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카라바조, 이중성의 살인미학
김상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제목만으로도 미술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귀가 솔깃해질 것이다
카라바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바로 표지에 있는 이 그림이 아닐까?
거인 골리앗의 잘린 머리를 들고 있는 소년 다윗~
이 주제를 그린 그림들은 많지만 대부분은 다윗의 승리를 축하하는 그런 분위기의 그림인데 카라바조의 이 그림 속 다윗은 그리 기뻐 보이지 않는다
책 속에서도 나오지만 이 그림 속 다윗은 자신이 죽인 거인 골리앗을 조금은 서글픈 눈길로 바라본다
마치 자신은 죽이고 싶지 않았다는 듯이 그리고 다윗이 들고 있는 골리앗의 머리는 무언가 하려던 말이 있다는 듯한 느낌이라 처음에 그저 무섭고 끔찍하게만 보이던 그림은 문득 인간사에 대한 묘한 회의감마저 들게 한다
성경 속에서 분명 다윗은 선택받은 사람으로 악의 존재인 골리앗을 물리쳐서 영웅이 되었는데 이 카라바조의 그림 속 다윗은 이겼지만 기쁘기만 한 얼굴은 아니다
그림 속 골리앗의 얼굴이 화가 카라바조가 자신을 그린 것이라는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책의 뒷부분의 이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 다윗 역시도 카라바조 자신이라는 설이 있다고 한다
아마 결코 평탄하지 못 했던 그의 인생이야기 때문에 더욱 그런 해석이 나오는 것이라 짐작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보티첼리 등의 르네상스의 반짝이던 별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나타난 유일한 천재이기에 더욱 빛을 발했던 카라바조~
그의 이름 또한 미켈란젤로였다고 하고 자신과 이름이 같은 미켈란젤로에게 라이벌 의식도 가졌다고 하니 참으로 자신만만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 천재적 실력을 그에게 준 신은 그에게 평탄한 삶까지는 주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밝은 빛으로 빛나던 선배 화가들에 비해 카라바조는 작품도 그렇고 인생도 리얼리티가 넘치다 못해 암울하고 스펙터클하기 이를 데가 없다
하지만 그가 수많은 사고를 치기 전부터 그의 작품은 이렇게 리얼리티와 어두웠으니 이런 부분을 생각하면 작품을 이렇게 그리다보니 인생까지도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처음부터 사고를 치고 도망치는 것이 그의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거 같다
밀라노를 떠나 로마로 온 것도 폭행 사건을 일으켜서 도망친 것이고 그 후로도 가는 곳마다 사건사고를 일으켜서 다른 도시로 도망치는 식으로 다니다 결국에 살인까지 일으키게 된 것이다
결투라고도 하지만 어쨌든 상대가 죽었으니 게다가 카라바조가 행한 평소의 일들이 있으니 그의 말에 신빙성조차 의심스러웠을 것이다
카라바조의 그림은 이렇게 세기말적 암울한 분위기 속에 방탕과 타락을 일삼는 무리와 더불어 어둠속에서 창조되고 있었던 것이다.
- p111
밀라노에서 로마로 와 한동안 승승장구하던 카라바조~ 하지만 신성한 모습을 원하는 주문자들에게 카라바조의 현실적이다 못해 비참하게까지 보이는 성자들의 모습이 눈에 마음에 들 리 없다
그의 유명세가 올라갈수록 그의 광기도 같이 커진 거 같기도 하다
당시 로마를 비롯한 각 도시국가의 위정자들이 카라바조의 작품에 눈이 멀어 그의 죄를 그냥 묻어두려고 했던 것 또한 그가 그토록 도시마다 사고를 칠 수 있게 해준 것도 같다
시대를 앞섰던 자신의 창의적 예술품에 도리질했던 주문자들에게 칼을 휘두르듯, 강한 붓질로 그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싶었는지 모른다.
-p 172
카라바조에게 그림을 주문한 사람들은 사치와 풍요에 익숙한 귀족들과 종교 지도자들이었지만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이와 정반대로 생활고에 찌들고 길거리의 폭력과 소란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평범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초라한 모습이었다.
- p243
생각해보면 카라바조의 작품들 중 기억에 남는 작품들은 대부분이 성서의 내용을 기반으로 그린 성화들이다
그의 가장 큰 후원자가 추기경이었다고하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성스러운 주제를 전혀 성스럽지 않은 모습을 표현해냈던 카라바조~
그가 그린 예수는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은 한 청년이었으며 마리아는 동네의 아주머니였고 성자들은 삶에 찌든 길거리의 힘없고 지저분한 노인의 모습이었으니 교회의 재단화나 자신의 서재에 걸어두고 뽐내고 싶었던 사람들은 실망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사건과 도망의 반복되던 그가 다시 자신의 재능을 무기로 로마로 돌아오기 길에 뇌물로 준비했던 그림도 잃어버리고 병에 걸린 채 허름한 병원에서 숨을 거둔 것을 보고 문득 신의 자신의 영광을 표현하기 위해 충분히 카라바조의 재능을 다 썼으니 더 이상 그를 필요로 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9이라는 젊은 나이지만 아마 그림에서 느껴지는 죄책감이 사실이라면 스스로도 자신의 삶에 조금은 지쳐있지 않았을까
그런 그가 다시 로마로 돌아가려 했던 것은 예전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교황의 사면을 통해 자신을 괴롭히던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 생각이었을까??
결과적으로는 어느 쪽도 이루지 못한 채 무덤조차 어디지 모른 채 죽어갔으니 한 시대를 풍미하며 자신의 재능을 무기로 삼아 자신이 저지른 죄들조차 무마시켰던 세기의 무법자 카라바조~
저자인 김상근 교수님이 미술사학자가 아닌 신학 교수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생각한다면 당시의 종교계에서 카라바조라는 괴물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위상을 올린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천재적 재능을 지녔지만 인품은 타고나지 못한 자신의 난폭한 성품에 결국 천재적인 재능까지도 잡아먹혀버린 듯하다
그의 후기 작품들을 보면 초반의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에서 서서히 밝아지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당시의 그림들에서 볼 수 없는 여백 또한 신선하게 느껴진다
자신이 정착시킨 테네브리즘에서 서서히 빠져나와 밝아지는 작품들처럼 자신 또한 어둠의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힘겨운 생활의 연속이었던 그의 인생에서 그만 벗어나고 싶었지만 결과적으로 벗어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으니 어떻게 보면 인과응보가 아닐까 싶기도 한다
카라바조의 그림을 좋아하지만 그가 자신의 재능을 자신이 저지른 죄를 무마시키는데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로 인해 다치고 죽은 피해자들은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
자신들을 다치게 하고 죽인 사람이 예술적 재능이 뛰어나고 그 재능을 이용한 유력인사들의 도움으로 처벌조차 받지 않고 편안하게 생활한다면 정말 화가 날 거 같다
예술적 재능은 결코 면죄부가 아닌데 카라바조의 경우는 면죄부 노릇을 독특히 한 셈인 거 같다
그의 비참한 결말이 피해자들에게는 조금의 위안이 되지는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까지 단순하게 그가 살인을 한번 해서 도망을 치디가 타지에서 죽은 것만 알고 있었는데 고향에서부터 끊임없이 사건 사고를 일으켜서 다른 곳으로 도망을 치고 자신이 지닌 예술적 재능을 미끼로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대가도 치르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신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한다
카라바조는 그 당시의 세상에 이용당했으며 자신의 그 세상을 자신의 재능으로 이용한 셈이니 결과적으로 비긴 셈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이 글은 21세기북스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