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불류 시불류 - 이외수의 비상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0년 4월
평점 :
아불류 시불류(我不流 時不流)-내가 흐르지 않으면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
낮은 곳으로만 낮은 곳으로만 흘러서 큰 바다가 되는 물처럼 인생을 살으라는 법문같다.
강원도 화천군 산속에서 오랫동안 거(居)하시더니 산신령과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되셨는지
한마디 한마디가 산삼이요 흘려버릴 말이 없으니 주옥과도 같은 법문집이 탄생했다.
젊어서는 밥값 못할까 걱정이더니 늙어서는 이름값 못할까봐 걱정이라며 엄살이시더니
괜한 걱정을 하신셈이다. 산에 가면 산과 닮고 물에 가면 물과 닮는다더니..긴머리만 풀어헤치고
지팡이만 하나들면 영락없이 산신령의 행색인 저자는 편견을 깨부수는 신세대 산신령인 셈이다.
지팡이대신 노트북을 들고 트위터를 날리시는 산신령을 상상하는 일만으로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어느 날 아내가 차려주는 밥상을 받아들고 한 끼의 밥상이 내 앞에 차려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하면서 뭉클했다는 글에는 내 삶이 이곳에 이르러 이글을 만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기대가 있었는지가 떠올라서...또한 낮은 곳으로 흘러 물과 같이
살라는 말에는 너무 오랫동안 낮은 곳에 있어 주눅들었던 삶이 어우러 더우러 잘 섞여 살라는
위안처럼 들려 마음이 따뜻해졌다.
'하나님. 제 마음속에도 DEL키를 달아주세요. 터치 한 번으로 말끔하게 마음을 비우고 싶으니까요' -71p
나는 곁에서 이렇게 묻어가고 싶다. '저도요'
아마 지금 나의 DEL키는 이책이 아닌가 싶다. 읽고있는 내내 무심의 경지처럼 모든걸 잊고 일희일비
했으니말이다.
미친년 방언 터지듯 시를 줄줄 써젖히고 양아치 술주정하듯 욕지거리만 질질 뱉는 문하생넘들이라도
어쩌냐. 그래도 내 새낀걸..하듯이 우리 불쌍한 중생들도 좀 봐주세요.
미친세상 정신차리고 살자면 아니..멀쩡한 세상 미친듯이 살자면 방언도 욕지거리도 다 나름의 몸무림
아니겠습니까..이렇듯 선계의 사람처럼 도통한 저자도 무박삼일을 독약 같은 술을 마시고 무박삼일을
각혈같은 욕설로 세상을 증오했지만 결국 속만 우라지게 쓰렸노라고 세상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더라고..
하늘을 향해 삿대질을 하던 시간들이 있지 않았던가 말이다.
'국민을 궁민으로 만드는 정치' -157p
단지 몇개의 단어만으로 지금 불쌍한 우리국민들의 현실을 골라내는 그의 탁월함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그렇지. 지금 우리는 가난한 궁민이다. 물질은 넘치는데 맘은 온통 허허롭기만하다.
때로는 밥 한끼가 죽어가는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도 하고..때로는 이렇듯 글 한줄이 죽어가는 사람의
영혼을 구하기도 한다. 지금 감성마을의 긴머리 아저씨가 바로 처방전을 내려보내주셨다.
하늘도 보고 땅도 보고 사람도 보고 힘내서 잘살아 보라고..그리고 품위는 잃지 말자고..
'이것 봐. 방금 니가 씨팔이라고 말하는 순간, 별 하나가 깨져서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니까.'-143p
하늘에 있어야 할 별들을 땅으로 곤두박질시키는 일같은건 하지 말고 삽시다.
가뜩이나 찌든 지구에 살면서 자꾸 흐려지는 별빛때문에 마음도 흐려지는 세상에 살면서 어쩌다 한번쯤
고개들어 올려다본 깜깜한 밤하늘에 별마저 없다면 살맛이 나겠습니까.
그래도 흐린 인생속에 별빛을 반짝 반짝 밝혀주는 이런 책 한권쯤 가슴속에 걸어두고 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