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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 - 피부색에 감춰진 비밀
니나 자블론스키 지음, 진선미 옮김 / 양문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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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침팬지, 고릴라, 보노보와 진화상으로 바로 이웃인, 영장류로 분류되는 동물이다. 하지만 인간이 타 영장류와 다른 차이점 중 큰 것이 바로 피부가 털에 덮이지 않은 부위가 신체의 대부분이라는 사실일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러한 인간의 피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인간이 땀샘의 발달로 인해 피부에서 털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다른 영장류와 다른 생활환경으로 인해 인간은 땀을 흘리는 것이 중요해졌고, 그로 인해 피부에 털이 사라졌음을 말한다. 하지만 털이 사라짐으로 인해서 인간에게는 새로운 문제점이 생겼는데 그것은 DNA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이 필요해졌다는 것이고, 피부 세포 속 멜라닌이 그 해결책이 되었다. 다만 인류가 서식범위를 넓혀감에 따라 위도가 높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멜라닌 색소가 줄어들며 피부색이 밝아지게 되었다. 즉 인간의 피부색은 과거에 그 사람의 조상들이 살았던 환경에 대해 말해주지만 피부색 자체는 인종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표시로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문화라는 것이 있고 그로 인해 피부는 자신의 감정이나 의사를 표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의사소통의 기능이 피부에 부가되게 된 것인데 사실 이것이 백인들이 흑인들을 열등한 존재로 생각하게 되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피부색이 밝은 백인들이 보기에 피부색이 검은 흑인들의 감정을 잘 파악할 수 없었고 이로 인해 백인들은 흑인들이 감정도 없고 수치심도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피부색에 따른 인종주의에는 어떠한 이론적 근거가 없음이 증명되었지만 인류에게 있어 피부는 중요한 문화적인 역할을 담당함은 사실이다. 피부나 옷을 통해 인류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거나 사회적인 의사표시를 한다. 더 나아가 피부를 변형하거나 보완함으로써 자신의 외적 아름다움을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그리고 인류가 가진 예민한 촉각은 미래 기술로 인해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으로 진화하려 한다.

저자는 이렇듯 이 책 전체에서 피부의 과거로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조망하고 있다. 피부가 인류의 문화에 있어 끼친 중요한 영향과 역할을 생각한다면 이 책은 꼭 읽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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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지 이야기 - 전10권
무라사키 시키부 지음, 김난주 옮김, 김유천 감수 / 한길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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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지 이야기'는 내가 알기로 세계 최초의 장편소설로 알고 있다. 무려 11세기 헤이안 시대에 쓰여진, 그야말로 일본이 자랑하는 불후의 명작이다.

읽어본 바, 솔직히 후대의 우리의 소설 '구운몽'에 비하면 그 길이나 예술성은 확실히 뛰어나다. 하지만 나의 감상을 짧게 말한다면 일본판 구운몽이다. 겐지를 중심으로 여러 여인이 등장하고 또 그들이 한 집에서 오손도손 사는 모습이 딱 그렇다.

그렇지만 일단 한국의 '구운몽'과는 정서가 완전히 다르다. 그야말로 현대의 일본의 문화 및 정서의 원류가 어디인지 정말 실감나게 느꼈다. 이지메의 뿌리깊은 전통이라던가 겐지의 이중적인 윤리관 등 확실히 한국인과는 다른 정서가 물씬 풍긴다. 뭔가 인물들의 심리가 묘하게 비틀어져 보인달까? 특히 겐지의 유모가 자신의 죽음 직전에 찾아온 겐지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데 유모의 자손들이 그 모습을 보며 흉물스럽다고 말하는 장면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심리였다.

어찌됐든 헤이안 시대의 귀족사회의 모습은 정말 생생하게 나온다. 그 시대의 문화와 가족관, 사회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고 일본의 미의식도 대단히 유려하게 나타나 있다.

그러나 나의 솔직한 감상을 말한다면, 일본 문화를 전문적으로 알고 싶거나 일본 문학을 전공하는 분들이 아니라면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전공자 아니면 굳이 찾아 읽어야 할 가치는 솔직히 모르겠다. 특히 나는 일본 정서 특유의 이중성이 너무나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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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과 음 사이에서 - 아르보 패르트의 음악 여정
요나스 실드레 지음, 신호경 옮김 / 마르코폴로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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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나의 클래식 지식은 차이코프스키 정도의 시대에 멈춰져 있음을 우선 밝힌다. 왜 이 말을 했느냐 하면 이 책이 에스토니아의 현대음악거장 아르보 패르트의 삶을 다룬 그래픽 노블이기 때문이다. 그 말은 즉, 잘 모르는 현대 클래식 음악계의, 더더군다나 더 익숙하지 않은 구소련계의 음악가의 음악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는 채로 이 책을 읽었다는 말이다.

이 책은 그래픽노블이고 아르보 패르트의 음악을 그림으로 형상화했고, 나는 전혀 그 감동을 함께 하지 못했다. 이 책을 읽을 때 그 점이 정말 가장 아쉬웠다.

하지만 만약 아르보 패르트의 음악을 안다면 이 책은 너무나 깊은 감동을 줄 것 같다. 공산주의라는 통제 사회에서 인간 사이의 교류와 가르침이 흐르고, 한 예술인이 자신의 예술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끊임없이 성찰하며, 자신의 삶을 온전히 음악에 바치는 그 모습이 너무나 잘 그려져 있다. 그리고 그래픽으로 형상화한 작곡가의 음악.

다만 나의 어릴 적 기억(현대의 클래식 음악에 도전했다가 쓴 맛을 보았다)으로 인해 아르보 패르트의 음악을 듣게 되지는 않았지만, 혹시 아르보 페르트의 음악을 안다면, 특히나 그의 팬이라면, 이 책에서 언급되는 음악을 들으면서 이 책을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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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과 전체 - 개정증보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지음, 유영미 옮김, 김재영 감수 /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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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는 과학사에 있어 가장 풍요로운 시대였을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나온 이후 물리학은 그야말로 눈부신 발전을 이루지요. 그 시대를 수놓았던 많은 천재 과학자 중 하이젠베르그도 빛나는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그는 '불확정성의 원리'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과학사에 남깁니다.

이 책은 그러한 하이젠베르그가 자신의 과학 연구에 대해 이야기한 책입니다. 같은 길을 걷는 스승과 동료와 함께 심도깊은 토론을 하는 과정이 생생히 담겨 있으며, 그들의 탐구가 단지 과학에서 머물지 않고 깊은 인문학적 통찰과 예술에 대한 감수성까지 이르게 됨을 보여줍니다. 특히 과학에서 양자역학이 자리하는 위치에 대해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쓰여져 있지요.

이 책을 읽노라면 그들 과학자들의 지적 여정에 함께 동참하며 저 또한 그 중요한 토론자리를 간접체험하게 됩니다. 그들의 문제의식과 창의적 사고를 접하고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지요.

'양자역학'이라고 하면 문과 출신들에게는 독서에 상당한 압박이 가해지는 소재이지만 일단 그 점을 넘어서면 인류의 위대한 지적여정을 함께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정말 대단한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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