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한국을 선택했다
이우중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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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예언자 존티토의 지도를 보면 한국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도 2045년 광복100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시기는 신한국연방시대가

열려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집트의 오벨리스크에 새겨져 있다는 예언에 과연 그 사실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중심의 세계패권이 아시아로 이동한다는 것은 다른 예언에서도 언급되어 왔다.

대한민국은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얼마전 G20 세계정상회의를 개최할 만큼 세계의 중심에 우뚝선

나라가 되었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도 이런 기적을 일군 나라는 없었다.

 

자원도 없고 국토는 비좁고 더구나 국토의 중심에는 여전히 전쟁이 진행중임을 알리는 휴전선이 그어져

있는 불완전한 나라! 객관적으로 보면 여전히 가난속에서 허덕여야 할 정도로 빈약한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민족의 힘은 우리스스로도 그 크기를 알 수없을 만큼 거대하여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군 것이다.

단점도 많은 민족이지만 이 힘만큼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인정해주어야 할 대단한 저력이라고 생각한다.

이 중심에 한국인의 머리가 낳은 IT가 자리잡고 있다.

 

자급자족도 되지 못하는 식량에만 의존했다면 혹은 변변치 못한 지하자원에만 매달려 있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결코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부모들은 배를 곯아도 자식만큼은 가르쳐서 인간답게 살게 하려는

교육열과 근면 성실함과 뛰어난 머리가 낳은 이 IT가 바로 지금 한국의 힘을 지탱하는 기둥인 셈이다.

G20 세계정상회의에 참가한 수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한국의 IT수준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는 보도를

들으면서 이곳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희생해가며 IT산업을 일군 사람들의 고마움을 새삼 느끼게 된다.

바로 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작가가 그린 이 소설은 허구가 아닌 현재진행형의 보고서이다.

 





이제는 세계모두의 기술이 비슷해지는 수준에 도달한 만큼 차별화된 기술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가 없을뿐더러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가 물고 뜯는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니 그동안 정치와 군사력으로 세계를

지배했던 강대국이 이제 경제를 무기로 세계를 장악하려는 움직임이 너무도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

누가 선기술을 개발하고 침해하지 못하도록 벽을 칠 것인가. 혹은 비슷한 기술력을 도용당해 억울한 패배자가

될 것인가. 자수성가한 우리나라로서는 국가의 미래가 달린 절대절명의 위기가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새로운 무기로 세계를 잠식해가는 미국의 거대통신회사를 저지하기 위해 생명을 건 싸움을 하는 K텔레콤의

주인공 박진혁의 활약을 보면서 한국의 미래를 온전히 혼자서 책임지는 그의 외로운 투쟁에 가슴이 아파왔다.

누구나 편한길을 가고 싶다. 하지만 자신의 후손에게 가난하고 부끄럽지 않은 조국을 물려주기 위해 생명을 바치는

숭고한 희생에 앞서 조국을 위해 숨져간 많은 선조들을 생각했다. 몇천년의 역사를 지나오는 동안 어느나라에도

흡수되지 않고 현재의 대한민국을 물려준 선각자들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세계곳곳에서 이 역할을 하는 우리나라사람들이 또 얼마이겠는가.

무사태평하고 안일한 권력을 믿지 않고 정의를 향해 고군분투하는 사람이 박진혁 하나만이 아니길 바란다면 너무 욕심일까.

 

'신은 한국을 선택했다'는 제목처럼 과연 미래의 중심은 한국일지는 후손들만이 알겠지만 이렇듯 대단한 자부심으로

책을 엮은 작가의 진심은 충분히 전해진다. 그가 그려낸 미래처럼 광복 100주년 기념일에는 신한국연방의 국민이

되어 태극기가 올라가는 장면을 지켜볼 영광이 과연 내게 주어질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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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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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 최강의 나라가 된 미국의 역사는 불과 240여년에 불과하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이든 문제가 없는 곳은 없겠지만 특히 미국은 인종편견에 따른
갈등이 심각한 나라였다. 물론 대사건이라고 기록될만한 흑인대통령의 등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어두움의 그림자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1930년대 경제 대공황을 겪던 그 시대에는 노예제도에서 벗어난 흑인들이 각자의 삶을
꾸려가기는 했지만 여전히 사회의 가장 밑바닥층에서 귄리라고 표현될 수도 없는 삶을 살던
시기였고 여성의 지위역시 미국의 독특한 재판방식인 배심원제도에서조차 배제될 만큼 낙후된
시기였다.
이색적인 제목인 ‘앵무새’는 다른 개체에게 해를 끼치지 않지만 소외된 사람들을 상징한다.
미국의 인종문제처럼 확연히 드러난 소외층부터 겉으로 비슷한 집단이지만 알게 모르게
핍박받는 계층을 아우르는 흔히 말해 ‘왕따’들을 지칭한다.



미국 남부의 메이콤이라는 조그만 마을에서 흑인이 백인 처녀를 강간한 사건이 일어난다.
여전히 흑인은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어려운 존재였고 인격을 떠나 모든 백인은 흑인보다
무조건 우월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던 시기였다.
국선변호사로 지정된 핀치변호사는 열 세 살의 아들 젬과 아홉 살 딸아이 루이즈가 있는 홀아비이다.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로 성장한 핀치는 이작품에서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따뜻한 배려를
지닌 인물이다. 아마 작가가 미국의 가장 이상적인 인물로 중심을 세워놓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이사건만 아니라면 이웃에 산다는 이상한 인물 ‘부 래들리’정도가 아이들의 초점이 되었을 것이다.
심각한 술주정과 무지로 인해 일곱의 아이들이 있으면서도 정부의 보조금으로 생활하는 이웰이라는 인물은
힘든노동으로 성실하게 살아가는 흑인들보다 못난 인간이다.
열아홉살먹은 그의 딸 메이옐라는 폭력과 술주정에 시달리며 동생들을 돌보는 맏언니이지만 학교교육은
커녕 쓰레기장에서 음식을 구하고 더러운 물을 마시는 최하류의 생활을 하지만 단지 백인이라는 이유로
흑인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는 악녀로 등장한다.
바로 이 이웰 집안의 사람들이 그 대 미국국민들의 사고를 상징하는 부류라고 할 수 있다.
조금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최하류의 삶을 살면서도 단지 백인이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아 드는 부녀는
바로 그 시대의 불합리하지만 사회전반에 팽배해있던 수많은 모순들을 대변한다.

미국이 궁극으로 지향해야 할, 하지만 여전히 벽을 넘을 수 없었던 자유와 진실의 패배는
한창 자라나고 있는 아들 젬에게 큰 상처가 된다.
이 소설에서 젬과 루이스는 바로 이제 세상에 눈을 뜨고 진정한 민주주의 싹과 함께 성장하는 태동의
의미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진실함을 가르치던 아버지 핀치의 고뇌에 안타까운 시선과 억울함을 느끼던
젬은 흑인 죄수를 죽이려는 백인 우월자들의 행동에 아버지를 보호하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하지만
아직은 자신이 세상과 맞설 수 없는 어린아이임을 느끼고 입을 다물고 만다.
결국 교도소의 담을 넘는 것으로 자유를 얻으려 했던 흑인 톰의 죽음으로 사건이 마무리되지만 재판과정에서
톰을 죄인으로 몰고 자존을 지키려던 이웰의 엉뚱한 복수심으로 작가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클라이막스를 맞는다.

재판에 짐으로써 진실을 외면당했던 핀치판사의 집에 마을 사람들이 보낸 음식이 쌓였던 것처럼 이제
사람들은 자신들의 잘못된 편견을 부수고 진실을 받아 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게된다.
사소한 이유로 인해 숨어 살아야 했던 ‘부 래들리’를 통해 가해자를 없앰으로써 불평등함과 모순의 뿌리를
잘라낸 것이다. 남편을 잃고 거리를 지나다니는 자유마저 박탁당했던 흑인 톰의 아내를 도왔던 보안관
테이트는 이 한마디로 모든 사건의 종결을 고한다.
‘아무 이유없이 흑인 청년 한 사람이 죽었고 그 죽음에 책임 있는 자도 죽었습니다.
이번에는 죽은 자가 죽은 자를 묻어버리게 하세요‘

이소설이 인종갈등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성장소설이라고 평했던 옮긴이의 말처럼 핀치변호사부터
태동되었던 진정한 민주주의와 인간평등의 사고가 젬과 루이즈가 겪는 사건을 통해 세상에 눈뜨고
성장해가는 미국인의 사고를 표현하고 싶었을 것이다.
오로지 이 작품 하나로 숨어버린 작가 하퍼 리가 하고 싶었던 한마디는 이것이 아니었을까.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그 사람을 참말로 이해할 수 없다’
이세상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키포인트는 바로 작가의 이 말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임에도 글을 쓰는 것만이 완전한 행복이라고
말했던 하퍼 리가 가장 최고의 작품이후에는 어떤 것도 그 아래작품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아는
작가가 ‘앵무새 죽이기’가 자신의 최고의 작품임을 알기 때문에 더 이상 세상에 작품을 내놓지 못했음을
이해했던 최고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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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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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행복한가? 문득 제목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분명 가난한 어린시절보다 가진 것도 많고 배 곯는 일같은 건 없는데도 가슴에 바람구멍하나가

뻥하니 뚫린 것같이 허리가 꺾이고 휴대폰에 저장된 그 수많은 사람들의 전화번호가 아무의미가

없는 것같은 날들이 많아지면서 마음의 갱년기가 왔음을 알게된다.

먹을 것이 넘치고 탈 것도 넘치고 볼 것도 넘치건만 으스스하게 훑고 지나가는 스산한 바람같은 것.

 

길바닥에서 바스락거리는 낙엽소리조차 을씨년스런 가을 어느 날!

문득 길을 나섰다가 눈에 띈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가슴이 툭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그랬었다. 삶이 고단해지고 어디론가 나를 숨기고 싶을적마다 바다를 떠올리곤 했었다.

바다근처에 연고라곤 사돈의 팔촌조차 없으면서도 내 유전자 어디쯤에 남아있는 생명의 기억때문이었을까.

그리웠던 것만큼 가본적도 별로 없으면서도 늘 고향같은 바다가 내 마음속에 출렁거렸었다.

 

 



 

 '저는 당신이 바다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늘 바다를 동경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다 찾아가더라도 회 사먹고 바닷가 조금 걷다가 돌아오고 말지 않나요?'  -책머리중에서-

 

쪽집게 무당처럼 짚어내는 작가의 첫머리글에 바로 백기를 들어야 했다.

다음글이 나를 더욱 부끄럽게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바다란 늘 그곳에 있는 파랗고 거대한 덩어리일 뿐입니다.'

처음 만난 낯선 사람에게 앞에서 대책없이 들켜버린 마음속의 바다는 허상이었던 것일까.

 

바다에서 나서 뭍에서 떠돌다가 기어이 다시 바다로 돌아갔다는 한창훈작가의 밥상위에는

같이 사진찍고나서 무참하게 먹어치우는건 인간밖에 없을거라는 미안한 마음을 보탠 바다것들이

올라와 있었다. 시장에 가서 흔하게 보았던 삼치며 갈치, 고등어에 병어, 겨울이면 모자란 음식솜씨를

감추어 주었던 김에다 이맘때면 포장마차에서 따근한 국물로 유혹하던 홍합은 응큼한 남자들의 입맛에다

입담을 더해주어 여자들에게 눈총을 받았던 안주거리였는데...작가의 첫작품이 '홍합'이었다니 바다는

그에게 생명만 준 것은 아닌 모양이다.

 



 

거리를 걷다가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 우리는 온갖 추억들을 만난다.

손암 정약전 선생의 자산어보에서 빌어온 바다것들의 설명은 그의 가슴속에 쌓여있는 추억의 문을

여는 열쇠일 뿐이다. 그가 낚아올리고 썰어냈던 물고기와 술국으로 없앴던 해초에는 광대한 우주, 그리고

무한한 시간, 이 속에서 같은 행성, 같은 시대를 함께하는 기적같은 확률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함께했다. 엄청난 숫자위에 1을 얹을만큼 소중한 사람들을 짚어낼 수 있는 작가라면 그의 작품을 읽은

모든 독자와도 기적같은 인연임을 감사하며 겸허해질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사실 자신과 이웃의 안주며 반찬거리외에 약간의 채소정도나 바꿔먹는 정도이면서도 생계형낚시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인 것도 은근히 바닷사람으로 낚시는 제법한다는 자랑이지 싶다.

생계형이 되려면 허술한 낚시솜씨로는 어림도 없을테니 말이다.

 

낚시가서 잡아온 졸복을 손질하여 탕을 끓여놓고 혹시나 복어 독에 잘못될까 누가 놀러왔다면 먼저

먹여볼텐데 아무도 찾아오지 않음을 한탄하며 우선 한모금 먹고 걸어다녀 보고..별 이상이 없자

반 그릇 정도 먹고 기다렸다는 이야기에서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독이 있을까 너무 오래 담가둔 탓에 맛이 빠져버린 복어를 두고 좌불안석했을 장면에

검게 그을린 거친 바닷사나이의 자존심은 잠시 외출을 한 모양이라고 흉을 보면서 말이다.

 

허기졌던 마음속이 따뜻하게 채워졌다. 언제라도 거문도 그섬으로 가면 회 한접시에 술 한잔하면서

어깨를 두드려 주는 바닷가 친구가 나를 기다려 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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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抱天) 1막
유승진 지음 / 애니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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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알 수 있다면 우리는 행복해 질수 있으리라 믿는다.

다가올 악운을 피하고 행운을 거머쥘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우주선이 달나라를 왕복하는 세상이 왔어도 여전히 점집은 성행하고

오히려 타로점이니 사주카페니 해서 젊은사람들은 물론 외국인들까지도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한시대의 영웅호걸이나 군주가 되었던 사람들의 이야기속에는 예언이 많이 등장하곤한다.

선지자들이 나타나거나 하다못해 꿈을 빌어서라도 등장이나 퇴장에 대한 암시가 있었다고 한다.

역사를 한페이지를 장식할만큼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사람들이니 이런 신화가 없다는 것이

더 이상할 수도 있지만 매스미니어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일수록 하늘에 운을 맡기고 사람들의

입이 더 무섭게 느껴졌던 시절일수록 이런 동화같은 전설은 빛을 발했을 것이다.

서양의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서는 적중률이 높기로 유명해서 그간 수없이 인용되고 시절이

하수상하다 싶을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서이기도 하다.

그간 일어났던 수많은 사건, 사고들이 거의 맞았다고 하는데 그 마지막예언이 너무 무시무시하여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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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토정 이지함의 저서인 ‘토정비결’이 있지만 재미삼아 보는 정도랄까 시대를 구분하여

세밀하게 드러내는 부분이 없는 편인데다가 적중률이 높은편이 아니어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던 것 같다.

‘역사속 권력자들이 안으려 했던 하늘, 그들이 안으려 했던 하늘을 점쳐 꿰뚫어 본자 있으니...’

 

포천(抱天)이란 제목처럼 하늘을 안는자가 세상을 얻는다는 이야기인데 하늘의 뜻을 헤아리는 사람 즉

점을 보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다.

가상의 애꾸눈 점쟁이 이시경이 남겼다는 예언서 이야기를 시대를 넘다들며 한 시대를 쥐락펴락한

수많은 권력자들의 운명과 대비시켜 풀어놓음으로써 실화인지 아닌지 한참을 생각하게 만드는 기이한

만화책이다. 대원군의 아들 고종이 왕이 될 것이라 예언했다하여 천하에 이름을 떨친 관상가 백운학의

이야기는 매천야록에도 전해져 올만큼 실제한 것이 분명해보인다.

지금도 이이름으로 활동하는 역술가들이 여럿이라니 백운학 박유붕이 신통하기는 했던 모양이다.

인생을 오래살다보면 어지간한 관상정도는 봐줄만한 식견이 생기기도 한다지만 왕이 될만한 재목을

알아본다는 것은 과연 공부만 한다고 가능할 능력인지 궁금해진다.

 


관상으로 호환으로 자식을 잃을 것을 예언하고 호랑이를 잡기위해 벼락틀을 세우고 한바탕 난리를

치르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절로 나오게 된다. 아무리 남의 운명을 점치는 예언자라 할지라도 정작

자신이 속곳에 방뇨를 하여 망신을 당할 것은 몰랐던가 보다.

만약 이시경이 이렇듯 예언에 능했다면 10만양성설을 주장한 율곡과는 친분이 있는 것으로 나오는 김에

미리 대비해서 왜놈에게 능욕을 당하는 역사만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긴 내가 그시대에 살았대도 그말을 믿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차피 예언이라는 것이 겪을 것 다 겪어보고서야 증명이 되니 안다고 해도 꼭 피한다는 보장이 없기가

부지기수일 것이다. 너무 앞서나가는 사람은 모난 돌에 정 맞듯이 되려 자신의 안위마저 보장할 수 없을테니

보인다고 안다고 다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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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채를 두둑이 챙기거나 관상으로 면접을 본다는 기업체에 불려 다니는 점쟁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물질문명이 발달하고 밤에도 별이 보이지 않을 만큼 화려해진 시대가 되어서 일까.

도리어 앞을 내다보는 일들이 더욱 어려워진 것 같다.

권력의 횡포에 허리한번 펴지 못하고 살아가야 했던 조선시대 불쌍한 백성들에게 그저 막걸리 몇 사발에다

장국 한그릇으로 가난한 백성들의 심정을 헤아리는 이시경의 유유자적이 호쾌하기만 하다.

엉뚱발랄한 어린 딸 초희의 아버지 골려먹기도 재미있거니와 가는 곳마다 새엄마가 열둘이라니 난봉꾼

이시경의 남은 여정에 안팎으로 여난(女難)이 예상되는 바,

그가 남겼다는 예언서에 등장할 인물들과 사건들과 더불어 두 부녀의 좌충우돌이 더욱 궁금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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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서울산책 - 쉽고 가볍게 즐기는 서울 걷기 여행 레시피 38 동네 한 바퀴 시리즈 1
이하람 지음, 이동천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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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잔밑이 어둡다’라는 말은 바로 나같은 사람을 두고 생긴말이 아닌가 싶다.

태어난 후 몇 년을 제외하고는 몇 십년을 서울하늘아래서 살아왔건만 이렇게 좋은 곳이 많다는 걸

모르고 지내왔었다. 지난 추석처럼 연휴가 길어지는 날이 오면 유럽을 가볼까 중국을 가볼까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제주도를 가볼까 하고 다른 곳에만 눈을 돌렸지 가까운 곳을 깊이 들여다 볼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제주도에 올레길이 생기고 세계각지에서 관광객이 많이 온다는데 서울 둘레길도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는 명소가 되었다는데 무심죄로 서울시민자격을 박탈하는 법이 없기에 망정이지 복잡하고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여전히 발걸음을 못떼고 있으니 아무리 좋은 곳이 많으면 뭐하겠는가.

게으름이 발을 묶고 있었으니 이참에 ‘서울 정복하기’에 도전을 해볼 모양이다.

제목처럼 두근거리는 맘으로 우선 책으로 ‘눈산책’을 먼저 나서보자.

 



 

‘산책’이란 단어에는 천천히 걷는다는 의미가 담겨있다니 ‘빨리빨리’에 길들여 고단했던 생활을 잠시

내려놓고 사진으로나마 서울의 풍경을 감상하노라니 고즈넉하고 여유있는 마음이 저절로 찾아든다.

하물며 워킹화라도 갈아신고 서울길을 사뿐사뿐 걷게 된다면 얼마나 더 행복해질까.

이제 서울은 세계의 거대한 도시 몇위안에 들만큼 어마어마한 크기와 인프라가 구비되어 있는 국제적인

도시가 되었다. 사방에 둘러쌓인 콘크리트 숲들이 현대적이고 편리함을 주는 상징처럼 여겨지지만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져버린 옛모습들이 문득 그리울 때가 많다.

 

북촌의 한옥마을이나 후암동의 옛동네처럼 추억을 만날 수 있는 곳들도 있지만 서투른 개발로 인해

망가져 버린 모습을 복원한 것들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청계천이나 성곽길같은 곳들이 바로 그런 곳이다. 대한민국이 과연 먹고 살만해지긴 했구나 하고

느껴지는 곳들도 곳곳에 눈에 띈다. 서울숲이며 한강다리위에 세워진 조망대, 푸른 나무들이 자리잡은

공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리라.

 

 

작가가 소개한 서울의 명소들을 보면 일단 사람냄새 폴폴나고 휴식이 있으며 추억이 느껴지는 곳들이다.

한달이면 두세번은 가게 되는 대학로며 광화문 홍대앞과 같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곳들과 청담동처럼

부티가 줄줄 흐를것 같은 곳에서부터 문화와 역사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궁이나 릉에 대한 정보도 들어있다.

생각지도 않은 젊음의 캠퍼스까지....이런 곳을 추천할 수 있었다는 것은 참 신선한 느낌이다.

책을 읽는 중간 익숙치 않은 작가의 약력이며 나이들을 다시한번 검색하고 싶어졌다.

그녀가 소개한 곳들의 특징도 잘 잡아냈지만 골목마다 동네마다 깃든 과거의 이야기들까지

어떻게 짚어낼 수 있었는지...마치 그곳에서 너무도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처럼 이미 흘러간 시간들까지

천연덕스럽게 풀어내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 알 수 없었을 골목이며 추억이며 비하인드스토리까지를 담아내기 위해

참 많은 수고를 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어린 시절 고향이면서도 무심했던 이태원의 골목길도 새삼스럽고 출퇴근길이면 지나쳤던 선릉의

또다른 이름 ‘삼릉’이 낯설면서도 아주 오래전에 소풍으로 가본 기억이 아련하게 떠오르기도 한다.

서래마을의 프랑스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카페가 단골일것 같은 그녀가 천원짜리 커피와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집을 강추할 때는 몇 년지기 친구처럼 낯설지가 않았다.

하기는 세대를 아우러 모든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는 여행작가가 되려면 몇 만원짜리 점심식사에도 주눅들지 않고

자판기커피에서도 스타벅스의 향기를 느낄 줄 아는 신축성은 필수이리라.

어느새 그녀의 이런 발랄함이 내게도 옮겨진 것일까 경동시장안에서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히며 걸어도 오래된

기와위로 펼쳐진 고추밭의 향연을 볼 수 있는 삼선동을 걸어도 마음먹고 머리손질을 하기위해 청담동을 간다해도

맘 불편하지 않게 행복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서울을 아낌없이 사랑하고 그사랑을 여기저기 나누어 주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나눈 이야기들을 듣자니 새삼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서울이 더 자랑스러워진다.

마음의 짐을 잠시 내려놓고 그녀와 함께 서울길을 타박타박 걷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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