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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능성이다 - 기적의 트럼펫 소년 패트릭 헨리의 열정 행진곡
패트릭 헨리 휴스 외 지음, 이수정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생명의 탄생은 기쁨이고 축복이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아이를 낳아 키워보지 못한 사람은
어른이 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것처럼 우리는 자식을 통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경험하게 된다. 기쁨과 슬픔과 분노와 인내...결국 나 자신을 비춰주는 거울같은 존재가 바로
자식인것이다. 하지만 나의 분신인 자식을 키운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제대로 한사람의 몫을 하고 살아 갈수 있도록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남을 도울 수 있을정도로 살아갈수 있도록 키워내는 과정을 통해 인간들은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겸손을 배우며 비로서 어른이 되는 것 같은 성취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아이가 장애를 가졌다면? 나의 열성유전인자가 몇만분의 일의 확률로 아이게게
전해져 평생 장애인이란 멍에를 지고 살아야 한다면 그 잘못은 과연 누구 때문인것인가.
나? 아니면 신(神)? 물론 태어난 아기에게 잘못은 없다. 하지만 장애를 갖고 태어나는 순간부터
모든 고통과 편견의 불이익을 아무 잘못도 없는 아기가 고스란히 겪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전생에 무슨 죄를 많이 지어서'라는 표현을 한다.
전생과 내세를 믿는 동양적인 사고로 보면 내몸을 빌어 태어난 자식이 비정상적인 몸과 정신을
가지고 태어난것도 다 전생의 업이라고 생각하고 평생 죄의식을 갖고 온가족이 죄인인양 지내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평생 짐이 될 아이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버리기도 한다.
1988년 3월 한아이가 이런 많은 의문부호를 가지고 미국의 한가정에서 태어났다.
존휴스와 퍼트리샤의 첫아이인 헨리는 '양안 무안구증'과 '다발성 이형'이라는 중복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여러번의 수술을 거쳐 척추에 쇠심을 박고 의안을 이식하는 과정을 보면
어린아이지만 의젓하고 인내심 강한 헨리와 오로지 자식이 이세상에 제대로 살아갈수 있도록
정성을 쏟는 부모의 지극한 사랑에 감동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하나님은 한쪽문을 닫으시면 다른 창문을 열어놓으신다는 말이있다.
비록 신체적인 장애를 가지고 있었지만 헨리는 뛰어난 음악감각과 섬세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아이였다. 120cm이상만 탈수 있는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트를 타기위해 척추에 쇠심을
박아 10cm의 키를 키우기 위해 무시무시한 수술까지 견뎌내는 용기있는 아이였으니 말이다.
하루 네시간의 수면과 야간작업의 고달픔에도 불구하고 헨리를 돌보는 존휴스의 희생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 동생들의 헌신적인 사랑이 없었다면
지금의 헨리는 없었을것이다. 더구나 헨리는 정상인들보다 욕심도 많은 재능꾼이 아니던가.
도대체 마칭밴드가 가당키나 한일인가 말이다.
휠체어를 타고 가만히 앉아서 트럼팻을 부는것이 아니라 쉴새없이 대열을 만들어가며
움직여야 하는 마칭밴드라니...도대체 존휴스와 헨리는 어디까지 도전할 작정이란 말인가.
'사람들은 날더러 마음의 눈으로 보면 무엇이 보이느냐고 묻는다. ~ 깜깜하다는 것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어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밝음을 경험해봐야
한다.' -123p
우리는 두눈으로 많은 것을 본다. 너무 많은 것들을 보면서도 정작 보지 못하는것들 너무 많다.
헨리는 우리보다 많은것들을 본다.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기 위해 마음을 열고 귀기울인다.
기적은 하나님이 미리 예정해놓으신 길일수도 있지만 헨리와 그 가족들의 노력...그리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였던 모든사람들의 작품이다.
그들 가족이 원했던 집이 완성되던날...나는 가슴이 쿵쾅거리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수천명의 사랑이 기적을 만들고 헨리가 이세상에 온 이유를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하나님은 헨리를 통해 우리에게 '기적'을 보여주셨다.
'사람은 누구나 삶의 무게를 지고 산다. 그런데 그 무게를 느끼는 정도는 사람마다 각양각색이다.' -277p
처음에 그들은 커다란 짐덩어리를 진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작 그들은 사람들이 불필요하게
지고 있는 짐들을 덜어주려는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보고 너무 많은 것들을
담아두고 살아간다. '가능성'이라는 빈 바구니에 무한의 '가능'을 담으면서 살아가는 헨리와
그가족들을 보면서 나도 불필요한 짐들을 덜어내고 무한한 '가능'을 차곡차곡 쌓아둘
바구니를 간절하게 갖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