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행위 - 부서지는 인간, 활자 너머의 어둠 오에 컬렉션 2
오에 겐자부로 지음, 남휘정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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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면 그 작가는 분명 '읽는 행위'를 많이 해왔을 것이다.

쓰려면 일단 먼저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노벨상 수상 작가인 오에에게 '읽는 행위'는 무엇인지를 알게 해준 평론집이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못했다.

부럽지만 이웃 일본에는 노벨상 수상자가 몇 나왔다. 문학부분에 수상자인 오에라는 작가는 어떤 능력이 있는지 늘 궁금했었다. 그의 작품에는 그가 걸어온 흔적들이 보였고, 심지어 그가 읽었던 작품이나 그가 추앙했던 작가의 모습까지 느껴졌다. 바로 그런 흔적들이 자신의 작품에 어떻게 투영되었는지 이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자신의 연약함, 특히 육체적인 유약함을 감추기 위해 말을 통하기로 했다고 한다.

사실 말, 글이란 세상 모든 것보다 힘이 가장 셀 수 있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오에 역시 그런 자신의 유약한 육체를 넘어서기 위해 글쓰기를 해야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도 진솔하게 쓴 글이 나중에 읽어보면 부끄러워 지워버린 경험이 있지 않은가.

오에 역시 자신이 쓴 습작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 같다.

자신이 쓴 글은 내부의 어둠을 구축하기 위한 작업 공구라고 여겨 마치 속내를 들킨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작품들을 파기하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이 책 '읽는 행위'에 묘사된 것에는 오에의 고향인 숲과 딱 포개진다고 말한다.

그 숲에서 경험했던 일들, 읽었던 책들을 통해 오에가는 작가가 탄생한 것 같았다.

쓰는 일, 전에 '읽는 행위'는 자신의 내면속에 숨어있는 어둠을 걷어내고 현실의 빛으로 다가가는 숭고한 작업이었던 셈이다.

명성으로만 들었던 오에의 깊은 내면의 세계를 만난 시간이었다.

그가 왜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인지 그의 작품 세계에 깃든 오에의 능력이 '읽는 행위'로 부터 비롯된 것임을 볼 때, 누구나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이런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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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 - 현대판 단테의 『신곡』 오에 컬렉션 5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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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에게 누이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고양인 골짜기 동네에 살고 있는 기이 형이 대규모 사업을 벌였다고 한다. 기이 형은 늘 엉뚱한 짓을 벌이는 사람이라 주변 사람들은 걱정스러운 마음이다.


고향에서 함께 자란 기이 형과 K의 관계는 특별하다. 내성적이면서 문학적인 소년 K에게 기이 형은 스승이었고 친구였고 어린시절부터 K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K가 소년에서 성(性)에 눈을 떠가는 과정에서도 기이 형이 말하자면 스승이었다.


K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고 그 무렵 대학을 졸업한 기이 형은 대도시를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가업을 물려받은 후 기어이 대규모 사업을 벌이고 만다.

당시 일본은 전쟁중이었고 많은 남자들이 전장으로 끌려간 상태였다.

기이 형은 동네 사람들을 상대로 전장에 나간 남자들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점을 봐주기도 하고 소년 문학가인 K의 작품을 비평해주기도 한다.


고향의 물길을 가두는 제방을 쌓는 일은 찬성파와 반대파가 대립하게 되고 전쟁이 끝난 일본의 정세 역시 우파와 좌파가 나누어 시위와 폭력이 이어지는 중이다.

기이 형은 고향에서 근거지 운동을 펼치면서 연극무대를 올리기도 한다.

그 사이 K는 대학을 졸업하고 유명 영화감독의 딸인 오유와 결혼식을 치른다.


K는 전업작가로 돈을 벌게 되었지만 그가 쓴 몇 편의 작품이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 되어 어느 출판사에서든 그의 작품을 출간해주겠다는 곳이 없다.

결국 K는 누이동생과 기이 형의 설득으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다.

큰 아들이 기형아로 태어나게 되고 기이 형은 병을 얻어 수술을 하게 된다.

긴 수술을 마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기이 형에게는 또 다른 위기가 기다리고 있다.

이 소설이 오에 자신의 자서전인지 픽션인지 잠시 헷갈린다.

실제 이 소설의 기이 형은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소설의 무대나 스토리는 오에 자신이 태어난 곳이고 겪은 일들이다.

전쟁중이었던 일본, 전후의 일본의 정세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그려져있다.

아마도 오에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이 겪어온 시간들과 만나고 싶었던 것 같다.

주인공 K를 통해 자신을 덧입힌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에의 작품이 어떤 영향에 의해 만들어졌는지도 유추해볼 작품이나 작가들이 등장한다. 오에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그의 자서전 같은 이 소설을 꼭

읽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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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본 것 - 나는 유해 게시물 삭제자입니다
하나 베르부츠 지음, 유수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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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를 즐기다가 거의 파산지경에 이르른 케일리는 레즈비언이다.

방탕하게 살아온 것은 아니었지만 전 여친의 취향에 맞춰주느라 흥청망청 돈을

쓰다가 정신을 차리고 헥사라는 회사에 다니기 시작한다.


헥사는 유해게시물을 삭제하는 일을 하는 곳이다.

인터넷이나 SNS에서 떠돌고 있는 수많은 유해게시물들이 있고 그 게시물들을 없애야 하는지를 판단해서 지우는 일을 한다.



세상에는 정말 할일 없는 사람, 개념없는 사람들이 넘친다.이런 게시물을 만들어 올리는 사람도 미친 사람들이고 찾아 보는 사람들도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케일리 같이 돈이 급한 사람이 할 법한 일거리가 생겨 좋은 면도 있다고 할까. 월급은 쥐꼬리만 하고 일을 하는 공간도 형편없다.쉬는 시간까지 타이머로 체크하는 거지같은 곳이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시흐리트라는 새로운 여자친구를 만난 것도 좋은 점이다.

케일리와 시흐리트는 동거를 시작하고 가끔은 그 거지같은 회사에서도 밀회를 즐긴다.

집에서 하는 것과는 다른 스릴이 있다고나 할까.

어쩌면 유해 게시물을 검토하는 '콘텐츠 감수자'의 일이 연애를 부추기는건지도 모르겠다.

다소 스릴있는 영상을 보면서 자신도 닮아간다고나 할까.

이 소설은 화자가 누구에겐가-아마도 정신과의사나 심리학자-에게 자신이 겪어온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구성되었다. 지금 이 시대, 지구 어디쯤에선가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들.

누군가는 유해게시물을 만들고 누군가는 지우고, 때로는 흉내도 내보는 그런 일상들.

결국 케일리는 자신의 무모함으로 시흐리트와 이별하고 여행을 떠난다. 과연 케일리는 그 여정에서 어떤 해답을 얻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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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끊기의 기술 - 우리를 멍청하게 만드는 거짓 통찰의 함정들 12
헤닝 벡 지음, 장윤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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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물론 인간만 생각하는 기능이 있다고는 믿지 않지만 암튼 이 생각하는 기능이 인류를 이곳까지 이끈 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다른 종들에 비해 뇌의 기능이 더 우수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이 뇌의 비상한 능력들 덕분에 다른 종들에 비해 더 많은 발전을 누렸고 지금의 번영을 이끌어 온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저자의 질문처럼, 인류의 발전이 정점에 이르렀다고 여겨지는 현재, 우리는 행복한가.

전쟁과 가난을 경험했던 실버세대들 중에는 과거가 더행복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왜? 이제 배도 곯지 않고 더 많은 것들을 누리는데. 젊은 세대가 보면 이해되지 않는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 땅에서 쳐다만 보던 별을 향해 날아가는 시대가 되었음에도, 기후위기로 전 세계 곳곳에서 이상현상으로 피해가 속출해도 바로 내문제가 아니라면 먼 산 쳐다보듯 하기도 한다. 아주 많은 것들을 가진 사람들에게 만족이란 존재하는가.

갖지 못한 사람들이 오히려 안분지족의 삶을 사는 경우가 더많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방에도 10년 안에 다시 들춰보지도 않을 책들과 물건들이 그득하다.

그럼에도 덜어내지 못하고 쌓아놓기만 하는 이런 욕망은 혹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인걸까.


저자가 던지는 12가지 질문에 나는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

내가 그토록 집착하면서 머리에 집어 넣었던 지식들이 나의 삶을 더 낫게 해주었던가.

세상 돌아가는 일들에 대해 나는 다 이해하고 있는가.

지금 이 순간을 기준으로 미래를 예상할 수 있는가.

우선 이 질문들에 대한 답만 보면 지식이 내 삶을 더 행복하게 해주었다고 단언할 수없다.

세상 돌아가는 일중에 내가 이해못할 일이 더 많다.

AI같은 과학적 발전이 인류를 더 행복하리라는 예상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리는 미래는 어둡다. 이미 그 징조가 시작되고 있다고 믿는다.


나이가 들면 세상일과는 조금 거리를 두면서 관망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누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일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주변을 더 의식하게 되었다.

그만큼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시간이 늘어난 탓일 것이다.

이래서 이 책의 제목처럼 '생각끊기의 기술'이 필요한 것이리다.

저자의 조언처럼 머리속을 훌훌 털어버리고 맑게 살아가고 싶다. 가능할지 모르지만.

걱정없이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럼에도 우리는 90%는 일어나지도 않을 걱정때문에 감정을 소모하고 쓸데없는데 뇌를 할애한다. 바로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라는게 입증되는 것이다.

똑똑하다고 자만하지 말지어다. 지금 차곡차곡 쟁여진 내 머리속 정보중 상당수는 거짓이고 꺼내쓸일도 없는 것들일 수 있다. 그러니 덜어내고 털어내고 청소해보자.

왜 그래야만 하는지는 이 책에 해답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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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대지 - 간도, 찾아야 할 우리 땅
오세영 지음 / 델피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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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픽션이 아니고 논픽션이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저기 북쪽 어딘가에는 우리가 찾지 못한 대지가 있을 것이란 기대를 품을 수 있으니까.

과거 우리 땅이라고 믿었던 대지가 지금은 누구의 땅이 되었는지 가슴이 아리다.


독일 훔볼트 대학에 유학중인 윤성욱은 박사논문 통과를 앞두고 있다.

논문이 통과되면 유학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가야 하고 그 곳에서 역사학자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윤성욱의 논문주제는 독일 지리학자 리히트호펜의 연구였다.

1860년대 독일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동북아시아를 방문한 기록을 주제로 삼았다.

기록을 살피던 중 리히트호펜은 동북아시아 조사 때 '동쪽에서 온 지리학자'로 부터 큰 감명을 받았다는 글을 발견한다. 과연 그 동쪽에서 온 지리학자는 누구인가.


논문 심사 교수인 베른하르트의 갑작스런 일정으로 논문 심사가 미뤄지자 윤성욱은 고국으로 향하게 되고 동쪽에서 온 지리학자의 비밀에 다가가게 된다.

고대사 연구재단은 중국의 동북아공정이나 탐원공정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재단이다. 하지만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소극적인 대응으로 우리땅찾기본부같은 재야단체로부터 지탄을 받는 중이다.

우리땅찾기본부는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우리 영토의 경계선을 확인하고 되찾으려는 재야사학자와 활동가들의 모임이다.


우연히 우리땅찾기본부의 요원들과 마주하게된 윤성욱은 자신을 밀어줄 최성식교수로 부터 인정을 받았지만 최성식 교수는 고대사 연구재단의 자문을 맡아 활동중인 사람이다.

우리땅찾기본부 요원들의 외침은 이런 연구재단에 의해 묵살되기 일쑤이다.

우리땅찾기본부 요원중 함윤희는 오래전 자신의 인터뷰를 보고 연락을 해온 미국의 휘슬러 부인으로부터 온 자료를 받게 된다. 바로 잃어버린 대지에 대한 단서였다.


과거 우리는 중국-과거 청나라-과 국경에 관한 분쟁이 있었고 서로 다른 기준으로 국경을 정했기에 지금의 간도땅이 중국령이 된 역사가 있었다.

이 국경선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고산자 김정호는 백두산을 찾아 그 흔적을 찾아냈고 변방고라는 증명서를 남기게 된다. 김정호의 제자였던 양기문은 김정호가 죽자 변방고의 실체를 세상에 내어놓으려고 했지만 정세가 복잡해 기회만 엿보고 있다가 그만 변방고의 실체를 알게된 일본 자객으로부터 죽임을 당한다. 그렇다면 양기문이 지녔던 변방고는 어디고 사라진 것일까.

윤성욱과 함윤희, 그리고 방송국 PD 안철준은 변방고의 행방을 찾아 백두산과 중국을 헤맨다. 일본 우익의 우두머리인 신흑룡회 역시 변방고의 실체를 확인하고 뒤를 쫓는다.

과연 변방고는 실제하는가. 실제한다면 누가 먼저 변방고를 차지할 것인가.

손에 땀을 쥐는 추격전이 멋지다. 저자는 픽션이라고 했지만 정말 있을법한 스토리 아닌가.

그저 소설 한 권으로만 끝내기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져도 좋을 작품이다. 저기 북쪽 어딘가에는 우리가 잃어버린 대지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설레임으로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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