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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류츠신 지음, 이현아 옮김, 고호관 감수 / 단숨 / 201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광활한 저 우주에 문명을 가진 생명체가 살고 있을까? 누구든 이런 생각을 해보았을 것이다.
심심치 않게 ufo가 나타났다는 보도가 나오고 어느 우주비행선에 지구의 정보를 담아 우주로 띄워보냈다고도 한다.
인류는 늘 우주의 세상을 동경하고 우리와 비슷한 생명체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많다.
이 소설은 우주에 대한 시선을 중국적으로 해석한 책이라고 평하고 싶다.
물론 작가가 중국인데다 중국의 역사가 스펙트럼처럼 펼쳐져 지나갔기 때문이다.

나도 연구 센터의 연구원인 왕먀오에게 어느 날 경찰 두명과 군인 두명의 이상한 조합을 가진 네 사람이
찾아온다. 그 중에서도 연신 담배 연기를 뿜어내는 스창이란 경찰은 태도부터가 불량스럽다.
그들은 뜬금없이 "최근 '과학의 경계' 회원과 접촉한 일이 있죠?"라고 물어온다.
유명한 과학자들의 모임인 '과학의 경계'의 회원인 물리학자들이 최근 두 달 사이에 순서대로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한다.
사건을 조사하는 팀들은 미국과 영국등의 정보원을 포함한 중국의 정보국과 군인들.
사건조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왕먀오는 취미인 사진을 찍다가 이상한 숫자들이 사진에 찍힌 것을 발견한다.
다른 사람들이 찍은 사진에는 찍히지 않고 왕먀오의 사진에만 보이는 이상한 숫자들은 뭔가를 향한 시간의 카운트 다운 표시였다.
단순 자살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운 사건뒤에는 자살한 여성 물리학자 양둥의 어머니이며 천체 물리학자 예원제가 숨어있다.
문화혁명시절 물리학자인 아버지가 제자들에게 무참하게 살해되는 현장을 목격한 예원제는 벌목현장에 투입되었다가
건너편에 세워진 레이더봉이 있는 홍안으로 차출된다. 비밀스런 기지인 홍안은 우주와의 교신을 위한 조직이다.
한편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시간의 카운트 다운 표시를 쫓던 왕먀오는 '과학의 경계'회원인 선위페이를 만나게 되고 그녀가
하고 있던 인터넷게임에 들어가 보기로 한다. v장비 방식만을 지원한다는 이 게임이 바로 '삼체'의 존재를 밝히는 열쇠가 되는 셈이다.
어둠과 여명이 교차하는 황야에서 그는 주나라 문왕이라는 사람과 복희를 만난다.
삼체란 세 개의 태양이 있는 우주의 한 행성으로 항세기와 난세기가 교차되면서 삼체인들은 탈수와 입수를 반복하며 200여번의 멸망을
견디며 살아남은 별이다. 이 삼체와 지구의 관계를 연결해주는 것이 바로 예원제이다.
예원제는 비밀스런 홍안기지에서 몰래 태양을 향해 전파를 쏘아올린다. 이 전파를 수신한 삼체는 400여년 후 지구에 도달할 예정이고
삼체와 교류하면서 지구의 멸망을 부추기는 조직체인 '과학의 경계'인들과 그들을 추종하는 삼체반군들의 모임의 최고 사령관이 바로
예원제였다.
'이곳에 오십시오. 나는 당신들이 이 세계를 얻는 것을 돕겠습니다. 우리 문명은 이미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잃었습니다.'
석유재벌의 아들로 유조선이 좌초되면서 기름범벅이 된 새들의 죽음을 목격한 에번스란 남자가 애초에 이 조직을 결성하였으며
삼체를 향해 지구를 멸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삼체 반군을 주도한 인물이다.
삼체반군들은 인간의 본성에 철저하게 절망하여 지구 종의 대 멸종을 염원하는 강림파와 위기에 빠진 인류를 구원해줄 신을 기다리는
구원파로 나뉘게 된다.

삼체반군의 정체를 파악한 지구의 많은 나라에서는 공동으로 작전을 세워 반군을 저지하는 작전을 세우고 파나마 운하를
지나가는 삼체반군의 기지 '심판호'를 파괴하고 삼체에 관한 정보를 빼내기 위해 초강도 나노 소재인 비도를 이용하기로 한다.
먼 우주의 삼체에서는 양성자 두 개를 지구로 보내고 3차원의 형태로 지구에 도달한 양성자의 이미지가 왕먀오에게 포착된 것이다.
그 시간의 카운트다운 영상은 바로 지구의 멸망을 예고한 것이었다.
과연 삼체는 400여년 후 지구에 도착되고 지구를 멸한 것인가.
자신들이 도착할 먼 미래의 지구가 과학적인 진보가 이루어져 자신들보다 우월할 것을 염려한 삼체는 삼체반군들을 이용하여
기초과학자들을 하나 씩 없애는 작전을 편 것이었다. 그들이 '너희는 벌레다'라고 불렀던 지구인들은 빙하시대에서도 살아남은
바퀴벌레처럼 살아 남을 것이다. 벌레는 결코 미개하거나 미천하지 않은 존재임을 반드시 보여줄 것이다.
이 소설의 스케일이 너무 커서 과학을 극도로 싫어했던 내가 읽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
하지만 우주에 지구의 존재를 아는 인류보다 좀 더 진화된 명체들이 살아있고 200여번의 소멸과 탄생을 겪은 그들이 좀 더
살기 좋은 지구를 향해 함대를 발진 시켰다는 상상은 전율을 느끼게 한다.
과연 이 소설이 완전한 허구라고 단언할 수 있을 것인가.
무한한 우주의 공간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존재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상상을 끌어와 '삼체'를 탄생시킨 작가의 역량이
감탄스러울 뿐이다.
더불어 인간의 본질을 악(惡)으로 규정짓고 멸망으로 이끌겠다는 주장도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자연파괴와 그에 따른 수많은 재앙들이 도래하고 있는 요즘, 인간의 본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자성이 꼬리를 물고 있다.
삼체반군의 지도자들이 지식인들인 것은 세상의 이치를 알고 있는 그들이 지구의 미래를 어둡게 예측하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과연 삼체 혹은 명명되지 못한 우주의 어떤 존재가 지구를 향해 오고 있다는 가정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무수히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을 보며 작가의 상상이 그저 상상으로만 끝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더불어 중국과 인류의 역사뿐아니라 과학적인 지식의 수준이 대단한 작가의 다음 작 '어둠의 숲'에서는 인류를 구원할 희망의
메시지가 들어있기를 소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