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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둡다 - 고난을 깨달음으로 바꾸는 헤밍웨이 인생 수업
박소영 지음 / 유노책주 / 2025년 3월
평점 :

우리는 단 한번 사는 삶에 감수해야 할 위험을 안고 살아 간다. 특히 초보라면 뭐든 맞부딪쳐 경험하고 거름으로 삼아 성장하는 과정을 겪는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에겐 앞서 살고 간 사람들의 기록이 남아 있어 시행착오를 조금이라도 피해갈 수 있다. 물론 그들의 사례가 모두 정답은 아니겠지만 참고서 정도는 충분히 될 수 있을 것이다.
헤밍웨이는 문학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작가다. 놀라운 이야기꾼이고, 이전에 없던 문체를 개발해 퓰리처상과 노벨 문학상과 수상했다. 당대에 잠시 사랑을 받은 것이 아니라 현대까지 이어와 시대를 관통하는 고전으로 추앙받고 있다. 누군가는 100여 년 전 사람인 헤밍웨이가 살던 시대와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다른 점이 많을 거라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의 감정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기분이 좋으면 웃고, 화가 나면 분노한다. 시대가 변한다고 인간에서 없던 새로운 감정이 생기지는 않는다. 세계를 양분하는 이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건강, 가족, 일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살아 보려고 애쓰는 인간의 기본 노력 역시 변하지 않았다.
헤밍웨이의 글은 인간의 기본적인 가치관과 지금도 변함없이 통용되는 감정들, 그리고 도덕성을 이야기한다. 또한 모든 작품을 통틀어 노력해서 살아 나가는 하루하루를 중요하게 언급한다. 그의 소설 속에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딱 맞는 인생 조언을 들을 수 있다.
<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둡다>에서는 헤밍웨이의 대표작인 <노인과 바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무기여 잘 있거라>,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등을 통해 인생의 가장 어두운 순간을 지날 때 떠올리면 도움이 되는 헤밍웨이의 조언을 담았다.
<노인과 바다>에서는 산티아고 노인과 청새치, 상어의 줄다리기 하는 모습을 통해 늘 준비하는 삶, 묵묵히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의 중요성,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의 필요성 등을 이야기한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는 70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이 마치 70년처럼 느껴질 정도로 밀도 있는 장편으로 풀어내며 서사의 중요성, 즐겁게 사는 삶의 필요성, 인생의 진짜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무기여 잘 있거라>에서는 전쟁이라는 배경이 주는 극한 상황과 프레데릭과 캐서린이라는 두 젋은 연인의 사랑과 비극을 묘사하며 삶이 부서질 때 기억해야 할 것, 납득되지 않는 세상살이를 받아들이는 방법 등을 제시한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를 통해서는 사소하고 평범한 평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소한 것들이 모였을 때 어떤 인생을 만들 수 있는지 보여 줌과 동시에, 자신에게서 도망치거나 회피하지 않는 일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책은 헤밍웨이의 편지, 단편, 연설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여 그의 삶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한다. 단순히 작품 분석에 그치지 않고, 헤밍웨이라는 인물이 가진 인간적인 결핍과 고통, 그럼에도 글로써 세상과 소통하려 했던 고집스러운 열정까지 함께 보여준다.
헤밍웨이는 부모님과의 불화가 깊었다. 아버지가 자살했을 때도 어머니 탓으로 돌렸고,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들인 손주들을 보지 못하도록 했고, 장례식에도 가지 않았다. 결혼 생활 역시 순탄치 못해서 네 번의 결혼을 했지만 모두가 우울한 결말을 맞았다. 두 명의 부인에게서 세 아들을 두었는데, 그중 막내였던 그레고리는 성 정체성에 큰 혼란을 겪어서 훗날 결국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하기도 했다.
헤밍웨이의 아버지, 남동생, 여동생이 모두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자신 역시 고독을 끌어안은 채 생을 마쳤지만, 그는 그 어둠 속에서 자신만의 빛을 만들어냈다. 그 빛은 지금까지도 누군가의 마음을 밝히고 있으며 이 책은 바로 그 불빛을 하나하나 짚어가는 작업이다.
저자가 프롤로그 글에 쓴 글이 오늘따라 더 와닿아 공유해본다.
우리 모두는 어느 한 구석이 부서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 깨진 틈이 있기에 빛이 새어 들어오는 것이죠. 무사하게 하루하루 건너가는 날들을 꿈꾸지만, 살아 있는 한 문제는 생기게 마련이고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런 나약한 부분을 인지해야 스스로 보듬고, 응원하며, 빛을 발견하고,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겁니다. ”난 왜 나약하지?“라는 의문에만 빠질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
해밍웨이가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을 좀 더 자세히 짚어 보겠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전쟁터 같은 세상에서 어떻게 두발 딛고 꿋꿋이 잘 서 있을 수 있는지, 노력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 듯 보일 때 어떻게 나아갈 수 있는지, 분노가 가득해 보이는 세상에서 어떻게 나의 내면을 강인하게 지켜 낼 수 있는지 등 그가 풀어놓는 이야기들은 때로는 자극이 되고 또 때로는 숙연한 마음이 들기도 할 것입니다.
누구나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그 나약함을 부정하거나 숨기지 않고 오히려 그 속에서 스스로를 다독이고 보듬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태도다. 저자는 ‘강해져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서진 채로도 충분히 괜찮다’고 말한다. 그 말이야말로 누구에게나 절실하게 와 닿는 진실이다.
“결국 인생은 부서지는 과정 속에서도 의미를 찾고, 나약함을 인정하면서도 끝까지 살아내는 여정이다.”
이 책은 헤밍웨이의 삶과 글, 그리고 박소영 작가의 섬세한 해석이 어우러진 책이다. 말로 다 하지 못한 마음의 무게를 짊어진 이들에게 단단한 공감과 방향을 제시하는 하나의 인생 지도가 되어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어두운 시간을 지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조금만 더 걸어가 보라’는 조용하지만 강한 격려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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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책주(유노북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슬픔 뒤의 슬픔은 사실 큰 데미지가 없지만, 기쁨 뒤에 찾아오는 외로움이나 슬픔은 오히려 더 큰 허무함을 남길 때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에서 기쁜 일이 있다고 마냥 좋아할 것도 아닙니다. 좋은 일이 있을 때는 또 그만큼의 대가가 반드시 따르니까요.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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