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이라도 비행기를 잡아타고 앨라바마의 소여턴스프링스로 달려가고 싶다. 분명 입구에는 '당신이 좋아하게 될 마을'이란 환영 입간판이 있을 것이다. 물론 비밀도 없고 소문이 온마을에 퍼지는데 긴시간이 필요치 않다는 문구는 없을 것이다. 앨라바마에서 여덟번 째로 오래된 신문인 '소여턴스프링스 센티넬'은 일주일에 한번 발행되긴 하지만 마을사람들이 신문이 나오기도 전에 무슨내용이 실릴지 이미 다 알고 있으며 비록 발행인의 '주관적인 발행방식'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는다. 그게 바로 소여턴스프링스만의 독특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학교 선생님이 있고 전화벨소리가 울리는 것을 두려워하는 장난꾸러기 아이들이 있는 그곳! 바로 그마을에 가서 짐을 내려놓고 싶은 것이다. 물론 그곳에서 태어나지 않은 나는 적어도 50년쯤 살아야 마을사람이 되었음을 인정받겠지만 말이다. 침례교와 감리교의 두교회가 있으며 서로가 하나님의 사랑을 더 많이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리 표나게 드러내지는 않는다. 'L'을 'R'로 발음하는 야구코치가 있고 물론 투수는 그의 아들이 맡는다는 불문율이 전통처럼 이어지는 곳! 가을에 열리는 연례 켐퍼 카운티 시장은 일주일간 성황을 이루고 장의사인 마이크가 여러개의 관과 비석을 전시하는 것을 나역시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 언젠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꼭 필요한 물건이니 기왕이면 취향에 맞는 것으로 준비해 놓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자기의 관을 미리 골라놓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과연 나의 고향은 어디인가? 도시에서 나서 도시에서 자란 내게 이런 고향이 있었다면 항상 든든한 울타리처럼 내영혼을 감싸주지 않았을까? 이책의 저자이며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의 작가 '앤디 앤드루스'의 위대한 능력은 바로 소여턴스프링스의 비옥한 자연과 마을사람들의 사랑에서 자라난 것이 아니었을까. 노먼의 그로스테리아와 릭의 이동가게는 더이상 으르렁거리지 않고 동업은 잘하고 있는지.. 너무 더워서 마을사람들이 죽은 듯 조용하기만 하면 전혀 소여턴스프링스답지가 않다. 앤디에게 쓸거리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죄악'에 가깝다고 단언하겠다. 이마을에서 지금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적어도 이책을 읽은 독자에게는 '속편'의 기대감을 저버려서는 절대로 안될 일이다. 제발 개발이란 이름으로 변신하는 불행한 일은 없을 지어다. 소여턴 스프링스여 영원하라!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여전히 내 귓가에서 맴도는 이 한마디! 하지만 지금의 우리나라 청춘들은 과연 가슴이 뛰고 피가 끓는 신록의 푸르름만이 가득할 것인가. 하긴 고대의 동굴에서조차 '요즘것들은 버릇이 없어'했다니 우리의 청춘은 언제나 새초롬이 실눈뜨고 꼬나보고 있는 노목들에게 둘러쌓인 꼴이긴하다. 꼬나보기만 하면 괜찮게? 노파심이란 말이 왜 나왔겠는가. 어쩌면 푸르름에 샘나신 어르신들이 늘 뒷짐지고 혀를 차며 던지는 그 수많은 잔소리들을 들어야 한다. 하지만 일찍이 초대 국제백수협회 총회장을 역임하고 세계 백수자활대책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현재는 사단법인 백자방협(백수자살방지협회) 이사장이기도 하시고 쓰면 작가 안쓰면 백수로서의 양다리 인생을 개척하여 절망에 빠져 있는 모든 백수들에게 희망을 무료로 공급하시는 이분의 말씀은 결코 잔소리가 아니다. 조금 쓰기는 하지만...하지만 좋은 약은 입에 쓴법! '안쓰럽구나 그대여. 나는 먼저 마음의 담요 한 장을 꺼내 그대의 시린 어깨부터 감싸주고 싶다' -72p 그렇다고 너무 떨지는 말자. 이렇게 담요까지 미리 준비해주시는 자상한 도사님이니까 말이다. 지금 청춘들이 지나는 길을 술에 쩔어 질곡의 갈지(之)자를 그리며 당당히 걸어왔고 마음이 비우기 전에 내장이 먼저 비어있던 젊은 날을 눈물로 걸어왔으니 적어도 몇마디쯤 던질 수 있는 자격증은 갖춘셈이 아닌가 말이다. 지금 비록 캄캄한 고치속에서 절대 고독과 싸우고 있을지라도 '희망'의 끈을 놓치 않는다면 그대들은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것임을 호언하노니 결코 공약(空約)이 아님을 먼저 저만치 앞길에 선 저자와 청춘그대들이 서있는 중간에 서있는 나는 안다. 타협없이 의(義)만 충만했던 치기어린 시간들과 용서하지 못해 울분으로 소모되었던 아까운 시간들을 나역시 지나왔기 때문이다. 그 시간들은 모두 내것이니 내가 맘대로 쓰고싶은 곳에 쓰면 될 줄 알았다. 누구에게는 24시간 금처럼 부렸던 시간들이 내게는 24분처럼 허망하기도 하였으니 결코 노인의 말을 흘려듣지 말지어다. '그대여 이제 가까이 오라. 가까이 와서 저 비틀거리는 세상에 연민을 던지면 술을 마시자.' -194p 비틀거렸던 걸음을 멈추니 세상이 비틀거려서 술도 끊었다는 노인이 결심을 꺾고 그대들과 원샷을 하시겠다지 않은가. 깊은 눈을 들어 그대들의 아픔까지 들여다 보신다지 않은가. 나도 노인곁에 서서 외치련다. 용기를 가져라. 분연히 일어서라. 찬란한 날개를 달고 창공을 날아올라 아래를 굽어보며 그대들도 똑같이 외칠 것이다.
'쯧쯧 요즘 것들은 버릇이 없어 내가 어렸을 적에는.....' 그런날이 올 것임을 의심치 않으며 노인도 나도 그대들이 도착할 그 길에서 기다릴 것이다. 그때즈음 노인이 여전히 강원도 산골에서 트위터를 하며 꿋꿋하게 버텨주기를 더 소망하지만 말이다.
당신의 수입은 얼마나 되십니까? 아마 충분하다고 대답할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항상 수입에 비례한 지출이 있기마련이고 인간의 욕망이란 끝이 없으므로 남는다고 생각하는 여유보다 늘 모자라다는 아쉬움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당신은 부자라고 생각하는지..혹은 중산층? 물론 빈곤층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일본의 트렌드 전략 전문가인 오마에 겐이치는 몇 년전 중산층의 소멸 현상을 지적하며 20년동안 관찰한 결과를 'M형 사회'하는 이론으로 발표해 일본 열도를 뒤흔들었다. 사실 일본뿐아니라 한국과 이책의 저자가 성장한 대만에 이르는 동아시아 국가들 대부분이 이미 마치 M자 모형으로 부자와 빈곤층의 양극화가 뚜렷하고 중산층이 몰락한 'M형 사회'에 진입했다고 여겨진다. 실제로 경제국가순위 상위에 진입한 우리나라역시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중산층이라고 생각되었던 많은 사람들이 신빈곤층으로 전락한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 전후 재건의 시대와 경제개발 5개년 계획들의 연이은 성공으로 성큼 경제국으로 도약한 우리는 이제 '보릿고개'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점차 사라지고 최근 불황의 여파로 위축되긴 했지만 분명 수십년전에 비하면 살기 좋아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저자가 우려한 것은 밥먹고 살만한 정도의 경제수준이 아닌 높아진 수준에 맞게 삶의 질도한 높아져야 하고 그에 따르는 단단한 경제력의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책은 상위계층과 하위계층의 사이의 소득차가 거의 20배 이르는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던지는 '사회가 우리를 구해주길 기다리기 전에, 우리 스스로가 이 시대의 생존법을 찾자'는 메세지이다. 당신은 몇살이 은퇴를 할 예정인가? 노후는 준비되고 있는가? 당신 주변에 귀인은 몇명이나 있는가? 특히 사교육에 찌들은 우리나라 부모들의 경우라면 자신들을 위한 노후준비에 대비하고 있다고 대답할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것인가. 유유상종이라는 속담처럼 과연 내 주변에는 나를 성공으로 이끌수 있는 인물들이 몇이나 될것인가. 35세 이전에 이런준비들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에 제법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한 나역시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지런하지 말라' '돈이 돈을 버는 구조가 되려면 남을 잘 부릴줄 알아야 한다'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온 우리세대들에겐 정신이 번쩍드는 회초리가 아닐 수 없다. 단순히 부지런하게 일만 하지 말고 지혜를 발휘하여 또다른 수입나무를 키우라는 것이다. 저자는 어느 순간 안락한 고연봉의 월급생활을 접고 5년후, 10년후를 준비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우리는 자칫 지금 철밥통에 안심하고 이 안락함이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당장 안정적인 월급생활을 청산하고 창업에 나서라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림처럼 혹시 눈의 착시현상처럼 잘못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곰곰히 돌아봐야 할 일이다. '가난의 뿌리는 끊기 어렵고 부의 씨앗은 자리기 어렵다.' 혹시 나도 '악성 가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은 아닐지... 문득 '우리는 부모에게 효도해야 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을 받지 못하는 1세대'라는 저자의 말이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분명 나도 그중의 하나임이 분명하므로.. '만약 당신이 현재 40세라면 1,839만 분이 남은 것이다.' -32p 너무 늦은 자각이 뼈아프게 느껴지는 한마디이다. 10년만 빠르게 이 책을 만났더라면 지금의 내모습과 위치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내 남은 시간만이라도 수렁에서 건져내려면 맨발로 뛰어도 모자랄 판이다.
일제강점기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격동기의 대표적 인물들의 삶이 숨가쁘게 펼쳐진 작품이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이던 기회주의의 틈은 있고 눈치빠른 이들을 동아줄을 잘 잡고 하늘로 올라간 오누이처럼 승천의 기회를 얻게 되어있다. 대한민국자본가들..특히 부동산재벌로 일컬어지는 부자들의 과거 행적을 보면 정치와 군부의 커넥션이 필수적 요소였다. 전후 재건의 망치소리가 울리기 시작할 무렵 막대한 이권의 배후에는 큰 그림을 그리고 결정하는 권력들과 커넥션을 운영하여 정치자금을 챙겼던 정치세력까지.. 그야말로 한통속으로 이루어진 집단들의 몫이 될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소 뒷걸음치다 쥐꼬리 밟은 격의 우연한 부자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탄탄하게 자리잡은 재벌들중에는 그시절 커넥션의 일원들이 많음을 우리는 알고있다. '이제야 말할 수 있다'라고나 할까. 격동의 세월을 몸소 체험한 작가의 실전적 이야기들은 80%가 실화라는 작가의 말처럼 때로는 실명으로 때로는 짐작가능한 실존의 인물들의 삶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 첩보원으로 미군정시절에는 정보원으로 활동하던 '김진'이란 인물이 가장 대표적인 기회주의자의 모습이다. 시작은 살아남기위한 선택 내지는 필연같은 운명이었다면 이어진 그의 행적은 권력의 깊숙한 내면에서 실리를 챙겼던 속물로서의 선택인 셈이다. 보잘 것 없는 태생에 배움도 짧았던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 것이다. 물론 성실하게 노력한 만큼의 댓가로 평범한 생을 살아간 수많은 사람들에 비하면 선택받은 부류임에는 틀림없다. 자신의 자리를 이용하여 권력과 결탁하고 불우한 환경을 벗어나기 위해 술집마담이 되거나 깡패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그리고 그들이 돈탑을 쌓듯 지어올렸던 아파트단지에서 묵묵히 맨손으로 시멘트를 바르던 선량한 사람들의 삶이 40년 세월이 흐른 지금 어떻게 달라졌는지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과연 성실하게 바르게 착하게 살자고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을 것인가. 삼풍백화점붕괴사고는 그 백화점을 쌓아올렸던 사람들의 삶과 그안에서 숨져갔던 사람들의 일생이 극명하고 드러나고 또한 스러져간 기록의 시작이었다. 부의 상징같았던 그곳은 있는 사람들 뿐아니라 성실하게 살아가려했던 수많은 종업원들의 죽음도 있었다. 임정아처럼 말이다. 그녀의 외침이 내마음을 크게 울린다. '여기 사람있어요' 그렇다. 권력의 가장 밑바닥 그들을 떠받히고 살아가는 무수한 선량한 사람들이 있음을..우리도 사람이라고..돌아봐달라고 외치는 것 같아 차마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아프리카의 냄새는 이것과 달라, 토미. 아프리카는 굶주림의 냄새가 진동하지. 그건 죽은 아이들의 냄새야. 썩은 오물과 진창의 냄새. 피와 고름이 흐르는 상처의 냄새. 그런게 아프리카의 냄새란다.' -46p 아프리카를 떠올리면 나도 이런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인류의 문명이 시작되고 여전히 원시의 흔적이 남아있는 검은 대륙 아프리카! 그곳은 우리 인간이 언젠가는 돌아갈 천연의 대륙으로 남아 있어야 할 마지막 땅이 아니던가. 하지만 이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극의 이야기들은 과연 누구의 잘못이란 말인가. 아프리카땅을 제외한 곳에서 굶고 있는 아이들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굶어죽어가고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눈 학살의 현장이기도 하며 온갖 질병과 가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그곳의 일들이 과연 신(神)의 저주와 그들의 잘못이기만 한것일까 심심치않게 들려오는 소말리아 해적의 횡포는 이제 먼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해군이 이곳을 지나는 우리선박을 보호해야 할 만큼 심각한 지경에 이른 소말리아의 그 바다에서 벌어지는 다섯 소년소녀들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코뿔소의 뿔처럼 불쑥 튀어나온 모양 때문에 '아프리카의 뿔'이라고 불리는 그 땅은 지금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악(惡)이 펼쳐지는 지옥 그자체이다. 열 세살 어린나이에 폭풍에 아버지를 잃은 토미, 부모의 반대로 사랑하는 이와 떨어져 억지로 끌려오다시피한 에이미, 태어난 순간부터 전쟁에 휩쓸려 버려 고향도 부모도 기억할 수 없는 오마르와 타렉, 그리고 이들의 운명을 묘하게 이어주는 신비의 소녀 누리아. 탐욕스런 외세만 범하지 않았다면 평화로왔을 그땅에서 과연 무엇이 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사치일지도 모르겠다. 오로지 생존을 위해 방향도 없이 헤매던 세아이들과 어쩌면 평생 이땅의 불운이 아무 상관도 없었을 두 아이가 운명처럼 만난곳은 구호의 깃발아래 숨겨진 총과 폭탄이 함께한 곳이었다. 미국의 지지를 받는 정부군과 맞서는 '블랙샤크'는 과연 적군인가 아군인가. 결국은 미국도 블랙샤크도 소말리아의 불행을 해결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어른들이 저질러 놓은 피의 수렁에서도 맑은 영혼으로 서로가 서로의 손을 잡아 희망의 메세지를 전해준 것은 이 다섯명의 소년소녀들이었다. 자신의 목숨과 희망찬 미래를 던져버리고 결국은 조국으로 되돌아 가는 오마르와 누리아가 그땅을 밝히는 등대가 되기를...그래서 길을 잃은 아프리카의 모든 사람들이 밝은 세상으로 스스로 걸어 나올수 있기만을 기도해보는 나역시 요리사 허브 카터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과 비겁함에 침묵할 밖에. '우리 시대의 불운은, 누가 악인이고 누가 선한 자인지 더이상 구분이 불가능해졌다는 점이야.' -122p '희망이야, 토미. 우리에게 남은 전부는 오직 희망뿐인 거야. 언젠가는 더 좋은 날이 오리라는 희망.' -123p 하지만 나역시도 그 좋은 날이 오기 전에 모든 것이 최악으로 나빠지는 시대가 먼저 도래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지금 보다 훨씬 더 나쁜 그런 시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