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인사
함정임 지음 / 열림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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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많이 쓸쓸해졌다. 소설의 무대가 그나마 프랑스여서 다행이다. 안개가 끼고 비가오는 영국이었다면 더 많이 외로울뻔했다.



'어떤 여름'이라는 작품으로 작가임을 알렸던 미나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프랑스로 떠난다.

공항에 마중나온 장이라는 남자가 그녀의 애인인줄 알았는데 그저 2년 전 프랑스 여행중에 우연히 만났던 남자였고 그 날 공항에서의 포옹이 첨 스킨쉽이라니...하긴 플라토닉한 사랑이 더 빛날 때가 있긴 하지만.



장은 그녀의 여정에 함께 한다. 2년 전 부터 장은 미나를 좋아했던 것 같다.

프랑스에 있는 장은 서울에 있는 미나를 늘 주목하고 있었다. 미나의 SNS로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다. 미나는 전에 어떤 남자를 좋아했었고 헤어졌는지 그가 죽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은 윤중이라는 남자가 묘하게 미나곁에서 맴돌고 있다.



미나가 만나고 싶었던 인물은 내가 들어본 적도 없는 인물 발터 벤야민이다.

미나가 얼마나 열망하고 그의 뒤를 쫒는지 결국 검색을 통해 그를 알게 되었는데 독일태생의 평론가, 철학자, 에세이스트, 뭐 사상가쯤 되는 것 같다.

그가 살았던 프랑스의 어느 건물, 거리를 추앙하듯 쫓던 미나는 프랑스와 스페인의 경계선인 포르부로 향한다. 그녀를 추앙하는 장과 함께.



이데올로기의 격변기속에 내몰렸던 벤야민은 그 곳 호텔에서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고 한다.

미국으로 망명하려고 프랑스의 국경을 넘기 위해 도착한 곳에서 국경의 문이 닫혔음을 알고 절망했을 것이다. 전쟁을 일으킨 독일 태생의 작가가 독일을 피해 국경을 넘고자 했다니.

암튼 벤야민의 시신도 없는 상징정인 빈무덤앞에서 미나는 오열한다. 그녀를 지켜보던 장은 키스하고픈 열망에 갈증을 느끼지만 그저 안아주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장은 미나를 많이 알고 있었고 늘 쫒고 있었지만 미나에게 장은 그저 지인일 뿐이다.

윤중과도 뜨겁지 않다. 묘한 삼각관계가 독자를 목마르게, 그리고 쓸쓸하게 만든다.

부산에 갈테니 꼭 같이 가달라고 부탁했던 장의 비밀을, 그가 죽고서도 1년이 지난 후에야 알게된 미나같이 무심한 여자를 왜 사랑했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너무 한참만에야 이 소설을 완성했다는 작가 함정임이 미나를 닮지 않았으면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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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일홍 지음 / 부크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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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이 부족해서 굶어죽을 정도로 가난했던 시절에는 먹을 것만 생겨도 행복했었다.

하지만 지금, 굶어죽는 사람들은 없어졌는데 우리는 더 행복해졌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저자의 말처럼 행복이란 마음먹기에 달렸을지도 모른다.



가난했기에 내 자식만큼은 부족함 없이 키우고 싶었던 세대가 바로 내 세대이다.

그래서일까. 아이들은 여유롭게 잘 자란 것처럼 보였지만 너무 자주 바람에 휘청이고 꺽이는 것 같았다.

유독 자살하는 아이들이 많아졌고 불안한 미래에 힘들어했다.

그래서 이런 책을 보면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것만 같다.



내 아이는, 내 아이의 친구들은 괜찮은 것일까. 불행하다고, 미래가 없다고 절망하고 있지는 않은가. 열심히 집밥을 해서 먹이고 나이가 들어감에도 뭐라고 더 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인데

아이들이 도대체 누구와 겨뤄 싸우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도망치고 싶다' 아 현실을 직면하고 싶지만, 나아가고 싶지만 도망치고 싶은 마음인가 보구나.

때론 버텨보자 마음을 다져먹고, 또 어느 날은 도망치고 싶다를 반복하는 아이들.

하지만 행복할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라고 외치며 앞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시려진다.



살아보니 행복을 찾는 것은 옆에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파랑새를 찾는 것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된다. 행복이란 거창한 것이 아님을.

햇살 따뜻한 날 이불 빨래를 하고 노을 사진을 찍고 음악을 들으며 산책하고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 사소한 일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알게되면 이미 행복해지는 법을 찾았다는 것이다.

책을 읽지 않는다는 시절에 이렇게 많은 쇄를 찍을만큼 사랑받는 책인 것 같다.

어제 읽은 책에서 가장 와닿았던 말! '이런 사람도 죽는데..'

그럼 이런 말은 어떤가 '이런 사람도 사는데..'

수없이 도망치고 싶었던 날들을 지나면 그러지 않아서 참 다행스럽다 하는 날이 온다.

기쁨을 누릴 날들이, 행복을 느낄 날들이 반드시 온다는 걸 다시 깨닫게 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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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퇴근길
ICBOOKS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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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얘기가 아니라 내 얘기라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

'희망퇴직'이 IMF때나 있었던 얘기가 아니었나. 하긴 경기가 좋지 않으니 여기 고대리가 근무하던 회사처럼 월급 많이 받으면서 그닥 중요하지 않는 인사를 내치는게 자본주의의 속성이 아니던가.



그러게 좀 준비를 하고 살지. 영원한 직장이 있을 줄 알았어? 찌질한 고대리의 삶을 보면서 울화증이 치밀어 올랐다. 500명의 명함을 가지고 있으면 뭐하나.

일단 짤리면 그동안 친밀하게 굴던 인간들도 등을 돌리는 세상이라는 걸, 영원하지 않은 본캐말고 부캐라도 하나 발굴해놓던지..왜 내가 화가나는걸까.



하루아침에 실업가가 아닌 실업자가 되어 도서관으로 극장으로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니 짠 하면서도 '내 남편'이 아닌게 감사했다. 더구나 고대리의 아내는 전직 스튜어디스로 미모에 착한 심성까지 겸비한 여자였으니 복도 많지.

그래도 낮잠이나 자려고 드나들던 도서관에서 독서모임을 알게되고 글을 쓰게 되는 계기가 되어 자신도 몰랐던 글솜씨를 발견했으니 불행중 다행이다.



가족의 행복을 지키면서, 즐겁게 일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래도 이웃인 분리수거남을 만난것 또한 행운이다. 전혀 도움도 되지 않을 보조일을 하는데도 따박따박 일당을 챙겨주지 않았는가.




나는 이 소설이 실화가 아닐까 의심해본다. 경험해보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생생한 현장들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리고...작년 말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고 도배일을 배워보겠다고 나선 딸내미가 떠올라 자꾸 가슴이 미어졌다.

그리고 막판에 등장한 고대리의 아내가 쓴 글을 보면서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이런 멋진 아내를 만났으니 최고의 복을 만났다는게 위안이 되었다.

딸! 일당 7만원을 받는다고 7만원짜리 인생은 아니란다. 여기 찌질한 고대리도 정신차리고 제길을 찾았잖아 우리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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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넘 숲
엘리너 캐턴 지음, 권진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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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대평원에서 펼쳐지는 인간들의 탐욕과 음모, 그리고 파헤치고 자연을 지키려는 사람들과의 사투가 거대하게 펼쳐진다. 실제 인간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제라 몰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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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넘 숲
엘리너 캐턴 지음, 권진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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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간의 탐욕은 어디까지일까. 분명 인류는 그 탐욕에 의해 발전되어온게 사실이다.

하지만 가진것이 많은 인간일수록 더 잔인하게 탐욕에 집착한다.

바로 이 소설에 등장하는 항공회사(드론)의 CEO 르모인처럼.



뉴질랜드의 광할한 평원과 산, 그리고 자연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인간들의 이야기이다.

얼핏 평화롭고 아름다울 것 같은 소설이지만 더러운 탐욕의 끝을 보는 것 같아 눈살이 찌뿌려진다.

미라는 자연주의자이다. 그것도 사람들 몰래 남의 토지에 모종을 심고 자연비료를 주면서 수확을 하겠다는 야심가이다. 이른 바 '버넘숲'프로젝트의 리더이다.

미라의 절친이면서 경쟁자이기도 한 셸리 역시 버넘숲의 멤버이다.



한 때 셸리는 토니를 사랑했었다. 멀리 떠나있던 토니가 돌아오자 셸리는 미라 몰래 그를 만나면서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미라는 갑작스런 지진으로 산사태가 일어나고 고립되어버린 손다이크 마을에 정신이 팔려있다. 고립된 마을근처의 광할한 토지들. 게릴라 가드닝 단체인 '버넘숲'이 침을 흘릴만한 이벤트 아닌가.



이미 사람의 발길이 끊긴 손다이크에 숨어든 미라는 수상한 남자와 맞닥뜨린다.

미라는 거짓말로 둘러대지만 이미 그 남자는 미라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

억만장자이지만 수수한 차림의 르모인은 미라의 휴대폰부터 통신내역을 해킹해 미라의 존재를 알고 있다. 미라의 거짓말을 반박하면서 미라에게 제안을 한다.

자신과 함께 일해주면 많은 돈을 주겠다고. 하지만 르모인의 제안은 함정이었다.



르모인은 뛰어난 책략가였다. 그의 어머니도, 그의 아버지도.

뉴질랜드의 거대한 땅, 손다이크의 주인을 설득해 그 땅을 임대하려는 것도 사실은 거대한 음모가 숨어있었다. 이미 엄청난 부자이면서도 또 다른 부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는데..

그 음모를 쫓게되는 토니, 그 와중에 집주인 남자까지 죽게 되면서 사건은 정신없이 전개된다. 그저 자연스럽게 가드닝을 하겠다고 발을 디딘 미라 역시 사건에 휘말린다.

긴 호흡을 가지고 읽어야 할 소설이고 주제도 남다르지만 결말이 조금 아쉬운건 사실이다.

전작에 대한 기대가 많았던 독자라면 더욱 그렇게 느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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