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는 글은 처음이라 - 한번 깨달으면 평생 써먹는 글쓰기 수업
제갈현열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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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자기 자신을 시장에 파는 것이다.(팔리는 글쓰기)”

“팔리는 글을 쓰기 위해선 시장 우선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글쓰기의 전부는 아니지만, 모든 글쓰기의 시작이 되는 책!”


 제갈현열의 『팔리는 글은 처음이라』는 글 좀 써볼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진 사람부터 글을 써서 생존해야 하는 누군가까지, 결국은 살아가기 위해 글을 써야 하는 사람 모두에게 전하는 매뉴얼이다. 그 안에는 흔한 글쓰기 이론이나 감성적인 동기부여 대신 단 하나의 기준을 이야기 한다. 팔리는 글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시장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담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저자는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자신을 시장에 판매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글쓰기는 그저 표현 수단이 아니라 생존의 도구이며 모든 생산수단의 뿌리라고 말한다. 우리는 제품을 팔기 전에 글을 써야 하고, 관계를 맺기 위해서도 말 대신 글을 써야 한다. 그런 점에서 글쓰기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기본기에 가깝다.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는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고정관념을 단번에 깨뜨리는 문장을 만났다. 바로 ‘532 과정’이다. 글쓰기 능력은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이야기다. 저자는 팔리는 글이란 50%의 ‘원리’, 30%의 ‘구조’, 20%의 ‘표현’으로 이루어진 칵테일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즉, 글을 잘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원리를 이해하고 구조에 익숙해지며 표현을 반복해 연습하는 과정이다. 이는 하버드대학이 모든 신입생에게 글쓰기 수업을 필수로 이수하게 하는 이유와도 닿아 있다. 결국 글쓰기는 사고력, 설득력, 문제 해결력을 키우는 모든 학문의 출발점이자 본질인 셈이다.


 책의 전반에서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글을 쓰기 전, 시장을 먼저 보라”는 것이다. ‘내가 글을 시장에 판다’는 생각보다 시장이 내 글을 산다는 사고 전환이야말로 팔리는 글쓰기의 본질이다. 이 문장 하나가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는다. 주어가 내 글이 아닌 시장이 되는 순간, 글의 중심은 자연스럽게 독자의 욕구로 옮겨간다. 글쓰기의 주도권이 독자에게 넘어가는 것이다.


 이 책은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팔리는 글의 본질을 설명한다. 예컨대 향초를 홍보할 때 향초의 특징을 설명하기보다, 향초를 사용하는 사람이 왜 그것을 사는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세제를 파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우리 제품은 천연입니다”라는 말보다, “여러분은 매년 소주잔 세 컵 분량의 세제를 먹고 있습니다”라는 말이 시장을 움직인다고 한다. ‘누가’, ‘왜’,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글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광고계의 전설 데이비드 오길비와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모더니즘 문학의 선구자 버지니아 울프 등, ‘시장 우선주의자’들의 사례가 이어진다. 그들의 공통점은 ‘독자’를 향한 집요한 질문과 관찰이었다. 한 사람의 소비자가 기대하는 것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과정이야말로 시장을 움직이는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사례는 단지 참고용이 아니라, 작가 자신이 지닌 기준의 근거로 작동한다. 그 역시 ‘시장 우선주의자’로서 글을 쓰며, 그 기준을 유지하는 것을 철저히 지켜왔다고 말한다.


 이 책은 구조적 글쓰기 모델도 다양하게 소개한다. AIDA, BAB, FAB, PAS 같은 마케팅 글쓰기의 대표 모델을 통해 각 구조가 어떻게 팔리는 글을 도와주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중요한 건 구조가 글을 완성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구조는 도구일 뿐, 글의 본질은 항상 ‘시장에 어떤 이야기를 전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팔리는 글은 처음이라』는 단지 잘 팔리는 글을 쓰는 방법을 넘어서, 생각을 전환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시장 우선주의자가 된다는 건, 곧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작가는 글의 콘셉트를 잡기 위한 과정에서 시장을 이해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본인의 책 집필 시간보다 시장 분석에 네 배 이상을 투자했다는 고백은 이 책이 단순한 글쓰기 비법서가 아니라는 증거다.


 무엇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글쓰기라는 기술이 단지 손끝의 능숙함에 있지 않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쓰는 건 결국 질문을 잘 던지고, 독자의 입장에서 답을 찾아가는 능력이다. 그래서 저자는 글쓰기를 위한 첫 질문으로 ‘당신이 속한 시장은 어디인가?’를 말한다. 이어서 ‘그 시장에서 내가 팔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시장에 어떤 말을 건넬 것인가?’라는 흐름으로 이어지며 자신만의 콘셉트를 세우는 길을 안내한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위대한 작가들의 생각을 공유한다. “글을 쓰지 않으면 죽는다”는 나탈리 골드버그의 말을 인용하며 ‘매일 글을 쓰는 행위’ 그 자체를 지켜내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좋은 원리와 구조, 표현을 알고 있어도 결국 손이 멈추면 아무것도 완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글이 써지지 않을 때에도 글쓰기의 곁을 떠나지 않는 일, 그것이 결국 가장 강한 작가로 만들어주는 습관이라고 말하고 있다.


『팔리는 글은 처음이라』는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누구에게 말할 것인지, 왜 말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말이 닿으려면 무엇을 먼저 들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되묻는다. 결국 이 책이 안내하는 글쓰기란, 세상을 향해 나를 소개하는 일이 아니라 세상을 먼저 이해하려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쓰는 사람이 아니라 읽는 사람, 말하는 내가 아니라 듣는 시장이 주인공이 되는 글. 바로 그것이 팔리는 글이며 그 시작은 언제나 묻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내가 팔고 싶은 것을 고집하기보다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것을 먼저 헤아리는 일. 그 질문이 깊을수록 글은 시장의 마음에 더 가까워진다. 진짜로 팔리는 글을 쓰고 싶다면 먼저 제대로 묻는 법부터 배워야 하지 않을까? 기본을 잊은 글은 본질에서 벗어나길 마련이다. 그 기본과 본질을 명확하게 알려주려는 작가의 배려가 묻어나는 책이었다.

글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 보고 다음 단계를 밟아보면 좋을 것 같다.


'다산북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팔리는 글을 위한 3가지(532과정)
1. 팔리는 글의 원리를 깨닫는 것 (50%)
2. 팔리는 글의 구조에 익숙해지는 것 (30%)
3. 팔리는 글의 표현을 배우는 것 (20%)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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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압축 교양수업 - 6000년 인류사를 단숨에 꿰뚫는 60가지 필수 교양
임성훈 지음 / 다산초당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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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 오래 간직하고 싶은 지식은 왜 늘 그렇게 빨리 증발하는 걸까. 문학을 읽을 때도, 역사를 마주할 때도, 철학자들의 문장을 곱씹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흥미로웠고, 감탄했고, 내 삶에 중요한 통찰이라고 여겼지만, 시간이 지나면 흔적도 없이 희미해졌다. 수십 번, 내 머리의 한계를 탓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초압축 교양수업』을~!!!

프롤로그 글에 있는 저자의 이야기처럼 이번만큼은 기억하려 애쓰기보다, 흐름에 몸을 맡겨 보기로 한다. 굳이 머리에 저장하려는 부담을 내려놓고, 고대 4대 문명부터 인류사의 흐름을 재미있는 소설처럼 따라가 보기로 했다. 철학자들의 사유를 곁에서 엿보고, 오래 사랑받는 문학작품 속 인물들을 만나는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교양이란 기억하려는 욕심 없이 즐기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아닐까?.

『초압축 교양수업』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인류가 지나온 중요한 길목들을 정리한다. 선사 시대부터 현대까지, 역사, 철학, 문학을 유기적으로 엮었다. 각각의 주제는 짧은 단편처럼 구성되어 있고, 명확한 설명이 있어 집중력을 놓치지 않는다. 생각할 거리 또한 결코 작지 않다. 저자는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제대로 꺼내 쓸 수 있어야 진짜 교양이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순서대로 읽어나가는 방식도 좋지만, 독자의 관심에 따라 어느 페이지든 펼쳐 읽어도 무방한 구조다. 하지만 교양의 흐름과 전체 서사를 함께 느끼고자 한다면, 처음부터 차례차례 따라가는 것이 확실히 더 흥미롭다.

책을 읽다 보니 특히 강하게 남는 대목이 있었는데, ‘20 역사 – 양귀비라 불린 여인: 당나라 붕괴’라는 파트였다. 당 현종과 양귀비의 총애를 한 몸에 받던 안녹산은 그들을 배반했다. 자신보다 16살이나 어렸던 양귀비의 양아들 행세를 하며 황제의 신임을 얻었던 그였다. 안녹산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보고에 현종이 한동안 그 사실을 믿지 못했다는 대목에서, 현종의 충격이 얼마나 컸을까, 놀라움과 배신감이 교차 했을심정이 느껴지니 마음이 아팠다. 믿었던 이에게 배신을 당하니 얼마나 비통했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이후 벌어진 ‘안사의 난’은 단순한 반란이 아니라, 신뢰와 권력, 가족과 피의 관계가 뒤엉킨 처절한 전쟁이었다. 안녹산은 결국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던 존재, 아들 안경서에게 암살 당했다. 서자에게 권력을 빼앗길까 두려워한 안경서는 아버지를 죽였고, 권력을 손에 쥐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곧 안녹산의 충신이었던 사사명에게 제거됐고, 사사명 역시 자신의 아들 사조의에게 살해당했다. 아비가 아들을 죽이고,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며 권력을 이어간 참혹한 사건이다. 그리고 763년, 사조의의 자살로 안사의 난은 비극의 끝을 맺었다. 이 대목은 단순히 한 시대의 역사로 끝나지 않는다. 믿음의 상실이 한 나라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 권력이란 것이 어떻게 인간의 관계를 파괴하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마치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읽는 듯한 장면이었다.

초압축 교양수업』은 한 가지 주제마다 생각할 거리를 하나씩 남겨준다. 글은 짧지만, 읽고 나면 생각이 저 멀리까지 뻗어나간다. 문학, 철학, 과학 등 다양한 이야기가 빠르게 지나가지만, 내용은 깊고 인상적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교양이란 단순히 지식을 많이 아는 게 아니라, 서로 연결해서 생각할 줄 아는 힘이라는 걸 알게 된다.

『초압축 교양수업』은 외우기 위한 책이 아니다. 오히려 지식이 잊힐까 봐 조급해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그 자체로 아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내용을 자주 잊어 버려도, 그때 생긴 생각은 마음속에 오래 남는 법이다. 이 책을 몸으로 감각으로 받아들이면서 재미있는 독서를 해보길 권한다.


'이키다 @ekida_library'님을 통해 '다산책방(다산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와 소정의 제작비를 지원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문명(文明, civilization)’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인류가 이룩한 물질적,기술적,사회 구조적인 발전, 자연 그대로의 원시적 생활에 상대하여 발전되고 세련된 삶의 양태’이다. 이러한 문명을 이루려면 짐승처럼 먹고 사는 수준을 벗어난 삶의 양태를 만들 만한 지적인 인간이 필요하다. 그것도 한두 명, 수십 명의 인간이 아니라 국가를 이룰 만한 다수의 인간이 모여서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 속에서 인간들이 제멋대로 다투지 않고 살게끔 해줄 권위와 제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문명의 핵심 요건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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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오즈마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존 R. 닐 그림, 강석주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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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찾아 떠난 도로시와 암탉 빌리나!"


도로시가 다시 모험을 시작한다. 이제 그녀는 낯선 세계에 휩쓸려가는 수동적인 소녀가 아니다. 『오즈의 오즈마』의 도로시는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선택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소용돌이치는 태풍 속에서 시작된 이번 여정은, 도로시가 또 한 번 자신의 내면 깊숙한 용기와 책임을 마주하게 되는 시간이다.


사건은 거센 파도를 만난 배 위에서 시작된다. 헨리 아저씨와 함께 선실에 머물던 도로시는 눈을 잠시 붙인 사이, 아저씨가 사라졌다고 생각하고, 아저씨를 찾기 위해 용기 있게 갑판 밖으로 나간다. 그러다 강한 바람에 휘말려 바다로 떨어지고 만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공포에 휩싸일 순간이지만, 도로시는 오히려 상황을 받아들이고, 행동하며, 문제를 풀어나간다. 그녀에게 모험은 두려움이 아니라 삶의 일부인 셈이다.


함께 떨어진 닭장 안에는 노란 암탉, ‘빌리나’가 있다. 말하는 닭이라는 설정 자체가 엉뚱하고 재미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이 닭이 단순한 동행자가 아니라 핵심 인물이라는 점이다. 빌리나는 유쾌하면서도 냉정하고, 때로는 도로시보다도 더 명확한 판단력을 지닌 존재다. 그들은 새로운 땅 ‘에브’에 도착하고, 곧 이곳의 슬픈 역사를 알게 된다. 왕은 죽었고, 그의 가족은 노움 왕에게 팔려가 장식품으로 변해버렸다. 이 장면에서 동화는 환상에만 기대지 않는다. 권력의 무책임한 사용, 부조리한 세계, 그리고 그것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장식품 맞추기 게임’이다. 도로시와 친구들은 노움 왕이 숨겨놓은 에브 왕가 가족을 찾아내야 한다. 실패하면 그들 역시 장식품이 되는, 다소 잔혹한 조건이 붙는다. 선택과 실패, 책임과 용기에 대한 상징적 장면이다. 도로시와 오즈마, 그리고 틱톡, 허수아비, 사자, 양철 나무꾼 모두 시도하지만 대부분 실패한다. 누구나 실수를 두려워하지만, 이 과정은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시행착오 그 자체다.

그리고 여기서 놀라운 반전이 일어난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빌리나가 해답을 찾아낸다. 작고 약해 보이는 암탉이 노움 왕의 약점을 간파하고 진짜 왕족들이 숨어 있는 장식품을 찾아내는 것이다.

저자는 가장 하찮아 보이는 존재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빌리나는 도로시의 조력자를 넘어 이야기의 구조를 바꾸는 인물이다.


결국 도로시는 오즈마와 함께 마법의 벨트를 되찾아 오즈로 돌아간다. 이 벨트는 이전까지 노움 왕이 마법과 권력을 휘두르기 위한 도구였지만, 이제는 정의와 평화를 위한 수단이 된다. 도로시는 모험의 끝에서 단지 용감한 소녀가 아닌, 진정한 주인공으로 성장하고, 오즈마는 그녀를 오즈의 공주로 임명한다. 이는 단지 명예로운 칭호가 아니라, 책임 있는 존재로서의 도로시를 인정하는 순간이다.


『오즈의 오즈마』는 선택과 용기, 실패와 책임, 그리고 진실의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도로시와 빌리나의 여정은 마법이 가득한 세계에서 벌어지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현실 그 자체다. 누구나 약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 순간에도 멈추지 않는다는 것, 자신의 방식으로 진실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중심에서 도로시는 더 이상 누군가의 보호를 기다리는 아이가 아니다. 그녀는 자신만의 판단과 용기로, 모두가 주저한 자리에 한 걸음 내딛는다. 『오즈의 오즈마』는 그런 도로시의 성장을 따라가며, 독자에게 말해준다. 진짜 영웅은 가장 강한 존재가 아니라, 끝까지 진실을 마주하려는 사람이다.

아이들에게는 상상력과 모험심을, 어른에게는 용기와 통찰을 건네는 이 동화는, 지금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다. 그리고 책을 덮는 순간, 어쩌면 독자도 한 뼘쯤 성장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우주서평단 @woojoos_story 모집',

'지만지출판사 @zmanz_classic'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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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살찐 붉은개미들, 그리고 모래 벌레들, 그리고 때때로 조그만 게도 있어. 정말 달콤하고 맛있어."

"아유, 징그러워!" 도로시가 충격을 받은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뭐가 징그러워?" 암탉이 반짝이는 한쪽 눈으로 친구를 보려고 고개를 들면서 물었다.

"그, 살아 있는 것들 먹는 것 말이야. 징그러운 벌레들, 소름 끼치는 개미들. 넌 부끄러워해야 해!"

"세상에나!" 암탉이 기가 차다는 듯이 대답했다. "넌 정말 이상하다. 도로시! 살아 있는 것들은 죽은 것들보다 훨씬 더 신선하고 건강에 좋아. 그리고 너희 인간들은 온갖 종류의 죽은 생물을 먹잖아."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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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티스의 한 뼘 더 깊은 세계사 : 유럽 편 - 5,000년 유럽사의 흐름이 단숨에 읽히는
저스티스(윤경록)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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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 왜 이렇게 살게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거대한 이야기다. 『저스티스의 한 뼘 더 깊은 세계사』는 그 이야기를 단절된 지식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낸다. 각각의 문명과 인물, 사건을 낱개의 정보로 나열하지 않고, 시대와 시대를 잇는 다리처럼 연결하며 설명해준다. 마치 두꺼운 교과서에 묻혀 있던 역사의 숨은 이야기들이 하나의 긴 서사로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이 책의 출발점은 인류 최초의 문명에서 시작된다.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은 단지 오래된 유산이 아니라, 이후의 그리스·로마 문명, 나아가 고대 유럽 문명의 토대가 된다.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에서 탄생한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문자를 발명하고 60진법과 태음력을 만들어냈으며, 이는 훗날 유클리드, 아르키메데스와 같은 고대 수학자들에게 이어진다. 이집트 문명은 나일강의 주기적인 범람을 통해 농업과 도시 문명을 발전시켰고, 미라 제작과 피라미드 건축을 통해 의학, 천문학, 수학 등의 지식을 쌓아갔다. 이 지식들은 고대 유럽에 전해져 과학과 철학의 기초로 작용하게 된다.


이후 유럽은 기독교가 국교로 자리 잡으면서 교황 중심의 체제로 들어선다. 중세 서유럽에서 교황은 종교 지도자를 넘어 정치, 군사, 세금까지 장악한 실질적인 권력자였다. 반면 동로마 제국에서는 황제가 강력한 권위를 유지했다. 이런 두 축의 긴장 속에서 유스티니아누스 1세는 로마 제국의 옛 영토를 회복하고자 했다. 그의 야심은 프랑크 왕국과 교황이 손을 잡는 계기를 만들었고, 그렇게 역사는 다시 방향을 튼다.


이 시점에서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카롤루스 대제다. 그는 프랑크 왕국을 하나로 통일하고 서유럽 전체의 질서를 재편했다. 교황은 그에게 서로마 제국 황제의 관을 씌우며 교회와 제국의 이중 권력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그의 죽음 이후 제국은 분할되었고, 베르됭 조약을 통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의 뿌리가 형성된다. 통일이 새로운 분열을 낳고, 그 분열이 오늘날 유럽의 지도를 만들어낸 셈이다.


이후 십자군 전쟁은 유럽과 이슬람 세계의 교류를 열었고, 그 결과 유럽은 고대 문명과 다시 만나게 된다. 그 중심에 선 곳은 이탈리아였다. 피렌체, 베네치아 같은 도시국가들은 고대 그리스·로마의 지식과 미술을 재발견했고, 그렇게 르네상스가 시작된다. 이 시기는 단지 예술의 부활이 아니라, 인간 중심의 사고와 이성의 힘을 회복하려는 ‘정신의 혁명’이었다.


르네상스의 중심에는 인본주의가 있었다. 인본주의는 인간의 자유, 존엄, 이성을 중요하게 여겼고, 인간 스스로가 세상의 중심이자 주체임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 사상은 미술, 철학, 과학, 정치에까지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는 인간의 신체와 정신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며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를 예술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인문학자 에라스뮈스는 당시 교회의 부패를 꼬집으며 신앙의 본질을 물었고, 코페르니쿠스는 지동설을 주장하며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 아님을 밝혀냈다. 갈릴레이와 케플러는 실험과 계산을 통해 세계를 수학적으로 이해하려 했고, 토머스 모어는 ‘유토피아’를 통해 이상적인 사회 구조에 대해 고민했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통해 인간 내면의 모순과 욕망을 풍자적으로 풀어내며 근대 문학의 서막을 열었다.


이처럼 르네상스는 인간 중심의 새로운 세계관을 꽃피운 시대였다. 그것은 단지 문화의 변화를 넘어, 권위 중심의 중세 질서를 흔드는 움직임이었다. 그 결과, 교회는 점차 권위를 잃어갔고, 사람들은 이성을 통해 진리를 찾으려는 시도로 나아갔다. 이런 흐름은 결국 종교개혁과 과학혁명으로 이어지며 근대 유럽의 문을 여는 결정적 토대가 된다.


14세기 초 아비뇽 유수 사건은 그런 변화의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교황청이 프랑스 왕의 압력으로 로마를 떠나 아비뇽으로 옮겨가자, 교회의 독립성과 권위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더는 교회의 말만을 절대적인 진리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신앙은 다시 고민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은, 근대 유럽, 특히 러시아 제국의 근대화와 혁명으로 향한다. 농노 해방 이후에도 이어진 빈곤, 전제정치의 강화, 러일전쟁의 패배와 경제적 불안은 결국 민중의 분노를 키우게 되었고, 러시아는 세계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로 변모한다. 이는 단지 러시아만의 일이 아니라, 이후 20세기 세계사의 축이 이동하는 거대한 흐름의 시작이었다.


『저스티스의 한 뼘 더 깊은 세계사』는 세계사를 이해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책이다. 이 책은 과거의 사건들을 따로따로 설명하지 않고,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연결해서 보여준다. 각각의 문명과 인물, 전쟁과 변화는 모두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와 이어져 있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낸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면 세계사는 외워야 할 어려운 지식이 아니라, 오늘의 세상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된다. ‘왜 지금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는가’를 알려주는 데 이 책만큼 친절하고 명쾌한 책도 드물다. 역사에 흥미가 없었던 사람도 이 책을 통해 세계사의 큰 흐름을 자연스럽게 잡을 수 있게 해준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믹스커피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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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도시우스 1세 집권 시기부터 기독교는 로마의 국교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하여 서유럽에선 자연스럽게 교황이 정치적, 종교적, 군사적 권력을 장악했죠.
당시 성경은 매우 귀했습니다. 대다수의 백성은 문맹이었기 때문에 성경을 읽을 수도 없었죠. 그러니 백성은 자신의 삶과 신앙의 규범을 성경을 통해서가 아니라 성직자를 통해 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성직자의 해석과 가르침이 곧 성경의 내용으로 받아들여졌고 자연스레 성직자들은 막강한 권위를 부여받았습니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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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따라 공간 따라 역사 문화 산책 - 신병주 교수의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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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걷다 보면, 역사는 결국 사람이다.”

“누군가의 삶이 스며든 자리에 서면, 과거는 시간이 아니라 공간이 된다.”


조선이라는 시간의 강을 따라 걷다 보면, 그 한복판에 늘 사람과 장소가 있다.

신병주의 『인물 따라 공간 따라 역사 문화 산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역사라는 거대한 내러티브 속에서 인물은 맥을 잇고, 공간은 숨을 쉰다.

이 책은 그러한 공간들을 ‘답사’라는 형식으로 호흡하게 하고, 독자로 하여금 살아 있는 역사를 마주하게 만든다.

책은 궁궐 안에서 출발한다. 전염병이 창궐했던 조선시대, 궁궐 속 ‘내의원’은 단순한 왕실 병원이 아니라 국가 보건의 상징이었다. 숙종이 천연두에 걸리고, 인경왕후가 세상을 떠날 만큼 조선은 질병의 공포에 늘 노출되어 있었다. 19세기 콜레라가 번졌을 때는 이름조차 ‘호열자(虎列刺)’, 즉 ‘호랑이에게 찢기는 병’이라 불렸고, 백성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혜민서와 활인서로 몰렸다. 동소문 밖에 위치한 활인서는 전염병 환자들을 격리한 공간으로, 오늘날의 감염병 전담병원의 전신이라 할 수 있다.


내의원은 왕의 약을 조제하는 궁중 약방으로, 정무 못지않게 건강을 챙겼던 영조가 월 11회씩 찾았다는 기록이 『승정원일기』에 남아 있다. 그는 조선의 최장수 임금이었고, 건강 관리의 상징이기도 했다. 내의원이 있던 창덕궁의 성정각은 일제강점기에 약방으로 활용되었으며, 지금도 ‘왕의 몸을 보호한다’는 뜻을 담은 어필 현판이 건물에 남아 있다. 의술은 곧 권력의 생명줄이었고, 그 생명은 공간에 기록되었다.


경복궁 안에는 또 다른 공간, ‘집옥재’가 있다. 고종이 세운 도서관이자 서재였던 이곳은, 책을 ‘옥처럼 소중한 것’으로 여긴 정신의 결정체다. 단지 책을 모으는 공간이 아니었다. 고종은 집옥재에서 외국 공사들을 접견하고, 어진을 봉안했으며, 새로운 서구 사상을 받아들이는 지적 실험을 감행했다. 4만여 권의 장서를 수집한 이 공간은 조선 후기의 열린 정신과 불안한 근대를 동시에 품고 있었다. 지금은 조선 왕실 문헌에 특화된 ‘작은 도서관’으로 재개관되어, 그 뜻을 잇고 있다.

이 책이 조선의 여인들을 잊지 않은 점도 인상 깊다. 창경궁은 왕실 여성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공간이다. 왕비들이 거처했고, 인현왕후는 이곳 경춘전에서 승하했다. 혜경궁 홍씨는 경춘전에서 정조를 낳았고, 노년에 『한중록』을 집필했다. 창경궁은 궁중 여성들의 정치와 문화, 모성의 기억이 교차하는 무대였다. 자경전은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을 위해 지은 정전으로, 사도세자의 사당을 마주 보게 하여 효심의 건축이 되었다.


또한, 책은 권력의 정점에 서 있던 자의 몰락을 압구정이라는 공간에 담는다. 한명회는 정난공신 1등, 조선의 실세였지만, 압구정이라는 개인 정자 하나가 그의 인생을 무너뜨렸다. 성종의 명을 거절하며 왕의 권위에 흠집을 냈고, 결국 국문 끝에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정자는 곧 자아의 표출이었고, 그 과시는 조선 왕조의 질서에 반했다. 지금의 압구정은 아파트촌이지만, 그 지명엔 여전히 권력과 허망의 이야기가 남아 있다.

세종은 이 책 곳곳에서 등장하는 영원한 주인공이다.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경복궁 안 집현전을 중심으로 집무를 이어간 그는 자신의 무덤까지 직접 골랐다고 한다. 처음은 서울 근처였지만, 풍수지리적 문제로 인해 여주로 천장(무덤을 다른 곳으로 옮김)되었다. 이때부터 세종의 영릉은 ‘영릉가백년’이라 불릴 만큼 조선의 국운을 상징하는 명당이 되었다. 지금 여주시는 ‘대왕님표 여주쌀’로 그 전통을 기린다.


무덤도 하나의 공간이다. 그 공간은 단지 누군가가 죽은 자리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기억하고 추모할지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책 후반부로 갈수록 ‘공공성의 공간’들이 등장한다. 상주의 ‘존애원’은 조선 최초의 사설 의료기관으로, 전란과 전염병의 시대에 지역 선비들이 자발적으로 세운 시설이다. 단순히 치료만 한 것이 아니라, 백수회 같은 경로 행사를 통해 지역 공동체의 정신적 허리를 지탱했다. 오늘날 공공의료의 기원이 거기에 있었다. 사회적 약자를 품은 공간의 흔적은 지금도 재조명되어야 할 역사다.

마지막으로 책은 무성서원, 오죽헌, 예산의 추사 고택 같은 곳으로 향한다. 무성서원은 조선의 성리학 정신과 교육의 요람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장소다. 오죽헌은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인격과 사유가 태어난 곳이며, 예산의 고택은 추사 김정희의 예술과 절의가 뿌리내린 자리다.

이 공간들은 단지 기념물이 아니다. 그들의 사고, 문장, 그림, 교육, 예절이 한옥의 마루와 기둥에 박혀 지금도 숨 쉬고 있다.


직접 공간을 걷고,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낀 이야기를 전하기에, 이 책 속 역사는 단지 과거의 사건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 무심코 지나치는 이 길 위에도 수많은 삶과 기억들이 켜켜이 쌓여왔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공간 역시, 언젠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역사로 읽힐지 모른다. 그렇다면 그들은 과연 우리를 어떤 인물로 기억하게 될까?

『인물 따라 공간 따라 역사 문화 산책』은 궁궐과 정자, 전염병 환자들을 격리하던 병사, 백성을 위해 세운 의료시설 등 조선의 다양한 공간을 따라가며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삶과 시대의 흐름을 전한다. 이 책이 전하는 가장 큰 교훈은, 역사는 결코 책 속에만 있는 기록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간은 기억을 품고, 그 안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역사는 결국, 사람의 숨결이 스며든 자리를 통해 살아 움직인다.


이 책은 과거를 통해 현재를 비추고, 현재를 통해 미래의 기억을 준비하게 만든다. 역사를 ‘읽는’ 것이 아니라, ‘걷고 느끼는’ 경험으로 확장시키며,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장소에 담긴 의미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인물 따라 공간 따라 역사 문화 산책』은 공간을 통해 역사를 이해하고, 사람을 통해 역사를 기억하게 만드는 특별한 인문 여행의 길잡이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와 공간에 대한 질문을 조용히 던지는 책이다.


'매일경제신문사(매경출판)'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도서관은 세종 시대에 세운 집현전과 정조 시대에 세운 규장각이다. 세종과 정조는 집현전과 규장각을 도서관이자 학문 연구의 중심 기관으로 삼고 많은 성과들을 창출했다. 경복궁에는 고종이 세운 도서관인 집옥재도 있다. ‘옥을 모은 집’이란 뜻으로 이때의 옥은 책을 의미한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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