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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를 먹을 때는 울지 않기로 해 - 류라이 길티플레저 에세이
류라이 지음 / 자크드앙 / 2025년 6월
평점 :

류라이의 『딸기를 먹을 때는 울지 않기로 해』를 읽었다.
저자 류라이, 본명은 유소희.
책을 보기 전까지는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책을 읽고 나서야 틱톡을 찾아보고, 류라이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그녀는 틱톡에서 발랄한 영상으로 50만 명의 팔로워를 지닌 인플루언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보여주는 얼굴은 전혀 다르다.
인플루언서 류라이가 아닌, 한 사람 유소희의 내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딸기를 너무 좋아해서 한 달에 수백만 원어치를 사 먹는다는 고백은 단순한 취향 이야기가 아니다.
딸기는 그녀에게 위안이며, 스스로를 다잡기 위한 작고 확실한 의식이다.
딸기 하나를 입에 물며 하루를 버티고, 그렇게 다음 날도 살아내는 일.
너무 많이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마음.
우리는 그런 걸 ‘길티플레저’라고 부른다.
책의 프롤로그에서는 사람이 무섭다는 고백이 나온다.
누군가에게 나도 모르게 상처를 줄까 봐, 혹은 상처받을까 봐 사람을 피했고,
그 회피의 장소로 선택한 곳이 SNS였다.
틱톡은 그녀에게 5년간의 일기장이 되어 주었다.
영상 하나 올리고, 댓글이 달리고, 어떤 이는 악플을 남기기도 한다.
그 댓글들을 ‘내 일기를 본 사람의 감상평’이라고 여긴다는 말이 묘하게 인상 깊었다.
기특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리기도 했다.
스무살을 훌쩍 넘긴 나이가 됐지만, 여전히 어린 나이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게 좀 놀라웠다.
이 책에는 그녀가 피하지 않고 마주한 감정들이 담겨 있다.
왕따를 당한 이야기, 외모로 놀림받은 기억, 급식실에서 혼자 울었던 날들,
그리고 전신 성형을 고민하던 밤까지.
누군가는 자극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거짓 없이 꺼낸 이야기에는 꾸밈이 없었고, 그래서 더욱 진심으로 다가왔다.
무심한 듯 적힌 이 한 문장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친구라는 사람은 나에게 행복도 주지만, 그와 동시에 불행도 준다.
믿은 만큼 배신감도 느낀다.
나는 그런 고통을 느끼지 않기 위해 행복을 포기한 것이다.”
고통을 피하기 위해 행복을 포기한다는 말이 이상하게 슬프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런 선택을 완전히 낯설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도 종종 비슷한 방식으로 스스로를 지키며 살아가니까.
이야기는 계속 사람을 향한다.
그녀 곁에 있어준 사람들 - 급식실에서 도시락을 챙겨준 보건쌤, 흉터 없이 수술해주려 애쓴 집도의 의사 선생님, 틱톡을 통해 나에게 관심을 가진 ‘류씨 집안 아가들’을 만들어준 회사 사장님, 그리고 부모님.
세심한 배려와 온기로 곁을 지켜준 사람들이다.
이들이 아니었다면 지금껏 버텨내지 못했을 거라고 이야기 한다. 사는 것이 지옥이었을 것이다.
위로는 아무 말 없이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어쩌면 잊고 지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곁에 있어 주는 사람들이 누군가에겐 숨구멍이 되어줄 수 있다는 사실을!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이것이다.
“딸기는 색이 어두울수록 더 달콤하다.”
묘하게도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어두운 색일수록 더 달콤하다니… 어쩌면 우리 삶도 그렇지 않을까?
겉은 물러 보이지만 막상 먹어보면 달콤한 딸기!
겉만 멀쩡해선 소용이 없다. 상처가 많고 조금씩 부서진 마음들이 오히려 더 단단하고 깊은 맛을 만들어낸다.
이 책은 울지 말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딸기 하나 입에 물고, 잠깐 멈춰서서, 오늘 하루 나를 다독이자고 말한다.
울어도 괜찮고, 무너져도 괜찮지만, 그래도 오늘만큼은 나를 놓지 말자고 한다.
그 말이 다정하게 들려와 오래도록 남는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누구나 자기만의 딸기 하나쯤 떠올리게 된다.
그게 음악이든, 커피든, 혹은 아무 말 없이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일 수도 있다.
딸기라는 이름의 작고 달콤한 안식처. 우리는 결국 그런 걸 하나쯤 품고 살아간다.
류라이의 글은 화려하지 않지만 솔직하다.
마치 누군가의 오래된 일기장을 몰래 들춰본 기분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문득, 나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의 제목처럼, 아무리 흔들리고 힘들어도
딸기를 먹을 때만큼은 울지 않기로 해보자.
좋아하는 딸기를 한 입 베어 무는 그 짧은 순간만큼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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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드앙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난 예측 가능한 것, 이미 알고 있는 결말 등 안정적인, 변화가 없는 것들을 좋아한다. 새로운 것,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 불가능한 것 같은 불안정한 것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아는 맛이 나는 음식만 먹고, 내가 알고 있는 결말의 영상만 본다. 하루하루도 마찬가지다. 나는 반복되는 하루가 내가 생각한 루틴이나 계획에서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불안해 하고 무서워 했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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