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완벽한 농담 - 이경규 에세이
이경규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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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연예인들이 책을 썼다고 하면 기대반 확인반의 마음이 든다.

정말 자신이 썼을까, 누가 대필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의 마음이 든다.

집에 도착한 책표지에 이경규의 사진이 있는 것을 보고 딸내미가 놀라서 묻는다.

"어? 이경규가 책을 썼어?" 우리가 연예인을 부를 때 굳이 '씨'자는 붙이지 않으니 이해하시길.




아마 나와 비슷한 나이일걸? 하고 앞장을 들쳐보니 몇 년도 생이라는 글은 없다.

고럼 검색해봐야지. 오메 나보다 한 살 더 많네. 그래서일까. 그의 어린시절이야기나 프로그램들 이야기가 쏙쏙 들어온다. 같은 시대를 살아왔으니 친구처럼 친근한 느낌이다.

하긴 그 나이 들어서 개그맨으로 활동하는 연예인들이 드물다. 뭔가 이경규만의 특별함이 있어서 여전히 은퇴하지 않고 사랑받는 것 같다.



대부분 코미디언이나 개그맨들이 집에서는 조용한 편이라고 들었다. 밖에서 하도 말을 많이 하니까 오히려 말이 없어지는 것인가보다. 이경규도 프로그램 이외에서는 조용한 편이라고 해서 놀랐다. 더구나 공황장애라니..그것도 호주의 그 광할한 대지위 우주의 별을 보는 순간에.

책속에 누누히 등장하는 자신은 우주에서 보면 먼지정도의 존재라고 하더니 우주가 뭐라고 속삭였나? 너는 대한민국의 유명 연예인이지만 티끌보다 못하다는둥 뭐 그렇게.



그가 등장하는 프로그램들은 대개 장수했었고 진심이 느껴지곤 했었다. 특히 개를 키우는 모습에서 버럭하는 성격에 어떻게 개들을 저렇게 잘 키우나 싶었는데..역시 연예인을 화면에서 보는 모습으로만 각인하면 안되겠다. 글을 읽다보니 세상을 보는, 사람을 보는, 생명을 보는 그의 진심이 느껴져서 참 좋았다. 다만 나처럼 먹는 약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니 걱정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식이조절로 당뇨를 이기고 있다니 얼마나 기특(?)한지 모르겠다. 흠 의지가 대단하구나.



박수 칠 때 왜 떠나냐고 으르렁 거리는 모습을 상상하니 얼마나 멋진지.

'한 사람의 죽음에는 우주만한 울림이 있다...서로를 위해 존재하다가 조용히 사라지는 것,

그게 삶이고 가치다'라는 말에 얼마나 공감이 되던지.

100세 시대라고 하니 육십 중반정도의 나이라고 해도 살 날 보다 갈 날이 더 가까운게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삶과, 특히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래도 '이경규 처럼' 살았다면 잘 살았다 싶다.

그저 웃기는 사람중에서도 머리가 좋고, 잘 욱하는 사람 정도에서 삶의 깊은 무게를 아는 잘 살아온 사람으로 다시 각인하게 된다.

연예인들의 삶은 일반 대중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결혼을 하네, 이혼을 하네, 자살을 했네, 별세를 했네....대중들의 우상이기에 어쩔 수 없이 관심이 가고 마음이 덧대진다. 최근 몇 몇 연예인들이 세상을 떠난 소식에 우울해졌다.

제발 나와 같은 시간을 살았던 연예인들이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그러니 현미밥 먹고 술도 줄이고 그렇게 만들고 싶은 영화에 열중하면서 오래살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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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팩트 커피, 커피 하는 마음 작고 단단한 마음 시리즈 1
김종진 지음, 김종필 사진 / 수오서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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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람들에게는 뭔가 남다른 열정이 있는 것 같다.

전공하고도 아무 상관도 없고 그저 커피가 좋아서 시작했다는 말을 하는 저자를 보니 그냥 운명처럼 커피가 다가온 것 같았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아도 너무 많다. 하지만 커피를 볶고 갈고 내리는 그 작업이 좋았다니 지금의 '매뉴팩트 커피'는 그저 운명이었던 것이다.

저자의 말마따나 언제부터인지 대한민국에 커피열풍이 불었다. 점심시간쯤 시내에 나가면 거의 모든 사람들 손에 일회용커피잔들이 들려있었고 조그만 동네에도 브랜드커피집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우리민족이 언제부터 그렇게 커피를 좋아했지?



하지만 저자는 커피를 드립해서 내리는 곳이 거의 없던 시절부터 이미 커피의 매력에 빠졌다고 했다. 커피공부를 더 하기 위해 대학을 휴학하고 여행비용을 모으기 위해 알바를 하고 기어이 자신의 꿈을 향해 날아올랐다는 것 부터가 이미 성공을 향한 비상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편입시험을 위해 만났던 K와의 만남 역시 운명적이었다.

그가 원두를 사오는 무역업을 시작하다니...결국 그와의 만남이 매뉴팩트 커피의 시작이 되었다.



나도 얼죽아인편인데 카페인에 약한 편이라 하루 한 잔 이상은 부담이라 여러 커피를 즐겨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저자의 커피여행을 따라가다보니 이렇게 많은 나라의 개성있는 커피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했다. 닿지 못한 세상을 눈으로 담고 문화를 즐기는 여행을 넘어서 커피와의 만남이라니 정말 저자의 열정에 두손 들고 말았다.



선택한 모든 길, 실패를 포함한 그 길에서도 배울점은 있다고 말하는 저자에게서 철학자의 깊음이 느껴졌다. 커피 한 잔을 만들어도, 여행을 해도, 손님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우리는 많은 철학자를 만날 수 있다. 그저 커피가 좋아서 커피를 만드는 차원을 넘어서

많은 직원들에 대한 교육과 애정, 고객들에 대한 감사함까지를 더한 그의 삶의 태도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대상포진과 거북목까지 얻을만큼 자신을 갈아넣었다는데 이제라도 건강에 대해 조심하고 있다고 하니 다행스럽다. 건강이 제일이다.

연희동에 가게 되면 오래된 골목에 자리잡은 매뉴팩트 커피에 꼭 들러야겠다.

아마 내가 여지껏 먹어본 적 없는 기가막힌 커피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결코 실망하지 않을 커피맛을 기대해본다. 그나저나 원두값이 더 오르지 말아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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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씨아저씨네, 차별 없는 과일가게 작고 단단한 마음 시리즈 2
공석진 지음 / 수오서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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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여동생이 사들고온 한라봉이 식탁 가장자리에서 말라가다 결국은 음식물 쓰레기통에 집어넣게 되었다. 귀하고 비싼 과일을 버릴 정도로 잘사는 집도 아니건만 그만큼 과일은 이상하게 먹게 되지를 않는다. 그래서인지 시장을 가도 과일전에는 거의 들리지 않는 편이다.

이 책의 저자 입장에서보면 나같은 사람이 많지 않기를 바랄 것 같다.



좋은 대학을 나와 오래 직장생활을 하던 저자가 뜬금없이 과일장사를 시작했다는 것부터가 남다른 선택이었다. 그쪽 유통쪽을 잘 아는 편이었던 것 같지도 않다.

'누구네 야채가게'니 '과일가게'니 해서 꽤 유명세를 탔던 젊은 장사꾼들도 있다.

마케팅쪽으로는 타고난 젊은이들인데다 근면하고 친절했던 점들이 사랑을 받았던 것 같다.

하지만 공씨아저씨네 과일집은 열어놓은 날보다 닫아놓는 날이 더 많은 이상한 과일가게이다.



몇 년전부터 사과값의 상승이 만만치 않아서 사과를 좋아하던 사람들의 애간장을 녹인다는 뉴스가 등장했다. 그저 한 해의 문제이려거니 했지만 저자의 염려대로 이제 과일도 '제철'을 가늠하기 어려운 시절이 되었다. 대구근처가 사과의 특산지라고 여겼지만 지금은 강원도까지 재배지역이 올라갔다고 한다. 한마디로 기후변화로 인해 과일재배지의 지도가 달라진 것이다.

거기에다 때이르거나 때늦은 더위, 폭우, 잦은 태풍등으로 과일생산에 어려움이 더해졌다.



15년 전쯤 한가한 삶이 그리워 섬과 서울을 오가며 살고 있는 내가 꿈꿨던 것중 하나가 텃밭농사였다.

조그만 텃밭에 우리 가족이 먹을 소량의 야채를 키워내는 일을 하고 싶었었다.

하지만 정말 손바닥만한 텃밭농사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유기농이니, 저농약이니 하는

농사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농부의 수고가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농약을 쓰지 않는 흙에는 굼뱅이들이 신나게 고구마며 감자같은 것을 맛있게 파먹고 어느 집 텃밭에 갔더니 약을 안쓰더라는 소문이 퍼졌는지 사방에서 이름모를 벌레들이 몰려와 먹방을 펼치곤한다.

이제는 아예 너도 먹고 남으면 내가 먹지 하는 맘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하지만 농사가 주업인 농부라면 얼마나 속터질 일일까.



기후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땅도 바다도 먹거리가 흉년이다.

저자가 지적한대로 마구잡이로 환경을 망친 댓가를 톡톡히 치루고 있는 셈이다.

과일을 좋아하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싶을만큼 공씨아저씨네 과일집의 변화무쌍한 이야기가 조금 두렵게 다가오기도 한다.

'과일도 유행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리뷰를 쓰면서 이 사진만큼은 꼭 올리고 싶었다. 대저토마토일까 싶은 저 토마토를 손에 올린 농부의 손에 자꾸 시선이 멈추었기 때문이었다. 코딱지만한 텃밭에서 풀을 뽑고 수확한 것들을

정리하다 보면 손톱밑에 흙이 들어가게 되고 며칠을 찝찝하게 보내게 된다.

하지만 농한기가 따로 없는 시절을 사는 농부들의 손은 바로 저렇게 않겠는가.

과일의 맛도 중요하지만 인성좋은 농부들과의 관계를 더 생각했다는 멋진 과일가게 아저씨의 시간들을 만나면서 그저 과일장수의 일기가 아닌 삶의 철학, 인간사이의 소통, 환경문제, 미래의 먹거리까지 정말 많은 분야를 생각할 수 밖에 없었던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거래를 하던 농부 네 분이 세상을 떠났다는데 왜 두분은 스스로 삶을 마감했었을까.

책을 덮으면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아마도 공씨아저씨네 과일가게로 돈을 벌어 건물을 사기는 틀렸지 싶다.

안타까운 마음이었지만 이런 과일가게아저씨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이기적인 걸까.

세상에는 아직 공씨처럼 아름답고 멋진 고집장이들이 있어 살아갈만 한 곳이 유지되는게 아닐까.

감사하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다. 땀흘려 땅과 씨름하는 모든 농부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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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정의의 편에 - 지금 이 시대는 정의로운가? 인권변호사 강신옥의 육성회고록
홍윤오 지음 / 새빛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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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대는 정의로운가'라고 묻는다면 단연코 아니라고 답하겠다.

내가 태어날 무렵 박정희는 혁명을 일으켜 정권을 장악하던 시기였다.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는 너무 어려서 몰랐지만 이후 10대 후반 10.26을 겪었을 때의 기억은 또렷하다.



이제 군사정권의 오랜독재가 끝나고 진정한 민주주의가 이루어질 것이란 기대는 전두환과 노태우에 의해 좌절되었고 이후의 대통령들도 결국은 감옥에 가는 등 불행이 이어졌다.

지금도 대한민국은 탄핵으로 불안정하게 유지되고 있고 정치권의 인물들은 여러가지 죄목으로 재판을 받는 등, 하루도 편할 날 없이 살아가는 국민이 바로 대한민국 국민이다.



요즘은 뉴스가 나오면 채널을 돌려버린다. 분명 이 책의 주인공인 강신옥변호사가 살았던 시대보다 나아져야 하는데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늘 말이 있다. 분명 어려운 시절 정의로 대중을 이끄는 리더가 나온다면 영웅이라는 칭호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머리좋고 앞길이 구만리 같았던 한 법조인의 파란만장한 삶을 보니 아무리 재능이 있고 영웅의 칭호가 마땅한 사람일지라도 시대를 잘만나야 자신의 삶이 평온했을 것이란 사실이다.



정의가 사라진 시대에 불의와 맞서던 판사, 이후 변호사가 된 강신옥의 삶은 억울하고 화가 쌓이는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디고 공부하고 약한자의 편에 서서 정의를 외쳤던 한 남자의 삶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굳이 따지자면 스스로는 보수에 더 가까웠지만 정의와 불의를 가리는 일에서 만큼은 보수와 진보의 구분도, 좌파와 우파의 차이도 없다는 말에 200% 공감한다.



최근 김재규에 대한 재심이 받아들여져 다시 재판을 한다고 한다.

지하에 있는 강신옥변호사가 환호할 일이다. 과연 김재규는 정의로운 인물이었을까.

우발적이었는지, 계획적이었는지, 진정한 정의를 구현하려고 했는지에 대해서 자신할 수는 없지만 저자의 말처럼 유신에 일격을 가한 인물이라는 평가에 동의하게 된다.

100세 시대에 조금만 더 사셨더라면 자신의 정의가 옳았음을 다시 증명되는 현실을 볼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대한민국의 가장 비극적이고 역동적인 시대에 태어나 불의함에 분연히 맞서 억울한 시간들을 살다간 저자에게 깊은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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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익스프레스 - 한 권으로 빠르게 끝내는
김영석(써에이스쇼) 지음, 김봉중 감수 / 빅피시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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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역사는 어렵다. 일단 연대순으로 외우는 일이 쉽지 않다. 하지만 내가 살아보지 못한 시간여행으로 생각해보면 재미있지 않은가.



인류가 지구상에 살았던 시대부터 시작된 역사를 이 한 권으로 끝낼 수 있다니 믿어지는가.

일어난 순서대로 핵심만 쏙쏙 뽑아낸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역시 역사스토리텔리답다.

고대, 중세, 근대,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알고 싶다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각 시대별 주요 사건 연표를 보고 큰 맥락을 기둥삼고 단락별로 하나씩 붙여나가면 한 그루의 역사나무가 된다. 아마 이 한 권에 담지 못한 역사가 더 많을 수도 있지만 이 한 권만으로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우리보다 앞서 살았던 사람들의 시간들을.



혹시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중요사건들은 뒤에 더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시험공부로만 생각하던 역사가 이렇게 재미있게 정리되어 머리속에 들어오는 경험이 될 것이다.

각 단락별로 들어가기전 주요한 사건들과 연관성들을 잘 설명해놓아 처음 만나는 시간들이 결코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역사공부의 중요성을 꼭 기억해야 한다.

'그 어떤 시기에도 혼란과 위기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바꿨던 예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류가 만약 위기에 잘 대처하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는 이 시간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역사를 모르는 자에게 밝은 미래는 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 한 권이라도 충실하게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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