부분 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독려해 줄 것으로 기대하며 변화하는 시대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쟁취할 것을 전한다.

 

 

 

GE의 최고경영자 제프리 이멜트가 "가장 큰 위험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듯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우리의 능력을 끝까지 모른 채 시간만 보내는 꼴이 된다. 한번 생각해보라. 찻잔 속에서 향기를 내는 차가 될 것인가, 찬장 속에서 묵어가는 티백으로만 존재하고 말 것인가? 뜨거운 물에 스스로를 내던질 때에야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강하고 빛나는 존재인지를 알 수 있다. 여성은 이제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찻잔 속 뜨거운 물이 생각처럼 두려운 곳이 아니라, 오히려 나만의 진정한 향기를 낼 수 있는 곳임을 깨달아야 한다. 마침 세상은 여성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우리는 지금 전망 좋은 출발선에 서 있다. / 101p

 

 

 

가슴 뛰는 삶을 위해 기회에 달려들어라

 

 

   <여자의 미래>는 제목 그대로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변화하는 미래 세대를 전망하며 여성들이 가슴 뛰는 삶을 위해 기회에 달려들 것을 응원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인생의 중심에 서서 뻔히 보이는 결말에 따르지 말고, 두려움을 뛰어 넘어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것을 응원하는 이 시대의 큰 언니 같은 마음으로 쓴 그녀의 글에 위안과 희망을 얻게 되니 말이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은 물론, 앞으로 살아갈 많은 딸들에게 이 책이 희망의 메시지이자 자기계발을 위한 첫 단추가 되어줄 좋은 책인 것은 분명한 듯하다. 다만, 불가피한 이유로 가정에 보다 충실한 삶을 살고 있는 주부의 입장에서는 이 대담하고 강렬한 조언들이 여전히 완벽하게 현실에 반영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로 다가온다. 그러나 자신의 가치를 낮추지 말고 어떠한 선택이든 자신의 선택에 자부심을 가질 만한 빛나는 삶을 살 것에 집중하자고 나를 응원해보게 된다. 뒤돌아보지 않고 그저 '직진'. 결국 내 삶을 빛나게 하는 건 누구도 아닌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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