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밀도
제임스 리 지음 / 등(도서출판)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버킷리스트에는 세계의 멋진 도시에서 한달 씩 살아보기가 있다.

이미 오래전 소망했지만 이젠 거의 포기해야하는게 아닌가 싶다.

경제적인 여건도 그렇고 체력도 그렇게 이러저러 마음속으로만 배낭을 꾸리고 있다.



100여개국을 여행했다니 정말 부럽기만 하다. 나는 고작 4개국쯤 여행했던 것 같다.

공부하기 위해 미국, 출장으로 일본, 태국, 프랑스에 다녀온 것이 전부이다.

다행인것은 출장의 목적이 휴양지를 둘러보는 일이라 조금 한가하면서도 지친 일상에 나름 휴가를 즐기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외모나 체력의 변화뿐만이 아니라 마음속에 굳은 살이 박힌다는 표현에 너무 공감이 되었다.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 아니라 무뎌지는 감정들.

어찌보면 그래서 삶이 고요해지는 장점도 있겠지만 열정 역시 식어감을 숨길 수 없다.

그래서 저자는 여행을 떠나라고 권유하는 것 같다. 신선한 자극을 위해, 지친 삶을 위해.



'나를 왕처럼 대접할 후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아 그렇지. 나는 나를 잘 대접해왔는가 되돌아본다. 그저 열심히는 살았는데..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원망만 하고 정작 나는 나를 홀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 면에서 저자는 자신을 정말 잘 대접해온 사람인 것 같아 존경스럽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프러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가지 못했던 길, 내가 선택하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이 크기 때문일까.

저자가 말하는 여행의 기쁨, 설레임, 생각지 못한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여행은 인생을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안에서 겪었던 일을 나도 비슷하게 경험한 적이 있었다.

그 순간 내가 죽음을 많이 두려워한다는 것을, 사랑하는 이에게 전하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았다는 생각에 후회의 감정이 밀려왔던 기억이 떠올랐다.

저자는 여행은 '출발'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거기에 덧붙여 나는 다시 돌아오기 위한 출발이라고 적고 싶다. 여행이 잦은 저자에게 돌아온 집이 낯설기도 하겠지만 나는 늘 더 반가웠었다. 이렇게라도 짧은 여행을 다녀올 수 있어 행복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홈랜드 엘레지
아야드 악타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글은 컬처블룸리뷰단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미국은 위대한 나라이다. 원주민을 쫓아내고 땅을 차지하더니 거대한 땅덩어리를 일굴 일꾼들을 아프리카에서 실어와 부려먹고, 흑인뿐만이 아니라 초창기 신대륙에 이주했던 조상들-거의 죄수들이었겠지만-을 대신할 인력을 여러국가에서 수급해놓고 이제 필요없다고 내쫓는 국가! 불과 240여년의 역사를 지녔음에도 전세계를 쥐락펴락하는 나라가 되었으니 위대하다할밖에!




이 소설은 저자의 자전적 스토리이다. 파키스탄 이민자인 부모님을 둔 아야드!

파키스탄은 한 때 인도와 같은 땅덩어리에 공존했던 나라였지만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된 나라! 지금 중국과 타이완의 관계라고나 할까.

인도와는 결코 좋은 감정을 지니지 못한 파키스탄은 종교적으로도 너무나 다르기에 대립할 수밖에 없었다. 가난을 숙명처럼 짊어지게 된 조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파키스탄인들의 삶.




이슬람국가이면서도 살육과 폭력이 멈추지 않는 조국을 떠났지만 아야드의 엄마는 파키스탄을 그리워한다. 아버지는 한 때 트럼프의 주치의를 할만큼 실력있는 의사였지만 엉뚱한 부캐로 인해 파산직전에 이르고 평생 술과 도박으로 아내를 힘들게 했다. 사생아를 둔 부도덕함까지.

외동아들 아야드는 미국에서 태어났다. 그럼에도 늘 무슬림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테러가 일어날 때마다 움츠러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글을 써서 먹고 산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있었지만 좋은 멘토의 도움으로 용기를 얻어 극작가로 성공하게 된다. 그럼에도 그의 삶에는 무슬림과 부모님의 고향 파키스탄의 유전적 사고가

존재하고 있다. 방탕한 성생활에서도 그는 백인여자를 더 선호할만큼 그 방면에서라도 우위에 서고 싶었던 것일까. 하지만 진정 그의 일생에서 유일하게 결혼하고 싶었던 여자는 같은 무슬림 여자 아샤였다. 같은 종족이라는 끌림이 그를 이끌었던 것일까.




미국을 추앙했던 그의 아버지는 평생 벌었던 돈을 도박으로 고이 반납하고 고향 파키스탄으로 떠난다. 그동안 방탕한 아버지를 돌봤던 아야드는 아버지가 그리웠지만 한 편 고향에서 남은 삶을 편안하게 보내는 모습을 보면 안도하게 된다.

아야드가 9.11테러 당시 느꼈던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슬픔같은 것들이 너무 잘 표현되었다.

다른 누구의 감정도 아니고 자신의 경험이었기에.

그리고 자신들도 이민자의 후손이면서 무슬림을 업신여기는 미국인들의 '그렇게 힘들어 하면서 왜 미국을 떠나지 않느냐'는 물음에 '나는 여기에서 태어났고, 자랐고, 고향이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건네는 장면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미국은 위대한 나라이다! 평생 부동산 장사와 스캔들과 뇌물로 얼룩진 삶을 살았던 인물이 대통령이 되는 나라! 독일 이민자의 후손이면서 불법이민자를 무지막지 때려잡는 나라이지만 민주주의의 선봉처럼 전세계를 휘두르는 위대한 나라!

이민자의 후손중에서도 가장 주목받고 있는 무슬림의 후손인 저자의 자선적 스토리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과연 아야드의 진정한 조국은 어디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버지가 쓰러지셨다 - 아버지에겐 끝까지 비밀로 남겨둘 아들의 간병 이야기
설민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이대로 초대받는 곳이 달라진다. 20중반부터 결혼식이나 아이 돌잔치같은 곳에 초대를 받다가 50~60대가 되면 부고가 날아오기 시작한다.

지인들의 아버지를 시작으로 이제 80~90대의 어머니들의 부고가 뜬다.



팔팔하게 잘 살다가 삼일 정도만 앓다가 죽는게 소망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런 소망이 다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겠는가. 지금의 우리들도 이 책을 쓴 저자의 아버지처럼 어느 날 쓰러져 가족들의 짐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왜 예전의 아버지들은 거의 다 이기적이었을까. 가부장적인 제도에서 성장한 탓인지 가정을 살뜰하게 이끈다는 생각보다는 군림한다는 생각으로 자기 하고 싶은대로 살았던 아버지들이 많았다.

무슨 사업을 한답시고 돈을 날려먹든지, 도박을 하든지, 술을 먹든지 하다 하다 폭력이 일상이었던 아버지들도 흔했다.




그나마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어머니들 덕에 자식들이 잘 성장했는데 이렇게 어느 날 젊은 시절부터 찌질하게 살던 아버지가 쓰러져 가족들의 도움 없이는 살아가는 힘든 상황이 온다면...나는 정말 견디지 못하고 사라져버릴 것만 같다.

저자의 아버지 역시 그렇게 이기적인 삶을 살다가 택시운전을 시작하며 비로소 가정의 소중함을 알아가고 있었는데 덕컥 뇌졸중이 덮친다.

차라리 돌아가시는게 낫지 싶지만 그건 남이라 가능한 얘기일지 모른다.



섬망이 생기고 엉뚱한 요구가 많아지는 아버지를 간호하는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이 아버지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구나 싶었다.

글을 잘쓰는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애처로운 눈으로 지켜보며 간병을 하고 데면데면했던 부자관계를 이렇게라도 반성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고 했다. 이런 효자같으니라구.

긴병에 효자 없다는데 가끔은 미칠듯한 현실에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정말 기특한 아들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부모님만 돌아가시는 나이가 아니고 친구중에도 쓰러져 요양병원에 있다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나라고 그럴 일이 없겠는가. 구순이 가까운 엄마는 치매가 와서 자식들이 걱정을 하고 있다.

70이 넘어서까지 총명했던 어머니였는데...세월에 장사는 없는 모양이다.

쓰러진 아버지와의 5년의 시간을 치열하게 살아온 기록을 보면서 저자와 그 어머니에게 존경의 마음이 솟아올랐다. 아버지가 많이 좋아지셨다니 정성이 헛되지 않아 감사한 일 아니겠는가.

더 이상 아내와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고 잘 버티시다가 고통없이 하늘나라에 돌아가시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왜 스님이 되었을까
인해.명오 지음 / 민족사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에 대한 답을 드린다면 나는 '운명'이라고 말하고 싶다.

스님뿐만이 아니라 신을 대신하거나 수행하는 수도자들은 운명이었기에 그 길을 갈 뿐이라고.



나는 특별한 종교를 가지지 않았다. 부처님의 말씀도 좋고 주변에 교인들이 많아 나를 위해 기도해준다면 그것또한 기분이 좋다. 여기저기 걸쳐놓아야 안심이 되는 죄인이어서 그럴까.

가장 친한 친구는 수녀이다. 어려서 점을 보러 다니는 걸 좋아하던 시절에 친구의 사주를 넣어보니 스님이 되든지 수녀가 되어야 한다고 해서 코웃음을 친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이런 운명을 지닌 사람이 있다고 믿는 것 같다.



모든 인간은 부모님의 기를 받아 자식으로 태어난다. 평생 독신으로 살아야 하는 수도자들 역시 모두 부모님이 계시다. 독실한 신자라 자식이 스님의 길을 걷겠다고 하면 좋아하실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반대하시는게 당연할 것이다. 곁에 두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고 손주 재롱도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 소개된 스님 한 분은 출가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셨고 한 분은 반대에 부딪혔다고 했다.



환영을 하셨든 반대를 하셨든 멀리서 수행하는 자식을 지켜보는 마음을 다들 비슷하지 않겠는가.

결코 그 길이 쉽지 않음을 짐작하기에 기도로 그 길을 응원할 뿐이었을 것이다.

'좋은 스님 못 되면 부모 가슴에 두 번 못 박는 것이다'라는 말이 딱 맞는다.

아무리 스님의 길을 걷고 있지만 부모님이나 피붙이들이 고초를 겪는다거나 죽음에 이르렀다면 남의 일 보듯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두 스님이 부모님을 먼저 떠나보낸 사연을 보면서 마음이 저려왔다.



불교에 귀의하는 길이 얼마나 설레었는지, 평범하지 않은 선택을 보면서 이런 분들은 정말 선택받은 분들이구나 싶다.

부처님도 자신의 가르침을 설파할 적임자를 일찌감치 알고 계셨던 것은 아닐까.

나이가 들고 이것 저것 먹는 약도 많아지고 주변 분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할 때 마다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든다.

소멸하지 않는 생명은 없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이는게 쉽지 않다.

그저 반복되는 업을 소멸하고 인간으로소 겪어야 했던 오욕칠정에 휘둘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행복한 스님의 길을 가고 있는 두 스님의 시간들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아미타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의 손에 닿았을 뿐
은탄 지음 / 델피노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능력이 있다고 믿는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초능력이라는게 있고 그 능력을 쓰는 초능력자들이 있다고 믿는다.

과거 미국 CIA에서도 초능력자들을 훈련시켜 스파이로 이용했다는 기록이 나왔다.



십 육년 째 고향인 상산의 제과점에서 검수일만 해온 지영!

꽤 부자로 유명한 집안이었지만 할아버지가 연이어 세 번 낙선의 고배를 마시며 재산은 거널이 났다.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할 정도가 되자 지영은 대학입시를 포기하고 제과점에 취직하여 집안을 돌보게 된다. 돈만 벌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치매까지 걸린 할아버지의

병원비에 진료까지 도맡아야 했다. 할아버지가 유일하게 알아보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를 오랫동안 지켜본 재욱이와는 어릴적부터 친구사이다. 위로 누나만 여덟명이 있어서인지 연애조차 하지 못한다. 사실 재욱이는 지영이를 어려서부터 좋아하고 있었다.

지영은 고향을 떠나지 못하고 공장에서 검수작업을 하는 자신이 싫었다.

언젠가는 서울에 가서 화려한 꿈을 펼치고 싶은 마음으로 버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결국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서은우가 나타났다. 그녀를 희망으로 이끌어줄 남자!



은우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안이 기울자 변호사였던 어머니를 따라 지영이 사는 상산으로 내려왔다. 머물곳도 없을 정도의 처지가 되자 안면이 있던 지영이 할아버지를 찾아와 의탁하게

된다. 그렇게 잠시 상산에 머물던 모자는 형편이 좋아지자 서울로 떠났고 지영의 기억에서도 점차 희미해졌다. 그랬던 은우가 나타나 그녀를 서울로 이끌게 된다.

조그만 신문사를 운영한다는 은우는 제법 능력을 발휘하여 10여명의 직원을 둔 대표였고 지영은 한동안 은우의 신문사에서 별볼일 일들을 하게된다. 커피타오는 일같은.




지영은 은우에게 신세를 지는 입장이지만 난척하면서 자신에게 초능력이 있다고 고백하는 은우를 처음에는 믿지 않는다. 하지만 점차 초능력이 아니면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을 보면서 은우의 초능력을 믿게 된다.

이 소설은 반전의 반전이 숨어있는 스릴러 소설이다.

은우의 초능력을 믿었던 지영이 사실은 해리성 기억상실증 환자였고 그녀가 기억하는 모든 것들은 망상이었다고 생각하는데 반전이 일어나면서 진짜 빌런의 정체가 등장한다.

언론사 기자라는 저자의 작품이라 그런가 그 업계의 사정이 아주 리얼하게 잘 그려져 있다.

더구나 책을 덮을 수 없게 만드는 말솜씨는 또 어떻고. 위트가 곁들여지고 진짜 미친 사람은 누구인지를 따라가다 보면 서서히 밀려드는 감동까지 맛볼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