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만화미학자 - 미술을 삐딱하게 보는 어느 만화미학자의 이유 있는 궤변
박세현 지음 / 팬덤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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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인 박세현은 만화평론가이자 만화미학자로서, 

만화 속에도 미학이 존재함을 설명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원시시대 동굴벽화는 과연 미술의 역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인류의 미술은 동물의 움직임과 생생한 순간을 포착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되었음을 말한다.

또한, 중세 종교화부터 현대 비유적 미술에 이르기까지 

미술은 시대마다 인간의 사고와 문화를 반영해 왔다고 설명한다.


 박세현의 『미술관에 간 만화미학자』는 만화에도 미학이 존재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는 에곤 실레나 에드바르트 뭉크처럼 자의식이 강한 화가들의 자화상을 보며,

미술은 인간의 역사를 기록하는 동시에 인간이 자신의 내면을 풀어놓는 일기와 같다고 말한다.


 특히 에곤 실레의 <눈꺼풀이 내려간 자화상, 1910>을 통해, 

미술은 인간에게 고통과 위안, 불쾌함과 즐거움, 고민과 이상, 오해와 이해 등

복합적인 감정과 인식을 일으키는 행위임을 깨닫는다.

결국 미술은 인간이 스스로를 위해 누리는 자위와도 같은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그는 인류 최초의 예술이 동물의 움직임을 포착하려는 데서 시작되었으며,

중세 종교화부터 현대 비유적 미술에 이르기까지

미술은 시대마다 인간의 사고와 문화를 반영해 왔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천지창조, 아름다움, 취향, 그로테스크, 죽음, 캐리커처, 여자 누드, 팜므 파탈, 풍자, 남자 누드, 리얼리티, 판타지, 로맨스, 나르시시즘, 포스터, 트릭 아트, 반전, 영웅> 등 18개의 키워드를 통해 미술과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읽어낸다.


 책을 읽으면서 ‘그로테스크’의 유래를 알게 됐다. 한번씩 사용하던 단어긴 했는데 그 유래를 정확하게 알게되니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무게나 의미 자체가 다르게 와닿는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충격 받은 작품이 하나 있다. 그 그림은 미술사에서 가장 파격적인 누드화로 꼽히는 19세기 프랑스 사실주의 화가 귀스타브 쿠르베1819~1877의 <세상의 기원>1866이다. 이렇게까지 적나라한 그림이 있었던가? 처음 보게 되면 나처럼 놀라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미술 서적들을 계속 읽어 오고 있는데, 새로운 그림도 많이 접하게 되고,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정보들을 세세하게 알려주는 점이 좋았다. 저자의 설명을 듣고 그림을 감상하니 알고 있던 그림도 색다르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거나, 미술사의 다양한 정보나 지식을 습득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보시길 바란다.


<본문 발췌>

p56

그로테스크는 이탈리아어 ‘그로타grota, 동굴’에서 유래한 ’그로테스카La grottesca’와 ’그로테스코grottesco’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동굴 벽면에 그림을 그리면 울퉁불퉁한 동굴벽면의 특성상 그림이 일그러지고 찌그러져 보이는 것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 용어는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의 장식미술을 설명할 때 사용되었는데, 이 장식미술에는 기괴하고 요상하게 생긴 사람이나 동물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한편 영웅의 비극이나 신화 이야기, 그리고 왕과 귀족들을 풍자한 대중공연이 많았던 그리스 로마시대에 민중들이 즐겼던 연극 ‘미무스‘에 기괴하고 흉측한 모습의 가면이 사용되었다. 이 미무스 가면이 그로테스크 예술의 사막을 열었다.


p92

 미술사에서 가장 파격적인 누드화는 단연코 19세기 프랑스 사실주의 화가 귀스타브 쿠르베1819~1877의 <세상의 기원>1866이다. 부유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귀스타브 쿠르베는 브장송 왕립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립미술학교에서 그림을 배웠다. 1840년 법학을 공부하기 위해서 파리로 간 쿠르베는 정작 화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다.

 네덜란드를 여행하면서 램프란트와 베네치아 화파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쿠르베는, 종교화를 그려달라는 의뢰인에게 “천사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릴 수 없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1860년 전후 쿠르베는 자신만의 사실주의 화풍으로 그림을 그리게 된다.



'팬덤북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그로테스크는 이탈리아어 ‘그로타grota, 동굴’에서 유래한 ’그로테스카La grottesca’와 ’그로테스코grottesco’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동굴 벽면에 그림을 그리면 울퉁불퉁한 동굴벽면의 특성상 그림이 일그러지고 찌그러져 보이는 것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 용어는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의 장식미술을 설명할 때 사용되었는데, 이 장식미술에는 기괴하고 요상하게 생긴 사람이나 동물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한편 영웅의 비극이나 신화 이야기, 그리고 왕과 귀족들을 풍자한 대중공연이 많았던 그리스 로마시대에 민중들이 즐겼던 연극 ‘미무스‘에 기괴하고 흉측한 모습의 가면이 사용되었다. 이 미무스 가면이 그로테스크 예술의 사막을 열었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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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새 내일의 고전
신종원 지음, 한규현 그림 / 소전서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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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원의 장편소설 『불새』는 종교적 권위와 개인의 삶,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낸 작품이다.

이 소설은 젊은 사제 바오로와 신도 헬레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시대와 인물들의 삶을 교차시키며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한다.


 이야기는 헬레나가 교회의 가르침 속에서 삶을 포기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바오로 신부는 헬레나의 죽음을 지켜본 뒤 깊은 죄책감과 신앙적 회의에 빠진다. 신앙이 과연 생명을 지키는 것인가, 아니면 때때로 생명을 짓누르는 무게가 되는가에 대한 고민이 그를 사로잡는다. 그는 이 질문을 풀기 위해 성배를 찾으러 스페인으로 떠난다.


 바오로의 여정은 단순한 탐사가 아니다. 그 여정은 다양한 인물들과 시대를 넘나들며 인간 존재와 신앙의 본질을 묻는 과정으로 확장된다. 스페인에서 만나는 전직 테러리스트 페트리와의 만남은 신념, 죄책감, 속죄라는 주제를 더욱 깊이 있게 끌어낸다.


『불새』가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생명의 존엄성이다. 소설은 종교적 권위에 의해 희생되는 개인의 생명을 조명하며, 생명 자체가 어떠한 교리보다 우선해야 함을 강조한다.

둘째, 종교적 권위에 대한 비판이다. 교회의 가르침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과 그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며, 신앙이란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 되묻는다.

셋째,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이야기이다. 다양한 시대와 인물들의 이야기를 엮어내며, 인간의 고통과 신앙, 삶의 의미라는 보편적 질문을 던진다.

넷째, 불새의 상징성이다. 불새는 죽음과 재생,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품고 있는 존재로, 인간이 넘어지고 부서지면서도 다시 살아나는 과정을 아름답게 비유한다.


 『불새』는 단순히 종교적 갈등을 다루는 소설이 아니다. 삶의 고통과 재생, 신앙과 사랑, 인간성과 연약함이라는 보편적 이야기를 깊이 있게 풀어낸다. 특히 고난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는 인간 존재의 힘을 믿으며, 그 과정을 통해 신앙의 본질에 다가가야 함을 강조한다.


 이 소설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  종교적 권위와 개인의 삶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이나 생명과 신앙의 본질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싶은 사람, 다양한 시대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존재를 탐구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문학을 통해 사회적·종교적 문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불새』는 삶이 무너지고 신앙이 흔들릴 때, 그 모든 잿더미 위에서도 다시 살아오르는 불꽃 같은 존재를 기억하게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어떤 절망 속에서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있음을 조용히 일러준다.



'소전서가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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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얘들아. 내 삶은 태어날 때부터 이렇게 정해져 있었던 거야.
그리고 이때 헬레나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요, 신부님. 미리 정해진 삶 같은 건 없어요.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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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야자 시간 - 그 오랜 밤의 이야기 위 아 영 We are young 3
김달님 외 지음 / 책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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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야자 시간은 어떤 색이었을까?”


“교복을 입던 시절에는 낮보다 밤을 더 좋아했다.

재미있는 일은 주로 밤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야자 시간에 나란히 몸을 붙이고 앉은 친구와 이어폰을 나눠 끼고서 라디오를 듣거나,

몰래 학교를 빠져나가 밤의 시내를 쏘다니기도 했다.”

첫 에피소드 이야기는 비밀을 나누기 좋았던 그 시절 그때의 밤을 이야기한다.


학창시절 교실의 불빛 아래 졸음을 참으며 책장을 넘기던 수많은 밤들이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첫사랑을 떠올리는 시간이거나,

반복된 생활에서 벗어나고자 친구들과 일탈을 시도하기도 했던 시간이었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막막한 미래를 걱정하던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너와 나의 야자 시간』은 그런 잊고 지냈던 기억을 다시 피워 올리는 책이다.

김달님을 포함해 총 8명의 작가가 모여 각자의 밤을 이야기했다.

1. 김달님 – 아임 폴 인 러브 어게인
밤의 이야기: 비밀을 나누는 밤
첫사랑의 설렘과 다시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2. 조우리 – 10년 후의 약속
밤의 이야기: 바다의 밤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를 연결하는 긴 약속과 그리움을 그렸다.

3. 전성배 – 그 밤의 소리
밤의 이야기: 편지를 건네는 밤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담은 편지와 그 떨림을 표현했다.

4. 최지혜 – 불꽃놀이
밤의 이야기: 수학여행의 밤
수학여행 중 터지는 청춘의 감정과 그 찰나의 빛남을 담았다.

5. 서윤후 – 계피색 꿈
밤의 이야기: 많고 많은 밤의 목록
흐릿하지만 잊히지 않는 밤의 기억들을 시적인 언어로 풀어냈다.

6. 장한라 – 스포일러
밤의 이야기: 나를 배신하는 밤
어긋나는 감정과 성장의 아픔을 담담히 그렸다.

7. 장도수 – 망가뜨리지 않고 사랑하는 법
밤의 이야기: 온순한 일탈의 밤
서툴지만 온 마음으로 누군가를 지키려 했던 기억을 담았다.

8. 황혜지 – 너의 밤이 머무르는 곳
밤의 이야기: 라디오를 듣는 밤
외로운 밤을 달래주던 라디오의 온기를 그렸다.

+ 임나운(일러스트레이터/그림) – 새까만 밤하늘 짙은 푸른색
각각의 이야기에 어울리는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저녁에서 새벽까지 이어지는 어둠의 온도를 다채로운 색채로 포근하고도 멋스럽게 표현했다. 임나운은 일러스트 그림으로 말로는 다 하지 못한 밤의 감정을 채워 넣었다.


이 책은 서툴렀던 모든 감정들, 그리고 그 감정들을 꾹꾹 눌러 담았던 우리의 밤을 부드럽게 끄집어낸다.

강요하지 않고, 조용히 다가와 손을 잡아준다.


우리는 모두 다르게 살아왔지만, 결국 비슷한 감정을 품고 있다는 것을.

밤의 끝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너와 나의 야자 시간』은 그렇게 말한다.

“너는 혼자가 아니야.”

그리고, “그때의 너도, 지금의 너도 괜찮아.”


조용하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책이다.

밤에 읽기에 좋은, 마음이 조금 외로운 날 읽기에도 좋은 책이다.

오랜만에 잊고 지냈던 아련한 그때의 야자 시간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게 한 책이다.

어릴 적 추억을 꺼내볼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본문 내용 발췌>

p12

친한 친구와의 우정이 얼마나 견고한지 틈틈이 확인하느라 언제나 마음이 바빴다.


p34-35

나쁜 일들은 순서를 기다리며 차례대로 오지 않았다. 오직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 존재하는 복서처럼, 왼쪽, 오른쪽, 중앙 가리지 않고 파고들며 주먹을 연타로 날렸다. 우리는 그저 얻어터질 뿐이었다.


p50

내 인생에서 내 맘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건 마냥 절망적인 게 아니라 때때로 예상치 못한 기쁨과 놀라움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열아홉이 된 내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나쁜 상황은 그대로라 할지라도 작은 온기, 작은 부드러움으로 햇빛 한 조각 같은 것을 마음속에 두고 살아갈 수 있는 게 인간이라는 걸.



'책폴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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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살면서 미안하고 고마운 기억들은 이렇게 뒤늦게 깨닫게 되는지.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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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사는 거 기세 좋게 - 보여줄게 100세의 박력, 100세의 해피엔드 인생법
사토 아이코 지음, 장지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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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살다 보면 세상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모습에 맞춰 살아야 할 것 같은 강박에 시달린다. “조금 더 원만하게”, “조금 더 부드럽게”, “사람들과 잘 지내야 한다”는 말들이 때로는 칼날처럼 피부를 베어낸다. 그런데 여기, 그 모든 사회적 요구를 단호히 거절한 채, “나는 나다”라고 말하는 한 사람이 있다.

사토 아이코.

그녀는 『이왕 사는 거 기세 좋게』에서 불편할 정도로 솔직하게 그러나 묘하게 따뜻하게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책 초반에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하나 나온다. 

한 독자가 그토록 원하던 S 출판사 면접에서, 졸업 논문 주제로 삼은 ‘사토 아이코’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 면접관은 묻는다. “사토 아이코를 좋아합니까?” 그는 주저 없이 “무척 좋아합니다”라고 답한다. 결과는 낙방. 이유는 분명했다. “사토 아이코는 협조적이지 않은 인물”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이 일화는 웃프면서도 이 책의 결을 단번에 보여준다. 사토 아이코는 사회가 요구하는 ‘좋은 사람’ 프레임에 절대 맞춰 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숨기지도 않는다.


 책 속에서 사토 아이코는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한다.

“나는 단점이 많고, 협조적이지 않고, 귀찮은 것도 많고, 화도 잘 내고, 상대를 가리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한다. 무뚝뚝하고 상식을 무시하면 저돌적이다.”


 그녀는 “사람들과 잘 지내야 한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사랑받기 위해 애쓴 적도 없다”고 고백한다. 오히려 오해받으면 오해받는 대로, 몰이해 속에 있으면 있는 대로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고, 오해하는 사람을 원망하지도 않는다. 그냥,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쯤 되면 누군가는 그녀를 ‘차가운 사람’이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코는 다르게, 더욱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될 대로 되라’는 투명한 체념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껴안고 살아낸 한 인간의 고집스러운 따뜻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그녀에게 편집부는 “사람들과 잘 지내기 위한 성격”에 대해 써달라고 요청한다. 그녀는 이 의뢰를 받고 한참 고민한다. “혹시 이건 반성하라는 뜻인가?” 싶을 만큼. 그러나 사토 아이코는 끝까지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는다. 사람들과 부드럽게 잘 지내는 법을 ‘가르치는’ 대신, ‘서툴러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건넨다.

교묘한 인간관계 스킬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대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어떻게 다독이며 살아갈지를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문장 몇 가지를 소개하고 싶다.

“오해받았다고 해서 억울해하지 말자. 억울해할 필요가 없다. 그냥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힘내지 않아도 좋다. 다만, 기세만큼은 잃지 말자.”

“상대방의 기분을 지나치게 배려하다 보면, 결국 나조차 어디 있는지 알 수 없게 된다.”


 이 문장들은 그녀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 또 자기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토 아이코는 우리가 흔히 듣는 ‘따뜻한 조언’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꽤 낯선 존재일 것이다. 그녀는 현실을 덧칠하지 않고, 때로는 쓴 약처럼 직설적으로 진심을 건넨다.


 특정 챕터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만났을 때’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코는 말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억지로 이해하려 들 필요도 없고, 억지로 맞추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고. “그냥 그런 사람이구나” 하고 인정하면 그만이라고.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그저 자연스러운 감정일 뿐 억지로 조율할 필요는 없다”고 그녀는 덧붙인다. 그러면서 “싫은 사람에게 시간을 쓰느니,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자”고 담백하게 정리한다. 이 얼마나 솔직하고 시원한 태도인가.


 또 다른 챕터 ‘인생을 버텨내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에서는, 거창한 인생 목표나 대단한 의지를 강조하지 않는다. 대신 기세, 다시 말해 스스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작은 에너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녀는 삶이 늘 흐트러진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그 흐트러짐 속에서도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걸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생을 살아내는 기술이라고.


 『이왕 사는 거 기세 좋게』는 어떤 의미에서는 자기계발서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이 책은 ‘변화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그래도 살아가자’고 말한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외롭고, 때로는 불편하다. 하지만 진짜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사토 아이코는, 결국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내가 사랑받지 못할까봐, 인정받지 못할까봐, 애쓰지 마라.

사랑받지 않아도 괜찮다. 인정받지 않아도 괜찮다.

기세 좋게, 네 길을 가라.”

그 말 한마디가 오늘도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우리에게 용기를 준다.


이왕 사는 거 기세 좋게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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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씨, 힘들 때 도망치려고 하면 더 힘들어져요. 고난은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게 편해요."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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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꿈
앨런 라이트맨 지음, 권루시안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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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거나, 되감기거나, 혹은 사람마다 다르게 흐른다면?

『아인슈타인의 꿈』은 이런 질문에서 시작된다.


이 책은 1905년, 스위스 베른의 특허청에서 일하던 젊은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을 완성하기 직전, 밤마다 꾸었을 법한 ‘꿈’을 상상하는 형식의 소설이다.

총 30개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은 독립된 세계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시간 개념이 작동하는 상황을 그려낸다.


표지는 소설이라 명시하고 있지만, 그 형식은 단순한 서사 구조를 넘어선다.

마치 서른 번의 시공간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

날짜별로 정리된 짧은 장들은 과학적 상상력 위에 문학적 감수성과 철학적 질문을 더해

시간과 존재, 그리고 인간의 내면을 성찰하게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시간의 세계는 실로 다채롭다.

시간이 원처럼 순환해 같은 삶을 반복하는 세계에서는

사람들이 안정감 속에서 점차 무력감에 빠진다.

시간이 멈추는 세계에선,

사람들이 가장 행복한 찰나를 영원히 붙들기 위해 사랑을 고백하고 그 순간에 머무르려 애쓴다.


또 어떤 세계에선 시간의 흐름이 고도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천천히 늙기 위해 산꼭대기로 향한다.

그곳에서는 단 한 걸음을 떼는 사이에 하루가 저물지만,

사랑하는 이와의 시간을 더 오래 품기 위한 간절한 선택이 된다.


가장 철학적인 상상은 시간의 방향을 거꾸로 설정한 세계다.

사람들은 노인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진다.

죽음은 더 이상 끝이 아니라,

잃어버린 순수로 돌아가는 여정이 된다.


그리고 또 하나.

시간이 사람마다 다르게 흐르는 세계에서는

관계란 근본적으로 어긋날 수밖에 없는 것임을 보여준다.

어떤 이는 하루가 길고, 어떤 이는 몇 해가 한순간처럼 스쳐간다.

서로의 속도가 다르기에, 이해도 사랑도 끊임없이 조율되어야만 한다.


『아인슈타인의 꿈』은 단순히 시간에 대한 실험적 발상이 아니다.

이 책은 시간이라는 거울을 통해 인간의 삶과 감정을 비춘다.

결국 어떤 시간의 형태 속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사랑하고, 기다리고, 후회하고, 살아간다.


책을 덮은 뒤, 우리는 자연스럽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지금 이 순간이 멈출 수 있다면 나는 누구와 함께 있고 싶을까?

삶이 반복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다시 하게 될까?

미래를 알게 되더라도, 나는 여전히 사랑할 수 있을까?


『아인슈타인의 꿈』은 짧지만 깊다.

서정적인 문장과 은유 속에서 시간의 본질과 삶의 본모습을 마주하게 만든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는 시간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붙잡고, 되새기고, 상상할 수 있는 것으로.


이 책은 시간이 어떤 모습을 하든,

우리는 결국 ‘지금’이라는 한순간을 살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짧고도 찬란한 시간 앞에서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하고, 조금 더 용감해질 수 있다.


'다산책방(다산북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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