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지 마 과학! 19 - 라면 먼저? 수프 먼저? 놓지 마 과학! 19
신태훈.나승훈 글.그림, 홍훈기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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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3~6학년 과학 교과를 연계한 12가지 주제의 알찬 과학 정보와 만화를 읽는 재미까지!

아이가 기대하고 엄마가 추천하는 인기 만점 초등 과학 학습 만화!





  과학이 저절로 재미있어지는 책! 우당탕탕 정신이네 가족의 유쾌한 일상 이야기를 따라 깔깔 웃다보면 어느 새 과학 지식이 저절로 머릿속에 쏘~옥! 인기 만점 초등 과학 학습 만화 『놓지 마 과학!』 19권이 출간되었다. 아이가 기대하고 엄마도 만족하며 읽는 시리즈라 이번 호도 도착하자마자 단숨에 읽어나갔다.



  19권의 주제도 아이들이 평소에 자주 궁금해 했던 과학적 호기심을 다루고 있다. ‘과학적으로 라면을 더 맛있게 끓이는 방법은?’ ‘모기는 왜 피를 빨아 먹을까?’ ‘루돌프 사슴 코는 정말 빛이 날까?’ ‘단풍은 왜 드는 걸까?’ ‘철새들은 어떻게 길을 잘 찾을까?’ ‘뜨거운 것을 만지면 왜 귀를 잡을까?’ ‘하품을 하면 왜 눈물이 날까?’ 등 엄마인 나조차도 궁금했던 일상 속의 중요한 과학 지식들을 접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여기에 책 속에 담긴 질문들이 초등 과학 교과서의 어느 부분과 연관되어 있는지 한 눈에 볼 수 있게 교과 연계표를 수록한 데다, 중력과 끓는점, 순서도 등 각각의 주제들이 담고 있는 중요한 개념들까지 한 번 더 꼼꼼하게 정리해주니 학습 만족도도 높다.








라면, 과학적으로 더 맛있게 끓이는 방법_

물을 끓일 때 기포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분말수프를 넣습니다. 순수한 물보다 분말수프 등 분술문이 섞인 물의 끓는점이 더 높습니다. 이렇게 더 높은 온도에서 끓는 물에 면을 넣으면 면이 빨리 익게 됩니다. 면보다 분말수프를 먼저 넣고 끓이는 게 더 쫄깃하고 맛있는 라면을 먹을 수 있는 비법이지요!

라면에 계란이나 떡을 넣고 싶으면 따로 익혀서 넣거나, 아예 처음부터 넣고 끓이는 것이 좋습니다. 면을 넣고 도중에 다른 재료를 넣으면 국물 온도가 급격히 낮아져 쫄깃한 면을 기대할 수 없거든요. / 39p


하품하면 왜 눈물이 날까?_

눈에는 눈물이 나오게 하는 눈물 기관이 있습니다. 눈물길의 입구인 눈물점과 눈물이 모이는 눈물주머니, 눈물을 분비하는 눈물샘 등이 눈물 기관이지요. 하품할 때는 얼굴 근육을 많이 움직이게 되는데, 근육이 움직이면서 눈물주머니를 눌러 주머니에 모여 있던 눈물이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 86p



  “엄마, 모기는 왜 피를 빨아 먹는 거야?” 밤사이 둘째 아이의 몸 곳곳에 모기가 물고 간 자리가 잔뜩 부어올라 있었다. 아이는 왜 자기만 모기에 물린 거냐고, 왜 내 피를 빨아 먹는 거냐고 속상함을 토로했다. 이 책의 설명에 따르면 피를 빠는 암컷 모기는 보통 1~2주 정도 사는데, 그 안에 한 번에 150~200개의 알을 낳아야 하므로 많은 영양분을 필요로 한다고 한다. 그래서 단백질과 철분이 풍부한 사람이나 동물의 피를 기회가 왔을 때 잔뜩 빨아 먹는 거라고…. 이번 여름에도 모기와의 사투를 벌어야 하는 만큼, 아이에게 책에서 배운 내용을 잘 설명해주어야겠다.











  웃음 보장! 초등 과학 학습과 유익한 과학 지식까지 모두 알차게 채울 수 있는 책이다. 다가올 여름 방학에 읽기 좋은 어린이 학습 만화책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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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목격자 - 대한민국 최고 DNA 감정 전문가가 들려주는 법과학의 세계
이승환 지음 / 김영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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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에 남긴 흔적을 통해 진범을 추적하는 법과학의 치열한 현장을 다룬 기록!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오늘도 최선에 최선을 다하는 법과학자들의 분투와 헌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DNA를 채취한다고 했을 때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32년 만에 밝혀진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 이춘재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영영 미제로 남을 뻔했던 이 사건을 해결한 건 범죄자 DNA 데이터베이스 덕분이었다. 범죄자 DNA 데이터베이스란 숫자로 표기된 특정한 사람들의 DNA 프로필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관리하다, 미제로 남았거나 미궁에 빠진 사건의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와 비교해서 일치하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는 국가 제도라고 한다. 과학수사 즉, 우리나라 법과학 분야가 얼마나 많이 발전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다.



보이지 않는 목격자, DNA



  『보이지 않는 목격자』는 법과학자이자 대한민국 최고의 DNA 감정 전문가인 이승환 박사가 들려주는 법과학 책이다. DNA 분석, 음성 분석, 지문 분석 등 법과학에 대한 이론과 다양한 지식은 물론,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데 법과학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들려준다.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던 범죄학자 에드몽 로카르의 말대로, 범죄에 남긴 흔적을 통해 진범을 추적하는 법과학의 세계를 매력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 책이다.



미생물군집 분석을 활용하면 증거물에서 한 번만 DNA를 분리해내는 것만으로도(그 속에 사람과 미생물의 DNA가 섞여 있으므로) 그 DNA가 누구 것인지를 밝힘과 동시에 그 DNA가 어느 부위에서 나온 것인지를 동시에 밝힐 수 있다. 아직은 기술이 도입되고 발전하는 단계이긴 하지만 미생물군집 분석을 이용한 수사의 영역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 127p


강력사건을 저지르는 범죄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수사기법이 DNA 분석이라고 한다. 그래서 범행을 저지르면서도 어떻게 하면 DNA를 남기지 않을까 고민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범죄자들이 아무리 잔머리를 굴려도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라는 과학수사의 진리와 함께 수사기법이 날로 발전하는 과학수사를 감당할 수는 없으리라. / 137p









  그렇다면 법과학이란 과연 무엇일까?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법과학에서 중요한 것은 증거로 쓰일 수 있는 자격(법률 용어로 ‘증거능력’)과 범죄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힘(법률 용어로 ‘증명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수사에 쓰이는 과학적 ‘기술’이라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 ‘수사를 통해서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는 기소와 그 이후의 재판에도 쓰이는 과학’인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범죄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명확한 증거를 갖추기 위한 법과학자들의 분투를 면밀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유영철 연쇄살인사건, 가짜 백수오 사건, 서래마을 영아살해사건 등 국내외의 다양한 사례 속에서 법과학이 어떤 힘을 발휘했고, 또 발전해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이 책을 읽는 특별한 묘미다.



메이필드의 인적 사항을 들었을 때 그의 지문이 다른 사람의 지문보다 더 유사도가 높아 보였던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제공되는 관련 정보에 따라 사고가 편향되는 ‘맥락적 편향’이 작용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문에서 다른 점은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약간 틀리다고도 볼 수 있는 부분을 분석한 사람도, 확인할 의무가 있는 선임자도 모두 틀림없다고 단정짓는 것이다.

(…) 사실 법과학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편향이다. 법과학자이지만 수사기관에 속했던 나는 혹시라도 용의자를 범인으로 특정한 뒤 거기에 부합하는 결과만 찾고 있지는 않은지 늘 조심하고 돌아보곤 했다. / 55p


스펙트로그램은 인간의 음성을 수학적인 함수로 연산하여 수치로 그려낸 일종의 음성 그래프로, 시간에 따른 음성의 주파수 대역과 그 에너지 분포를 보여준다. 성문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감정 자료(범인의 목소리)와, 피의자에게 감정 자료를 근거로 작성한 녹취록을 읽게 한 비교 자료(용의자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감정 자료와 비교 자료 음성을 두고 음높이, 발화 속도, 공명 주파수, 억양 등에 대한 음향 분석을 실시하여 동일인 여부를 판단한다. / 59p


“열 명의 도둑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옛말이 있듯이 법과학은 죄를 입증하려는 수사관이나 검사뿐만 아니라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는 피의자나 변호인을 위해서도 존재해야 하는 서비스라고 강조하고 싶다. / 202p










  법과학자가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이고, 법과학이 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어떤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는지까지 살펴봄으로써 법과학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각종 범죄수사물이나 관련 콘텐츠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치열한 과학수사의 현장감까지 느낄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물리학, 화학, 생물학, 법의학 등의 자연과학 지식뿐만 아니라 범죄학, 심리학, 사회학 등 사회과학적 지식의 원리까지 융합된 응용과학의 결정체로서, 법과학의 매력에 눈을 뜰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예비 법과학도과 법과학에 관심 있으신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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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짐 열린책들 세계문학 266
조셉 콘래드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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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과 윤리, 편협에 관한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흔들릴 때마다 읽어봐야 할 책!





  <그 배에는 8백 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짐은 그날의 사건을 떠올리며 몸을 살짝 떨었다. 때는 대영 제국이 가장 강력했던 시절, 1천4백 톤급 증기선 파트나호가 동남아의 한 해역에서 난파선의 잔해로 추측되는 부유물과 충돌해 침몰 위기에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스콜까지 불길한 기운을 내뿜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파트나 호의 선장과 기관사 일행은 배와 승객들을 뒤로 한 채 다급히 구명정으로 뛰어내렸다. 평소 바다와 모험을 동경해 용감한 선원으로서의 사명을 중요시 여겼던 짐은 비겁하게 탈출을 감행하는 승무원들을 바라보며 주저했지만, 이내 아비규환이 되고 말 파트나호의 다음 순간을 상상하다 그만 절망적인 분위기에 압도되어 충동적으로 구명정에 뛰어들고 말았다. 만약 그날, 바다 속으로 영영 가라앉고 만 것이 자신의 꿈과 미래였음을 짐이 진즉에 알았더라면 그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한 달 뒤, 동양의 어느 항구에서 파트나 호 사건을 둘러싼 재판이 열린다. 방청석에서 재판 과정을 지켜보던 말로는, 도망친 다른 선원들이 모두 자취를 감춰버린 가운데 홀로 재판정 앞에 선 짐이라는 청년에게 호기심을 느낀다.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자신이 자초한 곤경에 빠져버린 짐은 결국 온갖 사회적 비난을 받고 선원 자격까지 박탈당하지만, 말로는 이 청년에게 묘한 연민을 느낀다. ‘직접 목격되지 않은 위험은 인간의 생각 속에서 불완전하고 막연할 뿐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지니고 있다고 믿게 되는 것들, 이를 테면 그 어떤 위험이나 유혹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직함이나 이타심도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불완전하고 막연한 믿음일 뿐이라는 것을 말로는 짐의 이야기 속에서 어렴풋이 느꼈던 게 아닐까.



<우리는 조직화된 집단이 아니야. 그러니 우리는 하나로 묶어 주는 것은 그런 인간다움이라는 명분뿐이지. 그런데 그런 일이 생기면 신뢰가 와르르 무너지는 거야. 강인함을 보일 기회가 전혀 없이 바다 생활을 거의 마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 하지만 그런 기회가 왔을 때는…… 아! 만약 내가…….> / 97p


사람에겐 자신의 도덕적 정체성이 어떠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고, 그 마음속 정체성을 비난에서 구해 내려 끙끙거리는 모습은, 언제나 그렇듯이 장엄해 보이는 동시에 또한 살짝 우스꽝스럽기도 하지. 한 인습에 대한 이런 소중한 관념은 단지 게임의 법칙에 불과할 뿐 그 이상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무시무시하게 효과적이야. 이것이 무한한 힘을 타고난 본능을 억누를 수 있다는 생각과, 실패할 경우 받게 되는 끔찍한 벌 때문이지. / 115p







  그렇게 말로는 사회적 무리에서 낙오된 짐이라는 한 인간의 운명에 관심을 갖게 된다. 파트나 호 사건 이후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고 살아가는 짐의 파멸과 방황, 오지의 어느 원주민 마을에 정착하게 된 이후의 삶에 이르기까지. 소설 『로드 짐』은 말로라는 1인칭 화자가 짐의 이야기를 지인들에게 들려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되, 다른 화자들이 등장해 새로운 관점을 부여하는 다층적인 서술 구조를 통해, 냉혹한 현실 속에서 이상과 꿈이 좌절된 청년 짐을 입체적으로 그려나간다. 그 속에서 독자들은 인간의 책임과 윤리, 편협에 관한 성찰을 비롯해 ‘인간을 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와 같은 삶의 본질적인 질문에 다가가게 된다.



「진리가 승리한다는 말이 있잖아. Magna est veritas et(진실은 위대하고)……. 맞는 말이지. 하지만 진리도 기회를 얻어야 이기는 법이야. 모든 일에는 규칙이라는 게 있어. 마찬가지로 주사위를 던질 때는 어떤 법칙이 우리의 운명을 규정하지. 하지만 고르고 세심한 균형을 유지해 주는 것은 인간의 종복인 정의가 아니라, 우연과 운명과 행운 같은, 참을성 많은 시간의 동지들이야.」 / 442p


우리 인간들은 원래가, 지나친 잔인함과 지나친 헌신이라는 어두운 오솔길에서 자신의 위대함과 힘이라는 꿈에 휩쓸려 맹목적으로 밀고 나가는 것 아닐까? 그리고 결국, 진실의 추구라는 게 뭐란 말이야? / 483p












  영국 상선단에서 일한 작가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실감 있는 묘사와 흥미로운 모험담은 그 자체로 이 작품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소설 전반에 짙게 깔려 있는 제국주의와 인종주의적 사고관은 읽기에 따라 다소 불유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당시 시대상을 탐구할 수 있는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인간의 존엄성, 명예, 정의, 절대적 진리 등에 관한 다양한 견해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다. <그 파괴적인 원소 안에 푹 잠겨야 해! ……꿈을 좇고 다시 꿈을 좇고, 그런 식으로 영원히, usque ad finem(끝까지)…….> 이상과 현실과의 괴리에서 헤맬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이 작품의 특별한 여운까지 꼭 즐겨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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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4.여름호 - 82호
최희주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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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호러를 읽는 맛이란, 이런 것!






  퓰리처상을 수상한 기자이자 작가인 토머스 프렌치는 영어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 단어는 ‘I love you(당신을 사랑한다)’가 아니라 ‘To be continued(계속)’라고 말한 적이 있다(본 호 <연재2_미스터리 쓰는 법>에 인용된 글을 빌려왔다). 독자들에게 “그래서? 그래서 그 다음은 어떻게 됐는데?”를 끊임없이 갈구하게 만드는 것. 특히 미스터리라는 장르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독자를 압도하며 그들의 마음을 붙드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세상의 비밀에 접근할 때 필요한 감각’이라는 이번 <계간 미스터리> 82호의 부제는 참으로 탁월하다. 계속해서 세상의 비밀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미스터리 본연의 정체성과, 현실에 발을 딛고 있되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기묘한 감각을 제공해야만 하는 미스터리의 사명 같은 것들을 담은 본 호의 취지와 잘 맞는 듯해서다. 마침 이번 호는 ‘미스터리 호러’를 테마로 하고 있다. 무더운 여름에 딱 끌리는 맛이 아닌가.



  이번 호는 특집인 <당신 옆의 가해자-딥페이크 업체 추적기>에서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N번방 사건 이후, 여전히 딥페방(딥페이크방), 지능방(지인능욕방), 합사방(합성사진방), 겹지인방 등 이름만 다를 뿐 보다 지능적이고 노골적으로 변해간 텔레그램의 실체를 다룬 취재기다. 그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나는 가해자가 누군지 모르는데 그는 내 주변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런데도 아무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것. 다들 이 정도는 큰일 아니라고 해서 억지로 괜찮은 척 일상을 살아야 했던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던 피해자와의 인터뷰가 마음을 착잡하게 한다. 이런 현실을 볼 때마다 내가 세상을 너무 미화시켜 보고 있는 건 아닌가 자괴감이 들 때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늘 현실을 돌아봐야만 한다. 부조리하고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현실이란 공포, 그 잔인한 삶의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



벌어지는 일은 똑같았다. 딥페이크로 만들어진 허위 합성물이 게재되고 유희를 위해 허무맹랑하고 불쾌한 성희롱이 1월부터 3개월 동안 이루어진 잠입 취재 기간 내내 끝없이 이어졌다.

이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도 최소 세 개의 텔레그램 방(각 4064명, 292명, 997명)에서 비슷한 일이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다. / <특집1-르포르타주_ 당신 옆의 가해자-딥페이크 업체 추적기> 중에서 11p


앤드리아 캠벨의 “활자화된 실수는 씻어낼 수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독자들의 세계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가 수두룩하다. 사소한 디테일일지라도 대충 인터넷 검색으로 때우려는 시도는 작가의 성실성에 대한 의문만 남길 뿐이다. 특히 장르가 미스터리라면 더욱더 용서받기 힘들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치열하게 취재하고 조사하려는 창작자만이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 <특집2-참관기_ 창작자를 위한 취재와 리서치 컨퍼런스> 중에서 30p








  미스터리라는 장르적 묘미와 매력을 꽉 담은 다섯 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가장 먼저 신인상 수상작인 장유남 작가의 소설 <탁묘>는 읽는 내내 날선 공포와 긴장감을 유발하는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효진과 애희가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는 단순한 극의 구도만으로도 소름끼치는 현장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은 장유남 작가만의 특별한 재능인 것 같다. 이 작가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형제원, 그 안에서 성노예처럼 돌림되었던 여자 ‘메리’의 비극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비추는 한새마의 작품 「메리」도 인상 깊다. 다만 다양한 작품을 읽다보면 이와 유사한 배경의 작품들을(실제 있었던 사건이 있기도 한 만큼) 읽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신선함은 조금 떨어지지만, 축사 재건축 공사장에서 암암리에 벌어지는 사회적·개인적 만행들을 사실감 있게 다루었다는 점, 메리의 날카로운 복수로 방점을 찍는 장면에서는 소름끼치는 쾌감과 공포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작품이다. 한편, 잘려나간 두 팔이 자꾸 자신의 목을 조른다며 고통을 호소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박건우의 「환상통」은 정신적 고통이 신체의 감각을 압도하는 기이한 공포를 선사하는 작품이다. 마지막 장면은 진정 소~~오름!



애희가 고집스럽게 날 바라봤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병원에 가는 것보다 나한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더 중요하단 말인가? / <신인상 수상작_ 탁묘, 장유남> 작품 중에서 43p


“효진이 넌 모르겠지만 난 어릴 때부터 외로움을 많이 탔어. 그게 의존적인 성격을 만들었는지도 몰라. 하지만 의존적인 게 꼭 나쁜 건 아니잖아? 그 사람 잘못도 아닌데…. 자라온 환경에 따라 각자의 성격이 형성된 이유가 있을 텐데 말이야. 그런데 사람들은 절대적인 기준만 들이대려고 해. 남자한테 경제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의존하는 여자를 한심하게 생각하지. 마치 패배자라도 되는 것처럼 취급해. 누군가에겐 쉬운 일이 다른 누군가에겐 죽기보다 어려운 일일 수도 있는데 말이야.” / <신인상 수상작_ 탁묘, 장유남> 작품 중에서 55p


나는 축사 재건축 공사장에 자주 불려 다녔다. 개축 후 다시 축산업을 재개할 생각 없이 보조금만 받으려고 하는, 시쳇말로 ‘먹튀’ 현장에도 투입된 적이 있었다. 그런 경우 키우고 있던 소나 돼지를 폐건축물과 함께 묻어버리는 만행도 곧잘 벌어졌다. / <메리, 한새마> 작품 중에서 100p


잠든 사이 느닷없이 두 손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기 목을 졸랐다…. 믿기 힘든 이야기 같지만 사실 전혀 있을 수 없는 일도 아니었다. 드물지만 한쪽 손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마음대로 움직이는 특이한 신경 질환을 보이는 환자가 보고된 바 있다. 개중에는 한쪽 손이 자기 몸을 공격했다는 사례도 있으며, 경우에 따라선 치료도 가능하다.

그런데 이 환자에겐 그런 일이 불가능했다. 그의 두 팔은 이미 뿌리부터 잘려 나간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 <환상통, 박건우> 작품 중에서 110p










  「해녀와 아들」로 한국추리문학상인 황금펜상을 수상한 박소해 작가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물을 뺀 저수지에서 발견된 두 구의 시신, 저수지에 드리워진 주술, 믿을 수 없는 화자의 목소리가 한 데 얽힌 작품으로, 제주를 배경으로 특유의 미스터리 지도를 완성해가는 박소해 작가의 행보가 인상적이다. 신내림을 받으라는 어머니의 말을 거부하고 경찰이 된 고 형사란 여성 캐릭터가 특히 눈에 띄는데, 다만 그 설정이 범인을 잡는 과정에서 어떤 단서를 제공하거나 제대로 활용되지 않은 점은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형사 같아 보이지 않는 외모에 귓것을 보는 여성 형사 캐릭터의 등장이라니, 이 작품을 고 형사라는 새로운 캐릭터의 활약을 예고하는 전초전으로 읽어도 좋을 듯하다. 좌승주 형사를 잇는 또 다른 형사 시리즈로 다음 작품이 무척 기대가 된다.



“저게 주술단지라고요?”

“나 어릴 적엔 수산 저수지에서 자살한 사람들이 꽤 있어서, 여기 서쪽에서 제일 유명한 큰 심방이 와서 굿을 하고 주술단지를 물속에 넣었대. 액을 막기 위해서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각각 하나씩. 근데 단지 하나가 저렇게 크게 깨져버렸네.” / <저수지, 박소해> 작품 중에서 132p


당황하는 눈치였다. 경찰이라면, 촉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냥 넘어가기 쉽지 않은 그 1초. 아, 모녀는 숨어 살고 있다. 여권을 제시하지 않아도 되고, 가짜 신분증이라도 확인하지 않는 외딴곳의 숙소를 전전하는 이유가 있었구나. 작정하고 신분을 세탁하고 여기에 숨어들었다면, 누구도 쉽게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순례자를 박대하지 않는 이 길에서 복잡한 과거를 가진 이들처럼 너도 살고 있었구나. 어쩌면, 태현도 그럴 것이다. / <고스트 하이커: 부랑, 김인영> 작품 중에서 183p


미스터리는 ‘(범죄를 해결하는) 이야기 너머의 (범죄를 구성하는) 이야기’를 통해서 이중으로 작동하는 이야기의 설득력을 강조해야 한다. 범죄 사실이란 전체 이야기에서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으며, 배후에 있는 진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진실의 조각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빙산의 구조를 밝히는 데 주력해야 한다. 탐정이 구성하는 명시적인 플롯과 범죄의 수행 과정으로 드러날 암시적인 플롯이 상호작용함으로써 복합적인 매력을 형성한다. 따라서 미스터리는 범죄자의 심리를 이해하거나 범죄에 내포된 복합적 성격을 이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를 저지르는 개인의 사연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구성되는지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연재1_한국 미스터리를 읽는 네 가지 키워드 ?> 중에서 197p



  이 외에도 미스터리인 듯 아닌 듯 시종 같은 자리를 맴도는 듯한 기묘한 감각을 선사하는 김인영 작가의 「고스트 하이커: 부랑」, 미스터리 오컬트 장편소설 《수호신》의 청예 작가와의 인터뷰, 미스터리 창작자들을 위한 연재글도 재미있게 읽었다. 이번 호에 수록된 글들은 하나하나가 다 알찬 느낌이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미스터리 계간지만의 특별한 매력도 꼭 느껴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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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해내는 아이의 비밀 - 스탠퍼드대 박사 엄마의 뇌과학 컨설팅
김보경 지음 / 제이포럼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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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반복되는 행동은 아무리 작아도 결국은 아이의 뇌를 바꾼다!

몸과 마음, 뇌가 건강해지는 우리 아이 습관 설계의 힘!






  공부는 습관이라는 말이 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저마다 어릴 때부터 단단히 다져온 습관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습관을 형성하는 과정은 곧, 뇌가 효율적으로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발달시키는 과정이다. 습관의 가장 큰 힘은 애쓰지 않고도 행동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더 많이, 더 자주, 더 오래 할 수 있다. 『스스로 해내는 아이의 비밀』의 저자이자 인간의 의사결정과 자기조절 능력을 탐구하는 김보경 신경심리학박사는 우리의 뇌는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그 행동을 더 잘하게 되는데, 양육자가 자녀에게 최선을 다해 만들어준 좋은 ‘습관’이야말로 아이의 뇌를 발달시키고 스스로 해내는 아이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떤 습관을 지녔는지의 여부는 아이의 미래를 만들어갑니다. 아이들이 오랫동안 반복하는 습관들은 천천히 뇌를 바꿉니다. 그리고 바뀐 뇌는 다시 습관화된 행동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요. / 51p




우리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은 ‘습관’이다



  “밖에서 놀고 집에 왔으면 일단 씻어야지.” “게임 10분만 더 한다더니 벌써 30분째야.” “숙제 다 하고 놀면 안 되니?”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해야 할 일을 먼저 했으면 좋겠고, 집중해서 하면 빨리 끝낼 수 있는데 왜 미적거리는 것인지 답답할 때가 있다. 그래서 어제도 잔소리, 오늘도 잔소리, 잔소리 폭격이 쏟아진다. 양육자라면 우리 아이가 좋은 습관을 가지고 꾸준히 실천하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좋은 습관을 갖게 할 수 있는지, 지속적인 실천을 가능토록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어려움을 느낀다.









  어떤 비결보다도 강력한 습관의 힘을 강조하는 이 책은 뇌과학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집중하는 뇌를 만드는 습관, 공부하는 뇌를 만드는 습관, 행복한 뇌를 만드는 습관을 만드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아이의 습관 형성을 돕는 부모 마인드셋부터 습관 설계법에 이르기까지 실천가능하고 유용한 정보들을 제공한다.



습관의 가장 큰 힘은 애쓰지 않고 행동하는 것에 있습니다. 습관은 오히려 의지력의 반대편에 서 있는 말입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에게는 그들이 만들어놓은 단단한 습관들이 있습니다. (…) 습관은 똑같은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의지력의 양을 줄여주기 때문에 더 많이, 더 자주, 더 오래 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러니 공부 잘하는 아이의 드높은 의지와 특별한 비법을 부러워하기보다는, 습관 만들기에 집중하세요. 공부는 열심히, 많이, 그리고 무엇보다 꾸준히 하는 아이가 잘합니다. / 55p


좋은 습관은 뇌가 좋은 행동을 애쓰지 않고, 행복하게, 자동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소리를 들으면 바로 음을 알 수 있는 뇌가 되기도 하고, 자전거를 쌩쌩 잘 타는 뇌가 되기도 합니다. 책을 쉽게 읽는 뇌가 되기도 하고,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뇌가 되기도 합니다. 더 늦기 전에, 좋은 습관이 뇌를 발달시키고 뇌 발달이 다시 좋은 행동을 만드는 선순환의 과정에 올라타시길 바랍니다. / 64p


부모가 만들어야 할 습관이자, 아이들에게 길러주어야 할 습관은 ‘두려움 말하기’입니다. 무서운 느낌이 들 때, 그것을 스스로 알아차리고 말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많은 아이들이 이것을 잘 하지 못합니다. 대신에 다른 불편함을 호소하지요. 머리가 아프다던가, 배가 아프다던가, 잠이 오지 않는다는 말을 합니다. 두려움은 교감신경계를 흥분시켜 몸을 긴장시킵니다. 따라서 두려움을 느낄 때는 확연하게 신체적 변화를 경험합니다. 이것을 ‘신호’로 잘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 301p








  초등 3학년, 6살인 두 아들과 엄마표 공부를 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자기주도 학습이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책상에 앉게 하는 것을 시작으로, 스스로 학습 분량을 학습달력에 정리해보고 계획해보기까지의 과정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아이가 하고 있던 휴대폰 게임을 멈추고 책상 앞에 앉기까지 몇 번의 다그침을 반복해야 하고, 때로는 엄마인 내가 바쁘다는 이유로 소홀할 때도 있으며, 공부머리라고는 없던 엄마라서 과연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스스로에 대한 의심과 싸워야 하는 순간들이 종종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습관의 중요성을 비롯해, 충분한 반복과 시간을 통해 보다 체계적으로 습관을 설계할 수 있는 방법들을 일러주는 이 책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읽으면서 스스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아이가 되었으면 했던 나의 바람은 섣부른 욕심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데도 습관으로 잘 잡히지 않았던 것들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공부 잘하는 엄마는 높은 지능을 물려주었다기보다는 아이의 공부 습관을 잡아주는 방법을 더 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던 저자의 말은 엄마표 공부를 하고 있는 나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되어주었다. 오랫동안 반복되는 행동은 아무리 작아도 결국은 아이의 뇌를 바꾼다고 한다. 이 책의 메시지에 힘입어 스스로 해내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부모들에게 이 책을 적극 권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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