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의 기술 - 내 아이를 망치지 않는 놀라운 육아법
앨리슨 셰이퍼 지음, 김이숙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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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식을 낳아 길러 보지 못한 사람은 어른이 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또 '자식은 전생에 빚쟁이다'라는 말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여 보석같은 자식을 낳고

평생 행복할 것이라는 믿음은 아이를 키우면서 슬슬 흔들리기 시작한다.

물론 생각대로 마음먹은대로 훌륭하게 키우고 큰 보람을 얻는 부모들도 없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내몸을 빌어 이세상에 나온 내자식이 생각대로 자라주지 않을 때

깊은 절망감에 혹시 내가 부모자격이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나역시도 양육의 문제만큼은 어디 학교라도 있으면 공부라도 해서 해결해 볼수도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과 무능의 자격지심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마침 심리치료사이며 유명한 육아전문가인 저자의 '지금도 절대 늦지 않았다'라는 말에 용기를

얻어 학점을 따는 심정으로 읽기 시작했다.

 

 흔히 악동이라고 표현되는 막무가내의 아이들에게 매나 협박을 동원하지 않고도 우아하게

통솔할 수 있는 비책들이 꼼꼼하게 소개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4C(Connected, Capable, Counted,

Courageous)를 경험하게 하라는 조언은 얼핏 힘들어보이지만 이미 타고난 것이기 때문에 사소한 것에

화를 내지만 않는다면 결핍된 영양소로 인해 병이 생기는 것처럼 생존전략을 위해 빈곳을 채우는 나쁜

욕구들이 자리를 잡지 못할 것이다.

 

무심코 해주었던 '무계획적인 보상'이 일관적이지 못하면, 아무리 고집스럽게 열심히 착한행동을 해도

보상이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되면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말에는 가슴이 뜨끔했다.

 

'많이 들어주고 적게 말하기'--물론 내가 더 많이 말하고 있다.

''아이와 번갈아 가며 큰소리로 책을 읽어준다'--책을 읽지 않는다고 야단만 쳤던 내모습이 떠오른다.

''아이의 의견을 물어본다'--어린아이의 의견이 그렇지 뭐. 내의견대로 밀고 나가야지.

 

아이들과 유대를 맺는 여러가지 방법등중 내가 제대로 해주는 것이 몇가지가 안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순종을 강요하고 '지배'하려는 마음이 너무도 강해서 아이들이 '하도록 만들 수'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지

'아이들이 원하도록 만들어야'한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었다.

 

어찌보면 간단할수도 있는 원칙들을 지키지 못하고 살았다는 후회가 밀려든다.

'말을 무기로 사용하지 않기'에서 보면 비난, 비판, 모욕주기, 잔소리, 설교 늘어놓기, 명령하기, 심판하기등

어느 한가지 해당하지 않는 것이 없는 것을 보면 확실히 F투성이의 성적표를 받아든 낙제생의 심정이 된다.

하지만 정말 나만 이렇게 아이들을 키운 것일까? 아예 좋은 말을 하지 않을 거라면 아무 말도 하지 말라니..

명령대신 부탁을 하라거나 강제로 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이미 해보았거나 손을 든 상황이지만

벌을 준다거나 소유물 압수하기같은 상처를 주는 행동을 그만하라는 말에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자기의 생각을 분명이 전달하는 방법을 가르쳐라'는 아이의 말을 적극적으로 귀 기울여 들어주자는 전제가

있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섣불리 판단하지 말라'는 내주장이 강했던 내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다.

아직 여물지 못한 자식의 의견이라 무시해 치운적이 많았던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온몸으로 사랑을 보여주라' 생각보다 쉬운 방법이 꽤 있었다.

'아이가 흥미로워하는 잡지 사진이나 기사를 오려둔다'--흠 2PM의 브로마이드를 구해줘야겠군.

'당신이 뭔가를 잘못했을 때는 사과한다'--쉽지 않지만 해보도록 해야겠다.

 

이렇듯 이책은 양육 메뉴얼로서 세세한 조언까지 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하고 강요하지 말고 아이의 개성에 맞게 대처하는 처치법을 알려주고 있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것이다'라는 말이 틀리지 않는 말이 되기를 바라면서 아이를 변화시키지

전에 내자신이 변화해야 함을 절실히 느끼게 했던 양육 낙제생의 필수교본임을 알리고 싶다. 더 늦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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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독종 - 공부하는 사람들의 평생 자기계발 프로젝트
이시형 지음 / 리더스북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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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즐거운 삶은 하루를 짧게 하지만 인생을 길게 합니다'  -이시형-

 

나이를 밝히는 것을 싫어할 만큼 평생 현역을 주장하는 이시형박사의 맺음말이다.

얼마전 돌아가신 모친이 106세로 장수하셨다니 앞으로 30년은 거뜬히 살만한 유전인자를 가진 분이시니

그분의 계산법이라면 경제적 나이로 고작 마흔중반에 한창 일하기 좋은 현역인셈이다.

55세 정년을 기점으로 75세까지를 영 올드(Young Old)라고 구분짓고 YO세대는 아직 노인이 아니라는

설명에 갑자기 눈이 확 떠지는 느낌이었다.

가장빨리 고령사회로 진입한 대한민국이라는 보도가 실감 날만큼 탑골공원이나 천안행 전철속에는

'젊은 고령자'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회갑연이라는 말은 사라지고 칠순잔치도 팔순잔치에 밀려

약식으로 치러지는 일들이 많아졌고 멀지 않은 장래에 노후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보도는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주변에 이른 바 '삼식이'(하루 세번 꼬박 밥을 먹는 남편들)들이 늘어나고 한때 잘나갔던 선배들이

의기소침해서 모임에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 들려오고 이제 얼마남지 않은 남편의 정년후 불확실한

미래때문에 한숨쉬는 친구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직은 너무 젊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노후를 걱정해야 하고 출산감소 소식에 혹시 나를 부양해 줄

뒷세대들이 줄어들까봐 은근히 주변 신혼부부들에게 출산을 독려하는 열성을 보이기도 한다.

 



 

스무살 중반에 시작한 사회생활이 대략 30년후면 정년이 되고 많지 않은 퇴직금으로 남은 30년을 살아가야

한다는 말에 나는 과연 준비하고 있는가라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생각보다 우리의 값어치가 괜찮다는 말에 슬며시 용기가 생긴다.

베이비붐세대에 태어나 가난을 물리치고 열심히 살아온 우리가 가진 스팩을 이렇게 높히 평가해 주다니..

물론 똑똑하고 날렵한 젊은이들이 가진 장점도 좋지만 경험과 성실로 다져진 연륜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왠만한 어려운 일쯤은 간단히 헤쳐나갈 뚝심도 있으려니와 산전수전 다겪은 노장의 여유로움이 필요한 곳이

분명 많을 것이다. 이미 50세이상이면 환경미화원도 될 수 없고 20대 백수가 지천인 세상이지만 나의 가치를

알아주고 재능을 120%끌어쓸수 있는 곳이 분명 있으리라는 희망이 느껴졌다.

 

신체의 노화라는 것도 정신의 젊음을 이길 수 없다는 주장도 세로토닌이 팍팍생기는 응원의 말이다.

꾸준하게 운동하고 건강을 지키려고 노력한다면 몸이 힘들어서 일을 못한다는 말은 핑계일 뿐이라는 것은

의학자의 과학적 설명이니 여기저기 고장나는 것 같았던 몸이 게으름의 결과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세월만으로 나이가 드는 것이 아니라 변화와 성장을 포기하는 순간 퇴화가 시작된다는 말을 곱씹는 순간이다.

65세에 고물차를 끌고 세일즈여행을 떠나 KFC를 창설한 할랜드 샌더스, 50대에 화장품업계에 뛰어들어

업계 3위의 성공을 이뤄낸 코리아나 유상옥사장! 정말 대단한 YO가 아니겠는가.

 

퇴직 1년을 앞두고  펼친 무임 봉사진료가 즐겁고 행복했노라고 하는 고백에서 스스로의 능력으로 누렸던

일들이 사실은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있었고 이제는 빚을 갚는 마음으로 돌려주고

싶다는 이시대의 진정한 젊은이 이시형박사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 시작하세요'

늦었다고 할지라도 남은 30년을 허송세월할 수는 없다. 나도 열정으로 하루일을 하고 돌아가는 차안에서

조용하게 삶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영원한 현역으로 뛰기위해 신발끈을 바짝 조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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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오페아 공주 - 現 SBS <두시탈출 컬투쇼> 이재익 PD가 선사하는 새콤달콤한 이야기들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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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불빛이 출렁거리는 밤하늘을 올려다 본적이 있었나.

분명 낮에도 있었다는데 밤에도 제 존재를 드러내지 못한 별들이 비루먹은 말처럼 안타깝다.

어쩌다 오염되지 않은 순흑의 하늘을 올려다 볼때 아 이렇게 많은 별들이 있었구나..

 



 

"이 넓은 우주에 오직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공간의 낭비이다." -칼 세이건

 

우주의 광할한 공간을 계산해 낼수는 없지만 대략 60억명이상이 살고 있는 이 지구가 아주 하찮은

공간을 차지하는 별이라니 칼 세이건의 말은 아주 합리적이고 타당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어느 별에선가는 우리와 비슷하기도 하고 어쩌면 전혀 닮지 않은 생명체들이 살고 있으리라 믿는다.

가끔 실수로 인간의 눈에 띄기는 하지만 공간이동을 위한 비행물체가 수시로 지구를 방문한다는 것도 믿는다.

그리고 어떤 여자가 실은 자신은 카시오페아별에서 온 외계인이며 한시적으로 인간의 몸을 복제하여 사용하고

있고 우리들의 마음을 속속들이 읽어내는 능력이 있다면서 '혹시 외계인을 믿으시나요?'하고 물어온다면

나는 '물론이죠'라고 대답할 것이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희준은 사랑하는 아내를 강도에게 잃고 유치원에 다니는 딸을 키우는 싱글대니이다.

아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언젠가 반드시 그 강도를 만나 복수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격투기로 몸을 단련시키는 중이다. 이런 그에게 지혜라는 우리식 이름을 가진 외계인이 나타났다.

물론 그는 여늬 인간처럼 그녀를 미친여자쯤으로 생각했다. 하긴 나처럼 바로 인정하는 것도 이상하다.

복수의 일념으로 행복도 사랑도 거부한 채 어둠속에 갇혀있는 그에게 카시오페아의 별이 다가온 것이다.

그의 마음속에 빛을 내기 시작한 그녀는 곧 지구를 떠나야 한다. 만약 그가 복수를 포기한다면 그의 곁에

남아준다는데...나라면 사랑을 택할까 아님 마음에 빚으로 남은 복수를 택할까.

 

성공한 펀드매니저인 한남자의 집에 노숙자같은 고향친구가 찾아왔다. 마치 제집인양 거들먹거리는 그가

쥔 비밀의 열쇠는 무엇일까. 그들의 고향인 섬에서는 과연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어느 날 나타나기 시작한 아기귀신을 본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는데..

섬집아기에 얽힌 무시무시한 진실을 보노라면 마치 일본의 괴기영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10년째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가 있는 스물세 살의 여자와 3년째 사귀고 있는 여자가 있는 스물일곱의 남자.

운명적인 사랑이 있다고 믿게되는 그들의 묘한 만남은 신비하고 환상적인 사랑이 우주의 어딘가에서는

반드시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나의 믿음을 충족시켜준다.

 

쌍동이 여동생이 실종되고 매일 악몽에 시달리는 여자가 있다. 홀로 남겨진 외로움과 죄책감으로 시들어

가는 그녀에게 소개팅 제안이 들어오고...마지 못해 나간 자리에서 만난 남자의 눈빛에서 공포를 느낀다.

누군가 그녀를 검은 세계로 끌어들이려 하는데..살인과 죽음의 비밀이 벗겨지는 순간 처절한 현장묘사는

욕지기를 일으킨다. 윽...올드보이보다 더하잖아.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랑을 발견하지 못하고 결국은 죽음으로 떠나보내야 하는 여자의 슬픔은..

왜 우리는 공기처럼 햇빛처럼 늘 곁에 있는 소중한 존재를 잊고 사는 것일까.

진실한 사랑이 떠나고 난 후 비참하게 남겨지고 난 후에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일까.

 

"사람이 사람을 충분히 안다는 건 하나의 우주를 안다는 것이다."

과연 나는 사랑했던 사람이 뭘 좋아하고 어떤 세월을 견뎌왔고 습관이 어떠했는지..정말 충분히 안다고

말 할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된다.

 



 

다섯 가지의 테마로 쓰여진 이 소설의 작가의 프로필을 찾아 보았다.

압구정동에서 살았고 고등학교때는 록그룹 멤버였으며 연극배우, 연출을 했고 소설가로 등단했다.

시나리오와 음악칼럼, 박장대소의 산실 <두시탈출 컬투쇼>의 PD까지...아주 다양한 재능을 가진

개성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치밀하고 흠없이 짜여진 글솜씨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앞으로 나는 이작가의 작품을 사랑하게 될 것만 같다. 마치 복제된 인간의 모습으로 지구에 있는

한남자를 사랑했던 카시오페아 공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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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빙유 - 바로 이 순간 그대를 위해 부르는 노래
구효서 외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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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혹시 지나간 사랑의 흔적이라도 가슴속에 남아있지 않은 이는

없을 겁니다. 이렇게 스산한 바람이 가슴속을 헤짚는 요즘같은 계절이 오면 어디에선가 나처럼

늙어가고 있을 그사람에게 편지라도 쓰고 싶어집니다.

예사롭지 않은 감성과 재능을 가진 문인들의 사랑은 어떠했을까.

소설속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만큼이나 열렬했을까. 여전히 그들의 가슴속에서 반짝이는 별로 남아있을까.

때로는 풋사과처럼 영글지 못한 첫기억으로..한때는 목숨줄을 놓아버릴만큼 처절한 기억으로...

더러는 고운 명주손수건에 아름답게 수놓아진 꽃처럼 그렇게 새겨져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을 잃는 것은 전혀 사랑하지 않았던 것보다 낫다.' -테니슨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싸해지는 아픔이 느껴지는 사랑이었더라도 하지 않았던 것보다는 낫다는 말이

이토록 위안이 되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흐드러지게 벚꽃이 피거나 혹은 눈이 억수로 오거나 전자렌지에 데워먹는 밥을 먹다가도 불쑥 옛사랑을

만날 수 밖에 없는 그대들의 사랑에 잠시 내 사랑의 기억을 얹어보았습니다.

좋아하면서도 새초롬하게 냉담했던 시인의 옛이야기에서, 이미 돌아서 버린 그의 마음을 붙잡아 보기위해

그의 집앞에서 온종일 기다렸다던 그녀의 이야기에서, 공기중에 떠돌았던 아름다운 비발디의 선율에서도

받아주지 못한 사랑이 기억난다는 이야기에서도 내모습이 겹쳐집니다.

 



 

지나온 시간들이 다르고 숨쉬었던 공간이 다르고 저마다 사랑의 기억이 다 달라도..

사랑의 열정으로 흔들리고 아름다웠던 모습들은 같았습니다.

문득 긴밤을 지새면서 적어 보냈던 사랑의 편지를 다시 꺼내보는 것 같았습니다.

뜨겁게 달구었던 해가 지나가고 어렴풋이 남은 노을이 더욱 아름답듯..그렇게 사랑은 아름다웠습니다.

 

'기억은 머릿속에 담아 두는 것이지만, 추억은 가슴속에 묻어 두는 것이기에.' -200p

지금도 가슴 어디에선가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꿈틀대고 있습니다.

 

확실하게 행복한 사람이 되는 단 하나의 길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톨스토이의 말처럼

깊어가는 이가을에 절절한 사랑을 하고 싶어집니다. 혹여 가슴속에 묻어둘 또하나의 별이 될지라도

사랑앞에 무릎을 꿇는 추종자가 되고 싶습니다.

설마 그대들의 가슴속에 반짝이는 사랑의 별이 단 하나뿐이었던건 아니지요?

그대들의 글로 옛사랑의 추억들과 만나서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남다른 감성을 가진 그대들도 붙잡지 못한 사랑이 있었음에...오래된 친구의 손을 잡은 것 같이 가까운

느낌이 드는 건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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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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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후 폐허의 터에서 OECD 상위에 속하는 나라가 되기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60 여년의 시간동안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이루지못한 업적을

생각 하다보면 대한민국에 태어난 국민임을 감사한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베이비붐세대에 태어나 김치국물 흐르는 보리밥 도시락을 싸들고 다녔고

등록금 독촉에 학교 가기가 싫었던 기억과 화염병과 최루탄이 난무했던 암흑의

군사독재를 몰아내고 자유를 성취했던 자부심 있는 세대로서 짧은 시간 우리가

일궈낸 승리에 도취되어 남은 생은 이 풍요롭고 달콤한 열매를 즐겨도 좋으리라 생각했다.

 

대한민국 경제를 견인한 기업의 도전과 업적을 칭송한 것은 물론이려니와

나와 상관없는 오점 정도는 눈감아 줄 아량도 있는 산전수전 다겪은 백전노장의 여유랄까.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제는 길거리에 뛰쳐나가 싸워야 할 이유도 없고 혹 있다고해도

이만큼 먹고 살만한데 굳이 피곤하게 따지고 싶지 않은 게으름과 비겁함에 주저앉아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어차피 내돈이 아닐 바에야 지가 벌어 지가 쓴다는데 뒤로 빼돌려 땅을 사든 배를 사든

혹여 자식들에게 불법으로 증여를 하든 나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세금을 제대로 낸다고

내 주머니 불려줄 것도 아닌 것 같고 어느 시대 누가 되었던 간에 정경유착이야 치유 불가능한

고질병일 될 것임은 분명할 터인데 핏대 울리며 정의를 외친들 공허한 메아리가 될 것임을

이제 나와 비슷해져 버린 대다수의 사람들과 같이 적당히 눈감고 귀막고 살아가는데 일말의

죄책감 같은 건 없었다.

 



 

일광그룹의 남회장은 선대 부친이 일군 기업을 이어 거대한 성을 쌓아 '황제'로 군림하는

독재자로서 '문화개척센터'라는 친위대를 만들어 정치권과 검찰, 국세청은 물론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돈으로 매수하기에 이른다.

교묘하게 빼돌린 막대한 비자금은 그들의 미끼가 되고 돈 앞에서는 지식도 권력도 명예도

얼마든지 허물어 질 수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법으로써 정의를 구현해야 할 검사들의 주지육림의 현장을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얼마전

세간을 떠들석하게 했던 검사스폰서사건이 바로 이와 같지 않을까 싶다.

여전히 '영감님'의 권위와 못된 관습을 버리지 못하고 한심한 작태가 남아 있다니..대한민국

최고 엘리트라고 자부할 만한 자들의 졸렬함이 충격스럽기만 하다.

 

돈앞에서라면 개처럼 충성하고 허리를 굽히는 인간군상들...그들에게 의리와 양심은 없다.

언젠든지 서로의 뒤통수에 침을 뱉고 배신할 준비가 되어있으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이중성과

먹을수록 더 큰 갈증을 느끼는 바닷물처럼 채워지지 않는 탐욕에 허우적 거리는 더러운 인간들.

 

하지만 작가는 그들보다 더 비겁한 자는 몽상과 환상에 빠져 더이상 분노하지 않은 우리들..

바로 국민, 당신들은 노예다...라고 외치고 있다.

천민민주주의의 안일함에 빠져 더러움을 인식못하거나 혹은 무관심으로 회피하는 우리 모두들..

태백산맥속에 숨겨젼 아픔의 역사를 피처럼 써내렸던 작가가 거대한 빌딩숲에 가려 보이지 않는

어둡고 질긴 커넥션의 현장을 생생하게 파헤쳤다. 과거에도 그러했고 지금도..미래에도 노예들의

주인으로 군림할 그들의 득의만만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풍요로운 황금벌판에 두손을 쳐들고 헤실거리는 허수아비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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