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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 - 스콧 피츠제럴드는 ‘이렇게 글을 씁니다!’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래리 W. 필립스 엮음, 차영지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25년 4월
평점 :

1920년대, ‘광란의 20년대’라 불리던 재즈 시대. 그 격동의 시대를 대표하는 문학 아이콘이 있었다. 바로 미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소설가이자 단편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다. 그는 『위대한 개츠비』(1925)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같은 시대를 살았던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자주 비교되기도 하는 인물이다.
『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는 그가 44세의 짧은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남긴 글쓰기의 통찰과 삶의 단상들을 모은 책이다. 앞서 출간된 『헤밍웨이, 글쓰기의 발견』과도 짝을 이루는 책으로, 단순한 작법서가 아니라 창작을 둘러싼 고뇌, 실질적인 기술, 그리고 고독과 좌절을 넘나드는 피츠제럴드의 내면이 오롯이 담겨 있다.
피츠제럴드와 헤밍웨이는 종종 나란히 언급되지만, 두 사람의 철학은 본질적으로 달랐다. 공통점이라면 타인에게 아낌없이 조언하고, 자신이 배운 것을 기꺼이 나누고자 했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삶을 대하는 태도나 글쓰기에 대한 접근 방식은 매우 다르다. 이를테면, 헤밍웨이가 ‘오늘은 남은 내 인생의 첫날’이라고 여겼다면, 피츠제럴드는 ‘오늘은 연속된 지난날을 끊어내는 전환점’이라 생각했다. 그의 철학은 시간이라는 개념과 깊이 연결돼 있었고, 시인이자 평론가인 말콤 코울리는 그를 두고 “마치 시계와 달력으로 가득 찬 방에 사는 사람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문학이란 결국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는 일이라고 믿었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경험조차 정제하여 독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로 탈바꿈시키는 것, 그것이 작가의 역할이라고 여겼다. 피츠제럴드는 스스로를 ‘문학적 도둑’이라 불렀다. 그는 엉망으로 쓰인 책에서도 용기를 얻었고, 위대한 작가들의 문장을 곱씹으며 그 위대함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 다른 작가들을 경쟁자가 아닌, 같은 소명을 짊어진 동료로 바라보며 기꺼이 조언을 주고받았다. 배움에는 위아래가 없다고 여긴 그의 태도는 많은 후배 작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남겼다.
책 초반, 번역가 차영지의 말 중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 있다.
“글을 쓰며 산다는 건, ‘혼자라고 느끼던 감정이 사실은 모두의 보편적 감정이었음을 깨닫는 과정’이다.”
피츠제럴드는 문학의 아름다움을 통해 이 사실을 독자에게 증명해 보인다. 그의 작품을 읽다 보면, 우리가 느끼는 고독과 좌절, 희망과 열정이 결코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것은 오히려 우리를 고립시키던 감정이 공감의 울타리로 바뀌는 경험이며, 그 안에서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고 연대하게 된다.
그래서 글쓰기는 단지 작가만의 영역이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남겨야 할 이유가 있다. 만약 외롭게 홀로 살아가는 이가 있다면, 자신의 감정을 글로 풀어내는 과정 속에서 뜻밖의 위로를 마주할지도 모른다. 그 글에 공감하는 누군가가 등장하고, 비슷한 경험을 나누는 사람이 생기며, 그렇게 고독은 점차 관계로 전환된다. 혼자만 꺼내보는 일기도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이 될 수 있지만, 타인과 나누는 글은 그 여정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자신과 타인을 동시에 구하는 길, 그것이 글쓰기일지도 모른다.
피츠제럴드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부와 행복’, 그리고 ‘허망함’이라는 주제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놀랍게도 그가 다뤘던 이 문제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사회적 질문들과 맞닿아 있다. 이 책은 단지 글쓰기 조언집에 그치지 않는다. 살아 있는 동안 주고받은 다양한 편지, 그 속에 담긴 인간적인 고민과 조언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분명한 울림을 준다.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이 책은 방향을 제시해주는 지침이 되어줄 것이다.
개인적으로 본문에서 특히 깊이 공감한 구절이 있다.
“과도한 자만까지는 아니지만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든지 스스로에게, 내면을 보호할 쇠사슬로 엮은 갑옷 한 벌 정도는 허락하도록 하자. 자존심은 중요한 자산이다. 그런데 그 중요한 것을 오전 중에 이미 열두 명의 자존심을 조롱하는 사람에게 내맡긴다면, 스스로에게 실망을 약속하는 꼴이다. 단순한 전문가라면 애초에 그렇게 휘둘리지 않았을 것이다.” - p77
— 『In His Own Time』, / p.155~156
글을 쓰는 사람이든 아니든, 누구나 살아가다 보면 타인의 비난이나 날카로운 평가에 직면하게 된다. 그런 일이 반복될수록 자존감은 깎이고, 결국 자신이 해야 할 일에도 영향을 받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내면의 갑옷’을 준비해야 한다. 자신만의 중심이 없다면 세상에 휘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떤 길을 걷든,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기 위해선 자신을 지켜낼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는 단순히 글쓰기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놓치지 말아야 할 태도와, 자신을 지키는 방법, 그리고 타인과 연결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스스로의 목소리를 찾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피츠제럴드의 깊은 사유와 솔직한 조언이 당신에게 작지만 단단한 등불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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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북스타그램 @woojoos_story' 모집,
'스마트비즈니스 출판사 @smartbusiness_book'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고 쓰는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과도한 자만까지는 아니지만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든지 스스로에게, 내면을 보호할 쇠사슬로 엮은 갑옷 한 벌 정도는 허락하도록 하자. 자존심은 중요한 자산이다. 그런데 그 중요한 것을 오전 중에 이미 열두 명의 자존심을 조롱하는 사람에게 내맡긴다면, 스스로에게 실망을 약속하는 꼴이다. 단순한 전문가라면 애초에 그렇게 휘둘리지 않았을 것이다. - <인 히스 온 타임In His Own Time> p.155-156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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