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조 앤 새디 vol.2 - 탐나는 주부 마조의 영근영근한 생활툰 마조 앤 새디 2
정철연 글 그림 사진 / 예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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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2012년이 저물고 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행사였던 대선도 끝났고 런던올림픽에서는 그동안 메달을 따지 못햇던

축구에서 동메달을 따는 큰 기쁨도 있었다. 하지만 전 세계는 지금 불황중이고 연일 테러에

자폭에 권총난사사건까지 그야말로 정신없이 한해가 지고 말았다.

말하자면 '웃음결핍','행복결여'의 시대에 사람들은 힘들게 고개를 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뭐?

바로 웃음과 유머.

그래서인지 1권에 이은 '마조 앤 새디' 2권을 보니 짜글짜글했던 주름살이 환히 펴지는 느낌이다.

일단 주부만화가라는게 참 맘에 든다.

요즘에는 남자들도 전업주부의 길을 걷는 경우가 많지만 이렇게 겸업을 하는 주부라니 참

탐나는 남자 아닌가?

청양고추의 가격을 보다가 이제는 향기를 먼저 맡고 참기름은 모란시장에서만 구입하다니..

새디의 말처럼 뼈속까지 주부인 마조가 어찌 탐나지 않겠는가.

뭐 부부생활은 부부만 아는 이야기일테니 만화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내밀한 속사정이 없을리가

없겠지만 일단 연상 연하의 이 철없는 부부를 보면 결혼생활도 제법 할만할 것이라는 환상에 빠지게 된다.

 

 

가뜩이나 노처녀,노총각이 넘치고 출산률 저하의 시대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은 이 부부의

결혼관을 참고삼아 두려움없이 결혼에 골인해도 좋을 일인데.

자동차를 좋아하는 머신맨에서 새로운 가전제품과 주방기기에 눈이 돌아가는 천상주부

마조의 모습이 너무나 앙증맞다. 물론 새디는 걱정이겠지만.

액정이 깨진 휴대폰을 소박함의 상징인양 바꾸지 않고 명품에 눈이 돌아가는 새디역시

마조에게는 '폭탄'같지 않겠나.

 

 

장롱면허에서 벗어나고자 정말 하지 말아야 할 '부부교습'을 시작하더니

결국 부처의 얼굴로 득도한 마조의 얼굴을 보다가 팡 터지고 말았다.

그 심정 내가 알지.

아직 아기를 갖는 것에 두려움이 있는 새내기 부부의 모습이 안스럽기도 하지만

이태원투어의 멋진 모습은 실한 젊은이들의 문화생활을 보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다.

우리의 삶은 죽는 날까지 계속되어야 하기에...

아마도 '마조 앤 새디'의 연재는 계속될 것이다.

내년 혹은 내후년쯤엔 '마조 앤 새디 & 리틀 마조'가 탄생하지 않을까.

어려운 시대일수록 더욱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며 둘의 알콩달콩한

다음 이야기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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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엔 스무 살의 인생이 있다 - 시, 내 청춘을 위한 소울푸드 98편
이영미 엮음, 고부기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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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가 종이 위에 있을 때에는 문학이 되지만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속에 새겨지면

양식이 된다.

이른 바 '문제아'라는 이름으로 외면당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멘토로 포기하지 않고

믿어주는 마음으로 아이들의 진정한 선생님이 된 저자 이영미가 얼어붙은 세상과

싸늘한 사람들에게 전하는 시 모음집이다.

 

 

단순히 시를 분석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마음속에 스며들어올 수 있도록 시에 얽힌

에피소드며 자신의 느낌들을 버무려 놓아 맛있고 따뜻한 시모음집이 탄생되었다.

문학소녀가 꿈이었던 친구는 전업주부가 되었고 실직한 남편때문에 도우미 일을 하게 된다.

하필이면 동갑내기 시인의 집으로 일을 하러간 친구는 시인의 긍정적이고 따뜻한 마음에

감화되어 스스로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최면을 걸었고 결국 출판사 편집자가 되었다고 한다.

"난 참 운이 좋은 사람이야."

"난 참 복이 많은 사람이야."

단순한 이 말이 기적을 만든 셈이다.

"난 왜 지지리도 복이 없을까, 내가 그렇지 뭐.."

우리는 참 쉽게 이런 말들을 하곤 한다. 하지만 스스로 복을 만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운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

 

'청춘들이여, 성형을 하고 싶은, 그래서 감추거나 없애버리고 싶은 것이 있는지요?

나의 흉터처럼 한때는 지워버리고 싶어 몸부림치던 것이지만 도리어 삶에 힘이 되어주는 것도

있답니다. (중략)우리는 상처투성이의 흉터를 부적 같은 고마운 흉터로 바꿀 수 있답니다.' -147P

 

연장통에 누워 있는 녹슬고 쓸모없던 작은 못 하나

바로 세워 벽에 박았더니 내 키만 한 거울을 든든하게 잡고 있네

 

저렇게 작은 것들도 엄청난 힘이 있구나 누군가 바로 세워 주기만 하면

-고광근의 작은 못- 215P

 

 

지금도 어디선가 연장통에 누운 녹슬고 쓸모없어 보이는 못처럼 어둠속에 가려진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 포기하지 않고 손을 내밀어 바로 세워주기만 하면 세상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수도 있을텐데..

책속에 누워있던 시들을 시집에서 세상밖으로 끌어내어 무심한 사람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 줄 수

있었던 것은 저자의 문학적인 재능을 넘어 아픈 사람들을 치유하고픈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도 돌아봐주지 않는 막막한 현실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손을 내밀어준 진정한 선생님의 사랑이

시를 통해 아이들에게 간절히 전해졌을 것이다.

아니 무관심으로 무장한 얼음같은 세상을 '사랑'과 '관심'이라는 뜨거움으로 녹여내고 있다.

이왕이면 아직 스스로 살아가는 힘이 부족한 스무 살이 되기 전의 아이들에게 이 따뜻함이 더 많이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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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 제1회 황금펜 영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황금펜 클럽 Goldpen Club Novel
안창근 지음 / 청어람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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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아이리스'를 보는 듯했다.

우리나라도 이제 테레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는 강국이 되었다.

부산에서 열리는 APEC에 맞추어 혹시라도 벌어질 테러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각국의 정부기관과 스파이들의 숨막히는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국정원에 근무하다 대테러를 막기 위해 결성된 CTA의 창설요원이 된 기환은

정보원을 통해 거대한 무기거래라 이루어질 것이라는 정보를 얻게 된다.

하지만 이 정보원은 기환과 헤어져 돌아가는 도중 의문의 죽음을 맞게된다.

수사에 참여한 김형사는 기환을 타락한 정보원으로 보고 그의 뒤를 쫒기 시작한다.

 

한편 미국의 CIA요원인 존은 중국내의 이중스파이 흑표를 통해 북한의 테러여부를

감시하게 한다. 암호명 NKCELL인 동혁은 북한을 탈출하여 미국으로 입양된 남자로

자신과 같은 고통을 받고 있는 북한 주민을 돕기위해 CIA의 스파이가 되어 북한에

잡입하게 된다. CIA의 지시로 흑표의 부하인 호랑이를 죽이게 되고 이 일은 흑표가

CiA를 배신하고 몸을 숨기는 계기가 된다.

 

APEC이 열리는 부산에는 러시아에서 어마어마한 무기가 밀매되어 들어온다는 소문이

무성하고 기환은 직접 확인하기 위해 러시아로 잡입하게 된다.

하지만 러시아마피아단의 의심을 받아 살해되기 직전 고려인 알렉세이영감의 도움으로

가까쓰로 탈출하기에 이른다.

 

대한민국의 반대편인 아프리카에서는 테러의 배후로 짐작되는 알카에다의 부하들을

잡기위해 모종의 사기극이 펼쳐지지만 엉뚱하게 함정에 빠져 톰과 마틴은 겨우 목숨을

구하지만 유능한 정보원이었던 오마르를 잃고 만다.

알카에다의 지시로 러시아 마피아의 무기들을 밀수하여 테러에 이용하려 한다는 첩보에

따라 미국과 중국, 에디오피아와 러시아등 전세계의 정부요원과 스파이들이 때로는 적으로

때로는 친구로 힘을 합하거나 상대를 죽이는 냉혹한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게 된다.

 

이 책에 나오는 요원들에게 가정이나 가족은 혹일 뿐이다.

기환역시 아내의 이혼요구에 시달리고 있고 톰과 마틴역시 가정을 포기한 채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사건의 현장에서 긴장감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다.

포카페이스의 비밀처럼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 적국과 아군의 진실이 밝혀지면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란 속담이 절로 떠오른다.

같은 나라의 정보기관끼리도 보이지 않는 암투가 있고 냉혹한 경쟁자임이 밝혀진다.

결국 테러를 없애고 평화를 지키는 것이 목적임에도 기관간의 알력이 존재하다니

참 무서운 세계가 아닐 수 없다.

단순히 소설속의 이야기로만 남길 수 없을만큼 지금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테러와

전쟁등의 모습이 현실적이다.

아마도 '아이리스'처럼 영화화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기환의 고집스럽고 무모한 도전을 연기할 배우는 누가 적합할지 생각해본다.

따뜻한 가정의 울타리를 버리고 성불구자가 되면서까지 그가 지키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기환의 쓸쓸한 어깨가 마음 아프게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의 어디선가 이렇게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을 스파이들의 삶이

씁쓸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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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르포르타주 - 이황 기자의 공항 취재 40년
이황 지음 / 북퀘스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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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관문인 공항!

낯선 나라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맞아주는 공간이기도 하고 가장 마지막에 떠나오는 공간이

되기도 하는 공항에서 40여년을 한결같이 취재에 매달려온 공항기자의 기록문학이다.

 

한국일보의 기자로 1970년 기자생활을 시작하여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은 거친 파도를

넘어야 하는 난파선처럼 요동치는 시간을 보내야 했었다.

그 격동의 시간을 공항에서 바라보는 색깔을 어떤 빛이었을까.

여의도에 최초의 대한민국 공항이 설립되고 이후 김포공항을 거쳐 인천 공항에 이르기까지의

공항의 역사는 60여년에 이른다.

여의도의 먼지 가득한 들판에서부터 논과 밭에 둘러쌓인 김포공항, 지명부터가 이미 오래전부터

공항으로 내정되어졌을 것이라는 영종도(긴 마루를 지닌 섬)에 지어진 인천국제공항의 역사는

대한민국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박물관 같기도 하다.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았던 시절 특권층만이 이용할 수 있었던 공항을 보기위해 수학여행단이나

관광객들이 버스를 대절하여 오고갔던 모습에서 '공항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세계 공항 서비스평가

(ASQ)에서 '7년 연속 세계1위'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달성한 인천공항으로 탄생되는 공항의 역사는

곧 '대한민국의 역사'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오가는 교통편도 마땅치 않았던 시절 여관에서 밤을 지새우며 취재를 해야했던 열정적인 모습에서

이제는 역사의 현장을 지켜본 지긋한 관찰자가 되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야사를 소개하고 있다.

 

귀빈실을 이용하기 위해 암투를 벌이는 권력자들의 모습은 우리가 얼마나 권력에 취약한 사람들인가

생각케한다.

노무현대통령시절, 이른바 햇볕정책이 절정인 시절에 북한의 고려항공기가 일주일에 두 번씩 남한을

오가다니 정말 남북한 해빙무드의 놀라운 기록인 셈이다.

대통령의 망명과 범죄자들의 도피, 연인과의 결별, '드림'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민과 취업을 지켜보던

공항은 이제 한류스타들과 스포츠스타들의 환영과 환송을 지켜보고 수많은 외국인들의 방문을 지켜보는

대한민국의 앞마당이 되었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승무원들의 고달픔과 공항직원의 애로점도 공항의 또다른 모습일 것이다.

정부의 온갖 부처가 파견되어 또 하나의 '국무회의'가 열린다는 공항의 전문성과 세관원들의 집중성도

놀랍기만 하다. 단지 여행가방하나 들고 잠시 스쳐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공항은 또 하나의 '나라'였다.

하루 수만명이 스쳐 지나가는 거대한 공간 '공항'에 선 노회한 기자는 또 어떤 것을 지켜볼까.

 

부모에게 버려져 해외로 입양을 떠나야 했던 어린 아기들을 지켜봤던 기자가,성장하여 다시 고국을 찾는

입양아들을 지켜보며 가슴이 아팠었다면 이제는 가난한 이웃나라에 사랑을 전하는 대한민국의 '천사'들을

지켜보는 흐믓한 기사만을 전할 수 있는 행복한 기자로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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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연애
성석제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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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런것은 아니지만 나의 까다로운 파장과 딱 맞는 책을 만나면 그 때부터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어 소설속에 소설 한 편이 더 존재하는 것 같은 모호함에 휩싸인다.

대체적으로 그 작가의 책들이 비교적 나를 흡족하게 한 경우이긴 한데 작가들의 작품속에는

그만의 색깔이 분명하여 지난 작품들과 닮아있는 경우도 많고 아주 드물게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내가 알던 작가가 맞나 하는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시대의 입담꾼이라는 별명을 지닌 작가답게 말하고자 하는 폼이 넓다보니 읽기전에

마치 전혀 먹어보지 않은 새로운 음식을 앞에 놓은 것처럼 약간은 설레고 약간은 주눅이 든다.

몇 편의 작품에서는 그가 지나왔을 시간과 공간속에 스며들었던 추억일 수도 있고

기행일 수도 있던 얘기들이 있었고 희한하게 음식과 추억이 머무려진 이야기도 있었다.

 

'단 한번의 연애'만 하는 사람이 있을까?

없으리라는 단정은 할 수 없지만 꽤 진부한 사랑을 풀어 놓았으리라고 짐작한다.

열마리의 용이 승천하다가 아홉 마리는 승천했고 한 마리는 남아 바다로 떨어졌다는 '구룡소'가

고향인 '이새길'과 '박민현'의 사랑 연대기라고 하면 맞을까.

아니 책을 덮고 나서 굳이 조정한다면 소년의 해바라기 사랑쯤이 더 타당한 정의일 듯 싶다.

 

일제가 물러간 후 호황이던 항구는 잠시 조용했지만 고래잡이로 다시 풍요함이 펼쳐진다.

80년대 중반까지 계속되었던 고래잡이는 소년과 소녀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 고향에서는

한창이었던 모양이다.

인간에게도 페로몬이 있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논쟁과는 상관없이 민현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다르게 뛰는 것을 느끼는 예민한 후각을 지닌 새길에게 민현은 영원한 마돈나였다.

자신이 가진 신비스런 이끌림의 능력을 이용하여 남자를 이용할 줄 아는 민현은 '걸레'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국립대학교에 장학생으로 입학하게 된다.

평범한 새길은 그녀가 '대학에서 만나자'라는 말 한마디에 죽을 둥 살 둥 그저 그런 대학에 입학하고

군사독재의 소용돌이속에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가 전경으로 군에 입대한 새길에게 정권의

하수인이라고 낙인찍은 민현은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한다.

위장취업으로 노동운동을 하던 민현을 다시 우연히 만나게 된 새길은 취조중인 경찰에게 유린되기 전

민현을 안게된다.

"어서 나를 가져. 저 사람들한테 내가 더 더러워지고 망가지기 전에."

어쩌면 민현은 그녀를 따라다니던 수많은 더러운 소문처럼 '걸레'가 아니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를 헤치지 않고 나를 독점하거나 내게서 뭘 빼앗아 가지 않으면서. 순수하게 나를 좋아한다는 느낌을

준 유일한 사람'이었던 새길에게 몸을 연 그날이 그녀의 첫 경험이었다고 믿고 싶었다.

 

'나나'였던 민현의 어머니는 힘든 파도를 가르는 새끼고래를 제몸에 얹어 세상에 끌어올리기 위해 바다로

떠났는지도 모른다. 결국 민현은 요정의 마담이 되어 정계, 제계의 막강한 힘을 얻은 어미의 도움으로

멋진 날개를 얻어 큰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넒고 넓은 바다에 고래 세 마리가 있었다. 도망치던 새끼가 힘들어 하면 어미가 지느러미에 새끼를 얹어

업고 갔다. 아비는 심장에 작살이 박혀 주변을 피바다로 만들고 죽을 때까지 가족의 뒤를 지켰다.

넓고 넓은 바다 한가운데서.' -171p

 

그래도 어쩌겠는가. 그게 에비, 에미의 운명인 것을.

 

아버지의 술주정과 폭력으로 집을 나간 엄마를 증오하며 혼자 남겨졌던 민현은 에미와 자신을 사랑하던

남자 새길에 의해 넓은 바다로 나가 큰 고래가 되었다.

여전히 민현을 사랑하여 결혼을 하지 않은 새길은 철새처럼 찾아드는 민현을 위해 고향에 요새를 방불케

하는 보금자리를 만들고 그녀와 사랑을 나눈다.

 

어쩔수 없이 새길의 모습에서 작가를 본다. 뭐 작품속의 배경이 그의 고향은 아니지만 워낙 역마살이 든

그가 맘속에 고향이야 한 둘 이겠는가. 신비한 끌림을 지닌 머리좋고 아름다운 여인 민현은 그의 첫사랑과

닮았을 수도 있고 막연하게 꿈꾸어 온 여인일 수도 있겠지.

정처없이 지나던 어느 바위산 속 동굴을 보면서 태양발전과 풍력발전을 끌어오고 샘솟는 맑은 물을 식수로

하는 궁리도 하지 않았겠나.

온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로 소외와 무지를 가뿐히 날리고 온전히 자연의 힘으로만 성장한

풀들을 먹어보겠다는 도락가의 소망도 버무렸겠지.

그래서 난 또 어쩔 수 없이 평생 꿈꿔왔던 사랑과 지극히 안전하면서도 안락한 공간속에 노년을 행복하게

보내는 작가의 모습을 볼 수 밖에 없다. 글쎄 평생 결혼이란 족쇄를 차지 않고 사랑하는 여인과 평생 연애만

했던 새길의 모습도 역시 작가의 소망이 아닐까. 어느 작가의 작품이든 자신이 녹아들지 않은 작품은 없으므로

나의 이런 상상은 완전히 허구만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완전한 사랑의 모습은 바로 이런 것이라는 것에 나도 '단 한번의 연애'의 주인공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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