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사드 - 이스라엘 비밀정보기관의 위대한 작전들
미카엘 바르조하르 & 니심 미샬 지음, 채은진 옮김 / 말글빛냄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아무리 대단한 미스터리나 스릴러의 책들이 있다고 해도 이 책과는 비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건 리얼이기 때문이다.

오래전 소련의 KGB, 미국의 CIA, 영국의 M15가 있다면 이스라엘은 '모사드'가 있었다.

모사드(연구소, 혹은 기관이란 뜻의 히브리어)는 1949년 다비드 벤구리온 총리 시절 탄생되었으며

해외의 이스라엘인들을 겨냥한 테러행위를 저지하거나 비밀정보 수집, 유대인을 이스라엘로 귀환시키고

이런 것들을 위한 특수작전및 임무수행등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이스라엘은 '젖과 꿀'이 흐르는 예언의 땅을 되찾는다는 명목으로 팔레스타인들의 땅을 점령하였고

아랍국가들에 둘러싸인 유대국으로써 명실상부한 '아랍의 화약고'이다.

조그마한 영토에 둘러쌓인 시리아, 요르단, 이집트등과의 갈등과 화해를 계속하면서 국권을 지키고자 했던

이스라엘은 '모사드'라는 첩보부대를 통해 국권을 지키고자 했던 목표를 이룬 셈이다.

 

 

'모사드'의 업적중에는 나치 전범들에 대한 응징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이자 아부에 능한 기술 관료였던 아이히만은 6백만명에 달하는 유대인을 학살한 장본인으로

전쟁이 끝난후 사라졌지만 독일의 바우어 박사에 의해 그 소재가 밝혀지기에 이른다.

아이히만은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후, 이름을 바꾸고 가족을 불러 들인 뒤 철저히 위장된 삶을 살고 있었다.

'모사드'는 치밀한 계획하에 그를 납치한후 이스라엘로 끌고와 사형대에 세우게 된다.

'결코 잊지 않는 사람들'

이스라엘사람들은 나치의 학살을 결코 잊지 않았으며 그 후로 많은 나치 전범들을 재판정에 세우거나

암살한다. 어느 누구도 '모사드'의 이런 징벌을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이탈리아의 전 파쇼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를 탈출시켰던 나치 장교 슈코르체니같이 이스라엘을

도왔던 비현실적인 스파이도 있었다.

 

1972년 뮌헨올림픽에 참가한 이스라엘 선수들을 살해한 '검은 9월단'의 조직을 끝까지 쫓아 일망타진한

사건은 '모사드'의 끈질김이 어떠한지를 보여준다.

 

1965년 5월 사랑하는 아내 나디아에게 마지막 편지를 쓰고 교수대에서 죽음을 맞이한 엘리 코헨은

'모사드'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파이였다.

거의 20년 동안 '카말 아민 타베트'라는 인물로 시리아의 실세속에 섞여있던 그는 엄청난 비밀들을

이스라엘로 넘겼고 비극적인 사건을 예방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들을 떠나 외로움과

불안을 견딘 최고의 스파이 코헨은 결국 발각되고 만다.

그에게 조국은 사랑하는 가족보다 우선시 되는 운명이었던 것이다.

 

핵무기를 둘러싼 이스라엘과 이라크, 이란, 시리아간에 전쟁속에는 '모사드'가 있었고 실제로 비밀첩보활동으로

시리아의 핵시설을 파괴했으며 이라크의 핵보유국의 꿈을 저지시키기도 했다.

사실 이스라엘도 몰래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었으며 단순한 기술자였던 바누누의 폭로만 없었다면 비밀로

유지될뻔 했었다. 하지만 모사드는 미인계를 이용하여 바누누를 체포한 후 재판장에 세웠다.

물론 죽일 수도 있었지만 그 역시 이스라엘의 국민이어서 그랬는지 18년의 수형생활을 마치고 지금도 이스라엘에서

반정부활동을 한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이스라엘은 합리적인 자유국가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아주 어처구니 없는 사고로 망신을 당한 일도 있었다.

하마스의 지도자 칼레드 마샤알을 독살시키기 위해 감행했던 작전은 사실 너무 허술해 보였다.

단지 피부에 뿌리기만 해도 죽게 되는 독으로 마샤알을 죽이기 위해 모사드 요원들은 그가 출근하는 건물앞에

대기중이었다. 그 날 마샤알의 딸을 학교에 데려다 주지 않았다면 작전은 성공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이가 아빠를 쫓아 오는 바람에 운전기사와 하마스의 전투원이 모사드의 요원들을 저지한 것이다.

살짝 뿌리기만 독은 마샤알을 중태로 몰았지만 이스라엘과 요르단은 그들의 적이자 위험한 테러리스트인

남자의 목숨을 구하는 헤프닝을 벌이게 된다. 물론 나라간의 알력이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깜쪽같이 헤치웠다면 결코 드러나지 않을 사건이었다. 그 독은 그렇게 아무 흔적도 없이 살인할 수 있는 무기였지만

때론 엉성한 작전이 대 망신을 부르기도 했단다.

 

이 책은 모사드의 탄생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비밀스럽게 묻혀있던 모사드의 작전들이 세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마치 '미션 임파서블'이나 '본 아이덴티티'와 같은 스파이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아니 이건 영화가 아닌 논픽션이기에 더욱 흥미롭고 때로는 손에 땀이 차기도 할 만큼 박력있다.

'모사드'가 세계 평화에 긍정으로 작용했는지 그 반대인지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스라엘을 위해서는 영웅과도 같은 기관임은 틀림없다.

 

이제는 밝혀도 좋을만큼 많은 시간이 흘렀기에 이런 비밀스런 내용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모사드'는 비밀스런 일들을 할 것이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면 다시 밖으로 드러나겠지만.

왠만한 추리소설을 능가하는 리얼의 스파이 대전을 읽다보니 어느새 더위를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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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게 어쩌면 스스로에게 - 이 시대 7인의 49가지 이야기
김용택 외 지음 / 황금시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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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각자의 분야에서 자기만의 색을 뽐내는 7인의 7가지 이야기가 무지개처럼 펼쳐져 있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은 자신이 낳고 자라고 아이들을 가르친 섬진강변의 고향집이

자신을 시인으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갑자기 비가오면 땅속의 벌레들에게 놀라지 말라고

다독거리셨던 어머니. 무심코 베어 버렸던 나무 한 그루에게도 저승길까지 목숨을 이어주던

의식을 보며 자란 그가 시인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 더 이상했을 것이다.

그의 에세이 출간행사에서 그를 만났었다. 그의 담백한 고향집과 앞뜰처럼 펼쳐진 강가.

그의 천진한 미소처럼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았었다. 강이 시가 되었던 삶이 참으로 부럽다.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시작한 박찬일의 돼지고기 예찬은 쇠고기보다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내가

얼마든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사실 유럽이나 미국은 쇠고기보다 돼지고기가 더 비싼데

그 이유는 물론 맛이 더 좋기 때문이다.

가죽부터 머리까지 한 점 남김없이 활용하는 대한민국의 돼지고기 사랑은 못살던 시대의 유물이겠지만

참으로 다양한 맛을 내는 요리감각에 세계적인 쉐프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얼마전 읽었던 '엄마는 어쩌면 그렇게'의 작가 이충걸은 참으로 독특한 사고를 가진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잡지 편집장으로 패셔니스타로 개성있는 삶을 살면서도 문학에 대한 사랑을 놓지않고 이렇게

늘 글을 쓰고 산다는 것이 그의 프로필에 적힌 이력보다 멋지게 다가온다.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가 세상에 나올 무렵 홍세화는 파리의 망명객으로 힘든 삶을 살고 있었다고 했다.

비슷하게 성장했던 뒤짱구는 미국에 유학한 후 서울대 교수에 이어 총장이 되어 있었는데 옆짱구인 자신은

선배를 잘못 만나 전태일을 알았고 정치적 난민이 되고 말았다.

그런 그를 파리의 한식당에서 만난 적이 있다. 90년대 초였을 것이다.

마침 그의 첫 책이 나온지 얼마되지 않았던 터라 파리에서 그가 제법 알려져 있던 때였다.

표지에 나온 그의 모습보다 머리숱도 많았고 확실히 젊었던 그의 어깨가 상당히 외로워 보였던 것은

아마도 난민의 고독과 기약없는 회향때문이었을 것이다.

다시 고국에 돌아와 이렇게 담담하게 과거를 회상하는 글을 쓸 수 있어 다행이다 싶다.

이제 더 이상 외로운 난민이 아닌 대한민국의 주류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못생긴 얼굴때문에 공부라도 해야할 것 같았다는 서민 교수의 이야기는 늘 그렇지만 참 재미있다.

얼마전 읽은 '기생충 열전'역시 징그러울 것 같은 기생충이 살짝 귀여워졌으니 찬찬히 들여다 보면

귀여운 그의 얼굴만큼이나 재미있는 책을 만드는 감각이 돋보인다.

기생충 학자로 빛을 보기전에 작가로 대성할 수 있는 싹이 보이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닌가.

 

이렇듯 일곱 남자의 각기 다른 삶과 생각을 엿볼수 있는 타박타박 산책길을 걸으며 나눈 담소같은 책이다.

이렇게 나와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무심했던 내 지나온 시간들을 다시 되짚어 보게된다.

글쎄 치열했든 외로웠든 어쨋든 그들은 지금 나와 같은 시간을 살고 있는 동무이기 때문이다.

다 가보지 못한 길들에 대한 호기심과 부러움들이 조금은 사그라든 것 같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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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하트 - 제1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정아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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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미처 인식하기도 전에 지나가버리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미처 인식하기도 전에 지나가버린 사랑을 깨닫고 서른일곱의 미연은 말한다.

전문대학을 나와 사이버대학을 다시 졸업하고 몇 번의 직장을 거치다가 해드헌터가 된 미연은

이십대라는 단어를 음미해보는 것만으로도 뜨거운 무엇인가가 올라오는 것같은 그런 20대가 있었다.

누구에게나 20대는 있다. 하지만 지금 서있는 나이가 늘 낯설게 느껴지는건 나 뿐만이 아닌 모양이다.

 

 

늘 자신보다 앞서가던 여동생 세연은 기자로 자리잡았지만 단지 서울대를 나왔다는 것이 유일한

빽이었던 남자와 결혼해 불행한 결혼생활을 한다. 물론 불행하다는 건 세연이의 시각이 아니다.

이제 다섯살인 아이를 옆집에 맡기고 갓 6개월인 둘째 아이는 아침 저녁으로 어린이집에 맡기면서

사시 시험을 포기한 백수남편의 밥을 해먹이면서 동동 거릴지라도 말이다.

 

제법 값나가는 아파트를 대출금을 끼고 무리하게 구입했지만 이미 많이 오른 것은 미연같은 올드미스에게

큰 위안일 것이다. 하지만 하필이면 바로 윗층에 자신의 첫사랑이었던 남자가 잘생긴 아들녀석과 예쁜 마누라를

끼고 살고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사람을 채용하는 것은 신문광고이거나 잡 코리아같은 매체만 있는 줄 았았다.

하지만 이렇게 치열하게 인력시장을 휘두르는 헤드헌터라는 직업이 있는 줄 몰랐다.

미연에게 학벌, 흔히 SKY라는 훈장은 자신의 석세스를 위한 인력들에게는 필수였지만 다리를 놔주고 성공보수를

받는 헤드헌터의 업무에는 하등 상관이 없는 스펙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만나고자 했던 남자들에게 학벌은 중요했던 것일까.

 

S대 출신의 태환은 그런 그녀의 허영을 충족시켜줄만한 남자처럼 보였다.

채식주의자이며 완벽주의자처럼 보이는 태환의 비위를 맞추는 일쯤은 자신이 있어보였다.

거의 그의 직장근처로 찾아가야 하는 데이트도 그랬고 고기를 좋아하지만 채소식단은 선택하는 일쯤이야.

 

 

정경훈이라는 버젓한 이름을 두고도 '흐물'이라 불리는 남자는 멀리 대전에서도 그녀가 부르면 달려오곤

했던 남자였다. 시시한 지방대를 나와 조금은 안락해보이는 공사에 다니는 연하의 그 남자는 미연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너무 편했기에 연하였기에 남자로 느껴지지 않았을까. 아니면 조금 못생긴 얼굴때문에? 하긴 태환이는 조각처럼 아름다운

남자였지. 하지만 태환에게 미연은 어떤 의미도 아니었음을 나중에야 확인하게 된다.

 

무작정 대학로로 나와달라는 태환의 부탁을 냉정하게 거절하고 흐물을 불러 맥주를 마시던 밤.

미연은 태환에게 달려가지 말았어야 했었다. 뒤에 남겨진 흐물은 서둘러 태환을 향해 달려가는 그녀의 등 뒤에 이렇게 외쳤지.

'기다릴게.'

 

'이미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다음, 그 순간에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한 가지.

받아들이는 것뿐이었다. 받아들이고 다시 걸어가는 것.' -282p

 

헤드헌터라는 직업과 미연의 로맨스는 우리가 분명 보이지만 보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아니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들에 대한 냉정하지만 어리석은 '시선'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그저 한 사람의 이력서에 기술되는 몇 줄의 스펙이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듯이 미연이 만난 남자들의

스펙만 확인했던 시선은 직업이 주는 재앙이었을지도 모른다.

언제든지 부르기만 하면 달려와주던 남자의 사랑을 진작 알아보았더라면 미연의 미래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기가막힌 사연이 있었어도 아침이면 시치미를 떼고 화장발처럼 화려한 도시의 이면에

숨어있는 풍속도를 생생하게 살려낸 작가의 시선이 신선하다.

작가는 혹시 헤드헌터였던가. 아님 주변에 그런 지인이 있던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생생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엮어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나이도 먹을만큼 먹은 미연의 부실했던 사랑이 조금은 안타깝지만 그러니 어쩌랴. 그것도 인생이니

감내할밖에. 언제든지 다시 일어나 받아들이고 다시 걸어가는 것...그게 인생인걸.

그동안의 한겨례문학상 수상작에 비해 다소 가벼운 작품이어서 놀랐지만 그러니 어쩌랴.

이게 현실이고 세태이고 우리네 참 모습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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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쓴 글이 부끄러워 오늘도 쓴다 - 거리의 인문학자 최준영 에세이
최준영 지음 / 이지북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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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매일 글을 올리세요. 별로 잘 쓰는 것 같지도 않던데."

언젠가 대학후배가  저자에게 물었답니다. 딱히 반발할 수가 없었지만

"어제 쓴 글이 부끄러워 오늘도 쓴다....그 부끄러운 글을 밑으로 내리는 방법을 고민했고

그게 바로 매일같이 글을 쓰는 이유가 된 셈이다."

 

후안무치라는 말이 있다. '낯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이다.

적어도 우리의 '거지 교수'는 낯이 두껍지는 않은 모양이다. 부끄러움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야학을 나와 대학까지 입학했던 의지의 한국인이었던 그가 결국

대학을 중퇴하고 거리의 인문학자로 거듭나기까지 그를 지탱했던 것은 책이었다.

전작 '책이 저를 살렸습니다'는 한국판 '빅이슈'를 창간해보겠다며 3년간 빚으로 버티다가

딸아이의 피아노에 압류딱지가 붙는 바람에 '피아노 구하기'용 출간이긴 했지만 제목이 참으로

기특하지 않은가.

 

 

그동안 모아놓은 3천권의 책들도 빚잔치로 팔고 말았다니 그의 분신같았던 책들이 아우성을 어찌

견뎠을까 싶다.

고등학교 1학년때 발작처럼 집을 나선 그가 문학 전집을 팔아 겨우 목포행 편도 기차표로 바꾸고 나서

'내게 문학은 그런 것이었습니다. 어디론가 떠날 수 있게는 해주었지만 돌아오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그렇게 많은 작가의 그토록 절절한 이야기들이 고작 목포행 편도 기차라니요. 그 때 알아버렸습니다.

문학은 떠나는 데는 유용하지만 제자리로 돌아오게 해주진 못한다는 것을.' -177p

문학을 꿈꾸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문학에게서 달아나려 발버둥치며 살았다던 그는 결국 문학으로 돌아왔다.

 

 

작가란 거짓말하는 재능이 바닥나 이제는 진실밖에 이야기하지 못한다는 베르나르 키리니의 소설

'거짓말 주식회사'의 문장처럼 그의 글에는 진실만이 넘실거린다.

 

겨우 교통비정도의 강의료를 받거나 혹은 무료로 달려가 그가 전하고자 하는 궁극의 말들은 '사랑'인듯하다.

자신의 삶 80%는 무모함이었다고 말할만큼 다사다난한 삶을 살아온 그가 만나는 사람들은 거의어둠속에 잠긴

사람들이다. 교도소에 갇힌 사람들, 거리의 노숙인들...미혼모에 외로운 사람들...

그들에게 인문학은 어떤 의미였을까.

누군가 자신들에게 정신적인 삶을 살았더라면 적어도 어둠에 갇힌 삶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란 흑인 여죄수의

대답은 거지교수 최준영이 저렴한 강의를 위해 뛰어다니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예사롭지 않았던 어린시절의 아픈 기억도 그에게는 문학의 발판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래야만 비로소 의미 있는 책이 될 것이며, 다른 누군가의 삶에도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지극히 당연한 결론에 이르렀던 거지요....' -135p

 

작가 박범신은 한동안 절필을 선언하고 다시 글을 쓰면서 말했다.

'내 안에 고인 뭔가가 옆구리를 뚫고 나오는 것 같은 고통'을 견디기 힘들어 글을 쓸 수 밖에 없었노라고.

마치 무당이 무병을 앓듯이 쓰지 않으면 아팠노라고...

 

작가 최준영도 고인 어떤 것들을 끄집어내지 않으면 고통스러웠으리라.

그리고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잘 쓰려면 많이 읽어라, 책을 읽다보면 고이는 게 있을 것이다.'

블로그를 포기하고 페이스북의 논객으로 소통에 성공한 그가 건네는 이 말이 왜 이리 위안이 되는 것일까.

사실 나 역시도 문학을 향한 사랑을 포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제 쓴 글이 부끄러워 오늘도 쓴다'는 작가의 말에 나는

'그가 쓴 글이 부러워 오늘도 읽고 내일은 글 좀 쓰련다'고 답하고 싶다.

젊은 시절의 뾰족함이 잘 다듬어져 할 말 잘 하고 살아가는 그의 풍요로움이 부럽다.

글쎄 왠지 그의 소설은 만나기 힘들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그에게 고인 글들은 우리를 치유하는 것으로

이미 너무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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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병조림 - 밑반찬부터 술안주, 디저트까지 365일 두고 먹는 맛있는 저장식
고테라 미야 지음, 박문희 옮김 / 스타일조선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냉장고를 열어보면 그 가정의 주부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

정리정돈은 물론이고 저장음식이나 밑반찬들을 야무지게 해놓았는지를 보면 주부지수가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최하위의 주부일 것이다.

저자처럼 어려서부터 요리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주부 백단이 담은 짱아찌나

밑반찬들을 보면 부러움을 넘어서 부끄럽기까지 하다.

 

                              -레시피대로 만든 레몬 생강 콩피-

 

시골로 내려와 가장 좋았던 것은 텃밭가꾸기였다. 유기농야채를 기르고 먹으면서 느끼는

포만감은 상당한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수확이 많으면 처치가 곤란해진다는 것이다.

팔려고 기른 것도 아니니 갈무리 해둘 것은 해두고 나머지는 짱아찌같이 오래두고 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 요리를 하는 것인데 살림젬병인 나는 자신감이 없었다.

 

 

지금도 텃밭에는 고추가 한창이다. 다음 달 즈음이면 끝물이 될테고 고추와 고춧잎을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중이었는데 마법처럼 짠~ 좋은 방법이 소개되어 있어 너무나 반가웠다.

매운 것을 싫어하는 일본에서도 고춧잎을 이용한 반찬이 있다니 놀라웠다.

그저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조리듯이 바짝 볶기만 하면 된다니 만드는 법도

이렇게 간편할 수가 없다.

 

 

'마늘 된장'만 있으면 미소라멘을 뚝딱 만들 수 있다니 눈이 확 떠지는 느낌이다.

냄비에 식용유와 다진 마늘을 넣고 약한 불에서 볶다가 잘게 다진 생강을 넣어주고

설탕과 청주를 넣은 미소된장을 넣어 볶아주면 완성이다.

이 마늘된장에 다시국물을 넣고 삶아놓은 중화면을 넣으면 바로 미소라멘이 된다.

식용유를 두르고 볶은 삼겹살과 숙주, 부추를 추가하면 원조 미소라멘이 된다니

면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에게는 꼭 필요한 병조림이다.

 

 

토마토가 마치 나무처럼 자라 수백개가 달려있는 방울토마토를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병조림도 있다. 하긴 토마토는 생토마토보다 불에 데치거나 볶은 것이 영양이 더 좋다고 한다.

 

저자가 일본인이라 그런지 일본식 병조림요리가 많다.

하지만 각종 과일로 만든 잼이나 드레싱, 소스도 나와있다. 사실 이런 잼이나 드레싱 두 서너개만

해놓아도 색다른 요리를 많이 만들 수 있다. 거기다 천연 조미료까지 있어 가족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으니 그야말로 마법의 웰빙북이다.

오늘 저녁은 텃밭에 토마토와 두부 한 모를 가지고 토마토 마파두부나 만들까보다.

당분간 레시피걱정은 덜어주는 앙징맞은 책으로 병조림을 시작해야겠다.

마법의 레시피대로 만든 '레몬 생강 콩피'로 마지막더위를 날려버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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