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죽음 열린책들 세계문학 49
짐 크레이스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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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독특하게도 처음부터 주요 등장인물들이 죽은 시체로 해변에 놓여 있는 것으로 시작한다. 보통 인물이 죽어있다면 추리소설이나 스릴러를 생각하게 되지만 이 소설은 '죽음'이라는 현상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부부인 조지프와 셀리스는 해변에서 정사를 하다가 강도의 습격을 받아 죽게 된다. 그러면서 이 소설은 조지프와 셀리스가 처음 만나게 된 시점에서의 이야기와 그들이 죽은 다음에 시체에서 벌어지는 부패 현상의 다큐멘터리가 번갈아 나오며 왜 그들이 인적이 드문 해변에서 정사를 벌였는지, 그리고 그들의 시신이 자연에서 어떠한 생물학적 과정을 통해 주변 생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자세히 말해준다.

결국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죽음이 '삶의 순환 과정' 중 한 단계에 지나지 않으며, 죽은 이의 삶이 부패와 재생이라는 더 큰 자연의 과정 속에서 품위를 부여받게 됨을 이야기한다. 한 마디로 '죽음'이라는 것에 대한 저자의 진지한 답변을 이 소설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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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교사 - 아해사랑 이야기
이경란 지음 / 디자인21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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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은 저자가 나와 독서모임을 함께 하기 때문이다. 사실 책을 내신 줄을 몰랐는데 모임을 이끄는 별별리엔님이 연말을 맞아 이 책을 읽자 제안하셨고 덕분에 이렇게 저자와 함께 하는 독서모임을 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 책은 처음에는 할머니가 되어 손녀의 육아를 도우면서 겪은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이제 과거 교사로 일했을 때와 교장이 되었을 때 겪은 학교 현장 및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나중에는 그녀가 지향하는 교육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 된다.

일단 글의 느낌은 소박하고 정직하다는 것. 꾸밈없이 진솔한 글은 읽은 재미가 있고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흥미진진하다. 특히 나 또한 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했던 교육행정공무원으로서, 학교 현장에 대한 저자의 교사로서의 입장과 행정실 공무원으로서의 입장이 재미있는 토론거리가 되기도 했다.

은퇴 후 이렇게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저자의 모습이 부럽고 또한 글을 통해 자신의 경험이 젊은 사람들에게 보탬이 되도록 하고 싶다는 저자의 마음가짐은 존경스럽다. 나 또한 언젠가는 교육행정공무원으로서 내가 겪었던 교육 현장에 대해 한 번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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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의 언어
마리야 김부타스 지음, 고혜경 옮김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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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 시대 이전, 저자의 주장에 의하면 유럽 지역에서는 널리 여신을 믿었다. 저자는 기원전 7000년부터 기원전 3500년 사이의 유물을 통해 '올드 유럽'의 여신 전통 문명을 이야기하고, 그 후의 종교에서도 여신 전통이 명맥을 이어왔음을 종교 안의 흔적들을 통해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일단 그 압도적인 유물 도상이 놀랍다. 저자는 무려 2000여장의 유물 도상을 이 책에 수록하여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각각의 상징을 각각의 의미에 따라 세밀하게 분류하여 소개한다. 유물 도상의 상태도 뛰어나 이 도상들을 일일히 기록한 사람에 대하여서도 경외감이 들 정도이다.

결국 저자는 이렇게 꼼꼼하게 상징들을 해석함으로서 1만년전의 인류 사회를 복원해낸다. 이렇듯 엄청난 작업을 해낸 연구자가 경외스럽고 가부장제가 인류 사회의 디폴트값이 아니었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 정말 출판이 고마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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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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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최은영 소설가는 작고 여려 보인다. 체구도 그다지 크지 않고 얼굴은 마냥 순하다. 하지만 그녀의 글은 예리하고 서늘하다.

최은영 소설가는 사회의 상황을 정확히 직시하고 특히 한국 사회가 여성을 바라보는 가부장적인 호근 폭력적인 시선을 대단히 예리하게 잡아낸다. 나 또한 익히 겪었던, 한국 여자들에게 무심결에 주어지는 사회의 요구, 즉 자신의 욕구를 주장하지 말고 주어진 의무를 다하라는 요구를 정확히 잡아내고, 여성들이 원하지 않는 상처를 받으면서도 오히려 자신을 채근하는 모습을 드러내어 독자들이 직시하도록 한다.

하지만 그녀는 보여줌에서 멈추지 않는다. 소설가는 억압받는 커뮤니티의 다른 구성원들과의 연대행위, 결국은 공감과 유대와 사랑만이 문제에 저항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런 모습을 소설가는 자신의 소설에 담뿍 담아낸다. 그래서 나는 최은영 소설가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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