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 설득 -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설득 프레임
로버트 치알디니 지음, 김경일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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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 설득" 처음엔 이 서명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설득에 관련된 책이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지만 '초전'의 의미는? 표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 의아함은 저자의 이름을 확인하자 곧 이내 웃음이 나왔고, 어떤 내용일까 하는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로버트 치알디니" 이 이름만으로도 내 기대감은 충분한 이유를 지녔다.

아마 저자의 이름까지는 기억하지 못해도 괘 긴 시간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던 "설득의 심리학" 시리즈는 누구나 한 번은 읽어봤거나 제목을 들어봤을 것이다.

'설득의 심리학'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심리적인 방법들에 대한 책이라면 이 책 '초전 설득' 은 설득이라는 과정에 앞선 일종의 고르기 작업인 것이다.

상대방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기 전에 미리 그것을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과정이라고 저자는 초전 설득을 정의한다.

싱글-슈트 질문은 결정적인 질문을 하기 전에 상대방으로 하여금 가장 최근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신제품에 대한 구입을 권유할 때, 모험을 즐기고 창의적이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스스로가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되고 실제 구매를 권했을 때 구매하는 확률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언뜻 생각해보면 논리나 합리, 경제적 이익 면에서 본다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결론이지만 인간의 심리는 이런 단순한 사전 작업에도 반응을 하고 그 성공 확률은 상상이상이다.

의자를 판매하는 온라인 웹사이트에서 단순하게 배경화면을 폭신폭신한 구름을 하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들은 고가의 편안한 의자를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단순한 배경화면 하나에 말이다.

이제는 세계적인 가구점으로 많은 지점을 거느리고 있는 이케아의 전략 또한 소비자로 하여금 스스로 만들게 한다는 것으로 단순히 구매자가 아니게 한다는 것이다.

1982년에 일어난 타이레놀 사건과 그 사건에 대응한 제조사인 존슨 앤 존스의 대응은 인상적이었다.

아무런 상관도 없어 보이는 문제 약품의 제조번호를 로또 번호로 선택했다는 사전 인식의 영향력은 논리나 이성적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자백하면 무죄는 없다'라는 것의 예로 든 피터 라일리 사건은 무죄일 경우 자신이 무죄니까 바로 풀려나리라는 믿음이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이런 경우를 당했을 때 취조실의 카메라 위치 선정부터 저자는 다양한 방법들을 알려준다.

라디오를 들을 때면 교통정보를 전해주는 리포터가 하는 일이 그저 교통정보 정리라고만 생각했는데 광고를 조절하는 일이 더 중요한 업무라고 하고 "로그 에디터'라는 직책으로 불린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어 신기했다.

요즘 들어 조금은 걱정스러운 내 건망증에 '본능적으로 새로운 것에 주의를 기울이며, 자연스럽게 원래 목적이 우선순위 밖으로 밀려 난다'라는 과학적인 설명에 나 역시도 저자처럼 위안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전에 그와 자신의 비슷한 점을 찾아내고 강조하는 것은 효과가 막강하다고 한다.

오프너에서 그들이나 사람들이 아닌 '당신'으로 바꾸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하니 작은 부분부터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설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셈이다.

긍정적인 연상만큼 쉽게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부정적인 연상에 주의하는 것도 중요하다.

부정적인 연상을 떠올리는 단어를 피하고 그 단어를 대신할 긍정적인 단어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초전 설득은 타인에게만 통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에게 결의를 다질 때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프/웬-덴'의 전략은 실생활의 많은 부분에서 유용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사마 빈 라덴의 경호팀장을 설득한 것은 당뇨병을 앓는 그에게 맞춤형 쿠키 하나였다고 하니 작은 정성이 그의 서방세계에 대한 뿌리 깊은 적대감을 녹였다는 이야기는 인상적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은 한국인들의 가장 의아한 점은 일본인들의 유대인 보호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승승장구하던 일본인 관료가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한 채 유대인들을 일본으로 보내주고 나중에 일본과 독일이 동맹을 맺고 당시 일본에 있던 유대인들에 대한 처우를 고민할 때 유대인 대표가 일본의 고위 관료들에게 전한 "독일인은 아니지만 우리는 당신들과 같은 아시아인이다." 이 말에 일본이 동맹국의 의리를 저버리고 유대인을 끝까지 보호했다고 하는 이야기는 당시 일본인들이 같은 아시아인들에게 행했던 참혹하기 그지없는 행위들을 더욱 생각나게 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예시들을 통해 '초전 설득' 이 미치는 영향들에게 대해 알 수 있었던 거 같다.

그 옛날 '설득의 심리학' 시리즈들을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사람의 심리에 대한 인지적 충격은 이 책에서도 어느 정도 느끼게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알려주는 다양한 방법들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스스로에게 지금 필요한 부분을 재정리하여 직접 써보면서 익힌다면 다양한 부분에서 많은 도움이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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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지만 확실한 재테크
김세민.노두승.이상수 지음 / 이밥차(그리고책)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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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투자나 주식 등에 대한 책을 읽느라 열중했었다.

누군가는 물질 만능주의라고 비판하지만 자본주의 세상에 사는 이상 경제력은 많은 것을 좌우하고 경제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자신과 주변사람 뿐만아니라 안면도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민폐를 끼치는 일이 되는 셈이다.

이 책에서도 등장하지만 요즘은 은행의 예금이나 적금의 이자는 더 이상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니 마이너스나 그저 보관용 이상은 아닌 것이다.

내 경우 이 책을 보면서 가장 많은 도움이 되었더 부분은 첫장의 생활재테크 부분이었다.

요즘은 어플 하나면 가계부부터 보험, 적금, 예금, 보험 주식까지 모두 편하게 관리해주는데 무슨 수기 가계부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게가 해주는 것과 자신이 손으로 직접 쓰는 것은 확실히 차이가 나는 거 같다.

나 역시도 예전에 내가 쓴 가계부를 가끔 보면 컴퓨터에 기입해 둔 가계부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 난다.

난방용 전기매트가 방방마다 있는 요즘은 보일러 요금과는 별도로 난방으로 인한 전기요금이 만만치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보건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조언은 가장 간편하지만 아마 잘 하지 않는 일일 것이다.

기억에 보건소에서 피검사를 한 적이 한번 있긴 하지만 개인병원과는 달리 공무원 특유의 불친절로 그후로 다시는 가지 않았었다.

이제 시간도 많이 지났으니 보건소에서 받을 수 있는 의료혜택은 미리 확인하고 불친절하더라도 신경쓰지 않고 내 권리를 챙겨야겠다.

아이들이 있는 집이면 여러가지 아동에 해당하는 수당들을 챙기는 것도 중요한 거 같다.

아파트 관리비에 대한 부분도 지금까지 생각지도 못한 부분들이라 공부가 많이 되었다.

지출비 중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통신비는 언제나 고지서를 볼 때마다 고민거리였는데 이 책에 나오는 방법들 중에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서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인 거 같다.

특히 사교육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는 이렇게 다양한 방법들이 있고 그것들을 볼 수 있는 주소까지 나와서 유용한 거 같다.

요즘은 직장인들이 여러가지 취미 활동이나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많고 또 이 책에서처럼 여유시간에 은퇴후나 자신의 창업을 위한 자격증이나 공부도 무료도 하거나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 꼭 확인해 보는 것이 좋을 거 같다.

운전습관만으로도 차를 오래 탈 수 있고, 연료비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자동차 보험을 다이렉트로 드는 것은 요즘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하는 방법이고, 신차를 더 싼 가격에 사는 것도, 또 구매시 주의할 점도 다시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뒷부분의 금융재테크나 카드 재테크, 부동산 재테크는 내용면에서 부분적으로는 조금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당장 써먹을 일이 없어 보이더라도 꼼꼼이 공부해두는 것이 좋을 거 같다.

간단하게 인터넷으로 가입만 하는 것드로 수수료를 아낄 수 있거나 휴면계좌에 대한 부분은 꼭 한번 해보면 좋은 거 같고, 카드 부분에서는 특히 주의할 점에 주목하고, 굴비카드 방법도 좋은 방법인 거 같다.

단독 명의보다는 공동 명의가 세제면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주택이나 땅 같은 부동산이 있는 사람들은 되도록 부부가 다정하게 공동명의로 하는것이 좋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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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누구나 교양 시리즈 1
만프레트 마이 지음, 김태환 옮김 / 이화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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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큼이나 세계 역사에서 주요한 포인트들을 잘 알려주는 책인 거 같다.

인류의 시작부터 현재 인류 전체의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한 기후 문제에 대한 부분까지 중요 포인트를 꼭 집어서 잘 설명해주어 읽는 내내 재밌게 세계사의 전반적인 흐름을 알 수 있었다.

인류에게 정착과 농경의 시작을 열어준 청동기 시대에 만들어진 농기구들은 지금도 그 기본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하니 마당에 있던 농기구들이 새롭게 보이기도 했다.

가끔 '서프라이즈' 같은 프로에서도 등장하지만 고대 문명 중 하나인 수메르 문명의 수메르인들이 갑자기 역사에서 사라진 이유는 언제쯤 정확하게 알 수 있을까 궁금하다.

하수 시설하면 고대 로마를 먼저 생각했는데 인더스 문명의 국가들이 최초라고 하고 그 시대에 집안에 화장실과 목욕탕이 있는 집도 있었다고 하니 어느 시대든 부자나 권력자들은 몇 세대 뒤의 보통 사람들보다 나은 생활을 누리는 거 같다.

지금도 인도의 사회문제 중 주요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카스트 제도가 고대 인더스 문명에 치명타를 준 아리안족이 자신들의 우위적 위치를 선정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는 것도, 그들이 유럽에서 온 민족이라는 것도 나중에 인도와 영국 사이를 생각하면 인도와 유럽의 오래된 악연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거 같다.

힌두교에 대한 비판에서 불교가 탄생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민주주의, 철학, 김나지움, 도서관, 의사, 음악, 수학, 건축 등등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너무도 많은 말들의 어원이 고대 그리스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하니 인류는 몇천 년이 지난 지금도 그리스의 문화적 영향 아래 있나 보다.

서로마와 동로마의 대립과 기독교의 분리로 인해 서로마의 주교가 지금의 교황이라는 직위에 오르게 되었다.

한때 유럽의 많은 나라들을 다스리던 함부르크 왕가가 우연에 의해 그 자리에 오른 것도 신기했다.

백년 전쟁을 프랑스의 승리로 이끌었지만 결국 그녀를 지지하는 국민들의 인기를 질투한 프랑스왕이 그녀를 영국에 의해 죽게 만드는 모습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을 시기했던 선조가 생각났다.

임금인 자신 대신에 전쟁에 나선 광해군을 질시한 인조도 그렇고 무능한 임금들이 잘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넘어서 그게 전부인가 보다.

공부하는 군주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 표트르 대제의 모습은 인상적이었고 그가 만든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베네치아가 생각났다.

미국을 독립으로 이끈 사건인 보스턴 차 사건에서 영국에서 온 차가 담긴 상자들을 버리면서 왜 그들은 상관도 없는 인디언들의 차림을 했다고 하니 정말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 혁명의 명분이 되었던 바스티유 감옥의 공격에서 구출한 이가 사실은 겨우 7명이라는 것도, 중요한 것은 명분이긴 하지만 그 숫자에 너무 어이가 없기도 했다.

어이없이 시작된 제1차 세계 대전과 사상 최초로 기관총, 탱크, 비행기, 잠수함, 독가스 같은 무시무시한 무기들이 사용된 전투인 베르됭 전투는 그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비참한 결과를 만들게 된다.

제1차 세계대전의 종결시킨 평화조약이 제2차 세계대전의 씨앗을 품고 있었다고 하니 운명은 하는 수 없나 싶다.

지금도 흔히 사용하는 좌익이니 우익이니 하는 말들이 근대 프랑스의 의석 배치에서 나온 말일뿐인데 그 단어 아래 자신들의 이념적 목숨을 거는 정치인들은 이 사실을 알기나 할까 싶다.

다양한 키워드로 재밌는 세계사를 부분부분의 중요한 사건이나 사고들, 그리고 그 역사를 만든 인물들, 그 역사 아래 이유로 모른 채 희생된 사람들이 만들어 낸 지금까지의 세계역사를 괘 자세히 알 수 있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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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아르테 미스터리 1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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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블로그를 통해서 앞부분을 읽으면서 참 궁금했었던 작품이었다.

책을 받아들고 앞부분을 급하게 읽어나갔고 블로그에서 읽은 부분의 뒷부분을 서둘러 확인했다.

허걱~~

주인공의 첫사랑이자 첫 의뢰인인 아쓰자키가 죽을 사람이 아니라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것에 다시 한번 놀랐다.

하나모리가 말한 마지막 기회가 바로 이런 의미였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쓰자키를 그렇게 마지막 말도 전하지 못한 채 허망하게 보낸 사쿠라는 망자들이 지닌 '추가시간'의 의미에 알다가도 모르겠지만 이 아르바이트를 그만둔다면 아쓰자키의 추가시간에 자신과 함께 보낸 기억들도 사라진다는 것을 알고 계속해서 사신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한다.

자신을 그저 아이 낳는 도구로 삼았던 남편과 시부모에게 복수하기 위해 아들을 데리고 있는 아이 엄마도 만나고, 자신의 엄마에게 학대를 당하다 죽은 소녀도 만난다.

그러던 중 사신과 그 사신들이 맡는 망자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알게 된다.

그리고 사쿠라는 자신을 학대한 엄마지만 그 엄마의 곁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 망자의 배신으로 상처를 받기도 하고 망자들이 하는 거짓말로 인한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그 거짓말 안에 숨은 망자들의 아픈 사정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그러던 중 망자의 주변에서 배회하던 또 다른 망자에게의 악의적인 말투로 사쿠라는 자신보다 항상 먼저 망자들을 만나러 갔던 하나모리의 비밀도 알게 된다.

처음에는 아웅다웅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자신에게 의지가 되어준 하나모리의 비밀은 이 소설의 작가가 준비한 최대한 반전이라고 생각된다.

연락조차 되지 않은 하나모리를 기다리다 사쿠라는 그녀를 찾아가고 하나모리를 만나게 된다.

드디어 듣게 되는 하나모리의 비밀과 생각지도 못했던 그녀의 과거를 들으면서 사쿠라는 왜 자신과 하나모리가 함께 사신 아르바이트를 했는지 이유를 알게 된다.

머지않아 끝나는 사신 아르바이트를 통해 하나모리와의 추억을 하나 둘 만들어간다.

사신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모두 사라질 기억들이지만 '지금' 하나모리와 함께 웃는 이 시간을 의미를 알게 된다.

6개월의 사신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그들이 원하는 소원은 자신들이 겪었던 어린 시절의 상처를 생각나게 하는 누군가 들을 돕는데 사용한다.

세상에 미련이 남은 망자들에게 주어진다는 '추가시간' 망자가 떠나는 순간 누군가의 기억에도 존재하지 않지만, 그 시간들은 그 시간 자체로 의미가 있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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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탈한 오늘
문지안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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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31 이번이 두 번째이다. 

2015년에 한번 12.31일을 저녁 내내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서 보내고 있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한 해의 마지막 날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이 내일이면 다가올 한 해가 책의 제목처럼 무탈할 거라는 예시 같아서 기분이 편안해진다.

11페이지에 가득한 개와 고양이의 사진들은 처음에 봤을 땐 딱히 이름도 기억하지 못했지만 각각의 강아지와 고양이들의 에피소드를 다 읽고 나서 다시 봤을 땐 불과 3-4시간 전인데도 개와 고양이가 아닌 오공이와 열무라는 이름으로 기억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는 참 다정한 사람인 거 같다는 생각과 동시에 외로움을 잘 타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읽기도 전에 누워있는 작은 고양이의 발바닥 사진이 너무 귀엽고 깜찍해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첫 시작은 상근이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아침에 인사하고 저녁에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라는 글에 벌써 죽은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우리집 두리가 생각났다.

형부의 직장동료인 미국인이 키우던 작은 강아지는 주인이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어서 우리집으로 오게 되었다.


아파트에서 고급 사료와 개전용 샴푸를 쓰던 일명 족보 있는 개로 당시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은 종이었다.

지금도 두리와 같은 종의 개를 본 적은 한 번도 없으니 당시에 족보를 그다지 중요하게 보지 않은 것이 조금은 후회되기도 한다.

넓은 아파트에서 살던 고급 애완견인 두리는 우리집에 와서 시골개가 되어 논밭을 뛰어다니고 아버지의 트럭에 자신의 지정석인 운전석의 옆자리에 앉아서 자기 하고 싶은 것은 다하면서 살았다 

가끔 밤늦게도 돌아오지 않아서 찾으러 나가기도 몇`번~ 그래도 항상 돌아왔기에 답답한 목줄 없이 그렇게 8년을 살았다.

어느 토요일 조카들을 보러 가서 1박2일을 다녀온 일요일 오후 집에 돌아왔는데 늘 있던 자리에 두리가 보이지 않아서 어머니께 물었더니 길 건너 집의 쥐를 잡기 위해 놓인 쥐약이 섞인 음식을 먹고 죽어서 늘 아버지와 함께 다니던 밭의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었다고 하셨다 

 

상근이를 대하는 저자의 마음이 어떨지 생각하다 문득 그리운 두리가 생각났다.

개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생명체가 어제가 살아있었다고 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있다는 것이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님을 생각하게 되었다.

관우의 이야기는 읽으면서 지금의 나는 과연 밥을 먹고 생명을 유지하고 있을 만큼 가치가 있는 생명일까~ 솔직히 그렇다고 대답할 자신이 없는 현실에 조금은 스스로가 안쓰럽게 느껴지는 밤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속도로 친해지려는 태도가 가진 자의 여유' 라는 글에 잠깐 책에서 눈을 떼고 생각을 해보았다

아미 이 말은 동물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연이의 에피소드에서 '기대만큼 다가오지 않는다고 화를 낼 이유가 있을까~' 하는 부분도 가진 자의 자만이 아니었을까 생각되었다.

해 질 녘의 보리와 저자의 사진은 보는 내내 마음이 따사로워진다

아무 일 없이 곁에 머무는 오늘이 언젠가 가슴 아프도록 그리워질 일상이라는 것을 저자의 조언처럼 잊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행복을 지키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오늘 나를 스쳐간 말들은 과연 필요한 말이었을까~ 이 저자의 물음에 생각이 많아지는 거 같다.

누군가에게 지금 곁에 있는 개는 많은 동물들 중 하나이지만 그 개에게 누군가는 일생에 단 한 명의 사람이라는 글에 지금 집에 있는 '보슬이' 생각났다.

두리가 죽은 그해 겨울 우연히 우리집에 온 아롱이는 그해 봄에 강아지를 4마리 낳았지만 유난히 약하고 작았던 한 마리는 얼마 가지 않아 죽었고, 남은 3남매 중 얼룩이 수컷 두 마리는 어머니의 지인분들이 데려가셨다.

암컷이고 유난히 하얗고 작은 막내 보슬이는 아무도 원하는 이가 없어서 제엄마 곁에 남게 되었고 그렇게 9년이 다 되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우리집 마당 안에서 살아온 아이~ 그 아이에게 우리집은 태어난 고향이고, 외갓집이고, 유일하게 살아온 자신의 집일 것이다

자신이 한 번도 선택한 적이 없지만 언제나 우리 가족들을 반기고, 작은 체구에도 최선을 다해 집을 지키면서 그렇게 긴 시간을 자기 자리를 지킨 것이다.

두리에게도, 보슬이에게도 선택의 기회는 없었다는 생각이 들어, 당연한 듯이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하니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게소에서 버려졌던 아롱이는 스스로 우리 아버지를 선택해 따라왔으니 녀석은 조금은 예외인 셈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ㅎㅎ

우리에게는 길어야 10여 년이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자신들이 선택하지도 않은 우리를 평생 사랑한다는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몽이의 죽음과 그 후의 저자의 모습은 반려동물을 잃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도 공감이 갈 것이다.

'있을 때 잘해 주었고, 보낼 때 잘 보내주었다는 믿음'  나 역시도 그런 마음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우리집 강아지들을 생각한다.

하지만 문득 생각한다.

우리집이 아니었더라면 그 녀석들은 더 좋은 곳에서 더 행복하게 더 오래 살수 있지 않았을까~~

사람에게는 의식주가 전부가 아니기에 동물만큼 행복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 이 질문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의식주가 전부였다면 나는 지금 행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인간의 자만일까 지금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일까~어느 쪽이든 지금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는 자각일 것이다.


따지고 보면 멋진 마당이 있는 집에서 자신을 이해해주는 남편과 각각의 사연을 가졌지만 저자의 가족이 된 멍이와 냥이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잔잔한 이야기를 읽는 거뿐인데 자꾸 눈물이 나와서 괘나 힘들었던 책이었다.

사진만 보면 그저 따사롭고 평화로운 모습인데 그 안에 이야기들은 나의 모습과 우리집 강아지들을 생각나게 했고, 그 에피소드 하나하나에 마음에 동해서 화장실로 뛰어가 소리 죽여 울기도 했다.

8년을 살았지만 사진 한 장 찍어주지 못한 채 갑자기 떠나보냈던 두리를 비롯해 처음 키웠던 복실이와 이젠 이름도 기억나지 않은  우리집 멍이들이 유난히 그리워졌고, 지금 집에서 추운 겨울 집을 지키고 있는 아롱이와 보슬이가 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저자와 저자의 사랑스러운 냥이, 멍이들이 언제까지나 저자의 다정한 보살핌 안에서 무탈한 오늘을 보낼 수 있기를 2018년 마지막 날인 오늘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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