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시선
이재성 지음 / 성안당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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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하나를 바라보다 그 너머의 우주를 끌어안게 되는 마음!

순간과 순간에 따스한 입김을 불어넣는 스무 살 시인의 순수한 감수성!







  아, 이분이구나. SNS에 자작시를 연재한다던 소개글을 읽고 접속했더니 안면이 있는 시인이다. 스무 살의 앳된 청년이라 눈길을 끈 것도 있지만 꾸준하게 시를 써온 성실함에 한 번 더 시선이 갔던 것 같다. 무엇보다 고3이 될 때까지 야구선수로 활동해 온 이력을 뒤로 하고 시인이 된 데에는 그만큼 누구에게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황과 감정들이 있었을 텐데, 시가 그의 언어가 되고 위로와 응원이 되었을 것을 상상하니 여운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스무 살의 시선』은 이재성 시인이 SNS에 연재한 시들을 엮은 첫 시집이다. 스무 살 특유의 풋풋한 영혼의 맛을 담은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자연과 자아, 사물과 사람, 꿈과 현실, 변화와 성장 그 사이에서 시인이 고뇌하고 느낀 것들을 담백하게 표현한 시들이 눈에 띈다. 특히 자연에 자신의 마음을 투영한 시들이 와 닿는다. 짙은 어둠 속에서야 보다 환하게 빛날 수 있는 별을 위해 일찍 불을 꺼두려는 시인의 순수한 마음과, 한평생 자신의 자리를 지켰던 고목을 보며 묵묵하게 최선을 다하는 오늘을 다짐하는 모습에서 온 우주가 성찰의 무대임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여유


(중략)

별들은 매일 밤

밤하늘을 쳐다볼

여유도 없는 이들에게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바로

별들이 도시를 떠나는 이유다... / 45p




사포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거칠고 까칠한 면으로


나를 긁어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 사람들은 내게 상처를 입히려

끊임없이 나를 무시하고 깎아내릴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나를

긁어대고 깎아내릴수록


‘나’라는 작품이

점차 완성되어 가고 있음을 느낀다 / 76p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날을 세운 말, 무심한 듯 차가운 시선으로 나를 긁어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시인은 그런 사람들에게서 ‘사포’의 거친 면을 바라본다. 그는 말한다. 어차피 내게 상처를 입히려 끊임없이 무시하고 깎아내릴 사람들이라면, 긁어대고 깎아내릴수록 ‘나’라는 작품이 완성되어가는 거라 생각하자고. 타인에 의해 쉽게 마음을 닳곤 하는 청춘들에게 위로가 되는 시다.











시인의 계절


시인은

가을을 좋아한다


봄 여름 겨울에는

시인이 시를 쓰지만


가을엔

가을이 직접 시를 써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을이 시를 써 줄

시인들이 줄어들수록


가을도 점점

짧아져 간다... / 62p




  순간은 금세 흩어지고 말지만 시인은 그것을 언어로 붙드는 타고난 감각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그 순간과 순간에 따스한 입김을 불어넣는 스무 살 시인의 순수한 감수성에 덩달아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을 느꼈다. 별 하나를 바라보다 그 너머의 우주를 끌어안는 마음이 되고 마는 이 시집을 읽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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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눗방울 퐁
이유리 지음 / 민음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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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사랑스럽고, 명랑한 이별의 언어들이라니!

이별을 이야기하면서 끝내 사랑을 말하는 이유리 작가의 작품 속으로 경쾌하게 다이브할 것!






  나 오늘 비눗방울 되는 약 먹었어. 

  표제작 「비눗방울 퐁」에는 세상으로부터 사라지고 싶어 기어이 비눗방울이 되기로 결심한 유현과 이제 혼자 남겨질 연인, 수정이 등장한다. 깔끔하게 흔적도 없이 퐁, 하고 사라지고 싶다던 유현 앞에서 어안이 벙벙해진 수정은 고통스럽지만 다툼과 미움으로 얼룩질 이별이 아닌 평화로운 이별을 선택하기로 한다. 게다가 생애 마지막으로 옛 여자친구였던 혜령의 부모님이 보내주셨던 달큰한 참외를 꼭 다시 맛보고 싶다던 유현을 위해 혜령을 수소문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예정된 이별, 언제 어느 틈에 사라질지 모를 이별의 시간을 무용한 듯 무용하지 않게 보내기 위해 참외를 먹으러 강릉으로 향한다.




  문득, 사랑은 ‘계속해서 비눗방울을 부는 것’이라던 누군가의 말이 기억난다. 부풀고 부풀어 오르다 기어코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말 비눗방울처럼, 애초에 이토록 불완전한 것인 줄 알면서도 계속해서 비눗방울을 불고 싶게 만드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랑에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비눗방울 퐁」에서 수정은 유현이 언제 비눗방울이 되어 사라질까 전전긍긍하는 대신 혜령을 도와 감자밭에서 묵묵히 감자를 캔다. 이 남자와 다 하지 못한 사랑을 후회하거나 원망하는 대신 감자를 삼키며 뜨거운 것이 뱃속으로 들어가는 순간에 집중한다. 그리고 흔적도 없이 그저 경쾌하게, 퐁. 이별은 ‘너를 쓴 문장들을 삭제하고도 다시 완연해진 서사로서의 나를 save하는 이야기’라던 박서련 작가의 발문처럼, 작가 이유리는 이별이 이처럼 명랑한 것일 수 있다면 새롭게 써 나갈 나의 이야기도 더없이 명랑해질 수 있지 않을까를 기대하게 한다.





유현도, 혜령 씨도, 곧 벌어질 일들과 찾아올 슬픔도 모두 사라지고 단지 이 땅속에 파묻힌 감자들과 나만이 있었다. 여름 내내 혜령 씨와 이 땅이 구슬땀을 흘리며 함께 키워 낸 감자알을 캐내는 일, 그것만이 나에게 주어진 일이었다. 나는 눈도 깜박이지 않고 일했다. 어느새 쨍쨍해진 햇빛이 푹 숙인 목덜미를 달달 굽는 것이 느껴졌지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기쁜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일하는 사람의 목덜미를 갖게 될 거야. 올해 내내 새까만 목을 당당하게 내보이며 다닐 거야. / 「비눗방울 퐁」 중에서 272p



그야말로 경쾌하게도, 퐁.

참, 말도 없이 가네요.

혜령 씨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나는 분명 들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응 이제 됐어, 하고 낮게 중얼거리는 유현의 목소리를.

네가 됐다면 나도 됐어. 나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찐 감자를 입안 가득 물었다. 볼이 떨어져 나갈 것처럼 뜨거웟지만 꾹꾹 씹어 꿀꺽 삼켰다. 뜨거운 것이 배 속에 가득 차는 기분, 그것이 지금 내게는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 「비눗방울 퐁」 중에서 278p











  『비눗방울 퐁』 속에 수록된 여덟 편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별’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가장 흔한 이야기를 전혀 흔하지 않은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이유리 작가의 매력인 듯하다. 개인적으로 ‘기억-담금주’라는 독특한 설정의 소설 「담금주의 맛」이 인상적이었는데, 남편의 외도로 고통과 아름다운 기억이 뒤엉킬 때마다 스스로 유리병에 들어가 술을 담그듯 기억을 그 속에 녹여냄으로써 상처를 회복하는 여성의 이야기다. 시간이 흘러 지난날의 상처가 조금은 덤덤해졌을 즈음, 주인공은 오랜만에 담금주를 떠올리고는 그 속의 오묘하고도 신비한 빛깔과 무늬에 감탄하며 뜨겁게 한 잔 마신다. 그때 그녀가 자각한 건 내가 통과한 모든 순간들의 무늬였다. 이 아름다운 빛깔에서 내 삶을 다시 구원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포착해내는 작가라니, 아… 이 작가 좋다!



구멍이었다. 그저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가슴 한가운데에 구멍이 뻥 뚫린 것처럼 허전했고 그 사이로 드나드는 시리고 싸늘한 바람까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뭐지, 이게 무슨 일이지. 당황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갑자기 얼굴이 축축했다. 손으로 얼굴을 쓸어 보고서야 알았다. 내 눈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 신호라도 되듯 걷잡을 수 없이 울음이 터졌다. 나는 흑흑 흐느끼다가 종내는 끄억끄억 흉한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중에서 116p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다만 그것들이 저마다 고통스럽고, 끔찍하고, 몸서리쳐지게 싫다는 거였다. 그러나 그것들은 또한 동시에 아름다웠다. 그것들이 각자 지닌 무수한 색깔과 온기와 냄새, 그것은 모두 사는 동안 두 번은 가져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잡아 둘 수 없으나 잡아 둘 필요도 없는 그런 찰나의 반짝임들. 그 하나하나들은 사라지지만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존재하던 곳에서 잠깐 불려 나왔다가 다시 되돌아가는 것에 가까웠다. 내가 평생 들여다볼 수 없는 저 뒤편 어딘가에 영원히 남은 나의 일부들. 잊고 싶고 버리고 싶지만 아무래도 그럴 수가 없는 조각들, 부드러운 내면에 깊은 흔적을 새기며 끝내 나름의 무늬를 만들어 내는 까끌까끌한 알갱이들. / 「담금주의 맛」 중에서 173p

 


그거면 됐다. 더 바랄 것도 없고 더 바랄 수도 없다. 방법이 없다면 찾지 않으면 된다. 최소한 찾지 않는다는 것만은 스스로 정할 수 있으니까. 나는 서랍장 속에 굴러다니는 혜원의 안경을 볼 때마다 그런 말을 되뇌며 윗옷 앞섶을 길게 뺀다. 언제 혜원이 그걸 찾을지 모르니, 안경알을 잘 닦아 두려는 것이다. / 「보험과 야쿠르트」 중에서 200p

 


거길 돌아가서 뭘 하겠다는 것인지, 이미 한번 배제당한 내가 뭘 할 수 있을지를. 그런데 이제 네 얘기를 들으니 알겠다. 나는 돌아가서 내 눈으로 보겠어. 시스템이 옳았는지 아닌지를. 그리고 옳지 않았다면, 싸우겠다. / 「달리는 무릎」 중에서 218p











  이토록 사랑스럽고, 명랑한 이별의 언어들이라니. 이별을 이야기하면서 끝내 사랑을 말하는 이유리 작가의 작품 속으로 경쾌하게 퐁, 다이브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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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법칙 (리커버) - 권력, 유혹, 마스터리, 전쟁, 인간 본성에 대한 366가지 기술
로버트 그린 지음, 노승영 옮김 / 까치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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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성장과 성공으로 나아가는 하루하루 설계법!






  지난해에 내가 목표로 삼은 것이 있다면 ‘뭐라도 하자!’였다. 이런저런 핑계로 생각에만 그치지 말고 일단 뭐든 해보자는 마음으로 조금 더 움직이고, 조금 더 도전해보자고 스스로를 독려했다. 덕분에 새로운 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경험하고 깨달은 바들이 있었으니 나는 여전히 성장하고 싶고 또 성장해야 부분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2025년, 올해에는 어떠한 마음가짐이 필요할까.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 만한 목표와 새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한 시기인 만큼 그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선별하게 되었고, 『오늘의 법칙』을 선택한 건 우연이 아니었던 것 같다.




  로버트 그린, 이름이 꽤 낯익다 했더니 『권력의 기술』을 쓴 작가다. 왕정 시대에나 존재하는 줄로만 알았던 권력의 역학이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통용되고 있으며, 오히려 더 교묘한 방식으로 작동되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또렷이 느낀 기억이 있다. 어렵고 복잡한 시대일수록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과 이면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는 로버트 그린은 책 『오늘의 법칙』을 통해서도 이를 통렬하게 강조한다. 인간의 본성과 세상의 법칙을 읽고, 권력과 유혹의 구조에 맞서기보다는 오히려 먼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전략가로 거듭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이 책은 과감하면서도 무척 현실적이다. 하루 한 장, 어제와는 다른 오늘을 위한 1일 1성공의 법칙을 얻고 싶다면 이 책에 주목해보자.











자신의 한계-당신의 길에 놓인 장애물-중 하나를 오늘 직시하라. 그 장애물을 부숴도 좋고 넘어가도 좋고 돌아갈 방법을 찾아도 좋다. 도망치지만 말라. 그 장애물은 당신을 위해서 세워진 것이니까. / 32p





  저항 연습을 하라. 이 책에서 내가 길어 올린 올해의 목표는 바로 이것이다. 고통스럽거나 너무 어려워 보이는 일 앞에서 움츠러드는 것은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본능이다. 우리는 비교적 더 쉽게 느껴지는 것에 이끌릴 뿐만 아니라 익숙함에 지배당하고 나면 계속 같은 것만 반복하게 된다. 나 역시 늘 하던 방식대로, 집요할 정도로 기존에 검증된 안전한 방향만을 고집하는 편이다. 비난을 덜 받고 실패의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곳에 안주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저자는 이렇게 안정성만을 지향하면 우리의 기술은 절름발이가 된다고 지적한다. 그는 자신에게 관대해지려는 유혹에 저항하고, 스스로에게 가장 혹독한 비판자가 되어야 하며, 타인의 눈으로 보듯이 자신의 결과물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약점, 즉 나의 가장 서툰 부분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고 그것을 공략하는 연습을 해야만 보다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항하자. 관성에 머무르지 말자. 하던 대로 하면 그냥 하는 사람이 될 뿐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단순한 것에 대한 본능적인 반응에서 실마리를 찾아보라. 이를테면 어떤 행동을 결코 지치지 않고 반복하려는 욕구, 이례적으로 호기심을 자극한 주제, 특정 행위를 할 때에 느꼈던 자신감 같은 것들 말이다. 이것은 이미 당신 안에 있다. 아무것도 만들어낼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 내면에 묻혀 있던 것을 캐내어 정제하기만 하면 된다. 어느 때든 이런 힘과 재결합하면, 그 원초적 끌림의 어떤 요소가 다시 생명을 얻어 당신에게 인생의 과업으로 이어지는 길을 보여줄 것이다. / 24p



사람들은 창의성 하면 흔히 지적 능력이나 특별한 사고방식을 떠올린다. 사실 창의적인 활동은 자신의 전부-감정, 활력, 성격, 정신-가 결부되는 활동이다.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대중과의 접점을 만들고, 의미 있는 예술 작품을 창작하려면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년간 시도하고 온갖 좌절과 실패를 겪고,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 인내심을 발휘해야 하며 자신이 하는 일이 중요한 결실을 낳으리라고 확신을 가져야 한다. / 37p



사람들은 삶에서 어떤 행동을 취하는 가에 따라 그에 걸맞은 수준의 정신과 두뇌를 가지게 된다. / 40p



배움의 가치를 무엇보다 우위에 두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언제나 올바른 선택에 이를 수 있다. / 63p












  온갖 가짜 뉴스가 나돌고, 진위를 헤아리기 전에 또 다른 이야기가 등장해 본질을 가리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요즘이다. 로버트 그린은 겉모습에, 사건에,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쉽게 속지 말고, 진짜 의도를 간파하고 싶다면 라틴어로 ‘퀴 보노(cui bono)?’라고 물어보라 조언한다. 직역하면 이는 ‘누구에게 유리한가?’라는 뜻이다. 모호한 행동의 이면 동기를 알아내려면 누구에게 유리한지를 파악하면 본질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우리의 눈과 귀를 가로막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막막할 때면 진짜 동기가 무엇인지, 그것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누구인지를 파악해봐야겠다.




17세기의 위대한 사상가이자 궁정 신하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이렇게 썼다. “많은 사람들이 동물이나 식물의 특징을 연구하느라 시간을 보내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한 일은 사람의 특징을 연구하는 것이다. 죽든 살든 사람들과 함께해야 하기 때문이다.” 권력 게임의 대가가 되려면 심리학의 대가가 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둘러싸는 먼지 구름을 꿰뚫어 보고 그들의 동기를 간파해야 한다. / 172p



당신의 문제와 고충에 대해서 듣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상대의 불만에 귀를 기울이되, 더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여 그 문제를 잊도록 하는 것이다. 활기찬 존재감은 무기력보다 매력적이다. 무기력은 지독한 사회적 금기인 지루함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아함과 품위는 언제나 조속함을 이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고상하고 세련된 사람과 관계를 맺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 279p



결코 서두르는 것처럼 보이지 말라. 서두르는 것은 스스로가 시간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셈이다. 마치 모든 것이 결국 이루어질 것임을 아는 것처럼 언제나 인내심을 발휘하라. 적절한 순간을 찾는 탐정이 되어라. 시대정신의 냄새를 맡고 당신을 권력으로 인도할 흐름을 포착하라. 때가 아직 무르익지 않았을 때에 물러나는 법과 때가 무르익었을 때 힘차게 공격하는 법을 익혀라./ 432p




  로버트 그린은 “당신이 어느 분야에 있든 스스로를 실제 재료와 아이디어를 이용하는 건축가”라고 생각해야 한다 말한다. 자신이 사람들에게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만들고 있다고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인생은 내가 어떤 생각을 품고 행동하는 가에 달려 있다. 건축가의 마음으로 나의 기술과 전략을 설계하고 어제와는 다른 오늘로 한층 더 높은 성장을 꿈꾸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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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세계사 - 세계를 뒤흔든 결정적 365장면 속으로!
썬킴 지음 / 블랙피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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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이지 않은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365일, 최고의 역사 스토리텔러 썬킴이 들려주는 세계사 이야기!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역사 강사인 썬킴의 신작이다. 전작인 『썬킴의 세계사 완전 정복』, 『썬킴의 거침없는 세계사』 에서 유쾌한 스토리텔링으로 세계사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했던 그가 이번에는 세계사의 결정적인 장면들을 365일로 즐길 수 있는 책을 선보인다. 1863년 1월 1일 링컨 대통령의 노예 해방 선언을 시작으로, 1650년인 12월 31일 청나라의 실권자인 도르곤(청나라의 실권자로 명나라를 무너뜨린 뒤 베이징으로 입성할 때 조선의 소현세자를 데리고 감)의 사망에 이르기까지 세계사의 주요 사건들을 하루 한 장으로 익힐 수 있어 흥미롭다.





세계사 속 운명의 그날들,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내가 태어난 5월 11일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1960년 5월 11일은 아르헨티나에서 도피 중이던 ‘유대인 도살자’ 아돌프 아이히만이 체포된 날이다. 나치 장교로 총 실무 책임자였던 아이히만은 무려 600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주범이다. 그는 독일이 패망한 후 미군 수용소에 잡혀 있다가 탈출에 성공해서 남미 아르헨티나에 몰래 숨어들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아들이 애인에게 자신의 아버지가 유대인 학살의 책임자였다는 말을 자랑스럽게 떠든 것이 이스라엘 정보 당국에까지 알려졌고 결국 아이히만이 체포되었다고 한다. 체포되면서 그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난 공무원이었고 국가가 시키는 대로만 했다. 난 죄가 없다.”라고. 아이히만의 결말을 보며 지금,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봉사해야 할 공무원의 신분으로 자신의 안위만 챙기느라 양심을 저버린 분들은 뭔가 느끼는 바가 있지 않으신지 묻고 싶다.





1962년 1월 28일, 《훈민정음 해례본》을 발견한 전형필 선생이 사망한 날이다_

전형필 선생은 ‘왜놈들이 우리 문화재를 일본으로 가지고 나가는 걸 볼 수 없다’란 신념하에 개인 돈을 털어 우리 문화재를 싹 다 사들인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 박물관까지 연다.

전형필 선생 최고의 업적은 사라진 《훈민정음 해례본》을 발견한 것. 한글의 창제 원리, 과학적 근거 등을 설명한 책이다. 이전에는 한글이 있기는 한데…… 세종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었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일제와 ‘누가 먼저 해례본을 찾나’ 경쟁에 들어간 전형필 선생! 결국 일제보다 먼저 해례본을 손에 넣게 된다! / 37p




1943년 2월 22일, 독일에서 반나치 단체인 백장미단의 단원들이 처형당했다_

모든 독일 국민들이 다 나치를 지지한 건 아니다. 양심적인 독일인들도 분명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뮌헨대학교 학생들과 교수로 구성된 백장미단이었다. 폭력적으로 저항하지도 않았다. 나치의 만행을 적은 전단지를 돌린 것이 다였던 철저한 비폭력 단체였다.

뮌헨대 학생이었던 한스 숄 그리고 그의 여동생 소피 숄이 주도를 했는데, 한스가 당시 읽고 있었던 스페인 소설 《백장미》에서 이름을 따왔다. 나치는 이들 대학생들을 검거한 후 바로 사형을 집행했다. 처형당한 소피 숄은 겨우 22살이었다.

지금도 독일 뮌헨대학교에 가면 캠퍼스에 이들의 비폭력 저항 정신을 기리는 조형물이 있다. / 67p










  뜻밖에 가장 눈길을 끈 것은 ‘1847년 4월 10일, 황색 언론 혹은 찌라시라고 불리는 저질 언론을 탄생시킨 조셉 퓰리처가 태어났다’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우리가 아는 그 퓰리처? 진짜? 헝가리 출신의 퓰리처는 미국에서 우연히 한 신문사에 취직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기자로 명성을 날리다 사업 수완이 좋아 차츰 경쟁 신문사까지 하나둘 인수했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뉴욕 월드>였다. 그런데 마침 윌리엄 허스트라는 경쟁자가 <뉴욕 월드>에서 연재 중이던 ‘황색 아이’란 만화의 만화가를 거액을 주고 스카우트 해 <모닝 저널>에서 연재하는 일이 벌어졌고, 화가 난 퓰리처는 다른 만화가를 고용해 계속해서 ‘황색 아이’를 연재하면서 본격적으로 두 신문사가 대립하게 되었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두 신문사는 연일 자극적인 저질 기사들을 경쟁적으로 마구 쏟아내었다. 저질 언론, 즉 황색 언론을 탄생시킨 계기가 된 것이다. 다행히 말년에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퓰리처는 자기가 번 돈을 ‘참 언론인’을 위해 써달라고 했다 한다. 이때 만든 것이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퓰리처 상’이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역사란 자기반성을 통해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 아닐까. 끊임없는 자기반성… 지금의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자세일지도 모르겠다.





1492년 10월 12일,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대서양에서 헤매다가 지금의 서인도제도에 상륙했다_

(콜럼버스는) 스페인의 지원을 받아 1492년 ‘인도 찾아 삼만 리’ 여정에 들어간다. 문제는 인도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는 몰랐던 것. 가도 가도 안 나오니 서누언들이 반란까지 시도했다. 하지만 콜러버스는 조금만 더 가 보자며 설득했다. 왜? 인도에 도착해서 엄청난 향신료를 싣고 다시 유럽으로 돌아와 떼부자가 될 생각을 쉽게 포기할 수가 없었지.

그렇게 겨우겨우 지금의 서인도제도에 도착했다. 그곳을 인도로 착각하고 선주민들을 ‘인디오(영어로는 인디언)’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콜럼버스는 죽을 때까지 자기가 표류한 그곳을 인도라고 생각했다. 이런 이유로 지금의 미 대륙의 선주민을 인디언이라고 부르는 건 옳지 않다. / 324p










  한강 작가가 말하지 않았던가.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이후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실제로 과거가 현재를 돕고 있다고, 죽은 자들이 산 자를 구하고 있다고 느낀 순간들이 있었다.”고. 따로 떼어놓고 보면 다른 이야기 같지만 역사는 모든 게 연속이며 그 때문에 과거는 현재를 구할 수 있다. 어느 하루도 가볍지 않은 날이 없으며, 그 하루하루의 엄중함에 우리는 모두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며 내내 생각했다. 지금 우리는 어떤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가. 이 시간이 더 이상 부끄럽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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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페어링 슬기로운 방구석 와인 생활 2
임승수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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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초심가와 애호가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을 와인 에세이!
지금 당장 와인을 사러가고 싶게 만드는 책!







  일 년에 겨우 한두 번 정도지만, 우리 부부가 즐기는 와인이 있다면 산도가 낮고 당도가 높은 편인 모스카토 품종의 화이트 와인이다. 특히 이탈리아의 아스티 지역에서 생산되는 모스카토 다스티는 가성비도 좋고 실패 없이 즐길 수 있는 와인이라 늘 만족하며 찾는 와인이다. 반면 레드 와인을 비롯해 다른 와인들은 호불호가 심해서 새로운 도전보다는 항상 검증된 맛만 찾게 된다. 다만, 관심은 또 다른 이야기라서 ‘와인서쳐’ 앱이나 ‘와쌉’ 네이버 카페를 종종 찾곤 하는데 아무래도 이건 임승수 작가의 책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을 읽고 난 뒤부터였던 것 같다.
 



지속가능한 와인 라이프를 위한 와인 입문서
 


  『와인과 페어링』은 임승수 작가의 두 번째 와인 에세이다. 전작이 와인 정가에 속지 않는 법부터 가성비 와인 리스트, 와인에 맞는 안주 고르는 법과 와인 잔 선택하는 법, 라벨 읽는 법 등 와인을 마시는 데 필요한 기본 정보들을 주로 다루었다면, 두 번째 책에서는 지속가능한 와인 라이프를 즐길 수 있도록 ‘가성비 와인과 어울리는 K-푸드의 조합’에 주목한다. 누구나 쉽게, 선뜻 마트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와인을 주로 소개할 뿐만 아니라, 음식은 스테이크나 파스타 혹은 치즈를 조합하는 정도에만 머물러있는 초심자를 위해 반가운 정보들을 제공한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은 대체로 산도가 쨍하고 향이 강렬한 데 반해, 프랑스산은 상대적으로 점잖고 절제된 느낌이다. 이러한 캐릭터의 차이가 음식과 어울림에 있어서 어떻게 작용할지 궁금했다. 두 와인 모두 가성비가 뛰어나기로 유명한데다가 가격도 2만 원 언저리로 비슷해서 기량을 견주기에 적절했다. / 20p
 

시원하게 준비해놓은 영혼의 동반자는 코노 수르 비씨클레타 언오크트 샤르도네 2020이다. 집 근처 홈플러스에서 약 1만 5,000원에 구매했다. 할인하면 9,000원대에 판매하기도 하는 저렴한 와인이다. 코노 수르는 칠레의 와인 회사명, 비씨클레타는 스페인어로 자전거, 언오크트는 숙성할 때 오크통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유리병과 라벨에 새겨진 자전거가 눈에 들어오는데, 포도를 보호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포도밭을 누비는 코노 수르 직원들을 상징한다고 한다. / 28p

 








  흔히 화이트 와인하면 해산물이라는 공식이 있지만, 이 책에서는 의외로 샤르도네와 돼지고기의 조합을 추천한다. 키안티 와인쯤은 가뿐하게 제압하는 시너지를 발휘한다고 하니 도전해봐야겠다. 모둠전에는 레드 와인을, 곱창과 막창에는 샴페인을, 회에는 가벼운 바디감에 상큼한 신맛의 드라이 화이트 와인(이탈리아산, 피에로판 소아베 클라시코)을 추천하기도 한다. 날씨와 그날의 기분에 따라 음용하기 좋은 와인도 추천해주는데, 개인적으로는 무덥고 습해서 짜증날 때 마시기 좋은 와인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 블랑은 저장해뒀다가 꼭꼭 마셔볼 생각이다.
 


화려한 이중주 감상 후 몰려드는 피로감을 시원하게 달래주려 피노 그리지오가 등장한다. 특유의 은은한 복숭아 향은 소싯적 즐겨 마시던 추억의 음료수 ‘이프로’를 떠올리게 만든다. 알코올 도수가 12.5%인데도 이렇게나 목 넘김이 부드럽다니. 상큼·청량·깔끔하면서 쓴맛이 없고 기분 좋은 과실 향이 감도는 데다가,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아 앞선 음식의 풍미를 요만큼도 거스르지 않는다. 소주에 물린 사람이라면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상위호환 주종인 피노 그리지오를 적극 추천하고 싶다. / 114p
 

라벨에서 ‘리슬링’이라는 명칭만 확인하고선 무턱대고 구매하면, 간혹 은은한 잔당감이 아닌 과한 단맛에 당황하게 된다. 리슬링마다 당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당도가 높은 리슬링은 일반적인 음식보다는 달달한 과일이나 디저트에 곁들여야 궁합이 맞다. 그렇다며 낙지볶음 같은 음식에 어울릴 드라이 리슬링을 골라낼 방법이 있을까? 가장 손쉬운 방법은 라벨에서 ‘trocken’이라는 독일어를 찾는 것이다. 이 단어는 영어로 치면 ‘dry’에 해당하며 달지 않은 와인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 122p

 

울프 블라스 이글호크 퀴베 브뤼_
대단한 풍미를 지닌 건 아니지만 1만 원대 와인에게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놀라운 밸런스가 인상적이다. 감귤, 복숭아, 배 등이 연상되는 은은한 과실 향에, 쓰지 않고 신맛도 튀지 않고 모든 요소가 야구공처럼 둥근 형상을 이룬다. 눈을 감고 야구 경기가 벌어진다고 상상하니, 날카로운 제구력으로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삼십 대 초반의 털털하고 경험 많은 투수가 떠오른다. 오늘은 9이닝 1실점 완투승이구나! / 169p

 











  타닌이 강한 레드 와인(특히 어린 레드 와인)을 싫어해서 늘 제대로 마셔보기도 전에 잔을 밀치곤 했는데, 이제는 마개를 열고 잔에 따라낸 후 30분 혹은 한두 시간 기다렸다가 다시 맛을 보는 인내심을 발휘해봐야겠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 독일 와인에 대한 편견이 깨졌다(독일 와인 열심히 찾아보리라). 향과 맛이 강한 한국 음식과 와인은 어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역시 편견이었음을 느꼈다. 가만 보면 와인만큼 편견이 많은 주종도 없는 것 같다. 소주나 맥주처럼 가볍게 일상으로 즐기는 주종이 아닌 데다, 같은 와인이라 하더라도 무엇과 언제 먹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에 선뜻 공유하기도, 선택하기도 어렵기 때문은 아닐까. 하지만 그래서 더 호기심이 가고 설렘을 느끼게 하는 주종인 것 같다.
 


  지금 당장 와인을 사러 나가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와인 초심가와 애호가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을 와인 에세이를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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