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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 - 권력의 기술자, 시대의 조롱꾼 ㅣ 문화 평전 심포지엄 4
폴커 라인하르트 지음, 최호영.김하락 옮김 / 북캠퍼스 / 2022년 1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책에 포장된 비닐을 뜯으면서 이렇게 두근거린 것이 얼마만인지 ^^
책 표자에 비쩍 마른 날카로운 턱선의 결코 미남이라고 할 수 없는 이 남자가 대표작 '군주론'을 비롯한 다양한 저서들을 남긴 마키아벨리이다.
몇 달 전에 읽었던 군주론은 벌써 몇 권째인지조차 모를 정도로 출판사 별로 출판된 군주론은 눈에 띄는 대로 다 읽었던 거 같다.
마키아벨리라는 사람이나 사상에 대한 책 또한 몇 권이나 읽었지만 여전히 이런 책을 읽는 것은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즐거운 일이다.
마키아벨리즘이라고 하면 양심과 도덕을 중시하던 기존의 정치와 달리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도덕적이고 야비한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 정치 스타일을 뜻한다.
정치인들에게 딱히 양심이나 도덕성을 바랄 수 없다는 점은 대한민국의 정치인들과 비슷하지만 마키아벨리가 그의 저서에서 말하는 목적은 정치인 개인의 경제적 이익이나 영달이 아니라는 점에서 현재의 정치인들과 전혀 다르다.
마키아벨리의 정치사상은 언뜻 보면 현실적인 정치인의 모습이지만 그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정치는 정치인 개인이 아닌 국민 당시엔 피렌체 시민을 위해 자신의 양심이나 도덕적 명성까지 버릴 수 있는 정치인이기에 지금 우리 사회가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정치인의 모습이자 가장 비현실적인 정치인의 모습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도 마키아벨리는 끊임없이 자신의 정치적 욕망과 행정적 욕심을 말하지만 그의 이상은 그의 세계에서도, 지금의 현실에서도 끝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가 이상적인 군주로 생각했던 밀라노의 군주였던 프란체스코 스포르자와 체사레 보르자가 있다.
용병대장에서 군주로 등극한 밀라노의 군주 스포르자는 밀라노라는 나라와 시대에 맞춤 인물이었고 말년까지 신중한 통치로 좋은 평판을 받았으니 지금봐도 개인의 능력과 시대 모든 것이 완벽한 군주의 모습이지만 마키아벨리는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군주론의 모델로 알려진 체사레 보르자는 마키아벨리가 실제로 만난 인물중에 그가 이상적인 군주의 자질을 가졌다고보았지만 그가 보여줬던 정치적, 군사적 행보는 체사레 개인의 능력도 있었지만 당시 교황이었던 아버지의 권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들이기에 금수저의 특권이었다고도 봐도 무관할 것이다.
군주론을 통해서 알게 된 체사레 보르자와 보르자 집안에 대한 책을 찾아서 읽는 것도 당시 이탈리아의 역사적 배경과 체사레 개인과 스페인계에서 교황이 되었던 보르자와 정치적 야심, 당시 최고의 미인이었던 체사레의 여동생 루크레치아의 이야기도 읽을 수 있어 흥미진진하다.
마키아벨리의 정치적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살았던 시대의 피렌체의 정치 상황을 알아야 한다.
물른 그의 개인적인 성격이 가장 크겠지만 긴 시간 동안 경제, 문화뿐만 아니라 정치까지도 메디치 가문의 지배하에 있는 이름만 '피렌체공국' 이지 실제로는 '메디치 왕국'이나 다름없었다.
메디치 가문의 힘이 잠깐 약해졌을 때 기회를 잡아 공화국으로 잠깐 정치 체제가 바뀌었고 마키아벨리가 나름 외교관으로 활동했던 짧은 시기가 바로 이 시기이다.
하지만 공화정이 되었다고 해도 긴 시간 메디치 가문의 지배하에 있었기에 공화정의 정치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고 이 혼란은 다시 메디치 가문에게 권력을 되찾을 기회를 준다.
'피렌체= 메디치' 라는 공식은 피렌체 내에서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영향력이 지대했다.
미켈란젤로가 메디치 가문이 낳고 키운 천재 예술가였다면, 마키아벨리는 메디치 가문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받고 무시당했다.
'군주론'은 마키아벨리가 메디치 가문의 당주에게 자신을 써달라고 부탁하는 이력서이자 아부 선물이었지만 그조차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들이 군주론을 읽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군주론의 내용은 당시 지배계층들이 행하고 있지만 밝히기엔 불편한 내용들이 가득했기에 이 또한 마키아벨리가 지배계층에게 껄끄러운 글쟁이로 인식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다시 메디치 가문이 피렌체 정국을 지배하고 그 후 마키아벨리는 말단 공직조차 앉아보지 못한 채 아버지가 남겨준 포도밭과 별장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의 촌부들과 시대를 풍자, 비판하면서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서 이미 알고 있던 마키아벨리의 일상의 에피소드들과 당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그의 생각들이 태어난 배경, 그가 일생에서 나름 의미 있는 공직 생활 동안의 행적 등을 더욱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그가 지금 현세에 살았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잘 돼야 풍자를 잘 하는 작가나 입이 거친 재야의 정치가가 되는 것이 그가 사회적으로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위치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마키아벨리가 현재를 살고 있는 정치인이었다면 그는 결코 권력의 중심부에 있는 정치인은 못됐을 것이다.
그러기에는 자신의 진짜 의도를 숨기고 타인을 속이는데 능숙하지 않은 마키아벨리는 어느 정당이나 힘 있는 정치인의 위선적인 모습에 속아 전략적 희생양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된다.
마키아벨리는 지배계층이 숨기고 싶어하는 것을 까발리는데 탁월했고, 자신이 뛰어나다는 것을 숨기는데는 미숙한 아니 숨길 의도 자체가 없었다.
이런 인물은 어느 시대에나 정치적으로 지배계층의 견제를 받거나 철저하게 지배세력으로부터 무시를 당하게 되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설사 그가 유력가문에 태어났다고해도 그는 자신의 가문보다 자신의 명성을 우선시했을테니 역시 가문으로부터도 철저하게 배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그는 밖으로는 인간에 대한 믿을 수 없는 존재라고 하면서 끝내 자신을 인정하지 않았던 조국인 피렌체에 대한 애정조차 놓지 못한 거 같아 피렌체에 대한 그의 짝사랑이 더욱 안타깝기만 했다
'마키아벨리'라는 인물과 그가 살았던 시대 그리고 그가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고
양장본에 400p가 넘어 괘 어렵고 딱딱한 내용의 책처럼 보이지만 내용은 딱히 어렵지 않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