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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별한 실패 - 글쓰기의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힘
클라로 지음, 이세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4월
평점 :

각별한 실패…
실패가 특별하다?는 이야기일까.
이 책은 온 세상이 성공만을 노래하는 시대에 거꾸로 달려가고 있다.
저자 클라로는 실패를 찬양하려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다른 눈으로 보게 만든다.
실패는 언제나 도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초대해야 하는 것이다라는 메시지는
저자의 태도를 가장 잘 드러내준다.
우리는 흔히 실패를 넘어야 한다고 배워왔다.
그러나 저자는 실패는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머무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속에 오래 머무르고, 뒹굴고, 때로는 포기하는 것!
그 과정 속에서 인간은 비로소 자기 자신이 된다고 말한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실패를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세계는 비로소 빛을 드러낸다.
그동안 우리는 수많은 실패를 밀어내기만 하느라 진짜 세계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각별한 실패』는 실패의 기록이다. 하지만 흔한 패배담도, 감상적인 눈물도 없다.
대신 매 장마다 삶과 문학, 예술과 철학의 조각들이 날카롭게 이어진다.
베케트의 “다시 시도하라. 다시 실패하라. 더 나쁘게 실패하라.“는 문장을 인용하며,
저자는 실패를 단순한 좌절이 아니라 살아가는 하나의 태도로 제시한다.
“우리에게는 실패할 자유가 있다.”
이 자유를 제대로 받아들인다면 삶의 무게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평생 실패를 숨기며 살아왔다.
입사시험에 떨어진 일, 사랑이 깨진 일, 사소한 일조차 버거워 포기했던 순간들.
그런 경험들은 자연스러운 성장의 일부가 아니라 부끄러워해야 할 흠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저자는 단호히 말한다.
실패는 숨겨야 할 흠이 아니라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패배 속에 몸을 담글 줄 아는 자만이 자기 삶을 끝까지 살아낼 수 있다고.
또한 저자는 실패를 글쓰기에 비유한다.
글을 쓸 때 우리는 완벽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아무리 다듬어도 문장은 어딘가 미완성된 느낌을 남긴다.
하지만 바로 그 미완성이 살아 있다는 신호다.
완벽하게 끝나버린 것은 더 이상 자라지 않지만,
어설프고 서툰 것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변하고, 자란다.
삶도 마찬가지다.
틀어지고, 비틀어지고, 실패하는 순간들 사이에서 우리는 여전히 버티고 살아남는다.
“완성된 것은 죽어 있다. 살아 있는 것은 언제나 어딘가 실패하고 있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불완전함 속에서 숨 쉬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자주 실패했다. 지금도 실패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세상의 기준은 성공에 있지만, 저자는 삶이란 오히려 실패를 통해 비로소 자신의 얼굴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니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끝내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다시 손을 내밀 용기를 가지라고.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실패를 멈춤이나 포기가 아니라, 변형과 지속의 한 형태로 본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패를 곧바로 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클라로는 실패를 또 다른 방식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라 말한다.
우리가 실패했다고 느낄 때, 사실은 정해진 길을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서는 시작일지도 모른다.
다른 길로 접어들었을 뿐,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어쩌면 실패한 삶이야말로 진짜 자기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실패 속에 주저앉지 않고, 실패 속을 걸어 나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이 책은 조용히 알려준다.
『각별한 실패』는 실패를 찬양하지 않는다.
그저 실패 안에 머무는 법을 가르친다.
실패를 사랑할 수 있다면, 세상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실패 속에서도 숨 쉴 수 있고, 꿈꿀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다.
그리고 실패 속에서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실패를 견디는 것은 살아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가장 어렵고 가장 용감한 방식을 권한다.
성공을 좇지 말고, 실패를 살아내라고.
실패는 패배가 아니다.
가장 인간적인 승리다.
실패를 껴안을 줄 아는 사람만이 진짜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앞으로는 어설프게라도 실패를 해도 절망하기보다 받아들이고,
툭툭 털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맷집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 책은 실패한 이들을 위한 책이 아니다.
살아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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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문화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땅속의 구멍. 우리가 아무 언질도 받지 못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구멍을 판다는 것, 이건 작가들이 할 줄 아는 일, 해야만 하는 일이다. 자신의 구멍을 만들고, 굴을 파고 들어가고, 그다음은? 그 다음은 없다. 카프카는 단편 ‘굴Der Bau’의 집필을 끝내지 못하고 6개월 후 세상을 떠났다. 실패가 작가에게 일종의 영벌이라고 너무 성급하게 추론하지 말자. 실패는 일상적으로 감당해야 할 그의 몫,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실패는 그의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다. 실패는 작가의 은밀한 희열이다. 글 쓰는 이에게 실패하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 실패의 이유도 하나가 아니다. 실패의 기술을 따지고, 패배에 대한 열정을 논할 수 있을 만큼 이 바닥도 다채롭다. 하고, 또 한다. 이미 한 것을 도로 해체한다. 말했다시피, 여기서 못 빠져나간다. 다행이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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