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일홍 지음 / 부크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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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이 부족해서 굶어죽을 정도로 가난했던 시절에는 먹을 것만 생겨도 행복했었다.

하지만 지금, 굶어죽는 사람들은 없어졌는데 우리는 더 행복해졌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저자의 말처럼 행복이란 마음먹기에 달렸을지도 모른다.



가난했기에 내 자식만큼은 부족함 없이 키우고 싶었던 세대가 바로 내 세대이다.

그래서일까. 아이들은 여유롭게 잘 자란 것처럼 보였지만 너무 자주 바람에 휘청이고 꺽이는 것 같았다.

유독 자살하는 아이들이 많아졌고 불안한 미래에 힘들어했다.

그래서 이런 책을 보면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것만 같다.



내 아이는, 내 아이의 친구들은 괜찮은 것일까. 불행하다고, 미래가 없다고 절망하고 있지는 않은가. 열심히 집밥을 해서 먹이고 나이가 들어감에도 뭐라고 더 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인데

아이들이 도대체 누구와 겨뤄 싸우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도망치고 싶다' 아 현실을 직면하고 싶지만, 나아가고 싶지만 도망치고 싶은 마음인가 보구나.

때론 버텨보자 마음을 다져먹고, 또 어느 날은 도망치고 싶다를 반복하는 아이들.

하지만 행복할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라고 외치며 앞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시려진다.



살아보니 행복을 찾는 것은 옆에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파랑새를 찾는 것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된다. 행복이란 거창한 것이 아님을.

햇살 따뜻한 날 이불 빨래를 하고 노을 사진을 찍고 음악을 들으며 산책하고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 사소한 일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알게되면 이미 행복해지는 법을 찾았다는 것이다.

책을 읽지 않는다는 시절에 이렇게 많은 쇄를 찍을만큼 사랑받는 책인 것 같다.

어제 읽은 책에서 가장 와닿았던 말! '이런 사람도 죽는데..'

그럼 이런 말은 어떤가 '이런 사람도 사는데..'

수없이 도망치고 싶었던 날들을 지나면 그러지 않아서 참 다행스럽다 하는 날이 온다.

기쁨을 누릴 날들이, 행복을 느낄 날들이 반드시 온다는 걸 다시 깨닫게 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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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퇴근길
ICBOOKS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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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얘기가 아니라 내 얘기라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

'희망퇴직'이 IMF때나 있었던 얘기가 아니었나. 하긴 경기가 좋지 않으니 여기 고대리가 근무하던 회사처럼 월급 많이 받으면서 그닥 중요하지 않는 인사를 내치는게 자본주의의 속성이 아니던가.



그러게 좀 준비를 하고 살지. 영원한 직장이 있을 줄 알았어? 찌질한 고대리의 삶을 보면서 울화증이 치밀어 올랐다. 500명의 명함을 가지고 있으면 뭐하나.

일단 짤리면 그동안 친밀하게 굴던 인간들도 등을 돌리는 세상이라는 걸, 영원하지 않은 본캐말고 부캐라도 하나 발굴해놓던지..왜 내가 화가나는걸까.



하루아침에 실업가가 아닌 실업자가 되어 도서관으로 극장으로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니 짠 하면서도 '내 남편'이 아닌게 감사했다. 더구나 고대리의 아내는 전직 스튜어디스로 미모에 착한 심성까지 겸비한 여자였으니 복도 많지.

그래도 낮잠이나 자려고 드나들던 도서관에서 독서모임을 알게되고 글을 쓰게 되는 계기가 되어 자신도 몰랐던 글솜씨를 발견했으니 불행중 다행이다.



가족의 행복을 지키면서, 즐겁게 일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래도 이웃인 분리수거남을 만난것 또한 행운이다. 전혀 도움도 되지 않을 보조일을 하는데도 따박따박 일당을 챙겨주지 않았는가.




나는 이 소설이 실화가 아닐까 의심해본다. 경험해보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생생한 현장들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리고...작년 말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고 도배일을 배워보겠다고 나선 딸내미가 떠올라 자꾸 가슴이 미어졌다.

그리고 막판에 등장한 고대리의 아내가 쓴 글을 보면서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이런 멋진 아내를 만났으니 최고의 복을 만났다는게 위안이 되었다.

딸! 일당 7만원을 받는다고 7만원짜리 인생은 아니란다. 여기 찌질한 고대리도 정신차리고 제길을 찾았잖아 우리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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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넘 숲
엘리너 캐턴 지음, 권진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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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대평원에서 펼쳐지는 인간들의 탐욕과 음모, 그리고 파헤치고 자연을 지키려는 사람들과의 사투가 거대하게 펼쳐진다. 실제 인간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제라 몰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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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넘 숲
엘리너 캐턴 지음, 권진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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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간의 탐욕은 어디까지일까. 분명 인류는 그 탐욕에 의해 발전되어온게 사실이다.

하지만 가진것이 많은 인간일수록 더 잔인하게 탐욕에 집착한다.

바로 이 소설에 등장하는 항공회사(드론)의 CEO 르모인처럼.



뉴질랜드의 광할한 평원과 산, 그리고 자연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인간들의 이야기이다.

얼핏 평화롭고 아름다울 것 같은 소설이지만 더러운 탐욕의 끝을 보는 것 같아 눈살이 찌뿌려진다.

미라는 자연주의자이다. 그것도 사람들 몰래 남의 토지에 모종을 심고 자연비료를 주면서 수확을 하겠다는 야심가이다. 이른 바 '버넘숲'프로젝트의 리더이다.

미라의 절친이면서 경쟁자이기도 한 셸리 역시 버넘숲의 멤버이다.



한 때 셸리는 토니를 사랑했었다. 멀리 떠나있던 토니가 돌아오자 셸리는 미라 몰래 그를 만나면서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미라는 갑작스런 지진으로 산사태가 일어나고 고립되어버린 손다이크 마을에 정신이 팔려있다. 고립된 마을근처의 광할한 토지들. 게릴라 가드닝 단체인 '버넘숲'이 침을 흘릴만한 이벤트 아닌가.



이미 사람의 발길이 끊긴 손다이크에 숨어든 미라는 수상한 남자와 맞닥뜨린다.

미라는 거짓말로 둘러대지만 이미 그 남자는 미라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

억만장자이지만 수수한 차림의 르모인은 미라의 휴대폰부터 통신내역을 해킹해 미라의 존재를 알고 있다. 미라의 거짓말을 반박하면서 미라에게 제안을 한다.

자신과 함께 일해주면 많은 돈을 주겠다고. 하지만 르모인의 제안은 함정이었다.



르모인은 뛰어난 책략가였다. 그의 어머니도, 그의 아버지도.

뉴질랜드의 거대한 땅, 손다이크의 주인을 설득해 그 땅을 임대하려는 것도 사실은 거대한 음모가 숨어있었다. 이미 엄청난 부자이면서도 또 다른 부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는데..

그 음모를 쫓게되는 토니, 그 와중에 집주인 남자까지 죽게 되면서 사건은 정신없이 전개된다. 그저 자연스럽게 가드닝을 하겠다고 발을 디딘 미라 역시 사건에 휘말린다.

긴 호흡을 가지고 읽어야 할 소설이고 주제도 남다르지만 결말이 조금 아쉬운건 사실이다.

전작에 대한 기대가 많았던 독자라면 더욱 그렇게 느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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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 박사의 딸
실비아 모레노-가르시아 지음, 김은서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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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끄트머리에 자리잡은 야샥툰!.

프랑스 출신 의사 모로박사와 그의 딸 카를로타와 집안 살림을 도와주는 라모나와 동물인간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최근까지 모로박사를 돕던 집사가 떠나자 모로박사에게 투자를 하고 있던 부자 리잘데가 새로운 집사 몽고메리를 야샥툰으로 데려온다.



모로박사가 만들어낸 동물인간들, 그중에서도 카치토와 로페는 카를로타와는 같은 핏줄처럼 끈끈한 사이였다.

모로박사는 프랑스 명문가의 후손이었지만 그가 연구하는 작업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프랑스를 떠나 섬과도 같은 야샥툰에 은거하면서 카를로타를 키우고 투자자인 리잘데의 돈으로 동물인간들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리잘데는 거대한 자신의 농장에서 일할 일꾼이 필요했었다. 모로박사의 동물인간들에게 투자를 한 이유였다.



몽고메리는 영국인으로 사랑하는 패니와 결혼했지만 알콜중독자에 도박꾼인 남편을 못견디고 떠난 패니를 늘 그리워했고 패니를 만족시키기 리잘데에게 빌린돈에 쫓기면서 할 수 없이 야샥툰의 집사로 오게 된 것이다.

몽고메리가 보기에 야샥툰은 이상한 곳이었다. 모로박사의 연구실에서 배양되고 있던 이상한 동물인간도 그렇고 이미 만들어진 동물인간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야샥툰의 사람들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몽고메리는 야샥툰의 집사로 일하게 되었고 열 네살의 카를로타가 스물살이 될 때까지도 머물게 된다. 술을 마시는 습관도 여전했고 패니를 그리워하는 것도 마찬가지

였지만 어느 날 리잘데의 아들 에두아르도가 야샥툰을 방문하면서 큰 위기를 맞게 된다.

아버지의 돈에 의지하면서 오만하게 자란 에두아르도는 아름다운 카를로타에게 반하게 되고 세상과의 경험이 없었던 카를로타 역시 에두아르도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둘은 가까워지게 된다.



모로박사는 리잘데에게 오는 돈이 점점 줄어들자 위기를 느끼게 되었고 카를로타를 그의 아들과 결혼시켜 야샥툰을 유지하려고 한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몽고메리의 마음은 어지럽기만

하다. 여전히 마음속에 패니를 그리워하고 있지만 아름답게 성장한 카를로타에게 마음이 기우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리잘데는 아들이 모로박사의 딸과 결혼하려고 하자 야샥툰으로 달려와

카를로타와의 결혼을 절대 안된다고 말한다. 리잘데는 알고 있었다. 카를로타의 진짜 정체를.

동물인간들은 모로박사를 비롯해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괴물이었지만 선한 존재였다.

자신들을 창조해낸 모로박사를 존경했고 두려워했으면 카를로타를 사랑했다.

하지만 리잘데의 변심으로 야샥툰은 위기에 빠지고 동물인간들은 카를로타의 결단으로 야샥툰을 떠난다. 야샥툰을 되찾기 위해 리잘데와 아들, 장정들이 쳐들어오면서 몽고메리와 카를로타는

죽음의 위험에 처한다.

저자는 이 소설을 '모로박사의 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이미 오래전 발간된 이 소설에서도 끔찍한 생체실험이 등장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의 존재들은 누구의 죄일까.

그럼에도 결국은 선(善)과 사랑이 또 다른 구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소설이다.

사방이 막힌 야샥툰에서 벌어지는 광경들이 눈에 그려지는 것 같이 스펙터클함이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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