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컬링 (양장) - 2011 제5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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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엉망진창인 10대를 보냈기 때문에 소설가가 되었다는 작가가 있단다.

그렇다면 이 책에 나오는 10대 소년들은 결코 소설가는 되지 못할 것이다.

도리어 엉망진창인 세상을 향해돌멩이를 날리는 이 소년들은 너무나 아름다운 십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 저나 컬링이라니...하긴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언젠가 TV에서 스톤인가 뭔가를 빗자루 비슷한 걸로

쓸어내리는 해괴한 스포츠를 본적이 있기는 하다. 도대체 무슨 재미로 저걸 하나 싶었는데..

이제 난 컬링 게임을 시시하게 보지 못할 것 같다.

며루치와 산적과 으랏차 소년의 가슴을 뻥 뚫어준다는 '컬링'을 어찌 외면하겠는가.

 





 

'세상을 바꾸려면 힘이 들거든. 세상은 바뀌보다는 바뀌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 훨씬 많아. 그걸 다수라고 하지.

그리고 말이다. 결국 다수가 원하는 대로 세상은 돌아가는 거다.' -244p

 

가슴이 먹먹해진다. 힘있는 사람들이 만들었다는 법이란게 힘없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알면서도

나역시 세상이 바뀌지 않기를 바라는 다수에 속한 것은 아니었을까.

어느 시대 언제 어디서나 힘없는 사람들은 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런 사람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거나 그들이 닥친 불행을 당연하다고 무심히 대해왔을지도 모른다.

이런 어른들에게 '그냥 컬링'팀을 조직한 소년들은 강펀치를 날리고 있다.

 





 

부모님들의 강권에 못이겨 꿈조차 제맘대로 가질 수 없는 우리 아이들!

개성없고 획일화된 교육에 시름 시름 시들어가는 젊음과 비겁하기만 한 현실에 스피릿, 울분과 저항,

그런 것 때문에 컬링을 한다는 아이들!

부(富]와 권력으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못난 어른들에게 브러쉬를 흔들며 정의로움에 다가가려는 아이들의

눈물어린 투쟁이 우리 못난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세상이 아무리 불합리하고 멋대로의 잣대로 아이들을 두들겨도 오뚜기처럼 일어나서

맛서 싸울줄 아는 소년들이 있어, 친구를 위해 대자보를 흩뿌리는 용기가 있어서 세상은 아직 살아볼만

하다고 나를 위안한다. 그리고 소년들이여 쩔어도 좋아 '그냥 컬링'팀 못난 어른들이 응원할게!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엉망진창인 십대에 가깝다고 엄살을 떠는 작가여,

엉망진창이 아닌 십대의 빛나는 이야기를 멋지게 풀어놓을 줄 아는 딴짓이라면 언제든지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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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건 사라지지 않아요 - 당신이 잊고 지낸 소중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
김원 글.사진.그림 / 링거스그룹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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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곁에 있지만 그동안 잊고 지낸 소중한 것들을 보이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파랑새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더니 우리가 숨쉬는 공기처럼 보이지 않지만 혹은 보이지만 느끼지 못했던

고마운 이웃들과 사물들에 대해 얼마나 무심했는지 부끄러웠다.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는 사람이어서 그런것일까. 저자는 사물을 보는 눈이 깊고 감성이 섬세하다.

어느 날 새벽 문득 눈을 떴을 때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 생각했더니

이런 저런 이유로 미루거나 핑계만 대지 않는다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란 없더라는 말에

나역시 그래왔던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여건이 좋아질 때까지 혹은 시간이 좀 여유로워질 때까지 기다리다보면

어쩌면 그 일을 영원히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저지르는 삶이 아름답다는 그의 말에

나역시 '아 글쎄 좀 기다려 보시라니까요. 나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구요.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나가 생기면 하나를 버려야 한다는 말도, 손펀지를 써서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넣고 싶다는 말에도

갑자기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욕구와 이렇게 살아야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음을 문득 깨닫게 된다.

취미가 무엇이냐는 그의 질문에 쉽게 대답을 내어 놓지 못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탄식이 나왔다.

 

'사랑이란,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사람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것이다.'

-본문 218p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 인용문

 

아! 나는 비가 오면 우산부터 챙겨 상대에게 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믿고 살아왔음을.

 





 

'친구란 내 슬픔을 등에 지지고 가는 자'라는 인디언의 격언처럼 이 책은 내가 등에 짊어 지고 있던 짐 하나를

끌어내려 턱하니 짊어지고 앞서나가는 친구처럼 느껴진다.

조금은 가벼워진 영혼의 무게가 가뿐하다. 그리고 이 사람 과연 어떤 감성을 가진 사람일지..

바람 스산히 부는 이 가을에 마주앉아 뜨거운 국물 안주 앞에 놓고 술 한잔하며 밤새워 얘기하고 싶어진다.

사랑을 믿는다는 당신! 혹시 내게도 나누어줄 시간이 있으십니까?

저자의 작품을 보면 마음에 선명히 맺히는 게 있다는 가수겸 배우 김창완의 추천사처럼 나도 내마음에

파란 가을 하늘처럼 문득 맺히는게 느껴졌다. 그래서 읽는 내내 눈이 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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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동양고전으로 미래를 읽는다 9
일연 지음, 최호 옮김 / 홍신문화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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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작가 김훈은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삼국유사'를 꼽았다.

그렇다면 교과서에서나 만났던 삼국유사의 진면목은 어떠한가.

분명 역사책인데 마치 동화책을 읽는 느낌이다.

 





 

삼국유사속의 이야기는 단편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마늘과 쑥을 먹고 여인이 되었다는 웅녀의 이야기부터 선덕여왕이나 만파식적,

맹아의 눈을 뜨게한 분황사의 천수대비의 이야기등 마치 동화를 읽는 것처럼

전설과 현실을 넘다드는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혹시 지루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순식간에 씻어내고야 만다.

지금처럼 자료가 풍부한 것도 아니고 찾고 정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시대이던가.

과연 고려후기에 승려의 신분이었던 일연은 어떤 의지로 이 책을 썼는지 궁금하다.

혹은 잘못된 자료는 바로잡아가며 여러가지 설이 있다면 다른 설까지 곁들어가며

정성없이는 도저히 쓸 수 없었을 책이다.

 





 

책을 덮는 순간 오랫동안 풀지 못한 숙제를 한것같이 개운함이 느껴졌다.

아 이렇게 멋진 책을 너무 늦게서야 읽게 되었구나 하는 회한도 들었다.

두고두고 후손들에게 읽힐 훌륭한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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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역열차 - 144회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
니시무라 겐타 지음, 양억관 옮김 / 다산책방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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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고해다'라는 말은 이 책에 등장하는 '간타'라는 사나이의 삶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물론 성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갇힌 아버지를 보고 충격을 받아 삐딱선을 타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저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한심한 인생을 살게된 것은 순전히 게으르고 나약한 자신의 책임이다.

먹을것이 떨어지고야 하루벌이라도 나서는 열아홉 소년의 미래가 밝아 보이지 않는것은 그 때문이다.

방세가 밀려 쫓겨나기 일쑤인데다 밀린 돈을 떼어먹고 야반도주도 부지기수이다.

고등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남들과 어울려 사는 법을 배우지 못하였으니 제대로 된 친구를 사귈 기회도

놓쳐버리고 말았다. 한 며칠 돈이라도 모을라치면 여자를 사기위해 유흥가로 달려가는 정말 이렇게

한심스런 인생을 살아도 야단칠 가족이나 친구조차도 없다.

'책은 길잡이다'라고 내가 늘 외쳤던 것 처럼 이 막되먹은 청년에게 한 권의 책이 다른 인생을 살게

해주었다. 스물 세 살에 그와 흡사한 삶을 살았던 1920년대 소설가 후지사와 세이조의 소설을 읽고

마음이 움직였고 그가 추구했던 일본 사소설의 세계에 매료된다. 그후 일과 글쓰기를 병행하는

제대로 된 삶을 시작하였다니 책이 그의 인생을 구원한 셈이다. 역시 글의 힘이란 대단하다.

결국  이 책으로 그토록 소망하던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였으니 인생역전 제대로 한 셈이다.

 





 

'나락에 떨어져 소매에 눈을 적실 때'는 작가로서 간절하게 아쿠타가와 상의 수상을 기대하는 진솔한

모습이 그려졌다. 아마도 이 글이 심사위원들의 맘을 움직이지 않았을까.

 





 

작가지만 도도하지 않고 인간다운 욕망을 드러낸 모습이 덥수룩한 수염에 무뚝뚝할 것만 같은 인상이

다소나마 부드럽게 다가온다. 그리고 어디선가 대충 살고 있는 누군가가 그의 이 작품을 읽고 그가

그랬던 것 처럼 인생역전의 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그 누군가가 내가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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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먹고살기 - 경제학자 우석훈의 한국 문화산업 대해부
우석훈 지음, 김태권 그림 / 반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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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적인 자양분이 될 문화를 경제학자의 눈으로 실랄하게 파헤친 책이다.

잘사는 나라일수록 문화 컨텐츠의 구성이 탄탄하고 '문화생활'을 여유있게 즐기고 있다.

대한민국은 경제강국이 되었고 GNP2만불의 여유로움을 가졌음에도 정작 '문화생활'은 여전히

강국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가 바로 이 책속에 있었다.

쿼터제가 없어진 영화산업도 미래가 불투명하고 약육강식의 방송가의 뒷이야기는 씁쓸하기만 하다.

잘나가는 연예인도 있겠지만 밥먹고 살기 힘든 연예인과 방송종사자가 너무 많은것은 가슴아픈 현실이다.

방송국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한 방송작가나 빈곤과 배고픔에 죽음을 맞이한 작가의 이야기가 바로 이런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풍요속에 빈곤'이란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니겠는가.

연극배우가 소원이었던 시절 미래의 가난이 싫어 현실과 타협하고 적당히 기름진 삶을 살고 있는 내가

여전히 배고픈 배우들이 넘쳐나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연명하는 수많은 예술가들의 현실을 보노라면

못다한 배우로의 꿈을 접은 것이 잘한 일만 같이 씁쓸하다.

iT강국의 국민들은 이제 온세상과 통하는 전화하나로 무장하고 책을 덮은지 너무 오래되었다.

더불어 시와 소설을 써서 혹은 출판을 해서 먹고 살기는 그야말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란다.

영화나 드라마에 출현하는 배우들 중에도 주인공 배우 몇을 제외하면 여전히 노후를 걱정하고 있고

심지어 출현로나 제작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니 이런 기막힌 현실을 일반인들은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한류열풍이 몰아쳐 미주나 유럽까지 열광하고 있다니 그저 우리나라의 문화가 이제야

세계에 빛을 발하는구나 안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저 많은 예술인중에 극히 일부분이라는 얘기다.

마치 오리가 유유히 물위를 떠다니는 듯 싶으나 물밑에는 엄청난 물차기를 하듯이 그들을 떠받히는 많은

사람들의 삶은 결코 녹록하지 않음을 비로서 깨닫게 된다.

'돈 없이는 문화도 없다'는게 이 책의 결론이다.

함부로 꺼내기도 힘든 문화의 어둠속의 진실을 경제적인 논리로 제대로 풀어헤친 것을 보니 졸부들의

서재에 꽂힌 먼지 앉은 전집을 보는 느낌이다. 화려하지만 사랑받지 못하고 때로는 잊혀지는 존재들처럼.

진정한 부(富)란 돈뿐만 아니라 바로 문화의 섭취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돈이 개입되지 않으면 비루 먹은 당나귀같은 존재일 뿐이다.

연극이 좋아서 음악이 좋아서 배고픔을 이기며 대학로로 홍대앞으로 몰리는 젊은이들이 있어 그나마

미래에 희망을 걸어본다. 하지만 즐기는 사람들이 없다면 그 즐김을 위해 선뜻 주머니를 열 사람들이

없다면 사하라 사막처럼 피폐해질 것만 같아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심정은 참담하기만 하다.

 

'인류는 책이 있어 이 단계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59P

 

어찌보면 딱딱한 학문같기도한 경제학을 공부한 저자가 이렇듯 풍부한 지식을 곁들인 책을 쓸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가 어려서 부터 읽은 책 때문일것이다.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이다.

책 한권만이라도 삭막한 가슴에 심어보자. 뭐든 솟아나는 기쁨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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