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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 ㅣ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11월
평점 :
마르셀 프루스트는 장년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재능없음에 절망하다 어느 순간 자신의 과거를 소설로 써내야겠다는, 그 영감의 순간까지를 소설에 담는, 그리하여 그것을 엄청난 걸작으로 완성해내는, 그런 성취를 이루었다. 그처럼 소설가들은 자신의 과거나 생애에서 영감을 얻고 그것을 소설로 완성하게 되는데, 이민진 또한 자신의 정체성, 즉 한인 1.5세대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그 속에서 자신의 소설세계를 완성하는 듯 하다.
이민진 작가를 알게된 건 아무래도 애플TV의 드라마 '파친코'였다. 대대적인 마케팅이 있었고, 때마침 번역본을 출간하는 출판사도 바뀌게 되어 원작 소설 '파친코'가 주목을 받게 되었고, 나 또한 그로 인해 이 소설을 쉽게 얻게 되었다(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쉽게 구했다). 그래서 '파친코'를 읽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중고서점에 이 책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음식 1,2'도 책꽂이에 꽂혀있어 다시 한 번 이민진 작가의 소설을 읽게 되었다.
'파친코'나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음식'이나 그 속에 담긴 정서는 디아스포라이다. 사실 한국인은 역사적으로 굳이 해외에서 사는 경험을 하지는 않았던 듯 싶었는데, 조선말에서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근대화의 시기에 많은 한국인들이 해외로 나가게 되었고, 자신의 뿌리가 없는 곳에서 생존하고 적응해내며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하지만 해외로 나간 한국인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자신의 조국에서 상처받은 트라우마가 존재했고, 이 트라우마는 가뜩이나 힘든 이역만리의 삶에 또 하나의 고통을 가져다주거나 혹은 그들의 자식들에게 영향을 끼쳤고, 이민진 작가는 이 지점을 명확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민진 작가가 그려내는 한국인의 모습은 어쩌면 한국역사 속 고유한 한국인의 모습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한국인의 체험이 오롯이 한국인만의 것이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다행히 한국은 힘든 사다리를 건너 선진국에 진입했지만, 그래서 한국문화가 다른 외국인들에게 인정받는 한 이유이기도 하지만, 현재 세계에는 본국의 여러 어려움으로 인해 타국으로 이주하는 이주민들이 많이 존재하고, 그들 또한 과거의 한국인들처럼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고 있다. 즉 디아스포라의 한국인은 또한 다른 제3세계 국가의 디아스포라 이주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민진 작가의 작업은 비록 한국이민자의 삶을 그릴지라도 인간 삶의 한 모습을 그린다고 할 수 있으며, 그들의 욕망과 삶을 살아가는 태도는 인류보편의 의미를 가진다.
이민진 작가의 주인공은 여성이며, 삶에 대해 쉽게 절망하지 않고 주체적이며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들은 타국에서 기득권층이 아니라 소수자이기에 그들의 욕망은 쉽사리 충족되지 않는다. 하지만 성공만이 인생의 해답이던가. 그녀들이 삶을 살아가는 태도는 한국인을 넘어 전세계 저소득층 여성들에게 어떤 울림을 주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