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낮은 인문학 - 서울대 교수 8인의 특별한 인생수업
배철현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책을 다 읽고 문득 앞표지에 "당신은 어제와 같은 삶을 살 것인가"라는 글귀에 잠시 다른 생각에 빠져드는 것을 느꼈다
몸도 좋지 않은데 무리까지 해가며 딱히 당장 써먹을데도 없는데 외국어를 공부하고 책을 읽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괴롭히는 이유가 뭘까??
목적은 하나였다
'적어도 어제보다는 나은 내가 되는 것' 그것이 대부분 지식적인 부분이지만 나는 그렇다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들이 모인 서울대 8인의 교수님들이 쓴 이 책을 읽는 것도 내게는 그런 이유이다
8분 중 몇 분은 이미 저서를 몇 권인가 읽어서 낯이 익은 이름도 보인다
지난 주말 그동안 서평단 활동을 하면서 읽었던 책들을 정리했다
좁은 집에 책 둘 곳도 마땅치 않아 바닥에 쌓아두었다가 넘어지기도 몇 번~ 비어있던 다락에 방에 가득한 책들을 모두 정리해서 넣었더니 한가득이다
언뜻 봐도 300여권은 가까이 되는 거 같다
책들을 정리하면서 나는 왜 이 책들을 읽었는가?? 지금까지 이 많은 책들을 읽고도 그전에 비해 뭐가 나아졌지 하는 회의감도 든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또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있다
스스로에게 더 실망하지 않기 위해 아니면 실망할 잠깐의 틈도 주지 않기 위해~~
책의 앞부분에 나오는 '마아트"는 예전에 한창 이집트 관련 서적에 빠져 있을 때 많이 보던 단어이다
이집트 신화에 한참 열을 올리던 그 시절의 기억으로 마아트는 정의를 뜻하기도 하지만 정의의 여신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마아트"는 서울대학교 8인의 교수님들이 교도소에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의 프로그램의 이름이기도 하다
'삶의 여정에서 주춧돌이 되는 정성스러운 마음가짐"
다음 장에 나오는 골방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인상적이었다
세상 어떤 것으로부터도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자신만의 골방을 가진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것이 공간적인 것이든 심적인 것이든 말이다
예전에 대부분의 남자들이 차를 자신만의 공간으로 여긴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아마도 이 골방의 의미와 같은 것이리라 짐작된다
책으로 가득한 작은 다락방에 앉아 내 마음속의 골방을 찾아보지만 나에는 여전히 소원해 보인다
나라고 할 만한 것, 내것이라고 할 만한 것은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p 78
3장에서 등장하는 일리아스에 대한 이야기는 책의 소개 부분에서 읽었고 이 책을 읽고 싶다고 생각이 들게 한 가장 큰 부분이었다
일리아스는 괘 오래전에 오디세이아와 함께 샀지만 금방 다 읽었던 오디세이아에 비해 일리아스는 구입한지 10연년이 지난 재작년에야 겨우 마음을 다잡고 읽었다
트로이전쟁의 며칠간의 서사시~
트로이의 영웅 헥토르의 죽음으로 인해 만나게 된 원수지간인 아킬레우스와 프리아모스
책 소개에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얻은 파리스가 가장 영웅이라고 말하는 글을 읽었다
주변의 모든 것을 외면하고 자신의 사랑을 찾은 파리스가 영웅이라니 아 책에 실린 수감자의 이야기는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니 이해는 가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공감은 할 수 없다
나 하나 좋자고 나의 가족을 비롯한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들을 전쟁으로 죽게 만든 파리스는 여전히 내게는 파렴치한 인간이다
처음부터 손님으로 간 자리에서 남의 아내를 유혹해 데려왔다는 것도~ 뭐 책에서는 아프로디테가 약속을 지킨 것이니 어쩌면 파리스는 무죄인지도 모르겠지만~~
인간의 모든 행위는, 그 치열했던, 너무도 격렬했던 분노의 끝은 그래봤자 '죽음' 이라는 것이지요.
-p 120
각각의 강의는 지금까지 몰랐던 그리고 생각지도 못 했던 것들에 대해 많은 부분들을 알게 해주었다
내 경우는 특히 인상적인 부분이 독일에 대한 부분과 철학자 에리히 프롬에 대한 부분이었다
항상 일본과 비교되는 독일의 행보는 그들 나름의 다시 세계의 일부로 스며들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었고 일본에서는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은 선조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질 줄 아는 정치인이 있었고 그 정치인을 따르는 국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인 것 같다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날들은 아직 불리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p 224 <나짐 하크메트 - 진정한 여행 中에서>
많이 들어본 시인데 이제서야 저자를 알게 되었다
다른 부분보다 아직 살지 않은 날이 최고의 날이라는 글에 문득 시인의 의도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일텐데 내 느낌은 다분히 회의적이라 스스로도 당황스러웠다
결코 내가 산 오늘은 최고의 날이 될 수 없으며, 최고의 날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는 뜻 같아서
내가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아하는 점은 내가 몰랐던 다른 저자나 다른 책을 소개받는 일이다
이 책에서는 철학자 에리히 프롬이었다
이름도 많이 들어왔고 저서도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읽어보고 싶다거나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에리히 프롬이라는 철학자에 대한 호감도 생겼고 저서도 도서관에 있는 것부터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 글은 21세기북스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