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예쁜 여자입니다
김희아 지음 / 김영사on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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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계집 희(姬), 예쁠 아(娥)라는 이름을 가진 저자는 '나를 사랑해줄 사람은 딱 한 사람이면

충분합니다. 그것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우리의 눈이란 것은 얼마나 간사한 것인지 저자인 김희아씨의 얼굴을 보면서 알게 된다.

단지 시각을 통해 투영되는 모습보다 내면을 보지 못하는 맹과니의 눈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볼 것은 보지 못하고 보지 말아야 하는 것을 보는 사람들 때문에 어린 희아는

붉은 점이 있는 얼굴을 머리카락으로 가리고 살았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멀쩡한 얼굴을 가졌지만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려야 할 것은

못난 자신의 마음일 것이다.

부모가 누구인지 모른 채 버려진 아이.

자신에게도 부모가 있었는지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 아이 희아.

구세군이 운영하는 혜천원에서 자란 희아는 늘 허기에 시달렸다고 했다.

가난한 시절이라 풍족하게 먹지 못한 이유보다는 사랑에 굶주리고 정이 그리워 생긴

영혼의 허기가 아니었을까.

 

 

왜 자신이 버려졌는지 부모가 누구인지 얼마나 궁금했을까.

아마도 남들과 다른 용모때문이었을까. 사는 동안 그녀가 앓았을 마음들이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다행히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 천사같은 딸 둘을 낳았지만 상악동암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안면은

더 뒤틀려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녀는 가족들의 사랑의 힘으로 거뜬히 다시 일어선다.

지금은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자신의 삶을 얘기하고 희망을 전달하는 전도사로

바쁘게 살고 있다고 한다. 다시 재발한 암 때문에 얼굴 수술을 했지만 혹시라도 자신을 알아볼지도

모를 엄마를 위해 붉은 점만은 제거하지 않았다고 한다.

TV에 출현한 희아씨는 누구보다도 밝고 긍정적이며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사랑의 눈빛을 교환하는 남편과 앙증맞은 딸들이 있어 그녀는 더 이상 외롭지 않다.

장애가 장애가 아닌 그녀에게 마음이 비틀린 장애를 가진 많은 사람들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사랑하는 딸들의 엄마로 열심히 살고 있는 그녀에게 생명을 나누어준 부모님을 꼭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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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셔터를 누르다 - DSLR과 맞짱 뜬 스마트폰 여행서―칭다오
정영호 지음 / 어문학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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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세상이다. 이제 우리 생활에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스마트폰이

어디까지 우리의 삶을 점령할지 도무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기획자와 디자이너인 저자는 여행에 필수품인 사진기대신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여정을

정리하여 이렇게 책으로 출간을 했단다.

'DSLR와 맞짱 뜬 스마트폰 여행서'라는 부제답게 중국 칭다오의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을 모두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했단다.

하지만 이런 부제가 없었다면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는 것을 거의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웬만한 DSLR의 기기를 맞먹는 스마트폰의 진화를 확인한 셈이다.

 

 

대국의 사람들답게 먼거리도 가까운 거리라고 말하고 수십가지의 언어가 존재하는 나라.

상하이와 북경시민들이 서로를 헐뜯는 장면에서는 우리의 영,호남이 떠올라 미소가 지어졌다.

그저 어디에나 지방색은 있는 모양이다.

칭다오 거리에 흔한 마사지샾의 품질부터 가격까지 비교해놓은 것이나

6일간의 여정에 일부러 다섯개의 호텔을 예약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여행정보를

얻으려고 한 열정을 보니 이 책이 여행서로서 손색이 없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두종류의 택시 이용법에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법까지 있으니 가난한 여행자에게 반가운

정보가 아닐 수 없다.

지금 1위안이 얼마인지 가격표에 우리돈으로 한 두번 환산을 해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이제 중국은 지저분하고 시끄럽기만 한 나라가 아니다.

거대한 땅덩어리와 엄청난 인구가 새로운 무기가 되고 있는 승천하고 있는 용과 같은 나라가 되었다.

일본, 한국과 더불어 아시아를 떠받히고 있는 중국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발품을 팔아 중국을

똑똑하게 보아야 한다.

내가 걸어가는 길이 누군가에게 지도가 되듯이 저자의 여정은 내가 걸어갈 길에 약도가 될 것이고

그 길 역시 누군가에게 지침서가 되겠지.

기획자다운 섬세한 눈으로 본 칭다오는 내가 가봐야할 나라 목록에 추가시켜야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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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자전거 1 - 김동화 만화 에세이 빨간 자전거 1
김동화 글 그림 / 열림원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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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슴 따뜻한 만화를 본 적이 있던가.

임하면 야화리!

지도에는 없는 마을이라지만 분명 어디엔가 존재하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우편 배달부의

사랑나눔의 이야기를 보다 보면 코끝이 시큰해지고 굳었던 심장이 따뜻하게 덮혀지는 것 같다.

 

 

우체부였던 아버지의 빨간자전거를 물려받아 조용한 시골마을에 메신저로 살아가는 청년의

눈에 야화리는 詩이고 童話이다.

'숲속의 노란집', '시가 쉬어가는 집', '햇볕 잘 드는 집'.

야화리에서는 주소가 따로 필요없다. 딱딱한 숫자보다 향기가 있는 주소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우리집에 이런 주소를 붙인다면 어떤 이름이 어울릴까.

'사랑 받고 싶은 집', 혹은 '누구나 오고 싶은 집' 정도가 되지 않을까.

 

 

얼굴에 가득한 주름을 그동안 살아온 길 잊지 않으려고 하나 하나 그려놓은 약도라고 표현하는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을 보니 문득 마흔 이후의 얼굴에 책임을 지라는 링컨의 말이 떠오른다.

과연 내 얼굴에는 어떤 길이 새겨지고 있을까.

 

혼자사는 애비를 찾아올 딸을 위해 달맞이 꽃을 심는 늙은 아버지.

하루 한 번 외딴집을 찾아줄 배달부를 위해 마당을 쓸어 놓고 기다리는 농부.

비를 피해 들어온 배달부를 위해 넌즈시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을 건네는 수퍼 할머니.

 

한국전쟁이 일어난 해에 태어나 극심한 가난과 아픔을 겪었던 기억이 있어서였을까.

작가의 글과 그림에는 피팍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치유하는 마법과 같은 힘이 들어있다.

가난했지만 따뜻했던 시간들이 떠오르면서 그동안 누구도 치유하지 못했던 아픔을 감싸는 기적의

치료제가 녹아있는 느낌이다.

 

성공해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해서는 안될 짓을 하고 부정한 돈을 움켜쥐고 돌아온

아들에게 따뜻한 밥을 지어 먹이는 어미의 눈물어린 밥 한그릇을 맛있게 비운 것 같다.

꽃이 지천이었던 봄조차 미처 느껴보지 못했던 사람들이라면,

돈과의 사투때문에 지쳐 자신에게 고향이 있었는지도 기억해내지 못했던 사람들이라면

빨간 자전거가 배달하는 사랑의 메시지를 꼭 받아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그동안 얼었던 마음이 스르르 풀리며 누군가를 꼭 껴안아 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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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D현경 시리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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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주제를 한마디로 말 하라면 당연히 '父情'이다.

다소 무뚝뚝해서 전달되지 못했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애끓는 아버지들이 나름대로

선택한 '선'과 '악'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 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골수까지 형사였고 자부심이 그득했던 미카미는 경찰내에서 비주류라고 분류되는

홍보담당관으로 내쳐진다.

사냥개처럼 기삿거리의 냄새를 향해 이를 드러내는 기자들을 상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건의 피해자들의 실명을 밝힐 것이냐 지켜줄 것이냐를 놓고 과연 언론의 역할은 어디까지이며

진실의 한계는 어디까지가 정당한 것인지를 우리에게 묻고 있다.

'알아야 하는 진실과 덮어야 하는 비밀'사이에 고뇌하던 미카미는 끝까지 해결하지 못하고 미궁에 빠졌던

14년전 쇼와64년에 벌어졌던 소녀유괴살해사건의 비밀과 맞닥뜨리게 된다.

 

아직은 통신기기며 수사장비가 부족하던 시절이었던데다 협박전화를 걸어오는 범인의 목소리가 미처

녹음되기도 전 범인은 유유히 돈을 챙긴 채 달아나고 소녀는 주검으로 발견된다.

14년이 지난 시점에 불쑥 동경 본청에서는 '64사건'을 재조명하고 해결을 독려하기 위해 사건발생지인

D현의 피해자의 집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피해자의 아버지인 아마미야에게 양해를 구하기위해

미카미를 파견한다.

 

마침 못생긴 자신의 얼굴을 닮아 괴로워하던 딸 아유미가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가출을 한 상태였던

미카미는 딸을 잃은 아마미야의 심정이 전해지는 것 같아 괴로워한다.

폭삭 늙고 지친 아마미야에게 겨우 양해를 부탁하지만 거절의 답변만 얻은 미카미를 기다리는 건

자신이 평생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싶었던 조직의 권력다툼의 현장이었다.

 

경찰내에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어진 권력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려는 새로운 캐리어 집단과

이를 저지하고 정의를 지키려는 외로운 경찰간의 두뇌싸움과 이 전쟁같은 와중에 자꾸만 끼어드는

'64사건'간의 묘한 뒤엉킴.

이런 비밀같은 퍼즐조각을 찾아 나가다가 마침내 밝혀지는 예상치 못했던 사건의 전모.

 

전직 기자출신답게 경찰출입기자들의 심리와 과연 언론의 정의로운 역할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잘 드러나 있다.

부패와 부정을 감추고 권력만 탐하는 무리들을 일갈하는 정의로운 아버지들과 스스로 범인임을

증명하는 길에 들어선 범인과의 승부가 흥미진진하다.

마지막 한 방을 남기고 돌아선 의로운 사람들에 대한 판결은 독자에게 일임된다.

과연 '정의란 무엇인가'

10년이란 집필기간이 이 작품의 치밀함을 말해준다.

더구나 출간을 앞두고 다시 수천 매의 원고를 다시 썼다는 작가의 집요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인류가 살아가는 한 범죄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의인들이 실제하리라는 믿음이 있기에 惡은 善을 끝내 이길 수 없음을

독자인 우리들은 힘을 얻는다. 지금도 세상 어디에선가 더러운 범인을 찾기 위해 애쓰는 수많은 경찰과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분투하는 기자들에게 수고의 말을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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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반전 : 호기심의 승리 지식의 반전 2
존 로이드 & 존 미친슨 지음, 이한음 옮김 / 해나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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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이라고 알려져 있는 다이아몬드보다 더 단단한 물질이 있다고?

물이 O도씩에서 얼지 그럼 몇 도에서 언다는 거야.

이 책은 정말 누구나 정답을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 질문들에 아주 엉뚱한 대답을 내어놓는다.

 

 

영국 BBC방송의 인기 퀴즈 프로그램 QI의 기상천외한 질문과 대답, 유머와 재치가

재미있게 버무려진 책이다.

 

 

망고나무의 일종인 마룰라나무의 열매가 숙성되고 발효되면 알콜이 된다고 한다.

이 열매를 코끼리뿐만 아니라 많은 동물들이 좋아하는데 코끼리가 취해서 비틀거릴

정도가 되려면 마룰라 열매를 한꺼번에 약 1500개를 먹어야 할 것이라고 한다.

코끼리라고 스트레스가 없겠는가.

인간들이 호시탐탐 노리는 상아도 보호하랴 점점 사라져 가는 동족들을 지켜보라,

아마도 코끼리들도 잠시 세상 시름을 잊고 싶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 100가지의 오류를 짚어주는 말미에 익살꾼 진행자들의 유머가

화룡점정을 찍는다. 아마 이 프로그램은 무척이나 인기가 좋았을 것만 같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었던 '스펀지'나 '비타민'을 보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인류가 이런 풍요스런 문명과 문화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끈임없이 솟아난 호기심이 아니었을까.

무거운 금속인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을 때, 정교한 It기계로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일상인 것을 느낄 때, 나는 인류의 엄청난 힘을 느낀다.

하지만 그동안 상식적으로 알아왔던 지식들의 오류를 보면서 세월이 흘러가면 한 때 정답이었던 것이

오답이 되고 100% 확신할 수 있는 일들이 몇이나 될까 생각케 된다.

이런 오류를 찾아내고 증명했던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호기심의 승리'자 이기 때문이다.

조금 안다고 거들먹거렸던 사람들에게 크게 한방 먹일 수 있는 유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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