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신화는 미술 ㆍ영화ㆍ문학ㆍ역사 ㆍ심리학 등 서양 학문과 사상을 이해하려면 당연히 알아야 할 내용이다. 그리스로마신화에서는 끊임없는 스토리텔링을 제공하며 수많은 상상을 하게 한다.
이디스 해밀턴은 20세기 최고의 신화학자이자 스토리텔러로 이 책은 1942년 초판으로 굉장히 오랜 역사를 가진 책이다. 그럼에도 지금도 사랑받는 이유는 고대그리스 작가 호메로스, 헤시오도스, 오비디우스,에우리피데스부터 로마 작가 베르길리우스까지, 더불어 역사학의 아버지 헤로도토스와 철학의 아버지 플라톤에 이르는 수많은 고대 원전을 연구하고 그 중 최고 작품을 엄선해 신화의 정수만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책을 보면 시작할 때 어디서 발췌를 했는지 꼭 출처를 밝히고 있다. 그래서 신화를 더 깊게 읽을 분들은 그 책을 찾아서 더 읽어봐도 좋을 거 같다.
저자가 보기에 그리스로마신화는 단순히 이야기나 환상소설이 아닌 '고대의 과학' 이었다.
그 당시 사람들은 천둥과 번개, 별,태양,달,폭풍, 화산폭발,지진 같은 것들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에 대해 나름의 해석을 하며 이야기를 만들었을 거라고 본 것이다.
지금도 천둥 소리가 나면 아이들은 무서워 한다. 그런데 그 당시 사람들은 얼마나 무서웠겠는가? 게다가 길을 가다 한 순간 벼락 맞아 죽은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천둥과 번개를 제일 무섭게 보고 제우스라는 신을 만들어 숭배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리스로마신화는 다른 신화와 다른 점이 있다.
거의 모든 신화들의 신들은 우리가 범접할 수 없는 인간과는 다른 존재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이 많은데 그리스로마신화를 보면 신들이 너무나 인간적이다. 제우스는 천하의 바람둥이이며, 헤라는 질투를 하며, 또 다른 아테나나 아프로디테 등도 누가 더 아름다운지같은 쓸데없는 것들로 경쟁을 한다.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본 떠 신을 만들었다.
이디스는 바로 이 점으로 그리스로마신화는 공포와 인신공양이 난무했던 원시시대를 벗어났다고 보았다.
몇몇 신을 제외한 모든 신은 인간미를 갖추었으며 황홀할 만큼 아름다웠다. 고대그리스 신화 작가들은 공포가 가득한 세상을 아름다움이 가득한 세상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책의 순서는 제 1장 신들, 세상의 창조, 초기의 영웅들, 제 2부 사랑과 모험 이야기, 3부 트로이 전쟁 이전의 위대한 영웅들, 4부 트로이 전쟁의 영웅들, 제 5부 신화에 등장하는 위대한 가문들, 제 6부 기타 신화들 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제 1장은 맨 뒤에 그리스 로마 신 이름 비교와 주요 신들의 가계도를 보며 읽으면 도움이 되고, 제 1부의 3장 세상과 인류는 어떻게 창조되었는가와 제 4장 초기영웅들을 읽을 때 맨 뒤의 프로메테우스의 자손들을 보며 읽으면 좋다.
제3부 트로이전쟁 이전의 위대한 영웅들은 맨 뒤의 페르세우스와 헤라클레스의 선조들을 보며 읽으면 좋다.
제4부 트로이 전쟁의 영웅들은 맨 뒤에 아킬레우스의 선조들과 트로이 왕가, 트로이의 헬레네 가문 을 보며 읽으면 좋다.
제5부 신화에 등장하는 위대한 가문들은 맨뒤의 테바이 왕가와 아트레우스의 후손들, 아테네 왕가를 보며 읽으면 좋다.
가계도를 모르고 보면 헷갈릴 때가 있다. 신, 또는 영웅은 어디 출신인지 정확히 알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신화인데도 신과 영웅의 계보까지 나와 있는 걸로 보면 실제 있었던 인물인 것같은 착각이 든다.
이디스 저자는 모든 신화를 한 권으로 묶을 수 있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버리고 원전에 가깝게 쓰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이 책에는 유명한 화가들이 그린 회화와 조각 작품 100 여편이 수록되어 있다. 글을 읽으며 그림까지 감상할 수 있어 더욱 좋다.
또한 간간히 시들이 인용되어 나와 읽을거리가 풍성한 느낌이다.
이왕에 그리스로마신화를 읽고 싶다면 고대의 수많은 원전에서 최고작품만 엄선해 담아낸 이 책으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