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맨
에릭 가르시아 지음, 장용준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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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공 장기 매매업이 성행하는 미래사회, 사람들은 자신의 장기를 대여받고 댓가를 지불하는 시대가 왔다.

그러나 그 댓가를 지불하지 못하면 '리포맨'이라 불리는 장기회수자들에 의해 장기를 빼앗기게 된다.

다소 황당한 미래 설정이긴 하지만 예전에 나왔던 영화속에 등장한 최첨단 과학들이 실제로 등장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면 실제 이런 미래가 도래할지도 모를일이다.

누군가를 늘 감시하는 CCTV나 인체의 몸을 스캔하는 탐지기, 페이스오프처럼 얼굴을 바꾸는 일들은

과거에는 상상속에서나 가능했던 일들이었다.

'리포맨'이란 직업은 그러니까 장기매매업이 성황을 이루는 미래의 어느날 탄생될 직업인 셈이다.

아직 정복되지 못하는 질병이 많고 인간의 몸에서 나온 장기를 이식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많은 환자들은

아마도 이런 미래를 갈망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장기가 너무 고가라는데 있다.

생명을 유지시키는 주요 장기이지만 대여료가 체불되면 인정 사정 봐주지 않는 '리포맨'들이 매스와 마취에

필요한 에테르를 갖고 장기를 회수하기 위해 대여자들을 찾아와 상대가 죽든 말든 잔혹하게 장기를

회수해 간다.

이런 리포맨들에게도 레벨이 있어 최고 등급인 레벨 5라면 사치스런 삶과 명예를 얻게 된다.

비록 다섯번의 결혼과 이혼을 거듭한 리포맨이 유명 탈렌트의 인공신장을 꺼내려다 심장발작을 일으키고

결국 인공심장을 이식받고 자신의 동료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쫓는자에서 쫓기는 자가 되어 자신이 지나온 인생을 되돌아 보면서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는 한 때 잘나가던 리포맨, 잘 훈련된 해병대 출신답게 자신의 지나온 시간을 냉정하고 건조하게

반추한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었다.

과거속에 숨어버린 가족들이지만 어느 날 그의 앞에 나타난 전아내와 아들의 존재가 그를 다시 인간다운

세상으로 끌어내올 수 있을까.

언제가 도래할 이런 미래가 과연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할지를 묻게된다.

심장 하나만을 남기고 인공장기로 대체한 인간이 과연 인간이라는 표현될 수 있을 것인가.

어찌보면 신의 영역이랄 수 있는 수명조차 인간들의 좌지우지하는 미래가 무지개빛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순환의 법칙에 따라 탄생과 소멸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만 우매한 인간에게 겸손이라는 마지막 희망이라도

간직할 것이 아닌가.

주드 로주연의 '리포맨'의 원작소설이라는 소개글로 시작해서 일까 읽는내내 눈앞에 스크린을 보는 것 같았다.

얼핏 냉혹해 보이는 얼굴을 가진 주인공을 상상하면서 그래도 사랑만이 세상을 구원해주는 열쇠가 될 것임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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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감록 - 신역 홍신한문신서 42
이민수 엮음 / 홍신문화사 / 198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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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가 끝날 무렵 세계는 종말론에 휩싸여 뒤숭숭한 2천년을 맞았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나 마야의 예언들은 여전히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있다.

이렇듯 미래가 불안할수록 사람들은 예언을 믿고 피난처를 찾게 된다.

신을 대신하는 교주들이 등장하고 신종 종교가 사람들을 현혹했다.

이런 불안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있어 왔던지 우리나라에도 예언서가 등장하게 된다.

참서(讖書)의 하나인 이 책은 여러 비기(秘記)를 모은 것으로 참위설,풍수지리설,도교 사상등이

혼합되어있다. 저자도 알수없고 오랜세월 민간에 전해 내려오는 동안에 다양한 이본(異本)이 생겨

그 종류가 40~50종류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책이름이기 보다는 말세예언을 추종하는 민간신앙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정감록》의 원전 격인 《감결》은 조선의 선조인 한륭공()의 두 아들 이심(

이연()과 조선 멸망 후 일어설 정씨()의 조상이라는 정감()이 금강산에서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엮어져 있다.

그 내용은 조선 이후의 흥망대세()를 예언하여 이씨의 한양() 도읍 몇백 년 다음에는

정씨의 게룡산 도읍 몇백 년이 있고, 다음은 조씨의 가야산 도읍 몇백년 같이 우리나라의 도읍지를

말하고 그 중간에 언제 무슨 재난과 화변이 있어 세태와 민심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을 차례로

예언하고 있다. 유난히 변란이 잦았던 과거의 역사이다 보니 민심이 이런 예언서에 혹세무민하여

십승지지(十勝之地)와 같이 전쟁의 화마로부터 보호될 수 있는 곳을 찾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주로 깊은 산중에 자리한 십승지가 아무래도 전쟁으로부터 안전하였을 것으로 생각되긴 한다.

정감록과 같은 책이 대중에게 관심을 받는 것은 외세로부터 백성을 지켜주지 못하는 지도자의 무능과

힘이 없는 대중이 기댈곳이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과연 정감록에 쓰여진 대로 역사가 전개되어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떤 부분을 맞고 어떤 부분은 황당한 이야기로 남았다.

대중에게 비기로 관심을 받았던 정감록은 어떠한지 실체를 알고 싶었다.

아쉬운 점은 정감록에 기록된 사건들이 과연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설명이 없었다는 점이다.

단순히 책을 해석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역사와 맞물려 예언서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주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면 대중에게 정감록의 실체가 좀 더 확실하게 다가올 수 있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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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마이 퓨처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53
양호문 지음 / 비룡소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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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지상주의, 성적지상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상실감과 자본주의 사회의 냉혹함을 감동으로

끌어올린 작품이다.

어느 학자가 서울의 변두리에 있는 산동네의 아이들을 이십년간 추적을 했단다.

과연 그곳에서 나서 자란 아이들은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에 대한 연구였던 것 같다.

대부분 일용직 막노동의 삶을 산 그들의 부모들처럼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비슷한 삶을 살게 되더라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신분상승, 흔히 말하는 개천에서 용나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도금공장과 채석장에서 일하던 아버지는 일터에서 얻었을법한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골목시장 좌판앞에서 김밥장사를 하는 엄마는 장사가 되지 않아 폐업을 하기에 이른다.

정신지체자인 형과 누나를 둔 장세풍은 이제 열 여덟살의 긍적하나 만큼은 국보급의 멋진 소년이다.

그가 마주한 세상은 어둡고 뛰어 넘어야 할 벽은 높기만 해 보인다.

공부는 시원치 않지만 화장실 청소는 끝내주게 잘하는 세풍은 엄마에게 가게를 차려주고 싶어

자퇴를 한 후, 음식점 배달원으로 취직을 한다.

그저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면 성공한다는 그말은 그저 격언으로만 써먹는 것일까.

배달시켜먹고 음식값을 떼어먹는 몰염치한이 있는가 하면 자기 영역을 양보하지 않으려는 쪼잔들이 태반인 세상이다.

어린 소년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처럼 자기 실속만 챙기는 업주들도 있다.

가진 것 없고 미래도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세상은 지하 셋방의 곰팡이 낀 어둠처럼 빛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세풍은 털털 거리는 오토바이를 타고 세상을 향해 보란듯이 달리고 있다.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어떤가. 가진 것이 없으면 어떤가. 이렇게 긍정뿐인 소년에게 역경은 초라해 보인다.

성적이 조금 떨어졌다고 옥상에서 떨어지는 아이들이 있는 불구의 사회이다.

여전히 폭력을 정당화하는 못난 교사가 있는 학교는 감옥과 다르지 않다.

누군가는 청정한 곳에서만 산다는 반딧불처럼 어둠속에 한점 빛이라도 뿌려야 하지 않겠나.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세상에...세풍이 처럼 청정한 소년하나쯤은 세상을 받혀줘야 하지 않겠나.

청소용역업체로 식당도 차리고 화원도 차리고 싶다는 세풍의 무작정 긍정앞에 절망과 폭력들은

무릎을 좀 꿇어줘야 세상 살맛이 나지 않겠나. 꼴찌들에 대한 책 세권을 내겠다는 작가의 공언은

지켜졌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가 꼴찌들에게 박수를 보낼 것임을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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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상자 꿈꾸는 달팽이
루스 이스트햄 지음, 김경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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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시간 저편에 아픈 기억을 가진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치유의 손을 내미는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보스니아 내전으로 온 가족을 잃고 입양 되어 온 알렉스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점차 기억을 잃어가는

할아버지를 돌보는 착한 소년이다.

 





 

가끔은 폭력적이 되기도 하고 가족을 괴롭히기도 하는 할아버지와 더 이상 살기 힙들다면 부모님은

요양원으로 보낼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가끔 정신이 돌아오는 할아버지는 유일한 친구인 알렉스에게 집을 떠나기 싫다며 자신을 지켜달라고

부탁한다.

집에 불까지 내는 일이 생기자 더 이상 할아버지를 보호하기 힘들었던 알렉스는 과거의 기억에 갇힌

할아버지의 과거를 캐내기로 마음먹는다.

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속에 사랑하는 형과 아내를 잃고 평생 배신자로 낙인 찍힌 채 자식에게마저 인정받지

못하고 살아온 할아버지의 과거속에는 과연 무슨 비밀이 있는 것일까.

가족을 죽인 폭도들의 총부리를 피해 동생과 함께 달아나다 물 속에 빠졌던 알렉스는 동생의 손을 놓쳐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도서관 사서인 커비선생님의 말처럼 마음속에 고인 아픈 기억들은 숨기지 말고 꺼내어 치유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구해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기억의 저편에 숨어 버리고 싶었던 두 사람은 결국 사랑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게 된다.

 





 

전쟁은 파괴와 아픈 기억을 만든다. 그게 승자든 패자든 상관없다. 전쟁에서 승자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누군가에게서 사랑하는 가족을 빼앗고 얻은 승리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 아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남은 사람들의 삶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처럼 비참하기만 하다.

기억을 잃음으로써 숨고 싶은 사람, 밀폐된 상자안에 가둬둔 사람, 기억을 조작함으로써 위안하는 사람,

누군가 상징적인 사람을 희생양으로 세워 죽을 때까지 복수하려는 사람, 그리고 그런 사람과 사실을

묻어놓고 세상에 드러내는 것을 겁내는 권력자들에 이르기까지 온갖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하지만 가족들의 사랑앞에서 그 아픔은 결국 치유의 힘을 얻게 된다.

전혀 눈물이라곤 흘리지 못했던 알렉스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흐르면서 가슴속에 고였던 상처가 치유되기

시작했다.

인간성을 파멸하는 전쟁이나 복수의 엄청난 비극도 가족과 사랑앞에서는 무릎을 꿇고 만다는 진리를 또 한번

알게 해준 아름다운 소설이다. 지금도 지구촌 어디선가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는 짐승같은 인간들이

있다면 총알 대신 이 책을 쏘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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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돈나라 여행기 : 베트남.캄보디아 - 동화가 있는 소중애의 베트남.캄보디아 여행기
소중애 지음, 최달수 그림 / 어린른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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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비슷한 역사와 아픔을 지닌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 건너온 여인네의 수가 수십만명에 이른다니

정말로 '사돈나라'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에 개봉된 인기 영화 '완득이'의 엄마도 필리핀에서 온 여인일만큼

이제 우리 사회는 다문화가정이 흔해졌다.

전직이 교사인지라 이 것 저 것 가르치려는 버릇을 여전히 못 고친다는 현직 동화작가 소중애 여사가 만난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모습은 어떠할까.

 

 





 

가무잡잡한 피부에 맑은 눈을 한 어린아이의 눈망울처럼 순하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빨리 빨리'문화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느려터지고 준비자세 엉망인 그들의 생활태도에

속도 터질법하겠지만 돌이켜보면 같은 시간을 그들처럼 여유롭게 즐기고 산다는게 일순 부럽지 않은가.

미국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그들만의 비법은 바로 이런 여유와 인내심이 아닐까 싶었다.

한때는 그들을 향해 총부리를 겨눌 수 밖에 없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우리나라의 핏줄을 가장 많이

이어주고 있는 어머니들의 나라가 되었다.

그들의 순하고 여유로운 문화가 자연스럽게 우리민족에게도 섞여지길 기대해본다.

배낭여행의 프로라고 자부하는 작가이지만 따뜻한 시각으로 사물을 보고 같이 나누는 시간들은 참으로 푸근했다.

유독 크게 자란 팜 트리가 수많은 학살의 결과라는 가이드의 말은 나도 섬뜩하게 느껴졌다.

영화 '킬링필드'의 수많은 유골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노년의 인구가 거의 없을 정도이겠는가.

한 사람의 무자비한 폭정이 세계사에 어떤 고통을 남겼는지를 극렬하게 보여주는 나라 캄보이다의 아픈 역사이다.

이제는 저세상으로 간 폿 폴이 자신이 죽인 그 수많은 영혼들에게 어떤 댓가를 받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세계적인 관광지인 앙코르와트에 새겨진 총탄과 파괴의 현장을 보니 인간의 잔인성과 폭력성이 그대로 새겨진 듯

하여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사람이 오르기가 힘들만큼 가파른 계단은 신께 자세를 낮추고 겸허하게 다가오라는 뜻이라는데 인간의 오만을 보는

신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발가벗겨진 아이들을 내세워 구걸을 한다는 그들에게 버릇이 된다고 돈을 주지 말라는데..

과연 모질게 돌아설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진다.

그들의 가난한 모습속에 우리들의 과거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동화작가답게 자신이 본 사물에 아이들의 마음을 입히는 아름다운 동화가 곁들여 있어 더 정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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