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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 언어 수업 - 모호한 생각을 미래의 비전으로 바꾸는
호소다 다카히로 지음, 지소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7월
평점 :

“미래는 말로 만들어진다.”
세상은 ‘말’로 움직인다. 우리는 매일 말을 하고, 듣고, 쓰고, 읽는다.
하지만 그 말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또 우리 자신에게 어떤 생각의 틀을 주는지에 대해선 잘 인식하지 못한다. 호소다 다카히로의 『컨셉 언어 수업』은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말은 단순한 소통의 도구를 넘어서 ‘미래를 설계하는 언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명한다.
책은 저자가 2012년 처음 이 원고를 집필했을 당시를 회상하며 시작된다.
당시에는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우주 관광, AI의 일상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기업 구조의 변화 같은 일들이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 저자는 “누군가의 입을 통해 던져진 언어가 미래를 끌어왔다”고 말한다.
즉, 미래는 상상이 아닌 언어를 통해 구체화된 구상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크게 세 가지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는 '비전 언어'의 개념과 그것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이론적 설명이다.
둘째는 ‘비저너리 워드(Visionary Word)’가 실제 사회에서 어떻게 발화되고 실현되는지를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들이다.
셋째는 독자가 직접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실천 훈련이다.
책 전체에서 핵심이 되는 개념은 단연 ‘컨셉 언어’다.
‘컨셉 언어’는 단지 멋진 문구나 말장난이 아니다.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생각에 언어적 형식을 부여함으로써, 그것을 사회적 발화로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기획 언어다. 다시 말해, 컨셉 언어는 ‘말이 되는 생각’을 넘어 ‘세상을 움직이는 말’을 만든다.
예를 들어, “지구가 유일한 주주”라는 파타고니아의 선언, “모든 가정에 컴퓨터를”이라는 스티브 잡스의 비전, “여성의 몸에 자유를 돌려준다”는 코코 샤넬의 말은 모두 컨셉 언어의 훌륭한 사례다. 이 말들은 기업의 정체성, 시대의 요구, 사람들의 감정을 한꺼번에 사로잡는다. 한 줄의 문장이 브랜드를 만들고, 사회적 흐름을 바꾸는 것이다.
책의 중반부터는 저자의 실무 경험이 녹아든 브랜딩, 슬로건 기획, 사회적 메시지 설계 사례가 이어진다. 그는 광고회사 출신답게 커뮤니케이션의 실제 현장에서 언어가 어떻게 현실을 설계하고 소비자와 연결되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책은 언어 철학서나 글쓰기 기술서와는 확연히 다른 결을 가진다. 실전형 사고 도구이자, 창조적 리더십 훈련서에 가깝다.
인상적인 사례로는 일본어 ‘못타이나이’를 세계적 환경 언어로 만든 케냐 출신 환경운동가 왕가리 마타이의 이야기가 있다. 그녀는 일본에서 '못타이나이(もったいない)'라는 말을 접하고는, 단순히 ‘wasteful(낭비하는)’이라는 영어로는 담아낼 수 없는 뉘앙스를 감지한다. 그것은 ‘물건을 귀히 여기고 아끼는 마음’이라는 존경의 감정이었다. 이 하나의 말이 그녀의 환경운동에 새로운 철학적 틀을 주었고, ‘줄이기(Reduce), 재사용하기(Reuse), 재활용하기(Recycle)’라는 기존의 3R 개념에 감정적 설득력을 더하는 말이 되었다. 마타이는 '못타이나이'라는 말을 세계 공용어로 만들겠다고 선언했고, 그 말은 다시 일본인들에게 잊고 있던 감각을 되찾게 했다.
이 일화는 말이 단지 전달 수단이 아니라, 사고방식과 감각 자체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실제로 심리학자 비고츠키는 “어휘가 사고 능력을 결정한다”고 말했고,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다”라고 단언했다.
우리는 말로 생각하고, 말로 느끼며, 말로 세상을 본다. 그래서 책은 말이 생각의 도구이자 OS(운영체제)라고 비유한다.
이 책은 단순히 창의성을 기르는 책이 아니다.
저자는 창의성이란 맥락을 읽고, 말로 조직하는 능력이라고 강조한다.
이때 필요한 훈련은 네 가지로 정리된다.
『컨셉 언어 수업』이 제시하는 4단계 실전 언어 훈련
1. 자신의 내면 탐색
“나는 어떤 가치관과 철학을 가지고 있는가?”
말은 나에서 시작된다. 자신의 언어적 뿌리를 찾아야 비전도 생긴다.
2. 바깥 세계 분석
“세상이 지금 어떤 말을 필요로 하는가?”
사회적 흐름, 시대의 결핍, 대중 담론을 읽어내는 눈을 기른다.
3. 감정을 설계하는 언어 만들기
‘못타이나이’나 ‘마스카라’처럼 단어에 감정을 담고, 공명을 만드는 언어 기술을 배운다.
4. 타인의 언어를 내 언어로 재해석하기
브랜드 문구나 슬로건, 역사적 발언 등을 자기화하는 반복 훈련을 통해 창조성과 기획력을 동시에 기른다.
이 네 가지 훈련은 단지 글쓰기나 말하기 기술을 넘어서,
브랜드 전략, 콘텐츠 기획, 사회적 메시지 설계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확장된다.
그래서 이 책은 카피라이터나 마케터뿐 아니라, 스타트업 창업자, 콘텐츠 제작자, 비전을 말하고 싶은 모든 이에게 유효하다.
무엇보다 이 책은 독자에게 조용하지만 강력한 질문 하나를 던진다.
“당신은 아직 말하지 않았다.”
우리는 미래에 대해 말하는 것을 종종 주저한다.
정확하지 않고, 말이 현실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이 책은 그 용기를 북돋는다.
명확하지 않은 생각이라도, 말이라는 형식을 부여할 때, 그것은 비전이 되고,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다.
말은 생각을 끌어내고, 행동을 유도하며, 세상을 바꾼다. 이 책은 그 힘을 신중하고 구체적으로 다룬다.
모호한 생각만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면, 이 책이야말로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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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에이치코리아RHK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비즈니스의 언어라는 주제를 꺼내면, 많은 사람이 ‘홍보를 위한 멋진 광고 문안‘, ‘문서 작성법‘, ‘설득의 기술‘ 같은 내용을 떠올립니다. 말은 일반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말이 지닌 기능은 의사소통만이 아닙니다. 말은 생각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심리학자 레프 비고츠카Lev VygotskySky는 어휘를 늘리면 타인과 소통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사고 능력 또한 높아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의사소통에 사용하는 말은 ‘외적 언어‘, 개인의 표면에서 생각의 도구가 되는 말은 ‘내적 언어‘라는 이름으로 구분했습니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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