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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 불어넣기 ㅣ 아시아 문학선 8
메도루마 슌 지음, 유은경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08년 3월
평점 :
일본의 오키나와는 한때 독립된 류큐왕국이었다. 메이지 시대에 본토의 침략으로 인해 복속되기 전까지는..
마치 우리나라를 침략하여 동화정책을 펴듯 오키나와역시 식민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섬이다.
뿐만아니라 2차세계대전후에 전범국으로서 속죄양이 되었던곳도 바로 오키나와이다.
주민12만명이 사망하고 전후에는 미군기지로서 속살을 내어주어야 했던 오키나와는 우리와 비슷한
아픔을 지닌 섬이 되었다.
누가 전쟁을 일으켰든 같은 일본이라는 점에서 동정의 여지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무고한 주민들이
죽어간 안타까운 점에서 본다면 아쿠타가와상과 가와바타 야스나리상을 수상했던 저자 메도루마 슌의
고향이며 이글에 소개된 오키나와의 상처들이 저자에게 어떤의미일지를 짐작케한다.
#혼 불어넣기
마흔이 넘어 귀한 아들을 얻은 어려서 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이웃에 있는 부모님의 친구 우타를 친어머니처럼
여기고 지낸다. 가끔 혼이 나가곤 해서 우타는 제사를 지내고 초혼의식을 통해 다시 혼을 불러들이곤 했다.
그러나 어느날 다시 혼이 빠져나가고...우타의 정성에도 다시는 혼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의 아버지가 죽어갔던 그바닷가에서 영원한 안식의 길로 떠나버렸다.
갑작스럽게 닥친 전쟁의 와중에서 전쟁에 끌려가 죽고 굶어죽어간 선량한 주민들의 안타까운 역사가 있다.
물론 우리는 일본의 침략으로 인해 죽어간 피해자들을 기억한다. 하지만 일본 그안에서도 나름대로의
또다른 전쟁이 있었음을 알지 못했다. 그런점에서 전쟁을 원하지 않았던 선한 사람들의 죽음을 알게된것은
뜻밖의 일이 되었다.
#브라질 할아버지의 술
근대에 접어든 일본의 시골은 아직 너무 가난하여 굶기를 밥먹듯이 하는 사람들이 넘쳐났었다.
입하나 덜어주려고 이민자들의 대열에 올라선 한 남자는 떠나는날 아침 아버지와 동굴에 숨어들어
아주 특별한 술을 마신다. 기름종이로 봉해놓은 아와모리 술!
"잊어버리지 마라' 눈물을 감추며 아버지는 말한다. 앞으로 몇십년이 될지 모르지만 네가 돌아올 때까지
이 술을 묵혀두마. 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겠다.
남자는 브라질에서 역경을 겪을때마다 그술을 기억했다. 언젠가 아버지와 그술을 마실 것이다라는 기대로.
하지만 남자는 전쟁이 끝나고 나서야 오키나와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제는 철조망 너머 미군기지가 되어버린 고향땅에 가족은 없었다. 전쟁통에 모두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남자는 철조망너머 동굴이었던곳을 기어들어가 그술을 찾아낸다.
브라질에서 살다왔다고 브라질 할아버지로 불려진 할아버지는 가끔 그술을 꺼내어 아픔을 달랜다.
그에게 그술은 가족이고 추억이고 상처를 달래주는 약과 같은 존재였다.
6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책은 오키나와가 근대에 들어서 겪었던 전쟁과 그후 미군기지로 더렵해지던
시절의 상처와 그럼에도 자본주의의 소용돌이에서 어떤이는 적응하고 어떤이는 낙오하는 과정을
아프게 써내려간 작품이다. 한때는 평화롭고 아름다왔던 오키나와가 서서히 죽어가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언뜻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일듯한 작품도 보인다. 우리가 아팠던것 처럼 작가도 상처의 그늘이 떠나지
못했던 모양이다. 순간 전쟁을 일으킨 나라와 전쟁을 일으킨 인간은 엄연히 구별되어져야 할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전쟁으로 인해 상처받은 인간들은 나라와 상관없이 비참하게 남겨진다는 것을
아프게 돌아보게 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