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사는 거 기세 좋게 - 보여줄게 100세의 박력, 100세의 해피엔드 인생법
사토 아이코 지음, 장지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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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살다 보면 세상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모습에 맞춰 살아야 할 것 같은 강박에 시달린다. “조금 더 원만하게”, “조금 더 부드럽게”, “사람들과 잘 지내야 한다”는 말들이 때로는 칼날처럼 피부를 베어낸다. 그런데 여기, 그 모든 사회적 요구를 단호히 거절한 채, “나는 나다”라고 말하는 한 사람이 있다.

사토 아이코.

그녀는 『이왕 사는 거 기세 좋게』에서 불편할 정도로 솔직하게 그러나 묘하게 따뜻하게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책 초반에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하나 나온다. 

한 독자가 그토록 원하던 S 출판사 면접에서, 졸업 논문 주제로 삼은 ‘사토 아이코’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 면접관은 묻는다. “사토 아이코를 좋아합니까?” 그는 주저 없이 “무척 좋아합니다”라고 답한다. 결과는 낙방. 이유는 분명했다. “사토 아이코는 협조적이지 않은 인물”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이 일화는 웃프면서도 이 책의 결을 단번에 보여준다. 사토 아이코는 사회가 요구하는 ‘좋은 사람’ 프레임에 절대 맞춰 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숨기지도 않는다.


 책 속에서 사토 아이코는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한다.

“나는 단점이 많고, 협조적이지 않고, 귀찮은 것도 많고, 화도 잘 내고, 상대를 가리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한다. 무뚝뚝하고 상식을 무시하면 저돌적이다.”


 그녀는 “사람들과 잘 지내야 한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사랑받기 위해 애쓴 적도 없다”고 고백한다. 오히려 오해받으면 오해받는 대로, 몰이해 속에 있으면 있는 대로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고, 오해하는 사람을 원망하지도 않는다. 그냥,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쯤 되면 누군가는 그녀를 ‘차가운 사람’이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코는 다르게, 더욱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될 대로 되라’는 투명한 체념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껴안고 살아낸 한 인간의 고집스러운 따뜻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그녀에게 편집부는 “사람들과 잘 지내기 위한 성격”에 대해 써달라고 요청한다. 그녀는 이 의뢰를 받고 한참 고민한다. “혹시 이건 반성하라는 뜻인가?” 싶을 만큼. 그러나 사토 아이코는 끝까지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는다. 사람들과 부드럽게 잘 지내는 법을 ‘가르치는’ 대신, ‘서툴러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건넨다.

교묘한 인간관계 스킬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대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어떻게 다독이며 살아갈지를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문장 몇 가지를 소개하고 싶다.

“오해받았다고 해서 억울해하지 말자. 억울해할 필요가 없다. 그냥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힘내지 않아도 좋다. 다만, 기세만큼은 잃지 말자.”

“상대방의 기분을 지나치게 배려하다 보면, 결국 나조차 어디 있는지 알 수 없게 된다.”


 이 문장들은 그녀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 또 자기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토 아이코는 우리가 흔히 듣는 ‘따뜻한 조언’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꽤 낯선 존재일 것이다. 그녀는 현실을 덧칠하지 않고, 때로는 쓴 약처럼 직설적으로 진심을 건넨다.


 특정 챕터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만났을 때’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코는 말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억지로 이해하려 들 필요도 없고, 억지로 맞추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고. “그냥 그런 사람이구나” 하고 인정하면 그만이라고.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그저 자연스러운 감정일 뿐 억지로 조율할 필요는 없다”고 그녀는 덧붙인다. 그러면서 “싫은 사람에게 시간을 쓰느니,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자”고 담백하게 정리한다. 이 얼마나 솔직하고 시원한 태도인가.


 또 다른 챕터 ‘인생을 버텨내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에서는, 거창한 인생 목표나 대단한 의지를 강조하지 않는다. 대신 기세, 다시 말해 스스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작은 에너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녀는 삶이 늘 흐트러진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그 흐트러짐 속에서도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걸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생을 살아내는 기술이라고.


 『이왕 사는 거 기세 좋게』는 어떤 의미에서는 자기계발서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이 책은 ‘변화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그래도 살아가자’고 말한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외롭고, 때로는 불편하다. 하지만 진짜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사토 아이코는, 결국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내가 사랑받지 못할까봐, 인정받지 못할까봐, 애쓰지 마라.

사랑받지 않아도 괜찮다. 인정받지 않아도 괜찮다.

기세 좋게, 네 길을 가라.”

그 말 한마디가 오늘도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우리에게 용기를 준다.


이왕 사는 거 기세 좋게 가보자!!!!



'위즈덤하우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사토 씨, 힘들 때 도망치려고 하면 더 힘들어져요. 고난은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게 편해요."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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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꿈
앨런 라이트맨 지음, 권루시안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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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거나, 되감기거나, 혹은 사람마다 다르게 흐른다면?

『아인슈타인의 꿈』은 이런 질문에서 시작된다.


이 책은 1905년, 스위스 베른의 특허청에서 일하던 젊은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을 완성하기 직전, 밤마다 꾸었을 법한 ‘꿈’을 상상하는 형식의 소설이다.

총 30개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은 독립된 세계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시간 개념이 작동하는 상황을 그려낸다.


표지는 소설이라 명시하고 있지만, 그 형식은 단순한 서사 구조를 넘어선다.

마치 서른 번의 시공간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

날짜별로 정리된 짧은 장들은 과학적 상상력 위에 문학적 감수성과 철학적 질문을 더해

시간과 존재, 그리고 인간의 내면을 성찰하게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시간의 세계는 실로 다채롭다.

시간이 원처럼 순환해 같은 삶을 반복하는 세계에서는

사람들이 안정감 속에서 점차 무력감에 빠진다.

시간이 멈추는 세계에선,

사람들이 가장 행복한 찰나를 영원히 붙들기 위해 사랑을 고백하고 그 순간에 머무르려 애쓴다.


또 어떤 세계에선 시간의 흐름이 고도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천천히 늙기 위해 산꼭대기로 향한다.

그곳에서는 단 한 걸음을 떼는 사이에 하루가 저물지만,

사랑하는 이와의 시간을 더 오래 품기 위한 간절한 선택이 된다.


가장 철학적인 상상은 시간의 방향을 거꾸로 설정한 세계다.

사람들은 노인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진다.

죽음은 더 이상 끝이 아니라,

잃어버린 순수로 돌아가는 여정이 된다.


그리고 또 하나.

시간이 사람마다 다르게 흐르는 세계에서는

관계란 근본적으로 어긋날 수밖에 없는 것임을 보여준다.

어떤 이는 하루가 길고, 어떤 이는 몇 해가 한순간처럼 스쳐간다.

서로의 속도가 다르기에, 이해도 사랑도 끊임없이 조율되어야만 한다.


『아인슈타인의 꿈』은 단순히 시간에 대한 실험적 발상이 아니다.

이 책은 시간이라는 거울을 통해 인간의 삶과 감정을 비춘다.

결국 어떤 시간의 형태 속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사랑하고, 기다리고, 후회하고, 살아간다.


책을 덮은 뒤, 우리는 자연스럽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지금 이 순간이 멈출 수 있다면 나는 누구와 함께 있고 싶을까?

삶이 반복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다시 하게 될까?

미래를 알게 되더라도, 나는 여전히 사랑할 수 있을까?


『아인슈타인의 꿈』은 짧지만 깊다.

서정적인 문장과 은유 속에서 시간의 본질과 삶의 본모습을 마주하게 만든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는 시간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붙잡고, 되새기고, 상상할 수 있는 것으로.


이 책은 시간이 어떤 모습을 하든,

우리는 결국 ‘지금’이라는 한순간을 살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짧고도 찬란한 시간 앞에서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하고, 조금 더 용감해질 수 있다.


'다산책방(다산북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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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피는 가족이 필요해
레이첼 웰스 지음, 장현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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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품에서 따뜻한 사랑을 받으며 지내던 ‘알티’라는 고양이는 어느 날 갑자기 혼자가 된다. 자신을 아껴주던 주인이 죽게 되면서, 보호소에 끌려 갈 위기에 처한다. 스스로 위험천만한 길거리의 삶으로 나아간다.

거기서부터 알피의 삶은 다시 시작된다.

레이첼 웰스의 『알피는 가족이 필요해』는 주인을 떠나 보내고 집을 잃은 알피’의 여정을 따라가며,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고양이를 통해 삶과 공동체 그리고 가족의 진짜 의미를 전하는 작품이다.

어릴 적만 해도 고양이는 낯선 동물에 가까웠다. 하지만 요즘은 주변에 고양이를 키우는 이들이 참 많다. 고양이라는 존재가 주는 위안, 무심한 듯 다정한 태도, 말은 없지만 가만히 곁을 내어주는 그 특유의 묘한 따뜻함이 있다. 『알피는 가족이 필요해』는 그 고양이 특유의 ‘조용한 다정함’을 섬세한 이야기로 풀어낸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고양이를 단지 귀여운 동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삶의 공백을 메워주는 존재임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세상에 나온 알피가 겪는 시작은 결코 따뜻하지 않다. 알피는 운이 좋아 ‘도라 스트리트’라는 동네에서 자신을 받아줄 사람들을 만났지만, 세상의 수많은 동물들이 그렇듯 누군가는 반려동물을 너무도 쉽게 들이고 너무도 쉽게 버린다.

이 책은 그런 현실을 고요하지만 깊이 있는 방식으로 비판하는 것도 같다. 동물은 장난감도, 소모품도 아니다. 그들은 인간의 삶과 함께하는 존재이며, 감정이 있고, 기억이 있으며, 상실의 아픔을 느끼는 생명이다. ‘알피’는 가족을 잃고 느꼈던 슬픔과 혼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것은 동물이기 이전에 하나의 인격체로서 겪는 진짜 감정이다 우리는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그들을 가족이라 부른다. 하지만 가족이라 부른다면,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단순히 귀여움과 위안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슬픔까지 함께 나누고 마지막까지 지켜줄 존재로서 말이다. 이 책은 그런 반려동물과 인간의 따뜻함을 전한다.

알피는 도라 스트리트 사람들의 삶에 조용히 스며든다.

싱글맘 클레어는 이혼의 상처와 아이를 혼자 키워야 하는 현실 속에서 늘 긴장과 불안 속에 살아간다. 주변과의 관계마저 단절된 듯한 그녀에게 알피는 처음엔 불청객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감정을 마주할 수 있는 틈이 되어준다. 그녀는 알피를 통해 다시금 미소를 짓고, 닫힌 마음의 창을 조금씩 열어가기 시작한다.

조너선은 감정을 억누르며 무덤덤하게 살아가는 남자다. 말도 없고, 표정도 잘 드러내지 않는 그는 알피와의 조용한 동거 속에서 처음으로 정서적인 변화의 씨앗을 틔운다. 말이 없기에 가능한, 그런 깊은 교감이 알피와 그를 잇는다.

외로운 노인 조지, 오랜 세월을 함께 했지만 마음의 대화는 점점 멀어진 테드와 샐리 부부, 낯선 환경에서 이웃과 거리감을 두고 살아가던 니아… 이들은 모두 알피를 통해 삶 속에 들어온 작은 기적을 경험한다. 상처받고 지친 이들이 서로를 바라보게 되는 데에는, 한 마리 고양이의 작은 용기와 따뜻한 시선이 있었다. 알피는 말 대신 온기로 교감하고, 때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교가 된다. 그렇게 그는 스스로 가족을 찾아가며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가족이 되어준다.

이 책은 총 35개의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짧지만 인물 간의 정서적 변화, 알피와의 관계 변화가 섬세하게 드러나며 전체적으로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단편이 아닌, 하나의 연속된 서사 안에서 독자는 알피와 함께 도라 스트리트를 거닐고, 각각의 집 안 풍경을 들여다보며 사람들의 사연을 마주하게 된다.

알피는 어떤 위대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저 곁에 있어준다. 상처받은 이들에게는 말 없이 곁을 지켜주고, 고독한 이들에게는 침묵 속에서 따뜻함을 나눈다. 그는 단순한 고양이가 아니라, 누군가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살아 있는 위로’다. 그래서 이 책은 고양이 이야기 같지만, 결국 인간의 이야기이며, 우리 모두가 삶에서 한 번쯤 필요로 했던 존재에 대한 이야기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이 책은 그 답을 이렇게 말한다

피를 나누지 않아도, 법적으로 엮이지 않아도, 서로의 삶에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곁을 지켜주는 존재. 그것이 진짜 가족이다. 알피는 처음에는 가족을 필요로 했던 존재였지만, 결국 도라 스트리트 사람들에게 가족이 되어주었다.

이 책을 통해 고양이라는 존재가 단순히 귀여움을 주는 애완동물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누군가가 될 수 있다. 알피는 처음에는 가족을 필요로 했던 존재였지만, 결국 도라 스트리트 사람들에게 진짜 가족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중요한 깨달음을 남긴다. 가족은 피를 나눈 존재만이 아니라, 끝까지 곁을 지키고 마음을 나누는 존재다.

특히 이 책은 사람 사이의 연결이 느슨해졌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 수 있다. 반려동물을 좋아하거나 그들과의 교감 속에서 진심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알피의 시선을 통해 더욱 깊은 공감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큰 사건이나 자극적인 전개보다는, 잔잔하지만 뭉클한 감동이 있는 이야기를 선호하는 독자에게도 잘 맞는다. 무엇보다 가족이란 무엇인지, 관계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자신만의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알피는 가족이 필요해』는 가볍게 읽히지만 읽고 난 뒤 마음 한 켠에 오래 머무는 울림이 있다. 때로는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피는 조용히 증명해 보인다. 고양이 알피가 지나간 자리엔 언제나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정한 온기가 남아 있다. 알피의 따뜻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시길 바란다.


'해피북스투유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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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정답을 알면 좋겠어. 그래도 삶이란 게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지 배웠잖니. 그러니 마음을 굳게 먹도록 하렴."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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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키호테 (꿈의 책장 에디션)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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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외로운 돈키호테들에게”


“돈키호테 비디오의 주인인 돈키호테는 어디 가고 찐산초만 남았을까?”

3년 전 갑자기 종적을 감춘 돈키호테 비디오 주인장 ‘돈 아저씨’ 찾기 프로젝트


‘마침표가 되기보단 쉼표가 되겠다고.’

이 문장은 『나의 돈키호테』 초반부에 등장하는 슬이의 내면 선언이자,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정해진 루트대로만 살아오다 삶이 휘청이는 순간, 우리는 마침표를 찍은 것처럼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작가는 그 순간을 쉼표로 바꾸어 말한다. 실패와 멈춤조차도 다시 이어질 수 있는 문장이다.


김호연의 『나의 돈키호테』는 인생의 중간에서 방향을 잃은 주인공 슬이가 과거의 기억과 우정을 되짚으며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다. 다만 그 여정은 현실적인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잊고 지냈던 사람과 신념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 이 작품은 세르반테스의 고전 『돈키호테』와 짙게 맞닿아 있다. 풍차에 돌진하던 괴짜 기사의 이야기는 여기서 다시 한 번, 다른 이름의 돈키호테들을 소환해낸다.


슬이는 한때 외주 제작사에서 피디로 일하며 ‘도시탐험대’라는 프로그램을 성공시킨 인물이다. 그러나 한순간의 실수와 구조조정 앞에서 직장을 잃고, 대전의 엄마 집으로 내려와 무기력한 시간을 보낸다. 도시에서 경주마처럼 달리기만 했던 그녀의 삶은 처음으로 멈춰진다. 그 쉼표 속에서 문득 떠오른 건, 중학생 시절 자주 드나들던 ‘돈키호테 비디오’라는 비디오 가게였다. 그리고 그 가게의 괴짜 사장님, 자칭 ‘한국의 돈키호테’라 불리던 ‘돈 아저씨’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돈 아저씨는 단순히 비디오를 빌려주던 사람이 아니었다. 당시 중학생들이 결성한 ‘라만차 클럽’의 정신적 리더였고, 스페인 소설 『돈키호테』를 필사하고, 언젠가는 그 필사본을 들고 스페인으로 가겠다고 말하던 몽상가였다. 슬이는 그의 흔적을 좇아, 유튜브 채널 ‘돈키호테 비디오’를 개설한다. 방송의 목적은 단 하나. 실종된 돈 아저씨를 찾는 것. 영상 속 그녀는 스스로를 ‘찐산초’라 부른다. 과거 돈 아저씨를 보좌했던 ‘산초 판사’처럼, 지금은 그의 마지막 여정을 찾아 나선다는 뜻이다.


등장인물들은 현실적이면서도 상징적이다. 돈 아저씨(장영수)는 낡은 비디오 가게를 끝까지 지키다 홀연히 사라진 인물로, 현실에서는 미련한 이상주의자일 수 있지만, 슬이에게는 어릴 적 꿈과 낭만을 상징하는 존재다. 그의 아들 한빈은 아버지의 철없던 고집을 못마땅해하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를 이해하고 있다. 건물주 할머니와 손자 성민, 그리고 라만차 클럽의 멤버들은 모두 과거의 기억 속에서 다시 소환되어 현재와 연결되는 고리 역할을 한다.


작가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세상이 규정한 성공이나 기준과 다른 삶도 충분히 의미 있음을 말한다. 유튜브는 “세상에서 가장 큰 환전소”라는 대사가 상징하듯, 누구나 자신이 가진 것을 꺼내놓고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 슬이는 더 이상 타인의 기준에서 ‘제 몫’을 찾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이 만든 플랫폼에서 자신만의 모험을 펼쳐나간다. 그것이 바로 이 시대의 ‘현대적 돈키호테’가 사는 방식이다.


또한 이 작품은 고전을 오늘날의 언어로 새롭게 풀어낸다. 『돈키호테』가 단순히 ‘풍차와 싸우는 미치광이’의 이야기가 아니라, 시대의 부조리와 싸우며 낭만을 지켜내려는 사람의 이야기였음을 소설 속 슬이는 영상으로, 말로, 몸으로 풀어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책 속의 책, 고전의 재해석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가장 마음을 울리는 순간은, ‘굿 윌 헌팅’의 한 장면을 소개하는 슬이의 유튜브 영상이다. “낫 유어 폴트(Not your fault)” 그 유명한 로빈 윌리엄스의 대사처럼, 돈 아저씨가 슬이에게, 그리고 그 시절의 아미고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도 어쩌면 그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세상이 너를 다치게 했지만, 너는 충분히 괜찮은 존재야.” 비디오 테이프 한 편에 그런 위로를 담아 건넬 줄 아는 사람, 돈 아저씨는 그런 어른이었다.


『나의 돈키호테』는 마음 한구석에 오래 묵혀둔 질문을 다시 꺼내 묻는다.

“나는 나만의 풍차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가?”

이 책은 조용한 응원을 건넨다. 당신의 그 달리기가 비록 느려도, 남들 눈에는 어리석어 보여도 괜찮다고. 때로는 미치광이로 보일 만큼 순수한 믿음이 세상을 바꿨다고 말이다.

오늘도 길 위에 있는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는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가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그 쉼표는 곧 새로운 문장의 시작이 될 것이다.



'나무옆의자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안 보는 데선 미친 듯이 씹고, 보는 데선 살갑게 굴고, 그러다가 이해관계가 틀어지면 다신 안 볼 듯 싸우고, 그러고 나서도 서로 필요한 일이 생기면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또 같이 일하고. 일리란 게 다 그렇지, 라며 쿨한 척 뻔뻔하게 구는 사람들의 이합집산 생태계.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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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마다가스카르 - 현직 외교관이 들려주는 생생한 마다가스카르 이야기
성화수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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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나라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발로 걷고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 성화수의 『내일은 마다가스카르』는 그런 의미에서 ‘직접 살아본’ 사람이 쓴 책으로 겉핥기식 여행기를 훨씬 뛰어넘는다. 저자는 외교관으로 마다가스카르 대사관에 근무하면서 현지에서 겪은 일들을 바탕으로, 이 땅의 역사와 문화, 생태와 정치, 사람들의 숨결까지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마다가스카르는 바오밥나무와 100종이 넘는 여우원숭이의 고향이다. 전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생물들이 살아가는 자연의 보고(寶庫)다. 흔히 학자들은 이곳을 ‘진화의 박물관’이라고 부르지만,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수백만 년 전의 생명들이 지금도 그대로 살아 숨 쉬는, 살아 있는 자연 박물관 같은 곳이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자연 풍경 이면에는 세계에서 손꼽히게 어려운 경제 상황과 삶의 조건이 있다. 매일같이 전기가 끊기고 물이 나오지 않는 날이 반복되며 의료와 교육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 사람들의 얼굴엔 미소가 많다. 가진 건 적지만 나눌 줄 알고, 힘든 가운데서도 서로를 도우며 살아간다. 작가는 그런 모습을 단순히 낭만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저 사람들은 아무리 가난해도 행복하대요’ 같은 피상적인 위로로 넘기지 않고, 이 삶이 어떤 뿌리에서 나왔는지, 역사와 문화, 식민의 흔적, 부족 사회의 연대가 어떻게 지금을 만들었는지를 하나씩 짚어간다. 그리고 묻는다. 우리가 보는 ‘행복’과 그들이 말하는 ‘삶’은 과연 같은 의미일까?


 이 책에는 ‘무라무라(mora mora)‘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은 이 말을 일상적으로 쓴다. “천천히, 여유 있게”라는 뜻인데, 단순히 속도를 말하는 게 아니다. 삶 자체를 그렇게 받아들이는 태도에 가깝다. ‘더 빨리, 더 많이’에 익숙한 우리가 이 단어에 마음을 빼앗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흥미로운 건, 최근 한국과 마다가스카르의 관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도 언급되듯, 우리나라는 마다가스카르와의 외교 및 자원 협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저자는 이를 단순한 국가 간의 이해관계로 보지 않고, 보다 깊은 인간적 교류의 가능성으로 바라본다. 우리가 마다가스카르에 줄 수 있는 것이 단지 경제적 지원에 머물지 않듯, 이들이 우리에게 건네줄 수 있는 것도 물질 너머의 태도와 통찰일 수 있다고 조용히 이야기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촘촘히 실려 있다. 다큐멘터리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제작에 협력했던 일화부터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에게 중요한 전통인 ‘제부소싸움’, 오랜 식민 지배와 그 안에서 만들어진 복잡한 민족 정체성, 해적의 전설과 왕국의 몰락, 그리고 18개 부족의 전통 문화까지. 어느 하나 대충 다루는 법 없이, 깊은 관찰과 성찰을 바탕으로 엮어냈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건 이 모든 내용을 외교관답게 차분하게 서술하면서도 한 사람으로서의 따뜻한 시선을 끝까지 잃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다가스카르를 그냥 멀고 낯선 땅으로만 보지 않게 만드는 건, 아마도 저자의 이 겹겹의 시선 덕분일 것이다.

 『내일은 마다가스카르』는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이야기이자 낯선 땅에서 자신을 다시 발견한 한 사람의 고백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묻는다. 지금, 너무 빨리 달리고 있는 건 아닌지. 조금 멈춰 서서, ‘무라무라’라는 삶의 속도를 생각해볼 수는 없는지 말이다.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의 신비한 섬, 마다가스카르의 대한 모든 것과 저자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미다스북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마다가스카르는 그린란드, 뉴기니, 보르네오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섬으로 그 크기를 자랑한다. 또한, 전 세계 50여 개 섬나라 중에서는 인도네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섬나라이기도 하다. 면적만 해도 587.041 km²로 한반도의 2.7배에 달하며, 남쪽 끝에서 북쪽까지 비행기로 4시간을 넘게 날아야 할 정도로 광활하다. 그 길고도 긴 해안선은 무려 5,000km에 이르며, 아프리카 대륙의 어느 나라보다도 길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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