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홈즈걸 3 : 사인회 편 - 완결 명탐정 홈즈걸 3
오사키 고즈에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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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려서 책이 무척 귀하던 시절, 나는 이다음에 크면 서점을 하거나 적어도 서점을 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삼중당 문고판이나 청계천 헌책방을 뒤지면서 책에 대한 갈증을

달래고 학교 도서관을 오르내리며 읽고 싶은 책이 돌아와 있는지 조바심을 내면서..어린시절

책은 가난한 나에게 파랑새같은 존재였다.

지금도 책이 가득한 서점에만 가면 이세상 부러울것 없는 부자가 된것같다. 눈치볼 것없이 책을

읽고 고르는 즐거움은 물론 갓나온 책의 그 상큼한 냄새가 떠다니는 공기마저도 행복하다.

이제 동네에서 작은 서점을 보기는 쉽지 않은 시절이 되었다. 대형서점이 생기면서 책방 아저씨들과

수다를 떠는 재미도 없어져버린 지금...책은 넘치는데 그전만큼의 행복감은 덜한것 같다.

 



 

소도시의 적당한 크기의 서점 세후도에는 서점을 사랑하고 성실한 직원 교코와 뭐든지 얼렁뚱땅

해버리는 점장..그리고 명탐정 홈즈와 맞먹을 우리의 다에가 있다. 비록 아르바이트생이고

손재주는 젬병이지만 사물을 꿰뚫어보고 추리하는 능력이 대단한 그녀...흠이 있다면

서점에 관한 일만 취급한다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서점직원들의 일이야 책을 진열하고 포장하고 주문하고 재고를 파악하고 개성있는 고객들을 상대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다양한 인물들과 일들이 일어나는 왕국일거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었다.  왕과 같은 고객과 시종들과 같은 직원들..물론 그중에도 계급은 존재하고 위계질서는

분명하다. 책을 파는 곳만이 아닌 사랑과 우정과 배려와 질시같은 모든것이 함께 공존하는 또다른 세계!

 

서점을 사랑하고 근무한 사람이 아니면 절대 알수 없는 사건들을 무겁지 않게 재미있게 펼쳐놓았다.

단지 작품을 위해 자료를 수집해서 쓴글이 아닌 종종거리며 서점을 누벼본사람들만이 느낄수 있는

숨결이 그대로 녹아있는 진솔한 작품이다.

 

서점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라야 책을 훔쳐가는 정도가 아닐까 싶었지만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사건들이

일어나게 된다. 네사람이 똑같은 책을 주문해놓고, 연락을 해보면 그런 주문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것도 한번이 아닌 두번씩이나 똑같은 네사람이 주문을 했다. 그런데 그런적이 없다니?

서점을 견학하러 온 수상한 초등학생, 그 꼬마가 사라졌다. 유괴사건일까?

미스터리 작가가 정체불명의 펜이 누구인지 밝히기 위해 서점에서 사인회를 하고 싶단다. 무작정 손을

든 세후도는 과연 암호같은 편지를 해독하고 작가를 위협했던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탐정물이라면 이골나게 봐왔고 CSI도 눈이 벌개질 만큼 섭렵한 나도 도무지 실마리를 짐작할수 없다.

크게 고민할것도 없이 속시원하게 해결해버리는 나에를 보면 고참인 교코도 어리둥절하지만 나역시도

혹시 내가 바보가 아닐까 싶어진다. 흠..왜 나는 이걸 보지 못한거야..

 

음산하고 어둔 미스터리물이 아닌 좌충우돌 명탐정 홈즈걸을 보고 있노라면 한편의 시트콤이 연상된다.

아마 드라마로 제작되어도 히트하지 않을까? 무겁지 않으면서도 느려진 뇌세포를 마구 자극하는 복선이

싱그럽다. 설마 이작품이 마지막 작품은 아니겠지?  명탐정 나에의 진가가 이제 막 발휘되는데..

제발 다음편이 나올거라고 얘기해주세요. 서점에 관한 일만 취급해도 좋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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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대한 백과사전 - 눈보라 속에 남겨진 이상한 연애노트
사라 에밀리 미아노 지음, 권경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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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대한 추억이 있나요? 혹은 첫눈이 오면 어디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한적은 없었나요?

유난히 눈이 많았던 올겨울...한번쯤 눈에 갇혀 꼼짝달짝 못하는 상황이 온다면? 하는 상상을

처음 해봤던 겨울이었습니다. 미국 워싱턴에 내린 눈을 보니 아름답게 폴폴 날리는 눈꽃이

거대한 재앙이 될수도 있겠구나 싶어 갑자기 무서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이책은 '눈에 대한 백과사전'입니다.

눈에 대한 의미를 찾아보니 '대기중의 수증기가 찬 기운을 만나 얼어서 땅위로 떨어지는 얼음의 결정체'

라고 쓰여져 있네요.하늘에서 만들어서 땅에 닿는 순간.. 단순한 사전적 의미의 눈(雪)보다 더 많은 의미를

가지는 낱말이 되어 쌓입니다. 깜빡 잊었던 첫사랑에 대한 기억도 이름도 가물거리는 어린시절의 동무들도

..한창 잘나가던 시절에 밤새 내리던 눈을 바라보며 사랑을 속삭이던 기억까지 그위에 쌓입니다.

 



 

 

1m80cm의 눈이 내려 쌓인다면 인간들은 생명에 위협을 느낄만큼 공포를 느낄듯합니다.

사랑했던 가족을 떠나보내야 하는 순간에도...혹은 태어나는 순간에도 눈은 내렸습니다.

한때는 이세상의 모든 부귀영화를 누리고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을 어떤 사람의 무덤위에도

눈은 쌓이고 하얗게 쌓인 눈밭을 편하게 걷게 해주는 긴부츠 카미크를 만드는 에스키모인들의

손길에서도 눈발이 느껴집니다. 한켤레를 만드는데 3일이 걸린다니 북극에서의 눈이 더 오랫동안

이세상이 남아있어야 할텐데 점점 이 신발을 만드는 사람들이 없어지니 눈도 재미가 없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북극점을 향해 얼은 발을 옮기던 사람들이 더이상 길을 잃지는 않겠네요.

 

'여보세요? ...여보세요,여보세요,여보세요...거기 누구없어요?...거기,거기....'-138p

이런 절박한 목소리를 더이상 들을수가 없게 되는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걸까요?

 

눈이 오는날은 유난히 조용합니다. 마치 내모습을 똑똑히 보고 내 목소리를 들어봐 하듯이..

우주에서 생명체가 생기기도 전부터 존재했을 그들이 길었던 시간들의 기억을 쏟아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책은 바로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인 저자의 사기(史記)입니다.

얼른 보아서는 이해되지 않는 이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면 쪽수가 기입된 뒤편의 주를 같이 봐야만

할것 같습니다. 짤막한 글들이 그제서야 더 잘 보일수 있을겁니다.

 

'겨울은 불안의 계절이다'-326p

겨울의 막바지...제 생에 올해만큼 눈을 많이 본적이 없었습니다.

지구 반대편에서도 눈은 거대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의 자취는 점점 사라지고

처음 왔던 그곳으로 돌아갈것 같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이책에 머물렀던 눈들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테지만...또다시 시간이 흐르고 기억이 흐르고 잊혀지지 못한

추억을 담고 우리에게 와줄 눈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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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의 여왕
김윤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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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도시의 풍경들....특히 야경을 본적이 있는가?

살만한 곳은 거의 아파트의 숲으로 채워져 있고 고만고만한 모양의 사각형 틀을 보고 있다보면

대체 저안의 사람들은 어떤사람들이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개성도 품위도 없는 아파트라는 공간이 대한민국을 빼곡하게 채워지고 있고 여전히 어딘가에는

미분양 아파트들이 남아돌고 있다는 요즘에도 발뻗고 누울 자신의 집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나역시도 10여년전 어느날 버스를 타고 창밖의 집들을 바라보며 도대체 이렇게 많은 집들중에

내집은 없는것일까...화려하지 않아도 좋으련만...딱히 죄받을 짓 한 기억도 없고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건만 집값이 쑥쑥 올라가는 동안 그뒤를 쫒지못한 내 알량한 돈벌이가 무척이나 서글펐었다.

외국처럼 내집의 개념이 좀 쿨할순 없을까? 임대아파트에서 그럭저럭 살다가도 좋지 않을까?

스물몇번 이삿짐을 싸본 사람만이 알수 있는 '내 집 마련의 설움'을 톡톡히 겪었던 기억들이 다시금

살아나는 소설이다.  알뜰한 주부의 내 집 마련 프로젝트와는 완전히 다른 마치 전투기를 본 기분이다.

실제로 3년이 넘게 서울 안팎의 백여 군데의 집들을 기웃거렸다더니...작가가 혹 이작품의 주인공이

아닐까 싶어 아무리 살펴봐도 분명 자신의 실화는 아닌듯하다.

 



 

월급쟁이가 20년을 안쓰고 안먹고 먹어야 집을 마련할수 있다고 하던가.

산술적인 계산만으로는 따라잡을수 없는 고공행진 집값을 감안한다면 순진하게 은행에다 따박따박

돈을 모아서는 평생 내집마련은 어림도 없는 '꿈'으로만 남을것 같은 현실이 아마 이런 글을 쓰고 싶지

않았을까? 어떤 이유인지 아직 내 집을 가지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듯

'집 나와라 뚝딱!' 해주고 싶은 따뜻한 작가의 바램이 그대로 느껴진다.

 부동산 불패의 대한민국 영원불멸의 원칙이 미국의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깨지면서 얼핏 이제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내 집을 가질수 있지 않을까 했었다. 물론 그와중에도 돈있는 사람들은 더 부자가 되고

돈없는 사람들은 여전히 뛰어넘을수 없는 벽이 있다는걸 뼈저리게 느꼈지만..

 

주인공 수빈은 평범해 보였던 어린시절과는 다르게 사랑하는 남자 그렉을 만나면서 새로운 세계의 삶을

살게된다. 고아였던 그렉이 평화주의자 양부모의 영향으로 봉사와 나눔의 삶을 살면서 우연히 만난 수빈과

치열한 다툼끝에 결혼을 하고 사랑스런 딸 지니를 얻게 된다. 산자락밑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그들의 소울하우스를

찾아내고 밤나무를 심고 돌절구 연못을 가꾸면서 그렇게 평생 행복하리라고 믿었었다.

그렉이 어느날 사라지기 전까지는...업친데 덥친다고 친했던 지인에게 보증을 서주었던 일이 잘못되어 수빈과 지니

모녀는 쫓기듯 태국의 해변으로 날아간다. 우연한 만남은 없는것일까?  이상한 스님을 만난것이 수빈을 다시 태어나게

한다. 괴팍하고 고집불통의 정사장을 만난건 순전히 그 이상한 자칭 땡중과의 인연때문이었다.

사물을 보고 사람을 보는 능력이 탁월한 수빈의 능력을 어떻게 그렇게 빨리 알아볼수 있었을까.

생전 보지도 듣지도 못한 부동산 공부를 하고 미션을 수행하는 것으로 경매로 넘어갈뻔한 집을 찾아주고 생계를 해결해

주는 정사장이란 인물은 산전수전 다겪은 수전노에 팍팍 돌아가는 머리를 당할수가 없지만 결국 그의 가슴속에 뜨거운

사랑이 흐르고 있다는것을 나중에서야 확인하게 된다.

갈곳없는 형제의 집...장애를 가진 아이를 위한 집...깊은 상처를 가지고 이제 서서히 꺼져가는 기억속에 있는 마지막

집을 찾아주는 거간꾼이 된 수빈은 각자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쉴수 있는 그런 '참집'을 찾아내는 수행자가 된다.

지고 갈수 없는 재산을 어떻게 값지게 쓸수 있는지에 대한 여러가지 해법을 제시하면서 서로가 갈길을 찿아가는 것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돌아온 그렉과 지니에게는 안됐지만 난 수빈이 이일을 계속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접을수가

없었다. 순진하고 착해서 제집하나 못챙기는 수많은 약자를 위해 깃발을 들고 앞장서 주었으면 싶었다.

누군가 한명쯤은 이렇게 살아도 좋지 않겠는가.  능력없고 용기없는 약자의 변명일지 모르겠지만...

 



 

아마 지금쯤이면 수빈과 그렉과 지니는 태국의 골든트라이앵글에서 횃불을 들고 길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을 인도할지도 모르겠다. 아님 멋진 해변 어디에선가 소울하우스를 짓고 지친 사람들을 쉬게

하든가...단지 대한민국이 아니라 세계로 진출했을뿐이다. 내 집 마련의 고수 가족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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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치는 여자 - 푸른 파도 위에서 부르는 사랑 노래
김상옥 지음 / 창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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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기억속의 너'의 작가 김상옥의 글은 거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듯하다.

가슴아프고 애틋한 사랑의 주인공이었던 작가여서 그런지 그의 주변에는 말그대로

소설속의 주인공들이 많은것 같다. 부잣집 고명딸이었던 은서의 가슴아픈 이야기에

아무리 사랑하는 자식이라도 운명만큼은 바꿔주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가 느껴진다.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이 한가정을 짓밟고 운명을 바꾸는 과정이 울분을 느끼게 한다.

머리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라는 말이 그래서 생겨난 말인듯 싶다.

악으로 흥한자 악으로 망한다더니..결국 비참한 최후로 죄값을 대신하지만 다시는

되돌릴수 없는 과거는 폐허처럼 공허할 뿐이다.

자식처럼 키웠던 직원에게 배신당하고 식물인간이 되는 아버지를 끝까지 붙들어

회생시키는 장면에서는 긴병에 효자없다는 말도 무색해진다.

은서가 세상을 좀더 알았더라면 어렵게 회생하신 아버지를 다시 잃지 않았을것이다.

분명 범죄임에도 서둘러 덮어버렸던 공권력의 허술함과 무작정 사람을 믿으려했던

선함이 악(惡)을 극복해내지 못했음을 확인 하는것은 너무나 가슴아프다.



멋의 고장 진도의 풍광과 육자배기 가락이 그대로 전해지는듯한 무대에서 자신의 한(恨)을

둥둥 두드리는 은서의 북소리가 들려온다.

갑작스럽게 닥친 불행의 파도에 휩쓸린 가녀린 여자의 안타까운 몸부림에 작가인 하윤은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끼게 된다. 전생의 인연이 있었을까. 첫만남부터 묘한 이끌림을 느낀

하윤은 윤서의 불행을 감싸주고 사랑을 느끼지만 윤서는 그의 곁을 떠난다.

굳이 그의 곁을 떠날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래서 더욱 애틋함으로 기억되는

추억을 간직하게 된다.

바닷내음이 전해지는듯 아련한 사랑의 이야기가 무뎌진 내가슴속을 살며시 적셔준다.

어디에 있든 이제는 아프지 않기를 바랬던 하윤처럼 나도 윤서와 하윤이 더이상 고통속에

잠겨있지 않기를 소망한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 찬란하게 가슴속에 살아서 어두운 현실에

등불이 되기를 기도하게 되는 그런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어느 하늘아래에서 살고 있을지 모를 윤서가 한(恨이)을 달래고 혼을 부르는 몸짓이 아닌

희망의 북을 두둥 두둥 두드리기를...눈물이 아닌 행복의 소리가 되어 전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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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몸값 1 오늘의 일본문학 8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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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주의의 일본이 패전후 개최한 1964년 도쿄올림픽을 인질로 몸값을 요구한다는 황당한 소재가

이소설의 모티브이다. 1988년 치른 우리나라의 올림픽과 묘하게 겹쳐지는 상황들이 흥미롭다.

올림픽을 개최한 모든 나라들이 올림픽이 끝난후 급격하게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속설이 있을만큼

한국가의 모든역량을 끌어모아 치르게 되는 올림픽의 영광뒤에는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수많은

희생이 있었다는것을 알게되었다. 특히 전후의 일본이라든가 독재의 사슬에서 막 벗어나 경제도약의

기회를 잡은 대한민국은 아직 올림픽을 치를만큼의 능력도 부족했고 애국심만으로 몰아부친 이면에

그늘이 있을수 있음을 국가나 권력계층에서는 알리고 싶지 않았을터였다.

물론 올림픽이 끝나고 단기간의 어려움이 있긴했지만 일본이나 우리나라는 도약의 계기가 된것만은

사실이다. 낡고 부족했던 집들이 새단장을 하고 급격하게 늘어난것도 사실이고 아직은 미숙했던

준법정신이나 사회성이 새롭게 정착된것도 사실이다.


시골뜨기 출신의 도쿄대학원생 시마자키 구니오는 공부밖에 할줄 모르는 영락없는 샌님이다.

열다섯살이나 차이나는 막노동자 형의 갑작스런 죽음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올림픽이 열리는 도쿄는 화려한 개막식에 어울릴 도시미관과 경기장 건설을 위해 온통 공사판이

되었고 부족한 일손은 전후 가난한 시골에서 올라온 값싼 노동자도 넘쳐난다.

아버지가 다르기도 하거니와 어려서 부터 도시로 떠나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형과는 대면대면한

사이이긴 했지만 화장으로 막을 내린 형의 인생에 대해 구니오는 막연한 책임감을 느끼게된다.

마르크스주의와 프롤레타리아 사상에 몰입했던 도쿄대학원생 구니오는 집안의 짐을 혼자만 지고

살아온 형에 대한 미안함과 과연 현실과 자신의 추구했던 학문에 대한 의구심으로 형이 살아왔던

길을 걸어보고자 작정한다. 통 일이라고 표현되는 16시간의 노동과 질낮은 음식...그리고 착취와

묘하게 얽힌 권력과 폭력, 그리고 마약에 이르기까지...하류인간으로서 살아간다는 일이 얼마나

억울하고 깰수 없는 벽과 같은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계속되는 노동과 스트레스에 못이겨 급기야는 마약으로 빠져들고...형의 죽음에 대한 진실도 알게된다.


가난한 집안에서 장남만을 공부시켜 대들보를 삼기 위해 나머지 가족들이 희생하듯..

국가에 중요한 올림픽을 위해 모든 국민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피지배층들의 부조리하고 무조건적인

희생으로 거대한 탑이 하나씩 쌓아 올라가는 현장을 보고 구니오는 국가와 지배층에 분노와 반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 올림픽을 인질로 삼아 복수극을 시작하게 된다.

이성으로서는 도저히 납득될 수 없는 냉정한 현실에 대해 극단적인 방법으로 맞서게 되는 것이다.

물론 학문이나 지성, 이성으로는 이 현실을 타개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가장 원시적인 방법으로

대국가를 향해 도전장을 던진것이다.


정치가와 경찰간부의 집안의 둘째아들인 구니오의 도쿄대학 동창 스가와 이제 막 전후일본에 번영에

합류한 젊은 형사 오치하이 마사오, 고리타분한 전통을 지겨워하며 비틀즈의 음악에 심취한 스무살

아가씨 요시코는 묘하게 구니오와 얽히게 된다. 이들은 그시대에 일본을 대변하는 여러인물들의 표본이다.

권력을 가진자와 지배를 받는자...군국주의 시절의 잔재를 지닌 세대와 새로운 시대의 경계에 선 인물등을

통해 작가는 지주와 노예가 사라진 자리에 다른이름의 재벌과 노동계급이 채워지고 부와 빈의 격차는 심화

되는 과정에 대해 올림픽이 열리는 일본의 상황을 접목시켜 절묘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미 범인을 은근히 알려주면서 그 뒤들 쫒는 사람들의 추적과 점차 밝혀지는 범죄와 복수의 과정들이

빠르고 흥미롭게 전개된다.  이미 밝혀진 범죄의도와 범인...추적자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 되어질지

후편이 궁금해진다. 구니오는 과연 몸값을 받아냈을까? 자신의 보잘것 없는 과거를 지워줄 빛나는 미래가

보장된 도쿄대학원생을 포기하고 선택한 길이 과연 옳았던 것일지 2편에서 꼭 확인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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