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분석 고전으로 미래를 읽는다 22
칼 구스타프 융 외 지음, 권오석 옮김 / 홍신문화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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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든 사물을 보고 듣고 인식하고 느끼고 생각한다. '의식'이란 정의를 굳이 말한다면 바로 이런 부분일 것이다.

정확하게 자기 자신이 느끼는 모든 것들. 의심많은 인간들은 '의식'을 통해 믿고 판단하고 대처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의식 되지 않는 어떤 유의 사상도 존재한다. 다시 말하면 그 것들은 의식의 영역아래 머무른다고

하겠다.  우리가 이 '무의식'을 인지 하는 것은 직관에 의한 경우나 깊은 사색의 과정에서 '그 것'이 있었음을 알아차리게

되는 경우뿐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무의식'의 세계에 대해 인정하지 않거나 존재 자체를 믿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분명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의식'에 의한 것보다 '무의식'에 의해 더 많이

지배당하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인간의 진화과정을 통해 유전적으로 전이되었던 수많은 기억들과 습성들, 그리고 살면서 자신을 지나쳤던 사람들과 사건에

의해 우리는 '무의식'의 창고속에 차곡차곡 무엇인가를 쌓아 놓고 있었다. 의식할 수 있는 것들은 미리 준비를 하거나

예측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속에 내가 모르는 무엇인가가 살고 있다면 얼마나 놀라운 일이겠는가.

그 무엇인가가 때로는 내 몸과 정신을 나도 모르게 지배하고 있었다거나 나의 성공과 실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였다면

과연 그 존재가 무엇인지 깊이 들여다 보지 않을 수가 없다.

 

꿈의 일반적인 기능은 미묘한 방법으로 마음 전체의 평형성을 이루게 하는 재료를 산출함으로써 심리적인 평형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꿈은 때때로 어떤 사태가 실제로 일어나기 전에 그 장면을 보여주거나 닥쳐올 위험에 대해 경고를 보내주기도 한다.

하지만 전혀 엉뚱한 사건이나 인물들이 등장하거나 도무지 무슨 뜻인지도 모를 꿈을 꾸기도 한다. 하지만 흔히 '개꿈'이라고

해석되는 이런 꿈들조차 자신의 내면의 '무의식'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내 자신의 내면세계에 존재하는

'무의식'에 대한 자각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깨닫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꿈을 해석함에 있어서 일반적인 규칙을 설정할 수

없다는 점이 명백해진다.

꿈은 프로이트가 말하듯이 '인정할 수 없는 소망'으로부터 수면을 지켜주고 있는 것이 아니고 프로이트가 꿈의 '변장'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은 모든 충동이 무의식 속에서 자연스럽게 취하고 있는 모습인 것이다.

꿈이란 의식에 가깝기 보다는 무의식에 가까운 영역이다.

 

'정신적인 안정을 위해, 그리고 신체적인 건강을 위해서도 무의식과 의식은 하나로 결합되어야 하고 따라서 서로 평행적으로

작용하지 않으면 안된다. 만약 그것들이 서로 떨어지거나 분리되기에 이르면 심리적인 장애가 따르게 된다. 이런 점에서 꿈의

상징은 인간 마음의 본능적인 부분으로부터 합리적인 부분으로 보내지는 중요한 메시지의 전달자이다. -78p

 

희로애락과 오욕칠정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들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엄청난 문명과 문화를 꽃피우고

번영을 거듭해오는 과정에서 오히려 '의식'의 세계보다는 '무의식'의 세계가 더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믿게된다.

뭔가 더 많은 발전을 향해 인간들에게 유전되어왔던 '무의식'의 자산들이 아무래도 긍정쪽에 가까운 것은 사실인 듯하다.

그렇지 않다면 인류는 멸망했을 것이므로.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눈에 보이는 것'들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힘을

더 많이 느끼게 되는 것이다. 무심코 했던 한마디의 말이나 사소한 행동조차 '무의식'의 표현일 수 있으니 눈여겨 볼 일이다.

그동안 본능에만 충실했던 사람들이라면 합리적인 세상으로 나오기 위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무의식'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C. G. 융의 무의식의 해석은 '보이지 않는 세상'으로 들어가는 키워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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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하다 죽으리
이수광 지음 / 창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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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평생 사랑하다 사랑하는 이의 가슴에 안겨 죽을 수 있다면 행복한 삶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보지만 막상 같이 한 시간보다 헤어져 있던 시간이 더 길었던 정인끼리

평생을 그리워하다 죽음에 이르러서야 만났다면 그건 행복이었을까 불행이었을까.

누군가는 행복과 불행은 자신이 느끼는 것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하지만 억압된 시대에

태어나 신분의 굴레까지 덧 씌워진 두 남녀의 사랑을 보노라면 통렬한 아픔이 더 많이 느껴진다.

 



 

김려는 당쟁이 극심하던 조선 정조때의 인물로 학문과 사상이 청초하였으나 억울한 모함으로 함경도

부령땅에 배되어 고초를 겪고 다시 진해에 유배되어 오랜 세월 묶인 몸으로 살았으나 부령에서 만난

부기(府妓) 화를 만나 평생의 연인이 되고 그 사랑의 힘으로 평생을 견딘 불행한 선비이다.

 

아니 이 판단은 뛰어난 학재에도 불구하고 관료로 성공하지 못한 점이나 굳이 유배를 가야 할 정도의

죄가 아니었음에도 좋은 시절을 변방의 땅에서 혹독한 시련을 견디어낸 그의 삶의 대부분을 보면

불행하다 느낀 내 느낌일 뿐인지도 모른다. 연애라는 것이 드물던 시대에 부모들이 짝지어준 사람과

혼인하고 아이들을 낳고 평생을 같이 하는 것이 당연했던 시절에 흔히 자유연애를 했다거나 자신의

모든 불행과 맞바꿀만한 불꽃같은 사랑을 이루어 낸 것으로 보면 그들처럼 행복한 이는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자유로운 시대에 태어나 구속없는 사랑을 나누고 사랑을 완성하였더라면 더 말할 것도 없겠지만

당쟁의 회오리속에 속해있던 사내와 유배의 땅 함경도에서 태어난 노비의 딸과의 사랑이라면 결코 순탄치

않았으리라는 것을 알고도 남겠다. 만나야 할 사람을 기어코 만난다더니 북쪽의 끄트머리 땅에 속해있던

계집과 한양 사대부간의 만남은 참 쉽지 않은 인연이다. 허나  두 남녀가 넘어야 할 산은 높기만 하여

신분의 고하로 인해 고작 소실이 되거나 흔히 내연의 여인으로 남거나 화류계에서 나누는 그저 그런

풋사랑쯤이었다면 차라리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억울한 모함에 걸려 결코 살아 오지 못한다는 변방으로 유배가는 것도 기가 막히지만 가고 오는 비용은

물론 자신을 돌보아 주는 사람들에게 때때로 뇌물도 써야했다는 귀양살이의 면목을 보니 어처구니가 없다.

무슨 꽃놀이가는 것도 아니건만 원한 길도 아니건만 스스로 비용을 대가며 굳이 유배를 가야하다니.

다행히 그 땅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억울함과 외로움을 덜었으니 다행이지만 평생 그 남자의 사랑을

가슴에 담고 죽는 날까지 수절을 하고 주변 관리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연화의 삶은 어쩌란 말인가.

과연 내가 연화였다면 사랑의 기억만을 붙들고 매일 죽음과 만나는 삶을 계속할 수 있었을까.

 

물론 이 소설은 김려가 지은 책에 나오는 몇 줄의 시가 단서일 뿐 이 내용처럼 이렇게 절절하지 않을지도

모르고 조선 500년 역사속에 가장 위대한 사랑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 시대의 사내들이 그랬던 것 처럼

양반과 기생의 그저 그런 연정이었다해도 허난설헌이나 위강보다 뛰어났다는 연화의 재능과 영민함만은

사실인 듯하다. 그녀의 언행을 적었다는 <연희언행록>이 전해지지 못했음을 실로 안타깝기만 하다.

중국의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존경받았다는 <허난설헌>처럼 연화의 이름도 드높았을텐데 말이다.

양반가의 딸이면서도 자신의 한많은 삶을 이기지 못해 숨져간 허난설헌도 그러했지만 시대의 불평등에

어이없이 죽어간 조선의 여인이 어디 한 둘 이겠는가.

 



 

그나마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불꽃같이 살다 갔으니 조선의 여인네치고는 다행일 수도 있겠다.

역사서라는 것이 대체로 경직되어 있거나 사실만을 전달하거나 잘못된 해석으로 뒷말이 무성할 수도 있겠으나

부족한 자료만으로도 이렇듯 아름답게 꽃피워 세상에 내놓았으니 설령 진실이야 어찌되었든 난 김려와

연화의 사랑이 이보다 더 지극하였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율곡이 기생 유지와 한방에 자면서도 동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신기했던 시대이고 보니 이렇게 가슴절절한 위대한 사랑 하나쯤 살려 놓는 것이

 당쟁과 탄압과 비리로 서글펐던 시간들을 살았던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지 않겠는가.

연화와 김려가 대에 다시 태어나 사람과 오손도손 아이 잘 낳고 살았으리라 믿고 싶다.

어쩌면 지금 이 시대에 어디선가 알콩달콩 그렇게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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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훈의 향연 - 끝나면 수평선을 향해 새로운 비행이 시작될 것이다
한창훈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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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떠올리면 돌고래 냄새가 난다고도 하고 흰머리 흩날리는 봉두난발의 형용을 하고 글만 쓰는

사람으로는 아깝다는 동갑내기 공선옥작가의 글이 덧붙여진 '향연'은 최근 내가 본 그의 작품중에서

비교적 밝은 축에 속했다. 그의 고향 거문도에서 생계형낚시를 하며 살아간다는 최근의 작품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처럼 입맛다시게 하는 '물고기의 향연'이 있는 가 하면 그전에 쓰여진 이 '향연'은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향연'이다. 바다내음보다는 술내음이 더 짙게 풍기는 이 책에는 그와 무척

닮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문학가중 80%가 시인이라더니 소설가보다 시인 친구가 더 많아보이는데

한결같이 그와 닮은 꼴의 사람들이다. 두주불사 술독을 껴안고 지내는 예술가들의 헛증은 과연 무엇일까.

 


 

그 헛증으로 인해 시도 쓰고 소설도 쓰련만 제 살 갉아먹고 영혼을 휘집어 놓는 그들의 아픔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가난한 부모를 두고 혹은 그런 부모조차 없기도 하고 방랑벽과 역마살이 섞여 어디론가 떠돌고

어디엔가 적을 두고 돈을 벌어온 기억은 거의 없거나 잠깐 있거나 했고 불같은 사랑이 있거나 아예 없거나

한 결코 평범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거나 혹은 보지 말아야 할 것들까지

너무 많이 봐버려서 제 혼마저 들끓게 만드는 사람들이 그를 미치게 할만큼 매혹시키거나 술 뒷바라지에

진짜 미치게 만드는 존재들!

 

정작 그들은 살과 혼을 파먹어가며 미쳐가는데 멀찍이 선 우리들은 그들이 그렇게 지어낸 피같은 작품들을

보면서 공감하고 위안하고 행복감까지 느끼면서 살아가니 조금쯤 미안한 맘이 드는 것도 어쩔수 없다.

 


 

바다는 뭍 사람들에게는 영원한 고향이요 안식이고 피난처이다. 하지만 정작 섬에서 태어나 자란 이들에게는

고행하는 유배지이고 천형을 치르는 감옥같은 곳이기도 한 모양이다.

언젠가 간 적이 있는 섬에서도 늙은이와 홀아비가 지천인 것을 보면 특히 젊은 사람들과 여자들에게

더 극심하게 느껴지는 곳인 모양이다. 몸과 마음이 병들어 찾아든 이들 조차 바다의 치유로 회복되면

다시 병이 들어 돌아올 망정 뭍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곳!

얼핏 낭만적이고 서정적일 것 같은'서이'란 이름은 사실 하나 둘 서이 너이의 보통명사중에 하나일 뿐이어서

딸 많은 가난한 아버지의 무관심에서 비롯된 그이름을  가진  수많은 섬 여자들이 숱하게 떠나왔던 섬!

 

그럼에도 전국 팔도를 떠돌며 품을 팔아 살아가던 작가가 결국은 다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그 섬에는

가난과 추억과 그리운 사람들 말고도 분명 대단한 마력이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읽은 '지리산 행복학교'에서 만난 버들치 시인 '박남준'을 이곳에서 보니 더 반갑게 느껴진다.

나야 지리산 산골짜기로 그의 사랑을 얻기 위해 찾아드는 여인족에 합류할 생각은 없지만 그의 전화에

녹음되어 있다는 한 마디는 꼭 듣고 싶다.

 

"더운날 집에 있는 꼬추들은 잘 간직하고 있겠지요. 이 더위에 꼬추가 축축 늘어져 떨어지지 않도록

잘 붙들어 매주시기 바랍니다."

 

눈물많고 평생 '네번 반'라는 희한한 별명이 붙어있는 그가 봄이 오는 이 길목에서 어떤 말을 들려줄라나.

 

"벗꽃 본다고 어찌나 사람들이 밀려드는지 내가 여직 집에 도착 못한 것은 길바닥에 갇혀 있다는 뜻이지요.

사람들 다 빠져 나가는 늦봄에나 도착할지 모르겠으니 너무 기다리지 마씨오. 근데 꽃은 정말 이쁩디다."

눈송이 처럼 휘날리는 벗꽃잎을 맞으러 지리산으로 갈꺼나 아님 동백꽃이 뚝뚝 떨어져 피같이 고였다는

섬을로 갈꺼나. 이 봄에 자꾸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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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를 봤다 - 개정판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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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앞에 마흔 한개의 퍼즐조각이 널려있다. 과연 어떤 그림이 나타날지는 잘 모르겠다.

요즘 복잡한 머리를 잠시 붙들어두고 몰입하는데 최고라는 퍼즐조각들이 1000피스이상이라는데

마흔 한개 쯤이야 한 두시간이면 뚝딱 맞춰지지 않겠는가.

문제는 분명 조각은 마흔 한 개인데 한 개의 퍼즐조각을 들어 올리면 한 뿌리에서 줄줄이 매달려 나오는

고구마처럼 숨겨진 것들이 연달아 끌려나오는 데 있었다.

 

돈을 먼저 받으면 돈 쓰느라 바빠 원고에 손을 댈 수가 없다면서도 미리 원고료를 받지 않으면 사람이

시시해지는 것 같고 책임감마저 없어지는 것 같아 미리 받아 써버린 계약금 원고 독촉에 어디로 도망이라도

가고 싶다는 소설가가 우선 이 소설을 완성시킨 화자로 등장한다.

얼핏 소설가 자신이 아닌가 싶게 술 좋아하고 사람좋아하고 바람처럼 떠돌기를 좋아하든 화자는

'대한민국 대표 명사 인명록 대사전 편찬위원회'는 곳에서 보낸 편지글을 보면서 쌍팔년도 적에 이미

자신의 아버지에게 써먹은 수법으로 수작을 걸어온 편지를 보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이용원임을 알게된다.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은 장군 집안 후손의 막내아들 이용원은 장성하여 고향을 탈출하여 회사를 다니다가

개인 사업을 벌이지만 도무지 세상물정 모르는 중증환자인 그의 사업은 창업과 폐업을 번갈아 하며

그와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퍼즐 조각처럼 엮어져 있다.

 

가난한 시골집안에 오로지 잘 한 일이라고는 아이들 아홉을 생산해낸 아버지와 그의 딸과 막내 아들,

그 막내아들이 키워낸 염소를 거래하는 업자와 만병통치약을 개발하여 팔아먹는 영업사원과 그의 친구들

그리고 그들이 찾아간 하우스맥주집 사장까지...

처음에 주의를 기울이고 맞춰나갔던 퍼즐조각들이 어느순간 이곳에도 맞는 것 같고 저곳인 듯도 싶게

헷갈리기 시작한다. 그 유명한 노화억제물질인 '콘드로이틴 전문가'와 몽골식 천막으로 전원에 집을 마련한

사나이가 같은 인물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분명 이 작품을 쓴 소설가든 화자로 등장한 강현수든 분명 호랑이와 관련된 어떤 이야기를 듣거나

경험하긴 한 모양이다. 워낙 방량벽이 있는 사람들이니 깊은 산속 어디엔가에서 뭔가 휙 스치는

검은 물체를 본적도 있을 것이다. 기가 허해 헛것을 보았든 이미 우리땅에서는 전멸한 것으로

알려진 호랑이였든...기어이 그들이 호랑이였다고 우긴들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호랑이를 봤다'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하긴 그 호랑이라는 것이 어찌 깊은 산중에만 있을 것인가 도무지 야생의 것들은

살아내지 못할 도시에서도 우리는 무수한 '호랑이'를 만난다. 단지 워낙 영물이라 모습을 수시로

바꾸어 나타날 뿐.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라는 속담이 여전히 존해하는 것을 보면

분명 이 세상 어딘가에 호랑이는 있다.

 

대체로 실패담이 많은 주인공들이 등장하니 분명 비극쪽에 가까워야 할 이야기들이 이상하게 희극처럼

느껴진다. 가장 많은 실패를 경험한 이용원은 타고난 긍정으로 자신은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고 믿으면서

여전히 어디에선가 새로운 사업을 구상중일 것이고 그의 주변사람들은 그가 어느 날 불쑥 어떤 물건을

들고 나타날지 궁금해 하면서 지내고 있을 것이다. 단지 똥물이 자신을 비켜가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옷만 바꿔입었다 뿐이지 여전히 예전에도 지금도 미래의 어느 날에도 존재할 이용원과 그의 무리들은

본 적이 있는 것고 같고 봤지만 기억은 안나는 호랑이와 그렇게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저러나 난 호랑이를 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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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외롭구나 (Plus Edition) - 김형태의 청춘 카운슬링
김형태 지음 / 예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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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빛이 화사하고 천지에 꽃 봉우리가 화려한 자태를 펼치자고 눈치를 보는 요즘

북풍한설같은 겨울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부지기수이다.

이태백이니 백조니 하는 서러운 꼬리표를 달고 휘적휘적 길을 걷다가 문득 이런

글귀를 본다면 어떤 마음일 들까.

 

'너, 외롭구나!'

 

갑자기 눈물이 핑그르 돌고 차디찬 가슴속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은 푸근함이 몰려들지

않을까.

 



 

'청춘'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고 충만이 넘쳐야 할 그들이 지금 처절한 소외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마치 루저가 된 듯 어딘가에 소속되지 못하고 밀려난 듯한, 아니 밀려날 자리조차 가져보지 못한 변방인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 그들에게 한 남자가 '앓음다운 청춘에게'라며 말을 걸어왔다.

얼핏 다정하게 어깨라도 두르거나 허그를 하거나 손을 잡아주거나 술이라도 한잔 사줄 것 같이 '너 외롭구나'

하며 다가서는 그에게 절대 뒤를 보여서는 안된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너 왜 그러고 사니..뭐 될래.'하면서

뒤통수를 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외롭거나 괴롭거나 소외감을 느낄 때 누군가 말을 걸어주고

관심을 보이면 와락 안기고 싶어진다. 하지만 이 남자는 흔히 말하는 '까도남'에 가까운 인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선 그의 이력이 남다르다.

 



 

홍대 미대를 졸업한 아티스트이긴한데 황신혜밴드를 만들고 노래를 부르지 않나 한동안 연극에 미쳐 백상예술대상

남자배우 인기상을 수상하지를 않나..글도 쓰고 책도 만들고..도대체 어디도 튈지 알 수 없는 종합엔터테이너이다.

나이도 만만치 않다. 마흔언저리쯤 되었으니까 이미 중년이 된 셈이다. 하지만 그에게 나이는 그저 숫자일 뿐.

아마 새벽시장에 나가 생선을 팔으라고 한다면 그것도 못해낼 사람이 아닐 것이다.

그런 그에게 열정을 느껴서일까. 많은 젊은이들이 하소연을 해오는 모양이다.

 

"저는 토익점수도 높고 학벌도 빵빵하고 포트폴리오도 그럴싸한데 왜 취직이 안되는 걸까요?

 왜 세상이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거죠? 정말 불공평하고 억울합니다."

 

"아 저런 너무 안되었군요. 원래 세상이 불공평합니다. 인재를 알아보는 눈이 드문 세상에 태어나신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라는 대답을 기대했다면 얼른 꿈에서 빠져나오기를 바란다.

 

"당신의 포트폴리오가 정말 최선입니까? 혹시 이력서에 적힐 화려한 수식어에만 매달려서 허세만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니구요? 꿈 깨세요. 그런 프트폴리오는 수두룩한 세상입니다. 차별화된 당신만의

뭔가가 있습니까? 목숨하고 바꿀만한 열정이 있느냐구요."

이것도 좀 순화시켜 표현된 대답이다.

대학에 오니 실망스러워서 자퇴를 해야하나, 유학을 가야하나..전공을 바꿔야 하나...어디 여행이라도

떠나볼까요?....정말 대답을 구하는 젊은이들이 이렇게 많다니...하긴 나도 늘 누군가에게 질문을 했었다.

하지만 결국 답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걸 아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빙 둘러가지 않고 시간도 절약되고 머리에 콕 박힐만큼 강력한 대답을 들려준다.

 

"그 사람을 사랑하는 걸까요? 하지만 그와 나는 너무 달라요. 나이가 있으니 결혼을 해야 할까요?"

 

"자기와 같은 취향을 갖길 바라고 요구하는 사람은 사귀지 마세요. 그런 사람은 이기적인 사람이고

자기의 분신을 찾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 자기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기

같은 사람이 또 한 명 있었으면 하는거죠."

 

다정다감한 형이나 아버지같은 멘토를 기대했다면 얼른 책을 놓아야 할 것이다.

그런 대답은 이미 우리가 알고있다. 인정하기 싫어도 고개숙이기 싫어도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젊은이라면 자꾸 딴지를 걸어와도 끝까지 놓지 말고 읽어보자.

라이트 훅 레프트 훅 스트레이트까지 흠씬 두들겨 맞고 나면 포장지가 걷히고 속살 뽀얗게

들어난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무슨 문제가 있는지 혹은 어떤 처방이 필요한지를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다. 그냥 찌질이로 살면서 세상만 원망하려면 도망치면 그 뿐이다.

쓰고 맵고 아픈 충고가 가장 뜨거운 애정의 선물임을 알게 되는 순간 드디어 세상을 향해

날아오를 준비가 된 것이다. 자 뜨거운 청춘이여! 준비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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