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일의 레시피
이부키 유키 지음, 김윤수 옮김 / 모모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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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죽은 후 제사대신 연회를 열어달라고 남긴 49일의 레시피는 유쾌하고 감동스럽다. 나도 이런 장례식으로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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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의 레시피
이부키 유키 지음, 김윤수 옮김 / 모모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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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람이 죽으면 이승에 49일을 머문다고 한다. 그렇게 49일이 지나면 제사를 지내고 진정한 이별식을 하는 것이 동양의 관습이다.

일흔 한 살의 오토미가 세상을 떠났다. 33년 전 다섯 살 이었던 유리코에게 온 새엄마. 자신의 친자식을 낳지 않고 친자식이상으로 유리코를 키운 새엄마였다.



오토미는 그림을 잘 그렸고 음식솜씨가 뛰어나 강의를 다니기도 했다.

그런 오토미가 남긴 49일의 레시피. 집안일에는 관심이 없었던 남편 료헤이를 위한 레시피였다. 청소와 정리, 요리를 하는 레시피외에도 자신이 죽은 후 49일동안 자신을 추억하면서 연회를 해달라고 했다. 스님을 불러 경을 외우는 제사가 아닌 연회를.



료헤이는 오토미와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린다. 도시락 소스가 묻었다고 타박을 했던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한심했던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나버릴 줄 몰랐다.

죽음이란게 그렇다. 예고없이, 준비없이 다가오는 죽음 아니던가.

그런 죽음앞에서도 슬퍼하지 말고 잔치를 해달라던 오토미의 소원은 이루어질까.



나도 이런 장례식을 해보고 싶다. 뭐 대단한 삶이라고 슬퍼하고 위로받을 것인가.

자신의 장례식날 장송곡 말고 행진곡을 틀어달라고 유언했다는 사람과 같은 심정이랄까.

오토미가 가르쳤던 제자 이모토가 집에 들어와 청소와 정리, 요리를 도와준다.

낙심해있던 료헤이도 정신을 차리고 일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도쿄에서 결혼생활중이었던 유리코는 남편의 바람으로 이혼도장을 찍은 후 친정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아이를 낳기 위해 노력도 했고 강아지도 키워보려고 했지만 유리코는 그런 남편의 제안도 거절하고 아픈 시어머니를 돌보다가 남편이 같은 직장에 있던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임신까지 시키자 유리코는 더 이상의 결혼생활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게 돌아온 친정에서는 새엄마 오토미의 장례레시피로 떠들썩 하기만 하다.

심신이 지친 유리코도 오토미의 바람처럼 즐거운 49일의 레시피를 해낼 수 있을까.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난다는 것은 많은 것들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몸도, 마음도, 하지만 추억은 가져갈 수가 없다.

오토미는 남은 사람들을 위해 40일의 레시피를 남겼다.

슬퍼하지 말고 자신을 보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멋진 할머니다.

나도 언젠가 닥칠 내 죽음이 이런 모습이었으면 한다. 감동스럽고 위안을 주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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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에 읽는 재클린의 가르침 - 다시 태어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지적인 대화
임하연 지음 / 블레어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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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스물에서 서른을 넘어갈 때, 서른에서 마흔으로 넘어갈 때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왜그랬을까. 한 뼘씩 성장통을 앓았던 것일까. 나에게 서른은 제법 어른같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서른은 아직 덜 여문 세대인 것도 같고 가능성은 더 무한한 나이인 것 같아 부럽기도 하다.



대체로 자기계발서나 인문학서에 등장하는 실존인물들은 대단한 철학자이거나 종교학자이거나 경제학자, 작가이거나 강사등 쟁쟁한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재클린이라니.

그녀가 쟁쟁한 인물이 아니어서가 아니고 우리가 아는 재클린의 모습은 화려한 퍼스트레이디의 모습뿐이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미망인이 되고 세계의 거부 오나시스와 재혼한 당당한 여자의 모습!



물론 그녀는 세계 대국 미국의 대통령 케네디의 부인이었고 패셔니스트와 자유로운 모습에서 보수적인 시대에 태어난 여성치고는 참 멋지게 살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에 삶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도 못했고 실제 저자의 말을 들어보면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을 극히 싫어한데다 자신의 자서전 한 권쯤이라도 남겼을법 하건만 저서 한 권조차 남기지 않았단다. 말그대로 비밀스런 삶을 살았던 여성인 것일까.



재클린과 가깝게 지내는 지인들외에 그녀의 삶에 대해 자세히 알려진 것이 없었던 것 같다.

실제 가십을 몰고 다니는 위치에 살았던 여성치고는 참 의외이긴 하다.

저자 역시 그런 그녀에 대해 많은 자료를 얻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구술 녹음, 비공개 문서, 경매에 나온 편지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재클린의 삶은 무엇이었는지 읽을 수록 경탄과 존경의 마음이 솟아올랐다.

흔히 요즘 말하는 수저계급론에 휘둘리지 않고 당당하려했던 재클린은 부자부모를 만나 어린시절을 지냈지만 가세가 기울고 부모가 이혼하는등 상처가 많은 어린시절을 보냈다.

당시 보수적 사회에서 대접받는 계층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운명에 휘둘리지 않고 주인이 되려고 노력했던 진보적 여성, 아니 한 인간이었음은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재클린이 겪었던 불행한 시간을 넘어서 주체적인 삶을 살았던 일대기도 감동스럽지만 무엇보다 이 책의 매력은 학생과 상속자가 대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전혀 지루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저 이렇게 살아야 한다식의 주입식이 아닌 공감력을 이끄는

힘이 느껴진다. 그리고 상속자의 가르침에서는 재클린을 향한 저자의 모습이 겹쳐져 보인다.

결혼도, 이혼도 주체적으로 선택하기 힘들었던 시절, 불행을 넘어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이끌었던 재클린의 가르침은 시대를 넘어서 모든 여성, 모든 사람들에게 등대불이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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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 번째 교과서 x 정우철의 다시 만난 미술 나의 두 번째 교과서
EBS 제작팀 기획, 정우철 지음 / 페이지2(page2)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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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른의 품격은 그림 감상으로 완성된다'

이렇게 멋진 부제를 달고 나온 책을 보니 내가 그림 감상을 제대로 잘 하고 있나 돌아보게 된다.



그림 감상을 잘 한다는 뜻은 전문가로서의 시각이나 해석이 아닌 그림의 깊이를 이해하고 당시 화가가 담고자 하는 의미나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보고 그저 내 마음이 느끼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되는 뜻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런 점에서도 나는 아직 그림을 다 이해한다고 하기엔 부끄러운 점이 많은 편이다. 그럼에도 최근 몇 년간 나온 그림에 관한 책들을 보면서 화가들의 삶에 대해서 많이 알게되었다는 점은 참 고마운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명작을 탄생시킨 화가들이 많다. 박수근이나 나혜석, 김환기등이 있고 그중에서도 가장 가슴아프게 다가온 인물은 바로 이중섭이다.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고생을 모르고 자랐지만 이데올로기로 급격하게 몰락하고 가난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져 말년에 고독한 죽음을 맞이 했다는 점에서 불운한 천재였다고 생각한다.

생전에 자신의 작품을 인정받는 화가도 있지만 이중섭처럼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처참하게 살다가는 화가들도 많다. 가난과 고독으로 점철된 그의 인생이 너무 안타깝다.



도슨트 정우철이 소개한 화가들의 삶은 대부분 치열하거나 고통스럽거나 고독했다.

특히 저자는 비슷한 삶이나 화풍을 지닌 작가 둘을 비교하면서 전개하는 방식이 마음에 콕 들어왔다. 가난한 어린시절이나 인정받지 못한 사랑, 혹은 실패한 사랑, 그리고 당시 시류에 합류하지 못하고 이단아 취급을 받았던 화가등, 사실 그림을 그리는 화가뿐만이

아니라 음악이나 글을 쓰는 작가들의 삶은 대체로 평탄하지 못했다.

저자 역시 그런 그들의 삶이 예술가들의 작품에 더 많은 영향을 미쳤고 예술혼을 고조시켰다는 점을 이야기 한다.

76세에 처음 그림을 그렸다는 모지스 할머니의 이야기와 평생 그림공부를 해본적 없었던 루소의 삶은 얼마나 감동스러운가.



평생 만나지 말았어야 했던 인연이 있다. 로댕과 클로델이 그러하지 않았을까.

로댕의 조각은 정말 천재적이라고 생각한다. 클로델의 작품 또한 로댕을 능가하면 했지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고 평범한 나조차도 생각하는데 클로델이 로뎅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녀의 인생은 더 화려하고 행복해졌을까.



예술가들의 섬세한은 때로 질투를 유발하고 유치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로댕은 절대 클로델에게 그런 치졸한 행동을 하면 안됐었는데 결국 로댕의 그 이기심이 그녀의 삶을 불행으로 이끌었다.

이 스토리는 너무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내마음에 더 와닿았던 저자의 이야기는 바로 남성 중심의 시대의 희생되었고, 사랑에 희생되었으며, 편견에 희생되었다는 말이었다.

사후 70년이 지나 작가로서 인정을 받고 기념관이 생겼다는 말에 위안이 되었다.

우리 인생에서는 여러가지 양식이 있다. 실제 입으로 먹는 양식외에도 문학이나 음악,그림 또한 삶을 풍요롭게 하는 양식이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의 삶에 기쁨과 감동을 주는 그림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인생의 레시피같은 책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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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천재들 - 물리학의 한계에 도전하는 바다 생물의 놀라운 생존 기술
빌 프랑수아 지음, 발랑틴 플레시 그림,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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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알 수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 속이 그만큼 깊은 물속보다 음험하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사실 깊은 바다속을 속속들이 다 알기는 쉽지 않다.

지구의 70%는 물이라는데 그 거대한 공간에 일어나는, 살아가는 생물에 대해 우리가 다 알수가 있을까.



인간의 호기심은 대단한 것이라 그 호기심이 인간의 문명을 여기까지 끌고 오게된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과학의 발전으로 바다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알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미지의 세상인 것은 분명해보인다. 왜 제목을 '바다의 천재들'이라고 했는지는 읽다보면 알게된다.



인간이란 생명체도 바다에서 왔다고 하는데 이 지구에 생명체가 생겨나고 각기 당시의 환경에 최적화된 개체로 진화해왔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척박한 환경에서 기가막히게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생명체들을 천재로 비유한 것이다. 얼마나 대단한 똑똑이들인가.



날치가 날아가는 모습을 나도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실제 새처럼 날개가 있어서 어느정도 비행이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고속 카메라로 촬영을 한 이후에야 그 진실이 밝혀졌다고 한다.

실제 새처럼 날개로 날아가는 것이 아니고 공기를 이용한 양력으로 잠시 솟아오는 것이라는데 더 멀리 날아가기 위해 절대 고공 비행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얼마나 천재적인가.

다만 날치는 맛이 좋은 생선이라 서로 먹겠다고 달려드는 적이 많다는 것이 안타깝다.



민어가 우리나라에서만 인기가 있는 줄 알았는데 세계 각국에서도 인기가 좋고 특히 부레 하나를 먹으면 다 먹은 것이라고 할 만큼 다른 나라 사람들도 부레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특히 소리를 내는 물고기로 유명한데 과거에도 요즘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대나무를 물 속에 집어넣고 민어의 소리를 듣고 그물을 내리는데 자신의 특기인 노래소리가 무덤으로 향하는 길인 것은 몰랐던 모양이다.

어마어마한 양을 자랑하는 크릴이 지구의 기후위기에 기여한다는 사실 또한 놀랍다.

탄소를 바다속에 가두는 전령사라니..고래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위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먹이 사슬은 단순하단다. 하지만 물속 생명들은 먹이사실이 복잡하고 그 사슬이 끊어지면 지구에 끔찍한 재앙이 닥칠 수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이 몰려온다.

발광하는 생명체들, 전기를 만드는 생선들, 우리가 흔히 먹는 멸치의 은빛 춤이라든가 정말 생각지도 못한 바다속 풍경에 재미와 놀라움을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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