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한 우리말 해방 사전 - OX만 보면 바로 알게 되는 맞춤법과 표준어
양성필 지음 / 포르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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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누다가, 혹은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의 모임 속에서 문자로 생각을 전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도 모르게 손이 멈칫하게 만드는 순간이 있는데, 바로 어휘 때문이다. ‘틈틈이’가 맞는지 ‘틈틈히’가 맞는지처럼, 익숙한 듯하면서도 자주 헷갈리는 단어들 말이다. 검색으로 정확한 표현을 확인해 놓고도 며칠만 지나면 다시 기억이 흐릿해진다. 같은 단어를 몇 번이나 다시 찾아보며, 스스로에게 ‘주의력이 부족한 걸까, 기억력이 나쁜 걸까’ 자책했던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다.


 요즘은 흔히 ‘문해력 저하의 시대’라고들 한다. 디지털 매체의 사용이 늘고, 독서량은 점점 줄어드는 현실 속에서 어휘력 부족은 점점 심화되고 있고, 이는 고스란히 문해력 저하로 이어진다. 그 여파는 생각보다 깊다. 예전에 들은 이야기지만, “심심한 애도를 표합니다”라는 말을 듣고 “할 일이 없어 지루하다”는 의미로 알고, 그 표현을 비난했다는 사례도 있다. “심심한 사과”에 대해 “진심이 안 담긴 대충 하는 사과 아니냐”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심심하다’는 원래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이라는 뜻의 고어적 의미가 있다. 즉,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는 “깊은 사과를 드립니다”란 뜻이고, “심심한 감사를 표합니다”는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합니다”가 되는 것이다.


 이런 오해는 비단 일상에만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학생들이 시험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문제 자체를 풀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예를 들어 ‘질의응답’이라는 표현을 ‘질책과 응답’이라는 식으로 오해하여 부정적인 문답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질의응답’은 어디까지나 ‘질문과 대답’을 의미하는 전혀 부정적이지 않은 단어다. 이런 어휘 오해 사례는 지금 우리가 겪는 문해력의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 볼 수 있다.


 결국, 어휘력의 부족과 문해력 저하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소통 능력과 사고력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문제다. 그러니 올바른 어휘 사용과 한국어 문법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일은 개인의 언어 능력을 끌어올릴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언어 수준을 한층 성숙하게 만드는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역할을 이 책이 해주고 있다.


 『알쏭달쏭한 우리말 해방 사전』은 자주 헷갈리는 단어와 표현들을 쓰임에 따라 보기 쉽게 정리한 책이다. 사전처럼 필요한 단어를 바로 찾아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실제 일상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순우리말과 외래어 표기법, 띄어쓰기 규정까지 알차게 담겨 있다.

게다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외래어 표기법 등 공신력 있는 기준들을 기반으로 내용을 구성했기 때문에 신뢰도도 높다.


 한국어 어휘나 문법이 늘 어렵게 느껴졌던 사람이라면, 이 책은 한 번쯤 곁에 두고 읽어볼 만하다. 까다롭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우리말이 한결 가깝고 유쾌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포르체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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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출/갹출
친구들이 각출(X)/갹출(O)해 철수의 결혼 축하 선물을 샀다.

각출(各出) 각각 내놓음.
(예1) 연말이면 재벌 기업마다 불우 이웃 돕기 성금의 각출을 약속한다.
(예2) 우리 회사 직원들은 수재 의연금을 각출했다.
갹출(醵出) 같은 목적을 위하여 여러 사람이 돈을 나누어 냄.
(예1) 테니스 동호회 회원들이 갹출하여 운영비를 마련했다.
(예2) 각 팀에서 행사 비용을 갹출했다.

‘각출’과 ‘갹출’은 형태와 의미가 비슷한 단어입니다. 다만, ‘각출’은 ‘각각 내놓다’라는 의미이고, ’갹출’은 ‘나누어 낸다’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상황에 맞게 구별해서 써야 합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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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이 다른 마흔의 사소한 차이
클로이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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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티켓이라고 하면 아직도 많은 이들이 딱딱한 예절, 겉모습만 꾸미는 형식적인 행동, 혹은 상류층 흉내 내기라고 오해하곤 한다. 때로는 비즈니스나 사교 모임에서만 필요한 그들만의 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 『격이 다른 마흔의 사소한 차이』는 에티켓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

 에티켓은 타인을 우선시하는 마음가짐이며, 인간미와 배려가 깃든 삶의 방식이라는 사실을 조곤조곤 짚어나간다.


 전통적인 에티켓 교육에서는 흔히 “Fake It Until You Make It(될 때까지 흉내 내라)“는 방식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방식이 겉모습에만 치중할 뿐, 진정한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인 실천을 통해 몸에 배도록 만드는 것이다.”

Don’t just mimic; practice until it becomes a part of you.

이것이야말로 진짜 변화의 시작이다.


책은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삶의 품격을 높이기 위한 다섯 가지 실천 원칙, 

5T(Five Stages of Transformation)를 제안한다.


5T (Five Stages of Transformation)

1. Rebirth | 재탄생

자신의 한계를 직면하고 마치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태도.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 진짜 나를 찾는 과정이다.

2. Charm | 매력

억지로 꾸미지 않아도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내면의 품격과 매력을 기르는 법을 다룬다.

3. Empower | 충만함

감정과 자존감을 온전히 돌보고 채우는 힘.

내면에서부터 우러나는 당당함을 위한 감정 관리의 기술이다.

4. Growth | 성장

사회적 성공과 개인적 성장을 위해 필요한 습관과 사고방식을 정립한다.

타인의 시선보다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는 것이 핵심이다.

5. Practice | 실천

변화는 결국 매일의 루틴 속에서 만들어진다.

일상에서 품격을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이 이 파트에 담겨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카리스마’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었다. 흔히 우리는 리더십 있고 결속력을 이끄는 사람에게 “카리스마가 있다”고 말하며, 그것을 타고난 성격으로 치부한다.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카리스마는 후천적으로 훈련 가능한 태도라고.

 자기 인식을 바탕으로 한 태도의 변화와 꾸준한 연습을 통해 누구나 매력적인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는 이 메시지는 꽤 희망적이었다.


 또한 ‘자해 습관’에 대한 언급은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스스로의 정신 건강을 침해하는 부정적 습관들을 알아차리고 고치는 것, 그것 또한 자기 존중이자 품격 있는 삶을 위한 중요한 실천이다.


 이 책에서는 나이 들어도 도전과 열정을 잃지 않았던 인물들의 이야기도 함께 소개된다. 그중에서도 78세에 화가로 데뷔한 모지스 할머니의 사례는 인상적이었다. 열정을 잃지 않고, 매일을 새롭게 살아가려는 그의 태도는 단지 늦은 성공담 그 이상이었다. 나이는 단지 숫자일 뿐이라는 흔한 말이 이 책을 통해 진짜 의미로 다가왔다.


이 책은 단순히 예의나 매너만을 말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자기 존중, 타인 존중, 그리고 더 나은 일상을 위한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상류층의 격식을 흉내 내는 책이 아니라, 나를 잃지 않고 존재감을 갖춘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차분히 안내한다.


“사람의 품격은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

이 책의 메시지는 결국 여기에 닿는다.

삶을 변화시키는 건 거창한 도전이 아니라, 일상의 사소한 태도와 실천임을 잊지 않게 해준다.

마흔 이후, 삶의 질을 높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단단한 영감과 실천의 도구가 될 것이다.


'딥앤와이드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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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다 : 40대 이후에 빛난 위대한 5인
1. 안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 78세에 데뷔한 화가.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시골 주부의 삶을 살았지만, 관절염으로 손이 불편해지자 자수를 접고 붓을 들었다. 처음엔 취미로 시작했지만 78세에 본격적인 화가로 데뷔했고, 80대에 뉴욕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그녀는 "늦게 시작해서 좋은 점은, 후회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라 말하며 세계에 감동을 줬다. 그녀의 그림은 미국인의 따뜻한 일상을 담았고, 100세가 넘는 나이까지 작품 활동을 이어가며 우리에게 용기를 심어주었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후반전이 또 있을까.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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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의 도구들 (블랙 에디션) - 정상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의 61가지 성공 비밀
팀 페리스 지음, 박선령.정지현 옮김 / 토네이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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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팀 페리스는 18세 이후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겨왔다. 누군가는 일개 편집광의 쓸모없는 짓으로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그에게 이 노트는 그렇지 않다. 그것은 평생 동안 깨달은 인생의 비결을 한데 모은 황금 같은 해결서이기 때문이다. 팀 페리스의 목표는 한 번 배워 익힌 지식과 경험을 두고두고 꺼내 쓰는 데 있다고 했다. 어느 날 누군가가 엄청난 돈을 줄 테니 그 노트를 팔라고 한다면, 과연 저자가 바꿀 수 있을까? 난 절대 그럴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살아가는 동안 모든 경험에 대한 기록과 해결서가 담긴 인생 참고서를 쉬이 넘길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책 『타이탄의 도구들』은 저자가 기록하고 모은 노트들 가운데 단연 빛나는 보물 중 하나다. 이 노트를 삶에 남기기 위해 몇 년간 세상에서 가장 지혜롭고, 가장 부유하고, 가장 건강한 사람이라 평가받는 인물들을 직접 만났다. CEO, 창업가, 슈퍼 리치, 석학, 협상가, 전략가, 장군, 언론인, 군인, 스포츠 스타, 투자 전문가, 전문직 종사자 등, 분야를 막론한 200명이 넘는 사람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그들과 벌였던 열띤 토론, 더 큰 결과를 얻기 위해 매일 실천하고 있는 루틴들, 그들의 아이디어와 전략, 창의적인 습관,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 창출법 등을 저자는 이 한 권에 담아냈다. 저자는 이들을 ‘거인’이라는 뜻의 ‘타이탄(Titan)’이라 부르기로 했다. 그래서 이 책의 이름이 바로 『타이탄의 도구들』이다.


특히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성공한 사람들과의 인터뷰 모음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들과 함께 생활하고 가까이에서 관찰하면서, 신문이나 잡지의 커버스토리로는 절대 담을 수 없는, 그들의 실체를 보고 기록해왔다. 그는 말한다. “이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의 삶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의 인생이 실제로 그랬던 것처럼, 독자에게도 그런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느껴진다.


책은 총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된다. 첫째는 ‘건강’, 둘째는 ‘부’, 그리고 셋째는 ‘지혜’다. 단순히 운동법이나 재테크 수단, 좋은 말 모음이 아니다. 진정으로 강인한 몸과 균형 있는 정신, 장기적인 안목과 결단력을 갖춘 삶을 어떻게 구축할 수 있는지를 다룬다. 수면과 명상, 고강도 운동 루틴, 간헐적 단식, 아침 루틴, 투자 전략, 생산성 극대화 도구, 집중력 유지 습관 등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도구들이 이 책을 가득 채운다.


저자는 단언한다. 이 책은 분명히 당신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될 것이라고. 인생이 힘들고 고단할 때 등을 두드리며 격려해줄 사람도, 정신이 번쩍 나도록 세차게 뺨을 때려줄 사람도, 두려움과 불안에 휩싸여 제대로 된 선택을 하지 못할 때도, 삶을 빠르게 바꿔 놓을 계기가 필요할 때도, 오랜 시간에 걸친 결과 없던 노력과 좌절을 겪을 때에도 이 책을 통해 모두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당신 삶의 모든 것을 변화시켜줄 지혜로운 도구들을 갖춘 거대한 창고다. 부디 이 책을 통해 자신만의 까만 양을 찾아내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명상’이었다. 나는 명상이란 언제나 긍정적인 마음이나 마인드를 떠올리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는 명상의 핵심은 그것이 아니었다. “명상의 핵심은 정신을 집중하는 데 있지 않다. ‘정신이 방황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는 데 있다. 정신이 흩어지고 있다는 걸 알아챈 후 단 1초만이라도 다시 만트라(혹은 뭐가 됐든)에 주의를 집중하면, 그건 ‘성공적인’ 명상이라고 할 수 있다.”는 문장은 내게 큰 위로를 주었다. 잡생각이 떠오르면 이번 명상은 실패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던 내게, 방황조차도 명상의 일부임을 알려준 이 말은 그 자체로 새로운 시작이었다. 앞으로는 명상하는 시간에 나를 다그치지 않고, 조금 더 따뜻한 마음으로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한 문장만으로도 이 책은 나에게 참 큰 선물이 되었다.


삶의 어떤 시기에 이 책을 펼쳐도 반드시 얻어갈 것이 있을 것이다. 다시 읽을수록 새롭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고, 한 줄의 문장이 긴 시간 동안 깊이 스며든다. 왜 이 책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지, 왜 그렇게 오랫동안 사랑받는지 읽는 내내 알 수 있었다. 이제 이 책은 나의 노트 옆에 꼭 끼워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읽게 될 인생의 참고서가 될 것이다.


'토네이도 출판사 북클럽 <소용도리> 2기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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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들은 하루의 첫 60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목소리 높여 강조한다. 이 시간이 그후의 12시간 이상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5가지 모두가 사소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 디테일이 우리의 삶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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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림 없이 이해하는 지진의 과학
홍태경 지음 / 김영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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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는 지진의 활동이 비교적 적은 안정 지대에 속한다고 알려져 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지진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2016년 경주 지진과 2017년 포항 지진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그동안 “지진은 일본 이야기”로 치부해왔던 안일한 태도가 무너지던 순간이었다.


 2016년 9월 12일 경상북도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은 관측 이래 최대 규모였으며, 수도권에서도 진동이 감지될 만큼 넓은 지역에 영향을 주었다. 전통 가옥과 유적이 많은 도시답게 손상된 문화재가 속출했고, 시민들은 갑작스런 자연 재해에 극도의 불안감을 겪었다. 그 불안이 채 가시기도 전에 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일어났다. 규모는 경주보다 작았지만 피해는 훨씬 컸다. 도심 한복판의 균열, 무너진 벽체, 그리고 수능 연기라는 전례 없는 사태까지.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이 지진이 지열발전소와 관련된 ‘인공지진’일 수 있다는 과학자들의 분석이었다. 자연이 일으킨 일만이 아니라, 인간이 촉발한 일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 큰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그 이후, 지진은 단지 ‘지질학적 현상’이 아니라 ‘사회적 현상’이 되었다. 우리는 왜 그토록 무방비였을까? 왜 지진이라는 자연의 흔들림 앞에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을까?

이런 질문들에 구체적인 답을 제시하는 책이 바로 홍태경 교수의 『지진의 과학』이다.


 이 책은 지진의 원리뿐만 아니라 지진이라는 거대한 자연 현상을, 우리의 현실 속에 구체적으로 끌어와 풀어낸다. 지구 내부의 움직임, 단층의 에너지 축적, 지진 발생 메커니즘 등은 ‘스프링이 눌렸다가 튕겨 나오는 원리’처럼 쉽고도 직관적인 예시로 설명된다. 복잡한 용어나 공식이 아니라 상식 속 언어로 쓰인 과학 책이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한국은 더이상 지진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수많은 지진 사례부터 최근의 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반도 역시 위험 지대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특히 경주와 포항 지역은 다시 주목받아야 할 지역으로 잠재적 단층 구조와 지질 특성상 또 다른 강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다.

 지진은 단 한 번의 흔들림으로 끝나지 않는다. 여진이 뒤따르고, 건물은 시간이 지나며 무너지고, 공동체는 위기 속에서 붕괴되거나 회복을 선택해야 한다. 『지진의 과학』은 이러한 지진 이후의 세계까지 꼼꼼히 들여다본다. 


그리고 묻는다.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책의 후반부에서는 구체적인 대비책이 제시된다. 대피 요령, 내진 설계의 필요성, 지진 알림 시스템 등,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조언들로 가득하다. 단순한 공포를 경고로 끝내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실용서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해낸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나면, 지진은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경주와 포항의 지진은 어쩌면 앞으로 더 자주 마주하게 될 현실의 서막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지진을 정확히 알고 차분히 대비하는 것이 아닐까?!


 『지진의 과학』은 그 첫걸음을 도와주는 책이다. 과학적 감각과 사회적 책임감을 동시에 일깨우는 드문 책이다. 단단한 집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단단한 인식이다. 그리고 책은 그 인식의 기초를 다져주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라는 사실을 이 책은 다시 한 번 증명해준다.


'김영사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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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 - 스콧 피츠제럴드는 ‘이렇게 글을 씁니다!’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래리 W. 필립스 엮음, 차영지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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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광란의 20년대’라 불리던 재즈 시대. 그 격동의 시대를 대표하는 문학 아이콘이 있었다. 바로 미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소설가이자 단편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다. 그는 『위대한 개츠비』(1925)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같은 시대를 살았던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자주 비교되기도 하는 인물이다.


『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는 그가 44세의 짧은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남긴 글쓰기의 통찰과 삶의 단상들을 모은 책이다. 앞서 출간된 『헤밍웨이, 글쓰기의 발견』과도 짝을 이루는 책으로, 단순한 작법서가 아니라 창작을 둘러싼 고뇌, 실질적인 기술, 그리고 고독과 좌절을 넘나드는 피츠제럴드의 내면이 오롯이 담겨 있다.


피츠제럴드와 헤밍웨이는 종종 나란히 언급되지만, 두 사람의 철학은 본질적으로 달랐다. 공통점이라면 타인에게 아낌없이 조언하고, 자신이 배운 것을 기꺼이 나누고자 했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삶을 대하는 태도나 글쓰기에 대한 접근 방식은 매우 다르다. 이를테면, 헤밍웨이가 ‘오늘은 남은 내 인생의 첫날’이라고 여겼다면, 피츠제럴드는 ‘오늘은 연속된 지난날을 끊어내는 전환점’이라 생각했다. 그의 철학은 시간이라는 개념과 깊이 연결돼 있었고, 시인이자 평론가인 말콤 코울리는 그를 두고 “마치 시계와 달력으로 가득 찬 방에 사는 사람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문학이란 결국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는 일이라고 믿었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경험조차 정제하여 독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로 탈바꿈시키는 것, 그것이 작가의 역할이라고 여겼다. 피츠제럴드는 스스로를 ‘문학적 도둑’이라 불렀다. 그는 엉망으로 쓰인 책에서도 용기를 얻었고, 위대한 작가들의 문장을 곱씹으며 그 위대함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 다른 작가들을 경쟁자가 아닌, 같은 소명을 짊어진 동료로 바라보며 기꺼이 조언을 주고받았다. 배움에는 위아래가 없다고 여긴 그의 태도는 많은 후배 작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남겼다.


책 초반, 번역가 차영지의 말 중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 있다.

“글을 쓰며 산다는 건, ‘혼자라고 느끼던 감정이 사실은 모두의 보편적 감정이었음을 깨닫는 과정’이다.”

피츠제럴드는 문학의 아름다움을 통해 이 사실을 독자에게 증명해 보인다. 그의 작품을 읽다 보면, 우리가 느끼는 고독과 좌절, 희망과 열정이 결코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것은 오히려 우리를 고립시키던 감정이 공감의 울타리로 바뀌는 경험이며, 그 안에서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고 연대하게 된다.


그래서 글쓰기는 단지 작가만의 영역이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남겨야 할 이유가 있다. 만약 외롭게 홀로 살아가는 이가 있다면, 자신의 감정을 글로 풀어내는 과정 속에서 뜻밖의 위로를 마주할지도 모른다. 그 글에 공감하는 누군가가 등장하고, 비슷한 경험을 나누는 사람이 생기며, 그렇게 고독은 점차 관계로 전환된다. 혼자만 꺼내보는 일기도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이 될 수 있지만, 타인과 나누는 글은 그 여정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자신과 타인을 동시에 구하는 길, 그것이 글쓰기일지도 모른다.


피츠제럴드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부와 행복’, 그리고 ‘허망함’이라는 주제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놀랍게도 그가 다뤘던 이 문제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사회적 질문들과 맞닿아 있다. 이 책은 단지 글쓰기 조언집에 그치지 않는다. 살아 있는 동안 주고받은 다양한 편지, 그 속에 담긴 인간적인 고민과 조언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분명한 울림을 준다.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이 책은 방향을 제시해주는 지침이 되어줄 것이다.


개인적으로 본문에서 특히 깊이 공감한 구절이 있다.

“과도한 자만까지는 아니지만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든지 스스로에게, 내면을 보호할 쇠사슬로 엮은 갑옷 한 벌 정도는 허락하도록 하자. 자존심은 중요한 자산이다. 그런데 그 중요한 것을 오전 중에 이미 열두 명의 자존심을 조롱하는 사람에게 내맡긴다면, 스스로에게 실망을 약속하는 꼴이다. 단순한 전문가라면 애초에 그렇게 휘둘리지 않았을 것이다.” - p77

— 『In His Own Time』,  / p.155~156


글을 쓰는 사람이든 아니든, 누구나 살아가다 보면 타인의 비난이나 날카로운 평가에 직면하게 된다. 그런 일이 반복될수록 자존감은 깎이고, 결국 자신이 해야 할 일에도 영향을 받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내면의 갑옷’을 준비해야 한다. 자신만의 중심이 없다면 세상에 휘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떤 길을 걷든,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기 위해선 자신을 지켜낼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는 단순히 글쓰기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놓치지 말아야 할 태도와, 자신을 지키는 방법, 그리고 타인과 연결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스스로의 목소리를 찾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피츠제럴드의 깊은 사유와 솔직한 조언이 당신에게 작지만 단단한 등불이 되어줄 것이다.



'우주북스타그램 @woojoos_story' 모집, 

'스마트비즈니스 출판사 @smartbusiness_book'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고 쓰는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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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자만까지는 아니지만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든지 스스로에게, 내면을 보호할 쇠사슬로 엮은 갑옷 한 벌 정도는 허락하도록 하자.
자존심은 중요한 자산이다. 그런데 그 중요한 것을 오전 중에 이미 열두 명의 자존심을 조롱하는 사람에게 내맡긴다면, 스스로에게 실망을 약속하는 꼴이다. 단순한 전문가라면 애초에 그렇게 휘둘리지 않았을 것이다.
- <인 히스 온 타임In His Own Time> p.155-156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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