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작가들 또한 저에게는 신선함 그 자체였습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양혜규 작가의 <소리 나는 구명 동아줄>, 반질반질 윤이 나는 도자기 인형을 모티브로 최지원 작가의 <뾰족한 것들의 방해> 시리즈, 도예가가 만족스럽지 않아 스스로 파괴한 도자기파편들을 가지고 예술 작품으로 만든 이수경 작가의 <번역된 도자기>시리즈, 빈갑을 모으는 취미를 가진 구본창 작가, 거꾸로 그린 그림이라는 시그니처 스타일을 만든 게오르크 바젤리츠, 여러가지 돌들을 모아 그린 이즈미 가토 등의 이야기를 듣고 작품들을 감상하며 다채로운 생각들에 저의 사고가 유연해지며, 다른 우주로 나아감을 느꼈어요. 작품은 잘 몰라도 갤러리나 미술관에 가면 좋았던 그 느낌들이 이 책을 통해 더 생각이 트이고 확장되는 느낌이었어요. 세상에 별의별 생각을 가진 예술가들이 있음에 감사하며, 그들만의 생각과 작품들 하나하나가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 보였습니다.
직접 예술가와 긴밀한 소통을 나누며 그 장소에 어울리는 작품들을 제작해 소장하고 있는 와이너리 또한 감동이었어요. 작가들이 풍경, 음식, 와인, 건축에서 영감을 받아 장소와 작품이 소통하는 장소 특정적 작품을 창작하는 곳, 이곳만의 분위기에 맞게 작가들이 직접 자기만의 느낌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며 감탄을 하게 되었습니다. 작가들의 작품을 사서 집에 놔두거나 잠시 대여해 보관하는 것은 흔히 있을 수 있지만 작가들이 직접 그 집의 분위기에 맞는 작품을 만들어 놓는다는 기막힌 발상이 멋졌어요. '집마다 분위기가 다른데 작가가 그 집 분위기에 맞게 작품을 만들어 그 집에 놓는다면 집들마다 얼마나 다채로울까? 집마다 예술 작품이겠네~' 라는 상상을 하며 잠시 흐뭇해졌어요.
십년마다 돌아오는 그랜드 투어의 해, 미술 애호가들의 축제같은 유럽 대륙에서 미술계 주요 행사들이 다발적으로 펼쳐지는 특별한 한 해의 여름에는 미술 애호가라면 카드 빚을 내서라도 비행기표를 끊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해요. 저자분은 2017년 출장으로 다녀왔다고 해요. 저도 가보고 싶은 꿈이 생겼네요. 가면 그저 행복할 것만 같습니다. 열심히 발품 팔며 곳곳을 쑤시고 다니는 저를 상상하네요~^^얼마나 행복할까요?
마지막에는 대한민국이 아닌 어딘가로 홀연히 사라지고 싶을 때 저자가 가는 곳을 공유했어요.
한국에서 잠수타기 좋은 장소, 잠시 다른 세상으로 가고 싶을 때 가는 곳 10곳을 소개합니다. 일이 힘들거나 마음이 힘들 때 돌연 시공간을 초월한 나만의 아지트, 나만의 장소로 가서 잠시 있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런 장소를 공유하고 있어요. 이 장소도 놓치지 마세요.
이 작가님은 매번 글 솜씨도 없는데 글을 써야 하는 운명이었다며 자조하지만 글을 너무 잘 쓰세요. 사람은 상상 속이나 가능한 것들, 내가 욕망하는 것들을 다 이루지 못해 현실의 불만족을 유튜브나 TV, 책 등을 통해 해소하기도 하는데 그런 점에서 돈 한 푼 안들이고 미술 덕분에 여러 곳을 다닐 수 있었고, 작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니 얼마나 행운이었을까요? 직접 현장을 발로 누비며 살아간 작가님이 진심 부럽습니다. 예술은 곧 경험이라며 지금도 미술 현장이라면 어디든 간다는 작가님의 두 번째 책도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