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 -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며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그러고보니 언제 어깨동무를 했던가 싶다.

격의없는 사람끼리나 할 수 있는 어깨동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릴 것 같은 사람이 바로 김제동이다.

전편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에 이은 2편에 등장한 사람들은 지금 이시대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인물들이다.

노무현사람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문재인으로부터 섹시스타의 표상인 이효리, 그리고 역시 너무 예쁜

배우 손예진과 멋진 남자 하정우, 서슴치 않고 누나라고 부르는 조수미와의 인연은 참 의외라고 생각된다.

물론 공식적인 인터뷰라니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었겠지만 김제동이 만난 인물들은 하나같이 김제동과의

만남을 즐거워했다. 무엇이 그들을 이런자리로 불려나오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행복하게 응했던 것일까.

그의 말처럼 대한민국에서 이 남자 만큼 오지랖이 넓은 사람도 없는 것 같다.

 

 

잘 생긴 얼굴이 아니라는 것은 자신도 인정한 바가 있으니 수려한 외모로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것이

아님은 익히 알수 있는 일이고 그렇다면 우리가 가지지 못한 어떤 매력이 그에게 있는 것일까.

난 그가 개그맨이나 코미디언이라는 생각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간 김제동'으로 와 닿는다.

그의 솔직한 말과 행동때문에 '퇴출'이라는 어려움을 겪을 만큼 그는 누구의 눈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할 말 다하고 솔직한 그의 면모가 일단 상대의 마음을 열게 만드는 마법의 열쇠가 되는 것일까.

그가 어깨동무한 사람들 역시 그와 무척이나 닮은 인물들이다.

재능과 끼를 지닌 그들은 사실 자신들의 마음을 솔직히 꺼내놓기 어려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의 내면이 궁금했던 우리는 김제동이라는 사람을 통해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념의 대립이 느슨해지고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믿었던 요즘에도
거대한 벽이 존재함을 느끼게 된다. 여전히 윗전의 말 한마디가 인권을 억압하고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시대라니 참 믿기 힘든 현실이다.

이런 벽을 뛰어넘어 꿋꿋이 소신을 지키는 그가 크게 느껴진다.

눈이 좀 작으면 어떠랴. 세상을 보는 그의 마음은 이렇게 큰데 말이다.

그래서 인지 그가 만난 사람들조차도 믿음직스럽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수많은 그의 인연들 중에

이렇게 지면으로 우리와 만날 수 있게 선택된 그들도 행운아가 아닐까.

물론 궁금했던 그들의 속내를 이렇게 알게된 우리 역시 행운아들이다.

막나가는 세상을 향해 '제동'을 걸어준 작지만 큰 남자 김제동이가 만날 다음 인물들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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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비치 - 상처 받은 영혼들의 파라다이스
케이트 해리슨 지음, 이영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사람이라면 이 소설이 가슴 절절히 와 닿았을것이다.

살해로 의심되는 사고로 먼저 세상을 떠난 언니를 둔 열 여섯의 소녀가 남은자의 아픔을 극명하게 그려냈다.

두 세살 차이가 나는 자매는 친구이기도 하고 서로 싸우기도 하는 가장 가까운 존재이다.

하지만 언제나 곁에 있을 것 같았던 언니가 대학 기숙사에서 끔찍하게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었다면?

동양적인 사고로 보면 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에는 물 혹은 강이 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특이하게도 비치가 등장한다.

언니가 살해된 날 동생에게 전해진 메일에 등장한 소울비치의 주소.

마치 3D영화를 보듯 인터넷 세상에서 다시 만난 언니와 소통하게된 앨리스는 현실과 인터넷 세상속에 존재하는

소울비치와의 만남을 다행스럽게 생각하지만 점차 현실과 온라인속의 세상과의 경계에 혼란을 느끼게 된다.

 

 

소올비치에 모인 망자들과 언니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추적해나가던 앨리스는 안타까운 죽음뒤에

얽힌 가슴아픈 사연을 알게되고 살았을 때는 삶자체가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몰랐다는 망자들의 회한에

자신의 삶이 한 단계 올라서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여자친구와의 우정이나 남자친구와의 연애보다 더 소중한 만남을 위해 매일 소울비치를 방문하게 되는

앨리스는 언니를 깊히 사랑했음을 알게되고 비록 현실과 동떨어진 공간에 있는 사람이지만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

과연 이런 일이 가능하다면...잃었다고 생각했던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행복할 수 있을까?

산자가 마음에서 놓아주지 않으면 죽은자는 영계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다행인것은 소올비치에 사는 망자들은 자신들이 죽은 자임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춥고 습한 나라에서 위축되었던 삶이 싫었던 것일까. 햇살이 가득하고 갈색으로 텐닝된 살결을 맘껏

즐기는 소올비치에서의 망자들의 삶(?)이 오히려 부러운 것도 같다.

하지만 결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들어선 그들에게는 산 자들과의 유일한 통로인 앨리스의

존재가 소중하기만 하다.

이 작품은 정말 어디엔가 실제할 것만 같은 삶의 끝이며 죽음의 시작인 어느 공간을 인터넷이라는

도구를 통해 세상밖으로 끌어냄으로써 현실이 어떻하든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이며 결코 후회할

삶을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여졌음을 알게된다.

다만 아쉬운 것은 언니의 죽음으로 시작된 미스터리가 결말없이 마무리 되었다는 것이다.

그 결말조차 깔끔했다면 더 멋진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남은 시간동안 후회없이 더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작가의 간절한 메시지가 가슴에 와닿는 작품이다.


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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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슬 시티
김성령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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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식상할 수도 있는 이야기이다.

비슷한 영화나 소설을 봤던것 같다. 하지만 기존의 비슷한 드라마와 다르다면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아직 어리다면 어린 소년, 소녀들이며 작가또한 이 들 또래의 학생이란 점이다.

굉장한 독서광이었다는 소개글처럼 아마 이 학생작가는 책과 영화를 많이 접했을 것이다.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있는 바이슬 시티라는 섬을 소재로

'외부'세계와 단절되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여러곳에서 차용되어 왔다.

 

 

본토에서 불과 두어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존재하는 이 섬이 과연 수십년동안 철저하게

단절될 수 있는가하는 문제가 의문스럽긴하다.

샌프란시스코 앞 바다에 떠있는 알카트라즈감옥역시 단절의 영역이었지만 기어이 탈옥을

했던 죄수가 있었다는 기록도 있다.

하지만 만약 내가 바이슬 시티에서 산다면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섬 밖의 다른

세상에 대한 의문이 없을 수 있을까.

어쨋든 본토와의 암묵적인 계약에 의해 범죄자들이 집단이주하여 도시를 이루고 나름대로

국가적인 면모로 살아간다는 설정은 흥미있는 주제이다.

살인과 납치가 판을 치는 요즘 범죄자들을 싹쓸어서 어딘가 다시는 나올수 없는 공간에

가둬버리고 싶은 생각은 해보던 차이기 때문이다.

흔히 '우물안 개구리'라는 말이 그대로 들어맞는 곳인 바이슬 시티의 '개구리'들은 단순히

세뇌되고 편리함에 안주하여 '도전'이나 개척'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

시멘트 믹서라 불리우는 학교에는 세뇌된 교장과 교사들에 의해 허접한 교육이 진행되고

마약과 고문으로 아이들을 공포에 몰아넣는 반개혁파 아이들이 몰려다니는 공간일 뿐이다.

이런 곳에 아버지도 모르고 엄마는 매춘부인 '시드니'는 왕따가 되어 건성으로 학교를 다닐 뿐이다.

꿈도 이상도 없는 이 소년은 우연히 만난 경찰 체이스와 함께 마약단속에 나섰다가 '외부'에서

친구를 대신하여 바이슬을 구하기 위해 온 데미안을 만나게 된다.

 

 

수십년에 걸친 바이슬 시티를 붕괴시키는데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바로 어린 소년,소녀들이었다.

이미 세뇌되고 정체된 삶을 사는 어른들이 정의의 칼을 뽑아들기에는 너무 나약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역사이래로 폭력과 고문이 선한 인간들을 공포에 떨게 할 수는 있지만 정의로운 길을 막을수는 없었듯이

봇물처럼 터진 어린아이들의 외침이 드디어 독재를 종식시키고 범죄조직을 스스로 무너뜨리게 만든다는

것이 이 소설의 줄거리이다.

'십대 청소년들에게 있어 한 그룹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은 아주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청소년들은

자신이 속해 있을 만한 공동체를 찾아 방황하기도 한다.' -211p

 

그래서일까. 학교폭력이 사회의 심각한 위험으로 대두되는 요즘 학교마다 폭력서클이 조직되어 있고

그들만의 서열을 정해 작은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는 것은 바로 청소년들의 이런 심리를 이용한 것이 아닐까.

쯧쯧 혀를 차다가도 나는 이 소설속에 나오는 소년들처럼 희망을 놓치 않기로 했다.

 

'검은 양과 흰 양 사이의 경계가 붕괴될 거에요. 사람의 피부색으로 서로를 차별하는 것이 어리석은 것이듯,

털의 색으로 양을 차별하는 건 멍청한 행동이에요. 털의 색은 선과 악을 상징하지 않아요. 그들이 가진 신념만이

선악을 구분 짓는 거에요.' -353p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경계벽이 너무나 많다.

부자와 가난한 자를, 선과 악한 자를, 돈과 명예로 구분지어져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벽들을 이들이

신념으로 허물어 뜨리기를 바란다.

적당히 악과 협의하고 안일함과 나태함에 물든 기성세대를 향해 크게 소리치기를 바란다.

'검은 눈을 뜨게 하라. 더 이상 더러운 비밀과 눈물과 폭력은 없다.'고.

마치 미국드라마의 범죄영화를 보는듯한 장면이 겹치기도 했던 이 소설을 어린 학생의 작품이라는 것이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 작품이다. 이 재능이 활짝 꽃피워 불멸의 작품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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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든 당신
김하인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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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르고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등불처럼 삶을 밝혀주는 것은 바로 '사랑'이다.

요즘 사람들의 사랑은 간편하게 데워먹는 인스턴트 음식처럼 흔하고 열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긴 내가 하면 로맨스로 남이 하면 스캔들이 되기도 한다는 그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느끼게 해준

감동적인 소설이다.

얼핏 이런 사랑이 있을까 싶을만큼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눈물샘을 자극하는 통속함마저

느끼게 하지만 실화 소설이기에 가슴속 깊이 절절하게 와 닿는다.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지방대학을 졸업한 석민은 도시에서 취업을 하려 했지만 지방대출신이라는

편견때문에 결국 고향으로 돌아와 집배원이 된다.

하지만 그의 귀향은 병든 노모를 돌보고 싶었던 '사랑'이 더 큰 이유였다.

춘천교대를 나와 초등학교의 교사가 된 선영은 석민이 근무하는 진부로 첫 발령을 받아 대도시의

화려한 삶을 뒤로하고 다부지고 알찬 교사가 되려고 노력하는 아름다운 여선생이었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 그대로 석민은 우연히 마주친 선영에게 영혼을 빼앗기고 만다.

가슴앓이를 하던 석민은 가난하고 소심한 자신의 삶을 밀어내고 용감하게 연애편지를 보내게 된다.

'그대없는 세상은 안꼬없는 진빵이요'하는 식의 다소 유치하기도 하고 어설픈 내용이었지만 진심으로

그녀를 원하는 마음은 거짓없이 그녀에게 전달된다.

서로에 대해 잘 몰랐던 두 사람이지만 이렇듯 첫 편지를 보내고 마음을 열었던 것을 보면 맑은 두 영혼끼리

서로를 알아봤던게 아닌가 싶다. 이런 것이 바로 운명일 것이다.

 

 

두 사람은 선영의 엄마와 동생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하고 3년을 행복하게 살았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사고로 선영은 식물인간이 되고 만다.

이제부터 석민이 첫편지에서 그녀에게 맹세한 것 처럼 극진한 사랑의 행로가 시작된다.

영원히 당신을 놓치 않겠다는 맹세.  상대의 마음을 잡기 위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이 맹세가

진심이었음을 석민은 감동스럽게 보여준다.

중환자실에서 뇌사 직전의 상황에 있는선영을 씻기고 주무르고 끊임없이 사랑의 고백을 하면서도

한 순간도 그녀가 삶을 놓을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았던 석민은 선영의 뱃속에 자신의 아이가 자람을

알게된다. 뇌사에 가까운 환자의 경우 아이를 출산한다는 것은 산모의 목숨을 담보하는 일이라 했다.

두 생명중에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우리는 살면서 항상 어느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맞는다.

나는 과연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내 아이를 선택할 것인가.

기적이 있기 때문에 기적이란 말이 생겼다고 한다. 석민의 지극한 사랑은 기적을

이루고 잠이 들었던 선영을 일으키고야 만다.

이런 사랑은 소설이나 드라마에서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나는 이제 순수함과는

거리가 멀어진 사람인 모양이다.

'소설 같은 사랑'을 이룬 석민과 선영의 아름다운 여정이 잠들었던 내 감성을 깨웠는지

자꾸 눈앞이 흐려지고 왈칵 슬픔이 밀려오기도 했지만 과연 이들의 사랑이 어떤 기적을

이루어냈을지 궁금하여 끝까지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여전히 석민은 비바람을 무릅쓰고 산골을 누비며 집배원의 일을 할 것이고 먼 길에서

돌아온 선영은 사랑의 결실인 아이를 키우며 잘 살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세상 어딘가에 이런 사랑이 있어 사랑 건망증에 걸린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불행한 사고로 삶을 놓칠 뻔한 선영이 한 없이 부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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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 당신의 반대편에서 415일
변종모 지음 / 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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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자유롭고 사막에 뜬 별처럼 고독했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속에 뻥 뚫린 구멍사이로 찬 바람이 오가는 것 같았다.

갑작스러운 돌풍때문에 지붕이 날아가고 뿌연 황사까지 먼길을 달려왔다는 소식을 들어서였을까.

 

 

'여행이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다. 생각만으로 이미 시작이다. 때로는 과거의 여행을 추억할 수

있는 일 또한 추억하는 동안은 현재 진행형이다.....은밀히 말하면, 하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하게 되는 것이 여행이다...여행을 하지 않고서 여행할 수 있는 것이 여행이고, 여행을 하면서도

여행하듯 살지 않는 것 또한 여행이다. 여행의 반대말은 삶의 끝. 그러니 당신은 사는 동안 여행자.'

-본문중에서-

 

하긴 우린 어느 별에서 지구로 구경온 여행객이란 말도 있고 인생역시 지금 이시간을 잠시 머물다가는

객이란 말도 있으니 그의 말이 맞는 것도 같다. 우린 모두 지금 같은 시간을 여행하는 먼 우주에서 온

여행객이라.

그러면서도 늘 또 다른 여행을 꿈꾸는 방랑객이기도 하다. 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떠나고 싶다고 모두 떠나지는 것은 아니다. 작가처럼 이렇게 훌쩍 일년이상 다른 나라로 떠날 수

있다는 것은 집세든 연금이든 차곡차곡 나오는 곳이 있어 돈걱정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거나...

딸린 식구들이 자신의 존재를 버거워하여 어디론가 좀 가주기를 바란다거나..

전생으로 부터 유전한 집시의 기운이 넘쳐 어디 한군데에 엉덩이를 붙박아 살 수 없다거나...해야할 것이다.

도대체 이 남자는 무슨 힘으로 이렇게 세상을 떠돌고 있을까.

유명 관광지를 깃발따라 움직이는 단체여행객도 아니고 마땅히 쉴만한 숙소조차 없었다는 이란이며 그루지아,

아르메니아라니..모스크의 마당에서 추위와 모기에게 제몸을 내주면서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남자의 속마음이

내내 궁금했다. 때때로 '너'라거나 '당신'이라고 표현했던 대상은 누구였을까.

그 길 끝에 만난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짐을 꾸릴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따듯하고 안락한 침대를 포기하고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나는 것은 행운이 되는 것을 알면서도 떠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때로는 부럽고 때로는 어리석게 느껴진다.

 

 

고작 그에게 감동을 주었던 사람들은 코흘리개 엄마이거나 선한 눈망울을 가진 어린아이이거나

따듯한 차한잔을 나누어 주었던 가난한 노동자들이었다니 그가 사람을 짚어내는 저울은 소박하고

눈높이는 겸손하다고 느껴진다.

하긴 그런 감성을 지닌 그 이기에 책에 실린 사진들은 그가 만나지 않았다면 우리는 더 만날일이

없었을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의 체취가 물씬 실려있다.

한결같이 분칠하지 않은 자연스러움과 소박하고 아름다운 삶의 모습들이 느껴진다.

안개처럼 뿌옇고 쓸쓸하고 처연한 그의 글보다 사진이 더 많은 말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대부분 같은 방향으로 함께 흘러간다는 동지 의식에 사로잡혀 서로에게 살가운 인사를 하고

굳이 나를 발설하지 않아도 기분좋았다는 그의 여정에 동참한 내내 모두가 사는게 다 그만그만하고

나나 당신이나 사랑하는 부모도, 형제도, 연인도, 모두가 인생의 아주 짧은 부분만 같이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너무 자주 인식시켜 주어서 고독했다. 그리고 나 역시 잠시 다녀가는 여행자라는 것을

당신이 알게 해주어서 사는 동안 내가 가보지 못할 '그 곳'들이 너무 아쉬워서 한숨지어야 했다.

그래도 당신, 다음 여정에 또 불러주기를...이렇게라도 '그 곳'들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주기를..

부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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