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좀 쓰면 어때 - 스펙은 없어도 기회는 있습니다
이창현(열현남아) 지음 / 포르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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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은 없어도 기회는 있다!”

“자유롭지만 불안감이 없는, 현장 기술직의 삶”


 요즘 뉴스를 보다 보면, 어떤 직업이 AI에 의해 대체될지, 어떤 기술이 인간의 영역을 넘어설지를 걱정하게 된다. ‘우리가 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안정된 삶을 이어갈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이 머릿속에서 끊이지 않는다. 바로 이런 시대적 질문에 명쾌하면서도 생생한 현실 답안을 내놓는 책이 있다. 이창현(열혈남아)로 활동 중인 그가 쓴 『몸 좀 쓰면 어때』다. 이 책은 AI와 디지털 자동화의 물결 속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바로 ‘현장 기술직’이라는 선택이다.


 저자는 화려하지 않지만 없어지지 않는 일이 있다고 말한다.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현장 일이다. 정비공, 용접공, 배관공, 건축 현장의 기술자들, 전기와 통신을 다루는 사람들. 이들은 모두 몸을 써서 현장을 움직이고 그 안에서 돈을 벌고 자기 시간을 스스로 통제하며 살아간다. 그는 육체노동도 괜찮다는 위로를 전하려는 것이 아니라, 몸을 써서 일하는 삶이 얼마나 실용적이고, 미래에도 지속 가능하며 생각보다 훨씬 자유로운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이 책은 여러 기술직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군가는 학벌과 상관없이 빠르게 기술을 익혀 억대 연봉을 받으며, 또 다른 이는 주중 3일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가족과 보내거나 여행을 다닌다. 중요한 건, 이들이 자기 삶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출퇴근 시간을 남이 정해주는 대신 자신이 직접 작업 일정을 계획하고, 필요한 만큼만 일하며 수입을 유지한다. 이게 바로 기술직의 ‘진짜 자유’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말한다. “기술직은 자격증만 있으면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손으로 배우고 몸으로 익히는 삶이다.” 여기엔 꾸준함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꾸준함의 끝에는 AI에 밀려 실직할 걱정도 없고, 누구 눈치 보며 생계를 유지할 필요도 없다. 대부분의 기술직은 도제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일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성장하는 구조다. 그렇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면 어느 순간 누구보다 안정적인 직업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몸을 쓰는 일에는 거짓이 없다’는 점이다. 컴퓨터로 쓴 보고서보다 손에 흙이 묻고 땀이 맺힌 작업 현장은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그는 ‘몸을 쓴다’는 것이 단순한 노동의 반복이 아니라, 현실과 직접 맞닿은 경험이며 현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판단력과 기술적 감각이 있다고 강조한다. 이 감각은 인공지능이 흉내낼 수 없는 것이며 바로 그 지점에서 기술직의 미래가 보장된다고 말한다.


 물론, 이 책이 기술직을 무조건 미화하거나, 모든 이들에게 적합하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몸을 쓰는 일이니만큼 체력도 필요하고, 현장의 고됨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그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신뢰를 더한다. 저자는 책에서 현장의 냄새, 기술자들의 말투, 작업장의 습도와 소음까지 그려내듯 묘사하며 그 속에 살아 있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은 일을 통해 인간답게 살아가는 법에 대한 철학이기도 하다.


 더불어 이 책은 젊은 세대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많은 청년들이 대학 졸업 후 사무직 취업에만 몰두하지만 현실은 점점 그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그 와중에도 현장 기술직은 여전히 인력을 찾고 있고, 그들은 자신의 기술과 시간으로 안정적인 삶을 살아간다. ‘기술직은 대안이 아니라 하나의 주류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오늘날의 노동 시장과 진로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몸 좀 쓰면 어때』는 AI 시대의 생존 전략이 반드시 고급 정보기술이나 새로운 코딩 언어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손으로 하는 일, 몸으로 하는 일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짜 경쟁력일 수 있다는 통찰을 담고 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단단하고, 빠르진 않지만 꾸준히 나아갈 수 있는 삶. 이창현은 그 삶을 직접 살아본 사람으로서 솔직하고 진중한 언어로 독자에게 그 길을 소개한다.


 『몸 좀 쓰면 어때』는 자신의 대체 될 직업을 불안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는 힘이 있다. 무기력한 하루를 보내는 사람, 자신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한 권의 책이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몸을 쓰는 일이 곧 미래를 지키는 일이라는 강력한 진실을 말하고 있다. AI가 흉내 낼 수 없는 것은 바로 손의 감각과 현장의 감성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살아갈 이유를 발견한다.



'포르체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나 역시 20대에 방충망 기술자로 일하면서 이 점에서 큰 만족을 느꼈다. 일이 나를 옭아매는 느낌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때에 일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이 더 크게 다가왔다. 많은 사람이 기술직의 가장 큰 장점을 ‘수입‘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일정 조율의 자유로움’이야 말로 기술직의 또 다른 강력한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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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둡다 - 고난을 깨달음으로 바꾸는 헤밍웨이 인생 수업
박소영 지음 / 유노책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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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단 한번 사는 삶에 감수해야 할 위험을 안고 살아 간다. 특히 초보라면 뭐든 맞부딪쳐 경험하고 거름으로 삼아 성장하는 과정을 겪는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에겐 앞서 살고 간 사람들의 기록이 남아 있어 시행착오를 조금이라도 피해갈 수 있다. 물론 그들의 사례가 모두 정답은 아니겠지만 참고서 정도는 충분히 될 수 있을 것이다.


 헤밍웨이는 문학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작가다. 놀라운 이야기꾼이고, 이전에 없던 문체를 개발해 퓰리처상과 노벨 문학상과 수상했다. 당대에 잠시 사랑을 받은 것이 아니라 현대까지 이어와 시대를 관통하는 고전으로 추앙받고 있다. 누군가는 100여 년 전 사람인 헤밍웨이가 살던 시대와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다른 점이 많을 거라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의 감정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기분이 좋으면 웃고, 화가 나면 분노한다. 시대가 변한다고 인간에서 없던 새로운 감정이 생기지는 않는다. 세계를 양분하는 이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건강, 가족, 일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살아 보려고 애쓰는 인간의 기본 노력 역시 변하지 않았다.

 헤밍웨이의 글은 인간의 기본적인 가치관과 지금도 변함없이 통용되는 감정들, 그리고 도덕성을 이야기한다. 또한 모든 작품을 통틀어 노력해서 살아 나가는 하루하루를 중요하게 언급한다. 그의 소설 속에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딱 맞는 인생 조언을 들을 수 있다.


 <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둡다>에서는 헤밍웨이의 대표작인 <노인과 바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무기여 잘 있거라>,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등을 통해 인생의 가장 어두운 순간을 지날 때 떠올리면 도움이 되는 헤밍웨이의 조언을 담았다. 

 <노인과 바다>에서는 산티아고 노인과 청새치, 상어의 줄다리기 하는 모습을 통해 늘 준비하는 삶, 묵묵히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의 중요성,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의 필요성 등을 이야기한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는 70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이 마치 70년처럼 느껴질 정도로 밀도 있는 장편으로 풀어내며 서사의 중요성, 즐겁게 사는 삶의 필요성, 인생의 진짜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무기여 잘 있거라>에서는 전쟁이라는 배경이 주는 극한 상황과 프레데릭과 캐서린이라는 두 젋은 연인의 사랑과 비극을 묘사하며 삶이 부서질 때 기억해야 할 것, 납득되지 않는 세상살이를 받아들이는 방법 등을 제시한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를 통해서는 사소하고 평범한 평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소한 것들이 모였을 때 어떤 인생을 만들 수 있는지 보여 줌과 동시에, 자신에게서 도망치거나 회피하지 않는 일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책은 헤밍웨이의 편지, 단편, 연설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여 그의 삶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한다. 단순히 작품 분석에 그치지 않고, 헤밍웨이라는 인물이 가진 인간적인 결핍과 고통, 그럼에도 글로써 세상과 소통하려 했던 고집스러운 열정까지 함께 보여준다.

 헤밍웨이는 부모님과의 불화가 깊었다. 아버지가 자살했을 때도 어머니 탓으로 돌렸고,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들인 손주들을 보지 못하도록 했고, 장례식에도 가지 않았다. 결혼 생활 역시 순탄치 못해서 네 번의 결혼을 했지만 모두가 우울한 결말을 맞았다. 두 명의 부인에게서 세 아들을 두었는데, 그중 막내였던 그레고리는 성 정체성에 큰 혼란을 겪어서 훗날 결국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하기도 했다.

 헤밍웨이의 아버지, 남동생, 여동생이 모두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자신 역시 고독을 끌어안은 채 생을 마쳤지만, 그는 그 어둠 속에서 자신만의 빛을 만들어냈다. 그 빛은 지금까지도 누군가의 마음을 밝히고 있으며 이 책은 바로 그 불빛을 하나하나 짚어가는 작업이다.


 저자가 프롤로그 글에 쓴 글이 오늘따라 더 와닿아 공유해본다.

우리 모두는 어느 한 구석이 부서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 깨진 틈이 있기에 빛이 새어 들어오는 것이죠. 무사하게 하루하루 건너가는 날들을 꿈꾸지만, 살아 있는 한 문제는 생기게 마련이고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런 나약한 부분을 인지해야 스스로 보듬고, 응원하며, 빛을 발견하고,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겁니다. ”난 왜 나약하지?“라는 의문에만 빠질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

 해밍웨이가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을 좀 더 자세히 짚어 보겠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전쟁터 같은 세상에서 어떻게 두발 딛고 꿋꿋이 잘 서 있을 수 있는지, 노력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 듯 보일 때 어떻게 나아갈 수 있는지, 분노가 가득해 보이는 세상에서 어떻게 나의 내면을 강인하게 지켜 낼 수 있는지 등 그가 풀어놓는 이야기들은 때로는 자극이 되고 또 때로는 숙연한 마음이 들기도 할 것입니다.

 누구나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그 나약함을 부정하거나 숨기지 않고 오히려 그 속에서 스스로를 다독이고 보듬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태도다. 저자는 ‘강해져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서진 채로도 충분히 괜찮다’고 말한다. 그 말이야말로 누구에게나 절실하게 와 닿는 진실이다.


“결국 인생은 부서지는 과정 속에서도 의미를 찾고, 나약함을 인정하면서도 끝까지 살아내는 여정이다.”


 이 책은 헤밍웨이의 삶과 글, 그리고 박소영 작가의 섬세한 해석이 어우러진 책이다. 말로 다 하지 못한 마음의 무게를 짊어진 이들에게 단단한 공감과 방향을 제시하는 하나의 인생 지도가 되어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어두운 시간을 지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조금만 더 걸어가 보라’는 조용하지만 강한 격려를 전한다. 


'유노책주(유노북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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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뒤의 슬픔은 사실 큰 데미지가 없지만, 기쁨 뒤에 찾아오는 외로움이나 슬픔은 오히려 더 큰 허무함을 남길 때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에서 기쁜 일이 있다고 마냥 좋아할 것도 아닙니다. 좋은 일이 있을 때는 또 그만큼의 대가가 반드시 따르니까요.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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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보는 그림 - 매일 흔들리는 마음을 다독이는 명화의 힘
이원율 지음 / 빅피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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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을 떨치기 위해 앞만 보고 십수 년간 일만 해온 탓일까? 저자는 어느덧 긴장에 중독된 사람이 되었다. 쓰러질 만큼 피곤해도 푹 쉬거나 깊이 잠들지 못하는 상태. 언제부터 그랬는지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오래된 일이었다. 그저 하루라도 더 열심히 살고자 애썼을 뿐이었다.


 저자는 마흔쯤 되면 초연해질 줄 알았다고 말한다. 그 말이 이상하리만치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언제나 의젓하고, 어디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될 줄로 믿었지만, 이제는 안다. 마음 한편에는 여린 꼬마가 여전히 웅크려 있고, 그 옆에는 세상 모든 것이 서툰 청년이 머뭇거리고 있다는 것을. 그렇게 인생의 이치에 실망감이 밀려올 때면, 예술을 통해 마음을 다독여왔다고 한다.


 10년 넘게 위대한 화가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남긴 작품을 바라본 덕일까. 처음엔 그들의 인생이 마냥 비범해 보이기만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전혀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자신의 인생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들의 작품 또한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현실의 괴로움, 고통, 외로움을 견디고 극복하려 몸부림친 흔적이었다. 그런 작품들은 당시 저자의 상태를 비춰주는 창이 되었고, 동시에 영감과 위로, 희망을 전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하메르스회(Hammershøi)의 작품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저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도 이와 같은 경험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품게 되었다. 마치 갑갑한 터널을 걷는 듯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에게는 알폰스 무하의 삶을 전해주고 싶다. 무명 시절을 성실함으로 견뎌내고, 결국 <지스몽다> 포스터를 통해 세상에 이름을 알리며 위대한 화가의 반열에 오른 그의 여정은 큰 위로가 될 것이다.

 또한, 가업을 등지고 공방을 차린 후 꿋꿋하게 버티는 사람에게는 폴 세잔을 소개하고 싶다. 가족과 동료들 사이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면서도 자기 확신을 잃지 않고 고유한 길을 개척한 그는, 결국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예술가가 되었다. 그런 세잔의 삶이 어떤 이에게는 큰 힘이 되어줄 수 있으리라.


 하지만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런 마음을 하나하나 말로 전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글로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그렇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열여덟 편의 편지로 담아낼 수 있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특히 반갑고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었다. 10년 전,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 8평도 안 되는 단칸방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관리비가 싸다는 이유로 8년을 그 집에서 지냈지만, 햇빛을 유난히 좋아하는 내게는 우울감을 더욱 크게 만드는 공간이었다. 집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적어도 그림으로라도 햇빛을 들이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찾게 된 그림이 에드워드 호퍼의 <볕을 쬐는 사람들>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시골 들판에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햇살을 쬐는 장면을 담은 이 그림은, 보자마자 ‘지금 내게 꼭 필요한 그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실제로 햇빛이 그리울 때나 우울함이 밀려올 때면 이 그림을 바라보며 마음의 안정을 얻었다. 그림 하나가 내게 이렇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한 순간이었다.


 에드워드 호퍼를 포함하여 이 책에는 총 18명의 작가 이야기가 실려 있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지금 삶이 버겁고 마음의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어떤 책은 읽기도 전부터 ‘평생 소장하고 싶다’는 감정이 들기도 한다. 그 감정이 생기는 이유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이 책을 보자마자 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책 표지에 실린 ‘마크 로스코’의 그림이 그런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읽고 난 후에도 책장 속에 오래도록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읽고 싶은 책으로 남게 되었다.


'우주북스타그램 @woojoos_story' 모집,

'빅피시 출판사 @zmanz_classic'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고 쓰는 리뷰입니다.


#하놀 인스타 @hagonolza

#우주북스타그램 인스타 @woojoos_story


성공의 반열에 오른 호퍼는 이후 이렇다 할 부침을 겪지 않았다. 그의 그림은 밀도가 더 높아졌고, 깊이 또한 더 깊어졌다. 1961년, 생의 말년을 맞은 호퍼는 <햇빛 속의 여인>을 그렸다. 그의 후기작 중 완성도가 높은 그림이자, 나비슨을 모델로 한 대표 작품이다.

그림 속 여인이 햇살 아래에 홀로 서 있다. 그녀는 벌거벗은 채 창문을 바라본다. 여전히 호퍼 특유의 쓸쓸함이 없지 않지만, 이제는 그보다 강한 무언가가 느껴진다. 그것은 용기와 희망의 공기다.

그녀의 표정은 <자동판매기 식당> 속 여인보다 단호하고, 자세는 <아침 해> 속 여인보다 당당하다. 위로받고 치유도 마쳤다면, 그래서 재차 살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그림 속 그녀처럼 어디 한 번 굳건히 맞서보자는 듯하다.

아쉽게도 세상은 당분간 더 삭막해지고, 더 딱딱해지기를 반복할 듯하다. 그럴수록 호퍼의 존재감 또한 커질 게 분명하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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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컨티뉴 - 직장을 잃고 이혼도 했는데 저승사자를 만나 부자가 되었다
최해직(권영신) 지음 / 노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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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어도 컨티뉴라니, 무슨 뜻이지?

처음 제목을 봤을 때, 솔직히 책의 내용이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직장을 잃고 이혼까지 한 사람이 저승사자를 만나 부자가 되었다니, 그 자체로 황당한 설정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 책 속에는 그저 코믹한 판타지 이상의 이야기, 어쩌면 지금의 나에게도 필요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다.


 『죽어도 컨티뉴』는 저자 권영신, 필명 ‘최해직’이 쓴 소설 형식의 철학 에세이다. 이 책은 마치 한 편의 연극처럼 흘러간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해직이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이름처럼 해고당한 상태에서 이혼까지 겪고, 삶의 벼랑 끝에 선 인물이다. 이야기는 해직이 직장 선배의 권유로 명상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명상 3일째 되는 날, 해직은 갑작스러운 급성 심장사로 사망하고, 그 순간 저승사자가 그 앞에 나타난다.


 이 저승사자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무표정하고 무서운 사신이 아니다. 시니컬하고 유머러스하며, 삶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을 가진 안내자다. 그는 해직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한다. 곧바로 심판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먼저 자신의 삶을 돌아볼 것인가. 해직은 즉시 심판을 받겠다고 하지만, 위로부터의 명령으로 인해 그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이 여정에서 해직은 자신 안의 다양한 자아들과 마주하게 된다. ‘에고’는 해직의 자존심과 위선을 드러내는 존재이며, ‘성범’은 상처받고 억눌린 감정을 대표하고, ‘원진’은 풀리지 않은 감정의 찌꺼기, 말 그대로 ‘원한’의 형상이다. 이들과의 대화는 때로는 갈등으로, 때로는 깨달음으로 이어지며 해직은 점차 자신의 진짜 얼굴을 마주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영신’이라는 인물도 등장한다. 영신은 해직의 과거와 연결된 인물로, 그의 삶에 깊은 흔적을 남긴 존재다. 단순한 조연이 아닌, 해직의 상처와 후회를 자극하는 감정의 거울 같은 인물로서, 해직이 자기 자신을 성찰하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한다. 그녀와의 관계는 독자에게도 스스로의 인간관계를 돌아보게 만든다.


 『죽어도 컨티뉴』는 단순한 자기계발서도, 철학서도 아니다. 이 책은 판타지적 요소를 빌려 삶과 죽음, 자아와 감정, 후회와 용서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담하면서도 재치 있게 풀어낸다. 작가는 죽음을 통해 오히려 삶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진정한 ‘컨티뉴’란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의지를 가지는 것임을 강조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당신은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가?

당신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사실 당신 자신이 아닐까?


 해직은 죽음을 통해 오히려 ‘살아야 하는 이유’를 배워간다. 그는 삶이 생각보다 훨씬 더 고단하고 아프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로 살아보는 용기를 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받아들인다. 결국 이 책은 우리 모두가 자기 자신과 대면하고, 삶이라는 무한 루프에서 깨어나기 위한 ‘나와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죽는 건 게임에서나 쉽다. 진짜 어려운 건, 살아 있는 상태에서 다시 컨티뉴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언젠가 다시 컨티뉴해야 할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비록 서툴더라도 살아야만 하는 시간이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노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하놀 인스타 @hagonolza


너희 인간 세상은 모두 너희가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네 안에 있는 신은 네 성장을 바란다. 너의 성장을 위해 너에게 계속 같은 일을 보여 주는 것도 신이 하는 일이다. 음… 여기로 가면 더 잘 이해할 수 있겠군. 거울의 방으로 가자.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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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순발력 챌린지 - 막상 영어 말하기를 하려면 말문이 막혔던 사람들을 위한 책
일간 소울영어 지음 / 넥서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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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평소에 ‘웃음을 참다’나 ‘당분간’이 영어로 뭐지?

이렇게 쉬운 단어도 바로 영어로 떠오르지 않는 이유는 상황을 떠올려 보지 않고 우리말 뜻만 달랑 외웠기 때문이다. 그러니 실전에서 당장 순발력을 발휘해야 할 때 맥락을 몰라 머뭇거리게 된다.


 저자는 이같은 현상과 어떻게 하면 단어를 더 쉽게, 그리고 ‘실제 상황 속에서’ 익힐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쓴 책이 바로 이 책 ’영어 순발력 챌린지’다. 영영사전을 보지 않더라도, 퀴즈를 풀면서 저절로 표현의 맥락을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영어 말하기는 ‘암기’가 아니라고 한다. ‘감각과 순발력’이라고 한다.

오늘부터 단어 뜻만 외우는 공부가 아니라, 상황이 떠오르고, 몸이 반응하는 영어를 시작해보자.

머리에 붕 떠 있던 영어 단어들이 하나씩 뚜렷해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스마트폰에서 MP3 바로 듣기가 가능하다. 책에 있는 QR코드를 인식하면 MP3를 바로 들을 수 있다. MP3는 넥서스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 없이 무료로 다운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음성과 문장을 함께 듣고 보면서 공부해보자. 훨씬 더 효율적인 공부가 될 것이다.


 이 책에는 기능별, 주제별로 영어 순발력을 키우는 100가지 문제가 실려 있다.

정답은 바로 다음 페이지에 있어서 문제를 풀고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이해를 돕는 이미지가 있어서 이해도를 높인다. 또한, 선택지에 제시된 표현 중에 애매한 표현의 뉘앙스 차이에 대해 정리하여 비교가 가능한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가볍게 시작하여 끝까지 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나 어려움이 있는 사람도 쉽고 편하게 접근해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넥서스 출판사(넥서스랭귀지 Nexus Language)'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하놀 인스타 @hagonolza

차갑게 식은 음식을 다시 따뜻하게
데울 때 전자레인지를 많이 사용하죠.
이렇게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데우는 것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동사는 무엇일까요?
A. Steam it in the microwave.
B. Heat it in the microwave.
C. Boil it in the microwave.
D. Cook it in the microwave.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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