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나라 오즈
L. 프랭크 바움 지음, 존 R. 닐 그림, 강석주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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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경이로운 나라 오즈>는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의 첫 번째 후속 작품이다. 다른 번역본에는 ‘환상의 나라 오즈’로 번역되어 있지만, 원어 표현은 “The Marvelous Land of Oz’로 좀 더 정확한 번역 표현은 ‘경이로운 나라 오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인 플랭크 바움은 후속 작품을 쓸 생각이 없었지만,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를 읽은 독자와 어린이들이 후속 이야기를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어린이들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편지를 1,000통 이상 받게 되었고, 결국 열 세 편에 이르는 후속편을 쓰게 되었다. 바움은 후속 작품에서는 기존 작품의 판타지 형태를 벗어나, 이상한 나라 오즈 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로 서사의 패턴을 바꿨다. 이러한 결정은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에서 에메랄드시와 윙키의 나라에서 왕이 된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의 후속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독자들의 욕구를 반영시킨 결정이다. 주인공이 도로시가 아닌 다른 아이로 바뀌게 된 이유다.

이렇게 탄생하게 된 후속작 <경이로운 나라 오즈>에 대한 간단한 줄거리 내용을 공유한다.


[줄거리]

<경이로운 나라 오즈>는 전작과는 달리 주인공 ‘팁’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팁은 사악한 마녀 몸비의 집에서 일하며 억압된 삶을 살고 있던 소년으로, 장난삼아 나무 몸에 호박을 얹은 ‘호박머리 잭’을 만들어 놀리려 한다. 그러나 몸비가 생명의 가루로 잭을 진짜로 살려내자, 팁은 잭과 함께 도망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둘은 자유를 찾아 모험을 떠나고, 도중에 목재로 만든 말 ‘소우호스’와 지혜롭지만 허풍스러운 곤충 ‘와글버그’를 만나 함께 여정을 이어간다.

그들은 에메랄드 시티에 도착하지만, 그곳은 여군 장군 진저와 그녀의 군대가 점령한 상태였다. 팁과 친구들은 허수아비 왕과 함께 시티를 되찾기 위해 양철 나무꾼을 찾아 나선다. 이들의 모험은 점점 더 커지고 복잡해지며, 결국 선한 마녀 글린다의 도움을 받아 놀라운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팁은 사실 오래 전 마법으로 소년으로 변한 오즈의 진짜 후계자, 공주 오즈마였던 것이다. 그는 혼란스러움 끝에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오즈마로 돌아가 에메랄드 시티의 왕좌에 오른다.


<경이로운 나라 오즈> 이야기는 ‘마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마법으로 생명을 얻는 새로운 인물들을 탄생시킨다. 호박머리 잭과 목마, 검프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생명 가루의 마법을 통해 생명을 얻는 기묘한 인물들은 상상력을 더욱 확장시킨다. 바움은 <경이로운 나라 오즈>를 통해 마법에 대한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쪽으로 작품의 방향을 설정했다.

특히 사악한 마녀 몸비와 착한 마녀 끌린다의 마법 대결은 <경이로운 나라 오즈>의 이야기의 흥미를 절정으로 끌어올린다. 몸비 할멈이 마법으로 허수아비 일행의 길을 방해하는 장면들과 변신을 통해 글린다는 속이는 장면들은 이 작품의 긴장감을 일으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마법을 통해 허상을 만들어 내거나, 장미꽃이나 개미, 혹은 그리핀과 같은 다양한 존재로 변신함으로써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몸비의 의도는 결국 실패하는데, 이는 사악한 마법의 한계를 드러내는 효과를 낳는다. 글린다가 변신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말하는 장면 역시 사람을 속이는 마법은 결국 실패하고 진실이 밝혀진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작품에서 마법은 뭔가 서툴고 볼품없는 존재들을 만들어 내고 결국은 한계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그런 인물들도 특별하다고 강조하며 어린 독자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이 작품에서 또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여성과 남성의 갈등을 재미있는 방식으로 전복한다는 점이다. 허수아비의 왕국을 정복하는 진정 장군과 반란군은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중 하나는 바로 세상이 너무 남성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것을 바꾸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에메랄드 왕국의 귀한 보석을 차지하는 것이다. 첫 번째 목적 달성을 위해 진저는 에머랄드 왕국을 점령한 후에 모든 가정에서 남성들이 집안일을 하고, 여성들은 잡담을 하거나 놀면서 지내도록 지시한다. 그래서 남성들은 집안일을 하면서 너무 힘들어하며 여성들이 그동안 그 일을 어떻게 해 왔는지 의아해한다. 결국 오즈마 공주가 여왕이 되면서 남성과 여성은 다시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 행복하고 화목한 생활을 하지만, 바움은 진저의 반란을 통해 여성의 충족되지 않은 욕망을 표현했다. 모든 것이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진저와 반란군의 무기가 뜨개바늘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뜨개바늘은 옷을 만들 때 사용할 수 있지만, 언제든지 상대를 찔러 피를 흘리게 만드는 위험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또한 바움이 남자아이 보다는 여자아이를 주인공으로 삼는 것을 더 선호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영향을 받은 바움이 미국의 어린이들을 동일시할 수 있는 여자 어린이를 선택한 것이라는 점은 이미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경이로운 나라 오즈>에 등장하는 어린이 역시 겉모습은 남자아이지만, 원래는 오즈 마라는 여자아이라는 흥미로운 설정을 보여 준다. 작품 초반에는 ‘팁’이라는남자아이가 중심인물로 등장하기 때문에 바움이 이번에는 남자아이를 주인공으로 삼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마법이 일으킨 속임수였다. 마법을 통해 여자아이를 남자아이로 만들었다는 것은 성 정체성에 대한 흥미로운 인식을 유발할 수도 있겠다.


이 작품은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에 등장했던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이 어떻게 살고 있으며, 어떤 모험을 하는지 보여 줌으로써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그리고 이들과 더불어 새롭게 등장한 서투른 존재들은 우리 주위에서 하찮게 여겨지는 것들을 중요하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한다.

결국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전달하고 싶은 교훈은, 자아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전달한다. ‘팁’은 도망자의 삶을 살면서도 자신 안에 있는 용기와 책임감을 발견하고, 결국 진정한 자신을 받아들이며 성장한다. 그리고 외형보다는 내면의 진실과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각 등장인물들은 겉모습과는 다르게 중요한 역할과 지혜를 지닌 존재들로 묘사된다. 아울러 성 고정관념과 권력의 구조에 대한 풍자도 담겨 있어, 오즈의 세계를 통해 인간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림과 이야기가 조화롭게 엮인 책으로, 한번 이야기에 빠지게 되면 마지막까지 손을 놓을 수 없는 책이다. 바움 이전에는 미국 작가가 쓴 동화가 거의 없었고, 영국 작가의 책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미국적 요소를 작품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고, 1900년에 출간한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가 2년동안 베스트셀러를 유지할 수 있었다. 열 세 편의 후속편 중 첫 번째인 <경이로운 나라 오즈>를 시작으로 그의 후속 작품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


'우주북스타그램 @woojoos_story'를 통해
'지식을만드는지식(지만지)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주북스타그램 #도서제공 @woojoos_story
#지식을만드는지식출판사 #지만지 @zmanz_classic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장난을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그는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 자신은 영리한 솜씨를 시험해 보는 것이 그에겐 즐거웠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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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으로 하는 브랜딩은 끝났다 - AI 퍼스널브랜딩 2.0 혁명
조연심 지음 / 힘찬북스(HCbooks)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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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늦게까지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면?”

“더 많은 잠재 고객에게 도달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른다면?”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장에서 차별점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라면?”

이제 그 고민을 내려놓아도 좋다.

조연심 저자의 『감으로 하는 브랜딩은 끝났다』는 디지털과 알고리즘이 주도하는 시대에 개인이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브랜드가 되어야 하는지, 그 방법과 전략을 명확하게 안내해주는 퍼스널 브랜딩 실전 매뉴얼이다. 더 이상 직관과 감에 의존한 브랜딩은 통하지 않는다. 이 책은 데이터와 전략, 디지털 도구를 기반으로, 나만의 브랜드를 설계하고 확장해나가기 위한 실용적이고 구조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

이 책은 총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 구조는 브랜딩 환경의 변화 → 전략 수립 → 실행 방법 → 성공 사례라는 흐름을 따라간다.

1~2장: 브랜딩 패러다임의 변화와 AI 시대의 기회

브랜딩은 더 이상 대기업이나 인플루언서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는 개인이 AI 도구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스스로 브랜드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AI가 가져온 브랜딩 환경의 변화와 함께, 개인이 어떻게 데이터를 활용해 전략적인 브랜딩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특히 생성형 AI, 자동화 툴, 알고리즘 기반 콘텐츠 전략 등 기술 활용의 실질적인 방법이 소개되어, 단순한 이론이 아닌 실제 적용 가능한 팁이 가득하다.

3~9장: 7D 브랜딩 프로세스를 통한 브랜드 구축

이 책의 핵심은 조연심 저자가 수년간의 브랜딩 코칭 경험을 통해 정리한 7D 퍼스널 브랜딩 프로세스다. 감이 아닌 데이터와 전략, 실행 중심의 사고로 접근하는 구조이며, 각 단계는 다음과 같다.

1. Discover (발견) – 나의 강점, 가치, 문제 해결 능력을 탐색하며 정체성의 씨앗을 찾는 단계다.

2. Define & Design (정의 및 설계) –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를 정의하고, 시각적·언어적 정체성을 설계한다.

3. Digitalize (디지털화) – 나의 브랜드를 온라인 플랫폼에서 검색 가능한 디지털 자산으로 구축한다.

4. Develop (개발) – 콘텐츠를 통해 신뢰와 전문성을 증명하고, 브랜딩의 깊이를 더한다.

5. Differentiate (차별화) – 경쟁자와 나를 구별 짓는 나만의 관점과 포지션을 구축한다.

6. Diversify (다각화) – 브랜드를 기반으로 강연, 출판, 제품, 클래스 등 다양한 수익 모델로 확장한다.

7. Dynamize (활성화) – 브랜드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고, 나만의 생태계를 운영하는 단계다.

각 단계에는 실제 사례와 질문, 실행 과제가 함께 제시되어 있어 이론적 설명에서 그치지 않고 즉시 적용 가능한 구조로 되어 있다.

10장: AI 기반 성공 사례와 실천 전략

마지막 장에서는 AI와 전략을 기반으로 퍼스널 브랜딩에 성공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단순한 스토리텔링이 아닌, 그들이 어떻게 7D 프로세스를 실천했는지, 브랜드의 어떤 요소가 전환점을 만들어냈는지를 분석하며 독자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의 가장 인상 깊은 정의는, “브랜드란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는 문장이다. 퍼스널 브랜딩은 ‘나’에서 시작되지만, 세상과의 접점에서 진정한 가치를 발휘한다. 자신의 전문성과 경험이 타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브랜드가 탄생하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퍼스널 브랜딩을 단순한 이미지 메이킹이나 자기 PR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철저한 자기 인식, 콘텐츠 기획, 실행력, 그리고 지속 가능성을 갖춘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감으로 출발할 수는 있지만, 그 이후는 반드시 전략과 데이터가 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개념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 스스로 질문하고 정의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당신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이런 본질적인 질문을 통해 브랜드의 뼈대를 세우고, 그 결과물을 어떻게 콘텐츠로 변환하고 시장에 내보낼지까지 안내한다.

또한 이 책은 브랜딩이 단기적인 유행이나 트렌드가 아님을 분명히 한다. 브랜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통한 ‘디지털 자산화’로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블로그, 유튜브, 브런치, 인스타그램 등의 플랫폼에서 꾸준히 이야기를 쌓아가는 일이 곧 브랜드다.

『감으로 하는 브랜딩은 끝났다』는 1인 창업자, 프리랜서, 크리에이터, 혹은 ‘나’라는 이름으로 무언가를 시작하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강력하게 권할 수 있는 책이다.

막연하게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으나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면,

콘텐츠는 만들고 있는데 그 방향성이 불분명했다면,

이 책은 그저 정보가 아닌 실행의 기준이 되어주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감이 아닌 전략으로, 나의 생존을 넘어 영향력 있는 브랜드로 나아가는 여정이 이 책에서 시작된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힘찬북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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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아는 것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적용해야 합니다. 원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행동해야 합니다."
세스 고딘은 항상 지식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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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생각은 철학에서 시작된다 -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들뢰즈까지, 철학자들이 들려주는 20가지 생각 도구
오가와 히토시 지음, 이정미 옮김 / 오아시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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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종종 ‘철학’이란 단어를 들으면 삶과 동떨어진 추상적이고 어려운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가와 히토시의 『탁월한 생각은 철학에서 시작된다』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이 책은 철학이 비즈니스와 일상의 문제 해결에 얼마나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실제 사례와 함께 보여준다. 저자는 철학적 사고가 탁월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 도구가 되는지를 강조하며 그 이유를 매우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이 책은 먼저 철학자 10인의 독창적인 생각법을 소개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헤겔, 후설, 푸코, 데리다, 들뢰즈, 루이스, 말라부, 가브리엘 등 서양 철학사를 대표하는 철학자들의 핵심 사유 방식을 압축해 설명하고, 이를 실제 업무나 문제 해결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각 장마다 철학자의 개념을 응용한 예시 문제와 연습 문제를 함께 제시해 단순한 이론이 아닌 실천 가능한 도구로 철학을 체득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각 철학자의 생각법은 저마다의 독특한 관점을 제공한다. 예컨대 칸트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은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 자체를 전복시키는 사유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 즉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완전히 새로운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후설의 ‘현상학적 환원’은 선입견을 걷어내고 사물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힘을 강조한다. 데리다의 ‘탈구축’은 익숙한 개념과 구조를 해체해 그 안에 숨은 전제를 드러내고, 새롭게 재구성하는 사고 방식이다. 루이스의 ‘가능세계’는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만약에’라는 질문을 통해 사고의 확장을 시도하게 한다.


 이러한 철학적 착안점들은 일상 속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사고의 틀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영업’이라는 행위에 대해 다시 정의해보는 내용이 인상 깊었다. 기존에는 단순히 상품을 팔아 이익을 남기는 것으로 여겨졌던 영업이, 철학적 사고를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타인에게 감동을 전하는 행위’로 재정의된다. 이를 통해 참여자는 일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고, 이는 곧 새로운 영업 전략의 출발점이 되었다. 철학적 사고가 실제로 업무 방식과 태도에 구체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저자는 이러한 철학적 사고법이 단지 이론적인 훈련이 아니라, 실제로 삶과 일의 경쟁력을 높이는 지혜의 도구임을 강조한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GAFA(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할 때 철학자의 도움을 받아 왔다는 점이다. 이처럼 철학은 더 이상 학문적 영역에 머물지 않고 창의적 문제 해결법으로 기능하고 있다.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철학 자체를 배우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철학자들의 독창적인 착안점을 마치 도라에몽의 도구처럼 사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자고 조언한다. 철학이 어렵게만 느껴졌던 독자들에게는 사고의 방향을 새롭게 제시해주며, 이미 철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 사유를 일상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안내해준다.

 무엇보다 이 책이 뛰어난 점은 철학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제를 새롭게 발견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전제와 구조를 의심하고, 낯익은 개념을 새롭게 재구성하며, 전혀 예상치 못한 관점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철학이 과연 아이디어나 생각법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처음에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철학이야말로 사고의 뿌리를 깊게 하고 창의적 발상을 가능케 하는 토대임을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된다. 철학은 단지 삶의 방향을 묻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지금의 시대처럼 AI와 디지털 전환(DX)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세계에서, 철학은 우리에게 본질을 묻고, 새로운 의미를 구성할 수 있는 사고의 프레임을 제공한다.


 『탁월한 생각은 철학에서 시작된다』는 철학을 ‘사고의 도구’로 삼아, 실생활 속 문제 해결과 아이디어 창출에 적용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실전형 철학서다. 비즈니스 현장에 있는 사람은 물론, 사고의 유연성을 기르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철학은 결코 먼 학문이 아니다.

탁월한 생각은 결국 철학에서 출발한다.


[철학자들의 생각법 10가지 요약]

1. 아리스토텔레스 – 『시학』: 카타르시스와 모방

- 인간은 모방을 통해 배우며, 감정의 정화를 통해 인식이 깊어진다.

- 일을 대할 때도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직면하고 정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2. 칸트 –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 “인식이 대상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대상이 인식에 맞춰진다.”

-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면 완전히 새로운 해결책이 보일 수 있다.

3. 헤겔 – 변증법

- 정(正)–반(反)–합(合)의 과정을 통해 진리는 계속 발전한다.

- 갈등이나 모순은 창조적인 결과를 낳는 기회가 된다.

4. 후설 – 현상학적 환원

- ‘선입견’을 제거하고 사물이나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훈련.

- 업무나 인간관계에서도 판단을 유보하고 본질을 관찰하는 힘을 기른다.

5. 푸코 – 에피스테메

- 시대마다 ‘지식의 틀’이 다르며, 우리는 특정한 인식 체계 안에 있다.

- 당연하게 여긴 전제가 시대적 산물일 수 있음을 의심하고 새 틀을 모색한다.

6. 데리다 – 탈구축

- 언어, 구조, 개념의 이면을 해체하고 재구성하기.

- ‘고정된 의미’는 없으며, 숨겨진 전제를 드러내는 것이 사고의 핵심이다.

7. 들뢰즈 – 도주선

- 기존 체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탈주’의 사고.

- 문제 해결보다는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용기.

8. 데이비드 루이스 – 가능세계

- 지금의 현실 외에 다른 가능한 세계를 상상하며 사고 확장.

- ‘만약에’를 통해 다양한 전략과 아이디어를 실험할 수 있다.

9. 카트린 말라부 – 가소성

- 사물이나 인간은 외부 충격에 의해 형태가 바뀔 수 있는 ‘가소성’을 가진다.

- 변화 가능성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사고 방식.

10. 마르쿠스 가브리엘 – 신실재론

- ‘존재한다’는 것은 인식 가능한 영역에서 의미를 갖는 것.

- 의미가 생성되는 조건을 이해함으로써 복잡한 문제에 새로운 틀을 제공한다.



'오아시스(카시오페아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아시스는 (주)카시오페아 출판사의 인문교양 브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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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으로 사고하기 위한 3단계 과정이다.
1단계 : 의심하기
2단계 : 시점 바꾸기
3단계 : 재구성하기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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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얼굴 - 얼굴로 본 인간 진화의 기원
애덤 윌킨스 지음, 김수민 옮김, 김준홍 감수 / 을유문화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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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얼굴의 역사를 제대로 추적하는 책”


얼굴은 모든 동물에게 존재하는 것일까?

얼굴은 언제, 어떤 동물에서 처음 생겨났을까?

그리고 왜 인간만이 이토록 다양한 얼굴과 정교한 표정을 갖게 되었을까?

애덤 윌킨스의 『인간 얼굴 : 얼굴로 본 인간 진화의 기원(The Evolutionary Origins of the Human Face)』은 이러한 질문들에 진화생물학과 발달과학, 그리고 사회생물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답을 제시한다. 저자는 인간 얼굴이 단지 생물학적 구조에 그치지 않고, 유전자, 진화, 사회적 상호작용, 문화적 맥락까지 얽힌 복합적 산물임을 10개의 장에 걸쳐 치밀하게 추적한다.

1장 ‘인간의 얼굴은 진화의 산물이다’에서는 인간 얼굴의 독특함이 어떻게 진화적으로 형성되었는지를 조망한다. 침팬지나 고릴라와 비교했을 때, 인간의 얼굴은 훨씬 덜 돌출되어 있고, 근육이 더 섬세하며, 표정 표현에 특화되어 있다. 윌킨스는 얼굴이 단순한 기능적 구조가 아닌, 소통을 위한 장치로 발달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얼굴이 곧 인간의 ‘사회적 기관’임을 제시한다.

2장 ‘얼굴의 발달 과정: 배아부터 청소년까지’는 인간 얼굴이 어떻게 태아기부터 성장하면서 형태를 갖춰가는지를 다룬다. 배아의 초기 단계에서는 모든 척추동물의 얼굴이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종마다 다른 얼굴 특징이 나타난다. 특히 사춘기 동안 얼굴에 나타나는 변화는 성적 성숙과 관련이 깊으며, 이는 인간 사회에서 얼굴이 어떻게 성별이나 나이, 매력을 판단하는 지표로 기능하는지를 설명한다.

3장과 4장, ‘얼굴을 형성하는 유전적 기반’과 ‘다양한 얼굴을 만드는 유전자’는 얼굴의 유전적 설계도를 탐구한다. 얼굴은 수천 개의 유전자의 조합으로 구성되며, 각 유전자가 뼈, 근육, 피부의 발달에 관여한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유전자 하나하나가 얼굴의 특정 부위—예를 들어 콧등이나 턱선—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윌킨스는 쌍둥이 연구와 유전체 분석 사례를 통해, 얼굴 유전자가 개체 간 다양성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5장과 6장에서는 ‘얼굴의 역사’를 다루는 장으로, 먼저 5장 ‘최초의 척추동물부터 최초의 영장류까지’에서는 얼굴의 초기 진화를 조망한다. 얼굴의 원형은 물고기 시절부터 시작되었으며, 코와 눈, 입이 점차 분화되며 지금의 구조에 이르렀다. 6장 ‘초기 영장류부터 현대 인류까지’에서는 직립보행이 얼굴 구조에 미친 영향을 설명하는데, 두개골의 위치가 변화하면서 턱은 짧아지고, 이마가 발달하며, 더 많은 표정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얼굴은 생존 도구에서 점차 소통과 인식의 장으로 전환된다.

7장 ‘두뇌와 얼굴의 공진화’는 이 책의 핵심 중 하나로, 인간의 두뇌가 얼굴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능력과 동시에 얼굴이 그에 맞춰 더 복잡한 표현을 발달시킨 과정을 조명한다. 특히 ‘표정 짓기’는 뇌와 얼굴 근육의 긴밀한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며, 윌킨스는 이 부분을 신경과학과 진화론을 접목해 설명한다. 우리는 얼굴을 보자마자 상대의 감정 상태를 읽고, 그 정보에 따라 반응하는데, 이는 수백만 년의 진화가 만들어낸 생존 전략이다.

8장 ‘종분화 이후: 진화하는 현대 인간의 얼굴’에서는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 어떻게 달랐는지를 다룬다. 현대 인류의 얼굴은 좀 더 작고 덜 거칠며, 더 많은 감정 표현이 가능하다. 이 장에서는 최근의 고인류학 연구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얼굴이 단순히 외형이 아니라 사회적 협력과 종의 분화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입증한다.

9장 ‘얼굴 의식하기와 얼굴의 미래’는 우리가 얼굴을 어떻게 인식하고, 사회적으로 해석하는지를 논한다. 현대 인간은 얼굴을 보자마자 감정, 성격, 의도 등을 파악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사회적 진화의 부산물이다. 하지만 동시에, 얼굴에 대한 집착은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만들기도 한다. 윌킨스는 현대 사회에서 얼굴이 정체성의 중심이자 심리적 무기가 된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마지막 10장 ‘인간의 얼굴 형성에서 사회선택의 역할’은 얼굴의 진화에 있어 ‘사회적 선택’—즉, 타인의 시선과 평가가 생존과 번식에 미친 영향—을 조명한다. 얼굴은 단순히 자연선택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인식과 반응에 의해 지속적으로 변화해왔다는 것이다. 얼굴이 아름다움이나 신뢰, 위엄 등의 사회적 평가 요소가 되었고, 이는 인간 사회에서 중요한 생존 전략으로 작용해 왔다.

이 책의 추천사 중 윤신영(동아사이언스 전문 기자 ’인류의 기원’ 저자)가 쓴 추천사 글이 이 책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담고 있는 것 같아 공유해본다.

<얼굴이 왜 있지? 왜 모두 다르지? 인류의 얼굴은 동물과 심지어 유인원과 비교해 무슨 특징이 있지? 좋은 이론은 많은 경우 명쾌한 법인데, 이 질문들을 꿰어 설명할 좋은 이론을 우리는 갖지 못했고, 앞으로도 한동안은 갖지 못할 것이다.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을 때의 다음 전략은 가능한 한 다각도로 문제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 책이 취하고 있는 전략이 그렇다. 이 책은 얼굴의 진화와 관련해 가장 최신의 소식을 가장 충실하게, 또 통찰력을 갖고 다룬 책일 것이다. 기원을 추적하기 좋아하는 과학 기자로서, 얼굴의 진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품었던 호기심과 갖가지 의문이 서서히 풀리는 느낌이 들어 기뻤다.

또 이 책을 읽으며 개인적인 의문을 조금 해소하기도 했다. 얼굴이 인간에게만 유독 중요한 특질일 가능성, 그러니까 얼굴에 대해 강조하고 집착하는 행위가 지나치게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 바탕을 둔 행위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얼굴의 진화를 장구한 동물 진화의 맥락에서 함께 바라본 이 책의 여러 논의를 읽으며 안도했다. 적어도 얼굴의 진화와 척추 동물과는 관련이 있다니까. 그래도 여전히 지구생명중심주의라는 비판을 받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외계 생명체를 발견하고 그 존재가 얼굴을 지니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안심해도 될 것 같다.>

『인간 얼굴』은 얼굴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통해 생물학, 유전학, 고인류학, 심리학, 신경과학을 가로지르며 통합적인 통찰을 제공하는 책이다. 저자는 얼굴이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지, 그로 인해 인간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게 됐는지 집요하게 추적한다. 특히 각 장마다 역사적 흐름과 과학적 연구, 흥미로운 사례들을 조화롭게 엮어 인간 존재에 대한 사유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거울 속 내 얼굴이 단지 유전자의 산물이 아니라 수백만 년의 진화와 수많은 사회적 선택의 결과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얼굴은 단순히 나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인류라는 종이 살아남기 위해 쌓아온 복잡한 생명의 언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책이다.

'을유문화사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인류 역사를 통틀어서 대부분 인생의 시작과 끝에서 일반적으로 보게 되는 모습은 중요한 사람들의 얼굴이었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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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한다는 것 - 소통의 시대에 느림의 철학자 피에르 쌍소가 전하는 “진정한 대화”와 “대화의 행복”
피에르 쌍소 지음, 이진희 옮김 / 드림셀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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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대화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성공적인 대화를 방해하는 장애물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무엇이 대화를 완벽하고 충만하게 할까?

피에르 쌍소의 책 ‘대화를 한다는 것’은 우리가 무심코 해왔던 ‘말하기’와 ‘듣기’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그렇다면 진정한 대화란 무엇일까? 마음을 열고, 상대의 말에 온전히 귀 기울이며 서로 통하는 경험은 생각보다 드물고 어렵다. 이 책은 그런 ‘진짜 대화’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왜 중요한지를 차분히 들려준다.


피에르 쌍소는 프랑스의 작가이자 사회학자로, 일상 속 평범한 것들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아내는 사람이다. 이 책에서도 그는 철학적인 생각과 현실적인 시선으로 ‘대화’라는 익숙한 행동을 새롭게 바라본다. 우리가 평소에 주고받는 말들이 정말 마음을 담은 대화였는지, 무심코 던진 말들이 어떤 오해를 불러왔는지, 또 말없이 흐르는 침묵 속에 어떤 의미가 숨겨져 있는지를 차분하게 짚어낸다.

이 책의 첫 부분에서 그는 ‘대화란 단순한 말의 주고받음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대화는 듣는 사람이 있어야 완성되며, 듣는 태도 자체가 대화의 질을 결정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종종 대화하면서도 사실 상대의 말을 듣지 않는다. 머릿속에선 다음에 할 말을 준비하고 있고, 상대의 말이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저자는 이런 식의 말은 대화가 아니라 그저 소음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대화를 ‘살아 있는 만남’이라 표현한다. 대화란 내 생각이 상대와 부딪히며 자극받고, 또 확장되는 과정이다. 그래서 진짜 대화를 나누고 나면, 어떤 깨달음이 생기기도 하고, 때로는 마음 깊은 곳에 묻어뒀던 감정이 올라오기도 한다. 이런 대화는 결코 우연히 생기지 않는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관심, 그리고 무엇보다 ‘들으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저자는 ‘침묵’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우리는 종종 침묵을 어색해하고 뭔가 말을 채워야 한다고 느끼지만, 사실 침묵은 대화의 일부다. 때론 아무 말 없이 함께 있는 시간이 말보다 더 많은 걸 전하기도 한다. 말과 말 사이의 빈 공간, 그 침묵이야말로 상대의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이 책에는 그가 직접 겪은 일상 속 대화의 순간들이 자주 등장한다. 지하철에서 스쳐 지나간 낯선 이와의 짧은 대화, 친구와의 오랜 침묵 끝에 다시 이어진 이야기, 가족과의 갈등 속에서 다시 마주한 진심. 이런 구체적인 사례들은 각자의 대화 경험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말하는 나의 태도, 듣는 나의 자세, 관계 안에서의 나의 위치를 스스로 돌아보게 게 만든다. 무언가를 배운다는 느낌보다 너무 익숙해서 놓쳤던 것들을 새롭게 바라 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친구에게 조금 더 진심 어린 관심을 가지고 부모님의 말에 한 번 더 귀 기울이게 된다. 그렇게 우리의 대화가 조금씩 달라지게 만든다.

결국 이 책을 통해 그동안의 나의 마음 상태를 돌아보게 만든다. 말은 마음에서 시작되고, 그 마음은 함께 나누고자 하는 진심에서 출발한다는 걸 상기시켜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재미 있었던 파트는 수다쟁이 관련 내용이었다. 저자가 수다쟁이를 만났을 때 즐겨하는 ‘치즈 플래터 시험’이 있다고 했다. 저자는 자신의 집에 여러명의 친구들을 초대한 어느 날, 수다쟁이에게 여러 종류의 치즈 접시를 건네고 그의 반응을 관찰하였다. 수다쟁이는 치즈를 먹은 뒤 접시를 옆으로 넘기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가며 접시를 독차지 했다. 다른 친구들은 치즈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누군가 한 명이 용기내어 접시를 달라고 말을 했는데, 수다쟁이는 자신의 발언권을 뺏긴 사람인양 굴며 대화에 대한 욕구를 식탐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그는 접시의 치즈를 모두 먹어 치웠다. 이 일화를 통해 수다쟁이가 단지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을 넘어 발언권을 독점하고, 나눔이나 소통에는 관심이 없는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피에르 쌍소의 ‘대화를 한다는 것’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았던 말 한마디, 별 생각 없이 지나쳤던 침묵의 순간들 속에 얼마나 깊은 의미가 담겨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우리가 진심으로 원하는 ‘진짜 대화’는 결국 마음과 마음이 맞닿을 때, 그 짧지만 깊은 연결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워준다.


'드림셀러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나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강물에 뛰어드는 영웅적인 인물처럼 자신을 희생하며 수다에 뛰어드는 사람들을 찬양하고 싶다. 대화를 지루해지고 시들해지면 불편함이 커진다. 우리 중 누군가가 어색함을 풀기 위해 아무 말이나 내뱉거나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 사람에게 감사할 줄 모르고 거북한 분위기가 해소되고 나면 ‘어휴, 말도 많지’라고 속으로 말한다. 나 역시 이러한 상황에 놓인 적이 있다.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누군가는 광대가 되어 과장된 몸짓을 하며 횡설수설한다. 그는 자기 자신을 내던지며 그런 공연을 펼칠 마음은 없었을 것이다. 다만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 사람들을 다시 대화에 집중하게 하고 싶었을 뿐이리라.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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