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짝 마, 소도둑! 한겨레 동시나무 5
안오일 지음, 신혜원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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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년기를 보낸 충남 당진 고향마을엔 밤길을 혼자 걷기 무서운 얘기들이 전해왔다. 전설은 아이들 사이에 담력을 테스트하는 장소가 되기도 했는데, 밤중에 혼자 그 곳을 지나며 등골이 써늘하고 머리끝이 쭈삣 하늘로 치솟아 오줌을 지렸다는 얘기가 회자되기도 했다. 도시인들은 짐작도 못할 칠흑같은 시골마을엔 도깨비 얘기를 비롯한 전설 한두 개쯤 없는 마을이 없었다.

동화와 시를 쓰는 안오일씨가 3년여 동안 담양 지역 375개 자연마을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낸 설화동시라는 형식으로 50편을 수록한 ‘꼼짝 마, 소도둑!‘은 내 유년기 추억을 불러오기에 충분했고, 신혜원님의 그림은 설화를 이해하기에도 좋았다.

 

 

한때 내게 시를 가르쳐주신 고재종시인의 해설은 넘치지 않게 조목조목 짚어 도움이 되었다. 꼼꼼하게 세 번을 읽었는데, 내가 아는 이야기나 장소로 짐작되는 것도 몇 개 있었다. 기회가 되면 안오일 시인이나 고재종 선생님과 같이 여기 나온 장소를 답사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다.

대부분의 우리 설화가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지만 그속에 담긴 해학과 지혜를 찾는 재미도 크다. 사람 뿐 아니라 동물과 나무들도 제 도리를 알며, 모든 생명들과 어우러져 살아가려면 이기심을 앞세우지 않아야 한다. 어린이 독자들도 이 설화동시집을 읽으며 충분히 이해할 듯...

마음이 장사 -안오일-

어떤 노부부
하루는 내를 건너다
불어난 물에 빠져 죽을 뻔 했어

효심이 지극한 노부부의 아들
그걸 알고는
으라차차 어영차
커다란 바위 세 개로
돌다리를 놓았지

뚝딱 생겨난 돌다리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어
아들 힘이 장사라고 말이야

안전하게 냇물을 건너게 된 사람들
그 다리를 효자다리라고 불렀대

아들이 큰 바위를 옮길 수 있었던 건
어쩌면 힘이 장사여서가 아니라
마음이 장사였기 때문일지도 몰라(46~47쪽)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사람이나 동물도 다르지 않아 잔잔한 감동을 준다. 진심과 겸손은 사람을 감동시켜 하늘의 뜻도 움직인다는데, 나는 사람 뿐 아니라 하늘도 감동시킬만한 짓을 하고 사는지 돌아보게 된다. 친정부모만큼 시부모를 생각지 않는 나를 쿵쿵 두드린 시...

요즘 효자 -안오일-

옛날 효자는
병든 부모 위해
살을 베어 봉양하고

지금 효자는
공부만 잘 하면 되고

옛날 효자는
시묘살이를 하고

지금 효자는
출세만 하면 되고

옛날 효자는
부모 위해 자식도 버고

지금 효자는
돈만 드리면 되고 (34~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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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9일 늦가을 밤을 시와 음악과 문학 강연으로 수놓은, 광산하우스콘서트 신형철 포엠콘서트 ‘시, 재즈로 읽다‘는 진정한 힐링 시간이었다.

샌드 아티스트인 주홍의 진행으로 광주국악방송 ‘주홍의 무돌길산책‘ 녹음도 병행됐다.

무대에 오른 신형철교수는 국문학사에 가장 오랜 고조선의 ‘공무도하가‘로 학창시절 기억을 소환하며 시심을 열어주었고, 한충은의 대금과 포레스트 연주로 소리꾼 이**은 공무도하가와 쑥대머리를 노래했는데, 역시 우리 소리 참 좋다!

남도의 ‘서정‘과 ‘저항‘이라는 키워드로 시의 보편성과 남도라는 지역성을 고려해 김영랑과 박용철, 황지우와 한강의 시를 소개했다. 시민이 참여한 시 읽기로 김영랑의 ‘내 마음을 아실 이‘와 ‘북‘, 용아 박용철의 ‘밤 기차에 그대를 보내고‘를 들은 후 신영철교수가 영랑과 용아 관계 및 일제치하에서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정서를 살린 시문학을 강의했다.

윤난실공익지원센터장이 읽은 황지우 시인의 ‘윤상원‘을 들으며 먹먹한 감동이 스며들었다. 5.18 마지막 수배자인 윤한봉선생 조카라는 윤난실센터장이 윤상원과 영혼결혼을 한 들불야학 박기순과의 인연을 얘기했다. 초등 5학년인가 고향가는 길을 함께 걸어갔다고...

신형철교수는 어린 학생들을 위해 5.18과 윤상원 열사를 소개했다. 윤상원은 ‘제대로 살고 있는가?‘ 자문하며 부끄럽지 않으려고 ‘죽기 위해 살자!‘는 혈서를 썼다고...역사란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이 실감되었다.

색동회 고미란이 읽은 황지우 시인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은 시낭송 전문가처럼 잘했다는 칭찬과 더불어 시해설을 곁들였다. 시 강독과 해설 사이에 퓨전재즈밴드 ‘더블루이어즈‘의 노래와 연주로 시심과 분위기를 업시키는 기획도 좋았다.

운명을 의인화한 한강의 ‘서시‘를 직접 읽고, 운명을 긍정하는 삶의 태도를 언급했다. 인생은 예습복습과 연습도 할 수 없지만, 문학작품을 읽으면 타인의 삶을 통해 인생을 연습하고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으니 두 번째 삶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76년 대구에서 태어난 젊은 비평가 신형철은 4년 전 조선대 교수로 오면서 짐싸서 내려와 광주시민이 되었다. 몇 해 전 송정역에서 우연히 황지우 시인을 만났을 때 ˝고맙다˝고 하셨단다. 앞뒷말 없이 ‘고맙다‘고 하셨지만 ‘내가 고맙다는 말을 들을만 한가?‘자문하며 부끄럽지 않기 위해 남도의 문학과 정신을 배우고 소개하며 열심히 산다고 말했다.

황지우 시인이 어떤 마음으로 ‘고맙다‘고 말했는지 온전히 알것 같았다. 오늘 내가 받은 가장 큰 감동은 광주시민이 된 신형철교수 자체였다. 남도의 서정과 저항은 ‘징하다‘는 말에 담긴다 했고, 진행자 주홍은 ‘징허게 귄있다‘는 말로 답했다. 신형철교수는 광주시민 4년차답게 ‘귄있다‘는 말도 알아듣는다고 화답~^^

시를 잘 읽고 싶다는 주홍의 마무리 질문에 소중한 것은 공짜로 얻을 수 없으니 시간을 쏟으라고 말했다. 89년 광주시민이 된 내가 앞으로 문학평론가 신형철과 그의 책을 더 많이 사랑할 듯하다.♥^^

2시간을 꽉 채워 9시 30분에 끝났는데도 사인회를 가졌다. 동행한 지인은 하현우의 팬으로 그의 노래로 ‘몰락의 에티카‘와 신형철의 팬이 되었다 고백했고, 나는 ˝알라딘에 선생님 팬 많은거 아시죠?˝ 했더니 ˝요즘엔 많지 않던데요.˝하셨다. 알라딘에 신형철 팬이 많다는 걸 어떻게 증명할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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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7-12-02 06: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신형철씨가 조선대 교수가 되셨군요. 조선대가 광주에 있는 줄도 모르는 무식한 일인~~~ㅠㅠ
언니의 글을 읽으니 충만한 모임이 느껴집니다.

순오기 2017-12-03 02:20   좋아요 2 | URL
조선대는 민족조대라고도 불리는 민립대학으로 자리매김했죠.^^ 나희덕시인도 교수로 있고...

2017-12-02 0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7-12-03 02:22   좋아요 2 | URL
현장감이 느껴졌다니 다행이어요. 차분하고 짧은 핵심강의가 나는 좋았는데, 지인은 힘이 넘치는 강의를 대했다고...^^

순오기 2017-12-07 0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000님의 요청으로 일부 사진 삭제하고 실명도 00으로 처리함!!

2018-01-10 14: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 광산구에서 신형철님을 만납니다~♥

문예회관에 도착해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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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9 20: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헐 강의제목 끝내주네요. 즐거운 시간 되셔요^^

순오기 2017-11-30 02:16   좋아요 3 | URL
챕터별로 짧은 강연과 음악과 시가 어우러진...참신한 기획이 좋았어요!♥

라로 2017-11-30 01: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언니 나이를 거꾸로 드시나요???? 노랑모자 넘 이뻐욥!!!!!!>.<

순오기 2017-11-30 02:18   좋아요 3 | URL
이렇게 댓글을 달면 사진을 24시까지만 두겠다 했는데 지울수가 없잖아요.ㅋㅋ
동행한 지인의 핸폰이 좋아서 잘 나왔어요!!^^

라로 2017-11-30 02:41   좋아요 3 | URL
이뻐요 이뻐!! 😍
모자도 목도리도 뭣보다 언니가!!!

라로 2017-11-30 02:55   좋아요 3 | URL
저는 프야님 책 읽고 있었어요. 이제 수업 들어가려고요~~~ 좋은 꿈 꾸세요~~~❤️
근데 언니 설마 24시간 후에 삭제하시려고 안 주무시는 건 아니죵???ㅎㅎㅎ
 

 

 

 

 

 

 

 

 

 

최규석.하종강 강연 시작하기 전...

자칭 큰누나 자격으로
어제 도착한 6권을 가져와 싸인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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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최규석 강연에 참석하려고 ‘송곳‘1.2.3권을 다시 읽었다. 11월에 출간된 ‘송곳‘ 4.5.6권을 포함 5만원 이상 주문했더니 멋진 도자기 식판과, 2018년 송곳 다이어리도 같이 왔다.

다이어리도 좋지만 도자기 식판은 깔끔하고 예쁘다. 이 식판에 반찬 뿐 아니라 과일이나 비스킷 등 어떤 걸 담아도 예쁘고, 입안에 침이 절로 고일 듯...♥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일정액의 구매자에게 선물하는 알라딘 굿즈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래서 알라딘에는 책보다 굿즈 상품을 받기 위해 책을 산다는 이들도 많다죠? 어쩌면 나도 굿즈를 받으려고 책을 사는 건 아닌지... 그얼다 아니다는 그대의 선택...^^

이제 송곳 4.5.6권 읽기에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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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나무 2017-11-23 1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규석 작가님을 몇 번 뵌 적이 있는데 정말 바른생활이고 마음 따뜻한 분이에요. 그 분을 보면서 저도 더 노력해야지 하는 생각을 한답니다. 순오기 님 오랜만이에요^^ 서재 열었어요.

순오기 2017-11-25 04:20   좋아요 1 | URL
네~ 최규석작가, 겉은 차가워보여도 따뜻한 사람이지요!♥
오랜만에 승주나무님 서재 들러 좋은 소식도 접하고...건필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